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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말해주는 것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6/11 08:06
  • 수정일
    2024/06/11 08: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윤, 헌재 판결 입맛대로 해석...헌재도 대북 전단 살포 금지 취지 인정해

“정부가 할 일은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 최소화하는 것”

“대북 확성기 재개? 윤 대통령 지지율 추락·탄핵 위기 탈출 전략”

▲정부가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재살포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한 가운데 10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한국 측 초소에서 군인들이 대북 확성기 관련 군사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2024.06.10. ©뉴시스

지난 9일, 윤석열 정부는 최전방 지역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 하에서 대북 방송을 중단한 지 6년 만이다.

대통령실 산하 국가안보실은 대북 방송 재개에 관해 “북한이 오물 풍선을 다시 살포한 데 대해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남북 간 긴장고조의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측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가 북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이 대남 오물 풍선을 보낸 이면에는 우익 탈북자 단체들이 앞다퉈 대북 전단 수십 만장을 살포한 배경이 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들어 대북 전단 살포는 멈춘 적이 없다. 2022년 7월 6일에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2023년 4월 9일에는 ‘자유화 캠페인(북한 자유화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탈북자들)’이 대북 전단살포를 시행했다. 올해 5월 10일에도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 전단 30만 장과 USB 2천 개를 북으로 쏘아 보냈다.

지난달 28일부터 북이 보냈던 대남 오물 풍선은 이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지연된 대응이었던 셈이다.

본래 9일부로 종료될 예정이었던 북의 풍선 대응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확성기 재개로 인해 다시 연장될 예정이다.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와 회원 13명이 지난 7일 오후 9시께 인천 강화도에서 대북 전단 20만 장을 담은 대형 풍선 10개를 북한 방향으로 날려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겨레얼통일연대 제공) 2024.06.08.

윤, 헌재 판결 입맛대로 해석...헌재도 대북 전단 살포 금지 취지 인정해

한편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빌미로 반공단체들의 대북 전단을 방조해왔다. 헌재가 ‘남북관계발전법’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조항에 위헌판결을 내린 이후 윤석열 정부는 “헌재 결정”과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대북 전단 살포 제지는 커녕 자제를 요청하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헌재는 해당 조항이 “국민의 생명·신체 안전을 보장하고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하는 국가 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경우 살포 금지를 통보할 수 있도록 하면 표현의 자유를 덜 침해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즉 형사처벌을 곧바로 적용하기보다는 유연한 제재 방안을 고려하라는 권고가 헌재 판결의 핵심이었던 것.

따라서 남북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경색된 시점에서, 무분별하게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반공단체들을 제지하지 않은 채 표현의 자유와 헌재 판결을 인용하는 일은 사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단 살포를 사실상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상식적인 정부라면 북의 풍선 대응이 이뤄진 시점에서 뒤늦게나마 반공단체들을 제지하거나 자제를 촉구했어야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9.19 남북군사합의’의 전체 효력 정지를 추진한 데 이어 대북 확성기까지 꺼내들고 나왔다.

이 같은 조치로 인해 남북 간 긴장과 갈등 수위는 한층 더 높아졌고, 접경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확산되는 추세다. 더불어 윤석열 정부의 강경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 탑승하고 있다. 2024.06.10. ©뉴시스

“정부가 할 일은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 최소화하는 것”

강원도 철원군의 한 주민은 “여기는 대북 방송을 틀면 바로 들리는 철책선 바로 아랫마을”이라며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지금껏 조용히 살아왔는데, 대북 방송을 재개한다고 하니 엄청 불안하다”고 밝혔다.

파주시 대성동 마을의 한 주민 역시 “대남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주민들은 소음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으며, 인근의 해마루촌 마을 홍정식 이장도 “주민들 대부분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확성기가 가동되면 대성동마을, 통일촌, 우리 마을은 야간 소음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당분간 잠 못드는 밤을 견뎌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동아일보조차 9일 사설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정치심리전을 넘어 서로 총탄을 주고받는 무력 충돌, 나아가 국지전 같은 유혈 사태로 번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구를 모색하는 냉철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남북 간 위기 관리용 소통 창구를 찾는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라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자중과 신중한 대응을 요청드린다”며 “(대북 방송 재개는)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일”이라 강조했다.

이어 “지금 군에 자식들을 보낸 부모님들은 혹시 이러다 제대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남북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 밝혔다.

“대북 확성기 재개? 윤 대통령 지지율 추락·탄핵 위기 탈출 전략”

한편 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강경 대응이 정치적 위기 탈출 전략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켜 지지율 하락과 탄핵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말이다.

‘다른세상을향한연대’의 전지윤 활동가는 “대다수 탈북자를 대표할 수도 없는 극우 ‘탈북단체’들이 미국 정보당국이 지원하는 돈을 쫓아서 대북전단을 보내 왔지만 이제는 윤석열 정부가 직접 탈북단체들을 뒤에서 독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임하고 감옥가기 싫어서 가자(팔레스타인)에서 전쟁과 학살을 지속하는 네탸냐후와 윤석열은 너무 닮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 부인을 능욕하고 맨날 여성노출 사진과 심지어 노무현-이설주 합성 사진까지 있었던 것으로 악명 높은 게 대북전단”이라며 “이런 저질의 위험한 행태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옹호돼 온 것도 기막힌 일”이라 덧붙였다.

이어 “미국의 바이든 정부와 일본의 기시다 정부도 대중국 봉쇄 강화나 군국주의 재무장이라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서 윤석열의 불장난을 방조할 가능성이 특히 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6일 새벽 경기 포천시에서 대북전단 등이 담긴 대형 애드벌룬을 북한에 띄어 보냈다고 밝혔다. (사진=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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