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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수괴의 반인권 ‘알박기’ 인사 두고 볼 텐가

고상만 진실규명

rights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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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기구 내 적폐세력 없애야 비로소 내란 종결

반인권 인사 청산으로 모범 인권국가 돌아가야

고상만 인권운동가(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 사무국장)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이 지난 11일 관저를 떠나 서초동 자기 집에 도착하자마자 주민들 앞에서 허세를 떨며 던진 말이 세상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그는 아크로비스타 주민 들과 악수하며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한다. 이때 한 주민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위로를 전하자 그는 “어차피 뭐 5년 하나 3년 하나…”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직에서 쫒겨난 그가 일말의 반성은 고사하고 대선 당시 하던 ‘정치적 어퍼컷 쇼’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니 세간에선 “윤석열과 비교해 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참 선량한 파면 대통령’이었다”는 말도 회자 된다. 윤석열처럼 관저를 나오기 전, 자기 측근들을 불러 환송 만찬을 하는 뻔뻔함도 보이지 않았고, 또 적어도 “이기고 돌아왔다”는 말 따위의 허세는 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대통령이 누구를 이기고 돌아왔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주장이다. 헌법이 부여한 임기 5년도 버거워 다 채우지 못한 주제에 그걸 주민들 앞에서 웃으며 말하는 그 허세가 그야말로 해괴하기 짝이 없다.

모범적 인권국가가 윤석열 3년 만에 최악 국가로 전락 위기

문제는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임명한 정부 내 인권기구의 인사 적폐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5년을 하나, 3년을 하나” 똑 같다고 했는데 정말 그의 대통령 재임 3년 동안 대한민국 인권 현실은 치유가 쉽지 않을 만큼 완전히 망가졌다. 정부 기구 본연의 업무 기능이 상실되었다고 표현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제5차 전원위원회를 시작하고 있다. 2025.3.7. 연합뉴스

먼저 ‘국가인권위원회’부터 그렇다. 국가인권위원장 안창호는 사회적 약자 인권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 대신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 수하 김용현 등의 법적 보호를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방어권’을 추진하여 국민을 경악케 하였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 차관급 상임위원이며 ‘군인권 보호관’ 겸임인 김용원은 군 유족의 권리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군 유족을 고소하는가 하면 군인권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호 요청은 각하 처리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면 헌법재판소를 부숴 없애야 한다”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원 국가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2023.8.30. 연합뉴스

결국 안창호와 김용원의 문제는 국제적 나라 망신으로 이어졌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이하 ‘간리’)로부터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가 2001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특별심사 대상에 선정된 것이다. 이를 위해 ‘간리’ 측은 윤석열의 계엄 선포와 관련된 인권 침해 및 고 윤승주 일병 유족과 군인권단체 활동가를 수사 의뢰한 사건 자료의 제출을 요청했다. 또한 회의 부재로 인한 진정 처리 지연 및 인권위 직원들의 불이익 등에 대한 자료도 요청했다.

‘간리’ 측은 이를 심사한 후 2004년 이후 줄곧 A등급을 유지해 온 우리나라 인권위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국가로부터 모범적인 인권국가로 손꼽히던 우리나라 인권위원회를 윤석열은 단 3년 만에 최악으로 추락시킨 것이다.

내란 직후 임명한 극우 성향 인사가 똬리 튼 ‘진화위’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는 또 어떤가.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5년 12월 출범하여 국가폭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와 한국전쟁 전후한 시기의 민간인 학살 피해자와 유족의 한을 풀어준 ‘진화위’를 이명박 정부가 해산시켰다. 이를 다시 출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애를 쓰고 노력했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마침내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외면했던 ‘진화위’의 재출범을 문재인 정부가 공약했기에 어렵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았다.

그때 20대 국회 마지막 날,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인 최승우 씨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공 농성에 들어간다. 15살에 강제수용시설인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가 고통을 겪었던 최승우 씨는 국회 정문 앞에서 이 법안의 제정을 요구하며 3년간 천막 농성을 해 왔다. 그런데 아무런 성과없이 20대 회기가 끝나가자 그는 ‘목숨을 걸고’ 무기한 단식 점거농성에 나선 것이다. 그런 최 씨의 절박한 사연 앞에 여야 국회의원들도 정쟁을 계속할 수 없었고 법안 개정안 처리가 이뤄질 수 있었다. 그렇게 최승우라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가 목숨을 걸고 얻어낸 것이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인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진화위’의 지금 위원장은 박선영이란 인물이다. 그는 2023년 5월쯤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박정희의 5.16 군사 쿠데타를 ‘혁명’이라 칭하며,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반대한 국민이 없었다”고 주장한 극우성향의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박정희 유신독재 권력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고문을 당한 사람, 그리고 중앙정보부의 공작에 의해 사형당하거나 감옥 간 사람들의 진상을 규명하는 기구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다. 부적절의 크기가 산처럼 높고, 강물처럼 깊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제100차 위원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3.5. 연합뉴스

당연히 그가 위원장으로 있는 ‘진화위’에서는 황당한 소식이 매일 같이 들려온다. 전 대통령 윤석열이 내란을 선포하고 3일 후에 장관급 위원장으로 박선영 씨를 임명한 것도 부적절한데, 그렇게 임명된 박선영 씨는 국회에 출석하여 마스크를 벗지 않아 논란이 된 ‘국정원 출신’ 황인수 국장에게 성과급으로 최고 등급을 줬다고 한다. 전 국민에게 위원회 망신을 시킨 황 국장에게 벌이 아닌 상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무려 1500만원의 성과급을 받게 된 황 국장의 이야기는 과거사 위원회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큰 상실감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야말로 윤석열이 남긴 정부 인권기구 인사 적폐의 상징이다.

인권기구 내 적폐 세력 청산 없이 내란 사태 종식 없다

국가인권위원장 안창호나 군인권보호관 김용원, 그리고 진화위원장 박선영과 같은 이들을 그대로 두고 윤석열 내란 사태가 해결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더구나 ‘진화위’는 오는 5월 26일 조사 기간의 만료를 앞두고 ‘유족의 염원이라며’ 조직의 활동 기간 연장을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2월 취임한 박선영 씨가 자신의 2년 위원장 임기를 채우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나 ‘진화위’가 그런 인사들에 대한 내란 수괴의 ‘알박기 용’ 자리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약자와 인권 피해자들의 마지막 보루인 이 인권기구들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처절히 싸웠는지를 안다면 더욱 그렇다. 양심이 있다면 그들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 공동체의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나는 주장한다. 윤석열 내란 사태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서도 정부 내 인권기구의 인사 적폐는 절대 방치되어선 안 된다.

고상만 진실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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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기구 내 적폐세력 없애야 비로소 내란 종결

반인권 인사 청산으로 모범 인권국가 돌아가야

고상만 인권운동가(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 사무국장)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이 지난 11일 관저를 떠나 서초동 자기 집에 도착하자마자 주민들 앞에서 허세를 떨며 던진 말이 세상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그는 아크로비스타 주민 들과 악수하며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한다. 이때 한 주민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위로를 전하자 그는 “어차피 뭐 5년 하나 3년 하나…”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직에서 쫒겨난 그가 일말의 반성은 고사하고 대선 당시 하던 ‘정치적 어퍼컷 쇼’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니 세간에선 “윤석열과 비교해 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참 선량한 파면 대통령’이었다”는 말도 회자 된다. 윤석열처럼 관저를 나오기 전, 자기 측근들을 불러 환송 만찬을 하는 뻔뻔함도 보이지 않았고, 또 적어도 “이기고 돌아왔다”는 말 따위의 허세는 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대통령이 누구를 이기고 돌아왔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주장이다. 헌법이 부여한 임기 5년도 버거워 다 채우지 못한 주제에 그걸 주민들 앞에서 웃으며 말하는 그 허세가 그야말로 해괴하기 짝이 없다.

모범적 인권국가가 윤석열 3년 만에 최악 국가로 전락 위기

문제는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떠났지만 그가 임명한 정부 내 인권기구의 인사 적폐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5년을 하나, 3년을 하나” 똑 같다고 했는데 정말 그의 대통령 재임 3년 동안 대한민국 인권 현실은 치유가 쉽지 않을 만큼 완전히 망가졌다. 정부 기구 본연의 업무 기능이 상실되었다고 표현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7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제5차 전원위원회를 시작하고 있다. 2025.3.7. 연합뉴스

먼저 ‘국가인권위원회’부터 그렇다. 국가인권위원장 안창호는 사회적 약자 인권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 대신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 수하 김용현 등의 법적 보호를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방어권’을 추진하여 국민을 경악케 하였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 차관급 상임위원이며 ‘군인권 보호관’ 겸임인 김용원은 군 유족의 권리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군 유족을 고소하는가 하면 군인권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호 요청은 각하 처리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면 헌법재판소를 부숴 없애야 한다”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원 국가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2023.8.30. 연합뉴스

결국 안창호와 김용원의 문제는 국제적 나라 망신으로 이어졌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이하 ‘간리’)로부터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가 2001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특별심사 대상에 선정된 것이다. 이를 위해 ‘간리’ 측은 윤석열의 계엄 선포와 관련된 인권 침해 및 고 윤승주 일병 유족과 군인권단체 활동가를 수사 의뢰한 사건 자료의 제출을 요청했다. 또한 회의 부재로 인한 진정 처리 지연 및 인권위 직원들의 불이익 등에 대한 자료도 요청했다.

‘간리’ 측은 이를 심사한 후 2004년 이후 줄곧 A등급을 유지해 온 우리나라 인권위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국가로부터 모범적인 인권국가로 손꼽히던 우리나라 인권위원회를 윤석열은 단 3년 만에 최악으로 추락시킨 것이다.

내란 직후 임명한 극우 성향 인사가 똬리 튼 ‘진화위’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는 또 어떤가.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5년 12월 출범하여 국가폭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와 한국전쟁 전후한 시기의 민간인 학살 피해자와 유족의 한을 풀어준 ‘진화위’를 이명박 정부가 해산시켰다. 이를 다시 출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애를 쓰고 노력했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마침내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외면했던 ‘진화위’의 재출범을 문재인 정부가 공약했기에 어렵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았다.

그때 20대 국회 마지막 날,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인 최승우 씨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공 농성에 들어간다. 15살에 강제수용시설인 형제복지원으로 끌려가 고통을 겪었던 최승우 씨는 국회 정문 앞에서 이 법안의 제정을 요구하며 3년간 천막 농성을 해 왔다. 그런데 아무런 성과없이 20대 회기가 끝나가자 그는 ‘목숨을 걸고’ 무기한 단식 점거농성에 나선 것이다. 그런 최 씨의 절박한 사연 앞에 여야 국회의원들도 정쟁을 계속할 수 없었고 법안 개정안 처리가 이뤄질 수 있었다. 그렇게 최승우라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가 목숨을 걸고 얻어낸 것이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인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진화위’의 지금 위원장은 박선영이란 인물이다. 그는 2023년 5월쯤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박정희의 5.16 군사 쿠데타를 ‘혁명’이라 칭하며,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반대한 국민이 없었다”고 주장한 극우성향의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박정희 유신독재 권력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고문을 당한 사람, 그리고 중앙정보부의 공작에 의해 사형당하거나 감옥 간 사람들의 진상을 규명하는 기구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다. 부적절의 크기가 산처럼 높고, 강물처럼 깊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제100차 위원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3.5. 연합뉴스

당연히 그가 위원장으로 있는 ‘진화위’에서는 황당한 소식이 매일 같이 들려온다. 전 대통령 윤석열이 내란을 선포하고 3일 후에 장관급 위원장으로 박선영 씨를 임명한 것도 부적절한데, 그렇게 임명된 박선영 씨는 국회에 출석하여 마스크를 벗지 않아 논란이 된 ‘국정원 출신’ 황인수 국장에게 성과급으로 최고 등급을 줬다고 한다. 전 국민에게 위원회 망신을 시킨 황 국장에게 벌이 아닌 상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무려 1500만원의 성과급을 받게 된 황 국장의 이야기는 과거사 위원회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큰 상실감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야말로 윤석열이 남긴 정부 인권기구 인사 적폐의 상징이다.

인권기구 내 적폐 세력 청산 없이 내란 사태 종식 없다

국가인권위원장 안창호나 군인권보호관 김용원, 그리고 진화위원장 박선영과 같은 이들을 그대로 두고 윤석열 내란 사태가 해결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더구나 ‘진화위’는 오는 5월 26일 조사 기간의 만료를 앞두고 ‘유족의 염원이라며’ 조직의 활동 기간 연장을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2월 취임한 박선영 씨가 자신의 2년 위원장 임기를 채우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나 ‘진화위’가 그런 인사들에 대한 내란 수괴의 ‘알박기 용’ 자리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약자와 인권 피해자들의 마지막 보루인 이 인권기구들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처절히 싸웠는지를 안다면 더욱 그렇다. 양심이 있다면 그들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 공동체의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나는 주장한다. 윤석열 내란 사태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서도 정부 내 인권기구의 인사 적폐는 절대 방치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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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어게인, 대선 참패 어게인

 [박세열 칼럼] 여전히 '윤심'의 심연을 헤매고 있는 국민의힘

따지고 보면 '윤심(尹心)'이 모든 걸 망쳤다. 윤석열은 단 한번의 선거(대선) 승리로 착각에 빠졌다. 본인을 프리기아 황금의 왕 '미다스'라 여겼다. 자신을 임명한 문재인, 조국과의 '전쟁'에서 이겼다고 생각한 그는 대선 승리를 온전히 자신의 성과로 생각했다. 영혼의 단짝 김건희 정도에게만 공의 절반을 허했다. 대선의 자장 속에서 이뤄진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하자, 착각은 망상이 됐다. '윤심'의 탄생이다.

 

국정 운영을 시작한 윤석열은 당대표 이준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선 승리의 지분을 챙겨 '집권 여당 대표' 행세를 하는 그가 꼴도 보기 싫었다. 2021년 말 유튜버들이 제기한 이준석 성접대 의혹 사건을 빌미 삼았다. 당 윤리위원회를 동원해 당대표에게 초유의 당원권 정지 결정을 내렸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사라지자, 윤석열은 당을 장악하기 위해 '윤심 후보' 점지에 나섰다.

 

윤석열에게 후보 단일화 선물을 안겨준 안철수가 당대표 후보에 나서면서 '윤안 연대'를 언급했다. 감히 대선 승리 지분을 건드린 행위에 대해 대통령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윤심'을 오독하지 말고 팔아 먹지 말란 얘기였다. 왕실의 명이었다. 당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나경원에 대해선 "초선 의원들의 집단린치 사태(윤상현의 표현)"의 굴욕적인 일이 벌어졌다. '윤심'에 반하는 이들을 쳐낸 윤석열은 '당원 100% 투표' 룰을 관철시켰고, 기어이 김기현을 당대표에 올린다. 당시 전당대회에 참석한 윤석열은 허공에 어퍼컷을 크게 날렸다. '손바닥 왕'의 대관식이 비로소 완성됐다.

그 사이 윤석열의 지지율은 내리막으로 치달았다. 한국 갤럽 기준 임기 초반을 제외하고 2022년 6월 셋째주 이후 단 한번도 자신의 득표율(48.6%)을 넘어서지 못했다. 김기현 당대표 출범 이후에는 20%대와 30%대를 넘나들며 쪼그라든 지지율이 고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은 전광판을 무시했다.

 

득의양양한 윤석열은 2023년 10월 재보선에 '윤심 후보'를 하달했다. 강서구청장을 지내다 공무상비밀누설죄 유죄 확정으로 직을 상실한 김태우를 다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내보내는 괴상한 아이디어였다. 결과는 17%포인트 차이 대패. 별것도 아닌 재보선을 정권 심판 선거로 끌어올렸다. 모두가 예상한 결과를 윤석열과 '윤심 당 지도부'만 몰랐다. '윤심 후보'는 그렇게 해프닝으로 사라졌지만, 윤석열은 반성하긴커녕 오히려 폭주하기 시작했다.

 

 

'윤심'은 세계로 뻗어나갔다. 김건희가 디자인한 'BUSAN IS READY' 키링을 들고 재벌 총수들을 대동한 채 세계를 누비던 윤석열은 엑스포 표결에서도 '윤심'을 믿고 있었다. 파리 폭탄주 투혼에도 불구하고 2023년 11월 말 2030년 엑스포 개최지는 사우디아라비아로 결정됐다. 스코어는 119대 29. 처참했다. 마치 다 따라잡은 것처럼 설레발 치던 윤석열과 그의 정부 수하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무렵 국내에선 집권 여당의 '윤심 놀음'이 한창이었다. 강서구청장 재보선 패배 후 '윤심 대표'였던 김기현에게서 '윤심'이 떠나갔다. 자신의 무능함을 부하(당대표는 부하나 다름없었다)의 무능함으로 돌렸다. 그리고 다음 '윤심'이 누구인지 찾기 시작했다. '황태자' 한동훈이 등장했다. 그는 정치 데뷔 무대에서 서태지의 노래 '환상 속의 그대'를 인용했다.

 

"동료시민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계십니까? 우리 모두가 바로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2023년 12월26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

 

그렇다.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엔 아직 그대가 있다." 새로운 윤심은 한동훈인듯 싶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윤심이 환상임을 깨달은 한동훈은 '손바닥 왕'의 명을 거역하고 '하트 여왕'의 뜻을 꺾었다. 윤석열과 김건희는 현실을 깨닫는 대신 '분노'로 응수했다. 세상 인기 없는 대통령은 '윤심 공천'을 밀어붙였고, 당은 맥없이 굴복했다. 총선 결과 여당은 108석으로 쪼그라들었다. 개헌선을 간신히 지켰다. '야당의 국무위원 탄핵 남발' 환경이 조성됐다. 원인은 윤석열 그 자신이었다.

 

이쯤 되면 뭔가 스스로 잘못한 것은 없는 지 돌아보는 게 인지상정이다. 놀라운 건 윤석열이 반성과 성찰 대신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부정선거론의 망상에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급기야 비상계엄을 선포해 '윤심'을 전 국토에 관철하려 시도했다. 국회 대체 기구를 만들려고 했고, 정치인을 수거할 계획을 세웠다. 군대를 동원해 영구 집권을 꿈꿨다. 그러다 국회에서 탄핵됐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됐다. '윤심'은 이제 심연이 됐다.

 

끝까지 5대3 기각을 예상했다는 윤석열은 '전원일치 탄핵 인용' 소식을 "듣자마자 둔기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어 "얼핏 바로 생각나는 게 국가와 국민이라고 그러셨고 이 국가와 국민을 어떻게 하나 이런 걱정들이 들기 시작했다"(윤상현의 전언)고 했다. 그 국가와 국민이 윤석열을 탄핵한 주체다. 얼핏 생각난 건 아마 광장에서 윤석열과 망상을 공유하던 전광훈 씨와, 그가 이끄는 시위대였을 것이다. 그들은 '윤심'의 마지막 남은 추종자다.

 

'윤심'은 이제 열화되어 컬트가 되고 있다. '호러 영화 등급표' 밈처럼 '윤심 등급표'가 있다면 지금 상태는 아마 심연의 단계로 매겨질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윤심'을 관철할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대선에 출마한 김문수는 "우리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판 잘 받으셔서 자유의 몸이 되시고, 국민과 함께 행복하게 생활하는 시절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덕수는 '윤심'을 업고, 윤석열의 40년 지기로 내란 가담 의혹을 받는 이완규를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했다. 여권 지지율 1, 2위라는 사람들의 상태가 이렇다. 그들은 여전히 '윤심'을 바라보고 있다.

 

현실은 냉혹할 것이다. 대선 기간 내내 윤석열 형사재판이 진행될 것이고, 그가 '헛소리'를 늘어 놓을 때마다 뚝뚝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이쯤 되면 '윤심' 반대로만 하면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을 만도 한데, 국민의힘은 아직도 윤심의 심연에서 헤매고 있다.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한 정당은 죽은 정당이다. 죽은 정당의 대선 후보가 어찌 살아날 수 있겠는가. 심연보다 더 깊은 곳의 '윤심'을 길어내려 애쓰는 사람들을 우린 계속 강제 시청해야 할 운명에 처했다.

 

국민의힘은 이 당연한 사실을 깨닫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윤석열 때문에 완전 망했다."

 

▲sns에서 인기를 끌었던 '고어영화 등급표' 밈을 패러디한 '윤심 단계표' 밈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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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되시면..." 세월호 아빠가 건넨 쪽지에 이재명의 답은

지난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 참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에게 세월호 참사 희생자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가 직접 작성한 쪽지를 건네고 있다. ⓒ 미디어몽구

"지성이 아빠입니다, 기억식 끝나고 잠깐..."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추모곡이 흘러나올 때였다. 기억식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에게 노란 점퍼를 입은 이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세월호 참사로 딸 문지성양을 잃은 아버지 문종택씨였다.

문씨는 세월호 관련 현장들을 영상으로 남기는 유튜브 채널 '세월호 유가족방송 4·16TV'를 운영하고 있다. 참사 이후 11년째 세월호 현장을 기록해 온 문씨는 이날도 기억식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왼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이 후보 쪽으로 한 발씩 거리를 좁히던 문씨는, 오른손에 든 꼬깃한 쪽지를 이 후보에게 건네고 다시 뒤쪽으로 물러섰다.

건네받은 쪽지를 읽어본 이 후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주위를 바라본 뒤 오른쪽 겉옷 안주머니에 쪽지를 접어 넣었다. 문씨는 쪽지를 읽는 이 후보를 멀찍이 지켜보며 통제선 인근에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당시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던 이 장면은 기억식 다음 날인 17일 유튜브 채널 <미디어몽구> 영상(관련 영상: [포착] 지성아빠가 이재명 후보에게 건넨 쪽지엔...)으로 공개되며 세상에 알려졌다(19일 자정 기준 조회수 65만 회).

18일 <오마이뉴스>는 문씨가 당시 이 후보에게 쪽지를 건네기까지의 상황과 어떤 말을 전하려고 했는지 얘기를 들었다. 문씨와 통화로 나눈 대화가 40분 가까이 이어졌다. 문씨가 쪽지를 건넨 이유는 이재명 후보에게 꼭 건네고 싶은 '두 가지 질문'이 있어서였다.

지난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 참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로부터 받은 쪽지를 읽고 있다. ⓒ 미디어몽구

- 기억식 당일 이 후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시던데요.

"이재명 후보님도 후보님이지만 저희 세월호가 잘못 비춰지면 또 세월호가 가라앉는 여파가 생기거든요. 무례함이랄까, 경호에 대한 안일함이랄까, 이런 것들이 합쳐져 버리면요. 그래서 더더욱 고민을 많이 했죠. 4·16TV와 잠깐 인터뷰가 가능하실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틈이 안 나다 보니까 저로선 쪽지를 전달하는 게 마지막 기회였죠.

이 후보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렸어요. '저를 좀 보십시오', '접니다', '(쪽지를 흔들어 보이면서) 메모지입니다', 그렇게 전해드렸더니 이 후보가 받으시더라고요."

- 쪽지엔 어떤 내용을 적으셨어요?

"이 후보가 저를 아시니까 '세월호 유가족 방송 4·16TV 지성이 아빠입니다', 그리고 '외람되지만'이라고 썼나 '죄송하지만'이라고 썼나, '4·16TV 카메라가 중앙에 있습니다. 기억식이 끝나고 잠깐 와주시면 좋고', 그런 이야기를 적고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썼던 것 같아요. 혹시 나중에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물어볼 두 가지 질문을 갖고 있었어요. 전혀 어렵지 않은 질문들을 준비했죠."

- 어떤 질문들을 하고 싶으셨어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의 7시간 행적에 대한) 대통령기록물은 잠겨져 있지만 정부 부처 기록물들은 다 있잖아요. 국방부든 합참이든 그 기록물들이 어떻게 정리돼 있는지 볼 수 있는 권리가 피해자들에게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안전에 관한 가장 큰 사건은 누가 뭐래도 세월호입니다. 안전에 많은 변화를 이뤄낸 것도 세월호예요. 이건 부정할 수 없어요. 그 상징적인 곳이 세월호 참사 기억식 아닙니까. 매해 오시라는 얘기가 아니고 한 번쯤은, 더군다나 내년이 12주기인데 처음 대통령이 되고 오시면 더 상징적이고, 안전에 대해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잖아요."

그러면서 문씨는 기회가 된다면 이 후보에게 유가족들의 세월호 관련 문건 열람 가능성과 대통령이 된다면 내년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참석할 수 있는지, 두 가지 질문을 대신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18일 저녁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의 첫 TV 경선 토론회가 열렸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토론회가 끝난 오후 9시 50분께 MBC 1층 로비에서 이 예비후보를 만나 문씨가 하고 싶었던 질문들을 던졌다. 이 후보는 두 질문에 모두 답을 내놨다.

- 후보님,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방부 등 정부부처의 세월호 관련 문건을 유가족들 입회 하에 열람하게 해주실 수 있나요? 대통령에 당선되면 내년도 세월호 12주기 기억식에 참석해주실 수 있나요? 두 가지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가급적 참석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행정 정보들은 가급적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다 공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법률적 장애가 있는지, 안보상 문제나 여러 특별한 사유가 있는지 보고 그런 문제들이 없다면 원칙에 따라 공개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이재명(오른쪽부터)·김경수·김동연 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첫 TV토론회를 시작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세월호 참사에 관한 언급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나왔다. 이 후보는 "그저께가 세월호 참사 11주기였다"라며 "정말 안타깝고 가슴 아픈 장면이었는데 여전히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 그 이후 이태원 참사도 그렇고 오송 지하차도에 물이 차 열 몇 명이 사망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도 자연재해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태도가 문제"라며 "법률적 책임 말고 사실은 관리를 못한 행정 책임도 있다. 또 약간 넓힌다면 정치적 책임도 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아무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엄격한 책임이 주어져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시행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세월호#이재명#문종택#토론회#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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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유] 전국에 드리운 땅 꺼짐 공포, 위험 정보 공개해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4/19 10:44
  • 수정일
    2025/04/19 10: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조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 도로에 발생한 대형 싱크홀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매몰된 실종자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5.03.24. ⓒ뉴시스

지난 3월 24일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에서 싱크홀 사고가 발생해 도로를 지나던 배달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국토부에서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원인 규명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전국 곳곳에서 거의 매일 땅 꺼짐과 지반침하 사건이 이어지며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명일동 싱크홀 사고는 단순한 우발적 재난이 아닌 서울시의 체계적인 안전관리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서울시는 이미 2023년 ‘서울 도시철도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건설공사 지하 안전 영향평가’를 진행해 해당 지역이 지반침하 취약구간이라는 것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지만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서대문구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를 계기로 지반 침하 위험 지역을 대상은 월 1회 안전 점검(GPR 탐사)을 하기로 했지만 행정 절차 문제로 이행하지 않았고, 특히 지난 10월과 올해 2월, 사고지점 인근 지하철 연장 공사에 참여했던 노동자가 두 차례나 사고 발생 구역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형식적인 응답만 반복한 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았다. 서울시 행의정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서울와치’는 부실한 안전관리 책임을 묻는 공익감사청구를 진행한 상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안전관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서울시는 보유하고 있는 위험정보와 안전관리 보고서를 모두 비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를 예방하겠다며 지난해 구축한 ‘지반침하 안전지도’의 경우 “위험 지역을 공개해도 시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할 뿐 이렇다 할 효과가 없고, 해당 지역 부동산에 악재가 되는 등 역효과가 우려되니 공개하지 않겠다”는 관계자의 전언이 전해지면서 빈축을 샀다. 정보공개센터는 안전지도를 비롯해, 의원실에 제출한 영향평가 용역 보고서, 그리고 지난 6개월간 해당 지역 지하철공사 착공후지하안전조사 월간보고서를 정보공개청구했지만 서울시는 모든 정보를 비공개 통지했다.

서울시는 안전지도가 내부용 ‘GPR 탐사의 효율 증진 등의 내부 행정 업무용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우선정비구역도를 구축한 것’이라며, 안전지도가 아닌 정비 우선순위 나타낸 지도라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정비가 시급한 지역을 나타내는 지도 역시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오히려 안전관리에서 우선순위의 기준이 무엇인지 시민들이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서울시는 비공개 근거로 국가공간정보기본법 35조의 보안관리 조항을 들었지만, 이는 "공개가 제한되는 공간정보"에 대한 "부당한 접근, 이용,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관리 규정을 두어야 한다는 법률이다. 만약 해당 지도에 국가기간시설물(전력ㆍ통신ㆍ가스 등)의 위치가 포함된 부분이 있다면 그러한 시설물 정보에 한해서만 비공개하고, 그 외 정보는 적극 공개해야 한다.

이외 안전영향평가 및 월간안전보고서에 대해서도 서울시는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에서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자료로 쓰인다는 이유를 들며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 하지만 이미 진행중인 공사에 대한 안전영향평가와 해당 공사 구역이 안전한지 확인한 정보는 애초에 시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할 정보이며, 국민의 생명 보호 및 안전을 위한 공익이 조사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공무원들의 추상적 우려보다 훨씬 크다. 게다가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음에도 전체 내용을 비공개할 경우 서울시의 안전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은 더 커질 뿐이다.

반복되는 싱크홀 사고들이 말해주는 것, 그리고 우리가 겪어온 수많은 재난이 말해주는 진실이 하나 있다면 ‘사고로 인한 피해’는 그냥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불의의 사고라도 재난에 대해 공동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따라 커뮤니케이션과 대응체계를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피해의 규모는 천지 차이로 달라진다.

해외에선 싱크홀 위험성 및 사고 지도, 사고조사보고서도 체계적으로 공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위험도가 높을 수록, 사고예방 및 재난 대응을 위한 정보공개는 중요해진다. 이는 단순히 개개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차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그리고 시민들이 정보를 많이 알고 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과 실천에 참여해야 사고와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때문에 이미 유럽과 미국, 일본 등 많은 국가들에서는 지하안전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플로리다주에서 공개하고 있는 ‘침하사고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점별 지질학적 위험 단계와 1980년대부터 사고가 있었던 장소 및 사고내용을 볼 수 있는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https://floridadep.gov/fgs/sinkholes/content/subsidence-incident-reports)

플로리다주 환경보호국 홈페이지에 공개된 침하사고 지도. 면적의 색은 싱크홀 위험 단계를 나타내며, 노란 원을 클릭하면 침하사고 신고 내역을 볼 수 있다. ⓒ플로리다주 홈페이지 화면 캡쳐

또 일본 도쿄의 경우, 건설공사국에서 도쿄 23구의 공공도로 하수도관 매설 상황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하수도 대장을 공개하는 한편, 지반침하 사고조사보고서도 역사적으로 기록한 모든 자료를 체계적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https://www.gesui.metro.tokyo.lg.jp/contractor/daicyo)

지난 2021년 발생한 구리 지반침하사고 조사 결과에서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향후 예방을 위해 지반조사 정보 및 계측 정보를 관계자 및 시공자들이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하며, 지반 문제 발생 시 외부전문가의 자문을 실시 해 즉각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안전 문제에 있어 정보 공유는 이미 필수적, 기초적 해결방안이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관계자에만 국한되어선 안 되며,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에게 최대한 열려있어야 한다.

지난 수년간 싱크홀 사고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우리에게 알려진 정보는 너무나 적다. 지반침하 사고가 공포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도로 위를 지나는 우리는 지하의 위험징후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하 안전을 제대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여러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위험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체계를 만드는 것만이 시민들의 불안을 덜고,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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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땅꺼짐, 말라버린 왕궁의 우물이 전하는 경고

3월 25일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대형 땅꺼짐 현장에 소방의 출입통제 라인이 설치돼 있다. 전날 오후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지름 20m, 깊이 18m가량의 대형 싱크홀(땅꺼짐)에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빠져 사망했다. ⓒ 연합뉴스

도심 한복판에서 도로가 갑자기 푹 꺼지는 장면을 목격한다면 누구든 등골이 서늘해질 것입니다. 최근 서울 강동구 등지에서 발생한 대형 땅 꺼짐(지반침하) 사고들은 이러한 공포를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흔히들 "노후 하수관이 터져서"라고 원인을 짐작하곤 합니다. 그러나 도시 땅이 마치 슬러시처럼 무너지는 진짜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 발밑 지반을 구성하는 흙과 물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컵 속 슬러시와 빨대 그리고 말라버린 왕실 우물의 비유를 통해 도시 지반침하의 실제 원인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지속가능한 해법과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슬러시 컵과 도시 지반의 비밀

무더운 여름에 마시는 슬러시 음료를 떠올려봅시다. 컵에 가득 담긴 슬러시는 얼음 알갱이와 시럽이 섞여 있습니다. 겉보기엔 단단해 보여도, 빨대로 바닥의 녹은 부분을 쭉 빨아들이면 위에 쌓인 얼음 덩어리가 한순간에 푹 꺼져내립니다. 왜 그럴까요? 아래쪽 액체가 사라지면 위쪽 얼음 입자들을 떠받치던 안정성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입니다.

슬러시 음료 ⓒ 챗지피티 이미지 생성

도시의 지반도 이와 비슷합니다. 흙알맹이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을 지하수가 메우며 압력을 견뎌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하 깊은 곳에서 물이 빠져나가면, 슬러시 컵에서처럼 지반 위쪽이 흔들리고 내려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지하수 과다 사용으로 지반이 속부터 허물어지는 것, 이것이 지반침하의 근본 원인입니다.

도시 지하 깊은 곳에서 물이 사라지고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경복궁에는 조선시대 임금들이 마셨다는 우물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우물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바짝 말라 있습니다. 600년 전에는 물이 차고 넘치던 왕궁의 샘이, 이제는 바닥을 드러낸 채 흔적만 남았습니다. 비단 경복궁뿐 아니라 다른 고궁들의 우물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경복궁 내에서 발견된 조선시대 우물 ⓒ e 영상 역사관

이는 도심 지하수위가 옛날보다 얼마나 급격히 낮아졌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한때 지하 불과 몇 미터 깊이에 풍부하게 고여 있던 물이 이제는 자취를 감춰버린 것입니다. 우리가 눈으로 쉽게 볼 수 없을 뿐, 도시 지하 깊은 곳에서는 이렇게 물이 사라지고 있고, 그로 인해 지반을 이루는 흙 구조도 안정감을 잃고 있습니다. 왕실의 우물이 말라붙은 현실은 도시 지반이 처한 위기의 경고음이라 할 만합니다.

빨대로 쪽쪽, 경쟁하듯 퍼내는 지하수

지하수가 줄줄 새나가 지반침하를 일으킨다면 '대체 지하수가 왜 그렇게 빠지는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두 아이의 빨대 싸움에 비유해 봅시다. 하나의 컵에 든 주스를 두 아이가 각자 빨대로 마신다고 가정해 보세요. 남은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마시겠다고 서로 세게 빨아들일수록 주스는 더 빨리 바닥을 드러내겠지요.

도시의 지하수가 딱 그 꼴입니다. 한정된 지하수를 여러 곳에서 앞다투어 퍼올리면, 누구 하나 양보하지 않고 끝까지 끌어쓰는 동안 지하수는 순식간에 고갈되고 맙니다.

11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 광명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17분께 광명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제5-2공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 연합뉴스

오늘날 도심에는 지하수를 탐내는 '빨대'들이 곳곳에 꽂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이나 지하주차장을 짓는 공사장에서 지하수가 차오르면 공사를 할 수 없으니 일단 마구 퍼내 버립니다. 인근 다른 건설 현장도 똑같이 지하수를 빼낸다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지하 수위는 급격히 떨어집니다.

건물이 완성된 후에도 지하층으로 물이 스며들면 자동펌프로 계속 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자 자기 지하 공간에서 물을 빼다 보니 도시 전체의 지하수를 쪽쪽 빨아들이는 형국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은 슬러시 컵 밑동을 동시에 여러 개의 빨대로 빨아들이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 결과 지하수는 고갈되고, 지반은 속이 텅 빈 슬러시처럼 허물어질 준비를 하게 됩니다.

깨진 하수관, 원인인가 결과인가

땅 꺼짐 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원인으로 "노후 상하수도관 파열"이 거론됩니다. 오래된 지하 관로에서 물이 새어 나와 주변 흙을 씻어내면 커다란 공간(공동)이 생기고, 결국 지반이 꺼진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낡은 관에서 물이 샌다면 지반을 약하게 할 수 있고, 실제로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인과 결과를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많은 경우 지반침하의 근본 배경에는 앞서 말한 지하수 문제, 즉 지반을 지탱하던 물이 빠져나간 영향이 깔려 있습니다. 지하수위가 떨어지고 지반이 서서히 내려앉으면, 그 안에 묻혀 있던 상하수도관도 균형을 잃습니다. 견디지 못한 관로 접합부가 벌어지거나 관이 휘면서 물이 새게 됩니다.

겉으로 보면 "관이 터져서 땅이 꺼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땅이 움직여서 관이 터진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지요. 아무리 튼튼한 관이라도 발밑 지반이 슬러시처럼 출렁거리면 멀쩡히 버티기 어렵습니다. 눈에 보이는 파손된 관로만 탓할 게 아니라, 그 아래에서 벌어지는 지하수 고갈과 지반 약화를 진짜 원인으로 직시해야 합니다.

빗물을 땅속으로... 근본 해법은 물순환 회복

그렇다면 지반침하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은 무엇일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빠져나간 물을 다시 채워주는 것, 즉 끊어진 물순환 고리를 복원하는 일입니다. 지하수가 빠져 지반이 내려앉았으니,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보충하도록 해주는 것이지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이기 전에는 비 내린 물이 자연스럽게 땅으로 흡수되어 지하수층을 채웠다. ⓒ 연합뉴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이기 전에는 비 내린 물이 자연스럽게 땅으로 흡수되어 지하수층을 채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빗물이 지면에 닿기가 무섭게 배수구와 하수도로 내몰려 강으로 버려집니다. 이렇게 빗물을 흘려보내기만 하는 도시에서 지하수는 점점 메말라갑니다. 고갈을 막으려면 빗물을 하수구가 아니라 최대한 대지로 돌려보내는 도시로 바꿔야 합니다.

물론 최근에 일부 건물에 빗물저장 탱크를 두거나 투수성(물이 스며드는) 포장을 늘리는 등 빗물 이용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극소수 현장에 그친다면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지하수는 한두 군데 화단이나 빗물정원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 도시 전체와 더 넓게는 유역 단위로 접근해야 합니다. 산발적인 대책이 아니라 빗물이 흐르는 경로 전체에서 종합적으로 침투를 늘리는 통합 물관리가 필요합니다.

서울 강남역 일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계획도 ⓒ 서울시 제공

한편, 일부 도시에서는 폭우로 인한 침수를 막겠다며 도심 깊숙이 거대한 배수터널을 파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몇 해 전부터 수십 층 빌딩 높이의 지하 공간을 파서 거대한 대심도 빗물 터널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비가 오면 그 터널로 물을 몰아넣어 한강으로 곧바로 빼낸다는 구상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엄청난 비용을 들여 빗물을 모았다가 곧장 강이나 바다로 버리는 방식은 지속가능한 해법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눈앞의 홍수 위험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지하수 보충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귀한 물을 도시 밖으로 더 빨리 내쫓는 셈이니까요. 지하에 커다란 공간을 만드는 공사는 그 자체로 지반 안정성을 해칠 위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터널은 유지관리 비용 부담만 지울 뿐, 지반침하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값비싼 임시방편인 것입니다.

지하수를 지키는 도시 설계... 해외에서 배운다

도시의 물 순환을 정상화하려면 정책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수적입니다. 이제 개발과 건설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지하수가 고갈되지 않는 설계'를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건물을 지을 때 지하수를 무턱대고 퍼내는 관행부터 바꿔야 합니다. 공사 기간에는 불가피하게 물을 빼내더라도, 그 물을 멀리 버리지 말고 인근에 재투입해 주변 지하수위가 급락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완공 후에도 지하 공간으로 물이 스며들 때 이를 모두 밖으로 배출해 버리는 대신, 가능한 한 지하수로 재흡수하는 구조를 도입해야 합니다. 건축 허가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물순환 친화적 설계를 요구하는 법 규제가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도, 세계적으로 이런 움직임이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해외 선진 사례 중 하나로 독일 베를린 중앙역 건설을 들 수 있습니다. 베를린은 지하수를 중시하여, 중앙역 공사 당시 땅속에서 퍼올린 지하수를 인근에 따로 판 우물로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공사로 인한 주변 지하수위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덕분에 주변 공원의 나무와 기존 건물들이 안전하게 보호되었고, 지반 침하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유럽 몇몇 도시는 법으로 건설 현장의 지하수 처리 방법을 관리하여 개발로 인한 지반 변화를 억제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지하안전영향평가 제도 등을 보완해, 대규모 지하굴착 시 지하수위 변화까지 철저히 관리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물이나 지하철 공사장마다 빗물을 이용해 지하수를 보충하는 장치를 마련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합니다. 물을 함부로 퍼 쓰는 개발은 지양하고, 물을 지키는 개발만이 허용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모두의 노력

결국 지반침하 문제는 우리 도시의 물 관리 방식이 낳은 인재(人災)입니다. 땜질식 처방이나 남 탓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시민부터 정책결정자까지 모두 긴 안목을 가지고 근본 대책에 나설 때입니다.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의 물 관리와 토지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으면, 우리가 딛고 선 도시 기반은 더 불안정해질 것입니다.

우선 시민들은 물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에 나서야 합니다. 빗물을 받아서 활용하는 것, 물 절약에 동참하는 것 그리고 지하수를 함부로 쓰는 개발에 문제의식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또 지역 사회에서 빗물 정원 조성이나 투수 포장 확대 같은 움직임이 있다면 적극 지지하고 참여해 보세요.

3월 25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싱크홀(땅 꺼짐) 사고 발생으로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앞서 전날 오후 6시 29분께 명일동의 한 사거리에서 지름 20m, 깊이 20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싱크홀에 빠져 실종됐고, 함몰 직전 사고 현장을 통과한 자동차 운전자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 연합뉴스

무엇보다 정책 입안자와 행정당국의 결단이 중요합니다. 지하를 파괴적으로 개발하고 문제 생기면 땜질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당장 보이는 치적이나 단기 성과에 매달릴 게 아니라, 50년 뒤 이 도시의 지반이 어떻게 될지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빗물을 하수도가 아닌 땅으로 돌려보내는 도시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지하수를 없애는 무분별한 개발에는 강력한 규제를 적용해야 합니다.

지반침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 진행되지만, 그 영향을 받는 건 다름 아닌 우리 자신과 후손들입니다. 지금 당장 발걸음을 돌려 지속가능한 도시 물순환 회복에 힘쓴다면,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은 더 안전한 땅 위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슬러시처럼 허무하게 꺼지지 않는 단단한 도시의 땅을 만들기 위해, 이제 우리 모두의 지혜와 실천이 절실합니다.

#도로함몰#지반침하#부등침하#지하수수위하강#물순환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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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폐허에 내리비치는 빛

윤석열의 폐허에 내리비치는 빛

  • 입력 2025.04.17 18:50

  • 수정 2025.04.18 08:44

  • 댓글 0

일왕 쇼와의 언어도단, 윤석열의 헌법도단

최상목의 경제도단, 심우정의 공정도단

후안무치·인면수심의 ‘내란당’ 대통령 후보들

‘성공과 출세’ 욕망에 사로잡힌 짐승 같은 자들

시인 노리코의 ‘빛’을 이 땅에 재현한 청년들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전 마을이장

이바라기 노리코(1926~2006)라는 일본 시인이 있었다. 32세 때 20대를 회고하며 쓴 시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서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변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쟁이가 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고발했다. 그리하여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난 몹시도 불행했고/ 난 몹시도 엉뚱했고/ 난 무척이나 쓸쓸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가능하면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 매우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의 루오 영감님처럼 말이지.”

도쿄경제대 교수였던 서경식(1951~2023)은 노리코의 이 작품에 대해 “피해자 의식에 사로잡힌 한탄의 노래는 아니다. 봉건제와 군국주의의 멍에에서 해방돼 자립하려는 여성의 눈부심”이라며, 어딘가 “폐허에 내리비치는 빛”과 같은 시라고 평했다.

쇼와의 ‘언어도단’에 거무칙칙한 웃음 피 토한 시인

작가 노리코가 50세 될 즈음(1975년 10월), 쇼와 ‘천황’이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하면서 공항에서 기자회견 하는 걸 보았다. 한 기자로부터 자신의 ‘전쟁책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쇼와는 그런 “언어의 기교에 대해서는, 나는 문학 방면에 관해서는 제대로 연구한 바가 없어서, 대답하기 어렵습니다”라 말(?)했다.

쇼와(昭和) 천황(1901~1989)이 누구인가? 그는 124대 천황(재위: 1926~1989)으로, 당시 일본 제국의 절대 권력자로 전쟁의 최고사령관을 했다. 일본 사회에서는 그가 사실상 신(神)으로 통했는데, ‘현인신(現人神)’이라는 것! 그랬던 자가 국내외의 무수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전쟁책임에 대해선 ‘언어의 기교’나 ‘문학 방면’, ‘제대로 연구한 바가 없어’라는, 말 같지 않은 말(?)로써 사회적 책임을 교묘히 피해나갔다. 한마디로, 세상을 속인 것! 아니, 세상 이전에 자신을 속였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발언에 대해 거의 모든 언론이, 그리고 지식인들조차 별로 문제 삼지 않았던 점이다. 이바라기 노리코가 예외였다.

노리코는 ‘사해파정’(四海波靜)이란 시에서 당시 ‘피 끓는’ 심정을 토로했다. “전쟁책임에 대해 묻자/ 그 사람은 말했다/ 그런 언어의 기교에 대해/ 문학적 방면은 별로 연구하지 않아서/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와/ 거무칙칙한 웃음 피를 토하듯/ 뻗쳐올랐다가, 멈추고, 다시 뻗쳐오른다.”

‘사해파정’(四海波靜)이란 말은 천하의 풍파가 진정되어 태평해진 상태를 뜻한다. ‘현인신’으로 불리는 자가 아시아-태평양 전쟁으로 온 세상에 풍파를 일으켜놓고 전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냉정한 모습, 게다가 일본 사회 전반이 그런 태도를 상당히 공유하고 있는 상태, 그리하여 힘없는 시인 하나라도 악을 쓰면서 그런 현실을 고발해야 할 것 같은 느낌, 바로 그 모든 현실이 작가에게는 도무지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전범 당사자가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면서 ‘언어의 기교’나 ‘문학적 방면’은 특별히 “연구하지 않아” 말할 수 없다고 한 대목은, ‘느낌-마음-언어’로써 삶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시인에게는 한마디로 ‘언어도단(言語道斷)’이었다.

2025년 한국에 재현된 권력자의 언어도단

그런데 바로 그 ‘언어도단’의 현실을 2025년 대한민국에서 우리 모두 경험하고 있다. 2024년 12·3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은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과 시민 저항으로 채 6시간도 안 되어 국회에서 계엄해제 결의가 되자, 윤석열은 계엄 해제를 말하면서도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했다. 그 3일 뒤 국민에게 사과를 한답시고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습니다”라 하고선 지금까지 책임성 있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말이라도 ‘안’ 했다면 기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의 모습을 보면 마치 ‘혁명 영웅’으로 보인다. 2025년 1월 15일 힘겨운 시간 끝에 구속 조치된 윤석열에 대해 50여 일 지나 지귀연 판사가 사실상 ‘탈옥’을 돕는 결정을 내렸다. 3월 8일 윤석열이 서울구치소에서 나올 때 그는 거의 ‘개선 장군’이었다. 그리고 4월 4일 헌재는 8:0 전원 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진심어린 사과나 사회적 책임감은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4월 11일 대통령 관저에서 퇴거할 때까지 마치 ‘승리 파티’라도 하는 듯 보였다.

퇴거하는 당일도 ‘내란 수괴’가 아닌 ‘혁명 영웅’의 은퇴 행차처럼 보일 정도로 경찰과 경호원들이 넓은 도로를 완전 차단하고 에스코트했다.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집)에 도착했을 때, 윤석열은 환영 나온 입주민과 지지자들에게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 했다. 한 지지자가 “너무 가슴 아파요”라 하자 그는 “어차피 뭐 (대통령을) 5년 하나 3년 하나…”라며 웃었다. 장기 집권 욕망의 내란 수괴가 아닌, 선정을 베푼 성공 대통령이 겸허히 3년만 하고 물러난 것처럼 자기 기만한 것!

심지어, 4월 14일 ‘내란 혐의’ 첫 형사재판에서 “저는 군인에게 실탄 지급을 하지 않고 민간인과의 충돌을 절대 피하라고 지시했다”며 “대국민 메시지를 위한 계엄이지, 이것이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군정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고 했다. 이미 김선호 국방장관 직무대리는 2월 국회 국방위 질의·답변에서 “동원된 실탄이 18만 발로 확인돼 보고한 바 있다” 했다. 5천만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해 놓고 이제 와서 “대국민 메시지를 위한 계엄”, 즉 ‘계몽령’에 불과했기에 별 것 아니란 투다. 이 부분에서 나는 ‘차라리 쇼와가 나았다’는 생각도 든다. 적어도 쇼와는 ‘양심’이 있었던지 “대답하기 어렵다”고 자백했기 때문! 이렇게 윤석열은 ‘언어도단’을 넘어 ‘정치도단’, ‘헌법도단’을 일삼는다. 아직까지 본인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모른다!

 

윤석열 김건희 뿐인가, 최상목 심우정 한덕수…

그러나 윤석열은 결코 단독범이 아니다. 윤석열을 닮은 제2, 제3의 윤석열이 너무도 많다. 김건희만이 아니다. 우선, 최상목은 한국 경제를 책임지는 자리(경제부총리)에 앉아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즉 한국 경제가 나빠질수록 이득을 보는 미국 국채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3월 27일 공직자 재산공개 현황에 따르면, 최상목은 환율이 급등하던 2024년에 ‘30년 만기 미국 국채’에 2억 원가량 투자했다. 나라살림 책임자가 나라가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사적인 돈벌이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 이게 무슨 짓인가? ‘언어도단’ 아닌 ‘경제도단’이라 해야 할까? 한편, 최상목은 2024년에 국가부채가 146조나 불어나 무려 2586조 원이 되었는데도, ‘펑크’난 살림과 ‘미래 세대’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도 없이 “국가 총부채비율이 7년만에 감소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이게 말인가, 방군가? ‘언어도단’이나 ‘경제도단’을 넘어, ‘영혼도단’ 수준이다.

검찰총장 심우정 역시 3월 8일 ‘내란 수괴’ 윤석열의 탈옥 직후 법원에 ‘즉시 항고’하지 않음으로써 내란 수괴가 맘대로 다니게 협조했다. 대전지검 임은정 부장검사가 “심우정 총장과 김주현 민정수석(대통령실)은 확실한 상명하복의 관계이기 때문에 심우정 총장이 김주현 민정수석한테 대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논리상 어쩔 수 없이 (즉시 항고를) 하는 척이라도” 할 것이라 확실히 생각했는데, 확신했던 바가 틀려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했을 정도다. 이제 심우정 검찰총장은 윤석열과 내란 공범임이 확실시됐다. 오죽하면 임 검사는 “검찰 장례식”을 치르는 기분이라 했을까? 한편, 심우정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검찰의 수장인데, 그 딸이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과정에서 ‘아빠 찬스’를 활용했다는 의혹이 크다. 무엇보다 심 총장 딸은 서류전형 3등이었는데 면접에서 1등으로 합격했다. 반면, 서류 1등이었던 다른 지원자는 면접에서 3등이 되는 바람에 탈락했다. 윤석열이 그토록 강조하던 ‘공정과 상식’은 어디로 가고, 검찰총장마저 ‘공정도단’에 앞장서다니!

한덕수는 어떤가? 그는 ‘대통령 권한 대행’임에도 스스로 ‘대통령’이 된 듯 착각한다. 그는 4월 8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미국이 57개국에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고율의 상호관세 발효 하루 전이었다. 국무총리실 발표로는 한 대행이 약 28분간 통화했는데, 한·미 동맹 강화, 무역균형 등 경제협력, 북핵 문제 등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통화 직후 자신의 SNS에 “한국의 대통령 권한대행과 훌륭한 통화를 했다”며 “거대하고 지속불가능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LNG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한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지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한국의 최상급 협상팀이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고, 상황(‘원스톱 쇼핑’) 은 매우 긍정적”이라 했다. 그럴 듯한 말의 성찬을 그만두고 골자만 추리면, ‘한국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미 그게 현실인가 싶을 정도다.

‘내란당’에서 쏟아져 나온 후안무치 대통령 후보들

그 와중에 ‘내란당’인 국힘당에서 어찌 그리도 많은 대선 후보들이 나올 수 있는가? 그동안 참느라고 허덜시리 ‘욕 봤다!’ 그러나 그 잘 난 이들 중 어느 누구도 ‘내란 사태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거나 ‘진지한 사과’를 하지 않는다. 하기야 그런 걸 안다면 아직도 ‘내란당’을 해체하지 않고 버티겠는가? ‘언어도단’을 넘어 ‘후안무치(厚顔無恥)’ 내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경지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범죄자가 범죄를 자백하거나 인정하지 않기 위해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기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듯 처신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자기방어 기제로, 이인증(離人症, Depersonalization)이라 한다. 우리에겐 ‘유체이탈’ 화법이 더 익숙하다. 이미 박근혜 시절에 많이 경험한 덕분! 이인증 내지 이인화란 자신이 신체와 심리로부터 분리되어 있거나, 또는 스스로 자신에 대한 관찰자가 되는 듯한 증상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 4·16 세월호 참사로 304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을 때다. 유가족들이 국가의 책임을 외치며 ‘단식 투쟁’에 나섰다. 그 해 8월, 로마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유가족들을 깊이 위로했다. 반면, 박근혜는 ‘남의 일’처럼 구경만 했다. 그러고선 교황과 독대했을 때 박근혜는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데 감사드립니다”라 했다. ‘언어도단’이자 ‘정치도단’이었다.

‘광기’ 극복 위한 인간적, 민주적, 생태적 연대 절실한 시점

이바라기 노리코는 만년에 조선말을 독학했다. 이어 노리코는 윤동주(1917~1945) 등 조선 시인들을 일본 독자들에게 적극 알렸다. 당시 일본 사회의 급격한 우경화도 개탄했다. 편협한 민족과 국가의 분단선을 넘어 인간적, 민주적, 생태적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 연대가 공고히 형성될 때 비로소 우리는 언어도단, 정치도단, 헌법도단의 ‘광기’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노리코가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내게 다정한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몰랐고/ 순수한 눈짓만을 남기고 다들 떠나버렸다”며 서글퍼하던 그런 시간들을 더 이상 겪지 않을 수 있으리!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내란 세력에서 보듯 “거수경례밖에 모르”거나 ‘성공과 출세’ 욕망에 사로잡힌, 짐승 같은 자들이 우글대는 세상에 산다.

1999년 이바라기 노리코는 73살의 나이에 <기대지 말고>란 시집을 출간했다. 당시는 일본에서 ‘히노마루(일장기)·기미가요(국가)’의 법제화가 강행되고 있었다. ‘기대지 말고’라는 시는 이런 속마음을 얘기한다. “더 이상 야합하는 사상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야합하는 종교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야합하는 학문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어떤 권위에도 기대고 싶지 않다/ 오래 살면서 마음속 깊이 배운 건 이 정도/ 네 눈 귀 내 두 다리만으로 선들/ 무슨 불편 있으랴/ 기댄다고 한다면 그저/ 의자 등받이뿐.”

2006년 2월 어느 날, 서경식은 이바라기 노리코의 편지를 받았다. “이번에 나는 2006년 2월 17일, 지주막하출혈로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됐습니다. 이것은 생전에 써 둔 것입니다.”

과연 “폐허에 내리비치는 빛”과 같은 시, 편지, 삶이다. 쇼와나 윤석열 류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말과 글, 인생이다!

 

20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연 '내란수괴 ' 참가자들이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2025.3.20. 연합뉴스

지난 4개월 간 도처에서 만난 “폐허에 내리비치는 빛”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는 그 “폐허에 내리비치는 빛”들을 12·3 계엄 세력과 싸우는 4개월 여 과정에서, 국회와 길거리에서, 남태령과 광화문에서, 청계천과 안국역에서 무수히 만났다. 특히 나는 2030세대 청년들(그 중 여성들)의 눈부신 활약이 희망의 토대라 본다. 이들은 ‘응원봉 집회’에서만이 아니라 ‘전봉준 투쟁단’ 깃발을 든 농민(전농)이나 ‘노동자 희망’ 깃발의 민주노총과의 연대, 나아가 ‘녹색병원’을 이을 전태일의료센터와의 연대(전태일병원 건립기금 후원)에서도 놀라운 태도를 보여 주었다. 일례로, 남태령 대첩에서 전태일병원 건립계획을 듣고선 특히 2030여성들이 대거 후원 물결을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총 2만 7000여 후원자들 중 1만 6000명 이상(약 60%)이 2024년 12월 이후에 결합한 이들이라 한다. 현재 50억 모금 목표 중 80% 이상이 달성된 상태다. 한 역사학자는 이런 현상을 두고 “전봉준 정신이 전태일 정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어찌 보면, 이런 모습들이 ‘우리 사회가 가장 예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는, 아름다운 시로 감동을 준 이바라기 노리코만큼 오래 살지 않은 지금도 꽤 행복하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린다’는 한강 작가의 말처럼, ‘제대로 산 자가 죽던 자도 살린다’는 말 역시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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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세력 청산하고 민주정부 세우자!”…대학에 붙은 대자보

김용환 통신원 | 기사입력 2025/04/17 [19:07]

   

© 김용환 통신원

 

지난 4일 윤석열이 파면됐지만 내란은 종식되지 않았다.

 

아직 윤석열만 파면됐을 뿐, 내란에 동조한 세력들은 여전히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게다가 파면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의 난데없는 개헌 주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윤석열 술친구’ 이완규 법제처장 헌법재판관 지명 시도, 내란 공범인 국힘당에서 대선 후보가 난립하는 등 살길을 찾으려는 내란세력의 발버둥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미국의 내정간섭 반대 대학생 운동본부(이하 반미본)’가 “내란세력을 완전히 청산하고 민주정부를 건설하자”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17일 오후까지 전국 여러 대학 교정에 부착했다.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에 붙은 대자보는 “윤석열은 우리 손으로 끌어내렸지만, 여전히 내란세력은 정권을 이어가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라면서 “내란세력을 모조리 청산하고 민주정부를 세워야 한다. 또 미국의 내정간섭을 끊어내고, 국민이 주인 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작년 12월 3일 계엄부터 윤석열 파면까지 우리 청년·대학생은 사회를 이끌고, 역사를 만드는 길의 주역임을 보여주었다”라며 “끝까지 함께하자”라고 호소했다.

 

▲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에 붙은 대자보. © 김용환 통신원

 

서울 고려대에 붙은 대자보는 “내란세력을 완전히 청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분열되지 않고 계속해서 광장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저들은 틈을 주면 살아난다”라며 “국민이 주인 된 세상을 위해 대학생이 광장으로 나가자”라고 주장했다.

 

▲ 고려대에 붙은 대자보. © 김용환 통신원

 

대구 경북대에 붙은 대자보는 “윤석열 파면은 시작일 뿐”이라면서 “파면 이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민주정부 수립을 통한 민주주의 회복, 내란세력의 완전한 청산”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머뭇거린다면 저들은 살아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릴 것”이라며 “윤석열, 국힘당 그리고 미국의 부당한 관세 폭탄 등 우리를 옥죄는 모든 것들을 이제는 끊어내자”라고 했다.

 

▲ 경북대에 붙은 대자보. © 김용환 통신원

 

이 외에도 ▲경기지역의 경기대 ▲광주광역시의 광주여대·전남대 ▲대구의 계명대·대구가톨릭대·영남대 ▲대전의 목원대·충남대·한남대 ▲부산의 경성대·동아대·부산대 ▲서울의 건국대·경희대·덕성여대·동국대·서울과학기술대·서울시립대·성공회대·성신여대·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국어대 등에도 대자보가 붙었다.

 

앞으로도 대학생들은 내란세력 청산, 민주정부 건설을 위한 투쟁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 여러 대학 교정에 붙은 대자보. © 김용환 통신원

 

▲ 여러 대학 교정에 붙은 대자보. © 김용환 통신원

 

▲ 여러 대학 교정에 붙은 대자보. © 김용환 통신원

 

▲ 여러 대학 교정에 붙은 대자보. © 김용환 통신원

 

▲ 여러 대학 교정에 붙은 대자보. © 김용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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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한덕수 차출론’ 조선일보 “이젠 거취 정리해야”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덕수 임명 헌재 재판관 효력정지 인용 파장

조선 “생각 밝히고 국정 전념” 동아 “관세 협상 부정적 영향 우려”

文정부 통계조작 감사 발표 1~4면 배치한 조선 “청와대 압박·지시”

세종 수도 이전 이슈 꺼내든 이재명 대표에 중앙 “개헌 전제해야”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5.04.18 07:27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7일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한덕수 차출론’이 흔들리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한덕수 대행에 대선 출마 관련 “입장을 정하라”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도 “국정 안정의 중심축이 돼도 모자랄 터에 ‘불안과 혼란의 눈’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론 상황도 한덕수 대행에 좋지 않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한 권한대행의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66%)는 답은 ‘바람직하다’(2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중도층도 ‘바람직하지 않다’가 73%, ‘바람직하다’가 20%였으며 무당층 역시 부정, 긍정이 각각 49%, 23%였다.

동아 “한덕수, 책임감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선일보는 18일자 사설 <한 대행 거취 분명히 해야 할 때가 됐다>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문제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권한대행으로서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며 “다만 주변에선 출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한다”고 했다.

▲ 18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지금은 대통령이 파면된 국가 비상 시국”이라며 “권한대행은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의무도 있다. 그런데 한 대행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런 중대한 역할과 책무가 모두 정치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대행이 부전승으로 대기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대선을 관리할 관료의 출마 자체가 비상식” 등의 당내 반발을 인용한 조선일보는 “이 상황이 조금 더 이어지면 한 총리의 대통령 대행 입지 자체의 정당성이 문제 될 수 있다”면서 “이제는 대통령 대행으로서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18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동아일보는 18일자 1면 <한덕수 ‘4월 춘몽’… 헌재서 시작해 헌재서 제동>과 3면 <8일만에 흔들린 ‘한덕수 차출론’… 국힘 후보들도 “출마 안돼”> 등의 기사를 통해 한 대행 출마에 대한 더욱 부정적인 논조를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한 대행 관련 일반 기사를 이날 지면에 싣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안정적 관리자’ 소임 잊고 ‘불안의 축’이 된 韓 대행> 사설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체 뭘 어쩌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한 뒤 “사실 한 대행의 그간 모습에서 대선까지 채 50일도 남지 않은 정부 교체기에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문제는 한 대행의 행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당장 발등의 불인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자칫 과도기 정부의 한계를 외면한 채 협상을 서둘다간 국익에 큰 손상이 올 수도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한 대행 자신이 대선출마설에 휩싸여 있으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게 돼 협상에 필요한 내부적 단합에 금이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만약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속히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그게 아니라면 공정한 선거 관리자, 국정의 안정적 운영자로서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정 안정의 중심축이 돼도 모자랄 터에 ‘불안과 혼란의 눈’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일보는 18일 <정당 파견원 된 헌법재판관들, 임명 방식 바꿔야> 사설을 내면서 한 대행의 헌재 재판관 가처분 효력정지 인용에 대한 헌재 판단을 비판하는 듯한 논조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권한대행이 재판관 후보를 지명해선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헌재는 권한대행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며 “한 대행이 왜 두 사람 임명을 강행했는지, 두 사람 인선도 한 대행이 한 것인지 등은 불분명하다. 다만 이 일을 보면서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각 정당의 정치 이익을 지키는 파견원처럼 된 현실을 다시 느끼게 된다”고 했다.

文정부 ‘통계조작’ 주요 배치한 조선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가 임기 동안 주택·소득·고용 분야의 주요 국가 통계를 조작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를 1면, 3면, 4면 톱에 배치하며 주요하게 다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중앙일보는 6면, 동아일보는 5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 18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는 1면 <文정부, 집값 통계 102차례 조작했다> 기사에서 “조작은 청와대의 지시나 압박에 따라 이뤄졌고,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등 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전원이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3면 <靑·국토부까지 나서… 임기 내내 부동산·소주성 통계 대놓고 조작>에서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는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와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라며 “문 정부 청와대는 집값은 급등하고 가계 소득은 감소하며 비정규직은 늘고 있다는 통계가 잇따라 나오자, 한국부동산원과 통계청 등 통계 작성 기관들을 압박해 현실을 감추는 ‘좋은’ 통계를 내놓게 했다”고 했다.

▲ 18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는 4면 <文정권 끝나고 3년 지나 결론… 감사·수사·재판 10여건 아직 진행>에서도 “감사 결과가 나온 ‘통계 조작’ 사건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와 고위 공직자들이 연루된 중대 범죄는 10여 건에 이른다. 대부분이 아직까지 감사와 수사, 재판이 진행 중이고,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건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가 관련해 비판 사설을 냈다. 매일경제는 <대놓고 조작 文정부 집값 통계, 유야무야 안된다>, 한국경제는 <文정부 통계 조작, 다신 이런 일 없어야 한다>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이날 관련 사설을 내지 않았다.

중앙 “개헌 뜻 없는데 세종 이전 공약 발표? ‘빈 소리’ 불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임기 중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충청권을 겨냥한 공약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다만 대통령 집무실 완전 이전은 사회적 합의를 거치겠다고 단서를 붙였다.

▲ 18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대통령 집무실 완전 이전이 의미하는 ‘수도 이전’은 어려울 것이라 봤다. <개헌 없이 대통령 집무실 세종 이전 가능한가> 사설에서 중앙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이전은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 헌법을 이유로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려 무산됐었다. 헌법 개정 절차 없이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힘들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중앙일보는 “개헌하지 않는 이상 세종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추진하는 것처럼 대통령 제2 집무공간 정도를 마련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어떤 후보든 대통령에 당선된 후 진정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할 생각이라면 권력구조 개편 등과 함께 국민의 뜻을 물어 개헌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럴 생각이 없는데도 세종 이전 공약을 발표하는 것이라면 표를 위한 ‘빈 소리’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정치권 안팎에선 차기 대통령이 세종청사 중앙동을 세종 집무실로 사용하고, 서울에선 청와대 영빈관 등을 활용하자는 등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역 간 균형 발전은 필요하다. 대통령실 이전 문제는 선거 때면 으레 나오는 득표 전략이 아니라 체계적인 국토대전략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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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없이 결정된 한반도의 운명 – ‘원 씨어터’가 말하는 것

한국 없이 결정된 한반도의 운명 – ‘원 씨어터’가 말하는 것

  • 기자명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04.17 17:37
  •  
  •  댓글 0
 
 
2012 림팩(RIMPAC·RIM of PACific exercise) 훈련에 참가한 각국 함정들이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2012 림팩(RIMPAC·RIM of PACific exercise) 훈련에 참가한 각국 함정들이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일본의 '전역 통합(원 씨어터, One Theater)' 구상이 커다란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일본 방위상이 미국 국방장관에게 한반도,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구(독립된 작전과 지휘가 가능한 전쟁 공간)로 묶자고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안보의 자주성과 주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4월 15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지난 3월 30일 도쿄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을 가지고, 한국·일본·미국·호주·필리핀을 하나의 '전역(theater)'으로 간주해 군사 협력을 심화하자는 구상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원 씨어터' 전략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제안을 환영했으며, 이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서도 이 구상을 거론하며 한미일 및 역내 국가 간 연계를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한반도에는 OPLAN 5015, 남중국해는 항행의 자유 작전 등 각각의 작전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일본의 ‘원 씨어터’ 구상이 실현된다면 인도·태평양은 통합된 작전계획에 따르게 된다. 중국을 대상으로 한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군사 주권을 잃고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통합 지휘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는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일본 측으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방부는 “미일 간 장관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할 입장은 아니며, 미측으로부터도 관련 입장을 전달받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관계는 추가로 확인해 보겠다"며 일말의 여지를 남겼다.

또한, 미국은 그동안 한반도, 대만해협, 일본 등을 별개의 전구로 간주해 왔으나, 원 씨어터 구상이 현실화 될 경우 중국을 둘러싼 갈등에 주한미군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이는 한국을 중국과의 전면 충돌 가능성이 있는 대만·남중국해 전선에 포함시키는 심각한 외교·안보적 사안이다. 주한미군이 한국 방어를 넘어 중국 전쟁에 동원되면 한국도 ‘교전국’이 된다. 국민의 생명과 주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한국을 포함하지 않고 주권을 침해하는 논의를 진행한 사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미일 간 장관 회담 내용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라는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사실상 암묵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주권을 내팽개친 행위다. 주권 없는 안보는 허상일 뿐이며, 한국은 그 허상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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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지킴이' 지귀연 판사 바꾸자! 국민청원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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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5.04.17 05:35

  • 수정 2025.04.17 08:02

  • 댓글 1

지귀연 '얼굴 찾기'와 탄핵 촉구 목소리 확산

황당한 구속 취소에 첫 재판서 '윤석열 쉴드’

"윤석열 황제재판…지귀연 신속 교체하라"

"내란수괴 지키기로 일관하는 지귀연 재판부를 거부합니다."

'국민의힘해체행동'은 16일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에게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특혜를 베푼다는 의심을 받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의 교체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운동에 돌입했다. 대표 청원인은 국민의힘해체행동의 김혜민 상임대표와 황의원 씨다. [서명: https://forms.gle/pPc5eb1KZ6cR7Hm77]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고 있다. 2025.4.11 [공동취재] 연합뉴스

"윤석열 황제재판…지귀연 신속 교체하라"

국민의힘해체행동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수신처로 한 청원문을 통해 "지난 4일 내란수괴 윤석열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됐다"면서 "하지만, 14일 처음으로 열린 윤석열에 대한 첫 형사재판에서 지귀연 재판부는 '내란 지킴이’를 자처하고야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 내란수괴 윤석열의 법원 출두 시 지하 통로를 이용하여 포토라인에 서지 않을 수 있게 특혜를 제공했다 △ 언론사의 촬영을 막아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보호했다 △ 피고인이 마땅히 대답하여야 할 대답을 재판관이 스스로 떠먹여 주었다 등을 지귀연 재판부 거부 사유로 적시했다.

또한 국민의힘해체행동은 "지난달 7일 지귀연 재판부는 전무후무한 시간‧날짜 혼용 계산을 통해 내란수괴 윤석열을 이미 풀어 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차례 내란수괴 윤석열이 감옥에서 나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국민들은 더 이상 제2의 사법내란, 사법농단을 통해 윤석열이 내란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상황을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귀연 부장판사. 사진 출처 나무위키

황당한 구속 취소에 첫 재판서 '윤석열 쉴드’

국민의힘해체행동은 "내란수괴 윤석열에 특혜재판, 황제재판 제공하는 지귀연 재판부를 신속하게 교체해 달라"며 대법원을 향해 윤석열에 대한 모든 특혜를 거부해 줄 것을 촉구했다.

지귀연 재판부 교체 국민청원운동은 이날부터 서명을 받기 시작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2차 재판 기일인 오는 21일 그동안 모인 서명자 명단을 모아 대법원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힌편 지 부장판사가 현직 대통령의 첫 내란 사건 공판인데도 불구, 언론사들의 촬영을 금지한 것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예우’한 측면도 있지만, 황당한 구속 취소로 절대다수의 국민들로부터 비난받는 본인의 얼굴을 숨기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지귀연 판사의 '얼굴 찾기'와 함께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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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싱크탱크 '성장과통합' 출범…"기업가적 정부 필요"

 유종일 "민주당 정부 '과거 악몽' 알고 있다", 文정부 부동산 정책과 차별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 싱크탱크인 '성장과통합'이 16일 공식 출범했다. 이들은 "모든 경제정책은 시장원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등 중도·성장 중심 정책기조를 천명했다.

 

유종일 성장과통합 상임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지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질문을 듣고 이같이 말하며 "시장과 맞서 싸우는 정책은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성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그런 부분에서 (성장과통합의 정책은) 과거의 정책적 접근하고는 기본적으로 다를 것"이라며 "공공은 공공대로 열심히 하고 민간도 참여할 인센티브가 있는 아주 효과적이고 신속히 집행 가능한 공급정책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걸 알고 있다"고도 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일었던 문재인 정부를 의식한 발언이다. 앞서 이 전 대표 자신의 부동산 정책을 중도확장의 주요 키워드로 제시한 바 있다.

 

유 대표는 구체적인 부동산 공급 정책 구상으로는 △주민센터·문화센터 등 공공 소유 시설의 주택 개발을 통한 공급정책 △대학 캠퍼스 부지 등을 활용한 청년 전용 주택단지 조성 등을 제시하며 "변화하는 수요에 맞는 주택들을 적극 공급하는 정책이 기본"이라고 밝혔다.

 

 

집권 비전으로도 이른바 '3·4·5 성장 전략'(2030년까지 3% 성장률, 4대 수출강국,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을 제시하는 등 성장기조에 중점을 뒀다. 유 대표는 "성장동력을 살리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또 "인공지능(AI) 시대에 앞서가는 'AI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며 "AI 대전환을 전 산업에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면, 성장 과정에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 그 과실을 분배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해 AI 대전환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 그는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혁신하고 민간이 신나게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혁신하고 새로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며 "기업가적 정신을 갖춘 기업가적 정부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유 대표는 분배와 성장의 정책적 비중에 대해선 "경제성장만 한다고 해서 살 만한 나라가 되지 않는다.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양극화가 심해지면 대다수 국민은 좌절감과 박탈감에 시달린다"면서도 "성장과 분배는 둘 다 중요하다. 그런데 성장 활력이 너무 꺼져서 이걸 살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성장과통합은 대선 경선 및 본선 과정에서 이 후보의 정책 자문단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언주 최고위원이 해당 그룹의 출범을 지원해왔다.

 

성장과통합은 성장전략위·경제정책위·산자위·재정조세위·일자리노동시장위원회 등 총 34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된다. 전체 분과엔 각계 전문가 500여 명이 참여한다. 핵심 분과인 경제정책위에선 이 전 대표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와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 참여했던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공동대표를 맡은 유 대표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을 지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성남시가 서민 부채 탕감을 목적으로 설립한 비영리단체 주빌리은행의 공동은행장을 맡은 바 있다. 2014년 이 전 대표의 성남시장 후보 시절 당시엔 후보 정책자문단으로 참여했다.

 

허민 전남대 지부환경과학부 교수도 상임공동대표를 함께 맡는다. 허 대표는 지난 제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한 정책 자문그룹 '세상을 바꾸는 정책(세바정)'에서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 출범식에서 유종일(왼쪽)·허민 상임 공동대표가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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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1주기]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4/17 09:36
  • 수정일
    2025/04/17 09:3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세월호 참사는 범인이 있는 사건

 

신상철 | 2025-04-16 14:05:11

 
 

[세월호 11주기]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세월호 참사는 범인이 있는 사건

법의학자 마르케베네케는 자신의 저서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서 사건현장에 남겨진 증거나 단서들, 특히 곤충과 벌레들의 존재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하는 과학적 수사기법을 소개하였다. 죽음의 단서를 찾는 법의학자들의 노력은 가히 총체적 과학의 집합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 규명의 과정이 그러할진대 30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중대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원인규명의 과정에서 정부당국과 관련기관은 실체적 진실의 단서들을 들여다 보지 못하고 터무니없는 결론을 내려버리는 것을 보며 그 불합리성과 비과학성에 자괴감을 금할 수가 없다.

세월호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두 가지 관점

세월호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면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는 해난사고의 관점이다. 최종결과인 전복사고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선체에 나타났던 현상을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그 과정을 통해 전형적인 해난사고의 특성을 보이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획사고의 관점이다. 누군가의 실수든 아니면 악의적 목적이든 인위적인 작업에 의해 전복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최종결과인 선체의 전복 자체는 마치 해난사고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원인은 실수이거나 기획에 의한 것이므로 최소한 과실치사 이상의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선조위가 꾸려졌고 이후 사참위가 바톤을 받아 조사에 나섰지만 명확하게 최종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2018년 내인설과 함께 외력 가능성을 언급한 ‘열린안’을 담은 종합보고서만 내고 흐지부지되었는데, 11주기를 하루 앞둔 어제 <세월호 참사 원인이 11년만에 밝혀졌다>는 기사가 떴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 특별심판부가 작년 11월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건’을 재결했으며 그 원인은 조타기 고장과 복원력 부족이라고 했다. 그리고 조타수가 타를 우현으로 돌릴 무렵 조타기의 비정상적 작동으로 의도와 달리 타가 우현으로 과도하게 돌아갔고, 이에 따라 선체가 급격히 오른쪽으로 선회하며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해양안전심판원이 결론을 내린 것이니 그만큼의 권위와 신뢰가 담보된다고 여겨질지 모르겠으나 심판원의 그 판단은 선체에 나타난 현상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급선회는 사고의 원인이 아닌 결과

세월호의 급선회는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나타난 결과다. 세월호는 프로펠러가 두 개인 Twin Engine 시스템이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두 개의 엔진 가운데 우현 엔진을 Dead Slow Ahead(미속) 단계로 낮추어 버린 승조원이 있다.

그럴 경우 전속항해중인 선박에서 우현 프로펠러는 추진이 아닌 저항으로 작용하게 되며 직진중이던 선박에 우선회 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그 사실을 모르는 조타수는 지속적으로 “이상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좌현타를 쓰면서 항해해야 했고 항해사의 변침명령이 내려지자 Rudder Midship(타중립) 시점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그 시점이 사고의 최초 원인이며 그 승조원이 항해사와 조타수도 모르게 선교에서 그런 행위를 했는지 밝혀야 하는 것이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첫 단추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진 해난사고?

선박이 항해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기울어지는 것은 매우 흔한 현상이다.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메카니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발라스트(Ballast) 조절기능이다. 선체가 기운다고 느껴지는 즉시 선교 콘트롤 패널의 발라스트 스위치를 누르는 즉시 펌프가 작동되면서 거대한 파이프를 통해 해수가 유입되거나 배출되면서 선체의 기울기를 바로잡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발라스트 스위치를 눌렀지만 발라스트 펌프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문제는 다른 것이다. 기계니까 고장날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발라스트 펌프가 한 대가 아니라 세 대가 있었지만 한 대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세 대의 발라스트 펌프가 동시에 고장이 난다?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사고가 발생한 후 해군참모총장은 대우조선소에서 건조가 완료된 최신해난구조함(통영함) 출동을 명령했다. 그런데 고위 기관으로부터 출동중지 명령이 내려왔다. 그러자 황기철 총장은 화를 내며 재차 통영함 출동을 명령했다. 그러나 그 두 번째 명령 역시 고위층으로부터의 명령에 의해 좌절되었다.

최신 해난구조함인 통영함에 어떤 설비가 장착되어 있는지 살펴본다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대한민국 해군에 그런 장비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고, 더 놀라운 것은 해난구조를 위해 완벽하리 만큼 막강한 설비를 갖춘 구조함 출동을 저지시킨 행위가 도대체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인지 놀라움을 넘어 극도의 분노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어떠한 규명도 없이 하염없이 세월이 흘렀다. 바다를 알고 항해를 알고 선박을 아는 사람이 그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모을 수 있는 자료들은 물론, 승조원들의 조사 과정에서의 진술과 법정 재판 기록들을 샅샅이 훑으며 사고 원인을 추적하여 세상에 밝혔던 것이 2021년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에 대해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 그 분석과 주장은 여전히 뒤주 속에 속에 갇혀 있고 또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

하늘의 별이 된 천사들을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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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헌법재판관 지명’ 효력정지, 동아일보 “지극히 상식적 판단”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앙일보 “헌법재판관 지명 철회가 바람직” 다수 신문 한덕수 비판

한덕수, 광주·울산 방문에 대권 행보 해석도…한겨레 “대선 출마 저울질 말이 안돼” 무등일보 “한가하게 광주 나들이”

[미디어먼슬리] 천관율, 김희원의 대담 지금 신청하세요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5.04.17 07:42

  • 수정 2025.04.17 07:46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이 지난 16일 결식 아동들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해온 울산 뚠뚠이 돈가스를 방문해 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대한 효력을 정지시킨 가운데 한 대행이 사과하고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 신문에서는 한 대행이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한 대행을 대선에 차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기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심판인 한 대행이 선수로 비치기 때문이다. 한 대행은 차출론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관세 대응 등을 이유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과 울산 현대중공업 등을 방문했다. 이를 두고 대선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향 “한덕수 월권, 사퇴해야”

헌재 결정으로 헌법소원 본안 판단이 있을 때까지 헌법재판관 지명 절차가 중단된다. 대통령 지명 몫인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 오는 18일 퇴임하는데 한 대행이 지난 8일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한 대행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상황에서 재판관을 지명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헌재가 가처분을 받아들인 것이다.

헌재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만약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게 재판관 임명 권한이 있다면 신청인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해 헌법재판을 받게 된다”고 하면서 그 위헌성을 다퉈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대행 측은 “후보자 발표만 했을뿐 지명·임명한 것은 아니므로 가처분 신청은 각하돼야 한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했고 헌재는 한 대행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을 정지시킨 결정을 지지하며 한 대행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신문사가 많았다. 또한 관련 사설에서는 한 대행 차출론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니 한 대행이 빨리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얘기도 함께 나왔다.

17일 중앙일보는 사설 <제동 걸린 헌법재판관 지명, 한 대행이 철회해 결자해지를>에서 “이제라도 한 대행은 두 후보자에 대한 헌법재판관 지명을 철회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가뜩이나 대선 출마설로 정치적 중립성에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 건 한 대행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만일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시간을 끌지 말고 서둘러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행의 무리한 지명에 정치적 배경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한 대행 측 주장을 배척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단”이라며 “평소 신중한 일처리 스타일의 한 대행이 왜 관례와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는지, 다른 곡절이 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그게 권한대행의 지명권 행사를 놓고 벌어진 정치적 논란을 말끔히 정리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한덕수 대행 관련 사설을 내지 않았다.

▲ 17일자 경향신문 사설

한 대행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 신문도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 <‘이완규·함상훈 지명’ 헌재 철퇴, 한덕수 사과하고 물러나라>에서 “앞서 헌재는 한 대행이 국회 몫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건 위헌이라고 했고 한 대행이 이완규·함상훈 후보자 지명의 효력을 정지시켰다”며 “한 대행이 헌법이 하라는 건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건 했다는 얘기다. 그래놓고 ‘한덕수 대선 차출론’을 즐기듯이 침묵하며 대권 행보에 여념이 없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헌법과 국민을 우습게 알고 월권하는 사람은 단 하루도 국정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며 “한 대행은 두 재판관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대국민 사과 후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차출론에도 타격

한 대행이 월권을 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정치적 행보에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동아일보는 정치면 기사 <“대선 차출론 韓대행, 행보 차질 불가피”>에서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보폭을 넓혀 온 한 대행의 행보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며 “한 대행은 전날 광주 방문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1000원 백반’을 제공하는 식당에 감사의 손편지를 쓴 데 이어 16일에는 결식 아동들을 도와 온 울산의 ‘착한 돈가스집’을 찾아 격려 인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여당 내에서는 한 대행 차출론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지명 문제로 한 대행 탄핵을 재추진하면 정치적 탄압을 받는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 17일자 경향신문 만평

한겨레는 사설에서 한 대행의 지역 순회를 문제 삼았다. 사설 <한 대행 연일 지방순회, 대선 행보 의구심 자초한다>에서 “대선 출마설에는 이도 저도 아닌 입장으로 일관하면서 실제 보이는 모습은 대선주자 행보를 방불케 한다”며 “과도정부 수장으로서 공정한 선거 관리에 집중해야 할 책임자가 모호한 처신으로 정국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행이 울산과 광주를 방문한 것에 대해 한겨레는 “전북 전주가 고향인 한 대행이 ‘대선 차출설’이 불거진 뒤 첫 외부 일정으로 호남을 택하고 이튿날 보수 본산인 영남으로 이동한 것은 ‘호남 출신 보수 후보’를 강조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윤석열 정권의 공동 책임자이자 윤석열 탄핵 심판까지 방해한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저울질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지역신문에서도 우려하는 한덕수 대권 행보

호남지역신문에서는 한 대행의 광주 방문을 대권 행보로 해석하고 비판했다. 광주일보는 17일자 사설 <광주 기아차 방문 한덕수 대행 ‘대권 행보’ 하나>에서 한 대행의 지난 15일 광주 방문에 대해 “미국의 관세정책이 미칠 파장을 점검하기 위한 현장 방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대다수는 대권 행보로 보고 있다”며 “울산이나 화성 등 다른 지역 자동차 공장을 방문할 수도 있는데 굳이 광주를 방문한 것은 전주 출신으로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되는 ‘호남 후보론’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17일자 광주지역신문 무등일보 사설

무등일보도 이날 사설 <엄혹한 시국에 나들이라니…韓 ‘대통령 놀음’ 중단해야>에서 “국회 대정부질문에 이틀째 불출석한 한 대행이 한가하게 광주 나들이에 나서 ‘대통령 놀이’라는 강한 비판이 제기된다”며 “탄핵된 권력을 대행하는 자가 권한의 경계를 넘나드는 행태는 헌정 공백을 틈타 월권을 넘어서는, 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전남매일은 이날 사설에서 “한쪽 발은 권한대행의 자리에 두고 다른 한쪽 발은 출마할 수도 있다는 지점에 놓아둔다면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한 대행은 지금 당장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남지역신문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이지연 대구신문 기자(정치부 차장)는 <이번에도, 나인가>란 칼럼에서 한 대행이 이른바 ‘난가병(이번에 나인가)’에 걸린 것 아니냐는 취지로 대권 행보를 비판했다. 배철수씨가 최근 음악 프로그램에서 “예전에도 있었는지 모르지만 현대인의 난치병 중 하나가 ‘난가병’”이라며 “빈 자리를 놓고 여기저기서 저 자리의 적임자가 나인가 헛꿈 꾸는 사람이 보인다. 예방하기 위해선 자기 성찰을 잘해야 한다”고 한 발언을 칼럼에 인용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는 “이제껏 ‘조용한 모드’를 이어가던 한 대행의 차출론 또는 추대설은 숨 가쁜 대선 열차를 요동치게 했다”며 “한 대행도 주변인이 아닌 유권자들의 평가에 보다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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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태양절' 맞춰 진행 된 미국의 수상한 군사훈련

북 '태양절' 맞춰 진행 된 미국의 수상한 군사훈련

 

  • 기자명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04.16 18:14
  •  
  •  댓글 0
 
 
025년 4월 15일, 미 공군 B-1 랜서 폭격기 2대가 미 공군 F-16 파이팅 팰컨 2대 및 대한민국 공군 F-35A 라이트닝 II 전투기 2대와 함께 대한민국 서부 지역 상공에서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공군
025년 4월 15일, 미 공군 B-1 랜서 폭격기 2대가 미 공군 F-16 파이팅 팰컨 2대 및 대한민국 공군 F-35A 라이트닝 II 전투기 2대와 함께 대한민국 서부 지역 상공에서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공군

4월 15일은 북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로 가장 중요한 명절로 꼽힌다. 그런데 미국은 4월 15일 B-1B 랜서 전략폭격기 2기를 한반도 인근 상공에 투입해 한국 공군과 연합 공중훈련을 진행했다. 이후 오산 공군기지 상공에서 저공비행까지 진행했다. 이번에 동원된 B-1B 랜서 폭격기는 텍사스 다이이스 공군기지 제9원정폭격비행대대 소속이며, 폭격기를 비롯해 공군 인력과 지원 장비가 일본 미사와 공군기지에 배치됐다.

미국은 이번 작전을 폭격기 순환 배치 작전 25-2호(Bomber Task Force 25-2, BTF 25-2)라고 설명했다. 이는 태평양 공군(Pacific Air Forces) 휘하에서 수행되는 전략폭격기 순환 배치 작전으로, ‘억제력 유지’, ‘동맹국 안심’, ‘작전 준비 태세 강화’를 목적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실상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여 북을 압박하고, 유사시 선제 핵 공격 옵션까지 염두에 둔 극도로 위험한 군사 전략이다. 특히 이번 BTF 25-2 작전에 동원된 B-1B 랜서는 최대 속도 마하 1.25, 항속거리 11,998km에 달하는 가변익 초음속 전략폭격기로, AGM-158 공대지 미사일(JASSM)과 같은 정밀 유도 무기는 물론, 핵탄두 탑재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그 위협 수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과거 코소보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막강한 화력을 투사하며 '죽음의 백조'라는 별칭으로 악명을 떨친 B-1B의 한반도 전개는 명백한 핵 위협이다.

 

폭격기 순환 배치 작전은 2018년부터 미국이 본격 도입한 전략폭격기 운용 체계다. 기존처럼 특정 기지에 전략 자산을 상주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미 본토에서 세계 각지로 폭격기를 ‘예측 불가능하게’ 순환 배치하는 구조다.

4월 15일에 맞춰 미국의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들이밀고 핵 공격 연습과 다름없는 위협적인 비행을 감행한 것은 극도의 적대감을 드러내는 극악한 도발이다. 이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무모한 행위이다.

미국의 'BTF' 작전을 비롯한 잇따른 군사적 도발은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 미국의 패권주의적 야욕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고, 동북아시아 전체를 불안에 떨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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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1주기, 한겨레 “이윤이 먼저, 안전은 뒷전인 구태 벗어나길”

[아침신문 솎아보기] “참사 11년, 세월호 가족은 언제 어디든 약자 곁으로 달려간다”

빨라진 관세 협상, 중앙일보 “한덕수, 성과 과시 앞서면 뒷감당 어려워”

조선일보 “누가 대통령 돼도 협상 연속성 유지하도록 긴밀하게 협의해야”

[미디어먼슬리] 천관율, 김희원의 대담 지금 신청하세요

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5.04.16 07:36

  • 수정 2025.04.16 07:42

▲ 세월호 생존 학생 장애진씨가 2019년 4월16일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 3주차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글을 읽고 있다. ⓒ미디어오늘

세월호 참사 11주기인 16일 신문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목소리와 사진이 담겼다. 특히 2014년 참사 이후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각종 참사 현장과 노동자들의 집회에 함께해 온 유족들의 연대에 주목하는 보도도 있었다. 여전히 일상에서 반복되는 재난과 참사에 시민들의 안전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당부하는 목소리도 재차 나왔다.

경향신문은 ‘광장, 그 후’ 시리즈에서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을 인터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까지 세월호 유족과 자원봉사자들은 매주 탄핵 촉구 집회에 나온 시민들을 위해 주먹밥을 나눠줬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수진양의 아버지인 김 위원장은 경향신문에 “주먹밥 나눔은 항상 오후 4시16분에 카운트다운을 하며 시작했다”며 “416이라는 숫자는 슬프고 아픈 숫자이기도 하지만 생명과 안전을 의미하는 희망의 숫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팽목항을 다녀온 날 하루를 빼고는 지난해 12월7일부터 4월5일까지 매주 토요일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리는 광장에 나왔다.

김 위원장은 ‘권력의 잘못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사회’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 15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담은 대통령기록물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세월호도, 비상계엄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실들이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안전·생명을 위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한겨레도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연대하는 사람’이 된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을 전했다. 한겨레는 기사 <참사 11년, 세월호 가족은 언제 어디든 약자 곁으로 달려간다>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각종 참사 현장은 물론, 노동자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집회에서도 앞자리를 지킨다”며 “백남기 농민이 2015년 경찰 물대포에 맞아 목숨을 잃고 농민들이 항의할 때 세월호 가족은 가장 앞줄에 앉아 울었다.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하청 노동자 김용균, 2021년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하다 숨진 청년노동자 이선호,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한 건설노동자 양희동 곁에도 세월호 유가족이 있었다”고 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김순길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고 진윤희양 어머니)은 한겨레에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 일단 가서 옆에 있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조은정양의 어머니인 박정화씨는 재난안전 전문강사가 되어 강단에 섰다. 박씨는 지난 9일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우리 아이들 데려와서 합동분향소를 차렸을 때 많은 사람이 도와줬어요. 처음에는 슬프고 정신이 없어서 공무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냥 시민들이더라고요. 생각할수록 참 고마운데 일일이 감사를 표할 수도 없어서, 다른 분들하고 연대하는 걸로 대신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동아대학교 대학원 재난관리학과와 긴급대응기술정책연구센터가 발표한 ‘세월호 11주기 재난안전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4%가 ‘대형 사회재난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일부 신문에서도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사회를 지적하는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우리 사회가 이윤이 먼저고 안전은 뒷전인 구태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숨졌고, 지난해 6월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폭발 참사로 이주노동자 등 23명이 희생됐다. 연말에는 제주항공 참사로 시민 179명이 또 목숨을 잃었다”며 “최근에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땅꺼짐 사고까지 빈발한다. 이런 대형 재난·사고가 잇따르는데 안전하다고 느낄 시민이 얼마나 되겠나. 하나같이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우다 발생한 참사”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 광주일보 사진기사 갈무리.

경남도민일보도 관련 사설을 내고 “시민의 생명과 신체적 안전 보장을 실제로 하려면 재해 예방사업에 인력과 예산이 먼저 배치돼야 한다”며 “3월 발생한 산청·하동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도 사회적 관심을 끄는 중대 재해다. 하지만 산불 재난 피해지역 지원 대책은 여전히 피해자 우선 부담에 기대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불 피해 주민 가구당 월 300만 원의 생활 안정지원금을 3개월 정도는 지급해 주도록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원금이라도 빨리 주자는 제안을 동정심의 발로로 볼 게 아니라 실질적 지원 대책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광주일보도 사설에서 “354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 179명이 숨진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안전 대한민국’이 여전히 요원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세월호와 제주항공 등 대형 참사가 우리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지역민들을 더 가슴 아프게 한다”며 “사고를 통해 배우는 것이 없다면 또 다른 참사를 예방할 수 없다. 더 이상 예기치 못한 대형 참사로 이웃을 잃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빨라진 관세 협상, 중앙일보 “한덕수, 성과 과시 의욕 앞서면 뒷감당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 협상에서 한국을 ‘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지목하면서 협상 타결을 재촉하고 나섰다. 관세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각)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주에는 베트남, 수요일에는 일본, 다음주에는 한국과 협상이 있다”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 등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한겨레는 1면에서 “‘관세 전쟁’을 벌였다가 궁지에 몰린 트럼프에게 탈출구만 열어주고 국익은 해치는 졸속 협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미국 정부에 발맞춘 우리 정부의 협상 속도전은 자칫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관세 전쟁에서 성급한 결론으로 국익과 기업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장기적 국익이 걸리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문제를 대행 체제에서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겨레는 “정부가 협상 카드로 언급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두고 미국 전문가들은 약 1300㎞ 길이의 파이프라인과 수출 터미널 등의 설치에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 지금 사업을 개시해도 차차기 정부 때 천연가스 공급이 이뤄질 수 있고 수익성은 그때 이후 에너지 시장 상황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관세 협상 관련 최종 결정은 차기 정부가 내려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미국이 우리와의 협상을 서두르는 이유는 명확하다. 상대하기 쉬운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냄으로써 자신의 무역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의 재촉에 우리의 페이스를 잃고 끌려가다가는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부재’라는 우리의 특수 상황을 내세워 최대한 주요 결정은 뒤로 미루는 전략을 구사해 차기 정부를 위한 협상 토대를 마련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며 “관세 협상에서 ‘성과’를 내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의 시선까지 있음을 한 권한대행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 또한 사설을 내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중앙일보는 “한 대행의 신중한 접근이 중요해졌다. 최고 통상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국익을 위한 협상에 나서겠지만, 혹여 성과를 과시하려는 의욕이 앞서 정부 차원에서 덜컥 개발을 약속하면 뒷감당이 어려워진다”며 “미국의 무차별적 요구의 끝을 모르는 상황에서 자칫 차기 정부에 부담만 될 수 있다. 특히 한 대행은 대통령 출마설이 회자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 논란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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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조선일보는 대행 정부가 관세 협상 전면에 나서는 것을 비판한 더불어민주당을 두고 “대미 관세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한 대행의 국민 지지가 올라갈까 걱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미룰 수 없다는 사실은 민주당도 잘 알 것이다. 이재명 전 대표가 싫다고 관세 협상을 피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것”이라며 “미국이 발표한 관세 90일 유예 기간은 7월 8일쯤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기간 내에 한·미 간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민주당 지적대로 미국 관세 정책이 여전히 유동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이 고정되기 전에 협상을 해야 우리 입장을 설득할 여지도 있다”며 “누가 대통령이 돼도 협상의 연속성이 유지되도록 지금부터 각 정당과 정부가 긴밀하게 협상 방향을 협의해야 한다. 이 문제에서만큼은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나라 전체가 원 팀이 돼야 전례 없는 무역 전쟁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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