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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장성택, 박정희의 인혁당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12/15 10:25
  • 수정일
    2013/12/15 10:2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장성택 사태, 새누리-국정원은 물 만난 물고기
 
육근성 | 2013-12-14 17:04:4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장성택의 처형 소식이 전해지자 여권이 흥분했다.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 수사를 청와대가 방해했다는 정황이 불거지며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국면 전환의 칼자루를 쥐게 됐다.

장성택 사태, 새누리-국정원은 물 만난 물고기

새누리당은 장성택 처형을 통해 북한 정권이 극도의 잔혹성이 만천하에 드러냈다며 북한의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내부 정세의 불안정으로 안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이를 빌미로 국정원 개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북한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국정원 개혁에 매몰돼 대북정보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결코 안된다”며 “국내파트 대폭 축소나 대공수사권 폐지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고 역설했다. 국정원 개혁을 무력화하려는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국정원을 비호하고 있는 서상기 국회정보위원장은 국정원 칭찬이 한창이다. 이번 사태를 미리 예견한 곳도, 처형 사실을 가장 빨리 확인한 곳도 국정원이라며 국정원 개혁 무용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국정원 개혁 무력화시키려는 수작

또 어물쩡 넘어가려는 수작이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국정원 개혁의 골자는 과도한 국정원의 권한을 축소해 치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데 있다. 대북정보 수집 등 본연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런데도 장성택 사태를 빌미삼아 안보 위기를 부각시켜 국정원 개혁을 무력화 시키려고 안달이다.

청와대는 실각 소식이 전해진 뒤 불과 4일만에 전격 처형됐다며 “박 대통령이 현재 북한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며칠 만에 이뤄진 장성택 처형이 북한 정권의 잔인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보수언론들은 온종일 관련 뉴스를 내보낸다.

잔혹한 북한정권...박정희의 유신정권은?

잔인한 정권은 우리에게도 있었다. 박정희의 유신정권이 그것이다. ‘인혁당 재원위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은 유신정권의 잔혹성과 포악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인혁당 사건’은 유신 반대 운동 확산을 막기 위해 당시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간첩극이다. 인혁당을 재건해 민청학련의 국가 전복 음모와 공산정권 수립 모의를 했다는 누명을 씌워 1000여명을 붙잡아 이들 중 180명을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1975년 4월 8일 대법원은 긴급조치 4호 위반으로 기소된 도예종 등 8명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사형선고가 있은 후 불과 18시간 만에 모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여정남(경북대 학생회장), 도예종(삼화토건 회장), 서도원(대구매일 기자), 송상진(양봉업), 하재완(건축업), 김용원(경기여고 교사), 이수병(학원 강사) 등 8명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것이다.

 

법원 재심, 처형당한 8명 '무죄' 하지만 박근혜는...

독재자의 광란이었다. 국제법학자협회는 8명의 사형 집행일을 “암흑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재판 도중 변론을 문제삼아 강신옥 변호사를 법정 구속했고, 인권변론을 천직으로 삼아 온 이병린 변호사의 발을 묶기 위해 간통죄를 조작하고 겁박하기도 했다.

<강신옥, 이병린 변호사>

2005년 12월 사법부는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받아들였고, 2007년 사형수 8명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637억원을 유가족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9년에는 민청학력 관련자들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들 8명이 너무 억울한 나머지 사형을 언도한 재판장을 향해 ‘영광입니다’라고 외치며 죽어가던 그때 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안주인이었다.

진정한 사과는커녕, 독재정권의 ‘퍼스트레이디’는 무고한 죽음을 욕되게 했다. 대선 후보 당시 과거사 문제가 불거지자 박근혜 후보는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며 “앞으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장성택은 4일만에, 인혁당 8명은 18시간 만에

1975년 사형 판결과 2007년 무죄 판결. 후자가 전자를 무효함으로써 8명에 대한 법원 판결은 단 한가지 ‘무죄’뿐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판결은 두 가지'라며 여전히 1975년 판결에 미련을 두고 있다. 유신의 상속자라서 그런가.

북한은 장성택을 며칠만에 처형했지만, 박정희는 무고한 시민 8명에 대해 불과 18시간만에 사형을 집행했다. 북한정권이 잔혹하다면 유신정권도 마찬가지다.

박정희를 찬양하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북한정권이 잔혹하다고 핏대를 세울 자격도 없다. 김정은의 잔혹함을 비난하려면 유신독재와 박정희의 잔혹성도 인정해야만 한다.

장성택 처형은 북한내 권력투쟁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인혁당 사건'은 권력 유지에 혈안이 돼 있던 독재정권이 무고한 시민을 제물로 삼은 사건이다. 어느 쪽이 더 잔혹한가.

'인혁당 사건'도 국가정보기관 대공수사권의 남용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대공수사권 폐지 등 국정원 전면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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