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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단식 돌입한 유경근 대변인... 살고 있는 안산 아파트 게시판에 글 남겨

단수단염 단식 유경근 대변인 "지금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14.08.09 20:05l최종 업데이트 14.08.09 20:05l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아주 특별한 휴가 마지막 날인 9일 광화문에서는 국민휴가 문화제가 열렸다. 단원고 2학년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27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곳이다. 각계각층의 시민들도 릴레이 1일 단식을 하며 동참하고 있다. 

이날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아파트 게시판에는 '세월호 유가족이 아파트 주민에게 드리는 글'이 붙어 있었다. 이 글은 세월호 희생 학생 단원고 유예은양의 아버지인 유경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이 썼다. A4 한 장 분량인 이 글의 게시기한은 8월 10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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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한 아파트 동내 게시판에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이 쓴 ‘세월호 유가족이 아파트 주민에게 드리는 글’이 붙어 있다. 유 대변인은 이 글에서 유가족들은 ‘보상금이 아닌 진실을 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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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파트는 단원고 2학년 희생 학생 중 11명이 살았으며, 아직 시신이 수습되지 못한 양승진 교사가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유 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하다 지난 4일 건강악화로 단식을 중단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간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에 항의하며 8일부터 물과 소금 등을 일체 먹지 않는 단수단염 단식에 다시 들어갔다. 사실상 목숨을 건 단식에 돌입한 것이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이 7일 "제대로 단식을 하면 벌써 실려 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망언한 것에 대해 "물과 소금을 먹은 게 잘못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런 것 같아서 물도 소금도, 내 입을 통해 공기 외에는 그 어느 것도 넘기지 않을게요, 그래서 소원대로 쓰러져 드리지요"라며 "참!! 안홍준 당신의 진심은 우리가 빨리 죽어 없어져주는 거겠죠?"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해병대 캠프 사고 때 단원고 학부모들 가슴을 쓸어 내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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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찾은 진도 팽목항 등대 방파제의 8월 7일 모습. ‘슬픔보다 더 큰 책임감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는 것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힌 노란 펼침막이 단단히 묶여 있다. 방파제 끝에는 단원고 희생학생을 위한 듯 남색 추리닝과 운동화가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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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대변인은 이 글에서 자신을 "딸아이를 먼저 보낸 죄인"이라고 탓한 후 "그래서 아직도 주민들 얼굴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오그라들지만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는다"고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유를 밝혔다. 

그는 5개의 소제목으로 나눈 첫 번째 글 '뉴스냐 소설이냐'에서 "4월 16일 이후 유가족들은 공영방송의 '뉴스'를 '소설'이라고 부른다"면서 "지금도 유가족 일부가 진실을 밝혀달라며 20여 일째 단식을 해오고 있지만 언론에 나가지 않고 있다, 유대균이 치킨 시켜먹은 이야기나 경호원의 외모 이야기만 내보낸다"고 비판했다. 

'아직도 세월호냐고 묻기 전에'라는 글에서 유 대변인은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세월호 타령이냐', '너희 때문에 경제가 죽는다', 심지어 '유가족충'이라는 말까지 한다"며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저희야말로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참사다, 그럼에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은 아이들마저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정부는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숨기려하고, 아직도 언론은 유가족들의 말과 행동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상초유의 군검경 합동작전을 펼치고도 오래전에 죽은 유병언 사체만을 뒤늦게 발견해내고, 구조는커녕 손 놓고 구경하고 업무일지마저 조작한 해경은 아직 한 명도 구속되지 않았다"며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유 대변인은 '보상금이 아니라 진실을'에서 "(7·30 재보선을) 앞두고 어느 국회의원이 유가족들이 5억 이상의 보상금을 받고, 국민성금 1000억 이상을 나눠 갖고 의사자 지정을 하면 2억까지 받는다는 글을 카톡으로 날렸다"면서 "유가족은 이제까지 정부에 보상금 관련해서 요구하거나 받은 일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자, 대입특례는 유가족이 제안한 특별법에는 들어가 있지도 않다"고 밝히고 "왜 이제까지 말 안 했냐구? 했다! 보상금보다 진실이라고!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 다음날 공영방송에서는 회견 내용 대신 대입특례, 의사자 이야기로만 도배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여야가 전격적으로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 '가족참여특별법에서 참여란'에서 유 대변인은 "유가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참여특별법을 따로 제안했다"면서 "그런데 가족참여라는 수식어구를 마치 유가족이 검사도 되고 경찰도 되어 마구잡이식으로 수사하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끝으로 '남의 일?'에서 그는 "작년 7월 해병대 캠프 사고가 났을 때 단원고 학부모들은 '다행이다'라고 말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왜냐하면 사고 바로 전날 단원고 학생들이 그곳에서 캠프를 마치고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에게 다음의 말을 남겼다. 

"그리고 지금 대부분의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울어져 가는 세월호 안에서 누군가가 위험한 상황을 빨리 말해주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았을 겁니다. 지금 저희 마음이 꼭 그 마음입니다. 저희 쪽이 먼저 기울어 침수를 경험했으니 아직 물이 차지 않아 위험을 감지 못한 국민 여러분께 말합니다. 지금 이대로 가는 것 위험합니다. 이번에는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나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희망 공화국 아닌 '절망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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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찾은 진도 팽목항 등대 방파제의 8월 7일 모습. 팽목항에서 관매도로 가는 고속훼리를 기다리는 관광객들만이 드문드문 찾고 있는 가운데 노란리본 밑에 조기로 걸린 태극기가 희망을 빼앗긴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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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대변인은 7일 국회 농성장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며 "여기에서 멈추는 순간 진실은 사라지고 또 다른 참사가 서서히 시작될 것"이라고 정부와 여야에 대해 경고했다. 

그 경고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박근혜의 눈물'부터 야당 원내대표의 호언장담까지 모두 거짓이 되어버렸으니 앞으로 어떤 상황이 초래될지 쉬이 짐작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그 모든 책임이 박근혜 정부와 여와 야에 있다는 것이다. 

지금 누리꾼들은 SNS에서 이구동성으로 내뱉는다. "박 대통령이 14일 한국을 찾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정국을 어떻게 전환해 갈지 예측하고 싶지 않다"고. "새누리당이 목에 가시 같던 세월호 특별법에서 벗어나 희희낙락거리며 어떤 날갯짓을 해댈지도 관심 밖"이라고. "더욱이 새정치연합이 국민공감혁신을 하든, 계파 나눠먹기 혁신을 하든 또 무슨 짓을 하든지 꼴도 보기 싫다"고.  

이들이 이토록 한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부와 여야가 각각의 '권력 셈법'에만 코를 박고 있을 때, 세월호 희생자를 비롯 28사단 윤 일병과 또 다른 숱한 '윤 일병'들의 상처와 고통을 함께해줄 정당이 국민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믿을 놈 없는 세상이 아니라 믿을 정당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야말로 국민 스스로의 힘으로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각자도생해야 할 '암흑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보는 누리꾼과 국민의 눈에서 희망이 아닌 절망을 보는 이유다. 지금 대한민국은 희망의 공화국이 아닌 '절망의 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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