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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지 생긴 문재인, 청와대와 정면승부 시동

과거 정리, 차기 행보 나선 문재인... '대선 2라운드' 본격 개막

13.12.02 09:10l최종 업데이트 13.12.02 09:10l
이승훈(young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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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차기 대권 플랜을 염두에 둔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청와대와 정면충돌 양상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가톨릭신도의원회 주최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원미사' 참석 당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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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1주년을 앞두고 차기 대권 플랜을 가동한 '문재인식 정치 행보'가 본격화하면서 청와대와 정면 충돌 양상을 빚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야권의 단일후보로 출마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월 29일 민주당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선 재도전 의지를 밝힌 후, 이틀 만에 출간 예정인 대선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등 정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신당 창당을 위해 '새정치추진위'를 출범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 맞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민주당 내 '친노'의 전략과 맞물려 야권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청와대가 문 의원의 행보를 사실상 '대선 불복'으로 규정해 맹비난하면서 대여 관계에 있어서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리, 차기 행보 나선 문재인... 박근혜 정권과 허니문 종료 선언

지난 11월 29일 문 의원의 기자간담회는 대선 패배 후 1년 여의 정치적 동안거에 마침표를 찍고 차기 행보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다. 기자간담회 날짜도 지난해 18대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날인 데다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바로 다음 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았다. 문 의원은 대선 후 주요 고비마다 자신과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이관 사태에 대해서도 매조지하려는 듯 공식 사과했다.

문 의원의 대변인 역할을 맡기로 한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 대해 "새로운 여정의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도 9일 출간될 대선 회고록 <1219 끝은 시작이다>를 쓴 이유에 대해 "작년 대선에 대한 마침표를 찍어야 또다른 시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차기 대선 도전 의지를 밝히면서 박근혜 정부와의 허니문이 끝났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

문 의원은 "NLL(서해북방한계선) 문제나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이 불거지면서 부득이하게 나서게 됐지만, 대선 후 1년은 공개적인 발언에 나서는 게 바람직 하지 않다고 생각해 정치적 현안에 대한 언급이나 새 정부에 대한 비판은 되도록 피하려 했다"며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초기에 털었어야 할 문제를 오히려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미래로 나아가야지 언제까지 지난 대선 문제로 헤맬 것이냐"며 "아직도 소모적인 정쟁에서 못 벗어나는 박근혜 정권의 행태가 아쉽고 불만스럽다, 자꾸 야당과 국민 탓을하는 게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막힘 없었던 대선 재도전 발언... 권력의지 생긴 문재인

차기 대선 출마 뜻을 밝히는 과정도 막힘이 없었다. 문 의원은 '2017년 대선 나서라는 민심의 요구가 있다면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2017년에는 반드시 정권교체가 돼야하고 저도 기여할 생각이다, 어떤 역할을 할 지는 국민들이 결정해 줄 문제"라고 답했다. 자리를 함께한 기자들이 다시 한번 '2012년과 같은 기회가 온다면 마다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제가 꼭 (대선 후보를) 해야 한다고 집착하지는 않지만 회피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권 재도전 발언이 나왔지만 질문을 예상해 준비한 듯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국민의 뜻에 맡기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기자들도 다소 놀라는 눈치였다. 지난해 대선 전 권력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문 의원이 <1219 끝은 시작이다>에서 밝힌 대로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려는 열정이나 절박함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제게 그 열정과 절박함이 넘쳐나야 민주당에도 전염이 되는 법인데 그러지 못했다"고 자성한 결과로 해석된다.

대선 재도전 의지를 밝힌 후 문 의원의 정치 행보는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일 박근혜 정부에 대한 거침 없는 비판이 담겨 있는 <1219 끝이 시작이다> 내용을 일부 발췌해 공개했다. 문 의원은 이 책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 "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강조했던 국민통합과 상생도 오히려 더 멀어지고 편가르기와 정치보복이 횡행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행태에서 때 이른 권력의 폭주를 느낀다"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발끈한 청와대가 문 의원을 겨냥해 "선거결과에 불복하는 것이 품격인지 모르겠다"(이정현 홍보수석)고 비난하면서 대선 1년여 만에 야권의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과 청와대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 됐다. 문 의원은 지난 11월 28일 민주당 천주교신도회 의원들이 개최한 시국미사에 참석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종북몰이에 분노를 느낀다"며 여권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대선 1년여 만에 문재인-박근혜 정면 충돌... 대선 2라운드 본격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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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후보단일화를 위한 TV토론 이후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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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흐름을 보면 문 의원이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대여 투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정치적 보폭을 넓힘으로써, 정권과 싸우는 야권의 구심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동안 야권에서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이 날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과 싸우지 않는 안철수'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 48%가량을 득표했던 문 의원이 박 대통령과 선명한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지지 기반을 다지고 안철수 신당과도 자연스럽게 차별화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의원은 지난 11월 29일 간담회에서 "안철수 의원은 우호적 경쟁관계"라며 자신의 역할은 "민주당을 지지받는 정당으로 만든 뒤, 안철수 의원이 만드는 신당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 의원의 신당이 궁극적으로 2017년 대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지난 대선에서 단일화 후보 경쟁을 벌였던 두 사람이 '대선 2라운드'에 돌입하게 되는 셈이다. 대권 경쟁이 조기 점화되는 것은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질 야권의 재편 결과, 또 지방선거 성적표가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이 많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문재인과 안철수, 차기 대선 주자들의 경쟁이 조기에 점화됨에 따라 손학규 상임고문·안희정 충남지사 등 나머지 대선 후보군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문 의원의 정치 재개가 이르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 6월 지방선거까지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며 "야권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유력 차기 대권 주자들이 움직이면서 경쟁할 경우 여론의 관심도 커지고 야권이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후보군의 조기 가시화는 나쁘지 않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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