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보도한 ‘훈장과 권력’의 시작은 KBS였습니다. 2005년에 이미 친일파의 훈장 내역을 보도했던 KBS는 2015년 정부를 상대로 3년간의 소송 등을 통해 서훈 기록 60여 만 건을 최초로 입수했습니다.
KBS 탐사보도 기자들은 ‘간첩과 훈장’,’친일과 훈장’이라는 ‘훈장 2부작’ 시리즈를 준비했지만, 1부 간첩과 훈장은 난도질당한 후 극히 일부만 보도됐고, 3부 친일과 훈장은 언제 방송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훈장 시리즈를 처음 기획했던 최문석 기자는 지난 3월 KBS에 사표를 내고 뉴스타파로 이직했습니다. 최승호 앵커는 “기사를 지키기 위해 사표를 던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잘 나가던 탐사기자 최문호씨는 이 기사를 지키기 위해 KBS를 그만뒀습니다.”라며 최 기자가 왜 KBS를 떠났는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설명했습니다.
기자가 기사를 위해 사표를 던지는 모습을 보면 참 지독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자라면 기사를 목숨처럼 여기는 일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친일파의 훈장 기록이 왜 중요한가?’
▲1949년 친일파 재판 관련 신문 보도와 뉴스파타가 공개한 친일파 훈장 내역
‘전후 일본에 있어서도 정의에 반항한 간악한 무리들은 전범자로서 공직에서 추방되고 또 이미 단죄를 받았다. 그런데 이 땅에서는 해방과 동시 처단되어야 할 그들은 또다시 세력을 규합하여 정치적 힘을 만들어 새로운 승리자에게 아부하여 자기들의 죄상을 은폐하고 심지어는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하였던 것이다.’ (1949년 3월 26일 경향신문)
1949년 3월 26일 경향신문은 친일파의 반민특위 재판을 보도하면서 그들이 세력을 규합하여 자기들의 죄를 은폐하고 친일 행적을 또 재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친일파들이 처벌은커녕 해방 후 대한민국에서 훈장까지 받으며 국가유공자로 살아가는 모습을 마치 예견하는 듯한 글입니다.
뉴스타파는 2016년 220명이 넘는 친일인사들이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친일파 고발이 아닙니다. 우리의 삐뚤어진 자화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으로 남겨 후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입니다.
끈질기고 지독한 뉴스타파 기자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누가 헌법 정신을 위배하고, 반민족 행위자인지 쉽고 빠르게 알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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