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일본 채울 거라던 물컵 반이 교과서 왜곡인가”

  • 기자명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3.03.29 07:43
  •  
  •  댓글 0
  •  
  • 경향 “일, 교과서 역사 왜곡 노골화…‘호응’ 커녕 퇴행”

    ‘변죽만 울려’, ‘그 나물에 그 밥’ 언론 비판 이어진 윤 정부 저출산 대책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에 번지는 이상 기류 우려한 언론들

    일본이 역사왜곡이 강화된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켰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검정 통과시킨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는 강제동원에선 ‘강제’가 삭제되고 ‘동원’ ‘징용’에 더해 ‘지원’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모든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도 들어갔다. 29일 주요 진보 언론들은 일본의 역사 왜곡 노골화에 ‘선제적 양보’ 대일외교를 편 윤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 29일 주요 아침신문 1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일본의 과거사 인식 후퇴 흐름을 정부가 방치하고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1면 기사 <일, 교과서 역사 왜곡 노골화…‘호응’ 커녕 퇴행>는 “윤 대통령의 ‘선제적 양보’ 대일외교가 28일 첫 시험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며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가 외교부와 교육부 성명 등을 통해 일본에 항의한 것을 두고도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도 “대통령부터 과거사를 제대로 묻지 않고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줬는데 일본이 들을 리 만무하다. 일본이 채울 거라던 ‘물컵의 나머지 반’이 교과서 왜곡인가”라며 “역사는 부인한다고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피해자 스스로가 기억하고 지키지 않는데 가해자가 책임의식을 가질 리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과거사·영토 문제의 중차대함을 깨닫고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단호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한겨레도 5면 기사 <일, 침략역사 지우기 고착화…‘성의·호응’ 기대 애초 무리>에서 “자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손바닥으로 가리려는 일본의 태도가 가장 명확히 드러난 것은, 윤 정부가 6일 양국 간 최대 현안이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일방적 ‘양보안’을 내놓은 뒤였다”고 지적했다. 사설에서도 “윤 대통령이 일본의 강제동원 피해를 한국이 알아서 배상하기로 하는 등 일본에 ‘백기투항’ 외교를 하고 ‘성의’를 기다렸는데 돌아온 결과”라며 “우리가 알아서 먼저 내어주면, 일본도 호응할 것이라는 기대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 한겨레 그림판 갈무리.

    그러면서 “과거사, 독도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먼저 일본에 명분을 쥐어주며, 일본의 부당한 조처에 대응할 외교 원칙을 허물어뜨려 버렸기에 이번 일본의 교과서 왜곡이 더욱 뼈아프다”면서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관계를 개선했다고 자화자찬해온 것과는 너무나 다른 냉엄한 현실이다. 앞으로도 일본군 위안부·후쿠시마 오염수, ‘초계기 레이더 조사’ 등 한일 현안에서 일본이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고, 한국은 쩔쩔 매는 굴욕외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일본이 뒤통수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며 일본에 섣부른 기대 말고 냉정한 외교를 해야한다고 했다. 사설에서 “앞으로도 일본에선 4월과 7월쯤 역시 독도와 한일 관계에 대해 왜곡된 내용을 담은 외교청서와 방위백서가 나온다.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이런 일본의 일정에 대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는지 의문”이라며 “정상회담 이후 특별한 대책이 없다 보니 일본에서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는 일이 잇달아 나오고 ‘일본이 뒤통수친다’ 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아울러 “일본이 윤 대통령의 통 큰 양보에 감동해서 역사 문제에서 사죄하고, 변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국력이 커진 이후 일본에선 과거 식의 관용이 사라졌다. 일본은 앞으로도 역사 왜곡 교과서를 내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것이다. 이를 전제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면서 냉정하게 국익을 지키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했다. 

    ‘변죽만 울려’, ‘그 나물에 그 밥’ 언론 비판 이어진 윤 정부 저출산 대책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올해 첫 회의를 열고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 방향 및 과제’를 발표했다. 정부가 육아기 재택근무제가 확산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 기업을 지원하고, 2세 미만 영아의 입원비는 무료로 전환하고, 난임시술을 지원하는 정책이 새로 발표됐다. 하지만 29일 대다수 신문들은 윤 정부의 저출생·고령화 대책안을 합계출산율 0.78명의 인구쇼크 속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그간 나온 해법을 진척시켰거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이 없는 정책도 많았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 <출산율 꼴찌에도…‘변죽’만 울린 정부대책>에서 “윤 정부 출범 이후 약 1년 만에 나온 범정부 차원의 저출산(저출생)·고령사회 대책이지만 이전 정부 대책과 별다른 차별점이 없고, 전문인력과 충분한 예산이 투입되지 않아 실질적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2면 기사 <경력단절·독박육아 현실인데…‘성평등’ 문구 아예 사라졌다>에서는 “정작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게 만드는 ‘사회문화적 요소’의 기본 바탕이 되는 ‘성평등’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비전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며 성평등에 대한 비전이 제시되지 않는 저출산 대책은 단순한 ‘출산 장려’ 정책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2면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8면 기사 <있는 육아휴직도 못 쓰는데 육아기 재택·단축근무 가능한가>에서 “육아기 재택·단축근무제 도입과 확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며 “이미 제도가 확입된 육아휴직도 제대로 쓰는 노동자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설에서는 “장시간 노동은 저출생의 원인인데 정부는 청년세대 반발에도 ‘주 69시간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청년 취업 문제는 심각한데 정부 대책은 안 보인다”며 “이 와중에 여당에서는 저출생 대책이라며 애 셋 낳으면 병역을 면제하고 세금을 감면해주는 부자 편익 정책을 검토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민생과 괴리됐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8면 기사 갈무리.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그 나물에 그 밥인 백화점식 정책 나열로는 출산율 0.78의 절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전문가들과 시민에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어제 ‘현장과의 소통’을 주문했다. 정부와 여당은 입버릇처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부의 릴레이 대책 제시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어제 방안은 과감·특단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경우가 7년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임 정부 비판에 힘을 쏟았다. 3면 기사 <7년만에 대통령이 직접 회의 주재…尹 “국가가 육아 책임지겠다”>에 이은 기사 <文, 취임 이후 한번도 저출산 회의 직접 주재 안해>는 “저출산고령사회위 위원장인 대통령이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2015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위원들과 출범식을 겸한 간담회를 한 차례 여는 데 그쳤다”고 했다. 

    ▲ 조선일보 3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3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도 문 정부 비판을 이어갔다. 조선일보는 <7년 만에 대통령이 저출산위 주재, 정부 무관심이 이 지경 만든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대통령이 주재한 것이 무려 7년 만이라고 한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이 회의를 정식 주재한 적은 한 번도 없고 2017년 말 위원회 출범식을 겸한 간담회에 한 차례 참석했을 뿐”이라며 “대통령이 무관심한데 어떤 공무원이 공직 생활을 걸고 문제 해결에 달려들겠나”라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에 번지는 이상 기류 우려한 언론들

    한일 정상회담을 약 일주일 앞둔 지난 10일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사퇴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27일에는 이문희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이 교체됐다. 이에 더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통령 외교·안보라인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9일 아침신문들은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음을 전하며 한일·한미·한미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을 앞둔 시기에 외교라인이 흔들리는 현 상황을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美제안 국빈만찬행사’ 5차례 무응답에 무산될뻔> 에서 해당 소식을 다뤘는데, 기사는 “윤 대통령의 다음 달 국빈 방미 준비 과정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국빈초청 특별 문화 프로그램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의 대응이 지연돼 한때 무산 위기에 처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통령실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 검토 얘기가 나온 배경엔 이 문제를 포함해 외교안보 라인의 실책이 누적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 동아일보 1면 기사 갈무리.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사설에서는 “핵심 인사들 간 알력설, 주무 부처와도 정보 공유를 꺼리는 국가안보실의 비밀주의 등에 대한 지적도 흘러 나오고 있다”며 “외교안보 라인이 흔들릴 경우 국익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고 상대국과의 소통 혼선을 야기할 수도 있다”, “뭐가 문제인지 밝힐 건 밝히는 게 구구한 억측을 막는 길이다. 또 외교 안보 공백이 없도록 조속히 내부 혼란을 추슬러야 한다”고 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안보실 전원이 혼연일체가 돼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핵심 비서관들이 연이어 물러난 데 이어 이제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설까지 돌고 있다”며 “북핵 위협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동맹과 우방 외교에도 빈틈이 없어야 할 안보실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난맥상이 보인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대통령실이 내놓지 않으면서 억측과 괴담으로까지 번지는 지경”, “대통령실 주변과 정치권에선 해외 일정과 관련해 부속실 측과 외교·안보 쪽 실무자 간에 빚어진 마찰이 잇따른 경질 원인 중 하나가 아니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 급기야 내부 암투설도 터져 나왔다”며 “가장 집중적인 외교력이 필요한 시기에 배경도 확인되지 않은 채 갑자기 인사 소식만 전해지니 혼란이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도 사설을 내고 “대통령실은 경위를 시급히 가리고 공개해 불필요한 억측이 퍼지지 않게 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은 뒤숭숭한 외교안보라인 잡음을 속히 해소해 방미·방일 준비에 한 치의 지장이 없도록 기강을 다잡기 바란다. 이와 함께 작년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외교실책 논란에 이어 3·16 한일 정상회담이 여론 다수의 비판을 받는 데 대해 외교라인 전면 쇄신의 필요성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