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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극복방안은 남북공동 위성발사

 

나로호 극복방안은 남북공동 위성발사
<연재> 곽동기의 통일경제 (9)
 
 
2012년 10월 29일 (월) 07:57:32 곽동기 dkkwak76@naver.com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목차

1. 경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 세계자원전쟁, 남북협력으로 극복하자
3. 에너지 위기 돌파할 서해유전협력
4. 식량주권 시대, 이제는 통일농업이다
5. 민족 공동 번영의 토대를 마련할 SOC 경협
6. 통일의 열차 경의선
7. 대륙경제시대를 여는 남북물류 혁명

8. 한국경제 돌파구를 여는 개성공단
9. 나로호 극복방안은 남북공동 위성발사

10. 정체된 조선업, 남북협력으로 돌파
11. 재벌에 맞설 중소기업의 필살기

12. 눈앞에 펼쳐질 통일 관광대국
13. 새롭게 주목할 북한경제특구

14. 경제회생의 보검 6.15/10.4 선언

 

나로호 극복방안은 남북공동 위성발사

나로우주센터가 세 번째 인공위성 발사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2009년 8월과 2010년 6월의 실패에 이은 세 번째 도전이다.

그러나 도전은 쉽지 않다. 10월 26일, 인공위성을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발사를 5시간 앞두고 기체결함이 발견되어 발사대에서 다시 내려진 뒤 수리에 들어갔다. 러시아에서 들여온 1단 로켓의 고무링이 파손되었다고 한다. 나로호는 발사체 대부분을 차지하는 1단 로켓을 러시아에서 들여왔기 때문에 러시아에서 공수해 온 1단 로켓과 국내제작한 2단 킥모터를 결합하는 공정을 거쳐야 한다.

러시아 기술진은 발사대와 연결된 1단 로켓에서 헬륨가스를 아무리 주입해도 적정압력(220기압)에 이르지 않자 문제 점검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 결과 고무 '실'(Seal) 부분에서 헬륨가스가 새고 있는 것을 발견했으며 육안으로 검정색 고무링이 터져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나로호는 오전 11시부터 발사대에서 분리하는 작업을 시작해 오후 늦게 나로호를 1.8㎞ 떨어진 발사체 종합조립동(AC)으로 옮겨져 수리에 들어갔다. 아무리 빨라도 10월 31일에나 발사가 가능한 상황으로 되어버렸다. 나로호 3차 발사 성공 가능성이 확연히 줄어들고 말았다.

발사연기의 원인은 o-ring 파손

나로호 발사를 연기시킨 주범은 흔히 o-ring이라고 부르는 검은색 고무링이다. 일반적으로 가압 또는 진공장비는 장비의 이음매에서 가스가 누출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장비의 모든 이음매마다 고무링을 삽입해 틈새를 밀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 사용하는 동그란 고무링을 o-ring이라고 부른다.
 

   
▲ <그림 1>o-ring 나로호 발사준비 시 터져나간 고무링은 이와 같은 o-ring 이다.

물론 헬륨가스는 반응성이 없으므로 o-ring을 사용할 수 있지만 o-ring은 한마디로 말해 합성고무로 만든 링이다. 고무로 만든 링은 점화시 온도가 급상승하는 등 급격한 온도변화 시 내구성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장비의 밀봉시에는 o-ring이 아니라 구리 가스켓을 비롯한 금속 가스켓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속을 부식시킬만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테프론 o-ring이나 화학처리된 o-ring을 사용하기도 한다.

o-ring을 사용하는 진공 또는 가압 장비에서 가스가 새어나오거나 유입되는 현상을 leakage, leak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통상적인 leak은 매우 미세하게 가스가 누출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나로호 발사처럼 220기압 정도의 압력까지 가압하는 장비에서 통용되는 leak은 대체로 가스 주입 후 수 시간은 지나야 확인될만큼의 작은 규모이다. 물론 불과 몇 분만 정상작동하면 되는 로켓의 특성상 반응성 없는 헬륨가스의 미세한 누출은 덮어두고 발사했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이번 나로호의 사고는 일반적으로 통용하는 leak의 범위를 한참이나 벗어난다는 데 있다. 아무리 헬륨가스를 주입해도 압력이 오르지 않는다는 러시아 기술진들의 말이나 육안으로 보아도 고무링이 터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내용을 볼 때 이 정도면 진공, 가압장비에서 흔히 말하는 단순한 leak이 아니라 한마디로 “피익”하는 소리를 내며 줄줄 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야말로 대형사고이다.

헬륨가스를 주입하는 220기압이 대단히 높은 기압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통용되는 가스봄베도 대체로 400기압까지 가압할 수 있다. 조광래 항우연 나로호사업추진단장은 "사소한 문제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지는 뜯어 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나로호의 착시현상에서 벗어나자

나로호 발사는 원래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2단으로 구성된 나로호의 추진체에 해당하는 1단 로켓은 길이 25.8m, 지름 2.9m, 무게만 130톤에 달한다. 발사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단계 부분이 러시아에서 조립된 러시아산이라 사실상 수입로켓이다.

   
▲ <그림 2> 나로호 착시현상에서 벗어나자. 총길이 33m, 총중량 140톤인 나로호 가운데 국산부분은 위 사진에 나오는 고체연료방식의 킥모터와 인공위성 부분에 불과하다.

러시아가 관련기술 이전에 매우 소극적이라 한국정부가 애초에 내세웠던 우주발사체 관련기술 확보에도 상당한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박태학 발사체 사업단장은 2011년 10월 2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로호에서 보듯 이제는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고 해도 우주 발사체(로켓) 기술을 넘겨줄 나라는 없다"며 "우리 힘으로 만드는 길뿐"이라고 말했다. 단장이 직접 나로호 발사를 통한 러시아로부터의 기술이전이 실패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른바 한국형 우주발사체 개발계획에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기술이전이 여의치 않았는데 애초의 개발계획을 달성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정부는 차후 2021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맨 꼭대기에 1.5톤급 위성을 싣고 우주로 올라가는 ‘한국형발사체(KSLV-II)’를 제작해 발사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이 한국형발사체의 무게는 총 200톤이며, 엔진은 항우연이 독자 개발하는 1단 로켓용 75톤급 액체엔진이 쓰인다고 한다. KSLV-II는 1단에 75톤급 액체엔진 4기를 병렬로 묶어 총추력 300톤을 내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그런데 발사체 최상단에 적용될 7톤급 액체 추진체 로켓도 2015년에야 개발종료될 계획이며 75톤급 엔진을 개발하고 발사시험을 하는 것은 2019년까지로 계획되어 있다고 밝혔다. 정상적으로 진행되더라도 앞으로 3년은 지나야 겨우 7톤급 액체추진 로켓기술을 습득한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6년 내인 2021년까지 75톤 엔진 4개를 장착해 도합 300톤 추력의 추진체를 개발해야 하는데 일정이 빠듯한 것이다. KAIST 권세진 교수는 10월 24일 문화일보 기고문에서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은 총 3단계 11년의 계획으로 추진되며 약 1조5000억 원의 개발비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세진 교수는 “이러한 야심적인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될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고 언급하였다.

그리고 한국이 자력으로 우주로켓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도 현저히 낮다. 권세진 교수는 현재 한국에는 로켓 엔진의 연소시험을 할 수 있는 시설도 없다고 꼬집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선 이러한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러시아로부터 기술이전에 실패한 상황에서 독자적인 로켓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박태학 발사단장은 사실상 외국과의 기술협력과 재벌기업에 의존하는 방안밖에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박 단장은 인터뷰에서 "세상에 100% 독자개발은 세상 어디에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 작은 부품 하나 때문에 국내에 공장 만들면 망한다. 엔진이나 연소시험시설처럼 돈 줘도 주지 않는 것만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고 하며 “한국형 발사체 프로젝트”도 사실상 외국의존방식임을 시인하였다. 러시아가 기술이전에 인색했으니 이제는 우크라이나 유즈노에(무궁화위성 발사체인 제니트와 아리랑5호 발사체인 드네프르 개발사)와 기술 도입을 위해 집중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 발사체 개발단장의 발언이었다.

남북협력으로 우주발사체 개발의 획기적 전환

국내 로켓 기술이 이렇게 막혀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모색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남북의 기술을 한데 모아 우주발사체 개발을 앞당기는 방안이다.

북한은 평안북도 동창리에 로켓발사기지를 건설하였으며 은하 2호와 3호를 발사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은하 2호, 3호는 북한이 자력으로 개발한 로켓이다. 그들은 로켓연소실험을 비롯한 다양한 실험을 자체적인 설비를 갖추고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남북이 서로 두 개의 우주발사기지를 세워놓고 중복투자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2012년에 발사한 북한의 은하 3호도 궤도진입에는 실패해 추가적인 기술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액체추진 로켓을 발사는커녕 설계도 못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한 이상의 뛰어난 공동사업 대상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나로호 개발 사업비는 나로우주센터를 제외하면 모두 5025억원. 정부는 이 중 절반인 2억 달러(약 2500억 원)를 1단 로켓을 들여오기 위해 러시아 흐루니체프사에 지불했다. 지난 두 차례의 발사 시 불타 없어진 과학기술위성2호 개발비로 쓴 돈만 136억5000만 원이다.

무려 2500억원을 러시아에 송금하며 나로호를 수입했지만, 기술이전 효과는 미미하였다.

차라리 남북이 협력으로 로켓발사체를 공동 개발한다면 어떨까? 북한의 발사체 기술이라면 한국형 발사체는 2021년이 아니라 당장 2013년이면 가능할 수 있다. 한국의 앞선 인공위성 제작기술과 북한의 로켓기술이 만나면 한국은 바야흐로 순식간에 우주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눈앞의 탄탄대로를 두고 구태여 러시아로, 우크라이나로 빙빙 돌며 수천억원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현 정부가 한사코 대북대결정책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정권에서 남북간 우주개발협력이 실현된다면, 최소한 우리 인공위성을 북한이 발사해 준다면, 남북의 국력은 비상히 높아질 것이며 그야말로 세계 속의 강한 한반도 시대를 펼쳐갈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해본다.

 

(최근 나로호 발사 예정과 연기를 계기로 ‘11. 우주강국 통일코리아’를 ‘9. 나로호 극복방안은 남북공동 위성발사’와 순서를 바꿨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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