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한미동맹이 우리를 구해줄 수 없다”···촛불문화제 열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5/03/17 [22:03]

 

© 김영란 기자

꽃샘추위가 몰아친 17일에도 헌법재판소 근처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촛불이 밝혀졌다.

 

이날 오후 7시 촛불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촛불문화제’에 연인원 3천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함께했다.

 

윤석열 선고 기일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이번 주에 기어이 끝장내자는 의지를 높이며 기세 있게 촛불문화제를 이어갔다.

 

김세동 도봉촛불행동 대표는 여는 발언에서 “국민이 매일 촛불집회로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 안국역부터 경복궁역을 잇는 거리가 시민들로 넘쳐났고, 광화문대로, 총리공관 대로까지 촛불과 응원봉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시급히 내란을 종식하자는 국민의 뜻은 확고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더는 기다릴 것 없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지금 당장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해야 한다”라며 “광장으로 더 많이 결집하여 이번 주에는 헌재에서 파면 선고를 내도록 만들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영란 기자

 

김준형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있었던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 토론에 대해 발언했다.

 

김 의원은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 토론에서 반대 토론을 했다. 국회 역사상 처음이었다. 지금 트럼프 앞에서 한미동맹을 지지하는 것은 (트럼프의) 청구서 금액을 키우는 것”이라며 “한 5표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반대표를 한 분이 17명, 기권을 한 분이 23명, 총 40명이었다. 이는 우리의 싸움이 자주와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해 준 것”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이 우리를 구해줄 수 없다”라며 “우크라이나의 운명에 대해서 참담함을 느낀다. 우크라이나는 외세에 의존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일갈했다.

 

김 의원은 “우리 스스로 지킬 힘이 있어야 하고 평화를 위한 협상, 북한과 협상을 해야 우리나라에 평화가 온다”라고 역설했다.

 

대통령이 내란·외환 혐의로 형을 확정받으면 소속 정당이 정당해산심판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박홍근 민주당 의원도 무대에 올랐다.

 

박 의원은 “윤석열이 파면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다시 내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며 “나치를 경험했던 독일은 위헌 정당 해산에다가 위헌 범죄자의 기본권도 박탈해 나치의 부활을 막고 있다. 우리도 내란세력의 준동과 부활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이 내란·외환으로 파면되거나 형이 확정되면 소속 정당의 해산 심판을 정부가 즉각 청구해야 하고 직후 전국 선거에 공천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이재명도 승복하라고 얘기한다”라며 “그런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무죄 나와도 승복하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진짜 뻔뻔하기 그지없다”라고 일갈했다.

 

▲ 김준형 의원(왼쪽)과 박홍근 의원. © 김영란 기자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있었다.

 

30대 남성은 “전 세계적으로 극우 파시즘이 영역을 넓히고 혐오주의, 이분법적인 사고, 배척, 분열 그리고 나아가 분쟁까지 조장하고 있다”라며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더더욱 극우가 확장하기 좋은 환경의 우리나라가 어떻게 극우와 싸워 이겨냈는지, 세련되고 우아하게 극우세력을 밀어냈는지 우리가 보여주자”라고 말했다.

 

은둔형 외톨이를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한 여성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죄가 없다고 하는 윤석열에게 묻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결국 실패한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죄를 죄로 인지하지 못하고,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국민을 농락하려고 하는 윤석열을 국민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헌재는 당장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는 “윤석열의 구속 취소는 분노할 일이지만 이것은 저들의 민낯을 보여준 계기일 뿐이다. 우리는 윤석열 하나만을 파면하고 처벌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화 투쟁, 민주주의 투쟁은 민족자주를 위한, 친일 청산을 위한, 민중생존권 쟁취를 위한,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을 위한 투쟁의 길을 여는 것”이라고 말한 뒤 자작시 「탈옥」을 낭송했다. (시 전문 기사 하단)

 

▲ 정해랑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일과 후 노래모임 ‘다시부를노래’가 「이 길 가다 보면」, 「파면이 답이다」, 「정의의 밧줄」(「사랑의 밧줄」 개사곡), 「파면해」(「아파트」 개사곡)를 부르자 시민들도 흥겹게 따라 불렀다.

 

촛불문화제를 마칠 즈음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행진 대열이 안국동 오거리를 지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촛불문화제 참가자들도 대열에 합류해서 서울 도심으로 행진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일과 후 노래모임 ‘다시부를노래’의 노래 공연.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이호 작가

 

▲ 비상행동 집회. © 민주노총

 

탈옥

-정해랑

그가 탈옥했다

담을 넘은 것도 아니고

쥐구멍으로 기어 나온 것도 아니고

감옥을 폭파시킨 것도 아니었다

형리들이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보무도 당당하게 제 발로 탈주했다

 

판관의 지엄하신 결정이라고 했다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 이의 절차 없이

풀어주라고 한 검찰관 우두머리의 추상같은 명령이라고 했다

칠십 년이나 적용하던 것을

왜 그에게만 바꾸어 적용하는지

사흘 만에 다시 왜 원래대로 돌아갔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법전은 엿이나 바꿔 먹어라

한 사람만을 위한 법

사흘만 쓰고 다시 둔갑하는 법 적용

그 마누라와 간신들을 위한 법은 쓰레기통에나 처넣어라

괜히 고상한 척하지 말고 솔직히 선포하라

내란수괴를 풀어주어야 너희가 살 것 같다고

차라리 네 죄를 내가 알렷다 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고

 

하지만 우리는 너희와 함께 갈 생각이 추호도 없다

너희들처럼 왕 밑에 살 생각이 없단 말이다

어떻게 세운 민주공화국인데

얼마나 많은 이의 피와 땀으로 이룬 민주주의인데

소처럼 일하고 개처럼 얻어터지며

고문당하다 죽고

최루탄 맞아 죽고

네놈들 배 불리려고

우리 새끼들 굶겨야 하는

차별과 혐오가 넘실거리는

그런 세상으로 다시는 안 갈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를 다시 감옥에 처넣을 것이다

시민의 힘으로 가둘 것이다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그 마누라도 잡아넣을 것이고

그에게 아부하며 그만을 위해 일하다

떡고물이나 얻어먹으려는 간신배들도 모조리 쓸어 넣을 것이다

 

그가 감옥 문을 나왔다

보무도 당당하게 제 발로 걸어 나왔다

주먹까지 불끈 쥐었다

하지만 그것은 탈옥이었다 탈주였다

법비들이 꼼수로 풀어준 것이었다

그를 다시 처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우리를 수거할 것이다

그가 이 땅을 커다란 감옥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우리는 그와 한 하늘 아래 결코 살 수 없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