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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도 몰라, 5.18도 몰라”… 근현대사 수능에서 제외

 

현대사가 철저히 외면 받기 때문
 
耽讀 | 등록:2013-03-17 13:50:34 | 최종:2013-03-17 14:08:37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안중근 의사가 누군지 아세요?”(선생님)

“안과 의사 선생님.”(학생1)
“아냐 소아과 선생님이야.”(학생2)
“아냐 치과 선생님.”(학생3)

몇 년 전 삼일절을 맞아 안중근 의사가 누구인지 학생들에게 묻자 나왔다는 학생들 답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사실 역사가 고등학교 선택과목이 되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아 필수과목이 되고, 수능시험에 역사가 선택과목이 되면서 이미 예견된 일입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만 아니라 이제는 4.19혁명과 5.18광주민중항쟁 그리고 6.10항쟁도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현대사가 철저히 외면 받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 수능에는 근현대사 과목도 사라집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교육과정 개정이 이뤄지면서 2011년 당시 고등학생 1학년생부터 국사와 한국근현대사, 세계사 과목이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로 조정·통폐합됐다고 <미디어오늘>은 전했습니다.

한국사로 근현대사 내용이 편입되긴 했지만, 독립 과목이 폐지되고 수능에서 별도의 시험을 치루지 않으면서 근현대사 역사 인식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2009년 당시 학계에서는 전근대와 근현대사로 하나로 묶어 통사로 배워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근현대사 과목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통폐합하면 아이들이 공부를 더 하는 것이 아니라 외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생들은 사회탐구영역 10개 과목 중 2개 과목을 선택합니다. 외울 것이 많은 국사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그 동안 수능에서 철저히 외면 받았습니다. 지난해 수능에서 사회탐구영역 11개 과목 중 국사를 선택한 비율은 7번째였습니다.

특히 한국사는 필수이지만, 수능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집중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기존 근현대사 과목은 사회탐구영역 과목 11개 중 시험 선택 비율이 3번째였습니다. 국사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근현대사가 통폐합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사를 선택하지 않은 아이들이 한국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평화적 데모를 하는 경북고교생을 개끌듯 끌어가는 경찰. 앞으로 우리 아이들은 이승만 독재 진실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한 누리꾼도 “지금까지의 수능에서 근현대사는 선택비중이 높았던 과목"이었다면서 "그런데 통합해서 한국사로 만들어버리고 사회탐구 시험 과목을 2개로 줄어버린 상황에서 누가 미쳤다고 한국사를 공부하겠냐”고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도 “안 그래도 양이 많아서 국사를 안 했는데 근현대사까지 포함되면 누가 한국사를 선택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미디어오늘> 수능에서 사라진 근현대사… “5. 18이 뭐에요?”

이미 근현대사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외면받았습니다. 심지어 ‘좌파역사교과서’를 고쳐야 한다며 개정에 나섰습니다. 지난 2008년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만든 <대안교과서>가 ▲ 식민지 근대화론을 인정하고 ▲ 제주 4·3 사건을 좌파 세력의 반란으로 규정하며 ▲ 이승만·박정희 반공 독재체제를 긍정한 내용이 나왔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12월 한 출판사가 집필진 동의 없는 수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이명박 “그 출판사는 정부가 두렵지 않느냐”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했었습니다.

국산편찬위원회도 지난 해 6월 ㄱ출판사의 역사교과서에 나온 ‘한·일 을사늑약’ ‘을사조약’으로 수정할 것을 권고했고, ㄴ교과서는 일본 역사를 설명하면서 ‘국왕 중심의 새로운 정부’라는 대목을 ‘천황 중심의 새로운 정부’로 수정하라는 권고를 했었습니다. 결국 두 출판사는 국사편찬위 권고를 받아 수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ㄹ교과서에서는 ‘대한민국 임시 정부 요인들 사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김구 선생을 가리키며 설명하는 것을 삭제하고, 이승만·이동휘·안창호 선생만을 임시정부 요인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고쳤습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첫해만 5.18민중항쟁기념식이 참석하고, 이후는 빠졌습니다. 하기사 5.18국립묘지 ‘유영봉안소’에 파안대소한 것을 안다면 그의 역사인식은 '빵점'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인 지난 2004년 5.18국립묘지를 찾아 영령들의 영정을 모셔놓은 ‘유영봉안소’에서 파안대소를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2008년 10월 ‘건국 60년’을 맞아 80여개 영상물이 담긴 <기적의 역사>라는 영상물과 책자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적의 역사>는 독재정권의 통치와 이에 항거한 민주화 과정의 현대사는 빠져 있고 경제 발전과 옛 정권의 치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기적의 역사>에는 노골적인 박정희 전 대통령 영웅만들기를 중심으로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의 업적 찬양 일색으로 영상 40개로 이루어진 1960~70년대 부분의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영상이 절반이 넘는 22개이며 영상마다 박정희 대통령을 산업화의 지도자로 극찬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식 장면은 “태산이 무너지듯,강물이 갈라진듯 이충격 이비통 어디다 비길까”라는 심금을 쥐어짜는 내레이션 대사를 넣어 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극대화시켰습니다. 4·19 혁명을 짓밟은 자에게 찬사를 보낸 정권이 이명박 정권입니다.그리고 4·19 혁명을 ‘4·19 데모’라고 비하했습니다.

▲ 2008년 10월 교과부가 펴낸 소책자 ‘기적의 역사’ 6쪽 내용. ‘4.19데모’라고 써 있다. ⓒ<오마이뉴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역시 현대사 인식에 굉장히 문제가 많습니다. 5.16군사반란을 구국의 혁명이라고 했고, 그가 내정한 각료들은 하나같이 교과서가 기술한 ‘5.16군사정변’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했습니다. 특히 지난 2008년 뉴라이트가 만든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출판 기념회 축사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말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뜻있는 이들이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소년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필자 여러분이야말로 후손들을 위해 큰 일을 하셨고, 덕분에 걱정을 덜게 됐다…나라는 인간에게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 건국 60주년을 맞아 성장한 몸에 걸맞게 혼을 바로 세워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은 피와 땀과 눈물로 역사상 유례 없는 성취를 이루었다. 근현대사에 대해 국민이 정확히 알아 자긍심을 갖고 이를 토대로 국민통합과 결집을 이루어 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꿈꾸는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 2008.05.26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출판 기념회 축사

박근혜 대통령 현대사 인식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근혜 정부 각료들이 끝까지 5.16을 군사반란으로 부르지 않는 것은 민주공화국 장관 자격이 없습니다. ‘쿠데타’는 “국가에 대한 일격”이라는 뜻을 지닌 프랑스어 ‘coup d’État’로 “국민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무력 등의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정권(政權)을 빼앗으려고 일으키는 정변”을 뜻합니다.

쿠데타는 군대, 경찰, 그밖의 무장집단 등에 의해 은밀하게 계획되고 기습적으로 감행되며 정권탈취 후에는 군사력을 배경으로 계엄령 선포, 언론 통제, 반대파 숙청, 의회의 정지, 헌법 개폐(改廢) 등의 조치를 취한다. 일반적으로 쿠데타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는 것을 국가적인 규모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위기, 기성 정치권의 무능, 의회의 정상적인 기능 마비 등이며, 또 이에 대해 국내에 유일한 무력조직으로서의 군대나 경찰 및 이를 지휘하는 야심적인 정치가나 장군 등의 존재이다.-<다음백과사전> ‘쿠데타’

쿠데타는 군과 경찰 등이 은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합니다. 시민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5.16은 당연히 군사반란, 군사정변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5.16이 군사반란이라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그리고 5.18광주민중항쟁 역시 근현대사가 빠지면 “5.18이 뭐냐”는 질문에 당황하게 될 것입니다. 5.18은 전두환 독재정권이 시민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입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을 경험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수능에 목매는 나라에서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면 외면은 당연합니다. 어쩌면 이 땅의 수구기득권세력은 자신의 더러운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칠 마음이 없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일본 극우가 종군위안부와 징용 그리고 일본제국주의 어두운 역사를 가르치지 않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안 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4.19혁명과 5.16군사반란, 5.18민중항쟁을 가르쳐야 합니다. “4.19도 몰라요, 5.18도 모르”는 비극이 일어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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