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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한 환자 수술 중” 인요한 문자에 공분...“국민은 죽어 가는데”

인요한 국민의힘 의료개혁특위 위원장 “모르는 목사가 전화 와서 부탁, 재미없는 이야기”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3차 본회의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동안 휴대폰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2024.09.05. ⓒ뉴시스

 
의료대란으로 응급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못 받고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인요한 국민의힘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이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급한 수술을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인요한 위원장은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의사와 주고받은 문자를 보다가 카메라에 찍혔다. 문자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인요한 의원 휴대전화 문자

▷ 의사 : 부탁한 환자 지금 지금 수술 중 조금 늦었으면 죽을 뻔 너무 위험해서 수술해도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이야
▶ 인요한 : 감사감사


당장 이날만 해도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 때문에 제때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고 있는데, 이 같은 문자를 현직 의사와 주고받은 게 드러난 것이다. 이날 광주 동구 조선대 재학 중인 20대 대학생은 조선대병원 응급실에서 100m 거리에 있는 곳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곧바로 조선대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다. 조선대 병원도 의료진이 없어 받지 못한다고 한 것이다. 결국 이 학생은 다른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여전히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에도 공사현장에서 추락한 70대 건설노동자가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이 없어 1시간 넘게 ‘응급실 뺑뺑이’를 돌아가 결국 숨진 바 있다.

인 위원장의 문자는 온라인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공분을 샀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는 “국민은 구급차가 영구차가 되는 현실에 치를 떤다”, “국민은 죽어가고, 줄 있는 이들만 살아남는구나”, “새치기”, “부탁할 사람이 없는 환자는 어떻게 하냐, 참담하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관련 기사에는 “이들에게는 의료대란이 아니었던 것”, “청탁 아니냐”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한 의사는 페이스북에 “몸소 우리 (국회)의원 나리들께서는 아파도 친목질로 치료받는데 문제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 ⓒ국민의힘TV 생중계 화면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피해 사례가 생겨나고 있는데도 정부·여당이 왜 남탓과 방관으로 일관해 왔는지 분명하게 드러냈다”면서 “속칭 ‘빽’ 있는 권력자들에게는 의료체계가 붕괴되든 말든, 응급실 기능이 망가지든 말든 상관이 없겠다는 인식을 짧은 문자 메시지 하나에서 다 읽어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페이스북에 “아프시면 119 대신 인요한”이라는 짧은 글로 비판했다. 박지혜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응급실 뺑뺑이가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더니, 이렇게 청탁으로 해결해 왔던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되자, 인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이름도 모르는 어떤 목사가 연락이 왔다. 목사가 ‘그 의사 믿을 만하냐’고 해서 ‘예 굉장히 좋은 의사입니다’라고 했더니, 집도의가 정해져서 수술을 받게 됐는데 좀 부탁할 수 있냐고 해서 전화 한 통 한 것이다. 재미없는 얘기다.” 또 찍힌 사진을 보면 인 위원장은 해당 문자를 삭제하고 있는데, ‘왜 삭제했냐’라는 질문에 “나는 문자 다 보고 삭제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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