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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구속됐지만…'한덕수 기각' 판사, 이종섭 또 기각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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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10.24 06:55

  • 수정 2025.10.2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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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하나님의 사랑과 가호' 끝까지 기만책

휴대폰 비번 20자리 '기적적 발견' 되려 자충수

이정재 판사,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영장 발부

다만 공범 관계 해병대 최진규 중령 영장 기각

정재욱 판사는 '수사 외압' 5명 모조리 기각해

'정점' 윤석열과 핵심 연결 고리 끊겨 특검 타격

앞서 한덕수 영장도 "법적 평가 다툴 여지" 기각

반면 이진관 판사는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추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연합뉴스

채 해병 순직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결국 구속됐다. 2023년 7월 19일 채수근 상병이 무리한 수중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지 2년 3개월 만이다. 임 전 사단장은 그간 숱한 거짓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고, 막판엔 구속 위기가 닥치자 2년 동안 기억이 안 난다던 휴대전화 비밀번호 20자리를 '기적적으로 발견'해 특검에 제출했다면서 '하나님의 사랑과 가호'를 느꼈다고 끝까지 기만책을 짜냈다. 그러나 특검이 오히려 그 사실까지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 포함시킴으로써 스스로 증거인멸의 무덤을 판 셈이 됐다.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3시부터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24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지난 7월 출범한 순직 해병 특별검사팀이 피의자 신병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수몰 실종자 수색 작전 중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바둑판식 수색'을 비롯한 무리한 수중 수색을 지시해 채 해병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다른 해병대원들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고 있다. 또 당시 작전통제권이 육군으로 이관된 상태였음에도 상급 부대장으로서 지원하는 정도를 넘어 구체적인 수색 지시를 내리는 등 임의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한 혐의(군형법 제47조 명령 위반)도 있다.

다만 이 부장판사는 임 전 사단장과 같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23일 오후 6시 50분부터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최진규 전 해병대 1사단 포11대대장(중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고, 관련 증거도 관련자 진술 및 휴대전화 압수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수집돼 있어 현 상태에서 피의자가 객관적 사실과 관련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또 "최 중령이 조사에 불응한 적이 없고, 주거가 일정하며, 직업 및 부양할 가족 관계 등을 살필 때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종합했을 때 구속해야 할 이유 내지 그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10.23. 연합뉴스

앞서 이명현 특별검사가 이끄는 순직 해병 특검팀은 지난 21일 임 전 사단장과 최 중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중령에겐 채 해병 실종 당시 현장 수색 작전을 지휘하면서 허리까지 입수해 수색하라고 지시한 혐의가 적용됐다. 최 중령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사건 당시 작전 지휘권자가 누구였냐"는 이 부장판사의 물음에 "실질적으로 임성근 사단장인 것 같다"고 답했다.

최 중령의 진술은 임 전 사단장의 그간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2023년 7월 경북 예천 수해복구 작전 당시 합동참모본부와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단편명령에 따라 작전통제권은 육군 제50사단장에게 있었다. 임 전 사단장은 작전통제권이 없어 수색 작전에 대해 그 어떤 지시를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고, 실제 지시를 한 바 없다고 항변해 왔다. 하지만 수해 복구 및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된 현장 지휘관인 최 중령은 작전통제권이 없는 임 전 사단장이 직접 현장을 지도하는 등 권한 없는 지시를 했다고 인식한 것이다.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순직 이후 불거진 윤석열 정부의 수사 외압 사건과 직결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박정훈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서 주요 혐의자로 적시됐다가 이른바 'VIP 격노' 이후 제외됐고, 이어진 경북경찰청의 수사에서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송치 결정됐다. 특검팀은 윤석열을 정점으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이 조직적으로 해병대 수사단 및 경찰에 외압을 가한 정황을 다수 확인하고 관련 수사를 확대해왔다.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5.10.23. 연합뉴스

그러나 이날 수사 외압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조리 기각되면서 윤석열의 혐의를 확정하는 데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3 비상계엄 이후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으로 의심되는 소위 '수원지법 출신 3인방' 영장전담 판사들이 한덕수 전 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구속영장을 상식 밖의 이유로 기각하는 등 결과적으로 윤석열과의 주요 연결 고리를 끊어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0시 10분부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24일 새벽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부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되나 주요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고,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책임 유무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며 "장기간에 걸쳐 진행한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한 증거가 수집된 점, 수사 진행 경과, 수사 및 심문 절차에서의 출석 상황과 진술 태도, 방어권 보장 및 불구속 수사 원칙까지 고려할 때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2023.9.1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앞서 특검팀은 지난 20일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6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채 상병 순직 당시 국방 업무를 총괄하며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기록이 경찰에 이첩되지 않도록 적극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박정훈 대령에 대한 보직 해임과 항명 혐의 수사, 국방부 조사본부로의 사건 이관, 조사본부에 대한 결과 축소 압력 등 일련의 과정에도 주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구속한 뒤 이를 동력으로 삼아 '수사 외압 사건의 종착역'인 윤석열을 정조준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으며 수사 일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저인망식의 광범위하고 치밀한 수사 끝에 임 전 사단장 신병을 확보하는 개가를 올렸음에도 예상치 못한 법원의 무더기 기각 결정으로 빛이 바랜 형국이다. 이 전 장관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순직 해병 특검팀의 대응이 주목된다.

정재욱 부장판사는 지난 8월 27일 내란 방조 및 위증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 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정 부장판사는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한 전 총리 사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이진관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3차 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까지 추가하도록 공소장을 변경하라고 특검팀에 직접 요구했다. 내란 중요임무종사로 유죄가 인정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를 나와 차량에 탑승해 있다. 2025.8.2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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