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세수펑크...모형 오차와 부자감세가 문제
지방교부세 삭감 등 복지재원 반토막
각종 국가기관에서 대출...빚의 굴레에 빠진 정부
대규모 국채발행으로 빚더미에 시장교란까지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첨단기술과 문화로 미래를 디자인하는 광주'를 주제로 열린 스물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9.05.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첨단기술과 문화로 미래를 디자인하는 광주'를 주제로 열린 스물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9.05.

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부자감세 폭주로 세수펑크가 현실화하는 데 우려가 커진다.

정부가 표방하는 건전재정과 정반대로 국가 재정이 점차 빚의 수렁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최근 기재부는 올해 세수가 예산안에 비해 30조원 넘게 결손될 거라 밝히며 세수를 재추계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세수펑크 규모는 32조 원 가량이 된다.

지난해 세수결손이 56조원 상당이었음을 감안하면 윤석열 정부 출범 내내 2년 연속으로 역대 최대규모의 세수펑크가 현실화하는 셈이다.

예고된 세수펑크...모형 오차와 부자감세가 문제

세수펑크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기재부의 세수추계 모형 자체의 한계로 세수예측이 빗나가 예상 세입과 실 세입이 불일치하는 기본적인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불경기나 각종 감세정책으로 인해 세입 총액이 줄어드는 경우다.

윤석열 정부 하 연속 세수펑크는 위 두 요인 모두에 해당하는 만큼 심각성을 더한다.

2023년 세수추계 오차율은 –14.1%(음수)로, 전년도 오차율이 2022년 13.3%(양수)인 만큼 그 후과가 비약적으로 커졌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세입이 예상치보다 많았지만, 윤 정부 들어 경기 전망을 과대추계 하는 잘못된 모형을 썼다는 말이다.

세수펑크가 기정사실이 된 현재로선 24년 추계 오차율 역시 마이너스를 띨 전망이다.

여기 더해 윤 정부는 법인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유예,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등 대규모 부자감세를 성사시켰다. 이에 최소 수십조원 규모의 세수감소가 예고됐다.

이때 줄어든 세수감소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경우 세수펑크가 일어나게 되는 셈.

윤 정부의 세수펑크를 두고 ‘무능과 뻔뻔함이 돋보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교부세 삭감 등 복지재원 반토막

세수펑크가 일단 일어나고 나면, 단순히 세입 재추계를 하여 예산을 조정하는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필수복지지출이 줄어들거나,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출 항목이 줄어 경기후퇴를 유발할 만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24년 정부 예산안은 지난해 초부터 각 중앙부처의 지출계획을 수렴하여 마련된 것으로, 지난한 절차를 거쳐 지난해 말 국회에서 승인된 것이다.

세수펑크가 발생했다는 것은 국회승인을 받아 각 부처가 세워둔 사업들이 그대로 집행이 안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확정된 예산이 불용 처리되고, 정부지출이 전반적으로 줄어든다. 지난해 56조 세수 펑크로 인해 기재부가 지방교부세 23조 원을 일방적으로 삭감한 게 대표적이다.

지방교부세가 삭감되면 지자체의 각종 사업계획이 망가지게 되고, 지자체 단위의 취약계층 복지사업, 노인 일자리 사업, 청년 지원, 농업·농촌 보조금 등이 깎여나간다.

각종 국가기관에서 대출...빚의 굴레에 빠진 정부

그러나 세수펑크로 인해 긴축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연금, 교육, 특성화 산업 지원, 공무원 봉급 등 줄일 수 없는 필수지출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부는 각종 유관기관에 이자 비용을 내며 자금을 빌려오게 된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환율 변동에 대응하고자 적립해 둔 외국환평형기금 중 20조 원을 빌린 데 이어 우체국 보험 적립금 2500억 원을 빌린 바 있으며, 올 상반기엔 한국은행에서 91조 원 가량을 빌려왔다.

이렇게 1년 동안 빌려다 쓴 돈만 117조 원 상당이며, 이는 한국 평균 1년 국가 예산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로써 지출되는 이자만 1500억 원에 달한다.

장기 추세로는 이자 비용을 내는 만큼 각종 복지예산을 비롯한 정부지출은 깎여나가게 되고, 그 빚은 차기 정부에 모조리 이양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국채발행으로 빚더미에 시장교란까지

각종 기관에서 적립금을 끌어다 쓰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에, 대규모 세수펑크를 마주한 정부는 결국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

지난달 27일 기재부가 내년 국고채 발행 계획 물량을 201조3000억원으로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158조4000억원에 그친 올해보다 27% 상당 증액된 규모로(42조8000억원), 역대 최대 규모의 국채 발행이다.

국고채 발행 규모는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 180조5000억원 이후 쭉 감소추세였으나 4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게 된 셈이다.

국채는 곧 국가의 빚을 의미한다. 인프라 확충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있거나 펜데믹 위기와 같은 상황에서는 국채 발행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으나, 현재의 국채 발행 증가는 당장의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해 무지성으로 발행한 맥락이 크다는 게 문제다.

여기 더해 회사채는 대량 공급된 국채와 경쟁하기 위해 금리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게 되고, 기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채권시장 자체가 경직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윤석열 정부의 연속 세수펑크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