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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의 날’ 윤석열 정부의 두얼굴…축하 대신 탄압에 맞선 건설노동자

  •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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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6.1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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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의 날’ 윤석열 정부의 두얼굴

열사 장례 앞둔 건설노조, ‘윤석열 퇴진’ 투쟁 결의 드높여

양회동 열사 장례 일정을 확정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15일 서울 강남 건설회관 앞에 모였다.

6월 18일은 정부가 지정한 ‘건설의 날’이다. 건설인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제정된 날이다. 매년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건설의 날 기념식을 진행한다.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가 산화한 지 45일째 되는 이날(15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건설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건설현장에서 금품수수와 채용강요 등을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정부가 ‘건폭(建暴)’이라고 규정한 건설노조 불법행위를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광국 국제건설 대표이사에게  동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건설 유공자 109명에 게 훈장도 수여했다. 수상자 대부분은 건설사 대표와 간부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지난 3월2일 노동부가 내놓은 ‘온라인 부조리 신고센터 운영 현황’ 중간집계에 따르면, 접수된 301건의 불법·부당행위 신고 중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고가 250건에 달했다.

건설산업 발전을 이끈 주역인 건설노동자가 이날을 축하할 수 없는 이유다. 건설노동자의 날이기도 한 이날, 건설노조는 ‘윤석열 퇴진 투쟁’의 새로운 시작을 선포했다.

▲ ‘양회동 열사 염원 실현! 건설노조 탄압 중단! 윤석열 정권 퇴진! 건설자본 규탄!’ 건설노동자 결의대회 ⓒ뉴시스

기념식장 앞 건설노동자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건설자본의 청원으로 대통령, 국토부 장관이 건설노조 탄압에 앞장섰다.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고도 누구 하나 사과 한마디 없이 ‘건폭몰이’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날 한 총리가 건설노조 투쟁에 또다시 불을 붙였다. 한 총리는 “정부는 건설현장에 법과 원칙을 확고히 정립해 건설노조 등의 불법행위와 부정부패는 반드시 근절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열사를 마석모란공원에 모시는 날, 열사 투쟁의 끝이 아닌 ‘새로운 투쟁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 대회사 하는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기념식 행사장을 가리키며 “건설산업의 주체인 건설노동자를 배제하고, 건설자본과 윤석열 하수인들만이 모여 건설의 날 잔치를 벌이고 있다”면서 “우리 동지를 죽인 저들을 열사 앞에 무릎 꿇게 하자. 열사의 염원,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는 투쟁으로 나가자”고 호소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경찰은 장 위원장에게 열사 장례를 마친 다음 날(22일)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이미 ‘장례 일정을 마치고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는 장 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정권만을 위한 법치주의, 반헌법적인 공권력의 부당함에는 당당하고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고, 국민과 함께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결심도 밝혔다.

ⓒ뉴시스

일본에서 온 건설노동자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고야노 다케시 전일본건설운수연대노조 서기장은 “일본에서도 2018년부터 지난 5년간 전후 최초, 건설연대노조에 대한 거대한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한국 건설노조 탄압 방법과 똑같다”고 입을 뗐다.

그는 “노동조합을 반사회적 조폭집단으로 규정하고, 파업을 벌이면 ‘위력적 업무 방해’로 체포당하고, 건설사 위법 행위를 고발하면 ‘공갈범’으로 취급당한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기업에 찾아가 ‘노조와 만나라’라 요구하면 ‘강요죄’가 되고 있다”면서 “80명 이상이 체포 또는 기소 당하고, 200명 이상의 동료가 공갈범 누명을 써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다케시 서기장은 “양회동 열사의 억울함은 우리 일본 건설노동자들의 분함이기도 하다”면서 열사의 명복을 빌었다.

이에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대하는 굴욕외교, 일본 핵오염수 방류 문제를 대하는 윤석열의 태도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똑똑히 알았다. 일본 보수정권의 노조 탄압을 윤석열 정부가 똑같이 베낀 것”이라고 분개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기념식에 불참했다.

강 수석부위원장은 “국토부 장관이 와야 하는 행사에 원희룡은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부끄러워서 오지 못했는가?” 따져 묻곤, “이제 대화 제안은 없다. 저들 앞엔 투쟁만 있을 뿐”이라고 결의를 높였다.

▲ 왼쪽부터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박명호 건설기업노조 위원장, 최영철 플랜트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

건설노조와 함께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가맹단체인 전국건설기업노조와 전국플랜트건설노조 대표단도 윤석열 퇴진 투쟁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들 역시 고용불안, 임금체불, 불법하도급, 산업재해로 얼룩진 건설현장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따라 노동조합을 결성해 현장을 바꾸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영철 플랜트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공정과 법치를 이야기하는 윤석열을 보고 있자면 기가 차다. 차라리 ‘건설노조 때문에 이익이 적게 난다’고, ‘노예 같은 사람을 부리고 싶다’고 솔직히 말하라”고 쏘아붙이며 건설노조 탄압 중단 투쟁 결의를 밝혔고, 박명호 건설기업노조 위원장도 “노동자 민중을 탄압하면 항쟁으로 나서 승리한 역사였다. 건설노조와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윤택근 수석부위원장도 건설노조 투쟁이 곧 민주노총 투쟁임을 강조했다. 윤 수석부위원장은 “또다시 건설자본에 굴욕적인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내일의 희망이 있는 새로운 삶을 살 것인지 우리가 결정할 때”라며 “내가 양회동이 되고, 민주노총 120만이 양회동이 되어 열사의 염원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세상’을 반드시 이루자”고 격려했다.

한편, 양회동 열사의 장례는 오는 17일부터 5일간 ‘노동시민사회장(葬)’으로 엄수된다.

17일 오후 5시 범시민 추모제를 시작으로 5일장을 치른 뒤 21일 발인할 예정이다. 장지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

ⓒ민플러스

▲ 건설회관 앞, 분노한 건설 노동자들의 상징의식.

▲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대회에 앞서 서울 강남구청역에 모여 건설회관 방향으로 행진했다. 상여를 멘 조합원들 ⓒ뉴시스

ⓒ뉴시스

ⓒ뉴시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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