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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해양세력 충돌 속, 평화를 위한 한반도의 전략

미중 패권 ‘충돌’, 동북아의 화약고 한반도의 ‘운명’은?
[정상모의 흥망성쇠] 대륙·해양세력 충돌 속, 평화를 위한 한반도의 전략
 

입력 : 2013-12-02 09:46:21 노출 : 2013.12.02 09:46:21

 

 

동북아시아의 영토민족주의 분쟁이 전쟁 일보 직전인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도 본격화되는 형세다.

동북아의 동·남중국해 바다와 하늘에서는 미국과 중국, 일본의 최첨단 군함과 전투기들이 서로 무력시위를 벌이는 숨가쁜 판국이다. 군사적 충돌이 언제라도 곧 터질 것처럼 격화되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서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중국이 지난 23일 한국 관할인 이어도,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고, 이 구역을 지나가는 모든 항공기는 사전 통보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포했다. 이와 관련된 국가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저마다 중국의 선포를 무시한 군사적 대응에 나서는가 하면, 자국의 영유권 강화를 위한 방공식별구역 확장을 서두르는 모습들이다. 동북아의 영토민족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추세다.

일본 자민당은 독도와 센카쿠열도, 북방영토 등의 영유권 홍보를 여론전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아베 신타로 일본 총리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종합조정회의’를 열어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일본은 건듯하면 전범들의 신사 참배와 과거 침략의 역사 왜곡 따위로 주변 국가들을 자극하거나 영토 분쟁을 촉발해 왔다. 일본은 영토민족주의 갈등을 계속 부채질하겠다는 것인가.
 

   
▲ 동중국해의 중국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이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26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 항모기지를 출발해 첫 장거리 선단 훈련에 나섰다. ⓒ 신화통신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간 갈등이 격화된 것은 2012년 일본의 센카쿠열도 국유화 조치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일본이 현상을 변경시키려는 조치라며 영해 기선 선포 등으로 대응하고 나섰으며, 중국인들은 최대 규모의 반일 시위를 벌였다. 일본의 조치로 중화영토민족주의 정서가 폭발한 셈이다.

일본이 과거 침탈한 땅을 돌려줘야 한다는 '카이로 선언'의 취지대로라면 1905년 러·일 전쟁 때 강탈한 독도나 1894년 청·일 전쟁으로 빼앗은 센카쿠열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은 소멸됐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영유권 분쟁이 생기게 된 것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대일강화조약 때문이다.

미국은 1950년 한반도 전쟁과 중국의 전쟁 개입으로 일본을 패전국이 아닌 반공 동맹국으로 인식 전환을 해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일본의 영유권 반환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애매하게 처리했다. 일본의 영유권 주장의 여지를 만들어 준 셈이다. 한반도 전쟁이 한창 진행중이던 1951년 9월 미·일 상호안보조약 체결로 중국과 소련을 봉쇄하려는 미국의 일본 중시정책이 다시 등장한 결과다.

아시아 복귀와 함께 중국 포위와 견제의 끈을 바짝 조이고 나선 미국은 지난 10월 3일 일본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선언을 지지하고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2014년까지 개정하기로 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중심으로 한 미·일 동맹관계의 강화는 미군과 자위대가 중국에 군사적으로 공동 대응하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미국은 중·일 간 영토 분쟁에서 센카쿠열도가 있는 동중국해가 “미·일 안보조약 5조의 대상”이라고 미국의 개입 입장을 전례없이 단호하게 밝혔다. 미국이 일본의 편을 적극적으로 들고 나섰으니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이 탄력을 받지 않겠는가. 일본의 침략적 행태와 민족주의적 도발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최근 동중국해에서 중국에 대한 감시를 부쩍 강화해왔다고 한다. 지난 달 29일 일본 <니혼게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은 전자정찰기와 무인정찰기를 중국 해안 근처까지 자주 깊숙이 침투시켜 중국 내륙의 군사시설과 동향의 정보를 수집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일본과의 영유권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미국의 대중국 근접 정찰활동을 막으려는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방공식별구역 설정으로 미국의 공해상 정찰활동에 대한 대응 근거를 마련하려는 게 중국의 또 다른 의도라는 얘기다.

주목되는 것은 서해에 설정된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이 한-중 양국 사이의 중간 지점이 아니라 중국 산둥반도의 코앞까지 확장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방공구역은 한반도 전쟁 중인 1951년 3월 22일 중국 공군을 경계할 목적으로 미 5공군이 설정한 것이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은 1950년대 냉전기부터 그어진 미국과 일본의 대중국 포위망을 돌파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뜻이다. 중국이 주변 해역의 핵심이익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6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에게 ‘신형대국관계’를 주장하며 상호 핵심이익을 존중하고 이를 침해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은 중국의 핵심이익 수호를 위한 ‘근역균형전략’의 의사표시였다. 이는 중국의 전략이 방어에서 공세로 전환된 것임을 뜻한다.
 

   
▲ 중국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자 미국은 B52 폭격기 두 대를 출격시켜 무력시위에 나섰다. ⓒ 가디언 관련 기사 갈무리

이에 대해 미국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현상 질서’를 바꾸려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미국의 핵심이익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의 핵심이익이 충돌하고 있는 꼴이다.

이제 미·중 패권경쟁은 외교적인 ‘연식균형(soft baiancing)’에서 군사적인 ‘경식균형(hard balancing)’ 단계로 악화된 셈이다. 동북아의 영토민족주의 분쟁과 함께 미·중 간 패권경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동북아의 갈등과 군사적 긴장이 더욱 첨예하게 고조될 전망이다.

12월 1-8일 한·중·일 3국을 순방하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일본과의 합의문 형식으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어떤 국가도 중국이 자기의 핵심이익과 정당한 권익을 포기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중국이 미·일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바이든 부통령이 2005년 9월 6자회담 공동성명 과정에서 합의된 평화적 해결원칙과 상황악화 조치 금지의 원칙 등의 지혜를 되살려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관련국들과의 잠정적 자제 합의라도 이루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동북아 사태가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중 및 동북아의 갈등관계 심화가 북한 핵문제 등 한반도 문제의 악화와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주변의 안보 정세가 나빠지고 있는 판에 북한이 핵 전력을 포기할 리도 한반도 상황이 좋아질 턱도 없지 않겠는가.

한반도는 이미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충돌지역이 돼 온 터다. 한반도는 두 세력 충돌의 화약고라는 얘기다.

핵전쟁의 위험성이 농후한 두 세력의 무력충돌이 다시 한반도에서 벌어진다면 한민족의 운명은 어찌 되겠는가. 두 세력의 어느 쪽 편을 들더라도 그 결과는 한민족의 희생 아니겠는가.

미국과 중국 어느 쪽과도 나쁜 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균형정책’, ‘헷징전략(hedging strategy)’ 따위의 주장이 나오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미·중, 대륙·해양 세력 간의 갈등이 악화될수록 어느 쪽이든 선택의 강요가 심해질 것이며 한민족의 불행을 모면할 수도 없다.

과거 우리 한민족의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는 길밖에 없지 않은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는 주체도 한국 이외에 어느 나라가 있겠는가.

1950년대 냉전시대의 산물로서 동북아의 영유권 분쟁과 갈등을 잉태한 정전협정 및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제를 21세기형 동북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게 동북아의 엄연한 현실이다. 한국 정부가 한반도의 책임 있는 주체라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보장되는 21세기형 동북아 평화체제의 실현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한 한국 정부의 선행 과제는 남북관계의 개선과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평화체제의 실현이다. 동북아의 갈등이 심화될수록 높아지게 되는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최대한 활용해 한국 정부의 협상력을 주도적으로 발휘할 평화의 전략과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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