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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노동자 1명이 100여명 급식 책임지는데…교육부 장관 “20~30명 아닌가”

고민정 “정부청사는 50여명 수준, 학교급식실 식수인원 연구해야”…이주호 장관 “바로 연구 착수할 것”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학교급식실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국회의사중계시스템


학교급식노동자 한 명이 100여명 이상의 급식을 담당하며 골병이 들어가는 현실에서, 주무부처 장관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학교급식실의 기본적인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여 질타를 받았다.

이 장관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으로부터 대전의 일부 학교에서 벌어진 급식 중단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최근 대전 지역의 학교급식노동자들은 교직원 배식대 별도 설치와 냉면 그릇 사용을 거부하고, 전처리된 식재료 등을 요구하는 준법 투쟁에 나섰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의 요구는 당장의 인력 충원이 어렵다면, 업무 경감을 위한 대안이라도 함께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큰 문제 없이 개선이 이뤄졌지만, 두 학교에서는 학교급식노동자들의 요구를 거부하며 급식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관련 기사 : ‘대전 학교급식 차질’ 논란 속 사라진 학교급식노동자의 호소 “노동강도만이라도…”)

두 아이의 학부모이기도 한 고 의원은 “기왕이면 신선한 달걀을 막 깬 것으로 먹었으면 좋겠고, 양파든 오징어든 싱싱하게 온 것을 그 자리에서 바로 손질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엄마로서는 든다”면서도 “그런데 이분들이 과연 그럴 환경과 상황이 되는가 살펴봐야 한다. 이분들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을 할 것이라고 보나”라고 물었다.

이 장관은 구체적인 답변을 하는 대신 “많이 고생들 하시는 건 잘 알고 있다”고 둘러댔다. 이에 고 의원은 “조리사 1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콕 집어 묻자, 이 장관은 당황한 표정으로 참모진을 찾는 듯 두리번거리다 “정확한 숫자는 제가…”라고 말끝을 흐렸다. “얼마쯤 되면 적정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뭐…한 20~30명”이라고 자신 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사실상 이 장관은 학교급식노동자 1명이 현재 얼마큼의 노동을 감당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매년 학교급식실 결원 문제가 반복되고, 대전 지역에서 학교급식 중단 사태가 벌어진 게 불과 이번 달 벌어진 일이었다. 더욱이 학교급식실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학교비정규직 관련 노동조합 대표자들은 지난 21일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단식 농성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이 장관은 학교급식노동자들이 놓인 현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고 의원은 답답한 듯 “자료 좀 보시라”라며 국회에서는 급식노동자 1명이 담당하는 식수인원이 80여명 안팎이고, 서울청사에서는 급식노동자 1명이 50여명의 식수인원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 반면, 학교급식실은 이보다 2배가량 많았다. 경기 지역의 경우 학교급식노동자 1명이 153명을, 서울 지역의 경우 학교급식노동자 1명이 137명의 급식을 담당하고 있었다.

고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액상란 대신) 계란을 다 까라, 양파를 다 까라, 오징어를 다 손실하라, 그게 가능한가”라며 “저는 급식노동자들이 단식농성까지 한다길래 얼마큼 상황이 최악이길래 그런가 봤더니, 이 지경이다”라고 성토했다.

고 의원은 “그러니 사람들이 학교급식실에서 일하지 않고, 결원 상태가 엄청나게 심각하다. 혼자서 150명을 감당할 정도의 노동을 해야 하니까”라며 “그럼 이분들이 그만큼의 돈은 받나. 학교급식노동자 1년 차 기본급을 보니 최저임금도 안 됐다”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이어 “조리사 1인당 가능한 식수인원이 몇 명인지 연구해야 한다”며 “교육부가 식수인원이 몇 명이 적정한지 연구를 좀 해주시라”고 요구했다.

이 장관은 그제야 “좋은 제안”이라며 “바로 연구에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최근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가 전국 6,849명의 학교급식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는 절반 이상(60.5%)의 응답자가 1인당 식수인원이 100~150명이라고 응답했다. 적정 식수 인원으로는 60~100명 미만을 대부분 꼽았다. 과도한 식수인원으로 인한 고강도 노동은 조기 퇴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인당 식수인원이 150~200명인 집단에서는 조기 퇴사 발생 경험이 49.7%에 달한 반면, 100명 이하인 집단에서는 31.2%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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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선 개입 말라!"…오늘 대법원 앞 '촛불대행진'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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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5.04.25 21:00

  • 수정 2025.04.26 08:38

  • 댓글 0

촛불행동 "사법 통한 이재명 사냥" 비판

대법, 군사작전 하듯 이재명 사건 심리

'대선 개입' 의심을 부른 조희대 대법원장을 규탄하는 촛불대행진이 토요일인 26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인근에서 진행된다.

극보수 성향의 조 대법원장은 6·3 대선을 40일 앞둔 22일 직권으로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감행한 데다 사건 심리도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고 있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에 개입 말라!"

26일 오후 4시 대법원 앞 '촛불대행진'

대법원이 선거일 이전에 2심에서 무죄를 받은 이 사건과 관련해 '파기자판'(상고심 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할 때, 환송 또는 이송하지 않고 직접 판결)을 통한 유죄 판결이나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면 이재명은 출마가 봉쇄되거나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된다.

이렇듯 조 대법원장과 대법원의 동향이 심상치 않자, 촛불행동(상임대표 김민웅)은 26일 예정된 '민주정부 건설·내란세력 청산을 위한 137차 촛불대행진'을 긴급 전국 집중 행사로 강도를 높이는 한편, 상황의 중대성을 고려해 집회 장소를 서초구 대법원 청사 인근으로 바꿨다.

촛불행동은 25일 발표문을 통해 "최근 대법원이 이재명 대표 사건에 이례적으로 심리 속도를 내며 비정상적,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사법 체계로 이재명 대표의 후보 박탈을 노린 목적일 것이다"라면서 "대법원에 경고한다. 대선 개입 중지하라!"고 경고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두 번째 기일을 열어 사건을 심리한다. 2025.4.24 연합뉴스

"내란에 부역하는 법비들에게

분노한 민심의 명령을 하자"

그러면서 "여전히 내란 세력이 준동하는 대법원의 대선 개입에 엄중하고 강력한 경고를 위해 집회 장소를 대법원으로 변경하고, 매주 전국 집중으로 촛불대행진을 진행하겠다"면서 "내란에 부역하는 법비들에게 분노한 민심의 명령을 하자. 대법원으로 총집결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24일 촛불행동은 공식 성명을 통해 "내란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움직임이 매우 수상하다.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혐의 사건 재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인 이재명에 대한 조희대의 '사법 사냥' 이나 내란 세력을 제압할 차기 정권 등장을 막기 위한 '사법 쿠데타' 가능성을 제기했다.

촛불행동은 "조희대 대법원은 윤석열 탈옥을 주도한 검찰총장 심우정과 지귀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정치적 지향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면서 "만일 이재명 대표가 후보 박탈형을 받고 파기자판이 될 경우,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는 사라지고 내란 세력이 정국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라고 걱정했다.

촛불행동은 이어 "이재명 제거를 위한 미국의 내정간섭이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조희대 대법원의 대선 개입 농간에 강력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조희대 대법원에 경고한다! 대선 개입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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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세력이 활용하는 '청년' 정치의 실체, 이게 현실이다

[넥스트 대한민국] 향후 60년 위한 변화의 첫걸음, 사회부양비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책임 강화

사회 제갈현숙

25.04.25 06:58최종 업데이트 25.04.25 06:58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인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시작한 2025년의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획 '넥스트 대한민국'을 통해 조기 대선 상황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남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편집자말]

2024년 5월 22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시민 공론화 결과에 따른 연금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여 연금개혁 하겠다고 했으나 공약을 파기하고 국회로 공을 넘겼으며, 5차 재정계산에 따른 정부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아무런 정부안을 내지 않는 등 연금개혁 공언과 달리 연금개혁에 대해 무책임한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 왔다"고 성토했다.이정민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국가원수가 주도했던 내란은, 어쩌면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부터 그 징후가 있었지만, 내란 협조 세력들로 인해 덮였는지 모른다.

지난 21대 국회의 제3기 연금특위는 2023년 1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연금 개혁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했다. 공론화를 위해 2월 14일부터 4월 21일까지 시민대표단 5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하고 약 한 달간 학습 및 숙의 과정을 거친 후, 시민 스스로가 미래를 위한 연금 개혁 방향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가입자인 시민이지만, 연금 개혁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대상화되었다. 그러나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해지면서, 역사상 최초로 가입자와 청년을 개혁 과정에 초대했다. 그전까지 연금 개혁은 행정부가 주도하며 전문가와 정치인 중심으로 진행되었지만,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연금 개혁의 민주주의는 어느 때보다 강화되었다. 정부와 국민의 힘은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계획대로 공론화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 같다.

500인의 시민대표단은 '더 내고(보험료율 9→13%), 더 받는(소득대체율 40→50%)' 소득보장안과 '더 내지만(보험료율 12%), 그대로 받는(소득대체율 40% 유지)' 재정안정안을 두고 학습 및 숙의 과정을 거쳤다. 소득보장안은 학습이 시작되기 전 36.9% 지지로 출발했지만, 56%까지 올랐고, 재정안정안은 44.8% 지지로 출발했지만, 42.6%로 떨어지면서, 최종적으로 소득보장안이 결정됐다.

국민연금을 사보험처럼 취급해 온 그간의 풍토를 고려하면, 시민대표단의 소득 보장 강화를 위한 결정은 대단한 성과였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한다면, 공적연금에 대한 이해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그러나 시민대표단의 결정을 정부와 국민의힘은 전광석화처럼 뒤집었다.

공론화위원회 주호영 위원장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강력히 반대하면서 협상은 끝내 무산됐고, 소득대체율 40% 유지와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완전한 개혁'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윤석열의 '완전한 개혁'은 더 많은 보험료를 국민에게 부담시키지만, 급여는 깎겠다는 것이다.

윤석열의 완전한 개혁은 재정안정안으로 시민대표단에 제안됐지만, 선택되지 못하면서 시민의 민주적 결정을 무효화시켰다. 내란의 시작이었지만, 정부와 여당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은 시민의 결정에 대해 '망국의 길로 가는 것'이라며 깎아내리기 바빴다. 계엄령이 '계몽령'으로 둔갑했듯, 내란을 감싸는 세력은 계엄령 이전부터 존재했고 민주주의를 절벽으로 내몰았다.

세대 전쟁의 서막 열어젖힌 윤석열 정부

2024년 9월 4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보건복지부

정부는 3개월 후, 9월 4일 단독의 개혁안을 내놓았다. 만약 정부안으로 개혁을 돌파하고자 했다면, 1년 전 시도했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보험료는 올리되 급여를 깎는 개혁안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시민을 설득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들은 시민대표단의 결정 중 보험료 13%만을 수용했고, 한 번도 공론화하지 않았던 자동안정화장치와 세대별 차등보험료를 개혁안으로 들고나왔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은 세대 간 연대이지만, 급여를 깎기 위한 전술로 세대 간 갈등을 선택하면서, 세대 전쟁의 서막을 열어젖혔다.

윤석열 탄핵이 인용되기 전인 지난 3월 20일, 22대 국회는 정부안을 수정해서 보험료 13%, 소득대체율 43%로 '표면상'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을 통과시켰지만, 시민대표단의 성과는 담지 못했다. 또한 자동안정화장치는 배제했지만, 복지부는 향후 구조개혁에서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다.

연금 개혁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은 시민의 결정을 무시하며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았고, 윤석열의 직무 정지 기간에도 정부는 내란 세력의 뜻대로 개혁 절차를 밟았다. 계엄령으로 한국 사회를 도탄에 빠뜨린 윤석열은 단 한 번도 대국민 사과 없이, 관저를 떠나며 대학 점퍼를 입고 나온 청년과 포옹했다. 우리는 내란 세력이 계속해서 활용하는 '청년' 정치의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공직자는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하지만, 윤석열과 내란 세력은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보다는 권위주의를, 사회적 연대와 통합보다는 갈등과 분열을 통해, 그들은 아직도 집권을 꿈꾸고 있다.

반헌법 세력들이 그들의 사회적 생명 연장을 위해 '청년'이란 이름을 참칭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심화되면서 '청년'이란 용어는 사방에서 도깨비방망이처럼 사용해 왔다. 청년을 호명함으로써 자본과 노동의 계급 문제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세대 문제로 치환되었고, 일자리 문제는 갑자기 기성세대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인 양 변질시킬 수 있었다.

사회적 부양비 위해 더 많은 재정 투자해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민원실에서 한 시민이 상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1997년 경제위기는 한국 사회를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 정도의 구조개혁을 국가 차원에서 단행하게 했다. 현재 4050 연령층이 당시 20대 전후로 노동시장 유연화에 전면적으로 노출되었고, 노동 차별과 노동권 박탈을 감내하게 되었다. 4050 연령층은 그들이 청년이었던 이유로 보호받았거나, 복지제도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여전히 작동했던 가부장 체제에서 공적·사적 위계에 짓눌렸고 사회의 변화를 추동하거나 민감하게 반응했어야 했다. 이들은 지난 약 사반세기 동안 국가의 사회복지지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4%(1997년) 수준에서 약 15%(2021년)로 11%p 증가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 기반을 제공했던 한 주체이기도 하다. 특정 정치세력은 이들을 두고 꿀 빠는 세대로 묘사하지만, 꿀 빠는 주체를 세대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재용이 50대라고, 모든 50대를 이재용처럼 취급할 수 없듯이, 문제의 본질은 세대가 아닌 계급에 있다. 그러므로 기성세대가 청년세대를 착취하는 양 세대 전쟁을 부추기는 정치세력의 목표는 결코 청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부양에 대한 국가책임을 축소하기 위한 교묘한 술책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태어나지 않은 한국의 미래: 저출생 추세 이해하기>를 올해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60년 동안 한국 인구는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고, 2082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5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므로 이 기간 노령 부양비(65세 이상 인구를 20~64세 인구로 나눈 비율)는 현재 28%에서 155%로 급증하게 된다. 이와 같은 급변하는 인구구조 변화는 저출생에서 비롯됐다. 1960년 여성 1인당 평균 6명의 자녀를 두었지만, 약 60년 뒤인 2018년에 이르러 여성 1인당 1명 미만으로 떨어졌고, 2023년에는 0.72명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초저출생 국가로 전락했다.

지난 60년간 한국 사회의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해 왔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 가장 힘든 국가가 되고 말았다. 과거 60년간의 변화를 예상할 수 없었듯이, 향후 60년의 변화 역시 추계가 존재할 뿐, 어떻게 변화할지는 현재에 달려있다.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로 향할 것인지 아니면, 추계처럼 아이를 낳기 어려운 사회를 유지할 것인지, 그 분기점에 우리는 서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사회부양비의 근간을 제공하는 사회 보험 제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65세 이상 시민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함으로써 노동력은 이전보다 감소하는 반면 의료, 장기 요양, 연금에 대한 재정 지출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60년까지 GDP의 17.4%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을 예상하면서, 기재부를 중심으로 긴축재정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들을 포함한 유럽연합 국가와 OECD 회원국에서 공적연금에서만 평균 지출 규모가 GDP의 12~14%에 이른다. 즉 우리는 여전히 다른 국가의 평균 수준만큼도 국가가 사회부양비용을 위해 투자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중대한 분기점에서 우리 사회가 집중해야 할 과제는 출산, 돌봄, 질병, 실업, 노령 등에 직면한 누구든 개인의 능력으로 대처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제도로 해결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국가와 자본은 더 많은 재정을 사회적 부양비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자본주의 국가일지라도, 20세기 중반 이후 많은 국가에서 사회부양비는 증가해 왔다. 우리의 향후 60년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번 조기 대선이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제갈현숙 한신대 비정규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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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이재명 재판 속도전, 대선 전 결론날까…민주당도 전망 갈려

 정성호 "논란 털고 가려는 생각인 듯"…윤건영 "시간 촉박해 대선 전 판결 불가능"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두 번째 심리를 24일 진행하는 등 속도전에 나선 가운데, 6.3 조기 대선 이전에 대법원 최종 선고가 나올지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전망이 갈렸다. 대법원의 '파기자판' 결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제히 "파기자판은 없다"라는 데 민주당 내부 의견이 모였다.

 

민주당 내 친명(親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24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법원 측 동향을 두고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데 (심리를) 너무 이례적으로 진행하는 걸 봐서는 결론을 내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닌가라고 추측된다"고 전망했다.

 

정 의원은 "공직선거법의 쟁점이 크게 두 가지 세 가지 정도인데 이미 사실심 1심 2심에서 쟁점이 다 드러났기 때문에 법리적 판단만 하면 된다"며 "제가 알기로는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상당 정도 검토돼 있다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대법원이 이 사건 결론을 빨리 내리지 않으면 대통령에 만약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면 이런저런 해석이 있지만 재판할 수 없다"며 "그렇다고 하면 대법원이 이 사건을 5년 동안 갖고 있게 되면 계속 정치적 공방의 중심에 있게 되지 않겠나. 그래서 이걸 털고 가려고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 전에 대법원 판결이 나올 수도 있나' 묻는 취지의 질문에도 "그럴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며 "(5월) 8일, 9일 정도쯤에 (선고를) 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고 그 다음에 대선 전인 6월 3일 이전에 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반면 친문(親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윤건영 의원의 경우 같은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법원 판결 전망과 관련 "관행상으로는 통상 한 서너 달 정도 걸리는 게 다수설"이라고 말해 대선 전 대법원 선고가 이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의원은 "각 정당의 후보 등록일이 5월 10일과 11일이다. 본격 선거운동 이후에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은 저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어떤 형태로든지 선거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만약에 결론을 낸다면 5월 10일 이내에 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도 "또 (무죄 확정과 유죄 취지 파기환송)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정치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다"며 "따라서 시기와 내용을 종합 해서 보면 대선 이전에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의 최종 결정 시기와 무관하게, 판결의 향방에 대해서는 두 의원 모두 '무죄 확정'으로 입을 모았다.

 

정 의원은 "헌법 84조 해석 문제도 있기 때문에 보여주기 식으로 대법원에서 소추할 수 없다고 가르마를 타주고 그러고서 하급심으로 다시 내려보낼 수도 있고 아니면 법원에서 종결할 수도 있는데, 제가 일관되게 이건 '사건이 명백한 무죄다'라고 주장을 해왔기 때문에 상고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윤 의원 또한 "파기자판은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게 다수설"이라며 "만약에 결론을 내린다면 무죄 확정 가능성이 저는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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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6년 전북, '특이점 도시'로 세계와 만나자

황광선 시민기자

kwangseonhwang@gmail.com

황광선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정책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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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 올림픽의 성공 조건 핵심은 '협업 행정'

문체부-체육회-전북 삼각축이 결정적 요소

한국의 다양성과 전북의 비전 증명할 기회

12일 전북특별자치도청에서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기원 도민 한마음 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5.3.12. 연합뉴스

대한체육회는 지난 2월 28일 대의원 총회를 열어 전라북도를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유치 후보지로 공식 선정했다. 이후 전북은 도지사와 대한체육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유치 추진팀 인력을 대폭 보강했으며,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공고를 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만약 전북이 유치에 성공한다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무려 48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다시 열리는 하계올림픽이다.

올림픽은 단순한 국가 행사 그 이상이다. 도시의 정체성, 삶의 방식, 사회적 의제가 교차하고 재편되는 무대다. 특히 서로 다른 이해 관계자들이 하나의 지역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상상하고 설계한다. 이 과정에서 주변화된 공동체의 목소리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반영되는지가 대회의 성공을 좌우한다.

역사적으로 ‘검소한 올림픽’은 존재했다. 1900년 파리와 1908년 런던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도시 부담을 최소화했고, 1924년과 1948년 두 차례의 전후 올림픽 역시 재정 절감과 효율을 우선했다. 그러나 1992년 바르셀로나 이후 대규모 도시 재생 중심의 올림픽은 규모 확장과 함께 재정 부담, 사회적 갈등, 환경 문제 등 비판의 중심에 섰다. 이에 따라 IOC는 ‘올림픽 아젠다 2020’과 ‘뉴 노름(New Norm)’을 통해 도시 재생과 대회를 분리하고,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찍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런던 2012는 쇠락한 산업지대를 ‘올림픽 파크’로 탈바꿈시키며 성공 사례로 주목받았지만, 실제론 젠트리피케이션과 지역 주민 소외라는 문제를 낳았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국가 주도의 민영화(regulatory capitalism)’라고 비판하며, 민간 자본 유치를 위한 리스크 완화 전략으로 해석한다. 반면 파리 2024는 경기장의 95%를 기존 혹은 임시 시설로 구성하고, 신규 시설 역시 도시 장기 계획 안에 설계해 보다 내재화된 지속가능성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2036 하계 올림픽 유치 후보 국가. 2025. 3. 22. 연합뉴스

이제 세계의 시선은 전북으로 향하고 있다. 전주는 이미 한옥마을을 통해 글로벌 관광지로 자리 잡았고, 새만금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녔다. 산과 평야가 공존하는 지형은 스포츠, 생태,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어우러지는 융합 공간을 가능케 한다. 여기에 전통 음식까지 더해지면, 전북은 세계인의 감각과 취향을 사로잡을 수 있다. 서울이 글로벌 도시의 ‘규격화’를 상징한다면, 전북은 기술 시대 속 자연과 농업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특이점 도시(Singularity City)’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 간 협업이다. 전북도,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지방자치단체, 민간 전문가 집단,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올림픽 유치는 물론이고 그 이후까지 이어질 유산이 만들어진다. 특히 문체부-체육회-전북으로 구성되는 삼각축의 협업은 결정적이다.

성공적인 스포츠 협업 행정을 위해 다음의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1. 공통 목표에 대한 명확한 합의

“올림픽 유치”라는 구호는 누구나 외칠 수 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비전과 가치, 방향은 다를 수 있다. 협업의 범위, 참여 주체, 각자의 역할이 분명해야 진짜 목표가 설정된다. 모든 기관이 ‘왜 전북인가’라는 질문에 한 목소리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2. 신뢰에 기반한 네트워크 구축

임시조직은 위계보다 신뢰가 실행력을 좌우한다. 정기적인 교차회의, 공동 워크숍, 비공식 소통 채널은 신뢰를 쌓는 토대가 된다. 자원과 권력을 앞세우기보다 상호 존중과 연대를 우선시해야 한다.

3. 역할 분담과 경계 조정

부처 간, 중앙-지방 간, 공공-민간 간 역할이 겹치기 쉬운 만큼, 누가 무엇을 맡고, 누가 중재자인지 명확히 해야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중간에서 조율하는 ‘경계 관리자(boundary spanner)’의 역할이 핵심이며, 총리실의 지원 또한 필요하다.

4. 공유 플랫폼과 통합 소통 체계 마련

예산, 일정, 설계, 커뮤니케이션이 단일한 시스템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디지털 협업 플랫폼과 표준화된 의사결정 절차가 필수적이다.

5. 주민 참여와 투명성 확보

지속가능한 올림픽의 주체는 기술이 아니라 시민이다. 파리 2024는 시민 참여 협약을 통해 지역사회 목소리를 제도화했다. 전북 역시 시민 중심의 올림픽 모델을 세계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협업 과정에서는 일의 속도, 양과 질의 차이로 충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선 '회복력(resilience)'이라는 ‘상비약’이 필요하다. 공직자의 최우선 가치는 ‘청지기 정신(stewardship)’이다. 올림픽의 진짜 주인이 시민과 선수들임을 잊지 않는다면, 공직자는 절제력과 화합력으로 회복력을 발휘해야 한다. 내부 갈등으로 행정력을 소모하는 일은 직무 유기에 가깝다. 특히 문체부 공직자들은 국민 앞에 리더십, 전문성, 외교 역량을 보여야 한다. 올림픽 행정은 단지 평상시의 일이 아니라, 위기(emergency)를 준비하는 자세로 임해야 하는 특수 임무다.

2036 전북 올림픽은 단순한 국제 이벤트가 아니다. 이는 한국의 다양성과 전북의 미래 비전을 세계에 증명할 기회다. 그러나 이 꿈은 혼자 꾸는 것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다양한 조직이 함께 설계하고, 함께 결정하며, 함께 실현할 때—전북은 진정한 ‘대한민국 두 번째 올림픽의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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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기소·윤석열 부부 특혜, 제 무덤 파는 검찰”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4/25 08:13
  • 수정일
    2025/04/25 08:13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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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한겨레·한국 사설서 검찰 이중잣대 지적 “심우정 딸 사건은 건들지도 않아”

[미디어먼슬리] 김영민 교수의 북콘서트 지금 신청하세요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5.04.25 07:43

  • 수정 2025.04.25 07:45

▲검찰. 사진=미디어오늘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전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문제 삼아 이를 타이이스타젯 측이 문 전 대통령에게 준 뇌물로 본 것이다.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지 3년5개월 만에, 대선 국면에 이뤄진 기소라는 데 다수 신문이 주목했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배상윤)는 24일 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공범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타이이스타젯을 지배한 이상직 전 무소속 의원(62)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와 전 사위 서아무개씨는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2018년 문 전 대통령이 문씨, 서씨 등과 공모해 타이이스타젯이 서씨를 상무 직급 임원으로 채용하게 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부부였던 문씨와 서씨가 2018년 8월~2020년 4월 급여와 주거비 명목으로 약 2억1700만원을 타이이스타젯에서 받았는데, 이것이 문 전 대통령이 제공 받은 뇌물이라는 게 검찰의 주요 주장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문 전 대통령이 친인척 관리·감찰을 담당하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을 통해 서씨의 채용 과정 및 태국 이주 과정 전반에 관여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이어 “공무원(문 전 대통령)과 공무원이 아닌 제3자(문씨, 서씨)가 사전에 일치된 의사로 범행을 계획하고, 그에 따라 제3자가 뇌물을 수수한 경우 모두에게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질 때 적용된 법리해석이기도 하다.

25일 나온 9개 신문 모두 1면 기사로 검찰의 문 전 대통령의 기소를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문 전 대통령 본인과 딸 문다혜씨(41) 등 당사자에 대한 조사도 없이 대선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기소여서 논란이 예상된다”며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한겨레는 “문 전 대통령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고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도 ‘명백한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고 머리기사의 두 번째 문장으로 전했다.

▲25일 경향신문

국민일보는 “문 전 대통령은 역대 6번째로 기소된 대통령이 됐다”며 “이 사건이 청와대를 중심으로 발생했다는 판단에서 검찰은 전주지법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론 연속 네 번째 법정행”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문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퇴임한 이후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보복성 기소’라며 강력히 반발해 치열한 법정 다툼이 펼쳐질 전망”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검찰은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과 제3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한 중대 부패범죄로 판단했지만, 문 전 대통령 측은 전면 부인하고 이어 재판에서 법적 쟁점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고 했다.

▲25일 한국일보

동아일보는 “검찰은 이 전 의원이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대가로 항공업계 근무 경험이 없던 서 씨를 특혜 채용했으며, 서 씨가 받은 급여와 태국 주거비 등 2억1700만 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실질적 이익이 됐다고 봤다. 서 씨가 취직한 뒤 문 전 대통령이 서 씨와 딸 다혜 씨에 대한 생활비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음은 이날 전국단위 아침종합신문이 1면에 올린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 ‘대선 코앞’ 문 전 대통령 기소…검찰, 조사도 없이 “뇌물 공범”

국민일보 : ‘사위 특혜 의혹’ 文 수뢰 혐의 기소

동아일보 : 檢, 文 前대통령 뇌물혐의 불구속 기소

서울신문 : 檢, 文 불구속 기소 2억 뇌물수수 혐의

세계일보 : 2억 뇌물수수 혐의 文 前 대통령 기소

조선일보 : 文 前대통령 2억 뇌물 혐의 기소

중앙일보 : 문 뇌물죄 기소, 전직 대통령 또 법정 선다

한겨레 : 문 전 대통령 뇌물혐의 기소…야 “정치보복”

한국일보 : 수사 3년여 만에…檢, 文 전 대통령 뇌물 혐의 기소

당사자 조사 없이 이뤄진 기소

검찰의 이번 기소는 핵심 당사자 조사 없이 이뤄졌다. 경향신문은 “이번 기소는 문 전 대통령과 문씨, 서씨, 이 전 의원 등 핵심 당사자들에 대한 검찰의 직간접적 조사 없이 이뤄졌다”며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문 전 대통령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했고, 서면조사도 시도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답변서를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고 했다. 경향은 이어 “이 사건은 2019년 1월 곽상도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하며 알려졌다. 검찰은 2021년 12월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접수한 뒤 약 3년5개월간 수사해왔다”고 했다.

▲25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관련해 검찰의 입장을 전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부터 문 전 대통령 조사를 수차례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문 전 대통령은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이후 서면 조사를 요구해 검찰이 질문지를 보냈으나 한 달 넘게 답변을 하지 않았다. 부인 김정숙 여사와 다혜씨도 수차례 소환에 불응했다. 결국 검찰은 문 전 대통령 가족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조사 없이 기소를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문 전 대통령 입장을 덧댔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질의서를 받고 이달 말까지 답변서를 제출하겠다고 알렸고, 답변서를 작성 중이었다’며 ‘검찰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조사나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벼락 기소를 했다’고 밝혔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2면 <“검찰 스스로 해체 길 선택”…‘문 기소’로 검찰개혁 재점화>에서 “검찰이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기소하자 한동안 잠잠했던 국회 내 검찰개혁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 등 구 야당은 이날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한 검찰을 ‘정치 검찰’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하며 검찰개혁 목소리를 높였다”고 했다. “검찰개혁이 6·3 대선의 주요 의제가 될지 주목된다”는 것이다. 같은 면에선 국민의힘과 문 전 대통령. 민주당 측의 반응을 2개 기사로 전했다.

동아일보는 8면에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사건이 2021년 12월 시민단체의 고발로 시작된 만큼 수사가 지연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다만, 서 씨와 이 전 의원이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했고, 다혜 씨와 문 전 대통령 역시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가 늦어졌다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두 차례 출석 요구를 거부한 뒤 서면조사를 요청했지만, 검찰이 보낸 서면질의서에도 답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25일 동아일보

한겨레는 “문 전 대통령이 뇌물 범죄를 인식하고 직접 관여했는지 입증하는 게 재판 과정에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반 뇌물로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한 검찰은 이제 문 전 대통령이 딸 부부와 타이이스타젯 취업을 공모했는지 법정에서 입증해야 하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문다혜씨 등은 모두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백 전 민정비서관도 검찰에서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한겨레는 “한 부장검사는 ‘뇌물수수가 유죄가 되려면 공무원의 적극적인 관여와 인식을 입증해야 하지만 입증을 하지 못해 뭉뚱그려서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의 관여와 인식을 입증하는 게 관건이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5일 경향신문

경향신문, 세계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관련 사설을 냈다. 사설에서 경향신문과 한국일보, 한겨레는 검찰의 뇌물죄 기소 시점에 대한 풀이를 내놓으며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경향과 한겨레는 나아가 검찰 판단의 정치적 맥락을 전하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문재인 기소·윤석열 부부 특혜, 제 무덤 파는 검찰 두 얼굴>에서 “이 건의 쟁점은 문 전 대통령이 서씨 취업에 관여했는지, 중진공 이사장 자리가 그 대가였는지 여부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딸 다혜씨 부부와 공모했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모했다는 건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소개한 ‘국회의원 공천이 대통령이 관여하는 직무행위에 포함된다’는 판례를 두고 “이 판례들이 적용돼야 할 건 윤석열 부부의 명태균 게이트 의혹”이라고 했다. 윤석열 부부가 지난 대선 때 명씨로부터 조작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고, 명씨 청탁을 받아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되게 한 녹취록도 공개됐으며 명씨 뜻에 따라 창원국가산단 선정을 윤석열이 발표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있던 3년간 야당과 전 정권 때려잡기로 일관했다. 그중 상당수는 무죄·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반면 김건희씨 명품백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는 줄줄이 불기소 처분했다”고 했다. “최근에는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과 대법원의 권고에도 항고하지 않고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석방했다. 그러더니 윤석열 파면으로 열린 조기 대선 정국에서 기어이 전직 대통령을 기소했다”며 “검찰개혁론에 기름 붓고 제 무덤 파는 파렴치한 이중잣대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검찰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검찰, 문 전 대통령 기소... 3년 수사 끌다 하필 이 시기에>에서 “3년 5개월 전 시작된 수사를 질질 끌어오다 대선을 40일 앞두고 기소할 만큼 시급함을 요하는 사안도 아니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등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 조사에서 면죄부를 주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고위층 인사 사건 처리의 공정성에 대한 검찰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했고 문 전 대통령에게는 “법적 책임을 가리는 것과 별개로 드러난 사실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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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일보

한겨레는 “정작 문 전 대통령의 개입 정황은 제시하지 못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권이 바뀌기 전에 전직 대통령을 재판에 세우겠다는 의도가 분명한 정치적 기소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 즉시항고를 포기해 내란 우두머리를 불구속 상태로 풀어주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주가조작 혐의는 대놓고 봐줬다. 심우정 검찰총장 딸의 취업 특혜 의혹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건인 것처럼 모른 체하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또 전 대통령 법정행…친인척 관리 그렇게 어려웠나>에서 “법정에서 유·무죄를 따지기에 앞서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며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이 뇌물이나 인사청탁 등 각종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은 정쟁으로 맞설 게 아니라 차분하게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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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다쳐요” 비명에도 ‘홈플러스 농성장’ 강제 철거, 노동자들 병원 이송

마트노조 “종로구청·종로경찰서 노동자 생존권 짓밟아”, 진보당·정의당도 규탄 성명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한 명은 커터칼에 베어 피를 흘리며 병원에 이송됐다. ⓒ마트노조
24일 서울 종로구청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설치한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사람 다쳐요”라는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지만, 종로구청 측은 아랑곳하지 않고 천막을 무너트렸다. 현장에는 맨몸으로 천막 철거를 막아선 노동자들의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전후 종로구청은 천막농성장 철거에 나섰다. 이때 천막 구조물을 절단하던 커터 칼에 조합원 A씨가 손가락을 깊게 베이는 사고가 벌어졌다. 당시 A씨는 한 손에는 마이크를, 다른 손으로는 천막을 붙잡고 있어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상처가 깊고 혈관과 인대, 신경까지 손상된 상태로 확인돼 봉합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재이송됐다.

또 다른 조합원 B씨 역시 종로구청 직원들의 압박에 호흡곤란과 흉통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으며, 의료진으로부터 갈비뼈 골절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한 명은 커터칼에 베어 피를 흘리며 병원에 이송됐다. ⓒ마트노조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한 명은 커터칼에 베어 피를 흘리며 병원에 이송됐다. ⓒ마트노조

이 농성장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MBK)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이 지난 14일 설치한 것이다. 그간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MBK를 향해 구조조정 없는 회생 계획서 등을 요구했지만, MBK는 면담 요청마저 거부했다. 이에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MBK 사무실 인근인 청진공원에 천막을 치고 농성 투쟁에 나선 것이다.

종로구청은 지난 18일에도 ‘공공장소 무단 점유’를 이유로 농성장 철거에 나섰지만,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시민들과 함께 다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갔다. 종로구청은 이번 철거 역시 “공원 점거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에 대한 정당한 행정 집행”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마트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마트노조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아랑곳하지 않는 종로구청은 천막은 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사정은 듣지도 않은 채 철거 시도를 계속해 왔고 오늘 오전 기습적으로 천막을 철거하고 말았다”며 “마트노조는 정당하게 집회신고를 내고 집회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종로구청은 기습적으로 침탈해 집회를 방해했고, 이를 저지하는 노동자들에게 부상까지 입혔다”고 비판했다. 또한 “종로경찰은 종로구청의 불법적인 집회 방해 행위를 묵인하며 자신의 역할을 방기했다”고 질타했다.

마트노조는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의 만행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또한 MBK와의 투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한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종로구청의 폭력적인 철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진보당 김재연 대선 후보는 “일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농성장이 기습 테러를 당했다”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성토했다.

김 후보는 “악질 투기 자본 MBK는 매각 이익에 혈안이 되어, 홈플러스를 마구잡이로 폐점시키고 있다. 이들의 ‘먹튀 매각’으로 노동자들과 입점 상인 등 10만 명이 생존권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며 “그럼에도 대한민국 공권력은 악질 MBK 자본에는 굽신대고, 약자인 노동자만 가혹하게 탄압했다. 노동자를 두 번 죽인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현장을 찾아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의 책임을 촉구했다. 정 의원은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던 심각한 상황”이라며 “노동자들을 얼마나 함부로 대하면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인가. 이미 신고까지 다 된 노동자들의 합법 집회를 보장하기는커녕 폭력 사태를 초래한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에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다.

정의당 권영국 대표도 긴급 성명을 내고 “폭력으로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를 묵살한 종로구청과 종로경찰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오늘 있었던 기습 농성장 철거와 폭력 만행에 대해 종로구청은 즉각 사죄해야 할 것이며, 종로경찰서 역시 이를 방기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한 명은 커터칼에 베어 피를 흘리며 병원에 이송됐다. ⓒ마트노조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2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마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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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1분기 성장률 -0.2%...3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4/24 17:14
  • 수정일
    2025/04/24 17:1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수출, 소비, 투자 모든 분야에서 ‘마이너스’

김백겸 기자 kbg@vop.co.kr발행 2025-04-24 15:35:15

1분기 한국 경제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0.2%를 기록하며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만에 역성장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에 따르면 1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2%로 감소했다.

GDP 성장률은 지난 2022년 4분기 -0.5%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1분기까지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해 2분기(-0.2%) 역성장을 기록한 후 3분기와 4분기 각각 0.1%의 저성장 상태를 보였다.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 연속으로 성장률 0.1% 이하를 기록한 셈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2월 제시한 1분기 성장률을 0.2%로 전망했으나, 여기에 크게 미치지 못한 성적이다. 당시 한은은 2분기 0.8%, 3분기 0.6%, 4분기 0.5% 성장해 올해 연간 1.5%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은은 지난 17일 4월 통화정책방향에서 올해 1분기 역성장을 예고한 바 있다.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하회하면서 연간 성장률도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의 영향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본질적으로 수출 주도형 경제이기 때문에, 무역 긴장은 큰 역풍"이라며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은 물론, 다른 나라를 통한 간접적인 영향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수출, 소비, 투자 모든 면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수출은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등이 감소하면서 -1.1% 역성장했다. 수입은 에너지류(원유, 천연가스 등)를 중심으로 -2.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민간소비는 오락문화, 의료 등 서비스 분야의 소비 부진으로 -0.1% 감소세를 보였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줄면서 -0.1%를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3.2%를 보였으며,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장비 등 기계류가 줄면서 -2.1%로 역성장했다.

경제활동별 GDP를 보면 농림어업은 어업을 중심으로 3.2% 늘어났다. 제조업은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등을 중심으로 -0.8% 성장률을 보였다. 전기가스수도사업은 가스, 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을 중심으로 7.9% 늘었다.

건설업은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1.5%의 감소세를 보였다. 서비스업은 금융 및 보험업, 정보통신업 등에서 늘었으나, 운수업,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등이 줄면서 전분기와 같은 0.0% 성장률을 기록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0.4%로 뒷걸음질 쳤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0.2%)보다 낮은 수준이다. 실질 국내총소득은 실질 국내총생산에 교역 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 손익을 감안한 지표로, 국내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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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추계위 추천 요청에…의협 “기준·인원 명확히 하라” 반발

손지민기자

수정 2025-04-24 16:40등록 2025-04-24 16:40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궐기대회’에 참석한 사직 전공의, 의대생, 의사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27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정할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위원을 추천해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추천 위원 수와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며 응하지 않았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의협은 추계위원회 위원 추천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과 같이 원칙과 기준 없이 보낸 공문에는 답할 수 없다. 공문발송의 기준, 위원 추천 수를 명확히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오는 28일까지 추계위 위원을 추천받기로 하고, 의료계 및 환자·소비자단체 등에 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머리발언에서 “각 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 드린다”며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추계위는 복지부 장관 소속 독립 심의기구로, 의사 등 보건의료 인력 추계를 심의한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모두 15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과반인 8명을 의협, 병협 등 공급자 대표가 추천한다. 나머지는 노동자단체, 소비자·환자 관련 시민단체 등 수요자 대표 단체와 관련 학계가 추천한다.

의협은 복지부가 법정 단체인 의협과 대한병원협회(병협)뿐 아니라 대한의학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산하단체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법정 단체가 아닌 임의 단체에도 공문을 발송한 것에 반발했다.

김 대변인은 “어떤 기준으로 의협과 병협 외의 단체들에 위원 추천 공문을 보냈는지 설명이 없다. 몇 명의 위원을 추천해달라는 내용도 없고, 기준인원을 넘게 추천이 되는 경우 어떤 기준으로 위원을 선택해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도 없다”면서 “추계위 위원은 법안에 따라 각 단체에서 추천 인원에 맞게, 기준에 맞게 추천된 위원을 복지부 장관이 ‘위촉’하는 것이지 ‘선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김 대변인은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저희는 의료계 추천 8명 중 병협이 1명, 의협이 7명을 추천하는 것으로 이해했다”면서 “그런데 공문에는 추천 인원 수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 문제에 대해 다시 복지부로 공문을 보낸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단체별 추천 인원 수나 구성 방식 등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협은 공공의대 설립, 공공병원 확충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김 대변인은 “공공의대가 설립된다 하더라도 지역의료에서 역할을 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하다. 공공의료, 지역의료 문제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고 현재의 문제”라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공의대가 마치 답인 것 처럼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현재의 지역의료와 공공의료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같이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공공병원에 대해서도 “지난 십수 년 동안 많은 자본을 투자해 공공의료원 시설을 많이 개선했다. 그런데 과연 지역의료가 그동안 좋아졌나”라면서 “좋아지지 못 했던 원인부터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공약으론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손지민 기자

안녕하세요 손지민 기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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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장외주자" "사퇴해!" 국회 찾은 한덕수에 쏟아진 항의, 국힘은 박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사퇴해!" "사퇴해!" "사퇴해!"

"내란대행 사퇴하라!" "사퇴하라!" "사퇴하라!"

세 차례씩 거센 반발이 쏟아졌다.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시작하자 장내에선 사퇴를 촉구하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야4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시정연설 시작과 함께 전원 퇴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침묵을 유지하면서도 "사퇴해!", "국회를 무시합니까!"라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권한대행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러한 항의에 맞대응했다. 6.3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한 권한대행은 이날 시정연설을 마치고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취재진 질문을 받았으나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답변을 피하며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본회의장 찾은 한덕수에 "내란세력 장외주자" "내란대행 사퇴하라"

이날 본회의장에는 경남 창녕 명덕초, 서울 송원초 학생들을 비롯한 시민 100여 명이 방청석에 앉아 한 권한대행의 시정연설을 지켜봤다. 오전 10시께 한 권한대행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초등학생들은 "한덕수잖아!", "한덕수다!"라고 반응했다. 아직 의원총회가 끝나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이 10분 가까이 늦어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시작하세요!", "왜 시작 안 하는 거예요?", "아 빨리 해요!"라고 소리쳤다.

본회의장 밖에선 야4당 의원들이 '매국협상 중단', '민생추경 확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규탄 시위를 벌였다. 한 권한대행이 본회의장으로 입장하자 이들은 "졸속매국 관세협상 즉각 중단하라!"라고 구호를 외치면서도 "여기 당신 올 자리 아니야!"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한 권한대행이 "내란세력 장외주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에 나서자, 조국혁신당과 사회민주당, 진보당 의원들이 매국협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퇴장하고 있다. ⓒ 남소연

한 권한대행의 시정연설이 시작되자마자 장내에선 항의가 쏟아졌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본회의장 발언대로 나온 한 권한대행을 향해 "내란대행 사퇴하라!"라고 세 차례 항의하며 야4당 의원들과 함께 퇴장했다. '무대응 기조'로 일관하던 민주당 의원석에서도 "사퇴해!", "국회를 무시합니까!"라는 일부 의원들의 비판이 터져 나왔다.

시정연설 도중에도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새어 나오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만하세요!"라고 고성을 지르며 맞대응했다. 한 권한대행이 "우리가 서로 신뢰하며 협력할 때 우리 앞에 높인 난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에게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한 권한대행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기까지 국민의힘 의원석에선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마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유감을 표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우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국회의장으로서 권한대행께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 권한대행을 언급하자 장내는 다시 아수라장이 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장석 앞까지 다가와 우 의장의 발언을 제지하려는 듯 손짓하며 항의했다. 우 의장은 "대정부질문 출석 답변과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길 바란다"라고 한 권한대행에게 일침을 가했다(관련 기사: 우원식, 한덕수 면전에 일침 "할 일 안 할 일 잘 구별해라" https://omn.kr/2d733).

한편 한 권한대행은 이날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가면서 대선 출마 계획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며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20일 영국 언론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노코멘트(No comment)"라고 답한 바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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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세력·시민사회 연합정치로 '압도적 대선승리·내란청산'으로 달려가자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제안...대선 국면 '정치협상·정책연합·유권자운동' 집중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04.23 17:14
  •  
  •  수정 2025.04.23 17:15
  •  
  •  댓글 0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각계를 대표하는 58인의 인사가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광장대선연대)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각계를 대표하는 58인의 인사가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광장대선연대)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통령 윤석열은 파면당했지만 위헌·위법한 내란의 잔존 세력은 부질없는 기도를 악착같이 이어가고 있다.

파면되었으나 반성과 사죄는 없고, 파면에도 불구하고 여기 저기서 불쑥 튀어나오는 헛된 망상으로 인해 오히려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마음을 다시 곧추세우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파면을 위해 123일간 함께 남태령을 넘고 눈속에서 온 밤을 지새운 시민들이 다시 광장에 나서는 까닭이다.

그의 파면에도 불구하고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인식은 더욱 분명해져서 내란세력을 발본색원하고 새로운 민주질서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는 각오도 커지고 있다.

파면 이후 열린 대선 국면에서 우선 과제는 압도적 승리로 내란세력을 제압하는 것. 그리고 광장 연대의 과정에서 확인된 민주·진보·개혁 가치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라는 공감이 확대되고 있다. 곧 내란청산과 사회대개혁 과제 완수이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각계를 대표하는 58인의 인사가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광장대선연대)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윤석열 파면까지 1,700여 시민사회단체가 망라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파면 이후 지난 8일 별도의 대선기구를 만들지 않기로 결정한데 따라 내란청산과 사회대개혁 과제를 위한 활동은 비상행동과 병행하되 △압도적인 대선승리를 위한 연합후보 선정 △정치개혁 및 개헌 과제와 민주진보개혁 가치 복원, 사회대개혁 실현을 위한 정책연합 △유권자 운동 등 당면 목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광장대선연대는 △민주진보개혁 정치세력간의 '정치협상'을 촉진, 조정하는 역할을 하며 △민주진보개혁 정치세력과 시민사회간 가치연합에 기초한 '정책연합'에 적극 참여해 △내란청산과 개헌추진 일정 및 사회대개혁 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구조' 건설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 파면을 이끌어 낸 광장의 시민들과 함께 주권자의 목소리를 내는 전국적인 유권자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결선투표제 △비례성 확대강화를 위한 구조적 대안 △교섭단체 기준 하향 △연합후보 선정 과정의 합리성 확보 등 정치개혁 및 개헌과제 △다양한 사회대개혁 과제의 공약 추진 등이 연합정치의 시험대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광장대선연대 제안에는 비상행동 공동의장으로 활동하는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이용길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김경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를 비롯해 노동, 농민, 빈민, 청년, 시민, 지역을 대표한 58명이 이름을 올렸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운 대표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 광장의 힘과 정당의 힘이 합체가 되어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이루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서 내란세력 청산과 사회대개혁 과제 실현을 위한 논의 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면서, 광장대선연대는 "각 정당 정치 세력 간의 정치 협상에 촉진자·조정자 역할을 자임하면서 민주진보개혁 연합후보 선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치개혁과 내란 청산, 사회대개혁 관련 정책을 제정당, 시민사회가 함께 합의해서 만드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결과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자임한다"며, "광장의 유권자운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서 기필코 내란세력의 재집권을 저지하고 나아가 내란세력을 청산하며, 벼랑끝에 몰린 민초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활상의 변화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용길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용길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용길 대표는 내란종식을 위해 함께 나섰던 시민들에게 "이번 대통령 선거가 대통령 하나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내란 세력을 청산하고 그 이후 민주 헌정을 새롭게 수립하는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걸 인식하고 함께해 달라"고 간곡한 호소를 전했다. 또 야당들에게는 "광장 시민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연대하고, 이 격동의 역사적 고비를 함께 넘어가자"고 당부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나영 이사장은 "광장의 시민들이 그토록 염원하며 목소리 높였던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상, 혐오와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차이와 다양성을 횡단하는 유연한 연대체를 구성할 것"이라며, "전체주의를 막고 민주주의를 지킬 힘은 궁극적으로 시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번 탄핵 광장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놀라운 용기와 지혜에 힘입어 대선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견인해 미래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김경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경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경민 대표는 "돌이켜 보면 8년 전 촛불혁명 당시 촛불광장의 성과를 하나의 정치 세력이 독점하고 절취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지적하고는, "이번에도 광장의 요구와 역동적인 운동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그 성과에 기초해서 민주주의를 훨씬 더 심화시키고 시민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높이면서 친일세력, 내란세력, 반민주·반민족 세력들을 정치공간에서 몰아내는 것이 지금 절체절명의 정치적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장대선연대에서는 △민주주의 심화·확장 △시민들이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더 높은 정치적 효능감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이냐는 고민을 해야 하며, "정치개혁 과제는 물론 헌법개정과 사회대개혁과제 등 숱한 과제를 정치권에만 맡겨두었을 때 광장의 요구를 무시해 온 수많은 경험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시민연대 앞에 붙인 '광장대선연합정치'란 '광장에서 구현된 국민의 주권의지가 정치의 영역에서도 일상적으로 관철되는 최소한의 구조'를 지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날 광장대선연대 제안자들은 오는 30일 오전 뜻을 함께 하는 각계의 인사들과 함께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를 발족할 것, 그리고 대선 후보자 등록 마감(5.11) 전까지 1차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제정당-시민사회 연석회의'를 개최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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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노스 "신중산층 갖춘 북한…한국 대통령엔 큰 도전"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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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안보

  • 입력 2025.04.24 14:10

  • 수정 2025.04.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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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러·중 지원에 대담"…윤석열 '자초'

지정학 변화, 서울보다 평양 유리

한국, 관세·미군 '동맹 스트레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은 '새로운 북한'(a New North Korea)과 정면으로 마주칠 것이다. 지역과 글로벌 지정학에서 높아진 전략적 입지와 달라진 대남 자세, 그리고 외부 압력들에 그 어느 때보다 상대적으로 더 회복력 있는 국내 상황, 이 모두를 지닌 북한 말이다."

 

북한이 평양 모란봉구역에 위치한 평양 TV타워(평양텔레비죤탑) 전망대가 리모델링된 모습을 공개 했다. 조선중앙TV가 17일 방영한 '공민의 신성한 의무, 최대의 애국' 제목의 편집물에서 각진 원통형에서 구체형으로 디자인이 변경된 전망대가 확인됐다. [조선중앙TV 화면] 2025.4.17 연합뉴스

38노스 "신중산층 갖춘 새 북한"

한국 차기 대통령엔 큰 도전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뤼디거 프랑크(동아시아 경제·사회) 교수는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22일 자 기고를 통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에 따른 6·3 조기 대선에서 "여론조사와 정치분석 상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도자 이재명이 확실한 선두 주자이며, 지금으로선 승리할 게 틀림이 없다"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기고의 제목은 '새로운 북한: 지정학적 이점과 커가는 중산층 번영은 어떻게 차기 한국 대통령에 도전이 될 것인가'다.

먼저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글로벌 지정학의 격변을 거론했다. 프랑크 교수는 다음 10년의 국제 질서를 19세기 말 제국주의 시대를 떠올리는 '다극적 무질서'(multipolar anarchy)로 규정했다. 지역의 질서와 글로벌 무질서가 공존하는 '다극적 무질서'는 하나의 안정적 위계나 지배적 패권국이 없고, 전통적 강대국과 지역 중강국, 비국가 기구 등 다수의 행위자가 전략적 경쟁을 펼치는 과도기를 말한다. 이는 특히 남·북한과 같이 1945년 이후 정부가 수립된 국가에겐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20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 이은 투표 결과 발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4.20 연합뉴스

"북한, 러·중 지지 재개로 대담"

북한 입지 강화 '윤석열 자초'

프랑크 교수는 "현재 남·북한은 쇠퇴하는 구 패권국들, 부상하는 신흥 강국들, 균형의 변화, 규칙의 변경 등 150년 전 조선 왕국 상황을 연상시키는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며 "동맹관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짐에 따라 국가의 힘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전략적 입지는 높아졌지만, 남한은 이중적 도전에 직면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다소 역설적이지만, 북한은 이런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준비가 더 잘돼 있는 듯하다. 뭣보다 오랜 자립경제 추진 덕분이다. 북한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낮고 공식적인 군사동맹이 없으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양은 국제적 반대 세력이 조용히 스러지고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지지가 재개되면서 대담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그는 특히 러시아와의 군사적·경제적 밀착이 북한의 지정학적 입지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북 봉쇄 일변도의 정책을 폈던 윤석열이 '북한의 오늘'을 만들어준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고등교육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취재진을 향해 말하고 있다. 2025. 04 23 [AFP=연합뉴스]

"서울, 여러 구조적 위협 직면"

관세·미군 등 '동맹 스트레스'

반면, 남한에는 한미동맹 등 전통적 동맹 구조가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프랑크는 "서울은 여러 위협에 직면해 있다"면서 △ 인구 감소 △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 가능성 △ 미국 관세로 인한 수출지향 경제모델의 위기 등 "구조적" 위협을 거론했다. 그는 "이런 여건에서 한국은 더 긴밀하게 협력하자는 중국의 제안을 거절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핵무장 리스크도 경고했다. 그는 "만약 새 대통령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거나 NPT에서 철수하면서까지 핵무기를 추구해 더 큰 전략적 독립을 구한다면,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역내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리스크를 안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5일 평양 시내 '뉴타운' 지구 중 하나인 화성지구 3단계 준공식에 직접 참석하며 인민 생활 챙기기 행보를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화성지구 3단계 1만세대 살림집 준공식이 전날 성대히 진행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준공식 테이프를 직접 끊은 뒤 새 살림집에서 살게 될 근로자와 노인, 평양시 살림집 건설에 참여하는 군대와 사회의 노력 혁신자를 만나 격려했다. 2025.4.16 연합뉴스

북한에 구매력 갖춘 '신중산층'

기업가·무역업자·전문직 종사자

프랑크에 따르면, 이렇듯 북한의 지정학적 입지가 개선된 것과 발맞춰 국내의 회복력도 많이 강화됐다. 이제 북한은 경제적 생존을 위해 과거처럼 적대국들과의 협력에 의존할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 전면적 개혁은 못 했지만, 사회주의 체제 붕괴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경제는 탈바꿈했다. 제한적인 시장개혁과 비공식 시장 증가, 북한 정권의 실용적 적응 등에 힘입어 상품과 서비스 수요를 일정하게 떠받칠 수 있는 '신중산층'이 탄생했다.

그는 "이제 상당한 정도의 구매력이 엘리트들에서 뿐 아니라, 커지는 다양한 중산층 내에서도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신중산층'은 국무원, 당, 군 등 국가 소속 관리들로 이뤄진 1990년대의 '구중산층'과는 달리, 기업가와 무역업자, 교육받은 전문직들이다. 운송업에서 소매업에 이르는 벤처들에 투자하면서 제한적인 민간 영역을 활용하고, 이들의 영향력은 국가 승인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를 두고 프랑크는 "군사독재 시절 남한에서 국가-재벌 관계를 연상케 하는 (북한) 정권과의 공생 관계를 보여준다"라고 풀이했다.

 

북한이 '뜻깊은 4월의 명절'을 맞아 수도 평양에서 '봄철피복전시회-2025'가 지난 11일 개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경공업성, 봉화무역국, 평양시를 비롯한 전국 160여 개 단위에서 만든 20여 종에 2만 7,000여 점의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 민족의상 등이 전시됐다. 2025.4.12 연합뉴스

민간에서 국가 프로젝트까지

"남한의 국가-재벌 공생 연상"

신중산층은 지난 몇 년간 쇼핑몰과 커피숍, 레저 시설이 들어선 도심지들에서 점점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냉장고·세탁기·에어컨·전기자전거 보유 확대뿐 아니라, 교육·보건·레저 관련 개인 소비도 뚜렷하게 증가했다. 개인 과외, 미용실, 오락시설의 확산이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또한 휴대전화 가입자가 인구의 3분의 1에 가까운 약 700만 명에 달하고, 이 중 대부분은 스마트폰이며 현재 모바일 결제 시스템도 사용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현금이 주 결제 수단이다.

프랑크는 또한 2023년 말 대폭적 임금 인상 이후 중간 매니저급은 월 8만~12만 원을 벌었으며, 가처분 소득이 크게 늘면서 북한 주민은 국가 지원의 소극적 수령자에서 능동적인 소비자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과도한 유동성이 인플레 압력 등 리스크를 촉발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 기회의 부정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불만을 조성할 수 있다고 봤다. 김정은 정권이 마식령 스키 리조트와 양덕 온천 리조트를 건설하고 곧 오픈할 원산-갈마 비치 리조트도 중산층의 레저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풀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화성지구 3단계 1만세대 살림집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딸 주애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2025.4.16 연합뉴스

"내수 확대로 외부 의존 줄어

정치적 위험 감수하지 않는다"

북한의 내수 시장이 확대되면서 외부 투자 의존도 줄었다. 프랑크는 "외국의 관여는 여전히 환영하지만, 경제적 이득을 얻고자 정치적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는 확실히 줄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 남북 정상회담, 이산가족 상봉, 공동 체육 및 문화 행사 등의 "소프트"한 교류가 있었고, 그 바탕 위에서 관광, 무역, 인도적 지원, 합작 투자, 인프라 프로젝트 등 남북경협도 활발했지만, 이제 북한의 달라진 자세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3년 12월 30일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체제'를 기반으로 한 과거 김일성, 김정일의 통일 노선을 폐기하고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걸었고 작년 10월 15일 남북의 혈맥이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와 도로를 폭파하고 "세기를 이어 끈질기게 이어온 서울과의 악연을 잘랐다"고 말했다.

 

북한의 참가로 '평화올림픽'이 된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주요 장면. 가운데는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남북 선수단. 위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아래 사진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이다. 2018.2.25. 연합뉴스

"지정학 변화, 북한에는 혜택,

남한에는 입지 약화 위협해"

한국이 마주친 이중의 도전도 다뤘다. 프랑크 교수는 "지정학적 환경의 변화는 북한에는 (국제사회의) 제재 약화와 중국·러시아의 지원 확대로 혜택을 주는 데 반해, 남한에는 입지 약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중산층의 구매력 증가에 따라 북한의 외부 경협에 대한 의존과 위험한 인적 교류 수용 의지는 더 줄어들고 있다"고 해석했다.

프랑크는 "새 한국 대통령은 비록 대북 포용 정책을 지지한다고 해도, 지금은 적극적 대북 정책을 펼 때가 아니라고 결론짓고 남북관계를 우선순위에서 배제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한편, 프랑크 교수는 1991~92년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한 학기 언어연수를 받은 이후 연구자로서 북한을 자주 방문했으며, 2011년부터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일했고 추후 '글로벌 어젠다 한국 협의회'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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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관세, 반트럼프 투쟁으로 미국 패권전략에 파열구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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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장호 기자
  •  
  •  승인 2025.04.23 09:08
  •  
  •  댓글 0
 
 

트럼프 관세전쟁과 한국의 대응(3)

2025년,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격랑에 휩싸였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단순한 통상분쟁을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그의 정책은 미국 내 산업을 부흥시키고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그중 한국은 관세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트럼프 관세전쟁과 한국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3차례 나누어 연재한다.

1.지정학과 지경학이 동시에 필요하다
2.무조건 버텨야 한다
3.반관세, 반트럼프 투쟁으로 미국 패권전략에 파열구를 내자

1.위기를 기회로

지금 한국경제는 경기순환적 위기와 산업구조적 위기, 전환기적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가 중첩된 조건에서 트럼프 관세전쟁에 노출된 치명적 위기국면이다.

때문에 한국사회 전반에 흐르는 충격과 공포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러나 위기속에는 언제나 기회가 있는 법. 순환적 위기를 극복하면서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고, 전환기적 위기를 극복하며 새로운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고, 지정학적 위기를 타개하면서 경제주권을 확립하는 계기를 만들어가는 능동적인 전략이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수출다변화를 위해 자주적 통상외교의 디딤돌을 쌓아 나가야 한다.

관세전쟁, 다극화의 세계에서 수출시장을 미국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일찍이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윤석열이 취임한 첫해 대통령실 경제수석 자격으로 스페인에서 열린 나토정상회의에 나가 ‘탈중국’을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한국경제는 2년 연속 유례없는 무역적자와 끝없는 불황형 흑자에 시달렸다. 그 기본요인이 대중 무역적자였다.

최상목은 중국을 포기하더라도 대미무역흑자를 60조원 이상 달성했으니 잘된 것이라고 강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트럼프는 한국을 무역흑자국으로 지목하고, 도로 다 토해내라고 한다.

이런 일을 저지른 자가 지금 다시 대미관세협상의 대표로 미국 출장을 가겠다고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에 인재가 없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경제관료 대다수가 친미 모피아집단의 일원이자 검은머리 미국인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사대적 관료를 척결하고 자주적 통상외교를 통해 브릭스 플러스 국가로 무역상대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브릭스는 이미 2023년 GDP 생산에서 G7을 추월했다. 이 차이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것이다. 한국의 수출다변화 전략의 대상이 어디인지 뚜렷하게 보여주는 징표이다.

다음으로 한국경제는 수출 비중을 줄이고 내수 비중을 높이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2022년 기준 한국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94.8%로, 미국의 35.7%, 프랑스의 88.3%, 영국의 90.4%에 비해 매우 높다. 이러한 높은 수출 비중은 한국 경제 성장 및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균열, 중미분리,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적 관세 전쟁으로 수출은 축소가 불가피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여기에서 자꾸 “수출만이 살 길"이라며, 수출 강화전략만 앞세우면, 결국 대미 굴욕협상의 길에 들어설 수밖에 없다. 

한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내수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신흥국을 통틀어 중하위권이다. 1996∼2015년 한국의 평균 GDP 대비 내수 비중은 61.9%였고, 최근에는 40%에 불과하다.

한국의 GDP 대비 내수 비중은 20년 평균이 가장 높은 미국(88.0%)보다 26.1%포인트 낮다. 2∼3위인 브라질(87.4%), 일본(84.8%) 등보다도 각각 25.5%포인트, 22.9%포인트 작다. 문제는 내수 덩치가 작다 보니 경제 선순환을 본격적으로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저출생고령화, 가계부채 등으로 내수가 더욱 위축되어 소비를 바탕으로 하는 경제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내수를 키우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내수를 키우려면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야 하고 과감한 분배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한국경제의 규모가 유지되는 가운데 내수의 선순환이 진행되려면 남북과 만주와 러시아 동부를 연결하는 거대한 시장을 창출하면 된다.

그러나 이것이 여의치 않은 조건에서는 우선 한국내부의 내수시장이라도 일정하게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어차피 트럼프 관세전쟁으로 수출 축소를 피해갈 수 없는 조건에서 제한된 자원을 내수확대, 분배정책의 강화로 이어가는 것이 시대의 요구에도 맞고 광장의 요구에도 부합되는 조치이다.

또한 수출경제가 야기해온 자산 양극화, 빈부격차 확대재생산구조를 멈춰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국경제는 수출이 잘되면 잘 될수록 자산불평등이 심화되는 구조이다. 수출 경제가 내수시장과 분리되면서 일상적으로 소득차원에서 수출관련 종사자와 내수관련 종사자들 사이에 양극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출을 통해서 벌어들인 달러가 한편으로는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 부동산 폭등과 자산불평등을 야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경제의 확대와 약탈금융을 통해 추가적인 자산불평등을 심화시켜 왔다는데 있다.

트럼프 관세전쟁은 우리에게는 가혹한 침략정책이지만 미국의 입장에서는 금융경제를 줄이고 산업경제를 키우는 정책이라는 특성도 있다. 우리 역시 수출이 안된다고 울상을 지으며 해왔던 대로 살아갈 것이 아니라 수출경제가 만들어낸 어두운 이면, 자산불평등을 치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수출이 늘면 불평등이 커지고, 수출이 줄면 오히려 불평등이 완화하는 경제는 정상적인 경제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대미투자 확대일로에 있는 재벌의 투자행태에 제동을 가하고 유턴 전략을 실시해야 한다.

하다못해 해내외투자 1:1법이라도 만들어, 미국에 10조원을 투자하면 국내에도 10조원을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대미 투자는 국내투자와 생산을 통한 대미수출에 비해 생산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미국은 그만큼 인건비와 생산비가 많이 드는 나라이다.

이전에 국내 재벌은 전투적 민주노조 때문에 인건비가 비싸져서 중국가고 베트남 간다는 말을 즐겨했다. 그런데 지금은 국내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데도 미국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미국 압력에 굴복해 조공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한편 재벌의 국내 투자를 늘리자고 하면 법인세도 깎아주고, 노동조합도 자제하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따라 나온다. 과거 광주형 일자리나 삼성 반도체법에 주52시간의 특례를 인정해 주64시간노동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그 동안 지방은 수도권 과밀현상으로 축소소멸의 위기에 처해있었다. 그런데 지방경제를 유지해왔던 재벌기업의 대미투자로 지방의 공동화, 지역소멸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재벌의 유턴투자는 지역경제 재구성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지방을 살리는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지역별 노사민정 협의, 산업별 노사교섭을 통해 새로운 노동협약, 일자리 협약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것은 그동안 재벌이 전국민의 희생으로 수출을 통해 성장해온 수혜자라는 점에서도 재벌이 사회에 기여해야할 사회적 책무이다. 또한 대미 투자의 비용을 감안해 볼 때, 같은 돈이라도 미국에 바치는 것보다 국내에 기여하는게 국민경제에 좋은 것이다.

경제논리만 따져도 내수기반을 강화해야 재벌도 국내투자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재벌대기업이 지역정부 및 노동, 시민사회와 새로운 협약에 응해 한층 발전된 산업구조를 창출하는데 적극 응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노동계는 전략적인 안목을 가지고 미국의 관세침략을 적극 규탄하고, 한국재벌의 묻지마 대미투자에 제동을 걸고 국내투자 강화, 지역과 산업별 노사교섭을 요구하고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다 떠나고 나면 싸울 대기업도 없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으로 인해 탄핵의 기쁨도 잠시 그동안 누적된 한국경제의 모든 모순이 다 폭발하는 위기의 시간이 되겠지만, 오히려 이 위기를 한국경제의 구조적 고질병을 고쳐나가는 기회로 삼겠다는 적극적 태세가 필요하다.

2. 한국은 미국의 호구가 아니다

한국의 불행은 대미 종속 자체에도 있지만, 미국의 강도 같은 요구에도 노예처럼 수용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는 대미 패배주의, 공미(공포)주의가 한국사회 전반에 팽배하다는데 있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의 관세침략을 맞아 한 번 정도는 미국에게 대한민국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 그저 미국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글로벌 호구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어야 한다. 이른바 파열구 전략이다.

지금 당장 대미예속관계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번의 “NO”라는 외침이 트럼프를 움찔하게 만들 수 있다. 현장과 지역, 광장의 투쟁은 굳어진 '갑을 관계'에서 을이 최초의 저항을 시작하면 갑은 위축되고 을을 존중하는 태도로 바뀐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이제 그 위력을 미국에게 보여줄 때이다. 한국을 우습게 보고 달려들던 트럼프는 반드시 조심하게 되고 한국정부에 강도적 요구를 축소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보았듯이 트럼프는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무자비한 비열한 협상전술을 구사한다. 강자와는 협상을 하고 약자에게는 약탈을 한다.

관세전쟁에 맞선 가장 강력한 지렛대는 바로 광장의 투쟁이다. 그리고 한 번 미국을 꺾어 본 민중은 더욱 당당하게 주권기반의 다극화 세계를 열어갈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에 위축되지 말자. 잘 준비해서 파열구를 내는 강력한 대미저항을 준비하자.

3. 한미FTA 저지투쟁 때처럼

최근 트럼프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장벽 보고서에 기초하여 상호관세 조치를 취했다. 여기에는 한국을 포함,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가에 대한 조치가 담겨있다. 특히 중국은 400쪽의 보고서 중 50쪽을 할애하며 집중공격을 가했다.

로봇, 항공우주, 신에너지 자동차, 바이오 의약품에서 세계시장 지배를 목표로 특정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산업정책을 사용하여 미국에 불이익을 주었다는 것이 골자다.

EU와 관련해서는 디지털서비스법(다국적기업 조세회피 차단위해 매출액에 과세)과 디지털시장법(빅테크 기업 시장 지배력 남용 금지)을 비판하고, 유전자변형 농작물, 성장촉진 화합물이 사용된 육류 금지 조치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자동차 안전 점검 방식이 미국 자동차 기업을 차별하고 있고, 탈탄소 차량 보조금으로 일본기업을 지원하면 안되고, 쌀 수입에 과도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는 등등의 지적이다.

한편 한국의 경우 보고서는 우선 윤석열 정부 시절 '해결'된 부분을 칭찬한다.

2024년 9월 국회가 유전자교정생물체(GMO)를 유전자변형생물체(LMO)법 적용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점, 2025년 3월 농촌진흥청이 미국 LMO 감자 수입에 적합 판정을 내린 점, 지난 1월 농림부가 미국산 반추동물(염소, 양 등) 성분 함유된 애완동물 사료(결국 동물성 사료) 수입을 일부 허용한 점 등 농업관련 조치가 이미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2024년 9월 한국 국정원이 2026월 1월부로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공공부문 표준 암호(AES)를 허용하기로 한 점, 공공부문 전산시스템 정보를 기밀, 민감, 공개 등 3개 등급으로 분류하기로 한 점(그 결과기존 과기부의 클라우드 보안 인증 준비한 국내업체가 불리해진다), 2024년 역시 국정원이 중간등급 클라우드 보안인증에 현지 암호 알고리즘 사용 요구를 면제할 계획을 발표한 점 등을 긍정적으로 지적하였다.

한마디로 국정원이 국가정보력을 미국에 넘겨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쯤되면 국정원 무용론이 나와야 하는것 아닌가.

보고서는 이어서 새롭게 한국에 요구할 사항으로 디지털 플랫폼 대기업 독과점 규제(디지털플랫폼법)에 미국 빅테크 기업이 포함된 것에 우려를 표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등에서 개인정보의 국외이전 제한, 클라우드 플랫폼 기업 등에 과징금 부과 기준을 확대한 것을 문제삼았다. 산업기술보호법에서 반도체, 자동차, 로봇, 항공분야 등 국가핵심기술 관련 업무에 외국 클라우드 서비스 사용을 불허한 것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기사업법에서 발전 부분 외국인 소유지분 제한에 원전이 포함된 것은 부당하다고도 지적한다. 방산교역에서 1000만 달러 이상 무기 수입시 기술이전 요구를 관행으로 하는 국방 절충교역도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공세는 한국에게는 주로 비관세 장벽에 집중되어 있다. 그로 인해 농산물, 디지털 무역, 데이터 주권, 국가안보와 기간산업 등에 심각한 충격이 예상된다.

농산물 관련해서는 TRG자율관세할당물량 40만톤 쌀 수입을 더욱 확대하고, 국내 생산을 축소하라고 요구한다. 미국인도 먹지 않는 30개월 이상의 소고기 수입 역시 단골메뉴다. 블루베리 등 검역조건 완화 요구도 높다.

디지털 무역에 관해 위치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을 풀라는 요구도 있고, 구글은 고밀도 정밀지도 반출을 요구하기도 한다.

한편 지상파, 방송, 전력, 간행물, 원전에 대한 외국인 지분제한을 풀라는 요구, 해외 콘텐츠 공급자에게 네트워크 망사용료를 내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 등은 방송과 공공분야에 심각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한미FTA체결국으로 사실상 관세가 제로(0)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관세장벽이 높다면서 FTA체결이 안된 일본(24%)보다 높은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한마디로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다수 요구가 비관세 장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을 넘어 농축산업, 디지털 교역, 방송, 국방, 공공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공세가 예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중 대다수는 한미FTA과 관련되어 있다. 여기에 방위비 분담금 문제, 대미투자까지 강요하며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 총체적 공세를 가하는 태세다.

이에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적 관세공세를 방어하려면 자유무역에 입각한 한미FTA를 지켜야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견도 제시된다.

그러나 이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좀더 한미FTA 조항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으나 이 기회에 아예 한미FTA를 철폐해버리는 쪽으로 가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조사에 의하면 한미FTA 폐기 시 한국보다는 미국이 더 손해이다. 한미 FTA 종료 시 양국 모두 수출 감소가 예상되나, 미국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대미 수출 감소액(13.2억 달러)보다 미국의 대한 수출 감소액(15.8억 달러)이 더 크며, 이에 따라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오히려 2.6억 달러 증가할 전망이다.

관세 구조를 놓고 보아도 FTA 종료 시 미국이 손해이다. 현재 한미 FTA 덕분에 대부분의 상품은 양국 간 무관세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FTA가 없어지면, 미국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는 한국의 최혜국대우(MFN) 관세율(평균 약 4%)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는 미국의 MFN 관세율(평균 약 1.6%)이 각각 적용된다.

즉, 미국 기업이 한국 시장에 물건을 팔 때 내야 하는 관세가,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물건을 팔 때 내는 관세보다 더 높아진다. 쉽게 말해, FTA가 없어지면 미국 기업이 한국에 물건을 팔 때 부담해야 하는 세금(관세)이 한국 기업이 미국에 물건을 팔 때보다 더 많아지기 때문에, 미국 기업이 더 불리해진다.

이는 트럼프가 "한국이 미국보다 4배 높은 관세 부과"한다는 주장이 거짓말임을 보여준다.

전략적으로 보아도 한미FTA폐기를 추진하는 것이 한국에 유리하다. 물론 폐기 카드는 양측 모두에게 유효한 협상 수단이다. 2017년 재협상 당시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폐기 서한을 작성했으나 백악관 내부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는 것처럼 실제 폐기 가능성은 낮다.

또한 한미 FTA는 경제적 차원을 넘어 한미 동맹 강화의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양자가 모두 안보 협력 차원에서 갈등 증폭을 피하려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트럼프가 통상문제를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와 연계시키는 조건에서 한국이 안보상의 충돌을 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한미FTA도 폐기하고 한미동맹도 폐기하자는 쪽으로 가는게 낫다. 이렇게 뱃심있게 나가야 관세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미FTA자체가 한국의 대미수출을 증대시킨 효과는 있었지만, 농축산업을 희생하고,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조항 등 정부 정책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유도하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어 이 기회에 폐기해버릴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한미FTA폐기는 한국이 자주적 통상외교를 통해 수출을 다변화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고, 미국을 배제한 다자간 협상을 통해 미국을 역으로 고립시킬 수도 있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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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극명히 보여줬다...정권 초기에 검찰개혁 밀어붙여야

[넥스트 대한민국] 민주주의 심각하게 위협하는 검찰의 절대 권력... 권한과 기능 분산해야

사회 조성식(softrocker)

25.04.23 06:43최종 업데이트 25.04.23 06:43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인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시작한 2025년의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획 '넥스트 대한민국'은 조기 대선 상황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남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편집자말]

2019년 9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사법적폐 청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권력을 가진 자는 모두 그것을 함부로 쓰기 마련이다.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본질에 따라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 -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다시 검찰개혁이다. 민주주의와 법치를 파괴하고 자폭한 윤석열 검찰정권은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줬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5개 야당은 내란 세력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연대하겠다는 취지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검찰, 감사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개혁을 얘기하면 누군가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말한다. 윤석열 체제에서 정치검찰과 사조직화의 문제점이 극대화했기에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이다. 윤석열 사단이라는 특정한 집단의 문제지 검찰 조직이나 구성원의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이다.

그런데 제도보다 사람을 문제 삼는 것은 개혁 반대론자들의 전형적 논리다. 그 주장이 옳다면 윤석열이 퇴장하고 윤석열 사단이 해체되면 검찰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과연 그럴까?

사람과 제도를 다 겨냥한 몽테스키외의 일침은 권력기관 개혁의 시금석으로 삼아 마땅하다. 권력기관 개혁은 정의롭거나 자비롭거나 합리적인 권력자에 기댈 일이 아니다. 권력의 오·남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게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교훈이다.

각 권력기관은 설립 취지에 맞는 권한과 임무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권력이 권력을 저지해야 한다'는 몽테스키외의 말은 견제와 균형을 뜻한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검찰개혁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치검사와 검찰주의자 싹이 움트지 못하게 갈아엎어야

노무현 정부 때 씨가 뿌려져 문재인 정부 때 싹이 자란 검찰개혁은 아직 꽃을 피우지 못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수사권 축소 등으로 겉보기에는 검찰권이 약해진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비롯해 영장청구권, 형 집행권 등 막강한 권력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검찰개혁은 미완성이다.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이 절대권력을 해체하려면 권한과 기능을 분산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검찰개혁의 본질이다. 박탈하거나 없애는 게 아니라 나누고 옮기는 것이다. 그 점에서 검찰과 언론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프레임은 허위거나 과장이다.

실효적이고 불가역적인 개혁을 하려면 철학과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거기에 정교한 방법론과 강력한 실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가지를 치거나 나무를 뽑아서 될 일이 아니다. 정치검사와 검찰주의자의 싹이 움트지 못하게 토양을 갈아엎어야 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앞장서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산하는 것이다. 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하는가? 권한 분산에 따른 편익이 조직과 업무 축소에 따른 손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통합의 효율성보다 분리의 공정성이 국민에게 이롭고 견제와 균형 원리에도 부합한다.

민주당과 혁신당 방안에 따르면,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검찰이 행사하던 수사권은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넘어간다. 즉 검찰청이 둘로 쪼개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3+1 분권형 수사/기소 구도가 자리 잡는다. 수사는 국가수사본부(경찰, 일반 수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3급 이상 고위공직자 수사), 중수청(중대 범죄 수사) 세 기관이 나눠서 맡는다. 기소는 원칙적으로 공소청이 전담하되, 판·검사와 경찰 고위직 범죄는 예외적으로 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한다.

검찰 수사관들이 주축이 될 중수청은 독립적 기구인 공수처와 달리 총리실(민주당 안) 또는 법무부(혁신당 안)에 소속된다. 중수청의 수사 영역은 부패, 경제, 공직,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마약 7개다. 문재인 정부 때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하면서 검찰에 남긴 6대 주요 범죄에 마약을 별도 영역으로 분리해 추가했다.

공소청은 중수청과 국수본 수사를 법률적으로 감독한다. 아울러 기소심의위원회라는 자체 점검 장치를 둔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재건축되는 만큼 대검찰청과 고등검찰청은 존립할 명분이 사라진다. 공소청장은 장관급인 검찰총장과 달리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민주당의 검찰개혁 실패는 반면교사

2021년 1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놓고 함께 협력해나가야 할 관계인데 그 과정에서 갈등이 부각된 것 같아서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다"며 "지금부터라도 법무부와 검찰이 함께 협력해 검찰개혁이라는 대과제를 잘 마무리하고 또 더 발전시켜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KTV

그간 저서와 토론회, 기사를 통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설파한 나는 민주당과 혁신당의 방안에 공감한다. 다만 방법론을 두고 몇 가지 의견을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의욕적인 검찰개혁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데는 윤석열이라는 희대의 검찰주의자 탓도 있지만, 검찰을 적절히 활용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안이한 인식도 한몫했다. 검찰의 자율적 개혁을 기대한 노무현 정부의 오판을 답습한 잘못도 있다.

사실 두 정당이 제시한 검찰개혁 방안의 뿌리는 2021년 민주당 김용민과 황운하 의원이 발의한 수사/기소 분리 법안이다. 그때 이미 검찰청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런데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정치적 득실을 따지다 실기했다. 역풍이 우려되고 대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정권이 넘어간 뒤 부랴부랴 졸속으로 추진했으나 여론전에서 밀리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도 실패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개혁의 본질을 훼손한 상처투성이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소청 설치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후속 논의를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공전하는 바람에 중수청 설치도 물건너갔다.

몇 달 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시행령 개정으로 그나마 축소됐던 검찰 수사권은 거의 복원됐다. 이른바 '검수원복 시행령'이다. 하위법으로 모법 취지를 훼손한 편법이었지만, 입법부는 행정부의 기습적 반칙에 무기력했다. 정치적 표적 수사와 과잉수사, 먼지떨이 수사, 별건 수사, 봐주기 수사 등 수사권 남용과 선별 기소의 폐해는 검찰정권에서 한층 두드러졌다. 민주당의 검찰개혁 실패는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수사기관에 대한 좀 더 실효적인 견제 장치 마련

둘째, 수사기관에 대한 감독 강화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됐다. 대신 보완수사 요청, 시정조치 요구, 재수사 요청 등의 견제 장치가 마련됐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실효성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경찰관이 따르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검사가 징계를 요청할 수 있지만, 징계권을 가진 경찰 상급기관에서 수용하지 않으면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다.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인은 "검찰의 직접수사를 폐지하되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처지에서는 기분 나쁜 얘기일 수 있다. '지휘'는 과거 검경이 상하관계 또는 주종관계일 때의 용어이기 때문이다. 현 형사소송법에서는 '지휘'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검찰과 경찰은 협력관계라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기사든 수사든 데스크 기능을 강화해 나쁠 건 없다. 용어야 어쨌든 법령 위반이나 인권 침해, 수사권 남용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수사기관에 대한 좀 더 실효적인 견제 장치가 마련되면 국민에게 양질의 수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검찰의 보완수사 또는 재수사 요구로 경찰로 되돌아간 사건 처리와 수사 종결이 한없이 지체되는 것에 대해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더라도 지금처럼 검사의 제한적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의 보완수사는 수사/기소 분리 취지에 맞지 않고 악용될 소지가 있기에 반대한다"면서 "국수본 인력 보강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비대화와 권력화 경계해야

2024년 6월 26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개혁 4법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남소연

셋째, 중수청 구성과 위상에 관해서다. 민주당과 혁신당 개혁안에 따르면, 검찰의 인지수사 또는 특별 수사 기능을 넘겨받을 중수청에는 검사가 설 자리가 없다. 수사관(사법경찰관) 중심 체제이기 때문에 중수청 근무를 원하는 검사는 신분을 수사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실상 검사는 오지 말라는 얘기다. 그게 싫으면 공소청 검사로 남거나 공수처로 이직하거나 옷을 벗어야 한다.

검사들이 중수청으로 옮겨가면 '제2 검찰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해하지만, 다른 각도로 볼 여지도 있다. 어차피 중수청은 수사 기능만 있기에 지금의 검찰청과는 다르다. 검찰개혁의 본질이 과도한 권력을 가진 검찰청을 쪼개 권한을 분산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이라면, 검사 인력의 중수청 재배치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문제는 검사의 법적 신분이다. 서보학 교수는 "법적으로 기소권이 없으면 검사가 아니다"라며 "중수청은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거기서는 검사 신분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 "검사들의 특권의식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중수청으로 옮겨가 수사권을 가지면 또 다른 특권 조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적 구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조직 위상이다. 중대 범죄를 수사할 중수청이 정권에 예속되지 않으려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법무부 소속이나 총리 직속이 아니라 공수처처럼 독립기관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서 교수는 "(중수청의 독립성 확보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라며 '작은 중수청'을 주장했다. 자칫 검찰처럼 거대한 권력기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특화된 분야만 제한적으로 수사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다.

서 교수 의견에 내 생각을 덧붙이면, 공수처도 판·검사와 경찰 고위직 범죄 정도로 수사 영역을 좁히는 게 조직 형편에 맞고 견제와 균형 원리에도 맞지 않나 싶다. 지금은 수사 대상 범죄가 지나치게 많다. 타 수사기관에 대한 사건 이첩 요구는 종종 혼선을 빚어 수사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채 해병 사건과 윤석열 내란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지만, 공수처의 수사 의지와 수사 역량은 따로 놀고 있다.

서 교수의 견해도 비슷했다. "수사기관의 비대화와 권력화는 경계해야 한다. 공수처든 중수청이든 많은 수사를 하는 것보다는 정말 중요한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공수처는 사법기관 고위직 범죄와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전담하는 전문 수사기관으로 기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전철 밟지 말아야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가 유시민 작가, 도올 김용옥 선생과 새 정부의 과제 등을 주제로 대담한 영상이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넷째, 개혁의 시기와 속도다. 혁신당은 이미 지난해 8월 검찰개혁 법안을 발의하고 이를 당론으로 삼았지만, 민주당은 논의만 할 뿐 여태껏 법안을 내놓지 않았을뿐더러 당론으로 채택하지도 않았다. 그 바람에 혁신당의 입법안은 8개월가량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캐비닛에서 잠자고 있다.

민주당의 미적지근한 태도를 두고 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다. 이 대표는 2월 27일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검찰을 없애면 기소, 공소 유지는 누가 하겠나. 제도는 필요한데 지휘하는 사람이 문제"라며 "검찰 일부 특수부 라인 등의 문제가 있으니 그 문제를 교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진심이라면, 수사/기소 분리와 검찰의 직접수사 폐지를 검찰개혁의 완성으로 여기는 혁신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인식과는 크게 동떨어진 셈이다. 이 대표 특유의 실용적 사고로 볼 여지도 있으나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생각하면 의아스러웠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이 대표가 지난 15일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검찰을 수사청과 공소청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공수처 역량과 국수본 독립성 강화도 언급했다.

이로써 민주당의 검찰개혁 의지는 분명해졌다. 관건은 시기와 속도다. 검찰개혁은 수사기관이 아닌 권력기관 개혁이다. 검찰권력은 정치권력, 재벌권력, 언론권력과 더불어 한국 사회의 4대 권력이다. 전례에 비춰 힘이 있는 정권 초기에 밀어붙이지 못하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현직 대통령의 내란이라는 초유의 비상사태 속에 우리 사회는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정치는 분열하고 경제는 침체하고 민생은 망가졌다. 두 달 뒤 출범할 새 정권의 최우선 과제가 경제회복과 민생 안정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을 국민은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개혁은 그 못지않게 시급하고도 중대한 과제다.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민생 안정과 검찰개혁을 병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견제와 균형 원리에 충실한 선진적 형사사법체계가 정착하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치/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정의와 공정에 대한 냉소주의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검찰 #개혁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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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노' 한덕수 탄핵 마땅하지만…민주 숙고 이유는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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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4.22 20:20

  • 수정 2025.04.22 20:37

  • 댓글 2

헌재 결정 이후 수면 아래 있던 탄핵론 재부상

진성준 "지체 없이 직무 정지시켜야" 공개 제안

당내 공분 들끓지만 대선 40일 앞 전략적 고려

이대로면 '이재명 정부' 출범, 변수 최소화 필요

향후 국정 동력 위해서도 '압도적 득표' 긴요해

한덕수 출마 명분 만들려는 '재탄핵 유도' 경계

'거대 야당 피해자' 자칫 보수‧중도 표심 자극

좀 더 인내하다 새 정권서 '한덕수 특검' 응징

그러나 관세 협상 등 국익 위험시 즉각 '쌍탄핵'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5.4.2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야권에서 이완용 이후 최악의 매국노로 간주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두고 탄핵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한 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제2의 친위쿠데타'까지 감행했을 때 야권과 시민사회의 분노는 절정에 달했으나, 헌법재판소가 지난 16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이를 무산시키면서 탄핵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대선 출마 간보기'에 여념이 없는 한 대행이 자신의 정략적 노림수와 뼛속 깊은 숭미 사대주의에 따라 국익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위험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2+2' 통상 협의를 강행하는 등 매국적 언행을 지속하자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2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 첫머리부터 당 차원의 재탄핵 필요성을 직설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지체 없이 직무 정지시킬 것을 공개 제안한다"며 "한 총리는 파면된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과 선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자신의 본분과 책임을 망각했다. 42일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최고 책임자가 엉뚱하게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권한대행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과 같지 않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차이가 없다고 강변하면서 법률안 거부권을 비롯해 무제한으로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 막대한 국익이 걸려 있는 관세 협상과 관련해서도 굴종적 자세로 국익을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며 "한 총리의 행태는 헌법 위에 군림하는 제왕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민주공화국의 국체가 인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또 "한 총리의 위헌·위법 행위는 차고 넘친다.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아서 헌법을 위반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마약 특검 등 법률이 정한 상설특검의 임명 절차도 이행하지 않아 명백하게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고 조목조목 열거한 뒤 "주저할 이유가 없다. 이러저러한 기우로 때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당과 국회가 결단해야 한다. 국무총리 탄핵 소추를 즉각 추진하자"고 단호하게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4.22. 연합뉴스

다른 원내 지도부도 탄핵을 직간접적으로 거론하며 민주당의 자제심이 한계에 달했음을 시사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덕수 총리와 현 정부는 40여 일 이후에 들어설 새 정부에 관세 등 한미 통상과 관련한 모든 권한과 책임을 넘겨야 한다. 문제는 한덕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외신 인터뷰 등을 통해 우리가 가진 카드를 이미 다 공개해버렸다는 점"이라며 "한덕수 총리와 최상목 부총리는 자신들의 무책임하고 섣부른 행태가 대한민국에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똑바로 처신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한덕수 대행은 내란 수습의 책임은 뒷전으로 미룬 채 대통령 놀이에 심취해 '낙하산 인사' '알박기 인사'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것 아닌가? 한 대행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더 이상의 경거망동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고, 조계원 원내부대표는 "한덕수 권한대행은 선출된 대통령과 권한대행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는 차이가 없다며 주제 파악을 못 하고 있다. 내란 대행의 길, 대선 간 보기의 길을 계속 간다면 국민적 탄핵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탄핵'을 언급했다.

한 대행을 정조준해 직접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덕수 대행은 다가오는 내란 공범 수사를 피하기 위해 대선 출마를 정해놓고 명분을 만들기 위해 헌재 재판관 임명, 알박기 인사, 졸속 관세 협상으로 재탄핵을 유도하는 출마 장사를 하고 있다. 노욕을 위해 국익을 팔아먹는 제2의 이완용이고 윤석열 아바타"라며 "국익을 담보로 한 출마 장사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 어차피 출마할 거면 노욕의 잔꾀 부리지 말고 당장 옷 벗고 출마해 국민의 심판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김민석 최고위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지명 사과를 요구하고 한미 2+2 통상 협의 추진을 규탄하며 기지회견을 하고 있다. 2025.4.22. 연합뉴스

이처럼 한 대행을 향한 분노와 증오는 활화산처럼 들끓고 있지만 민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두 번째 탄핵 소추를 실제 행동에 옮길 것이냐를 두고는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6‧3 대선이 불과 40일밖에 안 남았고 현재의 여론과 정국 구도대로 간다면 '이재명 정부' 출범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자칫 득보다 실이 큰 변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에서 이미 한 차례 기각됐던 야당의 탄핵안 발의가 한 대행의 사퇴 명분으로 작용해 보수층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고 중도층까지 상당 부분 흡수할 가능성은 여전히 경계가 필요한 대목이다.

대선 이후 숱한 난관이 예상되는 국정 운영의 동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도 이재명 전 대표의 압도적 득표, 최대치의 승리는 긴요하고 절실하다. 따라서 야당이 탄압하는 모양새로 한 대행의 '보수 영웅 서사'를 만들어주고 '체급'을 키워주는 대신 공직자 사퇴 시한인 내달 4일까지 출마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고사시키는 방식이 바람직할 수 있다. '본선 확장성'을 무시할 수 없는 한 대행의 '재탄핵을 유도하는 출마 장사'에 말리지 않고 조금만 더 인내하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한덕수 특검' 등을 통해 그간의 내란 대행 및 매국 행각을 철저히 응징하자는 전략적 고려는 일리가 있다.

국민의힘 반응을 봐도 그렇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자신 있으면 (탄핵)하길 바란다. 겁박에 그치지 말고 실행에 옮기길 바란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의도적인 도발로 읽힌다. 자당 대선 후보들이 지리멸렬한 가운데 민주당의 한 대행 탄핵이라는 주요 변수가 발생하면 보수‧중도층을 자극해 '이재명 대세론'을 흔들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계산이 깔린 듯하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주당이 탄핵해주면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는 일찌감치 한 대행에 대해 "민주당을 자극해 탄핵 소추가 되면 대선 출마 명분이 저절로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한 총리는 지금 거론되는 국민의힘 후보들보다 더 많은 지지를 모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더구나 '민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는 것'이 훈장이 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면서 "다만 탄핵 소추를 당해서 자연스럽게 출마하는 것 말고 사임하고 출마한다면 (국민에게) 인상이 상당히 나쁠 것"이라고 봤다.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 국민 후보 추대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대선후보 출마 요청 국민 추대 기자회견에서 박상섭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5.4.22. 연합뉴스

그렇다면 대선이 임박한 현 시점에서는 한 대행 출마가 명분이 없어 결국 무산되거나, 출마를 하더라도 제 발로 사퇴함으로써 '거대 야당의 피해자'가 아닌 '노욕의 화신'으로 비치는 게 이재명 전 대표의 압승에 더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협상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 방위비 분담금 재논의 등이 정말 '나라를 팔아먹을' 수준으로 진행되면 민주당도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더 늦기 전에 '한덕수+최상목 쌍탄핵'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에 적극적인 조국혁신당 의원단은 전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만약 한덕수 씨가 미국과 협정을 맺거나 주요 사안에 합의하면 이것은 명백한 주권 도용이다. 멋대로 관인을 찍어 을사늑약을 체결한 친일파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반역"이라며 "민주 헌정 수호 5당에 호소한다. 한덕수 씨가 미국과 협상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국회의 일을 해야 한다.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이 바로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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