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넬슨 만델라
1994년 5월10일, 세계의 이목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집중됐다. 76살의 노전사 넬슨 만델라(1918~2013)가 이 나라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 선서를 했다. 백인 지배 집단의 권력과 부의 독점을 수십년 지탱해온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차별) 정책’의 종말, 나아가 모든 인간의 평등과 존엄에 기초한 새로운 국가의 탄생을 선포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앞서 1993년에는 인종주의 철폐와 평화적 통합에 기여한 공로로 백인 정부의 프레데리크 데클레르크 대통령과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만델라는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우다 1962년 수감돼 1990년 석방되기까지 28년이나 감옥에 갇혀서도 불굴의 투쟁을 이어왔다. 만델라는 취임 연설에서 벅찬 기쁨을 함께 나누며 통합과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는 마침내 정치적 해방을 이뤘습니다. 이제 모든 사람을 빈곤과 수탈과 고통과 온갖 차별의 굴레에서 해방시킬 것을 서약합니다. 우리는 완전하고 정의로우며 지속적인 평화를 건설할 것임을 다짐합니다. (…) 우리는 흑인이든 백인이든 모든 국민이 어떤 두려움도 없이 당당히 걸어가는 사회, 양도할 수 없는 인간 존엄이 보장되는 ‘무지개 나라’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 모두에게 정의가 있기를.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우리 모두에게 몸과 마음과 영혼이 스스로를 성취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음을 우리가 깨닫기를. 이 아름다운 나라가 다시는, 절대로, 결코, 서로를 억압하고 세계의 천덕꾸러기로 치욕을 겪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2003년 1월2일, 브라질에선 최초로 노동운동가 출신 대통령 정부가 출범했다. 금속노조 위원장을 지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의 집권은 브라질 헌정사상 최초로 민주적 선거를 통해 좌파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사건이자, 기득권 엘리트 집단이 아닌 민중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준 기념비적 이정표였다.
브라질은 1964년부터 1985년까지 군부 독재를 겪었다. 대선이 국민의 직접 선거로 치러진 것은 1989년부터다. 룰라는 이때부터 대선에 출마해 네번째 도전 끝에 당선했다. 새 정부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았다. 정경 유착과 부패, 극심한 빈부 격차와 사회적 양극화, 높은 실업률과 만연하는 빈곤, 외환 위기와 구제금융 사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였다. 룰라의 취임 연설에는 이런 위기를 극복해 가자는 의지와 호소가 담겼다.
“제가 임기를 마칠 때, 브라질의 모든 국민이 하루 세끼를 먹는다면 제 일생의 과업을 완수한 것일 겁니다. 새 정부의 중심적이고 영속적인 목표는 부패와 싸우고 공공기금 운영의 도덕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부패와 조세 회피와 낭비가 브라질 국민에게서 그들 소유의 자원을 약탈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습니다. (…) 오늘 우리는 브라질 역사의 새 장을 시작합니다. 계급, 인종이나 민족, 성별, 신념에 따른 차별이 없음을 확인하는 고귀하고 자랑스러운 국가로 활동합니다. (…) 오늘은 브라질이 자신을 재발견하는 날입니다. 앞으로 4년 동안 날마다 제가 브라질 국민 각자와 연결돼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신에게 지혜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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