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중 통일부 차관이 29일 한국정치학회 특별학술회의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축사를 통해 국호 표현 변경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남중 통일부 차관이 29일 한국정치학회 특별학술회의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축사를 통해 국호 표현 변경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언어와 제도가 뒷받침될 때 대결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평화적 공존의 공간을 넓혀 갈 수 있을 것이다."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라는 주제로 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한 특별학술회의가 열린 29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김남중 통일부차관은 축사를 통해 오랜 세월 쌓인 불신의 장벽이 여전히 높고 대화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해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평화적 공존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는 '북한'으로 호명해 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우리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존재하는 객관적 실체이자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로 인식하는 자세이다. 그래야만 보다 균형있고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나아가 "이름은 단순한 호칭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상대를 어떻게 부르는가는 우리가 상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또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하는지를 보여주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며, 이 문제는 "북한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수용, 적대행위 불추진을 원칙으로 하는 이재명 정부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를 빗대어 "동·서독 간에도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며 공식 국호 사용을 회피하고 냉전과 대립을 반복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1972년 기본조약을 계기로 서로의 실체와 권한을 사실상 인정하고, 양측이 서로의 국호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면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긴장을 완화해 나가는 변화의 힘이 마련되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선언한 2023년 12월 이후 '남조선'을 '대한민국' 또는 '한국'으로 부르기 시작한 때로부터 꽤 시간이 지났고 이같은 정책방향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역시 더 이상 상대를 멸칭의 의미마저 내포하고 있는 '북한'으로 부를 이유는 없지 않느냐는 고민이 담긴 발언으로 읽힌다.

사실상 우리도 앞으로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조선'으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지만 여전히 현실은 조심스럽다.
  
남북관계를 인식하는 감성적 접근이나 정치적 이분법, 오랫동안 익숙한 것을 바꾸어야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낯섦과 거부감 등으로 인한 혼란과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차관은 "우리의 헌법적 질서, 남북관계의 특성, 국내 법제와 국제 관행,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와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며, "정부도 조급해하지 않되 멈추지 않겠다. 긴장을 낮추고 신뢰를 쌓으며 평화공존의 토대를 하나씩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김성경 서강대학교 교수(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북한(조선) 공식 국호 사용 제언)와 권은민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호칭에 관한 국내 및 국제법·제도적 검토), 이동기 강원대학교 교수(분단 시기 동서독의 국명 호칭 변화와 함의)가 발표하고 김태경 성공회대학교 교수, 최슬아 숭실대학교 교수, 장소영 법무법인 제이알 대표 변호사, 김주희 국립부경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김성경 서강대학교 교수(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북한(조선) 공식 국호 사용 제언)와 권은민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호칭에 관한 국내 및 국제법·제도적 검토), 이동기 강원대학교 교수(분단 시기 동서독의 국명 호칭 변화와 함의)가 발표하고 김태경 성공회대학교 교수, 최슬아 숭실대학교 교수, 장소영 법무법인 제이알 대표 변호사, 김주희 국립부경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김성경 서강대학교 교수(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북한(조선) 공식 국호 사용 제언)와 권은민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호칭에 관한 국내 및 국제법·제도적 검토), 이동기 강원대학교 교수(분단 시기 동서독의 국명 호칭 변화와 함의)가 발표하고 김태경 성공회대학교 교수, 최슬아 숭실대학교 교수, 장소영 법무법인 제이알 대표 변호사, 김주희 국립부경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김성경 교수는 "1991년 유엔동시가입 이후 30년 이상 국제사회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공식 국호를 사용해 왔으나, 남한의 일상 언어와 공식 담론은 여전히 비대칭적인 '북한'이라는 호명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 간극은 언어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지체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남북관계의 모순이 그대로 집적된 것이 바로 국호와 호명임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북한'이라는 호명은 상대를 한반도의 북쪽 일부로 규정함으로써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독립적 국가성을 묵시적으로 부정하는 효과를 가져왔는데, 1950년 이후 국가보안법과 반공 이데올로기의 맥락속에서 적대와 위협, 무관심과 혐오가 겹겹히 쌓인데다가 최근에는 '경제적 약자' 혹은 '경제적 부담' 등의 의미가 들러붙어서 더욱 부정적으로 감각되도록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일각에서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는 것은 결국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헌법정식에 위배되는 것, 즉 공식 국호를 사용하는 것은 두 국가로 분단된 분단을 공고화할 것"이라며, 북한의 공식 국호 사용을 반대하는데 대해서는 "북한이라는 호명을 유지하는 것이 지난 80년간 통일을 앞당기거나 분단을 덜 고착시킨 증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남북 사이의 대결을 강화하고 분단체제를 재생산하는데 적극적으로 기여해 온 경향이 강하다"고 논박했다.

이미 북한은 법적으로 반국가단체이자 대화·협력의 상대방으로 인정하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으며, 남북 합의서에는 공식국호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이 '대한민국'을 호명한 것이 관계없음을 선언하고 통일담론의 폐기를 의미한다면, 남한의 '조선' 호명은 상대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상호존중,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북한이 '한국'으로 호명하는 것이 대한민국 체제를 수용하는 행위가 아닌 것처럼 남한이 '조선'으로 호명한다고 해서 북한 체제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며, 오랜 기간 '남조선'이라고 부른 것에 대해 한국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북한'이라고 부르는 것도 새로운 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은민 변호사는 △남북관계 문서에서 남과 북이 정식 국호를 쓰는 것이 헌법과 법률상 문제를 발생시키는가? △정식 국호 사용은 국제법상 국가승인으로 인정되는가? △정식 국호 사용시 실무적으로는 어떤 설계가 가능한가? 는 질문을 던지고 이에 답했다.

먼저, "국호를 사용하는 문제는 문서에서 상대를 특정하는 언어를 선택하는 것으로 존중의 표현, 식별의 정확성, 문서해석의 안정성에 목적이 있으며, 국가승인은 상대방을 국제법상 국가로 인정하려는 의사표시인데 승인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하면서 "국가승인은 부여국의 일방적 행위이며, 승인 여부는 승인국의 의도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으로 표기한다고 해서 국가승인이나 정부승인이 자동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외교관계 수립이나 대사 교환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

북한의 정식 국호를 사용하는 문제는 국내법상 헌법 제3조(영토)와 제4조(평화통일) 및 남북관계의 '특수관계' 틀 안에서 설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 대해 "영토조항은 평화통일이 실현된 상태인 통일 한국의 영역 범위를 의미하는 선언적인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해설했다. 

또 헌법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규정에 대해서는 "과정으로서의 통일 조항으로 해석 가능하며, 여기에 헌법 전문의 통일명령 등을 추가하여 규범 조화적인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제법상 '정식국호 사용'이 국가승인 또는 외교관계 수립과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으므로 국호 사용은 '승인'과는 구별되는 표기·식별·문서기술 문제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일이자, 기존 합의서에서 적용한 국호사용의 맥락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남북기본합의서 제1조에서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했으면 서로간에 상대가 불리기 원하는 이름을 똑바로 불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북한'으로 표현된 법령 개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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