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된 자는 권력의 자동적인 기능을 보장해주는 가시성의 지속적이고 의식적 상태로 이끌려 들어간다. 감시작용에 중단이 있더라도 그 효과는 계속되도록 하며 또한 권력의 완성이 그 행사의 현실성을 점차 약화시켜 가도록 한다."
미셸 푸코가 쓴 <감시와 처벌>에 나오는 글귀다. 푸코는 책에서 근대사회를 '감금사회', '관리사회', '처벌사회', '감시사회'로 규정한다. 근대사회가 신에게서 자유를 획득한 인간중심 사회라고 배웠던 이들에게는 충격이다. 감시와 통제는 장소와 공간를 가리지 않는다. 가정, 학교, 군대, 병원, 공장 그리고 그 정점에 감옥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 가정을 돌아보면 새벽보고 학교 간 아이들은 저녁별 보고 집에 온다. 학교는 잘 짜인 시간표에 따라 하루 종일 '공부! 공부!'를 외친다.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생명을 버린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곳곳에 CCTV가 있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CCTV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CCTV가 나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서 지켜주고 보호한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불안한 어른들은 학교 안에 CCTV를 설치해 아이들을 지켜준다.
푸코는 감시와 통제 정점이 감옥이라고 했지만, 2013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보면 국가 그 자체다. 이명박 정권은 민간인 사찰을 했다. 무엇보다 언론마저 통제 대상으로 삼았다. 국가정보원은 본연의 임무를 뒤로하고 민주선거에 직접 개입해, 여론을 통제하고 조작했다. 이를 "국익"이라고 말한다. 군사이버사령부도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상대 후보인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비방하기에 바빴다. 그런데도 사과보다는 역시 북한을 상대로 한 "심리전"이라고 한다. 당연히 "국가를 위한 임무"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가기관이 저지른 일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다.
미국은 동맹국 정상들 휴대전화를 도청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도 도청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이 시민들 이메일을 도청한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역시 미국 국익을 위해서다. 컴퓨터를 켜는 순간 나의 정보가 미국 정보기관에 흘러들어 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지난 대선에서 부정선거에 개입한 대한민국 국정원과 정보기관이 나를 들여다 보고 있다는 의심도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2013년 대한민국이 거대한 '감옥'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거대한 감옥사회 대한민국을 보면서 '파놉티콘'(Panopticon)이 생각난다. 파놉티콘은 영국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1748~ 1832)이 제안한 '원형 교도소로 "다 본다"는 뜻이다. 감시자는 피감시자를 볼 수 있지만, 피감시자는 감시자를 볼 수 없다.
홍성욱 교수(서울대 자연과학대)는 <파놉티콘-정보사회 정보감옥>(2002년 책세상)에서 "파놉티콘에 수용된 죄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 간수의 시선 때문에 규율을 벗어나는 행동을 못하다가 점차 이 규율을 '내면화'해서 스스로 자신을 감시하게 된다는 것이 벤담의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이명박 정권이 언론을 탄압하고, 비판글에 대해 고소고발하자, 시민들은 '자기검열'을 했다. 많은 누리꾼들은 다음이나 네이버 등 국내 포털 메일이 아니라 지메일을 사용했다. 스스로 자신을 감시하는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벤담이 파놉티콘을 제안한 때가 1791년이다. 222년 전 벤담이 구상한 파놉티콘은 이제 정보감시 곧 정보감옥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정보감시와 정보감옥이 파놉티콘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정보기관을 통해 국민 감시체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성욱은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파놉티콘이라는 원형 건물에 구현된 감시의 원리가 사회 전반으로 스며들면서 규율 사회의 기본 원리인 파놉티시즘panopticism으로 탈바꿈했다고 말한다.
"감시는 보편적이었고, 영구했으며, 포괄적이었고", 이러한 의미에서 파놉티콘은 감시의 원리를 체화한 "자동기계"이다. 자동기계에는 파놉티콘의 컴컴한 감시 공간에서 누구나 간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건축물과 기하학적 구조를 제외하고는 다른 물리적 도구 없이, 파놉티콘은 직접적으로 개개인에 작동하며, 정신에 의한 정신에 대해 권력 행사인 것이다.(23쪽)
특히 푸코는 "누가 권력을 행사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아무렇게나 선택된 누구라도 이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권력자가 마음만 먹으면 시민 어느 누구든 감시할 수 있게 된다. 거대한 통제 사회가 탄생하게 된다. 홍성욱은 이를 '정보 파놉티콘', '전자 파놉티콘'이라고 한다.
홍성욱이 책을 쓴 때가 2002년이니, 11년 전이다.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기관은 정보를 무차별 수집한다. 이명박 정권 때 우리나라 포털을 떠나 이메일 망명을 떠났지만, 미국 정보기관 '국가안보국(NSA)'은 지메일을 도청했다. 감시와 통제를 피할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회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갈수록 그 강도는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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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담의 파놉티콘. A가 죄수의 방이고, F가 간수의 감시공간이다. ⓒ 책세상 |
일반 시민에게 컴퓨터가 거의 실용화되기 전인 1971년 펠리시아 램포트(Felica Lamport)는 '사생활박탈'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록 우리가 아무 기록도 없는 빈칸처럼
알려지지 않았고 무시당한다고 느낄지라도
용기를 내라! 우리의 중대한 자아는
거대한 데이터 뱅크에 보관되고 있으니
우리의 유년시절과 성년시절은
효율적으로 편집되고
우리의 저축과 보증은 모두 영원히 파일화되며
일반적이고 특별한
우리의 취향과 성향,
수입과
정규 활동 과외 활동 모두
이것이 우리의 행복한 상태일지니
우리가 죽을 날까지
하늘에 있는 거대한 컴퓨터에 의해
우리가 낚아채져서 죽는 날까지-<파놉티콘> 재인용,(72쪽)
40년 전 그럼 우리는 국가와 권력이 인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정보 파놉티콘'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말 것인가. 국가가 인민을 감시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인민 스스로 권력을 '역감시'해야 한다. 시민이 나서야만 국가와 권력을 역감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국가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비판글을 쓰면 잡아간다. 이명박정권이 사문화된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을 통해 온라인 글을 탄압했다. 이 조항은 결국 위헌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정권으로서는 손해 본 일이 거의 없다. 써 먹을 만큼 써 먹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역시 사문화된 시행령을 끄집어 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인민은 저항하고, 정보감옥 사회로 만들어가려는 권력의 본능을 제어해야 한다. 그래야 인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다. 홍성욱은 이를 '역파놉티콘'이라고 한다. 언론이 권력을 감시할 수 있지만 홍성욱은 이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의회와 언론이 비대해지면서 이것들이 원래 취지와는 다른 그 자체의 독자적인 논리를 획득하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스스로가 권력화했"기 때문이다. 권력에 아부하는 언론과 언론인들을 지난 6년 동안 많이 봤음을 상기할 때 홍성욱 주장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새누리당이 국가기관 부정선거 개입이 별것 아니라고 반응하는 모습에서도 확인된다. 거듭하는 말이지만, 시민 스스로 나서는 길 밖에 없다.
"시민운동과 다양한 NGO들에 의한 행정 및 사법 권력에 대한 감시, 대기업의 횡포와 통신.인터넷 기업의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감시, 의정과 언론에 대한 감시, 시민운동의 또 다른 권력화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자기 감시, 인터넷과 새로운 미디어의 통제에 대한 반대운동, 정보의 수집을 제한하는 강력한 프라이버시법의 입법화, 그리고 역감시를 위한 정보 공개권의 확보 등이 결합할 때에 역파놉티콘이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이다."(140쪽)
역파놉티콘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가는 분명히 힘이 세다. 국가는 정보를 수집할 능력이 인민과는 비교도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국가는 가진 정보력으로 인민을 더 잘 감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인민 하나 하나가 힘을 합해 권력을 감시하면 역파놉티콘을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국가는 힘이 세다. 인민 개개인은 힘이 약하다. 하지만, 인민 하나하나가 힘을 합하면 힘센 국가의 파놉티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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