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미국 타임지 "이재명, 이미 완연한 국가지도자 행보"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다른 기사 보기

  • 정치

  • 입력 2025.05.30 02:15

  • 수정 2025.05.30 07:31

  • 댓글 1

트럼프 '예우'…"미 국익 대변 바람직"

이재명 "나 역시 한국 국익 지켜야"

타임 "보수 분열…이재명 낙승 예상"

"실제로 고난 경험하는 특권 누렸다"

"6월 3일 대한민국 대선의 확실한 선두 주자로서 이재명은 이미 확연한 국가지도자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찰리 캠벨 선임기자는 29일 공개된 인터뷰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한 자신의 인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기사의 제목은 '한국의 조종간을 잡으려는 이재명, 위기와 산적한 도전의 순간을 벗어나도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24년 8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목 왼쪽 부위에 자상으로 인한 흉터가 보인다.

미 타임, 이재명 후보 인터뷰

"완연한 국가지도자"로 평가

캠벨 기자가 이런 인상을 받은 건 지난해 1월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뻔했던 '칼 테러' 사건을 얘기하는 과정에서였다. 목의 흉터를 보여주던 이재명 후보가 불쑥 "하지만 귀를 스친 총알을 견뎌야만 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비하면, 내 상처는 충격이 덜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캠벨은 이 장면을 이 후보가 동맹인 미국의 정상을 '예우'하고 자신은 겸손하게 낮춘 것으로 풀이했다. 작년 7월 미국 대선 유세 도중 총격을 받고 귀가 찢어진 트럼프보다 경동맥을 다쳐 사경을 헤맸던 자신의 상황이 훨씬 더 심각했는데도 말이다.

벌써부터 '한국의 지도자'란 마음가짐을 가지고 '특히 강하다는 말을 듣기 좋아하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때에 대비해 자연스럽게 마음을 얻고자 사전 포석하는 이 후보의 실용적 외교 자세가 몸에 밴 것처럼 느꼈다는 뜻으로 읽혔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도중 총격으로 귀를 다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호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연단을 내려오면서 성조기를 배경으로 지지자를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2024. 07.14 AP 연합뉴스

트럼프 '예우'…"미 국익 대변 바람직"

이재명 "나 역시 한국 국익 지켜야"

캠벨은 "오늘날의 외교에 필요한 게 있다면, 골프 실력, 유세 청중 규모, 또는 죽을뻔했던 경험, 뭐든 간에 얇은 피부의 악명 높은 47대 미국 대통령에게 존경을 표하는 것"이라면서 '힘의 과시'를 즐기는 트럼프와 협상할 때 필요한 '팁'을 알려줬다.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는 트럼프에 대해 "협상과 교섭에서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미국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나는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내 입장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한국 국민의 이익과 더 나은 삶, 한국의 국익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캠벨은 "여론조사에 따르면 진보 성향의 이재명은 가장 가까운 경쟁자인 보수 국민의힘 김문수를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서고 있다. 그 뒤를 개혁신당 이준석 전 국민의힘 의원이 따라가고 있다"면서 "보수표가 분열되면서 이재명이 낙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9일 서울 관악구 관악산 으뜸공원에서 열린 관악ㆍ금천ㆍ동작구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환호하는 시민들을 향해 엄지들 들어 답하고 있다. 2025.5.29 연합뉴스

타임 "보수 분열…이재명 낙승 예상"

이재명 "미국과 합의 도출이 최우선"

그러나 캠벨은 이재명 앞엔 12·3 계엄령 불법 선포로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후 혼란상을 연출하는 대한민국의 안정 회복 임무가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캠벨은 대통령에 당선돼도 "축하할 시간이 많지 않다"라며 △ 침체된 경제 복원 △ 더 호전적인 북한 제압 △ 트럼프의 상호관세 등 심화하는 글로벌 무역 전쟁 대처 등 산적한 과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후보는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과의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우리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모두에게 이익이 될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타임은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7일 대선후보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이 후보는 소위 '흙수저' 그 자체다. 최근 펴낸 책에서 어린 시절을 기록한 대목의 첫 문장을 '나의 어린 시절은 참혹했다'고 쓸 정도로 이 후보는 가난과 불우한 가정환경을 견뎌야 했다. 사진은 1978년 야구 글로브 공장인 '대양실업' 소년공 시절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모습. 2025.4.27 [이재명 후보 측 제공] 연합뉴스

"이재명 견뎠던 역경 비하면

칼 테러조차도 별일 아니다"

또한 캠벨은 "이재명은 또한 심하게 분열된 국가를 치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많은 보수주의자와 심지어 중도주의자도 윤석열의 탄핵 및 범죄 수사가 검찰과 법원, 그리고 국회에 의해 처리된 방식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칼 테러' 흉터는 "한국이 얼마나 끔찍하게 양극화됐는지"를 보여준다고 개탄한 뒤 "그러나 이재명 인생 스토리의 반전 과정에서, 그 칼 테러조차도 그가 견뎌야만 했던 수많은 역경에 비하면 별일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의 입지전으로 이어졌다. 빈농의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매일 왕복 4시간을 걸어 초등학교에 다녔고, 미성년의 나이에 공장에서 일하다가 프레스에 손목이 눌리는 사고를 당했던 얘기로 시작됐다. 캠벨은 "이 부상으로 그는 계속 고통을 겪었으며 장애인으로 지정됐다. 그 괴로움은 아버지의 도박 중독과 결합해 어린 이재명의 자살 시도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캠벨은 이 후보가 검정고시를 통해 법대에 합격하고 졸업 직후 사법 시험을 통과한 사실을 소개한 뒤 "그는 과거의 자신과 같은 착취당하고 소외된 노동자들을 돕고자 인권과 노동권 사건에 뛰어들었고, 나중에 정치에 입문해 성남 시장과 경기도지사로 선출됐다"고 전했다.

 

2004년 3월 25일 성남시의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소속 김상현 의장이 '성남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안'을 상정하지 않고 개회 47초 만에 산회를 선포하자 이재명 당시 '성남시립병원 설립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 공동대표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자신의 X(트위터) 계정에 지난 2014년 3월 30일 올렸던 사진.

"엘리트 정치인과 달리, 실제로

고난을 경험하는 특권 누렸다"

여기서 이재명 후보는 "어려운 삶을 산 건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오직 바깥에서만 바라보는 엘리트 정치인들과 달리, 나는 그것들을 실제로 경험하는 특권을 누렸다"고 말했다. 고난으로 점철된 삶을 '특권'으로 승화시키는 내공이 돋보인 대목이다.

캠벨은 "뿌리 깊은 정치적 적대의 문화를 해결하는 것이 이재명이 평생 겪어온 수많은 난관 중 가장 큰 시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란 세력과 극우 세력을 빼고 합리적 보수까지 끌어안으려는 이 후보의 행보에 "투표가 끝나면 총체적 개혁 없이는 과거의 응어리와 악감정이 돌아올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이것이 통합형 후보의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9일 서울 성동구 메리히어에서 열린 '혁신성장의 씨앗, 스타트업 레벨업!' 간담회에서 소셜 및 스타트업 기업 대표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5.5.29 [공동 취재] 연합뉴스

이에 이재명 후보는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기본적인 가치는 모두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결코 '내가 항상 옳고 너는 항상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만나고,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 후보는 △ 미국의 대중국 봉쇄정책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 북미 정상회담 지지와 한국의 역할 △ 한국의 핵무장 반대 △ 일제 과거사 직시 등 한일 관계 △ 대만 유사시 한국의 지원 여부 등 외교·안보 현안에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4월 16일 발표된 올해의'타임 100'의 지도자 부문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 등 21명과 함께 선정됐다. 당시 선정 이유를 밝히는 글에서 캠벨 기자는 "시장과 도지사를 역임한 이재명은 한국의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에게 졌고, 2년 뒤엔 후 제정신 아닌 비판자에게 칼로 목이 찔렸다"면서 "이렇게 믿기 힘든 이재명의 스토리는 이제 한국 차기 대통령이 되면서 화룡점정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