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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공화국 한국…가계 비금융자산 주요국 중 최고

이태경 편집위원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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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5.12.09 05:45

  • 수정 2025.12.0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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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계 비금융자산 64.5%…미·일의 2배

한경연 보고서 "가계자산의 70%는 부동산"

과세체계 개편·장기 투자 유도 등 정책 필요

가계자산구성 바꾸려면 부동산 안정시켜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주한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자산 중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무려 64.5%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32%에 불과해 우리나라의 절반에 불과했고, 일본도 미국과 비슷했다. 얼마전 발표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7할에 이른다. 이쯤되면 우리나라를 부동산공화국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과세체계 개편 등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부동산 시장을 하향 안정화시키는 일이다.

한국,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 주요국 가운데 압도적으로 높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에게 의뢰한 '주요국 가계 자산 구성 비교 및 정책과제' 연구용역 보고서가 8일 발표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비금융자산(부동산 등) 비중은 64.5%로 한국·미국·일본·영국 4개국 가운데 단연 가장 높았다. 미국은 32%, 일본(2023년 기준)은 36.4%, 영국은 51.6%였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한국은 금융자산 내에서도 현금성 자산의 편중이 두드러졌다.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 가운데 현금·예금은 2020년 43.4%에서 지난해 46.3%로 높아졌지만 증권, 채권, 파생금융상품 등 투자 관련 자산 비중은 25.1%에서 24%로 줄어들었다.

미국은 최근 5년(2020∼2024년) 조사 대상 주요국 중 가계 자산에서 금융자산의 비중이 가장 높고, 금융자산 내 금융투자상품 비중도 2020년 51.4%에서 지난해 56.1%로 증가해 투자 중심의 자산 구조가 지속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자산시장 호황 등으로 가계의 금융투자가 더욱 활성화된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일본은 현금·예금 중심의 금융자산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금융자산 내 금융투자상품 비중이 2020년 15.2%에서 지난해 20.9%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영국은 최근 5년 사적연금 중심의 금융자산 구조를 유지하면서 금융자산 내 보험·연금의 비중이 지난해 46.2%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금융자산 내 금융투자상품의 비중은 2020년 14.3%에서 지난해 17.3%로 높아졌다.

 

한국.주요국 가계 자산 구성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가계자산 비중 더 올라가

더욱 놀랍게도 우리나라 가계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

는 비중은 70%를 넘는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4일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 6678만 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자산증감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금융자산(비중 24.2%)은 1억 369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3% 늘었다. 부동산이 대부분(비중 71.1%)을 차지하는 실물자산은 4억 2988만원으로 1년 전보다 5.8% 증가했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은 1년 전에는 가계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5%였다. 1년새 0.6%포인트가 증가했다.

이쯤되면 명실상부한 부동산공화국이다.

 

10·15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특히 한강벨트 일대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포, 성동, 광진, 동작, 강동구 등 한강벨트 지역의 거래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날 서울 성동구 아파트 단지. 2025.12.7. 연합뉴스

금융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들

한경협의 '주요국 가계 자산 구성 비교 및 정책과제' 보고서는 국내에서 두드러지는 비금융자산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금융투자를 활성화해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소득 과세체계 개편 ▲장기투자 유도 ▲금융교육 강화를 제안했다.

우선 복잡한 구조와 다층 세율로 운영되는 현행 배당소득세 및 양도소득세의 세율을 단순화하는 방식의 과세체계 개편 개편을 제시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자·배당소득과 주식 양도차익을 포괄하는 금융소득에 대한 단일세율 분리과세를 도입을 주장했다. 아울러 장기투자 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2015년 이후 가입이 제한된 소득공제 장기펀드를 재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나아가 내년 고등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도입이 예정된 금융교육의 대상을 초등학생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금융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금융사기 노출 위험이 높다는 점을 들어 사기 예방 교육 및 피해 대응 방법과 기초적인 금융투자 방법을 아우르는 체계적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2021.9.27. 연합뉴스

가계자산 구성 대대적으로 바꾸려면 부동산 시장을 잡아야

금융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소득 과계체계 개편 등의 유인도 필요하다. 하지만 부동산에 극단적으로 편중된 가계자산 구성을 바꿔 금융자산의 비중을 훨씬 높이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하향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가계가 필사적으로 부동산에 골몰하는 건 부동산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부동산이 다른 자산에 비해 기대수익률이 높고 하방경직성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따라서 미신처럼 자리잡은 이 생각을 타파하지 않으면 가계자산의 대대적인 구성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답은 정해져 있다.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더 죄고, '한강벨트' 등을 정조준해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하며, 서울 국공유지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대대적으로 공급하고, 천도 수준의 국토균형발전 전략을 동시에 실행해야 한다.

가계자산 구성의 획기적인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에게 필요한 건 용기와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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