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럼 이 문제가 왜 계속되는지, 왜 바뀌지 않는지를 한번 이야기해 볼까요?
신: 우리가 거리 행사를 해본 적이 있는데, 사장님들은 '최저임금 주면 고마워해야 한다' 같은 의견을 적어서 내시더라고요. 그런 마인드가 기본으로 깔려 있으니 해결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 거꾸로 생각해서 그 사장님들의 자제분이 다른 데 가서 일하는데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면 어떨까요? 말이 안 되잖아요.
신: 저는 그분들에게 정말 지불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야말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하고 사람을 쓰는 관행이 보편화되어서 그렇다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어요.
윤: 강력하게 제재를 안 해서 그럴까요?
김: 제재가 필요하죠. 그런데 노동청도 풀기 쉽지 않은 문제들은 있는 것 같아요. 재작년에 민주노총 대구본부에서 건의했더니, 노동청에서 근로감독을 한번 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적발이 잘 안 되었어요. 근로계약서 위반이라고 해서 들여다보면 허위라도 서류가 있고,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서 최저임금 위반이 서류상 확인되지 않고, 최저임금을 100% 지급했다가 나중에 돌려받기도 하고…. 현장에서 다 적발할 수 없는 문제들이죠. 다행히 작년에는 노동청이 대구·경북 200개 사업장을 감독해서 수십 건을 적발했어요.
윤: 학생들은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익명으로 진정할 수는 없잖아요. 누가 임금을 덜 받았는지 조사를 진행해야 하니까요. 감독관님들은 그런 부분이 힘들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뭔가 확실한 제도 개선이 되면 좋겠어요.
신: 이제 대구시에도 노동감독 권한이 생길 테니까 적어도 최저임금 위반 관련해서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1년에 한 번 감독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에요. 사업주들과 청년들에 대한 교육이라든가, 법이 지켜질 수 있도록 뭔가 적극적인 조치를 계속하지 않으면 저절로 해결되진 않을 것 같아요.
6. 대구의 월평균 임금 자체가 다른 지역보다 낮다고 하는데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 산업구조와 인구 추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데요. 먼저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이 전국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요. 다음으로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부품 및 기계·금속 사업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대기업이 없습니다. 제조업체 10곳 가운데 9곳은 50인 미만 사업장이고, 지역 노동자의 상당수가 10인 미만의 소상공인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고임금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산업구조 자체가 형성이 안 되어 있는 것이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니 청년층이 수도권 등으로 떠나고, 내수 중심 서비스업과 자영업은 과밀이 되면서 도시의 평균 생산성과 소득이 낮아지는 악순환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구시의 신산업 부문이 더 성장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지자체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가 어렵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합니다.
김: 맞습니다. 산업체들이 영세하고 전반적으로 낙후돼 있으니 높은 임금을 지급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건 최저임금법 위반과는 다른 문제죠. 통계로 봐도 5인 미만 사업장과 300인 이상 사업장의 시급은 6,000원 이상 차이가 나거든요. 5인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 비율이 훨씬 높고요.
이: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점업은 거의 5인 미만 사업장이잖아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고임금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긴 사실 어려워요.
그런데 제조업 관련해서는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습니다. 영세할수록 산재 비율이 높아지거든요. 다른 지자체에서는 공동 안전관리자처럼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사업을 많이 진행해요. 일부 지자체에서는 근로자 복지기금을 공동 출자 형식으로 만들어서 노동환경 개선에 사용하고요. 대구는 그런 사업이 별로 없습니다.
신: 조사를 해보면 노동조합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차이가 너무 뚜렷해요. 노동조합이 조직된 곳은 대부분 300인 이상 사업장이고, 중소·영세 사업장은 조직률이 너무 낮아서 스스로 노동조건을 개선할 기회조차 못 잡는 경향이 있어요. 대구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아서 다른 지역과 노동조건의 격차가 더 커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7. 대구지역 중소 병·의원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발표하셨는데, 현장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가요?
신: 증언대회를 한 번 했는데, 노동환경이 많이 열악하더라고요. 일단 대체 인력이 없어서 쉴 수가 없어요. 중소 병의원은 대체 인력을 여유 있게 채용하지 않으니까, 내가 아파도 계속 나가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또 여성들이 많은데 출산과 육아에 대한 배려를 받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보통 입사할 때는 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처럼 역할이 있는데,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업무의 경계가 없어져요. 접수를 받다가 검사도 해야 하고… 이런 식이니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또 하나, 경력이 쌓이면 보통 임금이 올라가는데 (중소 병·의원에는) 이런 게 없어요. 임금을 올리려면 이직을 해야 하는 현실이더라고요.
이: 이직률은 상당히 높아요. 병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만성피로 상태입니다. 이제는 감정노동 직군으로 분류되어서 권리 보호나 구제를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환자나 병원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말을 못 했죠. 이런 부분도 더 개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9. 대구의 일터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은 어떤 것이 있나요?
윤: 20대 남성이 숙박음식점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성추행으로 퇴사한 사건이 있었어요. 직장내 괴롭힘 상담도 여러 건 있었고요. 제조업 사업장인데 포괄임금제가 적용되고 있어서 문의한 경우도 봤어요.
작년 통계를 보니 3분의 1 정도는 임금체불 상담이더라고요. 그런데 사업주들도 잘 몰라서 저희 센터에 많이 물어보시거든요. 영세한 곳에서는 돈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법제도를) 정확히 몰라서 문제가 자주 생기는 것 같아요.
김: 5인 미만 사업장은 대부분 연장근로를 시키고도 연장근로수당을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시급이 1만 원이라면 8시간 일해도 1만 원, 12시간 일해도 1만 원을 지급하는 거죠.
신: 중소병원에서도 10퍼센트 정도는 포괄임금제 계약을 하더라고요. 근로시간이 명확한데도요. 그리고 가짜 3.3 계약도 많은 편이에요. 청년들이 일하는 학원가도 당연한 듯이 3.3 계약서를 쓰고요.
이: 노동권익센터에도 근로자성 인정 건으로 많이 찾아오시긴 해요. 사장님은 청년들에게 '너는 프리랜서’라고 주입을 시키지만, 요즘에는 정보가 많이 공유되니까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그리고 법적으로 5인 미만이면 부당해고, 직장내 괴롭힘 같은 법적 조치가 안 되는 부분이 안타까워요. 그런 법을 악용해서 1명이 운영하는 카페인데 (사업장을) 쪼개서 4인 이하로 만들어 운영하는 사례들도 있죠. 상담을 해도 도와드리기가 쉽지는 않아요.
윤: 20대 여성 한 분은 네일샵에서 프리랜서로 계약하고 일했어요. 주 5일, 휴게시간 제외하고 하루 9.5시간씩 근무했는데 임금이 100만 원이 되지 않아서 최저임금 미달이더라고요. 그런데 최저임금법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먼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자료를 수집한 후 노동청에 진정을 해보기로 했어요.
10. 그렇다면 노동 행정이 어떻게 개선되면 좋을까요?
윤: 예방 차원의 조치를 하면 좋겠어요. 보통은 사건이 생기고 나서야 사람들이 정보를 찾아보게 되니까요. 그래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는 사람들 대상으로 기본적인 노동 교육을 하자는 의견도 시에 전달했고요.
신: 중소 사업장일수록 대체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제도적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해요. 예를 들면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대체 인력 시스템이 있잖아요. 병의원의 경우에도 대체 인력을 중앙 차원에서 보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김: 노동청에 갔을 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고용주 선에서 해결되지 않고 대지급금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개인들에게는 어려워요. 노동권익센터에서도 지원을 하고 있고, 민주노총에도 법률구조공단 지원이 있는데 이런 중간 지원조직을 더 확충하든가, 아니면 노동청에서 사건을 좀 빠르게 진행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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