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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칼럼] 어느새 사라진 ‘중국의 대만 침공설’

전우용 역사학자

histopi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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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단에 춤추는 것이 현명한 일일까

미국이 이란 침공하자 '반중 담론'은 잠잠해져

지금이 '대만 침공' 적기인데 아무도 걱정 안해

재래언론도 '대만 침공설' 안믿었다는 고백일까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렸던 후보자간 TV 토론회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최근 중국 대만 사이의 분쟁에 관여 말고 모두 ‘셰셰’하면 된다고 했는데, 너무 친중국적 아니냐?”고 물었다. 이재명 후보가 “국익 중심으로 판단해야 하고 양측 분쟁에 깊이 관여할 필요 없다”고 답하자 그는 다시 “양안 분쟁 발생시 개입하겠다는 거냐, 안 하겠다는 거냐?”고 다그치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후보가 민감하고 유동적인 외교사안에 대해 ‘명백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그는 세간의 중국 혐오정서를 정치적으로 동원하기 위해 ‘외교적 금기’까지 무시했다.

이로부터 2년 전인 2023년 4월 19일, 당시 대통령 윤석열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면서 ‘대만 문제는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국제적 문제’라며, ‘무력에 의한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장은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이라는 ‘비외교적 수사법’으로 대응했고, 한중 관계는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2025년 11월 일본 신임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가 중의원에서 ‘대만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연설했을 때에도, 중국은 타협의 여지를 두지 않았다.

북한 대신 극우세력의 주적이 된 중국

지난 몇 년 사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동북아시아 군사·외교의 핵심 의제가 되었다. 그에 비례하여 ‘북한의 남침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줄어들었다. 담론의 영역에서 보자면, 최근의 한국인들은 ‘북한의 남침’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윤석열 일당이 전쟁을 유발하려 별짓을 다했음에도 북한이 반응하지 않았던 것, 북한 스스로 남북관계를 ‘적대적 2국가 체제’로 규정하고 통일 포기를 선언한 것 등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렇더라도 한국 극우세력의 담론 변화는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아직도 거리 곳곳에는 중국이 한국의 ‘부정선거’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무수히 걸려 있고, 중국인과 재중동포가 많이 사는 지역에서는 한동안 ‘혐중시위’가 일상적이었다. 한국에서 극우세력은 물론 자칭 ‘보수세력’ 일부도 ‘주적(主敵)’을 북한에서 중국으로 변경한 듯하다.

 

극우단체가 19일 오후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반중 집회를 벌이고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명동거리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있다. 2025.9.19. 연합뉴스

1997년, 중국은 아편전쟁 패배로 영국에 할양했던 홍콩에 대한 영토주권을 150년만에 수복했다. 중국 정부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표방하면서도 ‘홍콩의 중국화’를 은밀하고도 강력하게 추진했다. 중국 본토인들이 홍콩으로 밀려 들어갔고, 홍콩 주민들이 누리던 민주적 권리는 축소되었다. 홍콩 주민들은 시위와 탈주로 이에 대처했다. 미국으로 이주한 원 홍콩 주민 일부는 중국의 부상(浮上)에 불안을 느끼는 미국 내 정치세력과 연대하여 반중국 운동을 벌였다. 제국주의 침략으로 빼앗겼던 영토의 전면 수복을 국가적 과제로 내세운 중국의 다음 목표가 ‘대만 흡수’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당연히 미국 내 반중국 운동의 핵심 의제도 ‘대만 보호’가 되었다. 물론 중국의 미국 선거 개입설 등 극우 세력의 황당한 주장들도 반중국 담론의 한 축을 구성했다.

윤석열의 친일과 혐중몰이는 한일 군사동맹 기초 작업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미국의 전략 계획이 한미일 군사동맹을 전제로 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미, 미일은 각각 군사동맹 관계이지만, 문제는 한일 군사동맹이었다.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은 적이 있는 한국인들에게 한국과 일본의 군사동맹, 더구나 한국군을 일본군 휘하에 두는 수직적 군사동맹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면서까지 국내에 친일 담론을 유포시키는 한편 ‘혐중’ 의식을 확산하려 주력한 것은, 한일 군사동맹 체결의 기초를 닦기 위한 작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신임 총리 다카이치가 ‘중국의 대만 침공시 집단 자위권 행사’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한미일 삼국의 민간 극우세력 네트워크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것은 시점이 문제일뿐 기정사실’이라는 확신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 거리에서 ‘반북’ 현수막이 급속히 줄어들고 그 자리를 ‘반중’ 현수막이 차지한 것도 이 확신의 결과다.

그런데 미국이 이란을 침공하자 한국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오히려 잠잠해지는 역설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반드시 대만을 침공한다’는 주장이 옳다면, 중국에는 지금이 적기(適期)이다. 미국 군사력의 20% 정도가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 배치되었고, 경북 성주의 사드를 비롯한 요격용 미사일들까지 한반도 밖으로 이동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나 베네주엘라와 이란을 침공한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비난할 명분을 완전히 잃었다. 지금이야말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시진핑 생전에 중국이 지금보다 더 나은 ‘대만 침공’의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한국의 재래식 언론들은 중국이 이 기회에 대만을 침공할까 걱정하기보다는 이 달 말로 예정된 미중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중재하길 바라는 속내를 드러낸다. 자기들도 ‘중국의 대만 침공설’을 안 믿었다는 고백일까?

우리가 더 경계해야 할 건 주한미군의 위험한 독자행동

UAE, 카타르, 오만,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있는 미군기지들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자기 영토가 공격받았음에도 아직 대응 공격을 자제하고 있다. 현명한 짓일까, 어리석은 짓일까? 미국이 이란을 침공하자마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다음 차례는 북한”이라며 “김정은 참수작전을 위한 707특임단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현명한 말인가, 어리석은 말인가?

 

14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서 열린 한미 연합 도하훈련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 사령관(가운데)이 장병들과 함께 다리를 건너고 있다. 2026.2.14. 연합뉴스

전우용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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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국이 이란을 침공하기 직전, 주한 미 공군은 한국 정부와 협의도 없이 중국 방공식별구역에 전투기를 보내 중국 공군과 대치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연출했다. 미군과 중국군이 공중전을 벌이고 중국 미사일이 오산과 평택의 미군기지에 떨어지면 우리 군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국지전은 한반도의 전면전을 의미한다. 나아가 인류 종말을 의미하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뒤 인류가 합의한 ‘규범에 의한 국제질서’를 전면 파괴했다. 세계사의 대변환 속에서 우리의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뿐 아니라, “주한미군이 위험한 독자 행동을 벌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도 자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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