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박 대통령 제부 신동욱씨 명예훼손 혐의 수사 때 ‘참고인’
ㆍ최씨 진술조서 등 근거해 “2004년 이후 관계 단절” 결론
ㆍ검, 2012년 대법 확정 후에도 관련 기록 여전히 공개 안 해
국정농단으로 구속된 최순실씨(60)를 검찰이 7년 전에도 불러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 와서 보면 검찰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을 내렸다. ‘박근혜는 2004년 이후 (최씨 아버지인) 고 최태민 목사의 친·인척들과는 완전히 단절하고 전혀 연락을 취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도 마찬가지였다. 법원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6개월 전인 2012년 2월 “박근혜가 (의혹 해소를 위해) 아주 많은 고생을 했다”며 관련 의혹을 제기한 사람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과 법원이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문 전에도 제대로 사건을 살펴봤다면 최순실 게이트를 끊어낼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
■ 검찰, 2009년에도 최순실 조사
1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박균택 당시 부장검사)는 2009년 박 대통령의 여동생 박근령씨(62)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48)를 수사하면서 최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신 총재는 국회의원이던 박 대통령의 미니홈피에 2009년 3~5월 수십 차례에 걸쳐 “고 최 목사의 친·인척들과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고 그의 친·인척들을 통해 육영재단을 차지하기 위해 폭력사건을 사주했다” 등의 글을 썼다.
박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검찰은 신 총재를 명예훼손 혐의로 2010년 1월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검찰은 신 총재를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구속한 후 2011년 9월 추가 기소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권기만 판사(47·사법연수원 30기)는 2012년 2월 신 총재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최씨의 검찰 진술조서 등을 증거로 “박근혜와 최 목사 일가 관계는 2004년 이후 끊어졌다”고 판결했다. 이춘상 전 보좌관(사망),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52), 손범규 전 법무공단 이사장(50) 등 ‘원조 친박’ 인사들의 검찰 진술과 법정 증언도 최씨 진술을 뒷받침했다. 검사들이 최씨와의 수싸움에서 지고 법원은 명백한 오심을 한 것이다. 당시 신 총재 사건 주무검사였던 박모 변호사(47·27기)는 “최씨가 지금처럼 논란이 되기 전이었고 시간도 오래 지나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최순실 진술조서 공개 꺼리는 검찰과 석연찮은 판결문
신 총재 사건은 2012년 11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확정됐다. 형사소송법은 “누구든지 권리구제·학술연구 또는 공익적 목적으로 재판이 확정된 사건의 소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검찰청에 그 소송기록의 열람 또는 등사(복사)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최씨 관련 기록을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신 총재는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에 최씨의 진술조서 열람·등사를 신청했으나 하루 만에 거부당했다. ‘사건 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 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예외조항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검찰 내부 관계자는 “본인의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쓰였던 기록이라면 굳이 공개하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의 신 총재 판결문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등장한다. 권 판사는 “박근혜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최태민의 딸을 낳았다는 주장이 있어 DNA 검사라도 받겠다고 하는 등 아주 많은 고생을 했다”고 언급했다. 다수의 법조계 관계자는 “판결문에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권 판사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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