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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죽은 내남편, 산재받고 장례 치르게 해주세요!'

 
 
10월30일 출근길 교통사고 사망 조선족 노동자..'아직도 영안실'
 
정찬희 기자 
기사입력: 2014/12/13 [01:11]  최종편집: ⓒ 자주민보
 
 

 

지난 10월30일 오전 6시경. 현대건설(주)가 시공하는 왕십리 뉴타운 재개발3지구 공사현장에 12인승 승합차를 타고 출근하던 근로자 8명이 반포지하차도에서 차량전복사고를 당하는 재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조선족 노동자 김홍룡(김홍용)(52세) 등 2명이 사망, 한명은 하반신 마비, 나머지 5인의 건설노동자가 중경상을 입었다.

 

▲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가족을 두고 죽은.. 건설 노동자들     © 정찬희 기자

 

출근길에 당한 교통사고 였던 만큼 이는 통상적 관점에서 산재처리 대상임이 명백했다. 하지만 문제는 해당 노동자를 고용하여 현장에 투입한 (주)화응건설, 그리고 화응과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긴 원청 (주)현대건설 모두 이를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끔찍한 출근길 사고이후 재해자와 유가족들은 산재보상 신청을 했는데 사용자인 (주)현대건설과 하청업체 (주)화응은 '자신들이 차량경비를 일체 제공하지 않았고, 출퇴근시 그 차량을 이용하라고 강제하거나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산재(업무상 재해)가 아니다' 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관련기사: http://amn.kr/sub_read.html?uid=17534

             남의 일이 아닌 일.. 출근길 교통사고는 누가 보상하나?

 

▲ 어린아들을 안고 아버지의 장례에 참석한 딸의 심정이란..     © 정찬희 기자

 

사고로 사망한 이 중 한명인 김홍룡 씨(조선족, 취업방문 H2비자 소유)의 가족들은 자신들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김홍룡 씨의 참변 소식에 중국에서 사고 다음날인 31일 한국에 왔다. 큰 딸 김00 씨는 떼어놓을 수가 없어서 어린아들을 들쳐업고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달려왔다. (사진속)

 

도무지 믿기지 않는 가족의 부고에 가족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빈소라고 하여 찾아가보니 중앙대 병원 장례식장에 떡하니 놓인 아버지의 영정 사진. 회사에서 차려준 것인지 지인들이 차려준 것인지도 모르는 그 빈소 앞에서 딸과 아내는 그저 기가 막히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상실감을 느꼈다.

 

남편 김홍룡 씨는 원래 아내 김00 씨와 함께 한국에서 일했었다. 그런데 비자 연장을 위해 함께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남편이 먼저 비자갱신이 되어 한국으로 일하러 가고 아내는 취업비자가 연장이 되면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사이 남편이 불의의 출근길 교통사고로 불귀의 객이 되고만 것이었다.

 

▲ '아버님의 일.. 상심이 크시겠어요' 라는 말에 눈물을 참지못한 아내     © 정찬희 기자

 

"나한테 참 잘해준 좋은 남편이었어요. 사람이 기르던 강아지가 죽어도 기르던 사람이 장례를 치뤄주는 법인데 회사가 내 남편 산재처리를 안해줘서 냉동고에 있어요!"

 

입관하던 날 가족들은 '머리에 뼈가 보이도록 형편없이 머리를 다친' 아버지의 충격적인 사고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은 '화장을 하면 회사가 산재처리를 거부하는 상태에서 그대로 덮어버리고 말 것. 하지마라' 라고 조언하였다.

 

실제 회사측은 산재처리에 대해 유족들과 협의를 하기는 고사하고 장례식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대로 아버지의 시신을 차가운 영안실에 둘 수 없다고 생각한 유가족들은 인터넷에 이 억울한 사연을 올렸고 그것을 본 신현종 노무사(노무법인 푸른솔 02-2636-5454)의 도움으로 산업인력공단에 산재신청을 내게 되었다.

 

▲ '기자님.. 우리 아버지 올해안에 장례를 치루게 해주세요' 모녀의 호소     © 정찬희 기자

 

'왜 장례를 치루지 못하고 있으시냐'는 질문에 김홍룡 씨의 아내 김00 씨는 북받치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

 

"산재처리를 받아야 하잖아요. 다른데는 안다쳤는데 머리를 다쳐서 뼈가 보일 정도 였어요. 사람이 이렇게 다치고 죽었는데 보상처리가 안되잖아요. 한국에서는 화장하고 나면 처리가 안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 우리 가족들이 현대랑 갔다왔는데.. 이리 뛰고 저리뛰고..

 

빨리 장례를 치루어야 했는데 이렇게 안해주잖아요. 우리는 지금 죽은 사람하고 같이 살아요. 생각하면 하루에 2시간 3시간도 못자요. 우리 아저씨 생각만 하면 속이 천불이 나서 못살겠어요. 중국에서 함께 지내다가 남편 먼저 나왔다가 이렇게 된거잖아요. 이달에라도 치루고 싶은데. 저렇게 안해주고 있잖아요.

 

집에도 들어가기 싫어.. 우리 아저씨 물건 안버리고 있어요. 남들이 버리라는데 내가 버리지 말라고 했어요. 아직 핸드폰으로 친구들한테 전화가 와요. 통화도 하고 그러는데.. 이게 죽은 사람하고 사는거지 뭐예요.

 

회사측이 자기네 와서 일하다가 죽었으면 책임을 져야지 양심이 있어야지. 난 지금도 죽은 사람이랑 있어요.... 이 달에는 장례 치게 해주세요..

 

우리 아저씨 나한테 얼마나 잘했다고요. 간게 너무 아까워요. 세상에........

제발 해넘기지 않게 이 달에는 장례치게 해주세요... 저 추운데 있지 않게...."

 

근로복지공단 측(02-460-3571)은 공문을 통해 '12월 17일경 처리 예정' 이라고 통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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