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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주을에서 봄이 옵니다

전주에 부는 민주당 비토 바람, 어딜 가나 진보당…유권자 새로운 요구에 부응, 헌신적 선거운동에 호응

 

진보당 강성희 지지율 25.9%, 오차 범위 접전.

전주MBC 의뢰로 진행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지지 후보 여론조사 결과다. 지난 22일 공표됐다. 눈을 의심했다. 조사가 잘못됐나 싶었다. 진보당은 정당 지지율에 잘 잡히지 않는다. 지지율 1% 내외, 늘 ‘기타 정당’으로 묶여 있던 정당이다. 그런 정당 후보가 25.9%라니.

2위는 무소속 임정엽 후보다. 지지율은 21.3%. 임 후보는 무소속이라고 쓰고 민주당이라 읽는다. DJ시절 청와대 행정관부터 완주 군수 역임까지 그의 가슴팍엔 늘 민주당 기호가 박혀 있었다. 그런데 2위였다. 그것도 전북 전주에서.

이전 여론조사표를 뒤졌다. 올 들어 진행된 여론조사는 모두 세 번이었다. 2월 12일(1차), 2월 26일(2차), 그리고 3월 22일 전주MBC 여론조사(3차)까지, 40일간 세 차례 조사가 공표됐다.

여론조사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건 흐름이라고들 한다. 절대 수치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는 뜻이다. 오차범위 내라면 더 그렇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 지지율은 9.4%(1차), 15.5%(2차), 25.9%(3차)로 나왔다. 무소속 임정엽 후보는 28.2%(1차), 30.0%(2차), 21.3%(3차)였다. 흐름은 강성희 후보 상승, 임정엽 후보 약보합 혹은 하락이라 말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내가 모르는 금융위기가 전주에서만 터진 것일까. 지난 40일간 일어난 일이 궁금했다. 일개 경제부 기자가, 민심 르포를 하겠다며 주말 출장에 나선 이유다. (여론조사 자세한 정보는 기사 하단 참조)
 

2023 재선거 전주시을 후보 지지율 추이_2월 12일, 백경오 의뢰, 조사기관-PNR-(주)피플네트웍스 조사, 2월 26일 뉴스1 전북취재본부 조사기관-조원씨앤아이, 3월 22일 전주MBC 의뢰, 조사기관-리얼미터, 3월 26일 민중의소리 의뢰, 조사기관-STI ⓒ민중의소리

 

전주을 최고 득표율 1.03%, 1위 후보의 미스터리

전주을. 전주시 완산구 19개 동 중 9개 동을 묶은 선거구다. 전주 중심이라 불리는 서신동(롯데백화점 전주점이 서신동에 있다)부터 1·2층 단독주택·저층 빌라와 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 단지가 반반 섞인 삼천동, 서부신시가지 개발사업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조성된 효천지구 신도시가 있는 효자1~5동 등이 전주을에 속한다. 8만8천세대, 19만7천명이 산다.

지난해 8대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투표에서 전주을은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후보가 75%,  국민의힘 조배숙 후보가 24%를 득표했다. 2018년 7대 지선에선 민주당 후보 61%, 민주평화당 후보 25%, 정의당 후보 7% 순이었다. 2015년 6대 지선은 민주당 62%, 새누리당 24%였고, 2011년 5대 역시 민주당 60%, 한나라당 23%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 65%대 나머지 정당 합계 35% 구도다.

최근 다섯 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계 후보가 네 번 당선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딱 한 번,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됐다. 당시 2위인 민주당 최형재 후보와 표 차는 111표였다.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전주시장은 민주당 외 다른 당이 당선된 적 없다. 현재 전주시의회 의원 35명 중, 30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나머지 무소속 3인,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각각 1인씩이다. 투표 결과를 아무리 뒤져도, 당선은 물론, 득표 상위 1~3위에 이름을 올린 진보당 후보(전신인 민중당, 통합진보당 포함)는 없었다.

진보당 전주을 성적은 저조했다. 전신인 민중당은 21대 총선에서 총투표수 9만4천여 표 중 604표를 받았다. 득표율 0.6%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선 11만6천여표 중 55표를 받았다. 당시 허경영 후보는 629표를 받았다. 9개월 전인 지난 지방선거 광역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선 5만6천표 중 588표를 얻었다. 득표율은 1.03%였다.

개표 기록을 확인할수록 ‘진보당 강성희 지지율 25.9%’는 점점 더 미스터리했다. 
 

2023년 재선거가 치러지는 전주을 지역에서 유권자가 선거 벽보를 보고 있다.(자료사진) ⓒ제공 : 뉴시스

 

텃밭의 본심을 만나다

지난주 토요일(25일) 오전 10시 35분, 전주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렸다. 민심 취재에 택시는 국룰, ‘누가 될 것 같아요’ 질문 하나에 십중팔구 일장 연설을 해준다. 주말 오후, 사람이 많이 모일 것 같은 서부신시가지로 이동했다. 10분 정도 걸릴 터, 기사님께 물어봤다.

“나라가 이 꼴인데, 누가 거서그(거시기란 말 같은데 거서그로 들렸다) 되던 관심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라가 어떤데 그러냐”고 했더니 “옆에 있었으면 귀쌰대기를 한대 올릴 것”이라고 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기사님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일본과 외교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취지의 말을 기사로 옮기기 부적절한 욕설과 함께 쏟아냈다. ‘바이든 날리면’ 논란을 언급하며 “그 XX는 나가기만 하면 사고를 친다”고 말했다. 비속어가 불쾌하긴커녕 정겨웠고, 솔직히 속이 시원해졌다. 그는 “거꾸로 타는 보일러 같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의 민주화 역사를 되돌리고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민주당은 어떠냐”고 물으니 “그놈들이야말로 00 같은 XX들”이라고 했다. 국민들이 대통령에 당선시키고 민주당에 179석을 몰아줬으면 뭐라도 해야 했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지 칼잡이한테 정권을 뺏겼다“는 게 그 이유다. 기사님 열변은 이어졌고 결국 ‘누가 될 것 같냐’는 질문엔 답을 듣지 못하고 서부신시가지에 도착했다.

스타벅스를 찾아갔다. 20~30대 청년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매장 한편에서 혼자 ‘트렌드2023’을 읽고 있던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트렌드2023’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매년 발간하는 경제전망 서적이다. 투자자들이 즐겨 읽는다. 

20대인 줄 알았는데, 올해 서른한살이었다. 발전소를 정비하는 박현우씨였다. 박씨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전주는 민주당 아니냐”고 했더니 “그건 아버지 세대 이야기”라고 했다. 전주 개발사업이 “말 만 많고 실제 추진은 더디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만금, 옛 대한방직 터, 전주종합경기장 등 전주시 각종 개발사업은 인허가와 의견 대립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지만 민주당이 선거 때마다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 한 건 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집값이나 올려놓고…”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국힘 후보에 투표할 것인가”라고 물으니 “비밀투표인데 그런 걸 왜 묻나”라고 정색했다. 머쓱했다.

전주 경기 침체에 대한 박탈감은 중·장년층이 더 커 보였다. 현대자동차 남전주대리점 딜러 엄지훈(44)씨를 만났다. 엄씨는 전주에서 나고 자라 수입차 딜러를 거쳐 현대자동차 대리점에서 일한다. 18년 차다. 완산구 S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한 반에 42명 있었는데, 지금 전주에 남은 친구는 열대여섯 명뿐이라고 했다. 잘 돼서 서울로 간 친구도 있지만, 잘 되기 위해, 먹고 살려고 고향을 떠난 친구가 더 많다. 그는 “자리가 없다. 몇몇이 살 구실을 찾으면, 나머지는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엄지훈씨나 박현우씨의 박탈감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전주가 있는 전라북도는 전국 18개 시도별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늘 10위권 밖에 머물렀다. 2021년 전북 GRDP는 50조원 규모로 서울(432조원)의 1/8, 경남(104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전남(77조원) 보다 27조원 적다. 지난 10년 GRDP 성장률을 보면 1위인 경기도가 43% 성장할 때 전북은 10% 성장하는 데 그쳤다. 다른 지방이 잘살게 되는 동안, 전북은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졌다는 뜻이다. 1인당 지역총소득은 3,115만원으로 전국 18개 시도 중 16위로 최하위권이다. 1위인 울산광역시 5,934만원의 절반 수준이다.(2021년 기준)

엄지훈씨는 2016년 총선을 기억하고 있었다. 전주에서 딱 한 번, 민주당 이외에 정당이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그때다. 당시 정운천 후보를 찍었다. ‘민주당으론 안된다’는 생각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고 “그때나 지금이나 민주당이 뭘 하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주와 전북 경기 침체가 모두 민주당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의 숙명 아닐까. ‘수십년 믿고 찍어 줬는데…’라는 유권자 박탈감은 예상보다 커 보였다.

어김없이 “이번 투표에 누굴 찍을 건가”라고 물었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 이름이 튀어나왔다. 민주당은 싫고, 국힘은 더 싫다. 메기 효과라고 했다. 엄씨는 “국회의원 한 석으로 뭔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진보당이 열심히 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전주는 어딜 가나 진보당”이라고 덧붙였다. 
 

어딜 가나 진보당

“어딜 가나 진보당”이란 엄씨 말은 사실이었다. 전주을 곳곳에 진보당 운동원이 있었다. 도심 사거리, 먹자골목 번화가, 아파트 단지 입구, 동네 마트 앞, 버스 종점 차고지, 천변 산책로에서 진보당 운동원과 자원봉사자를 만날 수 있었다.

‘진보당 4 강성희’라고 적힌 하늘색 점퍼를 입은 사람,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하늘색 색 점퍼를 입은 사람, 그냥 사복입은 사람이 함께 있었다. 선거법상 허용된 등록 선거원은 기호와 정당 이름이 적힌 점퍼를 입을 수 있었다. 후보 지지도 호소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는 같은 색 점퍼를 입을 수 있지만, 준비한 점퍼보다 자원봉사자 수가 월등히 많아 사복을 입는다는 게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원봉사자는 후보 지지 대신 사전투표 동참을 호소했다.

완산구 효자동1가 전주탑마트 앞에서 만난 사복 차림의 자원봉사자 손에는 ‘투표하세요’라고 적은 피켓이 들려 있었다. 종이 박스를 찢어 위에 하얀 도화지를 입히고 그 위에 손글씨로 썼다. 광주에서 왔다는 그는 장을 보고 나가는 시민과 함께 걸으며 “사전 투표는 31일, 1일 이고요, 본투표 5일이에요, 꼭 투표하세요”라고 말했다. 70대 할머니는 “잉, 잉, 알어, 안당께”라고 했다. 기호와 정당명이 없는 푸른색 점퍼를 입은 또 다른 자원봉사자는 쇼핑을 마친 시민의 손에서 카트를 받아 제자리에 반납하길 반복했다.

가만히 몇분을 지켜봤다. 기호와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고, 우두커니 서서, 영혼이 약간 없어 보이는 인사를 수백번 반복하는 것이 그간 내가 봐온 선거운동원 아니었나. 두 사람은 뭔가 달랐다. 카트를 받아 대신 반납하고, 나가는 사람마다 함께 걸으며 투표를 호소했다. 적극적이었고, 때론 헌신적으로까지 보였다.

전주탑마트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만경강 지류 중 하나인 삼천이 나온다. 완주군 구이면을 지나 전주시 완산구를 관통하고, 덕진구에서 전주천을 만나 만경강으로 흐르는, 그냥 동네 하천이다. 하천 주변엔 반쯤 벌어진 벚꽃이 봄을 알렸다. 수변엔 산책로가 나 있다. “어딜 가나 진보당”이라더니 산책로에도 선거운동원이 있었다.

높이 1.5m 정도 되는 사람 모양의 하늘색 풍선 인형에 ‘진보당 4 강성희’라고 적혔다. 175cm 쯤 돼 보이는 선거운동원이 인형을 매니 높이가 3m는 돼 보였다. 풍선 인형 양팔에 1m짜리 막대기를 달아 팔을 움직인다. 산책 나온 시민들에게 연신 팔을 흔들며 인사하고, 때론 악수를 청한다. ‘풍선 강성희’의 악수 요청에 시민들은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어르신들에겐 고개 숙여 인사한다. 인사를 받고 지나가던 김난희(72)씨가 선거운동원에게 말을 건다. 후보 때문에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김씨 아들 이름이 강성희인데, 뉴스에서 강성희가 여론조사 1등을 했다고 하니 “서울 친구가 축하 전화를 했다”며 웃었다. 김씨에게 “진보당 사람들이 자주 보이냐”고 물었다. 그는 “저 사람들 정치는 모르겠는데, 청소는 참 열심히 한다”고 했다. 강성희 후보 자원봉사자들은 매일 천변에 나와 쓰레기를 줍는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덕분에 산책로가 깨끗해졌다고 좋아했다.
 

지난 25일 오후, 진보당 당원들이 전주시을 선거구에서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지난 25일 오후, 진보당 당원들이 전주시을 선거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지난 25일 오후, 진보당 당원들이 전주시을 선거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유권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공 : 진보당


진보당은 지난 1월 전주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전주을 재선거에 당력을 집중하자고 의결한 바 있다. 이후 매일 100여명의 당원이 전주를 찾아 정당연설회, 청소, 서명운동 등을 했고,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서 주말엔 1천명 이상 당원이 강성희 후보 선거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평화동 3가에 가면 성진여객 차고지가 있다. 새벽 5시 첫차부터 운동원이 인사를 나간다. 출근길, 점심시간 식당 앞, 식사 후 커피숍, 퇴근 후 마트에서, 저녁 산책길까지, 전주 시민들은 항상 진보당과 강성희 후보를 만난다”고 했다.

열정과 진심으로만 되는 건 없다. 실력을 입증해야 선택받는다. 유권자 요구를 대변하는 시의적절한 목소리를 내야 정치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쯤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다.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차가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은행은 예금 이자를 낮게 주고 자금을 끌어왔고 대출은 높은 이자를 받고 내줬다. 매 분기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다. 압박을 느낀 정부는 은행 예대 금리차 공시를 의무화했다. 공시 결과, 전주에 본사를 둔 전북은행이 압도적 1위였다.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은행 예대금리차는 1%대였는데, 전북은행은 5%에 육박했다. 진보당 전북도당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금리인하’ 운동에 나선 배경이다. 당시 금리인하운동본부장이 강성희 후보였다. [인터뷰] 강성희 “당장 절실한 민생 대책은 대출금리 인하”

캠프 관계자는 “금리인하 운동은 전주 시민들, 특히 고금리에 시달리던 상인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진보당은 이슈 대응에 집중했다. 가스비 급등으로 인한 난방비 폭탄, 검찰의 야당 표적 수사, 50억 클럽 뇌물 무죄, 최근 일본과 굴욕 외교까지 굵직한 이슈마다 재치 있는 문구의 현수막으로 어필했다. 10년째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유미란(56)씨는 “진보당 현수막은 속이 다 시원하다”고 말했다. 

전권희 진보당 전북도당 정책위원장은 “‘이대론 안 된다. 바꿔야 한다’는 전주 시민들의 의지가 진보당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거는 구도

전주을 재선거는 민주당 이상직 전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민주당은 무공천을 선언했고 민주당 텃밭에서 민주당 후보 없는 선거가 진행 중이다.

후보자는 국민의힘 김경민(기호2), 진보당 강성희(기호4), 무소속 임정엽(기호5), 무소속 김광종(기호6), 무소속 안해욱(기호7), 무소속 김호서(기호8) 등 모두 6명이다.

강성희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후보는 임정엽 전 완주군수다. 임 후보는 청와대 행정관으로서 쌓은 중앙정치 경험, 재선 완주군수로 재직하며 다진 지방행정 노하우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임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진보당 후보가 최근 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세는 임정엽”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미래 비전에 대한 기획력, 실천력을 전주 시민들에게 꾸준히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후보는 민주당 소속이었다. 중앙당이 무공천을 결정되자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에게 ‘철새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민주당은 ‘탈당 후 출마한 후보에게 복당은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캠프 생각은 다르다. 임 후보 캠프 관계자는 “당선으로 전주 민심이 확인된다면, 중앙당에도 인식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임정엽 후보측은 “여전히 대세”라 했지만, 지난 TV토론회에선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를 두고 임정엽·김호서 전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의 협공이 이어졌다. 1위 후보를 견재하는 2,3위 후보의 전형이었다. 임 후보는 “북한이 미사일 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옳다는 것이냐. 잘못됐다는 것이냐. 똑바로 대답하라”고 쏘아붙였고 김 후보는 “노조 시절 범법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냐”고 몰아붙였다. 강성희 후보는 “북한을 적대시하면 한반도의 미래는 없다”고 했고 “내가 십수년 일한 공장에 들어가 파업한 걸 사측이 주거침입이라 고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중의소리와 만난 강성희 후보는 “궁지에 몰리면 색깔론 꺼내고, 반노조로 공격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만큼 강성희 당선이 유력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생을 빨갱이로 몰려 핍박받았던 김대중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정당계 후보가 이렇게 나오는 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상승세에 대해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이 모인 결과다. 전주가 정치개혁 1번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봄이 온다

이튿날(26일 일요일) 아침 9시, 완산구 효자동 2가에 있는 강성희 후보 선본 사무실을 찾았다. 7층짜리 신축 상가 건물 3층에 사무실이 있다. 건물 출입구부터 계단, 엘리베이터까지 사람들이 가득했다. 50평쯤 되어 보이는 사무실 안은 발 디딜 틈 없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진보당 당원들이었다. 캠프 관계자는 “주말을 맞아 1,200명이 자원봉사를 왔다”고 했다. 전주을 내에 더 배치할 곳이 없어 전주갑 지역인 한옥마을까지 청소 자원봉사를 보냈다고 그는 설명했다. 벌써 몇주째 일요일 아침마다 반복된 일이다. 일당 20만원씩만 잡아도 매주 2억4천만원이다. 지역 정가에선 “정부가 돈을 대고 있다”는 헛소문까지 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무엇이 이들을 전주로 모이게 한 것일까. 이들은 왜 이토록 성실하고 헌신적인가.
 

지난 26일 오전, 전주시 완산구 진보당 강성희 후보 사무실에 진보당원들이 모여 있다. ⓒ민중의소리


10년 전 일이다. 새로운 진보정당이 탄생했다. 통합진보당. 민주노동당 이후 갈라졌던 여러 진보 세력과 일부 민주당 개혁 세력이 의기투합했다. 2012년 18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13명을 배출했다. 진보정당 최고 의석이었다. 창당 1년 만에 내홍으로 분당됐다. 이듬해엔 박근혜 정권 국정원의 내란음모 조작으로 누명을 쓴 채 해산됐다.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성공한 진보정당이 3년 만에 분해됐다. 차마 글로 쓸 엄두가 나지 않는, 모진 세월이다. 일요일 아침 전주로 모여든 진보당 당원 대부분이 겪었을 지난 10년이다.

여야가 번갈아 집권했다. 정권교체 운운하지만 그사이 희망은 점점 희미해졌다.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열망은 있었으나 선택지는 없었다. 진보당은 그 선택지가 되고 싶었을 것 같다. 모진 세월을 견디게 한 희망, 그 희망이 매주 이들을 전주로 부르는 것 아닐까. 

이날 저녁, 민중의소리 의뢰로 진행된 또 다른 여론조사(4차)가 공표됐다. 진보당 강성희 후보는 29.1% 지지율을 기록했다. 직전 조사보다 4.8%p 올랐다. 희망은 그만큼 더 커졌을까. 

사무실을 가득 채웠던 자원봉사자들이 배정받은 곳으로 떠나고, 벽면을 가득 채운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강성희 후보 뒤에 분홍 글씨로 적혔다. 

‘봄이 온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강성희 후보 사무실에 걸려 있는 대형 홍보 플래카드 ⓒ민중의소리

 

여론조사 정보

조사 1차)
의뢰자 : 백경오
조사기관 : PNR-(주)피플네트웍스
조사기간 : 2월 10~11일
조사대상 : 전주을 거주 성인 남녀
표본수 : 1003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 1.9%

조사 2차)
의뢰자 : 뉴스1 전북취재본부
조사기관 : 조원씨앤아이
조사기간 : 2월 24~25일
조사대상 : 전주을 거주 성인 남녀
표본수 : 729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3.6%포인트
응답률 : 6.8%

조사 3차)
의뢰자 : 전주MBC
조사기관 : 리얼미터
조사기간 : 3월 19~21일
조사대상 : 전주을 거주 성인 남녀
표본수 : 506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4.4%포인트
응답률 : 2.6%

조사 4차)
의뢰자 : 민중의소리
조사기관 : STI
조사기간 : 3월 24~25일
조사대상 : 전주을 거주 성인 남녀
표본수 : 700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 ±3.7%포인트
응답률 : 1.4%

각 조사별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 참조.

“ 홍민철 기자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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