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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7일 전쟁계획? 그 아찔한 기사 ‘재탕·신뢰성’ 논란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 “지난 9월 기사 내용과 유사”, 북한군 고위 탈북자 신뢰성 여부도 논란…군 당국 부인· 국방부 출입기자들 보도 안해· 중앙 기자 “노코멘트”
 
입력 : 2015-01-09  14:38:56   노출 : 2015.01.10  08:41:12
 
윤성한 논설위원 | gayajun@mediatoday.co.kr   

중앙일보가 8일 1면 머리기사로 단독 보도한 「김정은 7일 전쟁 작계(작전계획) 만들었다」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기사의 내용이 중앙일보의 주말판 신문인 중앙선데이 작년 9월 기사 내용과 유사한 점이 있는데다, 기사 핵심 내용의 정보출처로 거론된 “최근 탈북한 북한군 고위관계자”의 존재여부도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군 당국과 국방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군 당국은 해당 기사에서 우리 군이 입수한 것으로 거론된 북한군의 ‘신작전계획’의 입수를 공식 부인했다.

중앙일보는 군 정보 당국자와 또다른 정부 당국자 등 복수의 군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사안이라며, 북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7일 안에 끝내는 속전속결식 작전계획을 세웠으며 우리 군이 탈북군인을 통해 입수, 이를 반영해 우리 군사작전계획을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12년 8월 25일 북한 중앙군사위원회 간부 전원과 군단장급 이상이 참석한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이 같은 신작전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가 보도한 신작전계획의 골자는 북한군이 기습남침하거나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핵과 비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초반에 사용, 미군이 본격 개입하기 전인 7일 안에 남한을 점령한다는 내용이다. 

   
중앙일보 2014년 1월 8일 머리기사
 

이 보도에 앞서 지난해 9월 20일 중앙 선데이는 「북 무인기 남침 루트 따라 내려온 건 김정은의 2015 통일대전 위한 정찰」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안보당국이 파악한 북한의 2015 통일대전 요강에 따르면, 북한군은 전면전 3~5일내 한반도 완전장악을 목표로 한다”면서 “미군의 증원은 핵미사일로 차단한다는 게 북한군의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중앙선데이는 당시 북한군 침투 루트를 그린 지도 등과 함께 북한이 “서해기습상륙, 문산광덕산 루트로 수도권 3각 공격”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을 포함 전면 2면을 할애, 북한군의 기습공격 계획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8일자 보도에 대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8일 오전 기자 브리핑에서 “북한의 작전계획을 입수한 바는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또한 “북한은 과거부터 단기 속결전 위주로 작전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중앙일보의 보도가 새로운 소식이 아니라는 뜻을 표명했다. 

다른 군 고위 관계자도 중앙일보의 해당 보도에 대해 “새로운 내용도 없고, 정보원의 신뢰도도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속전속결’작전이란 건 인터넷만 검색해보면 쏟아져 나올 정도로 전혀 새롭지 않은 소식”이라며 “7일 전쟁이 아니라 북한이 3일전쟁 계획 등 각종 속전속결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기사에서 정보원으로 등장하는 최근 탈북한 북한군 고위인사에 대해 “‘최근’이 현시점에서 어느 정도의 과거를 뜻하는 지 모르겠으나, ‘신군사계획’이 승인됐다는 2012년 8월 15일 이후 당 중앙군사위원회에 참석할 정도의 고위 북한군 인사가 탈북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며 “그 정도급의 고위급 군인사가 탈북했다면 이미 알려지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중앙선데이 2014년 9월 20일 기사
 

국방부 출입 기자들도 관련 보도를 하지 않는 분위기로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소속 언론사들은 대부분 중앙일보의 해당 단독 기사를 받지 않았다. 9일자 조간신문에서도 중앙일보의 관련 후속기사 이외, 다른 종합일간신문들이 해당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한 일간지 출입기자는 “중앙일보가 어떻게 취재했는지 모르겠지만, 군내에서는 신작전계획을 입수한 바도 없고, 그것으로 인해 작전을 변경한 일은 더욱 없다고 확인했다”며 “속전속결계획과 비대칭무기전술을 북한군이 구사할 계획이란 기사 내용의 골자는 지난 9월 중앙선데이의 보도를 재탕한 것이나 다름없는 보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언론사의 출입기자도 “6.25때도 3일 만에 서울이 함락됐다. 북한군의 ‘속전속결’계획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라며, 군 내부 등 여러 군데 확인취재를 해보았지만, 북한의 신작전계획을 입증하는 문서를 입수한 바도 없고, 그 이유로 작전계획을 변경한 바도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중앙일보 기사에 언급된 최근 탈북한 북한군 고위 인사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연변에 가면 자신이 북한군 장성출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수백 명이 넘는다고 한다”면서 “그들에게 핵실험 도면이나 최소한 실험 장소의 흙이라도 가져와 보라고 했지만 관련 증거를 가져온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면서 “중앙일보가 취재한 내용이니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신작전계획을 전달한 탈북한 북한군 고위 인사라고 표현된 존재가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일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를 출입했던 한 방송기자도 “한미연합훈련의 주된 목적만 보더라도, 북한군의 ‘속전속결’계획을 대비한 RSOI 즉 한미연합전시증원 훈련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그래서 속전속결계획 그 자체로는 사실 뉴스거리가 못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대북 관련 정보는 기본적으로 그 진위여부의 판단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부 당국이 어떤 사실을 알고 있다는 자체가 상대방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되기때문에 군 당국이 북한의 ‘신작전계획’을 공식 부인했다고 해서 해당기사의 관련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해당기사를 작성한 중앙일보 정용수 기자는 해당 논란에 대해 “노코멘트”라며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대남위협을 부각하는 ‘전언성’ 기사가 분단 70주기를 맞이해 제기되고 있는 남북 당국 대화 움직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 이런 류의 기사는 오히려 북한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기사”라며 “남측여론이 자신들의 군사력을 ‘과대평가’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는 기제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정 대표는 “이런 기사가 국내에선 대북강경여론을 자극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앞둔 군 당국에 부담을 줘서, 훈련 수위를 높히거나 훈련내용을 과도하게 공개할 경우, 남북대화 움직임을 꼬이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995년 평화통일과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 제작 준칙 제정 작업에 참여했던 6.15공동선언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공동상임대표인 정일용 연합뉴스 국제뉴스 기획위원은 “우리언론의 대북보도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실을 확인해서 그대로 쓰는 것”이라며 “MB정권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돼, 교류나 대북 직접 취재가 어려운 현실이기에 기자들이 오히려 더욱 신중하게 정보원과 관련정보의 사실여부를 점검·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화통일과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 제작 준칙

ㅁ 전 문 (前 文)

분단된 조국의 통일은 온 겨레의 염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언론은 남북관계 및 통일문제 보도·제작에서 화해와 신뢰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기보다는 불신과 대결의식을 조장함으로써 반통일적 언론이라는 오명을 씻어내지 못했다. 이같은 반성 위에서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및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등 언론 3단체는 해방과 분단 50주년을 맞아 우리 언론이 통일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한 다짐으로 공동의 보도·제작 규범을 제시한다. 우리는 '7·4 남북공동성명'과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정신에 따라 먼저 남과 북의 평화공존과 민족동질성 회복에 힘쓰며, 민족공동의 이익을 증진하고 궁극적으로 남과 북이 단결하여 자주적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루도록 노력한다.

ㅁ 총강

1. 우리는 대한민국(약칭: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약칭:조선)으로 나누어진 남과 북의 현실을 인정하며, 상호존중과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상대방의 국명과 호칭을 있는 그대로 사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2. 우리는 냉전시대에 형성된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보도·제작함으로써 남북 사이의 공감대를 넓혀 나간다.

3. 우리는 남북관계 보도·제작에서 언론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가로막는 법적·제도적 장애를 타파한다.

4. 우리는 남과 북의 우수한 민족문화 유산을 공유하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기사 및 프로그램 개발에 힘쓴다.

5. 우리는 통일문제에 관한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공정하게 반영하여 민주적인 여론형성에 기여한다.

ㅁ 보도실천요강

1. 남북 긴장해소 노력 : 남북간의 평화를 저해할 수 있는 군비증강 등 제반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남북간 긴장 및 불의의 사고 발생시 신속하고 평화적인 해결을 이끌어 내는 데 초점을 맞춰 보도한다.

2. 인물 호칭·직책 존중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물에 대한 호칭은 대한민국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성명 다음에 직책을 붙여 호칭한다.

3. 관급자료 보도 유의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관급 보도자료의 무절제한 인용·전재를 피하고 최대한 확인절차를 거쳐서 보도한다.

4. 내외통신 인용 책임 : 내외통신 자료는 관급 보도자료 가운데 하나이므로 내외통신 자료를 전적으로 인용한 보도라 할 지라도 그 책임은 이를 보도한 기자에게 있다는 점에 유의한다.

*국정원이 운영하던 내외통신은 연합뉴스로 흡수 폐지되었다

5. 외신보도 신중 인용 : 외신을 활용한 특정세력의 목적성 여론조성을 경계하며, 제3국이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외신보도는 인용하지 않는다.

6. 1차 자료 적극 활용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신문·방송·통신 보도와 잡지 등 1차자료에서 보도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적극 활용한다.

7. 각종 추측보도 지양 : 국내외 관계자들이 무책임하게 유포하는 각종 설은 보도하지 않는다. 다만 취재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8. 사진·화면 사용 절제 : 해당기사와 무관한 자극적인 화면이나 사진을 사용하지 않으며, 냉전과 대결의 시각보다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 내는 데 노력한다.

9. 희화적인 소재 지양 : 남북간 언어, 문화, 생활의 차이와 상호 이질감을 우리의 잣대로 평가하거나 보도에 희화적 소재로 삼지 않는다.

10. 망명자의 증언 취사 : 망명자의 증언은 그로부터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기사화하도록 한다. 전언이나 추정 등을 기사화해야 할 경우는 '전언', '추정' 등을 명기한다.

ㅁ 제작실천요강

1. 정보제공 적극 편성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관련 프로그램 편성시 형식적·소극적 편성에서 벗어나 다큐멘터리·드라마·오락물 등 각 장르별로 적극 편성하며, 남북 관련 긴급 혹은 특집프로그램 편성시 정치적 의도가 없는지 특히 유의한다.

2. 통일지향 가치 추구 : 기획, 출연자 선정, 편집 등의 제작과정에서 민족동질성 회복, 화해·공존공영의 증진, 통일의 촉진이 구현되도록 적극성을 갖고 제작에 임한다. 프로그램 제작시 여러 가치가 충돌할 경우 인간 존엄성 존중, 민족이익 수호, 민족화해 증진 등의 가치를 판단의 우선가치로 삼는다.

3. 냉전시대 관행 탈피 : 냉전시대에 형성된 내면적 자기검열, 습관화된 분단의식, 누적된 선입견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또 냉전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요·가곡·드라마·영화 등의 방송을 피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불필요한 화면을 사용하지 않는다.

4. 상업·선정주의 경계 : 상업주의와 선정주의를 경계하며, 안일하고 편의적인 제작태도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나아가 현재의 모든 방송행위가 미래의 통일민족문화와 직결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 제작에 임한다.

5. 다원주의 가치반영 : 사회적 가치나 의견 등의 메시지를 시청취자에게 전달할 때는 제작진이 단정적 결론을 내리기보다 시청취자가 듣고 보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 통일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가능한 한 가감없이 프로그램에 반영하도록 노력한다.

6. 보도활용 제작 신중 : 국내외 매체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관련 보도를 근거로 가십·꽁트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 보도의 정확성, 취재원의 신뢰도, 보도 이면에 게재되어 있을 수 있는 정치적 의도 등을 충분히 검증한 뒤 방송하며, 무분별하게 인용하여 민족화합을 저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프로그램화하지 않는다.

7. 생활문화 적극 소개 : 정치적 통합을 넘어서는 남북 주민간의 사회·문화적 통합이 진정한 최종적 통일임을 인식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민들의 생활과 문화를 프로그램 소재로 적극 채택한다.

8. 능동적인 자료 접근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프로그램 제작시 정보의 편중성·부족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제작진 스스로 노력한다. 1차자료를 적극 활용하고, 각 분야 연구자 등 폭넓은 인적자원 확보에 각자가 능동적으로 힘쓴다.

9. 남북차이 이해 노력 : 언어·문화·생활·관습·가치관 등에서의 남북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위해 노력하며, 가능한 한 이 차이들을 희화적 소재로 삼지 않도록 한다.

10. 남북 동질성의 부각 : 남북의 차이점보다는 같은 점을, 과거보다는 미래를 부각시킴으로써 미래지향적·통일지향적 방향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힘쓴다.

1995. 8. 15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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