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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기고 돌아왔다’는 尹...동아일보 “기이한 정신승리 극치”

[아침신문 솎아보기] 尹 형사재판 법정 촬영 불허에 한겨레 “尹만 특혜…재판 공정성 신뢰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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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조현호 기자

  • 입력 2025.04.14 07:39

  • 수정 2025.04.14 08:17

▲한남동 관저를 나서는 윤 전 대통령. ⓒ연합뉴스

비상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첫 형사재판에 출석한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지난 4일)으로 민간인 신분이 된 이후 열흘 만이다. 그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고도 반성의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에 도착한 뒤 주민들에게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뭐 5년 하나 3년 하나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동아일보는 “기이한 정신승리의 극치”라고 진단했고 한겨레는 “극단적인 무책임과 비정상적인 자아도취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 당한 뒤 첫 공개 재판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 11일 KBS와 방송영상기자단의 윤 전 대통령 법정 출석 장면 촬영 요청을 불허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한 데 이어 편파적으로 재판 운영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다 이기고 돌아왔다”

동아일보는 사설 <“다 이기고 돌아왔다” “5년 하나 3년 하나”… 기이한 ‘정신승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간 모습을 두고 “파면된 지 1주일 만인데,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마치 개선장군이 금의환향하는 듯한 모습이었다”며 “12·3 비상계엄 이후 헌재 탄핵심판 과정에서 드러난 윤 전 대통령의 기괴한 현실 인식에 국민은 이미 이골이 날 지경인데, 파면 후에도 여전한 비현실적 억지 주장은 또다시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윤 전 대통령이 아직도 사과나 승복의 표현을 밝히지 않는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의 언사에선 지난 4개월간 나라와 국민에게 끼친 해악과 고통에 대한 일말의 반성은커녕 한때 국가 최고지도자를 맡았던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책임을 회피한 채 자기 위안을 통해 합리화하려는 이른바 ‘정신승리’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진단했다.

▲동아일보 2025년 4월14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오로지 싸워서 이기는 것 외에 어떤 양보도 타협도 몰랐던 검사 출신 대통령은 우리 정치를 황량하게 만들었다”며 “한데 그것도 모자라 앞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이 딛고 바로잡아야 할 자신의 실패마저 부인하며 승리라고 우기는 심산은 과연 무엇인지 씁쓸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법정촬영 불허, 비공개 출석 허용 비판 확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가 법정 내 윤 전 대통령 촬영을 거부한 당일 서울고법도 윤 전 대통령이 지하주차장을 통한 법원 비공개 출석 요청을 수용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윤석열 인권 챙기는 법원, 피해자 국민 알권리는 안중에 없나>에서 “형사재판 피고인이 지하 주차장을 통해 법정에 출석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법정 내 촬영을 불허한 재판부를 두고도 이 신문은 “모두 국민 법감정과 관례에 반하는 비상식적 조치들”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전직대통령 재판 촬영을 허용했던 전례를 두고도 경향신문은 “윤석열의 12·3 내란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범죄보다 사안이 훨씬 중하다”며 “그런데도 윤석열 내란 사건 재판부는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고 법정 촬영을 불허했으니 전례 없는 특혜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인권만 중요하고 내란 피해자인 국민 알권리는 안중에 없는 건지 재판부에 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 2025년 4월14일자 사설

“사법부 시작부터 공정성 의심, 엄중한 사태”

한겨레도 사설 <‘피고인 윤석열’ 또 특혜, 재판 공정성 신뢰 깨졌다>에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재판부가 잇따라 예외적인 조처로 특혜를 베풀고 있다”며 “재판 시작도 전에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해당 재판부를 넘어 사법부 전체가 신뢰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현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 쪽에 경도된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기에 충분하다”며 “헌법 수호와 직결된 중대한 재판이 이렇게 시작부터 공정성을 의심받는 것은 사법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엄중한 사태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기 전에 재판부는 물론 사법부 전체가 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잇단 예외 조치에 ‘특혜 아니냐’는 논란이 이는 게 무리는 아닐 것”이라며 “허언만 남은 전직 대통령에게 이제 남은 것은 사법 절차에 따른 엄정한 단죄”라고 썼다.

한덕수 대선 출마 간보기 비판 확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차출론(대망론)을 두고 신문들도 비판하고 나섰다. 동아일보 정용관 논설실장은 동아일보 34면 ‘정용관 칼럼’ <한덕수 출마론… 얼마나 설득력 있을지>에서 한 대행이 이완규 함상훈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것을 두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통치권을 상실한 대통령의 권한대행이 그 대통령을 대신해 고유의 인사권을 행사할 것이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6년 임기’의 재판관을 ‘60일 권한대행’이 정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을 벗어난 것이고, 누가 당선되든 후임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논설실장은 “한 대행이 거대 야당에 각을 세우며 맷집이 세진 듯하지만 위험한 도박에 다걸기를 할 정치적 뱃심을 갖고 있을지엔 ‘글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윤 전 대통령과 3년 가까이 한배를 탔던 탄핵 정부의 2인자라는 점은 ‘본질적’ 한계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권력을 유지하려는 친윤 주류의 도구로 이용되고 말 것이란 관측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2025년 4월14일자 34면

한겨레도 사설 <한 대행, ‘출마 간보기’ 멈추고 ‘위헌 지명’ 즉각 철회해야>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간보기’ 행태가 길어지고 있다”며 “대선을 51일 앞둔 13일에도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출마와 불출마 중 어느 쪽이 일신의 안위와 영달에 유리한지 저울질하느라 과도기 국정 공백과 혼란에 대한 국민 우려에는 눈을 감은 것인가”라며 “한줌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국정 혼란을 부추기는 일도 서슴지 않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 대행이 출마한다 해도 이 신문은 “어차피 대다수 국민이 ‘내란 방조’ 책임이 큰 한 대행을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오세훈 유승민 불출마 국민의힘 국정실패 책임 만회하려면

6·3대선을 50일 앞두고 주요 대선주자들의 잇단 불출마와 경선룰을 둘러싼 갈등이 대선 국면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불출마, 유승민 전 의원은 경선 불참을 선언해 국민의힘 경선 구도에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중도 확장 가능성 주자들 잇단 국힘 경선 불출마>에서 “비상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정부·여당에 등을 돌린 중도층의 마음을 다시 얻지 못하면 대선 후보를 선출하더라도 본선에서 민주당과 의미 있는 경쟁조차 기대하기 힘들다”며 “그러나 현재 국힘 내부는 계엄과 탄핵에 대한 일반 대중의 여론과는 반대편에 선 쪽이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오 시장이나 유 전 의원 같이 중도층 유권자에게 호소력을 가지는 주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좁혀지고 있다”며 “대선 주자들의 잇따른 불출마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국힘 대선 후보로 내세우자는 ‘한덕수 차출론’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부재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지휘하는 한 대행을 대선에 참여시키는 것이 국정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경선이 시작되려는 마당에 외부에서 대안을 찾는 것은 당내 주자들의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2025년 4월14일자 사설

한국일보도 사설 <국민의힘 경선, 보수 쇄신과 재건 경쟁돼야>에서 오세훈 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일부 주자의 중도하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대선 가늠자로 불리는 중도층에선 국민의힘 주자에 대한 선택지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는 “파면된 대통령과의 단절, 정책 비전 제시 등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마땅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서”라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실패 책임을 만회하려면 건전한 보수로 거듭나려는 의지와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순리”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대선 후보 경선을 상대당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로 허비할 게 아니라 보수 쇄신과 재건 경쟁을 통해 외연 확장의 주춧돌을 놓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이재명 어대명식 경선룰에 반발 “이재명에 절대적으로 유리”

민주당이 6·3 대선 후보를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해 선출하기로 했다.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 110만여 명과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파 국민 100만명의 여론조사를 선거인단 삼아 뽑는 것이다. 2002년 대선 이후 일반 국민도 경선에서 한 표를 던지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번엔 여론조사로 대체됐다. 일반 국민도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는 비명계 요구는 묵살됐다. 당원 투표와 ‘역선택 방지’ 여론조사로만 후보를 뽑으면 민주당을 장악한 이 전 대표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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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48.8%로 ‘압도적’, 한덕수 8.6%로 ‘존재감’[리얼미터]

중도층 정권교체론 65.8%, 정권연장론 26.7%

제21대 대통령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전 선포 및 캠프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2025.4.11 ⓒ뉴스1


6.3 조기대선 50여일 남기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5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차출론이 끊이지 않는 한덕수 국무총리는 8.6%로 보수진영 내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1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4월 2주차 주간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에서의 정권교체 의견은 58.7%, 정권연장은 35.3%로 나타났다. 두 의견 간 격차는 23.4%p로 전주(19.9%p)보다 3.5%p 더 벌어졌다.

특히 중도층 내에서도 정권교체론(65.8%)이 정권연장론(26.7%)보다 약 40%p 가까이 우세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정권교체가 우세했는데, 관심을 모으는 부산·경남(PK)에서도 정권교체가 51.1%로 정권연장 43.6%를 앞섰다. 대구·경북(TK)에서만 정권연장이 50.9%로 정권교체 44.5%보다 많았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46.7%를 기록해 33.1%의 국민의힘을 13.6%p 차이로 앞섰다. 3주 연속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이 우세를 보였다. 이어 조국혁신당 5.6%, 개혁신당 2.7%, 진보당 0.8%, 기타 정당 순으로 조사됐다.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이재명 전 대표가 48.8%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10.9%로 2위였고, 처음 조사 대상에 포함된 한 권한대행이 8.6%로 3위에 올랐다. 한 권한대행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21.6%를 얻어 27.0%의 김 전 장관을 바짝 추격했다. 무당층에선 11.2%로 김 전 장관(11.1%),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10.1%) 등을 앞섰다.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는 이어 한 전 대표 6.2%, 홍준표 전 대구시장 5.2%, 이준석 의원 3.0%, 유승민 전 의원 2.7%, 오세훈 서울시장 2.6%, 안철수 의원 2.4%, 김경수 전 경남지사 1.3%, 김동연 경기지사 1.2%, 김두관 전 의원 0.9% 순이었다. 다만 오 시장은 12일 대선 불출마를, 유 전 의원은 13일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선주자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이 전 대표가 주요 보수 주자에 압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전 대표 54.2%, 한 권한대행 27.6%로, 이 전 대표 54.3%, 김 전 장관 25.3%로 나타났다. 또한 이 전 대표 54.4%, 홍 전 시장 22.5%로, 이 전 대표 54.0%, 한 전 대표 18.3%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무선(100%) 자동응답을 활용해 진행했다. 응답률은 4.7%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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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행동, “지귀연 사퇴하고 윤석열 재구속하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4/14 10:24
  • 수정일
    2025/04/14 10: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명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04.14 10:13
  •  
  •  수정 2025.04.14 10:15
  •  
  •  댓글 0
 
[사진-비상행동]
[사진-비상행동]

“‘내란수괴 지킴이’ 지귀연은 사퇴하라”
“내란수괴 윤석열 직권 재구속하라”

1,700여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14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촉구했다. 윤석열 형사재판 1심 재판장인 지귀연 판사는 지난달 7일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을 주도한 인사다.

비상행동은 “지귀연 판사의 내란수괴 비호가 점입가경”이라고 질타했다. 

“이미 앞선 영장전담재판부에서 수 차례 공수처의 수사권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음에도 ‘시간 단위’ 구속기간 계산법으로 내란수괴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했다”거나 “한술 더 떠 최근에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재판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역대 전직 대통령 사건 최초”이고 “심지어 내란수괴로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까지 받은 자다. 내란수괴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전두환, 노태우도 누리지 못한 역대급 특혜를 누리는 셈”인데도 “지귀연 판사는 촬영을 불허하는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상행동은 “지귀연 판사 스스로도 내란수괴 재판을 공정하고 엄정하게 진행할 자신이 없다면 자진하여 회피하는 것이 맞다”고 다그쳤다. 

“그리하여 지금까지도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고 극렬 지지자들을 선동하여 내란행위를 이어가려는 윤석열을 법원이 직권으로 재구속하고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면서 “이것만이 무너진 헌정질서를 바로세우고 우리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 무단 점거를 끝내고 서초동 사저로 이사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형사재판에 피고로 참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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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시그널’로 불러도 어긋남 없습니다”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삼성전자 시그널' 출간한 서영민 KBS 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습니다.” 지난해 ‘5만 전자’ ‘AI시대 늦장 대응’ 등 삼성 위기론이 불거지자 삼성전자 경영진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내놓은 약속이다. 그런데 트럼프 시대에 들어서 최근 미국 상호관세 문제까지 부상하며 위기 요인은 더욱 커진 듯하다. ‘삼성 위기론’의 실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경제 문제 취재하는 서영민 KBS 기자가 지난 2월 『삼성전자 시그널』이란 책을 출간했다. 지난해 KBS [시사기획 창]에서 방송된 <삼성, 잃어버린 10년>을 만든 서 기자는 다큐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와 추가 취재한 내용을 책에 담았다. 삼성전자의 두 번 사과 이야기로 시작한 『삼성전자 시그널』을 통해 서 기자는 삼성의 위기를 분석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전망한다. 『삼성전자 시그널』 출간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2일 서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서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삼성전자 시그널- 2025년 삼성의 운명이 결정된다〉 표지 이미지(서영민 저/한빛비즈)

먼저 『삼성전자 시그널』 출간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월 중순에 책이 나와서 이제 한 달 반 정도 됐습니다. 처음에는 엄청 신경 쓰이더라고요. 매일매일 인터넷 서점 들어가서 몇 등 했는지 살폈는데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났잖아요. 초반에 매일 아침에 일어나 일수 도장 찍듯이 보니까 약간 힘든 면이 있었는데 요즘은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책은 어떻게 쓰게 됐나요?

“출판사에서 쓰자고 연락이 왔어요. 작년에 삼성전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방송 이후 다양한 매체 통해서 이 얘기를 계속하게 됐습니다. 많은 분이 공감하는 얘기였기 때문에 책 출간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삼성이라는 기업에 대해 쓰게 된 이유는 2022년 GOS(Game Optimizing Service, 게임 최적화 서비스)사태였습니다. 그때 쓴 기사가 굉장한 반응을 일으켰어요. 그래서 조금 더 써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기자님은 삼성에 관심이 많았나요?

“삼성에 관심을 가졌다기보다 대한민국 경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업계라고 부르는 곳에 출입해 본 적이 별로 없고, 대부분 경제부 생활을 재정·금융 쪼개서 했습니다. 그래서 삼성이라는 개별 기업에 관심을 가진 적이 많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거시경제와 삼성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이 둘이 다른 것이 아니고 하나가 다른 하나를 설명해 주는 관계라는 사실이 어느 순간 계속해서 머릿속에 머물게 됐습니다. 그런 와중에 글 쓸 기회가 있었고 관심을 키우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 시그널』 출간한 서영민 KBS 기자

부제가 ‘2025년 삼성의 운명이 결정된다’인데 어떤 의미일까요?

“실은 출판사에서 정한 부제입니다. 출판사에서는 2025년에 책을 판매해야 하니 ‘2025년’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했고, 부여하고 나니 저도 이 책의 내용과 상당히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삼성이 지난해에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었죠. 그 결과 2024년 10월에는 DS 부문장이 나서서 사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됐어요.

만약 2025년에도 2024년과 똑같은 식의 성과밖에 못 거두면 굉장히 참혹해지기 때문에 2025년은 달라져야 하고, 성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든 아니면 앞으로 어떤 가능성이 있다는 걸 시장에 보여주든 둘 중의 하나는 해야 하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삼성에게 올해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이 왜 이렇게 됐을까요?

“일단 어떤 기업이든 기본적으로 사람과 같이 생로병사를 겪습니다. 100년 가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은 아마도 이병철 회장이 창업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미 한 80년 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업의 생로병사를 겪을 만큼 겪은 기업이에요. 근데 시간이 지났다고 다 망하는 건 아니잖아요. 어려워지는 기업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어려워지는 이유를 기업 내부의 운영 차원에서 제 책에도 썼습니다. 짐 콜린스의 이야기들을 인용하자면 자만한다거나, 엄청난 투자를 하는데 그 투자가 삽질이 된다거나, 아니면 어떤 의미에서 기업의 본령이 있다면 IT 기업이니까 기술 혁신이 중요한데 기술 혁신 말고 딴생각을 했다거나, 아니면 어떤 전략적인 실패가 있다거나 이런 종류의 실패가 있겠죠.

삼성의 경우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정학적으로도 얘기해요. 예를 들면 미국과 일본이 경쟁하던 80년대 후반 같은 경우 미국에서 일본을 누르려고 하죠. 그런 식의 지정학이 삼성에 작용한다면 엄청 불리한 일이에요. 근데 지금의 지정학은 그런 지정학은 아닌 것 같아요.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서 중국과의 관계를 끊으려고 하고, 중국에 좋은 장비나 좋은 수입을 주고 싶어 하지 않는 상황인데요. 이 정도의 상황이 삼성의 운명을 결정할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삼성은 장사 잘하면 됩니다.”

KBS 〈시사기획 창〉 ‘삼성, 잃어버린 10년’ 방송 화면 갈무리

그럼 다른 요인이 있나요?

“근본 문제는 삼성이 기술적으로 매우 위험한 지경에 있는 것 같다는 겁니다. 기술 기업인데 ‘기술적’으로 위험해요. 기술적으로 위험하다는 게 한 부분이 아니고, 삼성이 영위하는 가장 중요한 사업부들도 다 위기에 있죠.

이를테면 스마트폰은 지금 성숙 단계에 있는 사업입니다. 근데 성숙 단계에 있는 사업에서 애플은 끝없이 수많은 이익을 창출해 냅니다. 많이 팔 뿐만 아니라 판 뒤에 이익도 많이 창출해 내요. 근데 삼성은 많이 팔기는 하는데 여기서 이익이 애플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이익이 납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삼성이 하드웨어는 만들지만 소프트웨어는 건드리지도 못하는 상황이에요.

요즘 애플의 매출 특징과 재무제표상의 특징을 분석해 보면 판매 대수가 늘어나지 않는데 매출은 계속 늘어나고 영업이익도 늘어납니다. 그건 다 소프트웨어에서 나옵니다. 앱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이 생태계에서 나오는 수익 그리고 기계에 대한 보험료 수입, 라이센스 수입, 기타 서비스라고 부르는 물리적인 물질을 만들지 않는 데서 나오는 수익이 어느 정도냐면 지난해 ‘서비스’라고 분류된 회계 기준으로 거기에서 나온 매출이 100조가 넘습니다.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보다 많고 애플 안에서도 아이폰을 제외한 다른 하드웨어 판매 매출을 합친 것보다 서비스 부분 매출이 많습니다. 삼성은 이 부분이 통째로 없어요.”

왜 그렇죠?

“갤럭시 운영체제가 안드로이드인데 통째로 구글 소유예요. D램 같은 경우 짧게 말씀드리자면 HBM을 못 만들고 있습니다. 아직 5세대 HBM3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지 못하는 상태죠. 기술적으로 떨어진 겁니다. 기술적으로 떨어졌다는 건 D램을 만들긴 만드는데, 나중에 조립해서 HBM을 만드는 걸 못 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죠. 작년 초까지만 해도 ‘D램 자체는 괜찮은데 HBM을 못 만드는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HBM은 쉽게 말하면 D램이라는 벽돌을 8~12개 수직으로 쌓은 겁니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 그리고 올 상반기가 될수록 분명하게 드러나는 게 D램 벽돌 하나하나의 성능이 SK하이닉스만 못하다는 사실입니다. HBM3E라는 똑같은 5세대 HBM에 들어가는 D램이 SK하이닉스는 10나노대 5세대 제품이고 삼성전자는 4세대 제품입니다. 그러니까 삼성전자가 한 세대 더 전 모델을 써서 만드는 거예요.

그렇게 된 이유는 D램의 수율(양품비율)이나 아니면 새로운 D램을 만들어내는 개발 역량 측면에서 하이닉스에 뒤져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D램의 경쟁 위기인 겁니다. 근데 D램은 삼성의 ‘본체’입니다. 스마트폰은 현금을 창출해 내는 상자 정도 되는데, D램은 본진입니다. 사이클이 좋을 때는 엄청난 영업이익을 내는 데고, 여기서 생긴 돈으로 삼성은 늘 다른 데 투자해서 몸집을 불려서 성공해 왔습니다. 삼성은 미래에도 계속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하는데 문제가 생긴 겁니다.”

KBS 〈시사기획 창〉 ‘삼성, 잃어버린 10년’ 방송 화면 갈무리

삼성이 시대를 못 따라가는 걸까요?

“시대를 못 따라간다는 표현이 좋은 표현인 것 같습니다. 지금 삼성이나 다른 경쟁사들을 만나봐도 ‘삼성이 기술이 부족한가요’라고 물어보면 기술이 부족하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ISSCC라는 국제고체회로학회에 학회 논문을 발표하는데, 이게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고인 학회지입니다. 이 학회지에 기술적인 논문을 얼마나 싣느냐가 그 회사의 경쟁력 좌우한다고들 평가하는데, 올해도 삼성이 세계 기업 가운데서 가장 많은 논문을 거기에 실었습니다. 그러니까 기술적으로 삼성이 떨어져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이때 도입하면 좋은 개념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개념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삼성이 제품의 새로운 메모리를 설계해 내는 능력은 꽤 있는데 이걸 실제로 양산하고 공정을 관리하는 능력에 있어서 뭔가 문제 있는 것 같다는 시각도 있고요. 그런 것이 D램의 위기를 상징할 수는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SK하이닉스가 주 52시간 등 국내 법규 어겨가면서 한 게 아닌데 삼성이 못한다는 게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거든요.

다른 한편, 삼성의 파운드리 부분 실패가 매우 뼈아플 겁니다. 사실은 따라가겠다고 선언했던 시점에 삼성이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거의 20%였는데 그 뒤로 돈을 어마어마하게 넣었지만 지금 10% 밑으로 떨어졌어요. 그러니까 따라가겠다고 선언했던 시점에 절반 이하로 실적이 떨어진 겁니다. 왜 이렇게 실적이 떨어졌을까에 거대한 전략의 실패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전략의 실패가 어디서 나오느냐면 파운드리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시대의 흐름이죠.”

SK하이닉스는 주 52시간제 다 지켰어도 문제없었다고 하셨죠. 반도체업은 주 52시간제 지키면 사업 못하니 예외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삼성 쪽에서 책임 있는 사람에게 ‘52시간 때문에 개발 못했습니까’라고 말하면 ‘아닙니다’라고 답할 겁니다. 52시간은 무관합니다. 다만 지금은 따라가야 되죠. 삼성은 한시가 급합니다. 제가 최소한 1년 뒤져 있다고 말했는데 그건 D램이고요. 파운드리 부분은 TSMC에 얼마나 뒤져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속도를 빠르게 하는 데 52시간이 도움 안 된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근데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근본적으로 52시간과 혁신은 무관합니다. SK하이닉스는 52시간을 지켜가면서 했고, 그 안에 있는 연구진들이 엄청나게 갈아 넣은 것도 아니에요. 제가 SK하이닉스 3D 개발한 연구진들을 만나보면 다들 52시간이 아니고 딱 3교대로 돌아가면서 계속 일하던 만큼 했고 일과 워라벨에 있어서 큰 불만이 없었습니다. 다만 지금 삼성은 급해졌으니까 뭐라도 하나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겉으로 하는 것 같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있죠. 근본적인 문제는 혁신 능력이 사라져 버린 것이고, 그 혁신 능력을 다시 찾아내려면 인재가 있어야겠죠. 인재 차원에서 보면 52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건 정반대의 이야기가 됩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CG) [연합뉴스TV 제공]

인재 수급이 어려워지나요?

“안 그래도 지금 우수 인재들이 공대로 안 가고 의대로 갑니다. 의대로 가는 이유는 의대는 대학 가면 끝이기 때문입니다. 근데 지금 삼성전자에 들어간다는 건 일단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공대 들어가서 스펙 계속 쌓고 해외도 갔다 오고 자격증 따고, 뭐 뭐 뭐 다 해야 들어갈 수 있어요. 그런데 회사 연봉도 의대랑 비교하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 노력을 계속 하느니 입시 한 방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의대 가는 친구들이 많은 겁니다.

근데 이런 상황에서 52시간제 허물어서 삼성전자를 일 더 많이 하는 직장으로 만들어 빨리 쫓아가게 만든다? 단기적으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게 단기적으로 가능하다고 쳐도 그렇게 워라벨이 나쁜 회사를 젊은 사람들이 갈까요? 장기적으로 보면 혁신 인재 수급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답이 어떻게 되는지는 어렵지 않게 제 생각을 말씀드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전혀 답이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주 52시간제 요구를 계속하는 걸까요?

“삼성이 진짜 위기인 것 같으니 뭐라도 해주고 싶으니까요. 다들 겁이 나는 겁니다. 삼성 없는 대한민국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삼성이라는 기업이 우리나라 수출의 10% 이상을 여전히 차지하고 GDP도 많이 차지하는 회사인데 이 회사가 잘못될 경우에 어떻게 감당하죠? 그래서 밖에서 뭐라도 도와주고 싶은 겁니다.

그런 얘기들이 제 생각에 근본적인 쓸모는 없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삼성이 위기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다 공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삼성이 위기라는 것이 결국 대한민국 성장의 위기라는 이야기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죠. 그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보고요. 다만 진짜 삼성에 필요한 것은 우리가 해줄 수 없어요. 돈도 부족하지 않고 노동자도 부족하지 않은 삼성이 스스로 혁신을 하지 않으면 밖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연합뉴스TV 제공]

삼성이 스스로 혁신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건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스스로 혁신해야 됩니다. 밖에서 도와줘서 혁신하게 하는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책 뒷부분에 수도권 집중 문제도 나오더라고요. 그 문제와도 연결되는 건가요?

“저는 그렇게 봅니다. 삼성의 내부 혁신 말씀드렸는데 혁신은 내부에서 하는 것이고 밖에서 해줄 수 없는 것이라는 게 하나의 큰 대전제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사회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면 ‘수도권 집중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든다고 합니다. 거기 만드는 이유는 수도권이 아니면 도저히 인재들을 끌어올 수 없어서라고 이야기합니다. 인재들이 수도권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거죠. 예전에 IT 업종은 평택, 천안 쪽까지는 괜찮다고 얘기했는데 요즘은 그것도 안 된다고 얘기해요. 판교선, 용인선 이 정도 얘기를 합니다. 인재들이 거기까지밖에 없다는 건 수도권 집중이 그만큼 심하다는 얘기인데, 이 수도권 집중이 지속가능하고 인재들이 이 분야로 계속 올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져봐야 됩니다.

우리나라는 젊은 사람들이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 좋은 일자리를 잡을 수가 없어요. 블루칼라 직종이거나 아니면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 할 수 있는 그런 사업장들이 다 수도권으로 올라옵니다. 근데 이렇게 되면 수도권의 집값은 엄청 비싸지고 교통은 복잡해지고 삶의 질은 안 좋아지고, 혼자 벌어서는 도저히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계속 몰리게 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는 젊은이들이 혁신하겠다거나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결국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네요.

“맞습니다. 제 책 제목이 ‘삼성전자 시그널’이지만 ‘대한민국 시그널’이라고 불러도 크게 어긋남이 없습니다. 읽으시다 보면, 삼성 얘기라고 써놨지만 이게 결국 우리나라의 어두운 성장의 미래라는 생각을 하시게 될 겁니다”.

이 책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삼성이 위기에 있습니다. 대한민국 성장도 위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위기는 절대로 쉽게 극복할 수 없는 위기입니다. 삼성의 위기를 보다 보면 대한민국 성장 위기의 본질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정도의 얘기 같고요. 올해가 정말 중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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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대선 경선룰 변경…‘권리당원 50%·국민여론조사 50%’

역선택 방지·당원주권 강화 내세워

김두관·김동연 예비후보 쪽은 반발

기민도기자

수정 2025-04-12 19:29등록 2025-04-12 19:22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권리당원 투표(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50%)를 병행하는 ‘국민참여경선’으로 6·3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19대 대선 이후 준용돼온 국민경선(대의원·권리당원+참여 의사를 밝힌 일반 국민 선거인단 참여)을 유지할 것을 요구해온 비주류 주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대선특별당규위원회는 12일 국회에서 제5차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방식을 확정한 뒤,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에 보고했다. 이춘석 특별당규위원장은 이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어 “대선특별당규위원회는 치열한 논의 끝에 국민경선에서 국민참여경선으로 (경선룰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경선룰 변경의 이유로 ‘당원주권 강화’와 ‘역선택 방지’ 등을 내세웠다. 그는 “지난해 제1차 전국당원대회를 개최하고 당원주권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다”며 “정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후보 선출 권리를 강화하는 게 당원주권을 강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도 극우세력을 동원한 비정상적인 선전선동이 끝나지 않고 대선 국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가장 현실적이고 시대 상황에 맞는 국민참여경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어떠한 제도든 간에 (국민의힘 지지자 등이 민주당 경선에 개입할 수 있다는) ‘역선택’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안심번호 추출에 의한 여론조사 방식이 지금 주어진 방법 중에서 (역선택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국민참여경선은 권리당원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로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우선 12개월 전에 민주당에 가입해서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약 110만명의 권리당원에게 50%의 권리가 배정된다. 나머지 50%인 일반국민 여론조사는 안심번호를 100만개 추출해 진행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2개의 여론조사(기관)를 선택해서 약 50만명씩 국민여론조사에 따른 투표를 하고, 그 합산치를 50%에 반영하는 방식”이라며 “많은 샘플 수를 정한 것은 가능한 많은 국민들의 의사를 수용해 국민 뜻을 잘 받들려는 (의도)”라고 했다.

이날 특별당규위원회에서 확정한 경선룰은 최고위원회, 당무위원회, 전당원투표, 중앙위원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비주류 주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두관 예비후보 쪽 백왕순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경선 당사자인 후보 쪽과 경선룰에 대한 협의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민주당 경선룰 확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백 대변인은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 경선’ 참여가 무슨 의미가 있는 지 숙고에 숙고를 하겠다”고도 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쪽 고영인 전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어 “김동연 캠프는 ‘국민선거인단 없는 무늬만 경선’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 전 지사는 13일 오전 11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상징적 장소”라며 세종특별자치시청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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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면 후 광장에 모인 급식노동자들 “비정규직 차별 해소하라”

학비노조 노동자대회 진행...‘1호 사회대개혁 집회’

“내란 청산이 노동권 보장으로 이어져야”

김백겸 기자 kbg@vop.co.kr

12일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진행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12일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빗속에서 광장에 모여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한 사회대개혁을 촉구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는 이날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날 노동자대회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1호 사회대개혁 집회'라고 이름 붙이고 "비정규직 노동의 차별을 끝장내는 사회대개혁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노동자대회에 모인 2천여명의 학비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와 강한 바람에 우비와 우산으로 비를 막으면서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학교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학교 급식실 문제를 해결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학비노조는 모든 대선후보들에게 학교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 급식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민태호 학비노조 위원장은 "모든 대통령 후보들에게 촉구한다. 무상급식 수호와 학교 급식실 종합 대책안 마련을 위해 학비노조와 함께 정부 대책기구를 꾸릴 것을 약속하라"면서 "학교부터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실질 임금 보장 대책의 수립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 위원장은 "일자리 경쟁력을 잃어버린 학교 급식실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친환경 직영 무상급식은 무너질 것"이라며 "이윤 추구로 학생 건강을 위협했던 위탁급식으로 넘어가거나 학부모들이 도시락을 싸는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밥하는 아줌마를 천대하지 말라"면서 "대선 후보들은 학교부터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고 실질 임금을 보장해서 불평등 세상을 바로잡겠다 약속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내란세력 척결과 사회대개혁이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그에게 부역한 정치권, 공공기관, 검찰, 검찰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암약하고 있는 내란세력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면서 "학교 급식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는 싸워왔지만, 무상급식을 방해했던 오세훈은 여전히 서울시장 자리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는 근본적으로 바꾸어 보자. 내란을 청산한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호 사회대개혁 집회'인만큼 시민들의 연대발언도 있었다. 고려대 학생인 노민영 씨는 "추운 겨울, 광장을 가득 채운 분홍빛 물결과 나부끼는 학비노조의 깃발을 보았다. 학교뿐만 아니라 광장을 열어내고 지켜내고 계셨다"면서 "이곳에 와서야 알게 됐다. 저희가 맛있게 급식을 먹는 동안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뜨거운 조리기구로 인해 화상을 입고, 폐암 발병률이 높지만 산재로 인정받기조차 어렵고, 아파도 쉬지 못하고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노 씨는 "노동이 존중받지 않는 학교 누군가가 고통을 감수해야만 유지되는 교육은 결코 건강한 장소가 아니"라며 "급식 노동자들의 권리가 향상되고 비정규직 철폐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더 나은 공동체로 함께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일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진행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노동자대회에서 민태호 학비노조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급식 노동자 권리 향상이 사회대개혁의 첫걸음"

비정규직 차별과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인한 인력 부족, 위험한 노동환경 등을 겪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성미 창원지부 조합원은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숨진 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연을 소개했다. 2002년 9월 경남 고성에 있는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실무사로 근무하다 2022년 7월 정년퇴직한 A씨는 퇴직 전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후 3년간 투병하다 지난 1월 20일 사망했다.

정 씨는 "퇴직을 앞두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며 편안한 노후를 꿈꾸셨을 선배님께서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고통 속에서 지내시다 결국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에 마음 한편이 아려와 며칠 동안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며 "폐암이 과연 선배님만의 문제일까 하는 두려움이 제 가슴을 무겁게 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정 씨는 정부와 교육청을 향해 "환기 시설 개선뿐만 아니라 인력 충원을 통해 노동강도를 완화하는 현실적인 폐암 예방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고 이미 폐암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지부의 정란미 조합원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인력 부족에 쩔쩔매며 하루를 보내고 있고, 노후화된 시설은 교체되지 않아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똑같이 일하고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다른 처우를 차별이 아니라 차이라고 말하는 관료들의 독설에 가슴에는 피멍이 든다"고 현장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노동자대회에는 정당에서도 참여해 연대의 뜻을 밝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학교 급식 노동은 단지 한 끼 식사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의 건강과 보편적 복지를 지키는 최전선"이라며 "하지만 지금 그 최전선이 위험하다. 결원은 채워지지 않았고, 방학 중 무임금과 각종 복지 참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오늘 이 광장의 목소리를 반드시 국회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실패한 친위 쿠데타로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윤석열이 만들었던 그 모든 세력들은 현재 자리에 다 있다"면서 "내란 수괴의 권한대행 한덕수, 최상목 경제부총리, 심우정 검찰총장 등이 다 여전히 권좌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윤석열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TV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내란 일당이 모두가 처벌을 받을 때까지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우리의 과제는 다시 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내란 세력들을 모두 처벌하는 그날까지 이 길을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비노조는 집회를 마치고 종각, 을지로입구를 거쳐 숭례문까지 비정규직 차별 해소, 급식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행진을 진행했다.

12일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진행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노동자대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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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되고 싶다면, 이 질문에 답해보세요

서울·울산·부산에서 투쟁 중인 해고 노동자 3인이 대선 출마를 결심한 당신에게

이훈(lh970703) 

  • 많은 사람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7년 박근혜씨 탄핵 때, 여러 투쟁 사업장이 모여서 공동투쟁을 했는데 세종호텔지부도 함께였습니다. 그 당시에 이재명 예비후보(당시 '성남시장')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 후보가 정부청사 앞 천막에 찾아왔습니다. 당시에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판은 했지만, 비정규직 제도와 정리해고에 대해선 꽤 생각이 달랐습니다.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이 후보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만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만나면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후보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재명 예비후보님,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서민에게 충성하실 겁니까? 기업에게 충성하실 겁니까? 명확히 입장을 정해주십시오.

    이재명 예비후보는 윤석열 정권과 검찰로부터 많은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과 검찰로부터 탄압을 더 많이 받은 건 노동자이고, 기업한테 생존의 위협을 받는 게 노동자의 일상인 걸 이 후보가 알면 좋겠습니다. 이 후보가 '깊고 깊었던 겨울을 국민이 깨고 나오는 중으로, 따뜻한 봄날을 꼭 함께 만들었으면 한다'면서 출마 선언했는데, 장기 투쟁 노동자는 여전히 겨울의 한복판에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이 투쟁 사업장 해결해야 합니다

    새로운 대통령은 투쟁 사업장을 꼭 해결해야 합니다. 투쟁 사업장은 그저 하나의 사업장이 아닙니다. 투쟁 사업장에서 겪는 부당해고, 부당징계 등이 얼마나 많은 사업장에서 일어납니까. 그런데 대부분 억울하다고, 아프다고 말 한 번 못 하고 포기합니다. 투쟁 사업장은 아프단 말도 못 하고 떠난 사람들을 대리하는 곳입니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새로운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투쟁 사업장으로 대표되는 모든 노동자에게 미래가 달라질 거라는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런 고통을 겪는 노동자가 더 확산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한국은 노동자한테 매우 박합니다. 비정규직 제도 때문에 직장에서 불안정하게 다니다가 쫓겨나고,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노동자가 많습니다. 돈을 많이 벌려고 자영업을 한다는 것도 예전 이야기입니다. 직장에서 밀려나서 자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사람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누가 새로운 대통령이 되든, 노동 개선 정책을 강하게 밀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몇 배, 문재인 전 대통령의 몇십 배를 넘어서는 노동 개선 정책이 필요합니다.
     
    행진 중 발언하는 안미숙 안미숙 대표가 행진 중 발언하고 있다.
    행진 중 발언하는 안미숙안미숙 대표가 행진 중 발언하고 있다. ⓒ 정남준

    [안미숙] 노동자를 존중하는 대통령

    저는 울산에서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해고 투쟁하는 안미숙입니다. 2024년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선고 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 중 '이수기업'은 폐업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이수기업 소속 노동자들은 모두 해고됐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불법파견 투쟁을 했고, 지금은 해고 투쟁까지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사퇴를 권합니다

    12.3 계엄 직후 울산에서도 탄핵 촉구 집회가 열렸습니다. 저희 이수기업 해고자들도 집회가 열린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매일 집회에 참여하며 '윤석열 탄핵'을 주장했습니다. 그 덕에 울산 시민들에게 저희 투쟁도 꽤 알렸습니다.

    계엄을 빼고 말해도, 윤석열씨는 대통령을 할 자격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 없이 기업은 없습니다. 노동자 없이 국가도 없습니다. 그런데 윤씨는 기업과 국가를 굴리는 노동자는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이번 대선 출마를 결심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같습니다.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사퇴를 권합니다. 새로운 대통령은 노동자를 존중해야 합니다.

    부당함을 겪고, 목격하는 게 일상

    얼마 전에 조카가 황당한 이야길 들려줬어요. 제 조카가 이번에 6개월짜리 인턴을 지원해서 마지막 면접만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축하한다고, 인턴이면 월급을 얼마나 주냐고 물으니까, 안 준대요. 대신 6개월간 일하면서 스펙을 쌓는 거래요. 듣고 있는데 '한국... 기가 막힌다' 싶더라고요. 스펙을 미끼로 '공짜 노동'을 시키는 거잖아요. 누군가는 '그런 데는 가지마'라고 하지만, 안 갈 수도 없어요. 청년 세대 사람들이 몰라서 그런 곳에 가는 거 아니잖아요.

    비슷한 일 하나 더 말할게요. 어제 은행 가서 업무를 보고 왔어요. 직원이 친절하고 좋았어요. 어제 깜박한 게 있어서, 오늘도 같은 은행을 갔어요. 기왕이면 같은 직원한테 받으려고 찾으니까, 계약 기간이 어제까지라서 오늘 '계약 해지'됐다는 거예요. 황당하더라고요.

    꼭 저처럼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불법파견'처럼 무거운 말이 아니어도, 투쟁 사업장이 아니어도 노동자가 겪는 부당함이 온갖 곳에 있어요. 아주 많은 직장에 '계약직', '비정규직', '기간제'라는 말이 붙은 노동자가 있어요. 대통령이 노동자를 존중한다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겠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될 거예요. 존중하질 않으니까 이런 상황이죠. 윤석열씨 다음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결심했다면, 이 정도 제도 개선은 마음먹어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행진하는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서면시장번영회지회가 행진을 하는 중 허진희 조합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행진하는 서면시장번영회지회서면시장번영회지회가 행진을 하는 중 허진희 조합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정남준

    [허진희]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바라요

    저는 부산에서 부당해고 철회, 체불임금 지급, 노동조합 인정,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로 투쟁하고 있는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조합원 허진희입니다. 2021년 4월 29일, 9명 조합원이 힘을 합쳐 투쟁을 시작했어요. 투쟁 시작 이틀 후, 저희 지회장님이 해고됐어요. 1400일이 넘게 싸우면서 조합원은 두 명으로 줄었지만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저희는 투쟁 중에 사측한테 맞은 적도 있고 여러 법적 소송도 진행했습니다.

    폭군이 되지 마세요

    계엄 이후 서면시장 건너편에서 탄핵 광장이 열렸어요. 지회 집중 선전전이 수요일이라서, 저희도 매주 수요일 함께 했어요. 구호도 외치고, 발언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니까 좋았어요.

    저는 정치를 잘 몰라요. 하지만 대선 출마를 결심한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있어요. '폭군은 되지 말아주세요.' 윤석열 전 대통령은 폭군이었다고 생각해요. 노동자를 무시하고, 노동조합 차별을 강화했고, 계엄을 선포했어요.

    대통령이 노동자를 무시하면, 회사는 노동자를 더 무시해요. 대통령이 노동조합을 탄압하면, 회사는 노동조합을 더 탄압해요.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제가 지켜본 바로는 대통령이 제일 먼저 탄압하는 게 노동자더라고요. 그래도 이번 탄핵 광장이 알려준 게 있어요. '노동자가 앞장서서 싸우고, 시민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함께 싸운다.' 만약 새롭게 당선되는 대통령이 노동자를 탄압한다면, 노동자와 시민은 분명 다시 싸울 거란 걸 말하고 싶어요.

    노동자가 원하는 세상

    저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바라요. 사람은 사람답게 사는 게 상식이잖아요.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또 다른 당이든, 기업가든, 노동자든 다 사람이잖아요. 사람이 사람에게 폭력을 쓰지 않아야 하고, 부당해고 당했다면 복직해야 하고, 임금이 체불됐다면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법으로 노조를 보장받고 있으니까 노동조합 활동도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세상. 상식이라고 생각해요.
     
    손잡고 행진 중인 허진희 조합원과 안미숙 대표 서면시장번영회지회 행진에서 안미숙 대표와 허진희 조합원이 손을 잡고 있다.
    손잡고 행진 중인 허진희 조합원과 안미숙 대표서면시장번영회지회 행진에서 안미숙 대표와 허진희 조합원이 손을 잡고 있다. ⓒ 정남준
    #노동조합#대선#조기대선#대통령#예비후보
    고공에 오른 고진수 세종호텔 앞 철탑에 고진수 지부장이 올라있다.
    고공에 오른 고진수세종호텔 앞 철탑에 고진수 지부장이 올라있다. ⓒ 전병철

    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 제21대 대선이 열린다. 윤석열씨가 파면된 후 이뤄지는 조기 대선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유력 정치인이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내란수괴'라는 별명이 붙은 윤석열씨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의 대선인 만큼 모두가 윤석열씨와 '다름'을 말하고 있다. 자신의 장점, 강점을 말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전에도 투쟁했고, 윤석열 정권 후에도 투쟁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은 대선 출마자를 바라보며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이들은 새로운 대통령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긴 시간 거리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울산, 부산의 해고자를 만나서 물었다.

    [고진수] 새로운 대통령은 누구에게 충성할 것인가?

    저는 서울 명동역 10번 출구 앞 철탑 위에 있습니다.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의 지부장, 고진수입니다. 2021년 12월, 세종호텔이 저와 저희 조합원들 12명을 해고해서 현재 복직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고공농성 59일 차(2025년 4월 12일 기준)입니다. 문재인 정권에서 시작한 복직 투쟁이 윤석열 정권을 넘어, 새로운 정권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재명 예비후보님, 입장을 밝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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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석방, 재판 비공개, 촬영 불허…지귀연 점입가경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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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04.12 22:05

  • 수정 2025.04.13 01:19

  • 댓글 1

내란 사건 재판장 독단에 국민 의구심‧불안감

지귀연 판사, 윤석열 첫 공판 법정 촬영 불허

역대 전직 대통령 사건 최초…이유도 안 밝혀

민주 "명백한 특혜…실체적 특혜까지 줄 건가"

내란 중요임무종사자들 증인 신문을 비공개?

'국가기밀' 이유로 증인 변호인까지 퇴정시켜

"변호인 조력 필수인데 방어권 침해, 위헌‧위법"

"국가안보 사안도 아냐…'밀실 재판' 확대 우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나와 서초동 사저로 향하고 있다. 2025.4.11 [공동취재] 연합뉴스

또 지귀연 판사다. 전대미문의 '내란수괴 석방' 결정은 역시 우연이 아니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천신만고 끝에 체포‧구속했던 윤석열을 형사사법 사상 최초의 '시간 단위' 구속기간 계산법으로 풀어줘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지귀연 판사가 이후에도 내란죄 공판을 비공개로 진행하며 증인의 변호인까지 퇴정시키는가 하면 언론사의 윤석열 촬영 신청까지 무턱대고 거부하는 등 상식 밖의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노골적으로 '윤석열 지킴이'를 자처하는 이런 독단적인 판사에게 내란 사건 재판을 계속 맡겨도 되는지 시민들의 의구심과 불안감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오는 14일 열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차 공판에 대한 언론사의 법정 내 촬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전날 결정했다. 피고인석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국민이 전혀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왜 불허하는지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대법원 규칙에 따르면 재판장은 피고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 법정 내부 촬영 신청에 대한 허가를 할 수 있다. 다만, 피고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촬영을 허가함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판장 직권으로 허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7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첫 정식 재판, 이듬해 5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횡령 등 사건 첫 정식 재판 때 이들이 피고인석에 앉은 모습이 언론을 통해 전 국민에게 공개됐다.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가 2017년 5월 23일 재판을 마친 후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17.5.23. 연합뉴스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8년 4월 구속기소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9년 1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1.23. 연합뉴스

윤석열과 똑같은 내란 수괴(우두머리) 등 혐의로 전두환·노태우가 법정에 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995년 12월 12·12 쿠데타와 비자금 의혹으로 기소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듬해 3월 첫 공판에 출석하자 재판부는 개정 직후 약 1분 30초 동안 법정 촬영을 허용했다. 이처럼 전직 대통령 사건을 맡았던 과거 재판부들은 피고인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건에 쏠린 국민적 관심과 사안의 중요성, 공공의 이익 등을 두루 고려해 촬영을 허가했다. 그런데 유독 지귀연 재판부만 윤석열에게 역대 전직 대통령 공판 통틀어 최초의 특혜를 제공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대변인은 12일 서면 브리핑에서 "명백한 특혜다. 윤석열의 형사재판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중대 사안이라는 것을 재판부가 모를 리 없다"며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전에도 윤석열은 법원의 자의적 법 해석을 통한 구속취소 결정,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석방의 특혜를 받았다. 법 위에 군림해 온 윤석열이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한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검사 출신인 이건태 대변인은 "윤석열에게 절차적 특혜가 주어진다면, 실체적 특혜 역시 존재할 수 있다는 국민적 의혹은 당연하다. 지귀연 판사는 이러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윤석열의 (법원 지하 주차장을 이용한) 출석 특혜, 법정 내 촬영 불허 결정을 당장 철회하라. 또한 증거인멸 우려가 높은 윤석열을 즉각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노상원과 문상호 등의 '롯데리아 회동' 관련 MBC 뉴스 화면 갈무리

앞서 지귀연 판사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고인들 재판을 잇따라 비공개로 진행해 또 다른 의혹을 샀다. 공개 재판이 헌법상 원칙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지대한 사건을 자꾸 감추려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 판사는 지난달 27일 재판 때 정보사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 신문을 비공개 결정하더니 지난 10일 김용현 전 장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의 내란 혐의 3차 공판기일에서도 '롯데리아 햄버거 회동' 멤버였던 정성욱 정보사령부 대령에 대한 증인 신문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처음 15분간은 공개 재판을 열다 "국가안전 보장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방청객들의 퇴정을 명하고, 심지어 정 대령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까지 법정 밖으로 내보냈다.

대전에서 올라온 김 변호사는 "정성욱 증인은 일반 증인과 달리 이 사건의 공동 피고인이면서 동시에 증인이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항의했지만 지 판사는 "검찰 측에서 비공개를 요청했다"며 요지부동이었다. 이후 김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 대령은 증인으로 소환되었다 할지라도 실질적으로는 본인의 방어권(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고 변호인의 조력이 필수적"이라며 "지귀연 재판장의 변호인 퇴정 비공개 결정은 헌법 및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률에 위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추후 상급심이나 헌법재판을 통해 절차 위법 내지 위헌 판정을 받을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지귀연 부장판사. 사진 출처 나무위키

군인권센터도 성명을 내고 "처음부터 비공개 재판을 전제로 약속하고 증인을 출석시킨 검찰의 태도도 황당하지만, 이를 수용하기로 한 지귀연 재판부의 결정 역시 기막히기 이를 데 없다"면서 "재판의 핵심은 검찰이 군사기밀이라 주장하는 정보사나 특수요원의 직제나 임무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12‧3 비상계엄 당일 정보사 인원들이 어떤 경위로 노상원의 사조직에 소속돼 범죄 행위에 가담하게 됐는지 그 실체를 확인하는 데 있다. 정보사 요원들이 선관위를 침탈하기 위해 공작을 펼치거나 준비한 일은 공개되면 국가안보에 지대한 위해를 끼치는 국내외 공작이나 정보 활동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란 범죄"라고 지적했다.

또 "설사 공개되면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된다 하더라도 사전 제출된 증인 신문 계획에 따라 해당 진술 부분만 비공개로 전환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정보사와 관련한 증인 신문 전체를 모두 비공개 결정한 것은 중앙선관위에서 발생한 일은 모두 '밀실 재판'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며 "이런 어이없는 결정을 그대로 묵인한다면 지귀연 재판장이 향후 방첩사, 특전사 소속 군인이 증인으로 나올 때마다 신문 대상이 '특수작전' '대간첩작전'을 임무로 하고 있다는 핑계로 재판을 다 밀실에서 비공개로 진행하거나, 계엄 사무가 군사기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재판 전체를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대통령에 관한 사항이 기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윤석열 재판을 통째로 비공개로 전환해도 할 말이 없어질 것"이라고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군인권센터는 "이는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개 재판의 원칙을 검찰과 재판부 편의에 맞춰 멋대로 적용하고 침해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내란의 피해자인 대한민국 시민 전체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지귀연 재판부의 이러한 결정에 군사법원까지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기계적으로 동조하고 있으니, 향후 내란죄의 재판 전체의 향방이 어디로 갈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렇게 계속 재판이 비공개된다면 시민들은 내란 심판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듣지도, 보지도, 읽지도 못한 채 윤석열을 풀어줬던 지귀연 재판부만 믿고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지귀연 재판부는 황당한 재판 비공개 결정을 당장 철회하고, 모든 내란죄 재판이 똑똑히 모니터링 될 수 있도록 헌법의 공개재판 원칙에 따라 재판 전체를 공개하라. 또한 비공개를 결정한 상세한 사유와 문제가 되는 신문 사항에 대해서도 낱낱히 공개하라"며 "헌법상의 공개 재판 원칙과 시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국가안보라는 허울을 방패 삼아 내란죄 재판을 어그러뜨리는 자 역시 내란 공범"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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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인데 서울 아파트 시장은 빙하기…관세전쟁 여파?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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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5.04.12 11:00

  • 수정 2025.04.1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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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 3월 7863건에서 한 달새 387건으로 급락

주택구입부담지수도 2022년 3분기 이후 첫 반등

한은, 빚갚기 힘든 가구 대출자 기준 30%로 파악

관세전쟁 여파 부동산 시장만 비켜갈 가능성 없어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여파 때문인지 서울 아파트 시장이 거래 빙하기에 진입했다. 3월에 비해 4월 거래량은 참혹한 수준이다. 거래량이 급감한 마당에 주택구입부담지수는 반등했다. 좋지 않은 신호다.

한국은행은 차주 가운데 빚을 갚기 힘든 '잠재 고위험 가구'의 비율을 대략 30%로 파악하고 있다. 금융파국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유예를 선언했지만, 이 조치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관세전쟁의 여파가 부동산 시장만 비켜갈 것이라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

3월 거래량 7863건 vs 4월 거래량 387건

서울 아파트 시장에 거래 빙하기가 닥쳤다. 3월 7863건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4월 들어 387건으로 급감했다. 물론 3월 거래 같은 경우 신고기간이 보름 이상 남아 있고, 4월 거래는 5월 말까지 신고가 가능해 거래량이 크게 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2월 6348건으로 치솟았고, 3월에는 8000건에 육박하는 등 기운을 차린 듯 보이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4월 들어 순식간에 얼어붙은 건 분명해 보인다.

서울 아파트의 평균 거래금액도 2월 무려 14억 5535만 원을 넘었지만, 3월 12억 9198만 원으로 주춤한 후 4월에는 10억 5595만 원으로 주저앉았다. 고가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고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다. 업계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트럼프발 관세전쟁 여파 등이 서울 아파트 시장에 영향을 미치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 :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다시 증가하고 있는 주택구입부담지수

서울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고 있다는 소식 다른 편엔 주택구입부담지수가 반등 중이라는 뉴스가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63.7로, 전 분기(61.1)보다 2.6포인트(p) 상승했다. 이 지수가 반등한 것은 202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분기마다 산출되는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주택을 표준대출로 구입한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의 정도를 보여준다. 총부채상환비율(DTI) 25.7%에 더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7.9%의 20년 만기 원리금 균등 상환 조건을 표준 대출로 가정했다. 이 지수가 63.7이라는 것은 가구당 적정 부담액(소득의 25.7%)의 63.7%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2년 3분기 89.3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지난해 2분기(61.1)까지 7분기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57.9로 집계됐다. 전 분기(150.9)보다 7p 뛴 것으로, 소득의 40.6%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쓴 셈이다. 서울 지역 지수는 지난 2022년 3분기 214.6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2분기 147.9에 이르기까지 7분기 연속 내렸다. 이어 지난해 3분기 150.9로 반등했고, 4분기 큰 폭으로 더 올랐다.

이에 따라 서울 지역 차주들의 주택 금융 부담도 2023년 4분기 소득의 40.1%에서 지난해 1분기 38.8%로 하락한 뒤 3분기 연속 30% 후반대를 기록하다 4분기 들어 다시 40%를 넘어섰다. 서울을 제외하면 지수가 100을 넘는 지역은 없다. 세종이 96.9로 가장 높았고, 경기(83.8), 제주(75.6), 인천(68.7), 대전(64.3), 부산(64.2) 등이 전국 지수를 웃돌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2023.6.7. [연합뉴스 자료사진]

소득, 자산 중 하나라도 상환 어려운 가구가 차주가구의 30%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지난해 3월 기준 38만 6000가구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3.2%를 차지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72조 3000억 원으로 전체 금융부채의 4.9%에 해당했다.

고위험 가구는 금융부채를 안고 있는 가구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자산대비부채비율(DTA)도 100%를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소득과 자산 측면에서 모두 부채 상환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고위험 가구 수와 금융부채 비중은 2023년(3.5%·6.2%)보다 떨어졌지만, 2022년(2.6%·3.8%)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진정 심각한 문제는 이게 아니다. 소득 또는 자산 한 가지 측면에서라도 상환 능력이 부족한 가구가 모두 356만 6000가구,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584조 3000억 원으로 추산됐다는 사실이다. 금융부채 가구 수의 29.7%, 전체 금융부채의 39.7%에 이르는 수준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향후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부채 보유자의 자산이 줄어 상환 고위험 가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됐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되긴커녕 더 나빠진다고 가정하면 금융부채 가구 중 30%에 해당하는 '잠재 고위험 가구'들이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아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내무부 장관 더그 버검, 상무부 장관 하워드 루트닉, 교통부 장관 숀 더피,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 미시간주 하원 의장 맷 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4월 9일 백악관 타원형 사무실에서 행정 명령과 선언문에 서명하는 것을 지켜봤다. 2025.4.9.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발 관세전쟁은 아직 본격화하지도 않아

미 국채가격이 폭락하고 증시가 붕괴하는 등 금융시장이 와해되는 기미가 역력하자 트럼프는 다른 국가에 대한 관세조치를 90일간 유예했다. 다만, 중국은 제외했다.

트럼프의 관세유예조치에 다소 안정을 찾는 듯 싶던 금융시장은 중국과의 관세전쟁이 본격화됐음을 인지하고 다시 혼란에 빠졌다. 중국과의 관세전쟁 여파가 어디까지 전개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90일 후에 트럼프가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 관세를 어떻게 가져갈지도 미지수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계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자유무역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자산이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서울 아파트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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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망상'에 이어 윤석열의 '대선 망상'이 시작됐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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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5/04/12 11:32
  • 수정일
    2025/04/12 11:32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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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열 칼럼] '망상 시즌 2' 시작

윤석열은 권력이 무너진 자리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망상에 의한 계엄이 실패한 후, 그는 다시 새로운 정치를 꿈꾸고 있다. 패잔병의 정치가 시작됐다. 그래서 여기에 또 다른 망상 하나가 추가된다.

 

망상 시즌 1.

 

윤석열은 서류 속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 평생 검사로 살아온 그는 이미 발생한 범죄를 서류로 정리하고 증언을 수집하고, 논리를 꿰맞추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가 '기소해'라고 하면 기소하는 일사불란함, 그리고 범죄자의 유죄를 입증했을 때의 그 짜릿함을 윤석열은 잊지 못했다.

윤석열은 검찰 조직을 국가 통치의 모델로 삼았다. 그 외의 세계에는 무지했다. 명령과 복종, 보고와 결재, 서류와 기록의 질서. 윤석열에게 국가는 그 질서를 확장한 거대한 사무실이었고, 통치는 그 조직을 단속하는 일이었다. 명령하면 움직이는 구조에 길들어 있었고, 그 질서를 세계의 본질로 착각했다. 그의 세계에선 공소장이 곧 권력이고, 사건의 통제는 법률적 문장으로 완성돼 왔다.

 

하지만 계엄은 범죄를 실행하는 일이었다. 이미 발생한 사건의 조각을 수집하는 게 아니고, 조각을 맞춰 이행해야 하는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 해보지 않은 일을 개척하는 일이다. 군대는 검찰의 상명하복, 일사불란과는 다르게 움직인다.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은 자신이 거느렸던 수하 검사들처럼 군인들도 명령에 맞춰 임무를 딱딱 실행할 줄 알았다.

 

 

윤석열은 군대에 다녀오지 않았다. 그는 군인들이 평시에 전투식량과 통조림을 먹는다고 생각했다. 군 시스템에 무지한 그는 검찰의 지휘 체계를 군대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검찰 조직의 습성을 군대에 그대로 투영했다. '기소해' 하면 기소하던 그 마법같은 일이 계엄 상황에서 군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실로 거대한 망상이었다. 진짜 세계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군인은 검사가 아니고 시민은 수사관이 아니다. 언론은 보고서를 제출하는 기관이 아니고, 정치는 누군가를 단죄하는 것이 아니다.

 

계엄은 예외상태의 선언이다. 윤석열은 그 예외 상태를 검찰의 질서로 통제하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맞닥뜨린 세계는 서류 너머에 있었다. 그는 그 너머를 알지 못했다. 그는 미지의 세계를 통제하려 했고 그 무지는 자기 파괴로 귀결됐다.

 

망상 시즌 2.

 

첫 번째 망상에 실패한 윤석열은 두 번째 망상을 꿈꾼다.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 자는 실패도 이해하지 못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윤석열의 측근, 이완규를 헌법재판관에 지명했다. 헌재에 의해 파면된 자가, 그 헌재에 그림자를 이식하고 있다. 헌법의 심판을 받은 자가 헌법을 모욕하려고 하는 불쾌한 장면이다. 그는 최악의 방식으로 공화국에 복수하는 꿈을 꾸고 있다. 친윤계는 그 한덕수를 '대선 주자'로 키우려는 망상에 빠졌다. 참고로 한덕수의 대선 지지율은 11일자 한국갤럽 기준 2%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그는 대통령 관저에서 여전히 정치인들을 만난다. 나경원, 윤상현, 전한길 등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을 만나 말을 흘리고, 건재를 과시하려 한다.

 

윤석열을 만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그가 "사람을 쓸때 가장 중요시 볼 것은 충성심이라는 것을 명심하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배신에 깊이 상처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는 해석이 따랐다. "헌법재판소 판결도 막판에 뒤집어 진 것으로 생각하시고 매우 상심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윤석열 1호 대변인이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분은 뭐든지 낙관적이다. 전망을 낙관적으로 하는데 근거는 없다. 뭔가 준비를 잘해서 낙관적인 건 아니다. 다만 그게 이제 끝나고 나면 평가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한다"며 "엑스포 문제라든가 뭐 대왕고래 문제라든가 의대 정원 문제라든가 이런 정책들도 굉장히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했는데 평가할 땐 주변 사람들한테 책임을 돌리는 그런 캐릭터"라고 한다.

 

지금도 그렇다. 그는 헌재의 탄핵 인용도 예상하지 못하고 낙관론에 빠져 있었다. 탄핵되자 '불충한 사람들'의 '배신'을 토로하고 있다. '배신자 프레임'은 그의 유일한 무기다. 박근혜가 유승민에게 굴레를 씌운 것을 윤석열은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그는 의욕적이다. 계엄령에 군대를 동원할 때처럼, 그는 국민의힘이 자신의 손발이 되어 대선을 치룰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찰 조직처럼 국민의힘도 자기 명에 딱딱 움직이리라 믿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을 찾아온 국민의힘 사람들에게 "대선에 승리하시라"고 말하는 것도 덕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는 정말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해 자신을 사면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된 그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권력을 잃은 윤석열에게 정치는 망상의 연장이다. 권력은 기억보다 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곧 현실을 마주할 것지만, 그 현실을 부정할 것이다. 기억을 지우고, 현실을 왜곡하며, 끝내 자신을 신화로 포장하려 할 것이다. 내란은 종식되지 않았다.

 

인용된 여론조사 개요. 한국갤럽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5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은 14.9%.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국군의날 시가행진 중 세종대왕상 앞 관람 무대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 2024.10.1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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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69%, ‘윤석열 파면은 잘된 판결’ [한국갤럽]

기자명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04.11 10:46
  •  
  •  수정 2025.04.11 12:28
  •  
  •  댓글 0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한 데 대해, 국민 10명 중 7명이 ‘잘된 판결’이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8~10일 전국 유권자 1,005명에게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물은 결과 69%가 ‘잘된 판결’, 25%가 ‘잘못된 판결’이라고 답했다. 7%는 의견을 유보했다.

[자료출처-한국갤럽]
[자료출처-한국갤럽]

모든 지역, 그리고 7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잘된 판결’이라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성향별로 ‘보수’(295명)에서는 39%가 ‘잘된 판결’이라고 응답했다. “헌재 선고 직전인 지난주 보수층에서의 탄핵 찬반이 22%:74%였던 것을 고려하면, 그들 중 일부는 선고 결과를 수용한 것”이라고 [한국갤럽]이 풀이했다.

‘진보’(254명) 96%, ‘중도’(341명) 80%가 ‘잘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 탄핵 심판 관련 6개 기관에 대한 신뢰 여부를 물은 결과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는 61%가 ‘신뢰한다’, 31%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51%:38%, 경찰 47%:40%, 법원 46%:4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32%:55%, 검찰 25%:63%로 나타났다.

오는 6월 3일 선출될 ‘21대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경제 회복/활성화’(48%)가 꼽혔다. 

‘국민 통합/갈등 해소’(13%), ‘민생 문제 해결/생활 안정’(9%), ‘계엄 세력 척결’(8%), ‘외교/국제관계’(7%), ‘검찰 개혁’, ‘국가 안정화’(이상 6%), ‘정치 개혁/여야 협치’, ‘저출생 대책’(이상 5%) 등의 응답이 나왔다.

[한국갤럽]은 “‘경제 회복/활성화’는 전 연령대(50대 63%; 20대 25%)에서 가장 많이 언급됐고, ‘국민 통합’은 상대적으로 남성, ‘민생/생활 안정’은 여성이 더 바랐다”고 분석했다. ‘저출생 대책’은 20대, ‘계엄 세력 척결’과 ‘검찰 개혁’은 40·50대에서 두드러졌다.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의거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3.1%p(95% 신뢰수준), 응답률은 14.9%(총통화 6,724명 중 1,005명 응답 완료). 더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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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광장에 모인 시민들 “‘내란 세력’ 한덕수, 아무 것도 못하게 해야”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긴급행동 “윤석열 재구속”·“한덕수 탄핵” 촉구

11일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광화문 인근에서 진행한 '내란종식 긴급행동'에서 양경수 민주노총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영상 캡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 이후 다시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고 외쳤다. 시민들은 내란 청산을 위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탄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1일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광화문 인근에서 '내란종식 긴급행동'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모인 시민들은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과 한 권한대행에 대한 처벌 등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재구속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내란내괴 윤석열을 구속하라", "내란 알박기 한덕수를 처벌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한 권한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 등 2명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상행동 공동의장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 권한대행은 아주 노골적으로 윤석열 놀음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한 권한대행이 윤석열의 종범이라 생각했지만, 한덕수든 최상목이든 언제든지 내란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한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지명은 헌법재판소를 장악하려는 시도이고,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절대 용납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란을 재시도하고 지속하려는 한 권한대행을 주권자의 이름으로 파면하자"면서 국회를 향해 한 권한대행을 탄핵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그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라. 이것이 주권자들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이 관저에서 나가던 것을 두고서도 "(윤 전 대통령이) 얼굴에 웃음을 띠고 내란 추종자들을 하나하나 손잡고 안아주는 모습아 분노스러웠다"면서 "윤석열이 관저에서 나오는 건 옳으나 가야 할 곳은 틀렸다. 서초동 사저가 아니라 감옥이어야 했다"고 재구속을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최석훈 변호사도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지명에 대해 "명백한 월권이자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내란 공범이 또 다른 내란 공범을 헌법재판관으로 앉히는 권한 남용"이라고 꼬집었다.

최 변호사는 "헌법재판관에 대한 대통령의 지명권은 시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에게 부여된 고유한 권한"이라며 "권한대행은 당연히 대통령이 아니다.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권자 시민의 뜻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반헌법적 지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서는 "윤석열의 안가 회동에 참여하고 국회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안 해도 된다는 유권 해석으로 헌법 파괴에 동조한 자"라며 "헌법에 대한 학식은커녕 헌법을 파괴하려 하는 자에게 어떻게 헌법재판관을 맡길 수 있느냐. 내란범에게 헌법을 맡기자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반문했다.

한 권한대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자격도 없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혜진 '평화넘어' 활동가는 "트럼프는 조선업, 미국산 LNG 대규모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 그리고 방위비까지 인상하자고 하면서 미국의 요구 사항을 그대로 들이밀었다"면서 "그런데 한 권한대행은 그것을 용인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슨 자격으로 한 권한대행이 그런 결정을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강 활동가는 "한 권한대행은 한미동맹이 더 강화되길 바란다면서 미국의 동맹강탈에 맞설 생각도 없이 협상 전에 주저앉아서 우리 주권을 갖다 바쳤다"고 강조했다.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아...사회의 '윤석열들' 척결해야"

윤 전 대통령 파면 뒤에도 내란 세력 척결을 위해 시민들이 계속 광장에 모여 행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발언에 나선 시민 백휘선 씨는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를 언급하면서 "그땐 세상이 저절로 좋아지는 줄 알았지만, 이상하게 세상은 여전히 살기 힘들었다"며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친일 잔재, 극우혐오 세력들의 존재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저절로 좋아지는 세상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더 이상 극우혐오세력들이 우리의 역사를, 현재를, 미래를 어지럽히도록 목도하지 말자"며 동참을 호소했다.

페미니즘 활동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영은 씨는 "아직 우리 사회에 윤석열들이 가득하다"면서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싸움은 윤석열들이 지키려는 기득권을 깨고 시민이 주인되는 사회를 만드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영은 씨는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말한 윤석열 한명을 파면하는 것으로 성차별은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윤석열을 만든 혐오 차별 정치는 언제든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윤석열들이 사라지는 투쟁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 페미니스트의 이름으로 윤석열들을 아웃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전진한 비상행동 의료안전팀장은 "한 권한대행은 우리에게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있다"며 "저들은 끝까지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윤석열 한명만 대통령직에서 제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 팀장은 "구속되지 않은 윤 전 대통령이 극우를 선동하고 '윤어게인'이란 역겨운 말로 거리에서 기세를 다시 모으고 있다"며 "내란 공범들이 앞으로 두달은 나라 운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제는 지켜만 봐선 안된다. 선거만 믿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끝까지 싸워서 윤석열을 구속하고 처벌해야 되고, 내란 쿠데타 잔당들을 척결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집회 후 한 권한대행이 있는 국무총리 공관을 거쳐 종각과 을지로, 명동까지 한 권한대행의 탄핵과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을 촉구하는 행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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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뒤통수에…뿔난 시민단체 "국힘당 해산하라"

김민주 기자

minju@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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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5.04.10 19:20

  • 수정 2025.04.1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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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행동 '내란 정당 국힘당을 해체하자' 기자회견

"국힘은 대선에 나올 원천적 자격도 없는 사람들"

"국힘당 해산 운동하고 이완규 사퇴시켜야 한다"

법사위에서 사퇴 요구에도…"참고하겠다"고만

통진당 해산 판례로 보면 국힘당 해산 충분히 가능

촛불행동은 10일 오후 1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내란 정당 범죄 소굴 국힘당을 해체하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5.04.10. 촛불행동

“한덕수가 내란 주모자 이완규를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한 것은 헌재를 내란 정당 아래에 두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가의 미래가 아니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나라의 자산을 털어먹는 도둑이다. 국민의힘을 해체하고 정계에서 퇴출시켜야 바른 나라로 살아갈 수 있다.”

시민단체들이 10일 “국민의힘을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윤석열 내란의 동조자 혐의를 받는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하고 이 처장이 사퇴를 거부한 것에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1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내란 정당 범죄 소굴 국힘당을 해체하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의힘 해산은 새삼스러운 주장이 아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꾸준히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옹호했고 극우세력을 동원했다. 또 윤석열 체포를 시도할 때 체포를 막겠다고 대통령 관저에 모이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자행했다.

국민의힘 해산 필요성에 다시 불을 붙인 주범은 한덕수 권한대행이다. ‘무리수처럼 보이는 노림수’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재 재판관으로 임명했다. 이 처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 '안가 회동'을 가진 인물이다. 이 일로 인해 '내란 핵심 피의자'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으며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수사 대상이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국힘당은 명백한 내란 정당이며 내란수괴 윤석열은 국힘당의 후보로 대통령이 된 것"이라며 "한덕수가 내란 주모자 이완규를 헌재 재판관으로 임명한 것은 헌재를 내란 정당 아래에 두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국가의 미래가 아니라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나라의 자산을 털어먹는 도둑놈"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을 배출한 당이면서 사과도 하지 않고 대통령 선거에 나오겠다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김 대표는 "국민의힘이 대선에 나와서 뭘 하겠다는 거냐"며 "원천적으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해체해야 국민이 '내란성 증후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국민의힘이 여전히 활개치는 현실이라 국민은 고통받고 있다"며 "그 중심에 한덕수와 최상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람을 몰아내고 청산해야 한다"며 "'국민의힘 내란 정당 해산 운동'을 해야 하고 헌재 재판관에 임명된 이완규를 사퇴시켜야 한다"고 규탄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완규 법제처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4.9. 연합뉴스

촛불행동은 국민의힘 해체 기자회견을 내일까지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도 전국 지역 시도당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해산은 가능한 것일까. 헌법 제8조 제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2014년 이 헌법 조항에 근거해 해산됐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이 북한의 지도 이념을 추종했다고 판단해 정당 해산을 결정했다. 실제로 계획한 사항은 없지만 민주적 기본 질서에 해악을 끼쳤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사례를 보면 국민의힘이 해산될 사유는 차고 넘친다. 국민의힘 1호 당원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으로 군사 반란을 명확히 실현하려고 했고, 국민의힘은 윤석열의 내란을 옹호했다.

경찰 출신인 이지은 변호사(민주당 마포갑 지역위원장)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정당을 해산시키려면 '정당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해야 한다"며 "정당해산심판은 정부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정당해산심판은 정부만 할 수 있는 것이니 국민의힘 정부에선 할 수 없다"며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국힘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헌정당으로 인정되면 해당 정당은 해산되고 소속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는 것"이라고 했다.

법적으로는 국민의힘 해산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통합진보당이 해체된 논리를 그대로 가져오면 국힘당 해체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국민의힘은 100명이 넘는 의원을 가지고 있어 현실적으로 (해체가)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들은 헌재 재판관으로 부적합한 이완규 처장에게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9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 처장은) 내란수괴 윤석열의 변호사도 했으니 내란 동조 세력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본인이 피의자이고 내란 동조자면 한 대행이 헌재 재판관을 제시했어도 사양해야 맞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처장은 "참고하겠다"며 사실상 사퇴를 거절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이 처장은 40년지기 친구 윤석열의 법률대리인을 했고 윤석열 정부의 법제를 보좌했는데 (윤석열이) 내란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본인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거나 헌재 재판관 지명에 대해 고사할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서도 이 처장은 "개인적인 질문은 견디기 힘들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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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1만 명…'딥페이크' 227% 늘었다

피해자 92.6% 10·20대…딥페이크 피해 96.6% 여성

지난해 중앙 디지털 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중앙디성센터)로부터 피해 영상물 삭제 등의 지원을 받은 피해자가 중앙디성센터 출범 이래 처음으로 1만명을 넘겼다. 딥페이크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합성·편집 피해지원은 전년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통계를 담은 '2024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디성센터에서 상담, 삭제 지원, 수사·법률·의료지원 연계 등의 지원을 받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수는 1만305명으로 전년(8983명) 대비 14.7% 증가했다. 피해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선 것은 2018년 중앙디성센터 출범 이래 처음이다.

피해 영상물 삭제 지원 건수도 지난해 24만5000여 건에서 30만여 건으로 22.3% 늘어 처음으로 3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25.9%는 성명이나 연령, 주소 등 개인정보가 함께 유출됐다.

 

피해자 가운데 여성은 72.1%, 남성은 27.9%로, 여성이 많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50.9%로 절반을 넘겼으며, 10대(27.8%), 30대(12.9%), 40대(4.4%), 50대(2.5%), 10대 미만(0.1%) 등이 뒤를 이었다.

 

 

중앙디성센터에 접수된 피해지원 신청(1만6833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유포불안'이 25.9%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불법 촬영(24.9%), 유포(17.2%), 유포협박(13.3%), 딥페이크와 같은 합성·편집(8.2%) 등이 뒤를 이었다.

 

여가부는 "디지털 성범죄는 물리적 성폭력과 달리 피해 발생 이전에도 심각한 심리적 불안을 초래하는 특징이 있다"며 "특히 불법촬영, 딥페이크 등은 피해자가 즉시 인지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유포 불안을 심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피해 유형별 비중은 전년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으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합성·편집 피해의 경우 1384건으로 전년(423건) 대비 227.2%나 급증했다.

 

특히 합성·편집 피해의 경우 10대, 20대 피해건수가 92.6%로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피해자 96.6%가 여성으로 주로 여성의 얼굴과 신체 이미지가 딥페이크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었다.

 

피해자-가해자 관계 중 일시적 관계는 감소한 반면 모르는 사람과 관계 미상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가부는 "딥페이크 성범죄물 유포가 증가하면서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례가 늘어나고, 수많은 사용자에 의해 가공, 재유포되면서 최초 유포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플랫폼별 삭제 지원 건수는 성인사이트가 43.0%로 가장 많았고, 검색엔진(39.0%), SNS(10.7%), 클라우드(3.3%) 순이었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은 "앞으로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선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대응방안을 끊임없이 강구해 피해자 보호, 지원에 주도적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6일 오전 서울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앞에 딥페이크 예방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날 정부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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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에게 죽비가 된 '응원봉 연대'의 실체

[우리는 우리가 놀랍지 않다④] '전국 응원봉 연대' 기수 김지연씨

사회 이슬기(seulgi)

25.04.11 06:53최종 업데이트 25.04.11 06:53

"'광장에 선 여자'가 디폴트값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질문은 '왜 여자는 광장에 서는가'를 넘어서 '왜 여자는 정치적인가'라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책 <다시 만날 세계에서> 중) 책임지지 못할 저런 말을 써놓고, 자주 저 뜻을 머릿속으로 굴려 봤다. 세상이 광장에 나온 2030 여자들에 놀라고 기특해할 때, 나는 '우리는 우리가 놀랍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세상이 몰랐던(혹은 자주 잊었던), 이 '정치적인' 여자들의 기원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 광장을 바꾼 여자들을 만나 들은 말들을 싣는다.[기자말]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 직후 서울 안국역 앞 거리에서 촬영한 '전국 응원봉 연대' 깃발과 응원봉들.김지연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을 선고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부근 안국동네거리에서 탄핵심판 생중계를 지켜본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천막농성을 벌였던 광화문앞까지 축하행진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행진 때 '응원봉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라는 현수막을 들었다. (사진 오른쪽)권우성

'응원봉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

지난 4일 윤석열 파면 직후 민주노총이 거리 행진을 위해 꺼내 든 현수막의 문구다. 1987년 6월항쟁에 '넥타이 부대'가 있다면 2008년의 촛불집회는 '촛불소녀'와 '유모차 부대'가 있었다는 분석처럼(<경향신문>, '고비마다 촛불 이끈 아마조네스 부대', 2008/7/9), 윤석열 탄핵 광장에는 '응원봉 부대'가 있었다.

K-팝 팬덤을 상징하는 도구인 응원봉은 빛나는 발광력으로, 늘 광장에 나왔으되 주목을 덜 받았던 2030 여성들을 가시화하는 역할을 했다. 나중에는 광장에서 젠더노소(남녀노소)할 것 없이 '윤석열 탄핵'이 적힌 응원봉을 들고나왔다. 광장에 나부낀 깃발들과 함께, 여성들이 밀어 올린 시위 문화가 보편이 된 셈이다.

이같은 응원봉 문화의 한 켠에 '전국 응원봉 연대'가 있었다. 전국 응원봉 연대는 집회에 같이 갈 '동행'을 구하는 한 개인의 깃발과 X(구 트위터) 계정이었다. 그가 비상계엄 이후 첫 주말 집회에 앞서 트위터에 깃발 도안과 함께 올린 '12/7(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15시'는 조회수 231만 회에 '1만 알티'(RT·인용)를 타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개설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최대 인원인 1000명이 들어왔다.

2024년 12월 7일 '전국 응원봉 연대' 이름으로 국회 앞에 모여 '윤석열 탄핵'을 외친 케이팝 팬들.전국 응원봉 연대

전국 응원봉 연대의 기수이자 X 계정주, 김지연(28)씨를 지난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만났다.

-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97년생 김지연이라고 하고요. 야간 대학인 서울의 모 전문대학 문예창작과에서 전공심화 학부과정(전문대학에서 취득할 수 있는 4년제 학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대학을 중간에 자퇴했다가 재입학을 한 거라 취업을 좀 일찍한 편이었는데요. 고객센터에서 상담사로 계속 일하다 오늘(7일) 퇴사했는데, 아마 계속 같은 업종으로 갈 거 같아요. 제 정체성 중 하나를 콜센터 노동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윤석열 파면 선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으셨어요?

"당일에 저도 헌재 앞에 깃발 들고 갔고요. 마음이 뭔가 얼떨떨하더라고요. 파면 선고 후에 노래(데이식스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나왔는데, 원래 노래가 나오면 깃발을 늘 이렇게 흔들거든요. 근데 동행해 주신 저희 전국 응원봉 연대 광주지부 기수님이 깃발을 안 흔드시고 우시는 거예요. 그분을 보니까 저도 '엉엉' 이래가지고… 동행한 또 다른 응원봉 지부 두 분이랑 옆에 계시던 모르는 할머니, 또 다른 시민분과 이렇게 어울려서(?) 다같이 엉엉…"

- 왜 눈물이 났을까요?

"해방감, 성취로 인한 자기 효능감 때문인 거 같아요. 말하면서 또 눈물 나려고 하는데… 하프나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해서 딱 끝 라인을 통과하는 느낌… 다른 분들도 '마치 주마등처럼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지나갔다', '울음이 막 났다'고 하시더라고요."

- 원래 회사 출근 해야하는 시각 아니었어요?

"연차를 냈죠."

"내가 여성들을 초대하자"

전국 응원봉 연대는 광장에 처음 등장한 조직이 아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광장에 처음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걸 2024년의 광장에서 되살린 것은 지연씨였다. 박근혜 탄핵 광장 당시, 대입 재수생이었던 지연씨는 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신문 1면에 등장한 또래 여성들 사진을 보며 그는 부채감을 느꼈다.

"여대 다니던 친구들이 많아서, 이화여대 시위(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설립 반대 투쟁)나 박근혜 퇴진 집회에 나간 애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동덕여대 공학 전환 사태 때부터 기시감, 데자뷰 같은 게 느껴지면서 이화여대와 겹쳐 보이는 게 많았어요."

동덕여대에 연대할 방법을 고민하다 맞은 계엄 사태는 '무언가 역사가 쓰이고 있다'는 자각과 함께 깃발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깃발은 그의 여러 정체성 가운데 사람들이 동질감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메이저리티'(다수)한, 다수를 포괄할 만한 정체성에 입각해 만들어졌다.

"제가 그때 한창 의식하고 있던 여성 의제와 트위터에서 활동해 왔던 것들을 담을 수 있는 게 '응원봉'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제 응원봉을 들고 나가고 싶었고요. 2016년에 만들어졌던 '전국 응원봉 연대'의 트위터 계정이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내가 오마주해서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2D(만화, 애니메이션, 웹소설 등), 3D(K팝 아이돌 등 현실 속 연예인), 버추얼(가상)을 모두 망라한 응원봉의 연대 깃발이 탄생했다. 이전 깃발에 있던 'JUST LET ME DUKJIL'은 'let us cry only for ticketing'으로 바뀌었다.

전국 응원봉 연대는 오프라인 광장에 나서기 전부터, 온라인 광장에서 먼저 '흥했다'. 모일 장소와 시각을 알린 지연씨의 첫 글은, 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2차 가해자(피해자 실명을 SNS에 공개했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인 김민웅씨가 상임대표인 촛불행동에 대항한 행동이었다.

"당시 '응원봉 들고 가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촛불행동에서 '얼마든지 들고 오시면 된다'고 메시지를 남긴 게 한창 알티를 타려고 하고 있었어요. 그걸 보니까 배알이 꼴리는 거예요. 저는 박원순(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그것과 관련해서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거든요. 저를 존중해 주지 않는 초대자가 있는 곳에 객체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차라리 '내가 여성들을 초대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지난해 12월 7일, 2024년 버전 '전국 응원봉 연대'는 처음 광장에 등장했다. 막상 약속 장소인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로 가기 전 여의도 공원 인근에서 깃발은 이에 화답하는 어마어마한 인파에 휩싸였다. 처음 함께 동행을 구했던, 오픈채팅방을 개설한 이인 '방장'을 찾을 새가 없을 정도였다.

"처음엔 방장님이 마중을 나오신 줄 알았어요. 너무 많은 분들이 나와서 '응원봉을 들고 왔다'고 환호를 해주시더라고요. 인파가 너무 많아 길이 막혀서 결국 '여기 있겠습니다' 하고 밤이 돼서 행진할 때까지 거기 있게 됐어요."

'전국 응원봉 연대' 깃발 도안김지연

'휀걸'들에게 정치는 이미 익숙하다

지연씨는 광장에 줄곧 깃발과 응원봉을 같이 들고 다닌다. 샤이니의 '샤팅스타', 뉴진스의 '빙키봉'이다. 샤이니는 2009년 '링딩동'과 '조조'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 뉴진스는 '입덕 부정기'(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시기)를 거친 끝에 지난해 자신도 모르는 새 멤버 해린의 생일을 리디(콘텐츠 플랫폼) 비밀번호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팬이 됐다.

그에게 응원봉은 "제 마음을 지켜주는 마음속 등불, 등불 같은 이정표"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광장에 들고 나온 한편으로, 어두운 밤길 밝히는 등불처럼 같은 응원봉을 든 사람들끼리는 서로 알아보고 위급한 상황에 나를 도와줄 거라 안심하는 매개로도 쓰인다는 말이었다.

지연씨는 광장에서 응원봉이 주류가 된 것을 두고, K-팝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일로 본다.

"K-팝 역사가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만큼 많이들 좋아하고 세대가 누적되면서 K-팝을 즐기는 인구수도 커졌다… BTS가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하면서 이제 블랙핑크가 빌보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전혀 놀랍지 않잖아요, '2030'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광장에 가면 '4050' 여성분들도 많이 계시고요."

또 한 가지, '휀걸(fangirl-누군가의 팬인 여자)'들은 이미 정치에 익숙하다. 지연씨는 연예기획사를 상대로 저항과 타협의 정치를 계속해 온 팬덤의 역사를 얘기했다. 그는 아이돌 소속사를 일종의 '정부'라고 불렀다. 내 가수를 키우고 매니징하는 사측인 동시에 팬들의 소비자적 권리나 인권 또는 가수의 노동권 침해 등에 맞서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아이돌 팬들은 부당한 소속사의 처신에 대항해 작성, 트럭 시위, 불매 운동 등을 자주 진행해 왔다.

"저는 엔터사와 케이팝 팬과의 묘한 관계가, 마치 국가가 여성을 대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그들이 내놓는 아티스트를 동경하며 따라다니는 팬이자, 어떻게 보면 소비자이면서 고객이잖아요. 근데 저희는 자주 갑질을 당해요. 경호원에 폭행·성추행을 당하거나, 팬 미팅에서 성추행에 가까운 속옷 검사를 당하기도 하고요. 그런 걸 당하고 싶지 않아서 늘 싸워요."

"아이돌 홈마 계정을 운영하는 감각으로 했어요"

2024년 12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윤석열 탄핵 집회 당시 어둠 속에서 빛나던 샤팅스타(왼쪽·샤이니 응원봉)와 빙키봉(뉴진스 응원봉).김지연

'윤석열 탄핵'이라는 명료한 목표 아래, 자신이 가진 것 중 가장 '메이저'한 정체성을 앞세우고, 부단히 가시성을 고민하며, 행정력을 풀 가동해 일을 추진하고 진행시킨다는 점에서 지연씨는 광장에서 눈에 띄는 '정치적' 인물이다. 그는 '전국 응원봉 연대'의 계정주이자 기수로 여러 일을 도모했다. 지역과의 연대를 위해 깃발 도안을 제공했고, 그렇게 서울지부, 전라-광주지부, 상주-대구지부, 대전세종충청지회가 탄생했다. 광장에서 만난 기수들에게 '전국 깃발 여행'을 제안해 지난 3월 22일 대전 집회에 다녀오기도 했다. 깃발이 닿지 못하는 곳에 대해서는, 광장의 스티커를 나눔해 발송하는 프로젝트를 꾸렸다.

"'서울의 집회가 깃발들 덕에 주목을 받았지만, 지역 집회는 그로 인해서 더 주목도가 낮아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 집회의 화려함에 넘어가서, 트위터의 빠른 소식과 네트워크 조직으로도 지역 집회 소식을 접하기가 굉장히 힘든 거예요. 반면 저는 지부 깃발들로 인해서 지역 소식을 꾸준히 접했던 거고요. 유명한 깃발이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내려온다'는 상징성이 굉장히 클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연씨는 일본 배구 만화 '하이큐'와 웹소설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의 팬픽 같은 2차 창작을 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2차 창작물의 앤솔러지(합본)에 원고를 게재하거나, 합동지를 같이 만들 인원을 구해서 기획·발간하기도 했다. 광장에 나선 경험은 윤석열 탄핵 국면이 처음이지만,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갔던 동인 행사(일본 만화,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오프라인 행사)를 '인생 첫 집회'로 여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집회의 사전적 정의 '여러 사람이 어떤 목적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모임'을 생각하면 틀린 말도 아니다.

"'왜 이렇게 일이 커진 것 같지?'라고 물었을 때 제 지인들이 지적하기를, 제가 스무 살 때부터 활동해 온 동인 행사나, 책 앤솔로지 등을 기획했던 것, 콜센터 상담사로 살면서 공적 언어를 사용했던 게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마치 실존하는, 정말 '있는 단체'처럼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의 허상, 거짓된 리더십을 보고 그렇게 주목을 받았다…(웃음) 저는 딱 그 정도로 아이돌 홈마(자신이 찍은 연예인 사진·영상 등을 올리는 팬 계정을 관리하는 사람) 계정, 앤솔로지 계정을 운영하는 감각으로 그걸 했어요."

아름다운 이별

향후 스티커 나눔과 광주와 대구, 부산의 깃발 여행을 끝으로 전국 응원봉 연대의 활동도 막을 내릴 예정이다. 그는 탄핵 광장에서의 여정을 '아름다운 이별'로서 박제하는 하나의 작품처럼 마무리 짓고 싶어했다.

"깃발 들고 나간다 하니까 처음에 저희 부모님도 많이 걱정하셨거든요. 그때 부모님한테 했던 말이 '이런 건 창피한 게 아니다, 내 주변 사람들을 지키러 나가는 거다'였어요. 주변 지인들 중에 자기는 (광장에) 나가지 못한다는 얘길 하면서 '너 되게 대단하다'며 죄책감을 털어놓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저도 1월부터는 광장에 잘 못 나갔는데, 저는 온라인도 커다란 광장이라고 보거든요. 온라인 광장에서 그 의제에 관심을 가져준 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다, 이 기사를 읽는 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우리가놀랍지않다 #전국응원봉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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