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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면담 결국 무산.. 경찰 또 과잉대응

[현장] 세월호 유가족 “면담하러 오라더니.. 경찰 왜 막나”이완구 국무총리 면담 결국 무산.. 경찰 또 과잉대응
강주희 기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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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10  20:27:11
수정 2015.04.11  09: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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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는 10일 오후 2시 30분 이완구 국무총리와의 면담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행령안 폐기 및 선체 인양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go발뉴스(강주희)
세월호 유가족과 이완구 국무총리의 면담이 결국 무산됐다. 유가족들은 “국무총리의 일정을 경찰이 이유 없이 막고 있다. 이럴려고 불렸냐”며 분노를 토했다.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이하 가족협의회)는 10일 오후 2시 30분 이완구 국무총리와의 면담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세월호 선체 인양을 정치적으로 이용 계산하지 말고, 특별법 시행령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약속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진상규명과 시행령안 폐기, 선체 인양을 통한 실종자 수습만이 최우선이라는 가족들의 울부짖음을 정부는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선체 인양 공식선언을 하지 않는다면 유가족들은 국민들과 오랫동안 준비한 1주기 추모식을 취소한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정부는 분명히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가족들은 오후 3시 서울 삼청동에 있는 국무총리 공관으로 향했다. 노란색 점퍼를 입은 유가족 80여명은 인도를 따라 걸어갔다. 그러나 5분도 되지 않아 경찰 100여 명이 폴리스 라인을 치며 이들의 길을 막아섰다.

#. 오후 3시 8분 광화문 KT 앞

“국무총리가 우리 보고 면담하러 오라고 했다니깐. 경찰이 왜 막냐고.” 경찰이 유가족들을 막자 ‘성호아빠’ 최경덕씨가 내뱉은 말이다. 경찰은 추가인력을 동원해 유가족들을 막았다. 여경들은 세종대왕상 앞에 폴리스 라인을 그렸고, 채증을 준비하는 경찰들이 유가족들을 둘러쌌다.

   
▲ 경찰의 제지에 항의 하고 있는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 ©go발뉴스(강주희)
유가족들은 경찰을 피해 광화문 수로 쪽 인도로 걸었다. 그러나 경찰은 유가족들을 방패로 밀며 차도로 몰아냈다. 이 때문에 달리던 차들이 멈추고 경적을 울려댔다. 

 

경찰의 막무가내 대응에 유가족들은 “길을 왜 막냐. 국무총리와 4시에 면담 약속이 되어있다”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 되지 않은 집회”라며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이날 면담은 지난 7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먼저 제안했다. 유가족들은 임원진 11명만 면담에 참석하고 총리 공관 앞에서 면담 결과를 기다릴 예정이었다.

#. 오후 3시 26분 광화문 KT앞

유가족들은 막아서는 경찰을 피해 주한미국대사관 쪽으로 이동했지만 경찰의 제지를 피하지 못했다. 결국 광화문 KT 앞에서 30분 넘게 경찰 대치를 이어가며 면담이 성사되길 기다렸다.

면담 참석자로 예정된 전명선 위원장은 국무조정실과 통화해 항의했다. 전 씨는 취재진에게 “국무조정실에서는 유가족들을 막으라고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종로서에서 나와 유가족들을 막고 있다. 이게 과잉충성이 아니고 무엇이냐”라고 말했다.

   
▲ 경찰의 저지에 가로 막힌 세월호 유가족.©go발뉴스(강주희)
시간이 흐르자 국무조정실과 경찰 측에 엇갈린 주장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유경근 위원장은 “국무조정실 측은 유가족들을 막으라고 지시한 적도 없고, 11명만 올라오라고 한 적 없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 정보관에게 물어보면 (국무조정실에서) 연락이 왔는데 11명만 올라가시면 안 되냐고 한다. 어디 말을 믿어야 하냐”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 오후 4시 광화문 KT앞

국무조정실 관계자들이 세월호 유가족을 찾아온 시간은 오후 4시. 이완구 국무총리와의 면담이 약속된 시간이었다. 국무조정실 장상윤 사회복지정책과장은 “국무조정실에서 유가족들을 막으라고 한 적이 없다. 우리는 면담 참석자 11명만 온다고 들은 상황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종로경찰서 관계자에게 집단적으로 이동하는 것은 질서 유지상 집회 신고를 해야 한다고 들었다”며 “면담 장소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 앞은 매우 협소하고 청와대도 옆에 있고 해서 (단체로 가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이완구 총리와의 면담이 지연되자 국무조정실 관계자들이 전명선 가족협의회 위원장과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위원장, 장상윤 국무조정실 사회복지정책과장, 이승규 세월호 피해자 지원단 피해지원과장. ©go발뉴스(강주희)
그러나 경찰이 유가족들을 막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계속 확인해봐야 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유가족을 막는 주체에 대한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정 국장은 함께 온 관계자들과 함께 다시 삼청동 국무총리실 공관으로 향했다. 유가족들의 기다림만 더 길어지고 있었다.

 

#. 오후 4시 20분 광화문 광장

경찰과 약 1시간 30분 가량 대치를 벌인 유가족들은 결국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해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유경근 위원장은 “면담을 11명이 하든 안 하든 총리 공관 앞에서 기다려 면담 결과를 듣고 싶다는데 굳이 이것을 막아야 할 근거나 이유가 있느냐”고 성토했다.

그는 “국무조정실이 유가족들에게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허락 받는 11명만 갈 수 있다는 거다. 아무리 대한민국 국무총리의 파워가 막강하다해도 국민이 가고 싶은 땅을 걸어가겠다는데 그것도 총리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냐. 너무나 황당해서 웃음 밖에 안 나온다‘라고 비난했다.

#. 오후 5시 10분 광화문 광장

오후 5시 10분. 약속된 면담 시간은 한 시간이 지났다.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모인 유가족들은 저마다 “실망스러운 날들이 매일매일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성호아빠’ 최경덕 씨는 “유가족들 불러놓고 길 막는 것은 어느 나라 법이냐. 경찰이 막는 게 그게 부르는거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 ©go발뉴스(강주희)
전명선 위원장은 경찰의 과잉대응을 비난했다. 그는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발생한 경찰의 과잉대응을 거론하며 “경찰은 방패로 유가족들을 차도로 내몰았다. 시민들이 그 모습을 보면 유가족을 무엇으로 생각하겠느냐. 왜 우리들을 자꾸 부도덕하고 파렴치한한 사람으로 만드냐”고 비난했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세월호 선체 인양 기술 검토 결과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이완구 총리의 면담이 약속된 오후 4시. 해수부는 “세월호 선체를 기술적으로 인양할 수 있다”며 검토 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이에 ‘동수아빠’ 정성욱씨는 “오늘 해수부 브리핑 내용은 지난해 영국 TMC에서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읽은 것”이라며 “선체 인양 방법 또한 와이어를 사용한 가장 위험한 방법을 택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은 5개의 요구사항을 밝혔다. ▶‘세월호 인양’ 이용한 여론몰이를 중단하고 즉각 구체적 인양 공식선언과 추진계획을 밝힐 것 ▶정부 시행령안 폐기하고 특별조사위원회가 제출했던 시행령안 수용할 것 ▲세월호 선체인양 공식선언과 정부 시행령안 폐기는 서로 주고받는 협상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할 것 ▲배보상액 발표 등을 통해 유족들을 분열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할 것 ▲국무총리 면담에서 위 요구들을 수용하지 않은 채, 감성·정치적 수사만을 반복하지 말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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