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2월 충남 안면도 해상훈련장에서의 특전사 훈련 모습. 특전사는 하사부터 출발하는 간부 위주의 조직으로 남다른 창의성이 요구된다. 이런 특전사의 집단정신에는 지나친 과시욕이나 공명심, 인간의 한계를 성찰할 수 없는 편향성도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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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에서 영국 ‘전투 영화’ 보고 즉흥적으로 결정해
요원 질식사 시킨 두건도 문방구에서 산 ‘신발 주머니’
이달 초 특전사 부사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포로체험 훈련’이 외국의 특수부대 활약상을 그린 영화를 보고 졸속으로 따라 한 훈련이었다고 17일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방위 간사)이 밝혔다.
윤 의원은 이날 “지난 4월3일 특전사에서 열린 ‘전투영화제’에서 간부들이 영국 특수부대를 다룬 영화 <브라보 투 제로>를 함께 본 뒤, 차를 마시면서 영화에 나온 ‘특성화 훈련’을 언급하며 ‘우리는 왜 저런 훈련이 없나. 우리도 하자’는 의견이 나와 마련됐다는 보고를 군당국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브라보 투 제로>는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 특수 임무를 띠고 투입된 영국의 SAS 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특전사 사령부는 닷새 뒤인 9일 예하 여단에 생존기술 등 특성화 훈련을 지시했고, 이후 5월2일 지휘관 토의, 5월26일 ‘특성화훈련센터’ 개설 등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고 윤 의원 쪽이 전했다. 이에 따라 예하 여단들은 특성화훈련 중 생존기술 과정, 살상기술 과정 등을 분야별로 각각 나눠 맡아 준비를 해왔고, ‘포로시 행동 요령’ 과정을 맡은 제13공수여단은 9월15일~10월19일 정식 시험 적응 훈련을 앞두고 9월2일 자체 선행 훈련을 하다 사고를 냈다.
영국 특수부대 SAS의 실화를 바탕으로 BBC에서 제작한 영화 ‘브라보 투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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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그동안 28사단 윤아무개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나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 때 지적됐던 보고 지연 등의 문제가 재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사고가 난 당일의 야간 훈련은 사령부에도 보고가 되지 않았고, 사고 발생 사실도 사고 발생 당일 여단장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사고 당시 훈련을 지도했던 교관 4명을 구속했다. 또 전인범 특전사령관과 제13공수여단장 등에 대해선 지휘감독 소홀로 경고 조치 등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증평의 제13공수특전여단 소속 부사관 2명은 지난 2일 저녁 예하부대에서 얼굴에 두건을 씌운 채 고독감과 공포감을 극복하는 훈련인 ‘포로시 행동 요령’ 훈련을 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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