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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안 남았다” 윤석열 파면 운명의 한 주, 더 뜨거워진 광화문 농성촌

광화문서 밤 지새우는 비상행동 의장단-대학생-시민들, 한목소리로 “신속 파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비상행동 '정당 2천인 긴급시국선언'에서 안국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5.3.17 ⓒ뉴시스

 

헌법재판소(헌재)의 고심이 길어지지만,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단식하는 날이 늘어나고,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는 날이 길어지고, 학교 대신 광장으로 등교하는 날이 많아져도 지친 기색 없이 더 크게 ‘윤석열 파면’을 외쳤다. 17일 광화문 농성장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이다.

이날 찾은 광화문 일대는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이들의 거대한 농성촌이 됐다. 지난 8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과 진보당이 농성장을 설치한 이후,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 원·내외 정당과 노동, 장애, 문화, 대학생 등 각계각층도 천막을 치며 함께했고, 헌재의 탄핵 선고를 기다리며 잠 못 이루는 시민들도 개별적으로 1인용 텐트를 설치해 연대하고 있다.

어느덧 30여개로 늘어난 농성장은 광화문 삼거리부터 경복궁역 사거리까지 400m가량의 거리를 빼곡하게 채웠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광화문 앞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농성 천막이 줄지어 설치돼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이 석방된 직후 단식농성에 돌입한 15명의 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은 이날로 10일째 곡기를 끓고 있다. 그럼에도 농성장의 하루는 바쁘게 흘러간다. 대개 오전 9시께 의장단들이 모여 회의를 한 뒤,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지지 방문을 하는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평일 저녁 7시에 열리는 집회에 참여하는 일정을 쉴 틈 없이 소화하고 있다. 차도 바로 옆에 농성장이 설치돼 있는 데다가 한밤중에도 차량 이동도 많은 곳이라 잠도 편히 자기 힘든 상황이지만, 의장단들은 굳건하게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공동의장단 중 한 명인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이날 민중의소리와 만나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공동의장단 모두 운동을 오래 한 사람들이라 단련도 돼 있고, 기백도 있다”며 웃으며 답했다.

하 의장이 의연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은 “우리는 이길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질 이유가 없다. 그래봤자 며칠 안 남았다”며 “(일각에서는) 파면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헌재가 탄핵이 안 되는 이유를 찾을 수 있겠나. 대다수 국민이 다 알고 있다. 헌재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서 빠르게 선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거리에서 밤 지새우는 대학생·시민들
헌재 향해 한목소리로 “신속 파면” 주문

 
17일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 중인 부산 지역 대학생들. ⓒ민중의소리


공동의장단의 단식에 부산 지역 대학생들도 지난 12일부터 상경해 동참하는 중이다. 지난 15일까지는 7명의 대학생들이 1차로 단식했고, 이후 5명의 대학생들이 단식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미 각 학교가 개강을 했지만, 일부는 휴학을 하고 일부는 재학 중임에도 광화문에서 단식을 함께 하고 있다. 다들 생애 첫 단식이라고 한다.

이들은 1인용 텐트를 치고, 광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주로 농성장에서 진행되는 기자회견에 함께 하거나, 아침과 점심, 저녁마다 시민들에게 집회 참여를 호소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단식에 응원을 보내는 시민들도 많다고 한다. 한 시민은 이들을 꼭 안아주며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농성장에서 만난 부산보건대학교 22학번 서덕관 씨는 “공동행동 의장단 분들이 단식을 하는데, 나도 함께할 수 있는 게 없을까라는 생각에 단식은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며 “많은 분들이 너무 고생한다는 얘기를 해주셔서 정말 힘이 난다”고 말했다.

서 씨 역시 하루빨리 헌재의 파면 선고가 이뤄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했다. 서 씨는 “이번 주에는 파면이 돼서 (부산으로) 내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선고가 늦어지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친구들도 있고, 우리도 일상이 있는데 계속 이렇게 나와 있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빨리 파면 선고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학생들의 동조 단식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날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9일 청년·대학생 1천명의 동조 단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개별적으로 농성에 동참한 시민도 여럿이었다. 윤양한 씨는 매일 광화문으로 나와 농성자들을 격려하고, 저녁에 열리는 집회에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20대 자녀를 둔 윤 씨(65)는 “남태령과 한강진에서의 모습을 보고 우리 아이들이 다시는 이런 투쟁을 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눈물을 많이 흘렸다”라며 “그때는 일을 하고 있을 때라 참가하지 못했는데, 이후부터는 계속 광장에 나오고 있다. 그래야 헌법재판관들도 윤석열 파면을 바라는 시민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북 임실에서 1인용 텐트와 간단한 짐을 챙겨 상경한 시민도 있었다. 윤영인(60) 씨는 전날부터 헌재의 선고가 나올 때까지 광화문에서 밤을 지새울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열 받아서 탄핵당하는 걸 보려고 왔다. 탄핵당하는 날까지 있을 것”이라며 “재작년에 골수 이식을 받아 몸이 좋지는 않지만, 지금의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가만히 보고 있지는 못하겠더라”라고 말했다.

윤 씨 역시 지금의 혼란이 서둘러 끝날 수 있기를 바랐다. 윤 씨는 “경제도 그렇고 비상계엄 이후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한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반목과 갈등만 커지고 있다. 헌재가 빨리 파면을 선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도 광화문 광장에서는 ‘윤석열 파면’을 요구하는 외침이 널리 울려 퍼졌다. 비상행동은 이날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여러 단체와 정당이 참여한 긴급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헌법재판소는 즉각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에는 비상행동과 8개 원내·외 정당, 종교계, 여성·성소수자, 청년, 노동자, 농민, 빈민, 학계, 지역 등 600여개 단체와 8천여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기자회견에 직접 참여한 이들만 1500명에 달했다. 이들은 시국선언을 한 뒤, 헌법재판소 인근까지 행진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비상행동 '정당 2천인 긴급시국선언'에서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5.3.17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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