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위기
2017년 9월 19일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유엔총회 연설장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맞서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가 무엇을 행각했든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당시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선제공격이나 단독공격을 포함한 모든 군사적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었다. 위기가 고조되자 남북 사이에 대화 접점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12월 남북 정보 당국자들이 비밀리에 회동하여 남북 대화 기류가 형성되었다. 그 결과 2018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법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세 가지 이유
이 ‘법칙’은 2024년 위기 역시 남북 대화 혹은 북미 대화가 재개되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2024년의 상황은 이 ‘법칙’이 만들어졌던 과거와 몇 가지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차이를 보인다.
첫째, 한반도에서 적대하는 세력들 사이에 강대강 군사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50차례가 넘은 한미, 한미일 군사연습을 진행하고, 20차례가 넘은 전략자산(핵공격 무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등 북에 대한 핵공격 연습을 실시했다. 북 역시 한국과 미국에 ‘초강경 대응’하고 있으며, 미국과 한국군을 공격할 수 있는 무장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북은 2018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실패 이후 한미 양국이 제안하는 대화는 ‘시간 끌기용’으로 단정했다.
둘째, 대화 재개를 가능하게 하는 기대 심리가 사라졌다. 과거 위기가 고조되었다고 대화가 시작되는 국면이 열린 것은 ‘비핵화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있었다. 한미 양국은 대화를 통해 북의 비핵화를 ‘유도’ 혹은 ‘압박’할 수 있다는 기대, 북은 비핵화 협상을 통해 한미 양국의 적대 정책을 ‘폐기’ 혹은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비핵화 협상은 종말을 고했다. ‘법칙’이 가능하게 했던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기대 심리는 사라지고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만이 지배하고 있다.
셋째, 북미 양측에서 중재자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대화 분위기를 조성했던 중국 역할론 역시 사라졌다. 과거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제재와 압박, 대화를 통해 북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북과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중 대결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은 중재자 역할에서 벗어나 북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대외정책을 펼치고 있다. 기존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결의안 채택을 반대하는 등 중국은 이미 2019년부터 중재자 역할에서 벗어났다.
이상 세 가지 이유로 위기가 고조되더라도 대화 국면은 열리지 않는다. 따라서 2024년부터 펼쳐지는 한반도 전쟁 위기 정세는 ‘장기성’을 특징으로 한다. 위기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사소한 군사적 충돌이 확전하여 전면전으로 돌입할 수 있는 새로운 위기 국면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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