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 ⓒ뉴시스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 ⓒ뉴시스

“한미동맹 파괴하는 전작권 환수 결사 반대.” 거리거리마다 걸려 있는 현수막이다. 물론 숭미인들의 절규다. 전작권을 가져오면 한미동맹이 파괴되고, 한미동맹이 파괴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나라가 망하지 않도록 목숨을 걸고 막을 수밖에. 한 나라가 전작권도 없이 독립과 주권을 논하고 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우리는 독립도 주권도 필요 없다고 소리치는 국민들이 있다는 사실은 더욱 기가 막힌다. 노무현 대통령이 회수 시점까지 정한 것을 이명박근혜가 미국에 다시 반납할 때의 심정이 바로 저 현수막의 절절한 ‘애국심’이었을 터.

 

5월 26일 이재명 대통령은 진해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안규백 국방장관이 전작권 회복 준비 상황을 설명하면서 “내일 전작권이 회수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지켜낸다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하자 “크게 문제가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맞겠다”고 말했다. 아니, 노 대통령이 회수 시점으로 정한 해가 2012년이었지 않은가. 14년 전에 회수해도 문제가 없다고 한미 양국이 이미 판단한 것이었는데, 지금 시점에서 회수하는 것은 ‘아무 문제’라기 보다는 ‘너무 늦어 문제’인 사안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일보가 나섰다. 이틀 후인 28일 신문은 “美, 전작권 조기 전환 땐 한미연합사 해체 시사” 제하의 단독 기사로 미국은 “통제 능력 없이 조기 전환되면 한국 사령관 지휘 받기 어렵다”라는 취지의 우려를 우리 정부에 수차례 전달해 왔으며, “한미연합사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정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은 같은 날 “한미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서 현재의 연합사 체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해당 보도에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피트 해그세스 미 전쟁장관은 5월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안보대화 연례회의 연설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전작권 이양에 관한 한국인 참석자의 질문을 받고 빠른 시일 안에 전작권을 반환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국에서는 “한국의 주도적인 안보 책임 의지는 환영한다”는 그의 말만 강조해 마치 미국이 조기에 전작권을 반환할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아니다. 그는 “하지만 미군 장병들이 수십 년 동안 짊어져 온 군사 계획과 책임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며 철저한 속도 조절을 요구했음을 잊으면 안 된다.

현 정부의 입장은 일단 연합사 해체를 통한 전작권 회수는 아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전작권 전환 후 연합사를 해체하고 한미가 각각 자국군 작전통제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 ‘병렬형’ 지휘체계를 추진했었다. 그 후 이명박근혜 숭미정부는 노 대통령이 애써 작성해 놓은 로드맵을 지우는 한편 ‘조건’을 붙이는 ‘기상천외’한 방안을 미국에 제안해 스스로 주권국임을 포기했다. 미국으로서는 ‘한미동맹을 파괴하는 전작권 환수’를 기어코 마다하는 속국의 갸륵한 뜻을 어찌 받지 않을 수 있었으리요.

우리가 지금 전작권 회수를 논한다 해서 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은 우리가 평시작전통제권(평작권)도 제대로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1994년 12월 국군은 평작권을 환수 받으면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일부 권한을 위임했다. 연합권한위임사항(CODA: Combined Delegated Authority)이라 한다. 전시 작전계획 수립, 연합 훈련의 계획과 실시, 조기경보를 위한 연합 정보관리, 양국군의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시스템(C4I)이 서로 원활하게 연동되도록 조율하는 권한 등 6개 항이다. 한마디로 평작권 조차도 핵심은 전부 미군에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전작권 이양 논의는 전체 작전통제권(작통권)의 회수 논의로 바꾸어야 한다.

결국 답은 ‘조건’에 입각한 환수가 아니라 ‘시점’에 기반한 회수가 되어야 한다. ‘미래연합사’도 필요 없다. 미군은 외국군 지휘 아래 두지 않는다는 “퍼싱 원칙”이 미국 군사문화의 강한 관행이라는 점도 잊으면 안 된다. 미국은 한국이 연합사를 지휘하려면 이러저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라면서 방위비와 국방예산 증액을 갈취해 왔다. 더 이상 끌려 다닐 일이 아니다. 연합사는 해체해 버리고 작통권을 가져올 일이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가 가장 종합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래에 문 교수의 칼럼 “완전한 작전통제권 환수, 어떻게 할 것인가”(민플러스, 2026. 5. 9)의 논점을 요약해 정리한다. 다섯 가지 요점은 자주국방의 필수항목들이다. 

첫째, 주권의 관점에서 작통권 환수의 답은 단순명료하다. ‘본래 내 것이니 그냥 맡겼듯이 그냥 돌려받는 것’이다. 나머지는 세부사항이다. 무엇보다 대미종속 심리와 불안감의 극복이 긴요하다. 작통권을 회수하면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북한이 남침하여 적화통일이 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불안심리가 남한 사회에 아직도 질기게 남아 있다. 미국은 이를 이용하고 ‘요리’한다. 미국은 세계 5위의 막강한 한국군에 대한 통제권한을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단단히 기억해야 한다. 그러니 미국의 선의에 기대서는 일이 안 되게 되어 있다.

 

둘째, 양국 간 조기 합의가 안 되면 ‘시한 통보 후 환수’가 답이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2029년 1분기까지 조건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환수시점이 아니라 조건 달성 시점이다. 작통권을 가지고 ‘요리’를 즐기겠다는 심산이다. 그는 또 한국이 ‘정치적 편의주의’에 따라 전작권을 회수하면 안 된다고 무엄한 발언을 했다. 미국이 어떠하든 한국은 나름의 독자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승만이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부여(assign)했듯 시한이 되면 이 대통령이 연합사령관의 작통권을 ‘해제(de-assign)’하면 된다.

셋째, 완전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연합사 해체 및 한미 병렬적 지휘체계 수립이다. 현행 ‘미래연합사’ 창설 방안은 작통권 행사에 있어 본질적인 모순과 현실적인 비효율성을 내포하고 있다. 언어 문제, 지휘권 충돌의 문제 외에 한미일 3국간 연합작전의 지휘통제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이를 한꺼번에 해소하는 방법이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지휘계통을 분리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필요한 협조기구를 두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자체적인 지휘통제체계를 운용하는 ‘병렬형’ 지휘 및 군사협력 체계다. 이것이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합의했던 방안이다.

넷째, ‘재래식-핵통합’을 일반적 협력체계로 전환하고 여타 연합작전에서 독자적 작통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핵전쟁을 가정한 ‘한미연합 핵작전’은 미국이 절대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한국의 재래식 첨단무기를 총동원하는 ‘재래식-핵통합(CNI)’개념이다. 작통권을 회수하면 여기서도 한국군은 미군의 지휘나 통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등한 지위를 전제로 하는 병렬형 지휘구조에서 핵작전 역시 역할 분담과 상호 지원을 통해 연합작전을 수행하는 ‘일반적인’ 군사협조체계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

다섯째, 중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 관계의 재정립을 모색해야 한다. 작통권 회수는 단순히 한국군의 군사주권을 되찾아 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새로 설계하고 구현해 나가는 것이다. 한국의 국력과 군사력에 걸맞게 한미 군사관계의 모든 면에서 철저히 국익중심의 자주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동맹의 성격을 전쟁수행을 위한 군사 협력과 지원의 관계에서 평시 평화를 유지하고 위기를 관리하며 전시에도 평화의 회복을 제1의 목표로 추구하는 ‘평화동맹’으로 바꾸는 것이다.

명쾌하다. 조선일보와 극우파들 그리고 숭미관료들이 들고 일어나겠지만 연합사가 깨진다고 우리의 국방이 한 순간에 거덜 나는 일은 없다. 하물며 주한미군이 나간다 해도 의연해할 우리 국민이 막연한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저들의 술책에 넘어갈 일도 없다. 또 문장렬 교수가 지적하듯이 한국이 작통권을 회수하고 군사 정책과 전략의 자율성을 견지하면서 새로운 한미 군사협력 관계를 수립한다고 해서 미국과 적대국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한미동맹이 당장 와해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더 높은 전략적 차원으로 진화 발전해 나갈 수 있다.

길거리의 현수막이 부르짖고 조중동이 협박조로 글을 써대고 있지만 늠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자주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속국이 아니고, 우리의 국방주권은 한미동맹의 하위개념이 아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것을 넘어 우리를 수탈하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는 한미동맹을 위해 언제까지 우리가 국방주권을 포기하고 있을 것인가. 이 대통령 말처럼 전작권을 ‘내일’ 회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바로 내일 회수하는 것이다. 연합사 해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