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내년도 예산에 “거대양당 졸속협상” “지역구 환심 급급”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12/26 10:00
  • 수정일
    2022/12/26 10: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아침신문 솎아보기] 밀실 속 지역구 예산 증액에 비판

“‘윤핵관’·여당 인사들 지역구 특히 많아”

종부세 인하에 한겨레 “무력화”…해 넘기게 된 노동·민생 현안들

국회가 24일 새벽 본회의에서 638조 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신문들은 1면에서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는 와중에도 각 당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고 평했다. ‘밀실 예산’은 속기록도 남지 않는 비공식 회의로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면서 가능했다.

여야는 법정 처리시한인 12월2일을 3주 넘긴 24일 새벽 2023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뒤 가장 늦었다. 예산은 당초 정부안(639조 419억원) 보다 3142억원 줄었고, 올해 본예산(607조 7000억원)에 비해 5.1% 증가했다.

신문들은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졸속 심사’이자 ‘밀실 합의’, ‘쪽지 예산’이라고 평했다. 예산안 처리 시점이 늦어지면서 비공식 합의에 일임했고, 민원성 지역구 예산은 증액했다.

▲26일 아침신문 1면

▲26일 경향신문 3면

한국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에서 “‘최장 지각 처리’라는 오명에도 막판 심사 과정에서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보 또는 증액을 통해 자신의 지역구에 돈이 돌게 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특히 예산안 심사가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보다 3주나 늦어진 탓에 비공식 원내대표협의체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역할을 대신하면서 가능했다”며 “비공개 진행은 물론 속기록조차 없는 ‘깜깜이 심사’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 언론의 견제 없이 민원성 예산들을 짬짜미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고 했다.

▲26일 한국일보 1면

경향신문은 “쟁점 법안을 거대 정당 원내대표 간 밀실 합의로 졸속 처리하는 관행을 반복했다. 여야 유력 인사들 지역구 예산 챙기기도 재연됐다”고 했다. 한겨레도 “특히 예산안 막판 협상에 소수당을 제외한 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내대표만 참여하면서 거대양당의 ‘밀실 졸속 협상’이란 비판도 제기됐다”며 “여야 실세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증액하며 실속을 챙겼다”고 했다.

▲26일 경향신문 1면

신문들은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지역구에 신규 예산이 편성되거나 그 규모가 증액됐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토교통부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로 분류되는 도로·철도·공항 관련 예산 중 65개가 정부안보다 증액됐다고 했다. 총 2833억원 증액돼 당초 정부안인 2조 4627억원의 11.5% 수준이다. 한국일보는 “전체 예산 규모는 정부안보다 3,000억원가량 줄었는데, 이에 맞먹는 SOC 예산이 지역에 배정된 셈”이라고 했다.

특히 여야 지도부와 ‘윤핵관’ 등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 예산을 늘렸다. 경향신문은 “특히 여당 인사들 지역구 예산이 많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세종시와 공주역을 잇는 BRT(간선급행버스) 구축 사업(정부안 43억8000만원)에 14억원을 추가 확보했다”며 “정부안에 없던 동아시아역사도시진흥원 건립 예산(12억5000만원)도 넣었다”고 했다.

▲26일 한국일보 2면

한국일보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역구(충남 공주·부여·청양)도 정부안에 없었던 부여 일반 산업단지 진입도로(45억4,000만 원) 예산이 반영됐다”며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 지역구인 청주 상당구에서도 남일-보은 1 국도(81억5,000만 원→116억4,300만 원), 충청내륙고속화도로 1~3공구(합계 1,121억8,500만 원→1,222억1,600만 원) 등의 예산이 증액됐다”고 했다.

이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은 지역구 내 하수관로 정비사업 예산이 25억원 늘었고,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도 노후공단인 사상공단 재정비 예산(545억7,500만 원→566억6,900만 원)이 20억9,400만 원 증액됐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의 지역구 경북 김천 예산을 대표 사례로 들며 정부안에 없던 김천-구미 국도견설예산 78억 9900만원을 신규 반영했다고 했다. 문경-김천 철도와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 예산도 각각 50억원, 100억원이 새로 생기거나 늘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의 지역구 사업인 대산-당진 고속도로 예산 80억원 신설, 김석기 국민의힘 사무총장 지역구를 지나는 울산 농소-경주 외동 국도 예산(173억6,200만원→200억원) 증액도 있었다.

한국일보는 “짬짜미에는 여야가 한마음이었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의 지역구를 연결하는 월곶-판교 복선전철(월판선) 예산 70억원 증액,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인천 연수을) 등이 요구한 인천발 KTX 예산 33억원 증액,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박정 의원(경기 파주을)의 파주 음악 전용 공연장 예산(30억원) 배정됐고, 위성곤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지역구(제주 서귀포) 유기성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시설 예산 62억2,200만 원 배정 등이 새로 반영됐다.

▲26일 서울신문 1면

나라살림연구소는 밀실심의가 올해 특히 더 심했고, 도로, 철도 및 지역개발 등 지역구 민원성 사업 예산이 정치적 고려로 증액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나라살림연구소가 25일 분석한 ‘2023년 예산’을 인용해 함양-울산고속도로, 광주-강진고속도로와 문동-송정구지도 건설 등 예산이 일괄 50억원 증액됐다며 “모두 꼭 50억원씩 증액된 것을 보면 정치적 고려로 인한 증액임을 짐작할 수 있다”는 평을 전했다.

또 여야는 전세임대(융자)사업 6630억원 증액을 성과로 밝혔는데, 이외에 다가구매입임대, 행복주댁, 다가구매입임대 출자 등 다른 임대주택 프로그램 사업은 예산이 대폭 줄었다고 경향신문을 밝혔다.

한겨레는 국회 예결특위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올해 예산안 심사와 합의 과정이 더욱더 비공개로, 더 은밀하게 진행됐다”며 “예결특위 위원뿐 아니라 대다수 의원들 모두 예산 심사 상황을 알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26일 한겨레 3면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예산 중 ‘MZ세대와 함께 하는 새마을운동’은 정부안 1억5000만원에서 2억6000만원 증액돼 4억1000만원이 됐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부가 집행 가능성을 고려해 이미 “증액이 어렵다”고 밝힌 사업이나 일부 수용한 증액을 국회에서 배정하거나 그 규모를 대폭 늘렸다고 했다. 그러나 “예결위에서 공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증액 근거조차 알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의원들이 쪽지 예산을 통해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급급한 것은 지역 주민들에게 효과적인 홍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선심성 예산 증액은 총선 공천을 앞둔 해에 더욱 두드러지는데, 재정건전성이나 지역 균형발전 등의 가치는 늘 뒷전”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지각 처리한 가운데 여야 실세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등을 증액하며 서로 정치·경제적 ‘실리’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광역 간선급행버스 구축사업 14억원 등 예산 증액과 “지역화폐 예산 3525억원을 살려냈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나란히 전했다.

▲26일 조선일보 4면

집값 29억 다주택자도 제외…한겨레 “종부세 무력화”


반면 주요 쟁점 법안들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통과됐다. 법인세를 모든 과표구간(세금 매기는 기준금액)에서 1%포인트씩 인하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경향신문은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법인세법 개정안 반대토론에서 ‘국회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모두 건너뛰고 세수가 줄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반나절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정부·여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출 것을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26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줄인 종부세 개정안에도 “각종 감면 조처로 인해 종부세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종부세 중과세율 적용 대상을 과표 12억원을 초과하는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만 적용하도록 했다. 한겨레는 “과표 12억원은 시가로 환산하면 29억원에 이르는 만큼, 보유 주택 가격 합산액이 29억원을 밑도는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지역 2주택자 등이 모두 중과세를 피하게 된 셈”이라고 했다.

합의안 못 오른 노동·민생 현안들


여야가 처리하겠다고 밝혀온 쟁점 법안들은 여전히 쌓여있다. 여야는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화물차 안전운임제와 30인 미만 사업장 추가연장근로제 등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은 연내 처리하기로 합의한 법안 목록에도 오르지 못했다.

여야는 23일 본회의를 앞두고 각 상임위원회에서 올해 효력이 다 하는 일몰 조항 관련 법안 등 처리를 위해 심사한다. 한겨레는 “△화물차 안전운임제(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30인 미만 사업장 추가연장근로제(근로기준법)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한겨레 26일 3면

안전운임제의 경우 국민의힘이 당초 정부·여당이 제안했던 ‘3년 일몰 연장’ 제안을 뒤집고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25일 경향신문에 “불법 파업이 계속되면서 당에서도 입장이 바뀌어서 우선은 일몰을 하고 그 후 다시 논의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어 내부적으로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업을 사실과 달리 ‘불법’으로 규정한 발언이다. 조선일보도 해당 표현을 그대로 썼다. “정부 여당은 화물연대가 애초 정부의 3년 연장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법 파업을 강행한 만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26일 조선일보

▲26일 경향신문

한겨레는 “노란봉투법과 양곡관리법, 차별금지법 및 정부조직법에 대해선 워낙 이견이 커 연내 처리하자는 합의조차 하지 못했다”며 “당장 노란봉투법은 정의당이 ‘즉각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협상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이김춘택 지회 사무장,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정용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 유성욱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11월30일부터 국회 앞에서 국회 앞에서 노란봉투법 통과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이다.

▲26일 한겨레 5면

올해 일몰되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주 8시간 추가 근로제’를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오른다. 주 52시간제 근무에 예외를 인정해 주 60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내용인데, 정부는 이 기간을 2년 연장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노동자 인권 침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뒤 “일몰 기한을 연장하자는 것은 정부가 유예기간 동안 아무런 준비를 안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말을 전했다.

▲26일 경향신문

한겨레는 “쌀값이 5% 넘게 떨어지거나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일 때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대립 전선도 여전하다”며 “차별금지법의 경우 국회 법사위에서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예리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