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A씨는 원장에게 임금과 퇴직금 수천만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고용노동지청에 원장으로 상대로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했습니다만 원장은 고용노동부 조사에 두달이 넘도록 한차례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원장은 전화로 근로감독관에게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인 만큼 고용노동부 진정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항변했다고 합니다.
A씨는 자신이 원장의 지휘 감독 아래서 월급을 목적으로 일해온 근로자임을 충실히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담당 근로감독관은 고용노동지청 대면 조사에 한차례도 응하지 않은 원장의 주장을 이유로, '양 당사자의 주장이 엇갈린다'라며 A씨의 임금체불 피해를 곧바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가까스로 원장의 조사 일정이 잡혔지만, 사건은 이미 7월 초로 연기되었습니다.
근로감독관은 당사자의 주장이 엇갈려 사건이 늦어질 수 있으니,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을 도모해 보라고 권고했다고 합니다. A씨는 변호사 선임에 드는 비용이며 복잡한 절차를 생각하면 막막해집니다. 3월 말에 제기한 임금체불 진정이 한여름이 될 때까지 진척이 없습니다. 고용관계에서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의 노동 행정이 왜 이리 더딜까? A씨는 답답합니다.
윤석열 정권 3년 동안 민주주의만 무너진 것은 아닙니다. 노동자들의 기본적 권리도 훼손됐습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받지 못한 임금체불 피해액이 윤석열 정부 들어 연속으로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2023년부터 연간 임금체불액은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고용노동부의 연도별 임금체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는 1조 5830억 원, 2021년에는 1조 3505억 원, 2022년에는 1조 3472억 원으로 감소하던 임금체불 피해액이 갑자기 2023년에는 1조 7845원으로 치솟더니, 2024년에는 최초로 2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해야 할 노동 행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임금체불 피해액은 그냥 자연적으로 증가하지 않습니다. 사업주의 임금체불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새롭게 탄생한 이재명 정부는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인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노동 행정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어찌 보면 가장 시급한 민생과제이기도 합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모두 노동자의 임금체불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대지급금의 한도를 높이는 것을 공약했습니다. '대지급금'이란 기업이 도산하는 등 임금 지급 능력이 없는 경우 임금을 체불당한 노동자에게 정부의 임금 채권 보장 기금으로 사용자를 대신해 체불임금액을 지급하고, 이를 나중에 사용자를 상대로 받아내는 제도입니다.
현재 퇴직 전 3개월의 임금과 3년 치 퇴직금을 기준으로 도산 대지급금의 한도는 2100만 원이고 재직 중 신청할 수 있는 간이 대지급금은 1000만 원입니다. 해당 금액 내에서 임금을 체불 당한 피해 노동자에게는 임금체불 피해 복구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상담을 하다 보면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피해 노동자들 다수는 대지급금의 한도를 넘어서 장기간의 임금체불에 시달립니다. 한두 달을 넘어 길게는 수십 개월의 임금을 받지 못해 퇴직할 시점에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피해가 커지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양당 대선 후보의 임금체불 공약, 좋지만 충분하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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