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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결산]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3/05/0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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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빈 만찬 당시 모습.  © 대통령실

 

지난 4월 26일(미국 시각)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라는 것을 온 세계에 대놓고 알렸다.

 

첫 번째, 한미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선언 모두 공식적인 국문본이 없다. 

 

이번 정상회담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과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대통령실 누리집에는 모두 ‘비공식 국문 번역’만 있고 ‘공식 국문본’은 없다. 반면 영문본에는 비공식이라는 표현이 없다. 한미정상회담에서 공식 문서를 영문본으로만 채택하고 국문본을 채택하지 않은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지난해 5월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공식 국문본은 없었다. 

 

언어가 다른 국가가 서로 회담한 뒤에는 자국의 언어로 된 합의문을 작성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는 자기 국가의 주권을 지키는 차원의 일이다. 

 

만약 합의서를 둘러싼 논쟁이 생기면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라도 자국어로 된 합의문이 필요하다. 

 

지난 3월 6일부터 10일까지 중국에서 열렸던 이란-사우디 회담 이후 중국, 이란, 사우디는 공동성명을 각각 중국어, 페르시아어, 아랍어로 작성했다. 회담을 주선한 중국의 언어로까지 합의문을 만들었다.

 

혹시 미국은 다른 나라와 회담을 하면 영어로만 합의서를 채택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채택된 북미 공동성명은 각각 ‘조선어’와 영어로 작성됐다. 

 

이렇게 봤을 때 한미정상회담에서 공식 국문본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여겨진다.

 

이런 모습에서 두 가지를 유추할 수 있다.

 

첫째, 공식 국문본을 채택했어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공개된 비공식 국문본은 영어를 직역해서 내용이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 즉 국민에게 공식 국문본을 공개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을 숨기려는 꼼수일 수 있다.

 

둘째, 진짜로 공식 국문본을 채택하지 않고 영어로만 합의서를 채택했을 수 있다. 여기에는 미국은 대한민국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 속국처럼 여긴다는 것이, 윤석열 정권은 미국의 이런 태도를 당연히 받아들인다는 것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두 번째, 워싱턴 선언의 중국 사전 설명 문제이다.

 

윤석열 정권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로 꼽는 것이 워싱턴 선언이다.

 

그런데 워싱턴 선언을 한미 두 정상이 발표하기 전에 미국은 중국에 사전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처지에서 미중 갈등 속에서 워싱턴 선언으로 중국과 또 다른 마찰이 발생할까 미리 설명했을 것이다. 

 

미국 측이 워싱턴 선언을 중국에 사전 설명했다는 보도 이후에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도 중국에 사전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시간 뒤 혼선이 있었다면서 한국은 중국에 사전 설명하지 않았다고 정정했다. 

 

여기서 짚어볼 점은 미국이 중국에 사전 설명하는 것을 한국에 알렸는지, 혹은 논의했는지다. 

 

왜냐하면 두 나라가 준비한 야심 찬 선언을 한쪽 당사국에 알리지 않고 다른 나라에 사전 설명한다는 것은 당사국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외교부의 모습으로 봤을 때 미국은 중국에 사전 설명하는 사실을 한국에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미국이 한국에 알렸다면 한국 외교부는 미국이 한국과 협의하고 중국에 설명했다는 식으로 처음부터 밝혔거나, 한국이 사전 설명을 양해했다는 식으로 답했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미국이 한국을 무시하는 처사를 대놓고 했어도 입도 뻥긋하지 못한 모습이다.

 

세 번째, 미국에 대한 한국의 예속성을 거듭 확인했다.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한다.”

 

이는 워싱턴 선언에 있는 문구로 한국은 미국의 군사력에 지속해서 의존하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예속성을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한 윤석열 정권은 워싱턴 선언을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10월 1일 채택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서문과 6개 항으로 구성됐다.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

 

여기서 ‘허여’는 ‘어떤 자격이나 권한을 허락해 준다’라는 의미이다. 

 

조약 제4조에 따라 대한민국 어디나 미국이 원하면 미군기지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이 우리 영토를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다. 

 

그런데 워싱턴 선언을 이 선언에 비유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윤석열 정권은 대한민국의 주권보다 미국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정권이다.

 

이처럼 한미정상회담은 한국이 미국의 속국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망국적 회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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