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강제동원’ 선제적 양보에도…모든 초등 교과서 “독도 일본 땅”
정부, 항의 성명…윤 대통령 ‘반성 촉구’ 없고 대통령실도 입장 안 내
윤석열 대통령의 ‘선제적 양보’ 대일외교가 28일 첫 시험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일본은 역사왜곡이 강화된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키면서 과거사 인식 후퇴 흐름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이 강제동원(징용) 피해 배상 문제에서 선제적 면죄부를 준 뒤 ‘호응을 기대한다’고 해왔지만 메아리는 없었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3월 말쯤 발표되는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의 첫 시험대로 꼽혀왔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도쿄에서 양국 관계 개선을 말했지만 일본 측의 가시적 호응은 추후 과제로 미뤄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를 한국의 ‘셀프 배상’으로 풀기로 한 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이 드러날 기회라는 점에서도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일본 측 호응 방향은 ‘역주행’으로 나타났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검정 통과시킨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는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약화하고 독도를 자국 영토로 기술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강제동원에선 ‘강제’가 삭제되고 ‘동원’ ‘징용’에 더해 ‘지원’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라는 주장도 강해졌다.
선제적 양보 후 일본의 호응을 기다린다고 해온 정부 입장은 무색해졌다. 윤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명시적 사과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두고도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며 반대 여론을 ‘반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정부는 외교부와 교육부 성명 등을 통해 일본에 항의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일본 정부가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온 무리한 주장을 답습한 초등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미래세대 교육에 보다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외교부 청사로 주한 일본대사관 대사 대리인 구마가이 나오키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3·1절부터 한·일 정상회담, 이후 대국민 메시지까지 한·일관계가 핵심 화두였던 이번 달에 윤 대통령이 일본의 진전된 과거사 인식과 반성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낸 경우는 전무했다.
통상 3·1절 기념사에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 대통령들이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며 반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는 이 같은 내용이 빠진 채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표현하는 단락만 들어갔다.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발표문과 ‘대국민 담화’ 성격의 지난 12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도 일본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촉구하는 내용은 없었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 후퇴 흐름을 정부가 방치하고 묵인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이날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에 대해서도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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