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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없는 강제동원 해법에 경향 “현실과 한참 동떨어져”

  •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03.08 07:43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부 속도전에 인권위도 우려 표명 “이번 해법 실패작”

    대법원판결 외면에 “법치주의 내건 대통령이 최고법원 판결을 무시”

    조선·중앙은 정부 비판하는 민주당 비판하고 나서

    3월8일 여성의날, 한겨레·경향 여성 인권 기획기사

    조선·중앙은 정부 비판하는 민주당 비판하고 나서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파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한일 공동 이익과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한 결과”라고 했다. 이를 두고 주요 종합일간지는 윤 대통령이 피해자 설득에 나서지 않은 것이며, 법치주의를 그토록 중요시하면서 최고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번 주부터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개별 소통을 시작해 정부 방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정부 방안에 동의한 피해자도 있지만, 양금덕 할머니 등 3명은 반대 의사를 표시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제3자 변제의 방식으로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정부 방안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협력”이라고 자평했다.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및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긴급 시국선언에서 윤석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3.07 ⓒ민중의소리

    이에 대해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8일 아침신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원칙을 잃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피해자 입장 존중”,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윤 대통령 인식> 사설에서 “대통령은 피해자들을 위로·설득하는 설명 한마디 내놓지 않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윤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3월8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번 정부 방안을 고육책으로 이해할 순 있지만 설명과 설득 작업은 없었다면서 “박근혜 정부 때 위안부 문제 합의보다 훨씬 더 굴욕적이라는 여론이 많다. 피해자들과 한국민의 자존심을 손상한 것을 대통령의 대단한 결단이라도 되는 양 강변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이어 “법치주의를 내건 대통령이 최고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상황이 당혹스럽다”며 “일본 측 반응을 봐도 이번 해법은 실패작이다. 일본은 아무런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번 정부 방안을 비판하는 사설 2편을 냈다. 한겨레는 <일본 ‘경제보복’에 무릎꿇은 정부, 뒷일도 책임져야> 사설에서 정부가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관련 분쟁해결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에 완전히 굴복한 모양새를 고스란히 연출했다”고 했다.

    ▲3월8일 한겨레 사설.

    또 한겨레는 <‘정치 업적’ 몰두, 고언도 뿌리친 대통령 ‘항복 외교’ 폭주> 사설을 내고 “윤 대통령의 조급증은 일본과의 타협을 ‘결단’으로 포장해 보수층에 ‘정치적 업적’을 과시하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전 정부가 악화시켰다’고 비판해온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치적을 내세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일본도 윤 대통령의 이런 외교적 자세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등 현안에서 한국의 굴복을 이끌어낼 지렛대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대통령은 이런 모든 상황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물었다.

    일본은 한국 정부 방안이 나왔음에도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는 3면 <성의없는 일본… “반도체 규제·징용은 별개”> 보도에서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장관이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3월8일 한국일보 3면 기사.

    또 한국일보는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 일본 측이 유일하게 참여할 수단으로 꼽혔던 미래청년기금이 성공을 거두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일보는 <“미래청년기금은 아직…” 당황한 전경련> 보도에서 “기금이 현실화되려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며 “한국 측에서 '숙제'를 먼저 하지 않으면 기금 자체가 틀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전경련 기금 모금에 나선다고 해도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삼성전자, SK, 현대차, LG가 전경련 회원사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의 모금을 유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3월8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번 방안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민주당 눈엔 ‘한일 정상화’ 환영한 유엔과 EU도 ‘친일’인가>를 내고 “(한국과 일본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갖고 해묵은 갈등을 계속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보기에도 바람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국내 재단이 변제 책임을 떠안는 방식 자체가 일반 국민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상대국이 있고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다른 해법이 없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번 정부 방안을 비판하는 민주당을 두고 “민주당이 국제사회와 이렇게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고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반일 몰이로 이를 희석시키고자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3월8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역시 사설을 내고 민주당 비판에 가세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죽창가’ 내세우던 민주당, 미래지향적 해법 비난 자격 있나>에서 “안 그래도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그 정치적 의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될 우려도 있다”며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정부를 원색적으로 헐뜯기에 앞서 한·일 관계를 절벽으로 내몰았던 자신들의 과오를 먼저 성찰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3월8일 경향신문 1면.

    3월8일 여성의 날, 여성인권 1면서 조명한 경향신문·한겨레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한겨레, 경향신문은 여성의 날 기획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경향신문은 가사도우미·캐디 등 홀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인권 문제에 대해 다뤘다. 경향신문은 <가사도우미는 ‘그 집’이 두렵다>에서 “‘남의 집’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일하는 가사노동자들의 성폭력·성희롱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며 여성 서비스업 노동자의 성폭력 피해 실태를 3회에 걸쳐 다루겠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한국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조명했다. 한겨레는 5면 <“나이들어 유난 떤달까봐” 신고 않고 참고 또 참았지만…>에서 직장 내 성폭력에 노출된 중년 여성들의 고충을 소개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40대 버스 청소노동자 홍혜숙 씨는 2020년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지만 회사·경찰은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않았다.

    ▲3월8일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전문가들은 직장 내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는 중년 여성의 수가 통계로 드러난 것보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가부장제에 장기간 노출된 중년 여성일수록, 성적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참는 게 당연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면서 “중년 여성을 ‘무성애적 존재’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피해자의 침묵에 영향을 끼친다”고 진단했다.

    ▲3월8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세계 여성의날, 한국 유리천장지수는 올해도 OECD 꼴찌>에서 “윤석열 정권은 성평등 가치를 왜곡하고, 이를 정치적 이해에 활용하려는 행태를 보여왔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고, 개정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성평등·재생산권 표현을 삭제하고,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 절차를 지연시켰다”고 했다. 이어 “유리천장지수는 윤 대통령이 부인하는 ‘구조적 성차별’을 숫자로 입증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한국 사회가 수십년간 일궈낸 성평등·여성 인권의 성과를 퇴행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월8일 동아일보 사설.

    대통령실 개입 논란까지 불거진 국힘 전당대회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용산 개입’ 논란 파장을 빚고 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이 당원에게 김기현 당 대표 후보 홍보물 전파를 요청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8일 당대표를 선출한다. 이를 두고 동아일보는 사설 <막판까지 ‘용산 개입’ 논란으로 얼룩진 與 진흙탕 전대>에서 “100% 당원 투표로 치러진 이번 전대는 역대 최고 당원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진행 과정은 국민 기대와 동떨어졌다. 윤심 논란으로 시작해 김 후보의 땅 투기 의혹과 막말 공방 등 이전투구로 치닫더니, 대통령실 선거 개입 논란으로 막을 내렸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누가 대표가 되든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전망하면서 “집권세력이 자초한 일이다. 전대가 친윤의 승리냐, 비윤의 승리냐를 넘어 집권당의 무거운 책임감을 되새기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썼다.

    ▲3월8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 <흥행 성공했으나 막판까지 ‘추태 경쟁’ 벌인 與 대표 경선>에서 “국민의힘 경선은 높은 투표율에서 알 수 있듯이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내용상으로는 국민 기대에 부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누가 당 대표가 되든 그 후유증은 크고 깊을 것이다. 시종 윤심 개입 논란이 거셌던 터라 패자의 승복 여부도 장담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3월8일 한겨레 사설

    윤석열 대선공약인 제주도 제2공항 “환경부, 간판 바꿔 달아라”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제주 제2공항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환경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제2공항 사업에 대해 “입지 타당성이 인정된다”며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다. 한겨레는 사설 <개발 공약 거수기 전락한 환경부, 존재 이유 잊었나>에서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도 5곳의 전문기관이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했으나, 환경부는 ‘조건부 동의’를 내준 바 있다. ‘답정너 환경영향평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환경부 행태를 보면,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흑산도공항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게 불 보듯 뻔하다. 개발 공약 뒤치다꺼리나 할 생각이라면 환경부 간판을 ‘국토난개발부’로 바꿔 달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국민일보 역시 사설 <제주 제2공항 추진, 객관성·투명성 높여야>에서 “국립생태원은 환경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맹꽁이와 멸종위기 조류 서식지 보호 방안이 미흡하고 항공기 이착륙 방향에 따라 조류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립환경과학원도 검토보고서에서 맹꽁이를 비롯한 멸종위기생물과 숨골, 상수원 등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과 추가 대책의 필요성을 지적했다”며 “사업 대상지의 환경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두 기관의 공통된 결론”이라고 했다.

    ▲3월8일 국민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그런데도 환경부는 조건부 동의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에서 국립생태원 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을 제출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며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제주 제2공항 건설의 길을 터주기 위해 부정적인 의견을 일부러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3월8일 매일경제 사설.

    반면 매일경제는 이번 정부 발표에 환영을 표했다. 매일경제는 사설 <환경부 문턱 넘은 제주2공항, 국제관광도시 도약 기회다>를 내고 “새 공항 건설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더 많은 관광객 유치로 이어지면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공항을 건설하고, 환경 파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파해 설득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3월8일 제민일보 사설.

    제주 지역 일간지 제민일보는 사설 <제2공항 건설, 도민이익이 우선이다>에서 충분한 정보제공, 환경 보호 대책, 항공소음 대책 수립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제민일보는 “특히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한 국토부의 정보 공개 및 절차적 투명성 확보는 필수다. 이전처럼 제주도와 도민 의견을 배제하면 제2공항 건설은 삐걱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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