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의원 슈미트(Eric Schmitt)는 젤렌스키를 미 의회에 보낸 바이든의 처사를 비판했다. 왜 대통령이 직접 의원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고 젤렌스키를 대리인으로 내세우냐는 비판이었다. 존슨 미 하원의장(Mike Johnson) 역시 “젤렌스키는 우리가 계속해서 요청한 명확성과 세부 사항을 제공하지 않았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젤렌스키의 미 의회 ‘설득 방문’은 미 언론으로부터도 치명적인 비판을 받았다. 다음은 미 언론의 보도 일부이다.
▶젤렌스키의 방문을 앞두고 의회의 분위기는 암울했다.(The Independent)
▶미국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몇 달째 감소하고 있으며, 젤렌스키의 방문은 이를 되살리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Time)
▶하원의원들의 반응은 눈에 띄게 싸늘했다.(The New York Times)
▶공화당 상원들은 젤렌스키의 ‘기괴한(grotesque)’ 의회 방문을 비웃었다.(The Huffington Post)
▶바이든은 젤렌스키가 원하는 것, 즉 확고한 약속을 할 수 없다. 이는 바이든이 세계 무대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다는 또 다른 신호이다.(Politico)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눈치 없게도’ THAAD 미사일 방어 시스템, F/A-18 호넷 전투기, 아파치 및 블랙호크 헬리콥터, C-130 허큘리스, C-17 글로브마스터 군용 수송기를 요청했다.
끝내 바이든과 젤렌스키의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지원 계획은 발표되지 못했다.
12월 22일 바이든은 미 의회에서 승인한 2024년 미국 국방수권법안을 공식 서명했다. 바이든 정부는 2024년 8,860억 달러의 국방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중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할당된 액수는 8억 달러이다. 애초 젤렌스키까지 동원하며 미 의회의 승인을 받고자 했던 패키지 법안은 우크라이나에 600억 달러를 지원하는 ‘야심 찬’ 계획이 담겨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바이든의 걱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군 규모가 줄고 있다. 현역 군인의 수가 전년도 139만 명에서 128만 명으로 감소했다. 미국에서 젊은이들의 입대를 유도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 언론은 미군에 대한 신뢰도 하락, 젊은이들 사이의 건강 문제 발생, 수십 년에 걸친 해외 전쟁으로 인한 사기 저하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미군 신뢰도는 2018년 70%에서 현재 약 46%로 하락했다.
질주하는 러시아
나토 사무총장이 인정할 정도로 러시아의 방어선은 견고하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구축해 놓은 방어선은 우크라이나가 이기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12월 22일 독일 통신사 DPA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대는 거대한 지뢰밭, 참호 및 장애물 등 잘 준비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방어선은 침투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왜 실패했는가를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실패로 판명하기 시작한 지난 12월부터 푸틴은 거침없는 외교 행보에 착수했다. 12월 6일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것이다. 지난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외무장관을 보낸 것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행보라 할 수 있다.
푸틴이 이들 국가와 논의한 의제는 지역 안보, 에너지 협력,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등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국방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국제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협력하고 석유와 가스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 언론은 푸틴의 중동 방문을 “강력한 경제력을 지닌 지정학적 지도자이며 평화 중재로서의 러시아의 역할”이 강조된 것으로 평가했다.
푸틴의 중동 방문 이후 이란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 이어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두 나라 정상은 팔레스타인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양국의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푸틴은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중동의 정세 특히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논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중동 지역이 격화되었을 때 러시아가 상당한 역할을 자처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케 한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이란은 지난 8월 브릭스에 가입한 국가이면서 중동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들이다. 따라서 이 세 국가와 푸틴의 연이은 정상회담은 중동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강한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행보는 아프리카 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곡물과 비료를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제공할 예정이다. 푸틴은 지난 7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포럼에서 소말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에리트레아 등 아프리카 6개 나라에 러시아가 운송 비용까지 부담하여 러시아 곡물을 무료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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