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고 있다. 탄핵심판이 인용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11시 22분 파면되었다.사진공동취재단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마침내, 이 당연한 말이 판결문에 실리기까지, 122일의 시간이 흘렀다. 지루하게 선고를 미루던 헌법재판소는 단호하고 분명한 어조의 전원일치 판결로 체면을 지켰다.
상식과 법의 테두리를 훌쩍 벗어난 행동이 어이없는 왜곡과 조작으로 부인될 때, 불법과 폭력의 정당성을 떳떳하게 옹호하며 나라를 여기저기 쪼개고 다닐 때, 기만과 거짓이 마치 의견의 차이인 것처럼 포장되어 펼쳐질 때 스멀스멀 올라왔던 초조함과 불안함은, 이제 1차 마침표를 찍었다.
마침내, 드디어! 상식이 승리했다. 거짓과 기만이 패배했다!
국민의힘이 벌인 가장 큰 패악
내란 세력과 단호한 결별에 실패한, 아니 내란의 배에 기꺼이 올라탄 국민의힘은 이제 난파선이 됐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사과했지만, 만시지탄이다. 위헌적이며 불법적인 윤석열의 행동을 자제시키고 정국을 수습하는 대신, 그동안 일관되게 퇴행적 행태를 벌여 왔던 극우의 힘을 빌려 정권 연장을 꾀했다.
덕분에 극우의 힘은 비약적으로 팽창했지만, 보수의 목소리는 초토화됐다. 그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극우 집단에 온전히 쏟아 넣고, 한국 보수의 종말을 택한 꼴이 됐다. 최근 보궐선거에서 보듯, 극우에 자리를 내준 보수는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전원일치의 헌재 판결은 그들의 몽상과 권력에 대한 미련을 산산 조각냈다.
국민의힘이 벌인 가장 큰 패악은 합리적 보수가 종말을 향해 달리더라도 극우는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줬다는 점이다. 어떤 논리와 과학적 검증, 공통의 상식적 기반도 죄다 허물어 버리고, 극단적 행동주의 극우 진영에 적개심에 가득 찬 감정만 불어 넣은 결과는, 전원일치의 헌재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고립된 세계관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산불마저 간첩의 난동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자신감과 정당성을 불어넣어 준 국민의힘 탓에 이들은 소규모라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약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12월 3일의 밤 이후 국민의힘이 보여준 전략적 선택의 결과는, 자신을 희생하며 극우에게 정치적 시민권, 제도 권력으로의 접근권을 부여한 셈이다.
세 가지 과제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을 선고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부근에서 광화문앞까지 축하행진을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권우성
122일 간의 지루한 대치가 헌재 판결로 1차 마침표를 찍었지만, 이 국면이 온전히 정리된 것은 결코 아니다. 세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무엇보다 내란 정국의 엄정한 수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분명히 하자. 12월 3일 벌어진 일들은 이제 해석의 차이나 입장, 의견 차이의 문제가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헌법재판관마저 그날의 행위가 명백한 불법이자 위헌이라고 결론지었다.
위헌은 맞지만 정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올까 봐,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하며 해석의 여지가 없게 규정했다.
확립된 기준에 따라 다시는 이런 일이 재현되지 않도록, 원칙에 따라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 이제 감정을 걷어 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차분하게, 차근차근 내란 세력의 완전한 정리 과정을 밟아야 한다.
둘째, 이미 낡을 대로 낡아버린 87년 체제는 마지막 체면을 챙겼지만, 이 체제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조기 대선은 새로운 체제에 대한 비전 경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는 이 체제를 만든 한 축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각종 여론조사와 정국 구도는 민주당의 차기 집권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을 지지한 최대 40% 정도의 여론이 온전히 극우적 망상에 포위된 결과만은 아니다. 표출된 불만이 아니라 근원적 불만의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 민주당이 일조하거나 주도한 거대한 불평등과 각자도생, 계층 이동의 단절이 만들어 낸 누적된 불만은 다양한 계기를 타고 지속적으로 폭발해 왔다.
만일 민주당이 내란 세력에 대한 반감을 등에 업고 정권 획득에만 집중한다면, 집권은 가능할지 몰라도 열망이 절망이 되는, 사회적 불만이 극우적 행태로 폭발한 경향의 반복을 막을 수 없다. 민주당만이 아니라 야권 모두가, 합리적 보수가 새로운 체제의 구성을 위해 경쟁할 수 있는 대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지루한 대치의 결과가 25년체제의 구성이 아니라 87년체제의 연장으로 이어진다면, 내란의 밤은 다양한 모습으로 재현될 것이다.
셋째,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적 연대의 구축이 필요하다. 적대적 진영 논리에 기반해 형성된 사회적 연대는 각 진영의 최대 동원을 가능케 하지만, 문제의 근원을 치유할 수 없다. 내란의 편에 선 이들에 대한 조롱과 냉소로, 극우의 싹을 잘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불만의 근원을 찾아, 공동의 해법을 모색하는 새로운 연대를 구축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퇴행적인 적대 구조를 새로운 연대로 전환하는 빛의 혁명이 근원적 해결책이다. 공론을 형성할 수 있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장이 필요하다. 그것만이 누적된 불만을 먹고 사는 퇴행적 극우의 토양을 제거하는 길이다.
빛은 혁명은 이제 시작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날인 4일 새벽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부근 안국동네거리에서 전날 오후부터 열린 ‘윤석열 8대0 파면을 위한 끝장대회’에 참석한 시민 수천명이 밤샘농성을 벌였다.권우성
이렇듯 전원일치 파면 선고는 이 사태의 마침표가 아니라 하나의 계기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모두 이 결과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자칫 민주주의의 시계를 반세기 전으로 돌려놓을 뻔한 순간을 온몸으로 막아낸 이들, 생업을 뒤로 미루고 국회 앞으로, 광화문으로, 안국동으로 내달린 이들이 없었다면, 거짓과 기만이 상식을 지배하는 지옥도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더라도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눈보라를 뚫고 거리를 지켜준 이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은 전하고 가자.
심판의 날이 밝았다. 대한민국의 시대적 분기점이 될 순간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늘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근본이 뿌리째 흔들리는가, 아니면 더욱 단단해질 것인가를 가르는 역사적 결정이다.
오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짓밟은 세력에게 반드시 물어야 할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 응징으로써 다시는 그같은 민주주의와 헌법에 대한 폭거와 유린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탄핵은 단순히 망상에 빠진 어느 최고권력자 개인에 대한 심판이 아닌, 낡은 시대와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무엇보다도 이제 123일간의 '불면의 밤'을 끝내야 한다. 오늘 11시 헌법재판소의 결정, 그러나 그것은 헌재재판관 8인의 ‘결정’이라기보다는 이미 분명히 내려진 결정을 따르는 것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국가전복범이며 민주주의 파괴자인 윤석열을 단 하루라도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게 할 수는 없음은 이미 국민들의 총의에 의해 확정돼 있다. 헌법과 국민이 이미 결정한 것, 신탁처럼 주어진 그 주문을 이행하는 게 헌재가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이 주문 외에 다른 결정은 결코 있을 수 없다. 12·3 내란 우두머리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의 확정으로 헌법재판소는 오늘, 헌법과 국민 앞에서 자신의 책무를 증명해야 한다. 그것은 최대한이 아닌 최소한의 책무다. 6시간 만에 반헌법적 비상계엄령을 막아낸 시민들의 힘은 국회의 기민한 대응과 함께 첫 번째 승리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두 번째 승리를 만들어냈다. 이제 헌재는 시민들이 이뤄낸 그 승리를 최종 확정 지으라는 절대명령을 이행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PG). 연합뉴스
지난 넉 달간 대한민국은 마치 몇 개의 시대, 상반되는 시절을 동시에 사는 듯한 시간을 겪었다. 마치 서로 다른 두 도시의 풍경을 보는 듯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의 첫 문장처럼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었고,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으며,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극심한 혼란과 희미한 희망의 불빛이 뒤섞였다.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망과 낡은 독재의 유산의 그림자가 부딪치고 시민의 힘과 권력의 오만이 한 공간에서 충돌했다.
40여 년 전, 거리마다 군홧발 소리에 짓눌렸고, 시민들은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고통받았다. 그러나 2024년의 겨울, 장갑차를 맨몸으로 막아섰던 용감한 사람들이 있었다. 40년 전 무력 앞에 굴하지 않았던 이들의 정신과 용기는 오늘, 촛불과 응원봉을 든 시민들의 함성으로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민주주의는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님을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보여주고 있다. 오늘의 탄핵 선고가 단순한 법적 판단이 아닌 것은 무엇보다 지난 120일간의 그 광장의 열망과 함성이 기다려 온 순간이기 때문이다.
지난 역사가 그랬듯 한국 민주주의는 언제나 벼랑 끝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고 있다. 비상계엄의 밤, 국회의사당 담장을 넘던 의원들,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국회 앞을 지켰던 시민들. 그날 계엄의 밤처럼 대한민국의 역사는 늘 담장 위를 걷듯 위기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그리고 지금, 헌법재판소가 다시 그 선택을 해야 한다. 아니, 다시 말하지만 인용이냐 기각이냐의 선택이 아니다. 선택이 아닌 국민들의 명령을 받드는 것이다. 그 자신의 태생과 존재의 근거인 헌법이 가리키는 대로 가는 것일 뿐, 다른 길은 없다. 오늘 오전 헌재의 대심판정으로 들어가는 헌법재판관들은 헌법을 지키는 것이 곧 헌재 자신을 지키는 길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삶은 더 이상 '계엄의 오랏줄'에 묶여 있을 시간이 없다. 오늘의 결정은 비상계엄 쿠데타에 대한 처벌과 응징이자 지난 3년간의 윤석열 정권하에서 벌어진 온갖 퇴행의 청산의 시작이다. 그 무능 무지 무도와 파행 파탄 파국의 시간을 이제 단호히 끊어내고 다시 앞으로의 길을 열어야 한다. 오늘의 결정이 과거에 대한 심판이자 미래로의 문을 여는 순간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대한민국이 다시 군사독재의 유산 속으로 빠져들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인가. 대한민국 국민들과 함께 세계가 또한 우리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다. 후퇴하는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민국이 다시 희망의 이름, 새로운 전환의 신호가 될 수 있는지를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인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길에서 밤을 새운 건 처음이에요. 정말 힘드네요. 빨리 이 모든 일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입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2시간여 앞둔 4일 아침 9시, 한세영(24)씨는 서울 안국역 6번출구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연 철야집회에 참여해 밤을 지새웠다. 한씨는 “이렇게까지 많은 시민들이 고생할 정도로 나라가 기울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무대 위 다른 시민들의 발언을 듣는 매순간은 참 좋았다. 소수자 목소리, 몰랐던 사정들, 노동자들의 투쟁 등 광장에 없었다면 듣지 못했을 다양한 사람 이야기 듣는게 참 좋았다”고 했다.
전날부터 밤새 이어진 비상행동 철야집회에는 이날 아침에도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버틴 시민 2000여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자리를 지켰다. ‘다음역은 징역입니다’ ‘민주주의 네버다이’ ‘역사적 현장에 그만 있고 싶음’ 등 해학을 담은 손팻말을 쥔 채로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시민도,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시민도 있었다. 빵과 커피를 나누어 먹으며 12·3 내란사태부터 이어진 123일 광장의 기억을 이야기 나누는 시민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하모니카, 트럼펫, 플루트를 부르며 장애 인권을 이야기하는 노래 ‘열차 타는 사람들’을 따라 부르는 이들의 노랫 소리가 탄핵 심판 선고 당일 아침, 광장에 울려퍼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인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이날 헌재 앞 철야농성에는 전국 곳곳에서 온 시민들도 참여했다. 최미선(54)씨는 “어제 퇴근 뒤에 전남 끝 신안에서 왔다”며 “한 달에 한번 정도밖에 집회에 오지 못해 눈 맞고 비맞으며 광장에 서있는 시민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던 차에 오늘은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했다. 이어 “12월3일 시민들이 국회앞에 간 모습을 보면서 심장이 쿵쾅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국회에 나간 분들을 보면서 감사하고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고 전했다. 대전에서 온 노수환(58)씨는 “무조건 파면이다. 하나도 불안하지 않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 뒤 “다만 사태를 마무리한 뒤 오랜 시일이 걸릴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내란 사태의 광범위한 연루 범위, 123일 동안 깊어선고 시점이 다가오며 9시10분께 안국역 철야 농성장에 뉴스 생중계가 전해지기 시작했다. 다채로운 깃발과 색색깔 손팻말로 무장한 시민들은 밝은 표정으로 모여들며 탄핵 선고를 기다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교실에서 봐도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시행한 시·도교육청이 10곳이 됐다. 전국 17개 교육청의 절반이 넘는다.
교육부는 해당 교육청에 '탄핵심판 중계 시청 과정에서 교육의 중립성 등 법령을 위반하지 않게 관리하라'는 공문을 보냈는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탄핵심판 중계 시청 방해가 교육 중립성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광주·세종·부산·서울·인천·울산·경남·전남·전북·충남 등 10개 교육청이 오는 4일 오전 11시 예정인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 심판 생중계를 교육 과정에서 자율적으로 활용하라는 권고 공문을 각 학교에 보냈다. '민주적 의사결정과 헌법 기관의 기능을 이해하는 민주시민교육 과정으로 탄핵 심판 생중계를 활용하라'는 취지다.
각 교육청이 보낸 공문에는 생중계를 교육에 활용할 경우 교사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의 공문을 받은 10개 시·도의 학교들은 교과협의회 등을 거쳐 자율적으로 방송 시청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이 일자 교육부는 이날 오후 각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교육과정 운용 중에 실시되는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 심판 생중계 시청'이 교육기본법 제6조 교육의 중립성, 공직선거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하지 않도록 관리되어야 한다", "생중계 시청을 위해 학교 수업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적법한 학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등 내용을 학교에 안내하라고 알렸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에서 교육부의 공문을 "협박"으로 규정하고 "학교와 교실에서 학생들의 윤석열 탄핵심판 생중계 시청을 방해하고 민주적인 교사들의 정당한 민주시민 교육을 위축시키는 행위는 명백히 교육기본법 제6조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임을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교조는 또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 교육기본법 제2조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교육이념을 파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한다.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정국이 넉 달 만에 마무리되는 날이다. 4일 주요 아침신문은 모두 1면에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이날 일부 신문은 ‘분열’을 이유로 정치권과 국민 모두 어떤 결과든 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헌재의 명확한 전원일치 파면 선고만이 불안과 혼란을 끝낼 수 있다는 반박이 나온다.
헌법재판관들은 윤 대통령 탄핵 여부를 두고 지난 3일 두 차례 평의를 열어 결정문을 수정했다. 선고 직전인 4일 오전 9시30분에도 마지막 평의를 진행해 결정문과 선고문을 최종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질서 유지와 경호 문제를 고려해 선고기일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이 탄핵 인용을 결정하면 윤 대통령은 즉시 파면된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 파면된 대통령이 된다. 기각·각하 결정이 나오면 윤 대통령은 즉시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해 직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이날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탄핵 인용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1면 기사를 완성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탄핵 찬반 세력 모두의 승복이 필요하다는 <위대한 승복>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1면 머리기사로 배치했는데, 이처럼 조선일보, 국민일보, 서울신문 등은 양측 모두의 승복을 강조했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 1면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오늘, 헌법이 다시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운다>
한겨레 <윤석열 심판의 날, 헌재는 응답하라>
동아일보 <계엄 넉달만에, 오늘 오전 11시 尹 탄핵 선고>
조선일보 <오늘, 헌정 사상 3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중앙일보 <위대한 승복>
한국일보 <오늘 법치 회복의 날…‘심판의 문’이 열린다>
국민일보 <尹, 운명의 날 밝았다…남은 건 통합과 치유>
서울신문 <대한민국 운명의 날>
세계일보 <오늘 분열의 마침표 찍자>
1면 기사에서 경향신문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멈춰 있었던 고통스러운 시간, 그 시간이 다시 흐를지 ‘4월4일 오전 11시’ 결정된다”며 “무장한 계엄군을 맨몸으로 막은 시민, 추운 겨울밤 남태령을 함께 넘은 농민과 여성, 소수자, 평범한 직장인, 그리고 어린 학생들까지 전국의 모든 눈이 헌법재판소로 향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선고 당일을 어떻게 맞을지 고민하는 시민들과 탄핵 인용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한겨레도 1면에서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지난했던 시간을 돌아봤다. 한겨레는 “겨울과 봄을 아우른 긴 시간, 시민들은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한남동, 남태령과 전국 곳곳을 광장 삼아 ‘내란의 겨울을 끝내달라’고 외쳤다”며 “그 사이 어떤 이는 무대에 올라 지친 시민을 독려했고, 또 어떤 이는 그런 무대를 기록했다. 시민항쟁버스를 만들어 추위 대피소를 만들고, 엑스(X·옛 트위터)에 소식을 퍼 나르며 농민과의 연대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했다.
▲ 한겨레 1면 기사 갈무리.
선고 직전까지도 끝내 승복 의사를 밝히지 않은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몰린다. 경향신문은 기사 <계엄 사과·반성 안 한 윤석열…끝까지 ‘승복’ 메시지 없었다>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이 일으킨 12·3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 사회의 극단적 갈등과 분열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도 침묵을 지켰다”고 지적하며 “탄핵소추된 뒤에도 반성과 사과, 통합 대신 강성 지지층 호소에 집중해온 그간 행보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체포, 구속, 탄핵심판 과정 등에서 본인의 지지자들을 향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호소해왔다.
동아일보도 기사 <“승복 밝혀야” 목소리에도 끝내 침묵한 尹, 관저서 선고 지켜볼듯>에서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결정 이후 사회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통합을 위한 책임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끝내 침묵을 이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파면 뒤) 불복 의사를 밝히며 지지층을 결집하려 할 경우 폭력 시위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했다.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윤 대통령뿐 아니라 이재명 대표도 승복 선언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혼란한 정국에서 지도자들이 나서는 모습도 필요하지만 자칫 내란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과 현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을 희석하고 양비론을 통해 정치권 전체에 대한 책임론으로 만들 위험도 있다. 탄핵을 찬성 혹은 반대하는 국민을 향해 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신문도 있었다.
조선일보는 1면에서 “헌재 결정 선고를 하루 앞둔 3일에도 윤 대통령이나, 윤 대통령 탄핵 소추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에서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약속은 나오지 않았다”며 “‘헌재 결정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국민이 10명 중 4명이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헌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한국 사회가 탄핵 찬반으로 나뉘어 분열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1면에 배치한 사설에서 “비상계엄으로 국정 공백과 분열을 초래한 윤 대통령은 승복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줄탄핵을 강행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승복은 윤석열이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헌재 선고 이후 분열을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드는 세력이 있다면 바로 그들이 민주사회의 주적(主敵)”이라고 비판했다.
▲ 중앙일보가 1면에 배치한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이 혼란의 끝도 국민이 선언해야 한다. 그 방법은 바로 승복”이라며 “헌재의 결론을 수용해야 하는 이유는 반드시 그 결론이 완전무결해서가 아니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합의한 약속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탄핵 찬반 세력은 그동안 충분히 의견을 주장했다”며 “탄핵심판 이후 불복으로 인한 혼란과 파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국민의 ‘위대한 승복’으로 통합을 향해 다시 일어설 것인가. 오늘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고 했다.
한겨레 “전원일치 파면 선고해야” 조선일보 “탄핵 찬성과 반대라는 어제 지우자”
이날 사설도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는 신문과 어떤 결과든 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문으로 나뉘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 선고 관련 사설을 따로 내지 않았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민주공화국에서 윤석열을 파면하라>
한겨레 <헌재, 8대0 윤석열 파면으로 헌법·민주주의 살리길>
한국일보 <오늘 탄핵 선고…윤 대통령의 결자해지 요구된다>
조선일보 <‘위대한 승복’과 自重으로 대한민국 지켜야>
중앙일보 <위대한 승복>
국민일보 <오늘 탄핵심판 선고…성숙한 민주주의 확인하는 날 돼야>
서울신문 <오늘 헌재 선고…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분열 막자>
세계일보 <오늘 ‘승복’으로 법치 세우고 갈등과 혼란 끝내자>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헌재의 전원일치 파면 선고만이 혼란을 끝낼 수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치적 불안을 평화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은 제도·절차에 따라 내란 우두머리를 단죄하는 것밖에 없다”며 “지금 헌재가 두려워할 것은 이 판결이 만들 역사의 무게, 그리고 민주주의를 피와 땀으로 지켜온 주권자 시민밖에 없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을 단호히 파면해야 한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한겨레도 “12·3 비상계엄은 우리 국민이 피와 눈물로 일궈낸 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시도한 중대한 사건이다. 헌재의 선고가 지연되면서 헌법을 부정하는 극우 세력이 발호하고 사회적 혼란이 가중된 상황”이라며 “이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은 재판관 8명의 ‘전원일치’ 파면 결정이다. 명확하고 완전한 파면 선고를 통해 윤석열과 내란 세력의 헌법 유린을 중단시켜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이 부여한 헌법 수호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이 결과가 어떻든 헌재 선고에 승복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의 불복은 국가적 재앙일 수밖에 없는 만큼 파면이 결정된다면 이를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에 대한 사과와 지지층에 대한 자제 메시지를 내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며 “만에 하나 탄핵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경우 극심한 정치·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조기 퇴진 및 개헌 로드맵을 신속히 제시해 정치권과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넉 달 동안 지속한 분열과 혼란, 불확실성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며 양측의 승복을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헌재의 선고가 혼란의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되려면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승복 선언’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고 전날까지 윤 대통령은 침묵했고, 이 대표는 근거 제시 없이 ‘12·3 쿠데타 계획에는 5000명에서 1만 명의 국민을 학살하려던 계획이 들어 있다’며 지지층을 자극했다”며 “위기에서 역사의 법정은 나라를 먼저 생각한 ‘위대한 승복’ 세력과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계산하는 ‘비열한 불복’ 세력을 냉엄하게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일보 또한 “내가 원하지 않았어도 더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면 그 선택을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라며 “지금의 극단적 대립은 그동안 정치권이 민주적 절차에 대한 불복을 조장해 온 결과다. 탄핵심판 선고 후에도 정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골수 지지층을 부추기고 선동하려는 이들을 국민들은 감시하고 가려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요, 극단적 대결을 막고 사회 통합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길”이라고 했다.
조종엽 동아일보 문화부 차장은 오피니언면 ‘광화문에서’를 통해 “의견이 달라도 우리는 어차피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 ‘1인칭 시점’까진 무리라고 해도, 최소한 찬탄을 외치는 사람이나 반탄을 외치는 사람이나 서로 조타실을 빼앗으려다 배가 침몰하면 모두 치명적인 피해를 볼 뿐이라는 인식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차장은 “적어도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려 해선 안 된다”며 “이해와 납득, 그리고 분별. ‘언더스탠딩(understanding)’이 갈등을 딛고 우리 사회를 회복시켜 미래로 이끌 열쇠”라고 했다.
▲지난 3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앞에서 열린 ‘100만 시민총집중의 날 -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한 야당과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소속 단체 및 시민들이 깃발, 응원봉 등을 흔들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지지하든 반대하든, 이건 객관적 사실입니다.
이미 그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사학자로서 권위주의와 파시즘을 연구해온 루스 벤치앗(Ruth Ben-Ghiat) 뉴욕대 교수가 지난달 19일 <와이어드(WIRED)>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독재자'에 대한 강의 영상을 올렸는데, 여기에 윤 대통령이 언급됩니다. '친위 쿠데타(self-coup)' 개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화면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장면으로 바뀌고, 루스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의 윤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기보다는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이 경우는 즉시 해제되었고, 그는 구금되었습니다." 이 강연은 업로드한 지 약 2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조회수가 200만이 넘었고, 좋아요는 13만에 달합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수많은 최초, 최고,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후세 역사가들이 한국 역사를 쓸 때, 별도 인물열전을 쓸 만합니다. 이 기사는 그 집필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되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그날 이후 122일동안, 그가 세운 10가지 기록입니다.
▲2024년 12월 4일 새벽 여의도 국회앞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해제 생중계를 듣고 있다. ⓒ 권우성
1. 친위 쿠데타를 실패한 대통령
본인과 일부 지지자들은 '국민을 계몽시키기 위한 충격 요법'이라는 의미로 "계몽령"이라고 주장하지만, 12.3 계엄령의 성격이 '친위 쿠데타'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에도 이미 친위 쿠데타 항목에 중요한 예시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친위 쿠데타 자체가 아니라 '실패한'이라는 형용사입니다. 우리 역사에서 친위 쿠데타가 처음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박정희의 1972년 10월 유신과 이승만의 1952년 부산정치파동(발췌 개헌)이 있는데, 모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은 친위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첫 대통령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성공한 쿠데타의 주인공은 일으킨 사람이지만, 실패한 쿠데타의 주인공은 기도한 인물에서 저지시킨 국민들로 완전히 바뀌기 때문입니다.
2. 계엄 포고령에 '의사 처단' 명시한 대통령
12.3 계엄의 포고령은 과거와 좀 달랐습니다. 콕 집어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문구가 담겼습니다. 이는 이번 계엄령이 지극히 사적 감정의 발로임을 보여줍니다.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나 집단은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꺾어놓겠다는 것입니다. 체포 대상에 야당 인사들 뿐 아니라 여당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계엄 조건)가 발생한 건 국가가 아니라 윤 대통령 한 개인의 마음 속이었습니다.
3. 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를 보낸 대통령
3시간 25분. 헌법이 독립성을 명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이번에 군대가 장악한 시간입니다. 선관위 과천청사에 도착한 계엄군은 야간 당직자 등 직원 5명의 휴대폰을 압수하고, 이들의 행동을 통제했습니다. 계엄군이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에 들이닥친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윤 대통령은 선관위 군 투입 지시를 부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정선거 의혹 팩트 확인 차원'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지도자가 비이성적인 음모론에 빠지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 공수처 도착'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2025.1.15 ⓒ 공동취재사진
4.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된 대통령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가 됨으로써 우리 역사상 이 불소추 특권을 스스로 버린 첫 대통령이 됐습니다. 대통령 재임 중 출국금지, 체포, 구속, 기소, 모든 것이 헌정사상 최초입니다. 그는 탄핵심판 결과와 무관하게 당분간 계속 형사법정에 피고인 윤석열로 서야 합니다. 형법 87조는 내란 우두머리에게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만 적고 있습니다.
5. 체포영장 집행을 경호처를 동원해 막은 대통령
1995년 12월 3일, 전 대통령 전두환씨는 경남 합천에서 검찰 수사관들에게 순수히 검거됐습니다. 전날 "검찰의 소환 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라는 '골목성명'까지 발표하고 고향마을로 피신한 그였지만, 공권력과 지지자들이 충돌할 위기를 모른 척하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정반대였습니다. 그는 관저를 지키는 경호처 직원들을 방패막이 삼았습니다. 대통령실은 부인했지만, 김건희 여사가 윤 대통령 체포 뒤 총기를 언급하며 경호처를 질책했다는 증언도 나온 상황입니다. 흔히 윤석열과 전두환을 비교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윤 대통령이 윗길입니다.
6. 구치소에 갔다가 풀려난 대통령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법원과 검찰에서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법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은 법조문과 70년 실무 관행을 무시한 채 새로운 구속기간 계산법으로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했고, 검찰은 늘 기계적으로 해오던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윤 대통령을 풀어줬습니다. 3월 7~8일 이틀 동안 벌어진 일들은 우리 사법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습니다. 최소한 둘 중 하나를 해야 합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윤 대통령만큼 인권을 보장하거나, 아니면 윤 대통령도 다른 사람들만큼만 인권을 보장하거나.
▲아직 국회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기 전인 2024년 1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시민촛불' 집회에 가수 응원봉을 든 시민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7. 자신의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해 발언한 대통령
'피청구인 노무현'과 '피청구인 박근혜'는 헌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피청구인 윤석열'은 달랐습니다. 탄핵심판 3차 기일 때 처음 나온 그는 "지금까지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웅변했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 증인신문에는 직접 질문을 던졌고, 직접 질문을 제한받자 수시로 법률대리인에게 귓속말 하는 등 변론을 주도했습니다. 최후진술도 직접 했습니다. 과거와 달리 미디어 환경은 유튜브 등을 통한 전체 영상 시청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윤 대통령 헌재 변론 영상은 그냥 올리기만 해도 조회수 톱에 올랐습니다. 윤 대통령의 직접 발언은 그에게 득이었을까요, 독이었을까요.
8. 탄핵소추부터 선고까지 가장 오래 걸린 대통령
헌재는 변론 종결 후 38일 만에 결론을 내놓습니다. 역대 최장입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은 11일이 걸렸습니다. 너무 선고일이 안 나오자 각종 루머가 난무했고, 4월 1일 마침내 '4월 4일 오전 11시 선고'가 공지됐을 때, 누군가 '만우절 거짓말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걸까요? 헌재 선고에서 국민들은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를 엿볼 수 있을까요?
9. 선고 일반방청 경쟁률 역대 최고 대통령
관심이 어마어마합니다. 탄핵심판 선고 전날인 3일 오후 5시 마감된 일반방청 신청자 수는 9만 6370명. 20명 정원이니 경쟁률이 무려 4818.5 대 1입니다. 2004년 노무현(20 대 1), 2017년 박근혜(795.7 대 1) 탄핵심판과 비교해도 압도적입니다. 한 신청자는 자신의 SNS에 "이거 당첨되면 10년동안 로또 당첨 안되어도 괜찮다"라고 올렸습니다. 국민들은 직접 확인해고 싶은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이 언론에 짧은 시간 공개됐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리고 헌재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예정된 기록
10-1. 인용 : 87년 직선제 이후, 재임기간이 가장 짧은 대통령
10-2.기각 : 친위 쿠데타에 실패했지만, 다시 복귀한 첫 대통령
마지막입니다. 4일 헌재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윤 대통령은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이렇게 울려퍼지면, 윤 대통령은 즉시 파면됩니다. 재임기간 2022년 5월 10일 ~ 2025년 4월 4일. 약 2년 11개월. 1987년 직선제 이후 재임기간이 가장 짧은 대통령이 됩니다. 역시 중도에 파면됐던 박근혜씨의 재임기간은 그보다 훨씬 긴 4년 1개월이었습니다.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렇게 결론이 나오면, 윤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 복귀합니다. 친위 쿠데타에 실패했는데도, 다시 복귀한 첫 대통령이 됩니다. 우리 역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길입니다.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입니다. 또 역사는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기록한 10가지는 한 저널리스트의 관점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2024년 12월 3일부터 오늘까지 뜨거웠던 122일을 어떻게 기록하시겠습니까.
"12월 3일 국회 앞으로 달려가면서 10월 유신 비상계엄과 4.3 당시 비상계엄이 떠올랐습니다. 1948년 제주에 계엄법도 없이 내린 불법계엄과 초토화 작전으로 109개 마을이 불 타 없어졌습니다. 12.3 불법의 뿌리는 이때였다고 생각합니다. 2014년 4.3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고 윤석열과 한덕수도 동백 배지를 부착하고 4.3 기념식에서 추념사를 했는데 내란세력은 4.3을 폭동이라고 하고 극우세력은 동백 배지를 공산당 배지라고 합니다. 이들 내란세력이야말로 폭동세력 아닙니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이틀, 그리고 제주 4.3항쟁 77주기를 하루 앞두고 백경진 4.3 유족회 대표가 "4.3 영령들, 광주항쟁의 무수한 영혼들이 산 자를 일으켜 세워 계엄을 막아냈고 이제 헌재의 파면 선고가 있다. 윤석열은 반드시 8대0으로 파면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백 대표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24시간 철야 집중행동 집회 무대에 올라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23년도 4.3 추념식장에 난입한 서북청년단은 폭력‧강간‧살인을 저지르던, 제주도민들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이름"이라며 "이승만 시대의 또 다른 폭력배인 반공청년단과 백골단은 12.3 내란 이후 국회 소통관에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북청년단, 반공청년단, 백골단 같은 폭력배들의 준동이 서부지법 침탈에 이르렀고, 헌재 곳곳에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폭력세력의 비호세력이 윤석열과 국민의힘 아닌가. 그들이야말로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가 이긴다. 4.3 항쟁과 결코 작별하지 않는 우리는 윤석열 파면과 내란세력 척결 및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외쳐보자"며 "내란세력 척결하자"고 외쳤다.
▲백경진 4.3 유족회 대표. ⓒ비상행동 유튜브
집회 참가자들은 윤 대통령의 파면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이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와 포부를 밝혔다.
박석운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윤석열 파면이 40시간쯤 남았다"면서 "파면 선고는 (현 상황을) 일단락시키는 것이지만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박 공동의장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청년자살률 부동의 1위, 이런 세상을 바꿔야 하지 않나. 돈 없고 '빽' 없는 서민도 민중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만들어야 하지 않나"라며 "우선 극우 내란세력을 끄집어내 청산하고, 사회대개혁을 통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함께 만들도록 힘을 합쳐나가자"고 했다.
안산에서 온 시민 전우란 씨는 "2주 뒤인 4월 16일 세월호 11주기가 다가오는데 과연 나는 내 친구들에게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까. 친구들 떠나는 걸 바라만 봐야 했을 때 어른들처럼 살지 않겠다고 했는데, 30대를 앞둔 지금도 이 사회는 왜 이렇게 느린 건지 힘든 시간이었다"고 했다.
전 씨는 "그럼에도 광장은 저를 숨 쉬게 하는 공간이었다. 파면 이후 대개혁 과제를 묻는다면 거창한 대답을 못하겠지만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자고, 다가올 봄에 승리하는 경험을 공유하고 용기가 되어 또 다시 싸울 때 서로의 편으로 만나자고 말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시민 진다 씨는 자신을 "퀴어 이슈에는 관심을 가졌지만 노동운동에는 관심 갖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말하며 "그런 제가 나와 관계없다고 생각해 온 투쟁에 연대하게 된 이유는 나의 세상이 무너지지 않게, 정의롭지 않은 선례가 쌓이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더는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당함과 맞서 싸우는 노동자에게 탄압이 당연하지 않고, 여성이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고발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퀴어들이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고 인정받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그리고 언급하지 못한 수많은 차별과 억압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선이 그어지지 않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세력에게는 단호하게, 내 옆의 시민에게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 우리의 미래 위해 헌재는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을 선고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5개 야당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사거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열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어리 기자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인준된다면, 나는 일본과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평가하고 국방장관과 대통령에게 권고안을 제시할 것이다.”
존 대니얼 케인 미국 합참의장 후보자가 1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주일·주한 미군의 상당한 감축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질문에 대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은 즉각적인 안보 도전”이라며 이같이 답변했다.
일단, ‘상당한 감축’(significant reductions)에 부정적인 미군의 기류를 대변한 셈이다.
그러나, 이 질문을 던진 상원의원은 “인도-태평양 지역 미군 태세가 일본과 한국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인도-태평양 지역 내 현재 미군의 태세가 트럼프 행정부의 잠정 국방전략지침을 지원하기에 충분한가”는 질문도 던졌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확정한 ‘잠정 국방전략지침’에는 유럽이나 동아시아 동맹국이 러시아와 북한, 이란 등의 위협 억제에서 대부분의 역할을 맡도록 더 많은 국방 비용을 지출하라고 압박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부시 행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한·미 간 뜨거운 쟁점이었던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GPR)와 이와 직결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다시 현안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미국 정부의 ‘잠정 국방전략지침’에 대해, 1일 외교부 관계자는 “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애써 선을 그었다.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 확고한 인식을 공유 중이며, 앞으로도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측과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며 “정부는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 우리 국방력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 나가기 위해 필요한 국방비를 증액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경제 지표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불길한 전망치만 발표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생산하는 부가가치와 활력을 상징하는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자꾸 떨어지고, 국민 지갑을 얇게 하는 소비자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 기업인은 “올해 경제는 끝났다고 본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성장이 멈추면 기업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수익이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만 오른다면 국민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해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다고 해도 경제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다.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의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석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반면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과일 매장. 2024.4.22. 연합뉴스
소비자물가 상승률 석 달 연속 2%대
소비자물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연초부터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고 3월 들어서는 가공식품과 공공서비스 물가도 눈에 띄게 오른 탓이 크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를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 중이라 물가는 더 오를 수 있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와 생산자물가를 밀어 올리고, 시차를 두고 장바구니 물가에 반영된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9(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12월 1%대로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1월 2.2%로 올라서더니 2월과 3월 모두 2.0%대를 이어갔다. 지난해 서민들을 괴롭혔던 ‘밥상 물가(신선식품 지수)’는 1% 이상 내렸으나 농축 수산물이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산물은 4.9% 오르며 1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고 축산물도 3.1%나 뛰었다.
3월에는 가공식품 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상승률이 3.6%로 2023년 12월(4.2%) 이후 1년 3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전체 물가 상승률에서 가공식품의 기여도는 0.30%포인트에 달했다. 김치(15.3%)와 커피(8.3%), 빵(6.3%), 햄과 베이컨(6.0%) 등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최근 식품기업들은 주요 품목의 출고가를 올린 바 있다.
소비자물가 추이. 연합뉴스
고환율에 산불 영향까지…물가 더 오를 수도
통계청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 인건비·에너지 비용 상승이 이어지고 있어 가공식품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출고가 인상은 물가에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공공서비스 물가는 지난달 1.4% 올랐다. 2월(0.8%)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사립대 납입금이 작년보다 5.2% 오른 효과”라고 설명했다. 외식 물가와 개인 서비스 물가도 3%대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통계청은 “3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은 가공식품과 개인 서비스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영남권을 강타한 산불과 관련해 “3월 물가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재배 면적을 볼 때 사과·양배추·양파·마늘과 일부 국산 소고기 물가에 향후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통계청 자료를 언급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2%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지난달 23일 의성군 안평면의 한 마늘밭에서 주민이 을 살펴보고 있다. 2025.3.23. 연합뉴스
식료품 가격·주거비 급등에 등골 휘는 저소득층
이처럼 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소득이 낮을수록 고물가 충격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최근 10년간(2014~2024년) 소득분위별 소비자 체감물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의 체감물가 상승률이 23.2%로 고소득층인 5분위(20.6%)보다 2.6%포인트 높았다. 2분위 22.4%, 3분위 21.7%, 4분위 20.9% 등 나머지 분위도 소득이 낮을수록 물가 상승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은 식료품비와 난방비 등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크게 느꼈다. 저소득층일수록 처분가능소득 대비 식비와 주거비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당연한 조사 결과다. 지난 10년간 식료품 물가는 41.9%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21.2%)의 2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주택·수도·광열 비용 역시 17.5% 상승했다. 한경협은 “최근 10년간 먹거리 물가가 크게 상승하며 취약계층의 체감물가 부담이 커졌다”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농산물 수급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득분위별 소비자체감 물가 상승률. 연합뉴스
올해 성장률 0%대로 고꾸라질 수도
국민의 실질소득을 깎아내리는 물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데 성장률 전망치는 새로운 수치가 나올 때마다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국회 예산정책처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는데 직전 전망치보다 0.7%포인트나 내렸다. 지난해 10월에는 2.2%로 전망했는데 이를 1.5%로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12·3 내란 사태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내수 경기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무역 전쟁의 확대되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수정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까지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기관들은 대부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대 중반으로 하향 조정했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은 0%대 성장률에 그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내란 사태 여파가 지속됐던 올해 1분기는 성장률이 최악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예상했다. 경제가 성장하지는 못하고 물가만 오르면 국민 삶은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에 지친 서민들은 하루하루 삶이 힘들고 고달프기만 하다.
분노의 광장, “내란수괴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하라”
"파면은 시작, 사회대개혁으로 나아가자"
“12.3 불법 계엄 출발점은 이승만의 불법계엄”
"압도적인 투쟁으로 파면 이후 세상까지 준비하자"
▲1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에서 열린 '헌재를 포위하라! 윤석열을 파면하라!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4.01. jhope@newsis.com
분노의 광장, "내란수괴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하라“
지난 1일 저녁부터 2일 저녁까지 이어진 ‘헌재를 포위하라 윤석열을 파면하라, 24시간 철야집중행동’은 시민들의 열기로 절정에 달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수십만 명의 시민이 "8:0! 파면! 만장일치! 파면!", "내란수괴 윤석열을 만장일치로 파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탄핵 선고를 압박했다.
이들은 4일 오전 11시 헌재 선고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오는 3일 오후 7시에는 안국역 6번 출구에서 '윤석열 8대0 파면을 위한 끝장 대회'가 열리며, 이후 철야농성이 이어질 예정이다.
▲2일 오후,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서 밤을 새운 참가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파면은 시작, 사회대개혁으로 나아가자"
2일 오후 7시 경복궁에서 열린 본 대회에서 비상행동 박석운 공동대표는 "윤석열 파면은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며, "내란 공범 세력에 대한 철저한 청산과 사회대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OECD 국가 중 청년·노인 자살률 1위라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며, "극우 내란세력의 재집권을 막고 정권교체를 이루자"고 호소했다.
‘황푸하와 작은 불꽃’으로 노래공연에 나선 망원동 새민족 교회 청년들은 “우리는 12.3 계엄 그날밤 여의도에서부터 남태령을 거쳐 여기까지 깃발을 들고 투쟁해왔다”며 “전광훈과 손현보를 비롯한 극우 파시스트 세력이 그리스도교라는 우리 신앙을 더럽힐 때에도 우리는 신앙을 잃지 않고 사랑과 연대로 폭력에 저항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광장에 모인 이유를 잊지말자. 정권 교체만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잊어버린다면 우리는 또 다른 윤석열을 만들게 될 것”이라며 “선고가 나더라도 우리가 그동안 맞잡은 두 손을 쉽게 놓지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여전히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뤄온 한덕수와 최상목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는 “탄핵 이후 한덕수는 국민에게는 헌법과 법을 지킬 것을 얘기하면서 정작 본인은 하나도 헌법을 존중하고 있지 않다”며 “내란대행 최상목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환율이 급등하고 우리 경제가 망가져야 돈을 벌 수 있는 미국 국채를 매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윤석열, 내란의힘, 극우망동 세력이 설쳐대는건 역사적 단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그 누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채 오히려 자손들과 측근들까지 지금까지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다시는 이들이 이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이번에는 반드시 처벌하자”며 “위기는 곧 기회”라고 독려했다.
“12.3 불법 계엄 출발점은 이승만의 불법계엄”
4·3 유족회 백경진 대표는 “이승만이 1948년 12월 제주도에 계엄법도 없이 내린 불법계엄과 초토화작전으로 109개 마을이 불타 사라졌다. 12.3 계엄 불법의 뿌리는 이때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백 대표는 “2014년 박근혜 정부가 4.3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뒤 윤덕설과 한덕수도 4.3을 상징하는 동백배지를 부착하고 4.3 추념식장에서 추념사를 했지만, 정작 이들 내란세력들의 계엄문건에는 4.3을 제주폭동이라 하고 있더라”며 “서북청년단, 반공청년단, 백골단 같은 폭력배들의 준동이 결국 서부지법 침탈로 이어졌고, 이제 헌법재판소 근처에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들 폭력 세력을 비호하는 세력이 윤석열과 국민의힘 세력”이라며 “그들이야말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인 만큼, 윤석열은 반드시 8:0으로 파면될 것”이라 밝혔다.
김민문정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어제 밤 헌재 앞 아스팔트를 1천여명 주권자들이 가득 채웠고, 지금은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고 있다”며 “24시간을 꼬박 지킨 뜨거운 민주주의 수호 의지와 열정에 헌법재판관들이 가슴이 쫄렸을 것”이라 지적했다.
김 공동의장은 “12.3 계엄이후 4달이 되도록 내란 심판을 지연하며 책무를 방기한 헌재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헌재 앞을 달군 데에 8명의 재판관들의 간담은 서늘했을 것”이라며 “주권자 시민을 이길 자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4.4일 11시 우리가 듣게 될 유일한 문장은 ‘헌법 재판관 만장일치로 선고한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밖에 없다”며 “그동안 평등, 평화, 인권, 민주세상으로 함께 가자고 결의를 다졌다. 우리는 이 광장에서 싹틔운 그 세상으로 갈 것이다. 그 출발점은 윤석열 파면”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만일 8명 헌법재판관 당신들이 헌법의 명령, 주권자의 명령을 거부한다면 우리는 당신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원일치 윤석열 파면 마지막 순간까지 끝까지 함께하자”고 독려했다.
"압도적인 투쟁으로 파면 이후 세상까지 준비하자"
이날 시민들은 헌재가 역사적 선택을 내릴 것을 요구하며, "8대0 파면 선고만이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3일의 '끝장 대회'를 시작으로 "투쟁은 파면이 완료될 때까지 계속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주권자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외침은 4일 오전 11시를 넘어서까지 광장을 울릴 예정이다.
▲2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24시간 철야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2025.04.02. jhope@newsis.com
지난 2일 치러진 4·2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기초단체장 5곳 중 3곳(서울 구로구청장, 충남 아산시장, 경남 거제시장)에서 이겼고 부산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후보가 당선됐다. 조국혁신당은 창당 이후 처음으로 지자체장(전남 담양군수)을 배출했다.
이번 재보선 결과를 두고 한겨레는 <‘탄핵심판 전 재보선’ 민심은 야권 택했다>(1면)며 야권의 승리를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기초단체장 선거를 치른 5곳에 대해 기존에 여야 4:1이었는데 이번 선거에서 여야 1:4로 야당이 역전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국힘도 민주도 텃밭 빼앗겼다>(1면)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텃밭인 경남 거제시장에 더불어민주당이 당선됐고, 민주당 텃밭인 전남 담양에서 조국혁신당이 당선됐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3일자 신문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선언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반면 일부 언론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함께 승복 선언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승복 선언을 해야 할 사람은 이 대표가 아니라 윤 대통령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올해는 4·3 제77주년으로 제주 지역신문에서는 관련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추념식에 참석하기로 했던 여당 지도부가 헌재 선고일이 잡히면서 참석하지 않기로 해 관련 비판이 나왔다. 4·3 당시 행방불명된 이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감식하기 위해 유족들의 채혈이 도움이 되기 때문에 채혈에 협조가 필요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조선 “텃밭 뺏기며 ‘반이재명 정서’ 불안감도 높아질 것”
이번 선거 당선자는 구로구청장에 민주당 장인홍, 아산시장에 민주당 오세현, 담양군수에 조국혁신당 정철원, 경북 김천시장에 국민의힘 배낙호, 경남 거제시장에 민주당 변광용, 부산시 교육감에 진보 성향 김석준이다.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의 사퇴로 치러진 구로구청장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았다. 민주당 장인홍 당선자가 56%를 득표한 가운데 이강산 자유통일당 후보가 무려 32%를 얻었다. 선거비용 보전 득표율(15%)을 훌쩍 넘기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극우 성향의 자유통일당이 급격기 부상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없을 경우 극우 성향 정당이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겼다.
▲ 3일자 중앙일보 기사
한겨레와 중앙일보는 야권의 승리를 강조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2면 톱기사 제목을 <시장·군수·구청장 5곳, 여야 4:1서 1:4로 ‘역전’>이라고 뽑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선거로 주목받은 4·2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약진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민주당이 기초단체장 5곳 중 3곳에서 이겼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에 담양군수 선거에서 패배한 사실 강조했다. 4면 기사에서 “양당(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호남 지역에서 22대 총선 때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당) 기조 속 박빙의 대결을 보인 데 이어 지난해 10·16 전남 곡성·영광 군수 선거에서도 양보 없는 싸움을 벌였는데 당시 선거에선 민주당이 두곳 모두 승리했다”며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은 호남 민심 잡기에 당력을 총동원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2일 유일하게 담양을 찾아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표를 달라고 강조했고 민주당 국회의원 30여 명이 지원 유세에 동원됐지만 담양은 이번엔 조국혁신당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한 야권 관계자의 입을 통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춘추관 행정관을 지낸 민주당 이재종 후보보다 이 지역에서 3선 군의원을 지낸 조국혁신당 정철원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텃밭을 뺏기면서 ‘반이재명 정서’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헌재 결정에 불복하면…
탄핵 심판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뿐 아니라 이재명 대표도 승복 선언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져있기 때문에 지도자들이 나서는 모습도 필요하지만 이는 자칫 비상계엄 이후 내란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과 현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을 희석하고 양비론을 통해 정치권 전체에 대한 책임론으로 만들 위험도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 <尹·李 ‘불복 시위’ 바라고 “승복” 선언 안 하나>에서 “이들이 ‘승복’ 선언을 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지금 분위기라면 헌재 선고로 갈등과 혼란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이 나오면 불복 투쟁을 벌이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 <헌재 탄핵선고 불복은 국가 파괴 행위다>에서 “헌재 선고에 앞서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여야 정치권에서 대승적 승복 메시지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은 극심한 국론 분열과 극렬 지지층의 과격한 충돌을 부추기는 선동 행위와 다를 게 없다”며 “정치권이 헌재 결과에 대한 승복을 공개적으로 다짐하고 지지층 자제를 앞장서 촉구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윤 대통령의 승복은 국민에 대한 ‘도리’다>를 보면 “헌재가 기각·각하해서 윤 대통령이 돌아올 경우 그가 ‘6개월 안에 자진 하야하겠다’고 일정부터 밝히길 바란다”며 “파면 결정이 나오면 윤 전 대통령은 깨끗이 승복 선언을 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끝내 승복 안 해 ‘탄핵의 강’보다 깊은 내전에 빠질까 두렵다”며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대통령도 법 앞에 예외일 수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면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당신과 계엄을 지지해 준 보수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기도 하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 <탄핵심판 승복은 ‘국민’ 아닌 ‘윤석열’이 하는 것이다>에서 “헌재의 선고기일 지정으로 헌재가 파면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부상하면서 이들 극단 세력의 준동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밝히고 극렬 지지층에 대해서도 헌재 결정을 존중하라고 설득하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 3일자 경향신문 만평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떠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차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민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한겨레는 “자신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헌재 결정을 열흘째 불복하는 중대한 위헌·위법을 저지르면서 왜 국민 협조만 들먹이나”라며 “지금 승복을 선언하고 실행할 건 윤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제주 4·3 77주년, 당시 행방불명인 4000여명
4·3 77주년이다. 제주 지역신문인 한라일보와 제민일보는 3일 진행되는 제77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불참한다는 소식을 1면에서 전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 측은 당초 계획한 참석 일정을 최소하겠다는 뜻을 제주도에 전했다. 여당 지도부는 제75주년, 제76주년 추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4·3추념식에는 이재명 대표와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 등 지도부를 포함해 위성곤·김한규·문대림 제주 지역구 국회의원과 제주 출신 부승찬 의원 등이 참석하고 조국혁신당에서는 김선민 당대표 대행, 김재원·백선희·신장식·정춘생 의원 등, 개혁신당에서는 천하람 당대표 대행과 이준석 의원, 그 외에도 김재연 진보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참석한다.
한라일보는 1면에서 제주 4·3 행방불명 희생자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이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데 유족 채혈이 더 확대돼야 한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4·3 당시 행방불명인이 4000여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중에는 목포, 대전, 대구, 광주 등 제주도외 형무소에 수감됐던 수형인도 2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제주에선 지난 2006년부터 4·3 희생자 유해 발굴 작업을 진행해 지난해까지 총 419구(도외 2구 포함)을 찾아냈는데 신원이 확인된 경우는 147명에 그쳤다. 이에 신원 확인의 결정적 단서인 유가족 채혈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제민일보는 3면 <‘국립’인데 비용 부담 떠넘기는 국가>에서 지난해 7월1일 출범한 국립 제주 트라우마 치유센터가 4·3 관련 법에 따른 국립 기관인데 시설운영비용을 출연·보조할 수 있지만 비용 절반을 제주도에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지난해에는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해 국비 70%, 지방비 30%였지만 올해 50대 50으로 지자체의 분담률을 높인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장기 침체 속에 다이소가 유통업계의 신흥 공룡으로 떠오르고 있다. ‘5000원 이하 균일가’를 앞세운 전략이 소비자의 헐거워진 주머니 사정과 고물가 환경에 맞아들어가서다. 결산 전인 2024년 매출은 4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5년 전에 견줘 두 배 가까운 성장이다.
하지만 납품업체들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다이소의 가파른 성장을 두고 이들이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는 다이소에 납품 중이거나, 한때 납품했던 국내 제조업체를 만나 다이소의 유통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산인 줄 알았는데…케이(K)-뚝배기의 반전
“국내산 뚝배기 아니면 전자레인지에서 다 터져요. 원료 자체가 달라요.”
지난달 17일 충남 보령시에서 뚝배기 제조업체 보령세라믹을 운영하는 강석칠(72) 대표를 만났다. 강씨는 5년 남짓 다이소에 뚝배기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 2월 유튜브에 ‘5000원짜리 다이소 뚝배기를 대량 생산하는 과정’이라는 홍보 영상을 올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는 ‘5000원이라 중국산인 줄 알았는데 신뢰도 올라간다’, ‘들인 노력 대비 진짜 저렴하다’ 등의 댓글이 무더기로 달렸다.
이날 강씨는 뚝배기 품질을 높이려면 국내산 원료로 만든 내열토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업체 뚝배기는 보령산 머드를 원재료로 하는 내열토로 만든 덕택에 강한 열에도 잘 버틴다. 인공합성물질 등이 포함된 제품은 조금만 열을 가해도 쉽게 깨져버린다. 중국 등 국외 업체도 한국 원재료를 사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약 300평(1평=3.3㎡) 규모의 공장에는 강 대표를 포함해 모두 5명이 뚝배기 제조 공정을 맡고 있었다. 강 대표는 “흔히 다른 생활·주방용품들처럼 뚝배기도 자동 생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공정마다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점토를 반죽하며 기포를 제거하는 토련 과정부터 뚝배기 모양을 잡는 정형, 건조된 뚝배기 표면에 보령 머드가 함유된 유약을 묻히는 시유 작업까지 모두 사람 손을 거쳤다. 1250도 가마에서 약 16시간을 굽고 난 뒤 마지막 불량품 검수 작업까지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일 정도로, 하루에 약 1000개의 뚝배기를 생산한다.
현재 보령세라믹의 전체 생산량 가운데 다이소 납품 비중은 70%에 이른다. ‘다이소 유튜브 영상 덕에 이익이 많이 늘었냐’는 질문에 강 대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란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다이소에선 판매가격을 5000원에 묶어두고 있어 매년 마진(이익률)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5000원 중 제조업체에 떨어지는 건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인건비 등 고정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다이소 납품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건 다른 판로 확보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전에는 그래도 한 달에 한 번꼴로 다른 유통업체 쪽에서 주문이 들어왔지만, 요즘엔 3개월에 한 번꼴로 주문이 들어온다. 경기 불황 탓에 음식점 폐업도 많아졌고, 다이소 같은 대형 유통업체를 제외한 중소 유통업체들 사정 역시 열악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다이소 뚝배기 제조업체 보령세라믹 공장 모습. 박지영 기자
초저가가 가능한 방법은?
다이소의 초저가 정책의 비밀은 ‘끊임없는 대체 납품업체 찾기’에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 늘어난 비용 탓에 1000원짜리 제품을 납품하던 업체가 “납품을 도저히 못 하겠다”고 하면, 보통 유통업체는 판매 가격을 올려 기존 업체와의 거래를 유지한다. 하지만 다이소는 대체 업체를 ‘어떻게든 찾아내’ 납품 업체를 변경한다고 한다. 단 하나의 수요자만 존재해 독점력을 행사하는 ‘수요독점시장’에 가까운 납품시장 구조인 셈이다.
청소용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ㄱ씨는 이 경쟁에서 밀려난 경우다. 다이소에 납품을 하다 지금은 거래를 중단했다는 뜻이다. ㄱ씨는 “요즘 인건비, 플라스틱 원재료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느냐. 최근 다이소 납품하던 업체들이 마진이 남지 않아 손들고 나오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신제품 출시를 위한 샘플 작업 비용, 불량 제품을 처리하는 물류비용 등도 납품업체들 몫이다.
다이소에 주방용품을 납품 중인 제조업체 대표 ㄴ씨는 “1000원 판매 가격에 맞게 신제품 샘플을 만들어 갔는데, 만약 다이소가 품질 문제 등으로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그 샘플 개발·제작 비용 모두 제조업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다이소 물류센터에 가보면 중국 등에서 오는 수입품이 부쩍 늘었다. 국내 업체들이 원가 압박을 심하게 받고 납품을 중단하다 보니 다이소가 국외 거래처를 확대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중소 제조업체들은 다이소를 여전히 거래선으로 잡고 싶어 한다. 최근 경기 불황 속 오프라인 유통 업체 가운데 대량 납품을 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다이소가 유일하다. 다이소에 납품하면 인건비 등 최소한 고정비는 건질 수 있다. “어찌됐든 공장은 유지할 수 있으니까.” ㄴ씨의 말이다.
또다른 생활용품 납품업체 대표 ㄷ씨도 “이익을 많이 내려고 납품하는 게 아니라 다이소는 박리다매식으로 공장을 유지하기 좋은 유통 채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쿠팡 등 온라인 채널은 다이소만큼 물량을 많이 사주지 않는다. 또 자사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다 보니 제조업체가 단가를 더 깎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정한 상생이 다이소의 과제
“다이소가 물류센터를 크게 새로 짓는다거나 점포 확장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제조업체 이익이 거기에 얼마나 녹아들어 갔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전국 곳곳에 점포가 생기는 다이소를 보는 ㄴ씨의 말이다. 그는 “초저가 정책도 좋지만, 원가 상승 부담이 커지면서 제조업체 사정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다이소가 중소업체와 상생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다이소는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경영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다이소의 성장이 납품업체의 동반 성장을 이끈다는 것이다. 현재 다이소에 납품하는 국내 업체는 모두 700여곳, 국외 업체는 3600여곳(35개국) 정도다. 상생을 말하는 다이소의 이익률은 다른 유통업체에 견줘 높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다이소의 영업이익률은 조금씩 하락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7~8%대에 이른다. 이마트의 이익률(별도 기준, 2024년)은 0%대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에선 납품업체의 이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다이소가 국내 중소 납품업체와 상생 노력을 좀 더 해야 한다”고 짚었다.
지난달 17일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다이소 뚝배기 제조업체 보령세라믹 공장 모습. 박지영 기자
이와 관련해 다이소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급상승 등으로 공급업체도 같이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공급업체의 힘든 부분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개선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과 제품 품질 유지란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다이소도 결국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본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다이소가 만든 저가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납품업체들의 생존이 어느 정도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최대 1만원까지 가격 인상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다이소는 1997년 첫 출점 이후 두 차례 제품 가격의 상한선을 변경했다. 500원·1000원·1500원·2000원대의 4가지 가격대 제품을 판매하다 2004년 3000원대 제품군을, 2006년엔 5000원대의 제품군을 추가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나온 1일, 시민들이 헌법재판소(헌재)를 포위하고 '8대0' 파면 선고를 촉구했다. 평일 늦은 저녁 시간임에도 수많은 시민들은 헌재 인근 도로를 가득 메웠다. 노동, 시민사회, 정치권 인사들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시민들까지 합류하면서 참가 인원은 더욱 늘어났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밤 9시까지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돌입했다. 당초 이 집회 헌재의 선고일 지정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다행히 이날 오전 헌재가 선고 기일을 발표하면서 주된 구호는 '8대0 만장일치 파면 선고'로 모아졌다. 밤이 깊어질수록 윤석열 탄핵을 통한 내란 종식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홍점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헌재를 향해 “윤석열이 국민의 군대를 동원해 총칼로 국회와 선관위를 침탈하고, 국회의원, 판사, 시민운동가 등 정적을 싹 잡아들이라는 국가 권력의 광기를 발동한 위헌 행위를 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파면 선고 외에 또 다른 선고의 가능성이 있느냐”면서 “윤석열이 무인기로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남북의 군사적 충돌로 전쟁을 유도한 공작이 명백한 위헌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파면 선고를 못 내릴 또 다른 사법적 이유가 있느나”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 공동의장은 “헌법재판소는 전원 일치로 윤석열을 파면함으로 민주적 헌정 질서를 회복하고 극단으로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고 사회 대개혁의 문을 여는 선명한 사법적 기준을 제시하기 바란다”며 “주권자의 최후통첩이다. 기각은 위헌, 불의, 제2의 내란이다. 헌법재판소는 전원 일치로 윤석열을 파면하라”라고 촉구했다.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돌입한 비상행동 ⓒ민주노총 제공
올여름 입대를 앞둔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현창씨도 “선출되지 않은 공직자들이 이렇게 100일 넘게 시민들을 우롱하고 길바닥에 세워놔도 되는 것이냐”며 윤석열 파면 선고를 지연한 헌법재판관들을 질타했다.
현씨는 “저는 오는 4월 4일 윤석열이 꼭 파면될 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군대에 가 군 생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꼭 파면돼야 한다”면서 “지금도 늦었다, 헌재는 윤석열을 만장일치 파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장일치 파면 선고가 내려지지 않을 경우 내란세력들이 헌재 판결에 불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본인을 유사빨갱이라고 소개하며 무대에 오른 한 20대 청년은 “저 야속한 의사결정자(헌법재판관)들이 우리를 애태우더니 오늘에서야 선고 기일을 발표했다. 선고가 지연된 사이 내란세력들은 모두 복귀한 상황”이라면서 “아슬아슬하게 탄핵당한다면 극우 세력과 내란세력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무조건 만장일치로 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탄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신을 경남 지역 농민이라고 소개한 조병옥씨는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내란수괴와 그 잔당들을 모두 날려버리고 제대로 된, 엄선된 종자를 새 땅에 파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고 기일인 4월 4일은 24절기 중 청명이다. 청명은 논과 밭을 갈기 좋은 절기다. 쟁기로 갈고 삽으로 파면 새로운 땅을 만들 수 있다”며 “알짜배기 새 종자를 파면한 땅 뿌려 우리가 소중히 키워 다시는 쓰러지지 않을 민주공화제의 큰 나무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춘천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날 집회 참석한 대학생 이이랑씨는 “소중한 일상을 포기하고 저희가 이렇게까지 해서 이 자리에 온 이유는 하나 신속한 윤석열 파면”이라면서 “윤석열이 파면될 때까지, 그리고 거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엄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처벌하고 또 소중한 우리의 가치가 당연히 지켜지는 사회가 될 때까지 지금처럼 우리가 함께 스스로 직접 하자”고 말했다.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여한 시민들 ⓒ민주노총 제공 “ 윤정헌 기자 ” 응원하기
野 "정형식·조한창·김복형 '을사 5적' 되지 마라"…與 "마은혁, 법복 입은 좌파 활동가"
이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5.04.02. 07:28:07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헌법 재판관 '9인 완전체'가 아닌 '8인 체제'에서 이뤄지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오는 4일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를 예고한 가운데, 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이 탄핵을 찬성하면 윤 대통령은 즉시 파면된다.
현직 재판관은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조한창·정계선 등 8명이다.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26일 국회에서 선출안이 통과됐지만 석 달 넘게 임명되지 못하고 있다.
현 재판관 8명은 각각 문재인 전 대통령(문형배·이미선), 김명수 전 대법원장(정정미·김형두), 조희대 대법원장(김복형), 윤 대통령(정형식), 더불어민주당(정계선), 국민의힘(조한창) 추천 인사다. 마 후보자는 민주당 몫이다. 헌재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설립됐으며 개정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되는 9명의 재판관은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추천해 구성한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은 8명 중 5명을 진보 성향으로, 3명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형식·조한창·김복형 재판관은 을사 5적의 길을 걷지 말라"(박찬대 원내대표)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으로 특정한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마 후보자는 법복 입은 좌파 활동가다. 그에게 필요한 건 임명이 아니라 사퇴"(권성동 원내대표)라며 마 후보자의 재판관 임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2월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이 8인 체제로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 여부를 판단해 파면 또는 기각·각하라는 중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윤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 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결과물이다. 권한대행직을 수행 또는 수행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국회의 의결과 헌재의 결정을 무시한 탓이다.
한 권한대행은 1일 국무회의에서도 마 후보자 임명 문제를 '패싱', 사실상 임명 거부를 표했다. 그는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등을 사유로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됐음에도, 직무 복귀 후에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권한대행 당시인 지난해 12월 31일 마 후보자를 제외한 조한창·정계선 후보자 두 명을 임명했다. 이로써 헌재는 6인 체제에서 벗어나 8인 체제가 됐지만, 탄핵 사건 결정의 최소 조건인 재판관 8명을 맞춘 데 불과했다.
헌재법 제23조 2항(심판 정족수)에는 재판부는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해야 하며 재판부는 종국 심리에 관여한 재판관의 과반수의 찬성, 즉 6명 이상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최 권한대행의 재판관 선별 임명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가 재판관 9명의 온전한 체제에서 재판받을 권리는 최 권한대행이 침해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지난 2월 26일 이를 인용해 최 대행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은 권한대행이 '최상목'에서 '한덕수'로 바뀐 현 시점에도 유효하다.
한덕수·최상목 두 권한대행 체제에서 벌어진 '마은혁 불임명'과 관련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조속한 임명을 거듭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한 권한대행에게 이날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하겠다며 한 권한대행 재탄핵을 시사했다. 또 국회 운영위원회는 다음 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야당 단독으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비상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권한대행으로 복귀한 후 일주일이 넘도록 헌재의 위헌 결정에 불복하며 버티고 있는 것은 명백한 헌법 파괴 범죄"라며 한 권한대행의 마 후보자 불임명은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란 공범' 한덕수는 이제라도 당장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며 고위공직자수사처를 향해 "즉각 헌법 파괴범 한덕수를 수사하여 엄벌에 처하라"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와 최상목이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는 것은 마 후보자 임명이 윤석열에 대한 확실한 탄핵 인용의 결과로 이어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권한대행으로 복귀한 한덕수는 여전히 헌법과 법률에 의한 헌재의 명령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범죄자 한덕수는 지금 당장 마 후보자를 헌법 재판관으로 임명하라. 헌재가 9명 완전체가 되어 헌정질서 회복의 헌법적 의무를 온전히 다할 수 있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도 이날 성명에서 "'마은혁 미임명'으로 헌재가 기능을 하지 못해 결국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임명을 미룬 한덕수와 최상목, 그리고 내란공범 국무위원들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오른쪽)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2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4월 4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잡히면서, 자칫 '장기미제화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헌법재판소의 '기능 마비' 우려는 여전하다. 오는 18일 문형배·이미선 두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 8인 불완전체도 모자라 6인 체제가 되기 때문이다. 만장일치가 아니면 아예 선고도 할 수 없는 상태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위헌적으로 미루고 있는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면 그나마 7인 체제가 되지만, 그래도 헌법재판관 9인으로부터 판단을 받을 권리가 박탈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를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여야는 모두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도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임기를 연장하는 법안(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지난달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에서 통과시켰다. 같은 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2명이 퇴임하면) 6명으로는 헌법재판소 운영을 못한다"며 "대행이 2명을 임명하는 게 헌재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당은 서로 상대방의 해법을 "위헌"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누구 말이 맞을까?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큼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사안에 대해 논의를 해왔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살펴보면, 누가 위헌인가에 대한 학계의 결론은 어느정도 나와있다.
[권한대행,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할 수 있나]
"대통령 직무는 민주적 정당성 강하게 요구…국회와 협의해야"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또는 대법원장 몫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과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지명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헌법학계에선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현상유지로만 볼지 넓게 인정할지를 두고 견해가 나뉘긴 하지만, '권한대행자의 직무범위는 대통령의 직무범위와 결코 같을 수는 없다'는 합의가 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지만, 국무위원이 맡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그 정당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박진우 가천대학교 교수는 2014년 논문에서 아예 "행정부가 아닌 다른 부(府)소속 헌법기관의 임명권은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대통령의 권한은 민주적 정당성을 기초로 해서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장, 대법원장, 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 3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권은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단 대통령의 임명권이 형식적인 권한에 불과한 국회와 대법원장 몫 재판관만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헌재 결정과 같은 취지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는 권한대행 자체를 일종의 '겸직'으로 규정한다. 그는 2021년 논문에서 "새로운 공직을 떠맡은 것처럼 '대통령 권한대행 ○○○'로 명패를 새로이 제작하거나 부서(副署) 등의 국정행위에 있어서 위와 같이 표기하는 것은 마땅한 태도가 아니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극단적으로는 '참칭(僭稱)'의 문제로까지 불거진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헌재 의결에 필요한 재판관 정족수 7인이 모자란다면 예외적으로 추천 또는 선출주체와 무관하게 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한 총리가 마 후보자만 임명하면 7인 체제가 되는 현 상황은 '예외'로 보기 어렵다.
양정윤 박사는 2017년 논문에서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고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그 대행기간은 60일을 넘지 못한다"며 "이는 대통령의 직무가 민주적 정당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서"라고 풀이했다. 따라서 직무정지 같은 '사고'의 경우 대통령 대행의 권한범위는 더 줄어든다. 양 연구원은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등도 국가와 국민을 대표함으로써 부여받은 권한인 만큼 권한대행이 단독으로 행사할 수 없으며, 정 필요하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와 "협의 하에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한 총리가 국민의힘 동의만 얻어 대통령 몫 재판관 2명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위헌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헌재가 4월 4일 윤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다면 그날로부터 60일 내에 새 대통령을 뽑기 때문에 더욱 더 문제된다.
[6년 채운 재판관 임기, 임시연장할 수 있나]
"공익적 근거 존재하는지로 가늠… '반드시 위헌'이라 할 수 없어"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3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이 추진 중인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후임자 임명 전까지는 직무를 계속한다는 일종의 임시연장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헌법재판소를 민주당 하부기관으로 운영하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유상범 의원)", "명백한 위헌, 헌법 유린(권성동 원내대표)"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논거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라고 정한 헌법 112조 1항이다.
그런데 김선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2017년 보고서에서 "헌법상 임기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견해는 이를 위헌이라고 본다"면서도 "위헌까지는 아니고 융통성 있게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은 헌법에 재판관의 임기를 정해놨지만 후임자 임명 전까지 업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재판소법에 규정을 뒀다.
법사위 1소위 위원장으로서 법안을 통과시킨 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취재진을 만나 "(퇴임 재판관의 임기 임시연장은)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측면의 법안"이라며 "긴급성, 중대성의 관점에서 더더욱 헌법 위반은 아니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재판관 공석사태는 있어선 안 된다는 일반론적인 관점에서도 법이 필요하다"며 "헌법에도 (재판관은) 연임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서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기존 재판관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법률 규정을 둔다 한들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잊을 만하면 재판관 공석으로 인한 헌재 기능 마비가 반복됐기 때문에 학계도 비슷한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손인혁 연세대 교수는 2024년 9월 논문에서 "후임 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퇴임 재판관에게 계속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위헌이란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임기제를 전제로 헌재의 기능을 보장·보완하는 취지이므로 헌재의 조직 및 구성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 사례에 비춰볼 때 이 조항이 정치권에서 재판관 임명에 합의하도록 강제하는 역할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황희 성균관대 교수는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탄핵심판 중간에 재판관 공석이 생기면 충원이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0년 논문에서 임기 만료 재판관의 일시적 직무 수행을 그 해법 중 하나로 꼽으며 ▲ '재판관 9인에 의한 재판'이라는 원칙을 유지하고 ▲임기제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만큼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헌법재판소법에 정년제가 규정된 만큼 "재판관 임기의 가감은 충분한 공익적 근거가 존재하는가에 따라 위헌 여부가 가늠되는 문제이지, 일체의 정당화 사유에 대한 고려 없이 반드시 위헌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한편 민주당은 마은혁 후보자 불임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후보자는 7일 내에 임명해야 하며 이 날짜를 넘기면 자동 임명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이 따로 8명씩 재판관을 선출하는 독일은 더욱 강력한 제도로 임명 지연을 방지하고 있다. 한 헌법기관이 일정 기간 내에 신임 재판관을 뽑지 않으면 다른 헌법기관에 그 몫을 넘기는 '대체선출(Ersatzwahl)' 제도다. 독일은 또 이처럼 헌재 구성을 다루는 조항들을 지난해 12월 기본법(헌법)으로 옮겨 헌재의 안정성을 더욱 공고화했다.
- 헌법재판연구원(2025), 세계헌법재판 조사연구보고서
- 손인혁(2024), 신속한 헌법재판을 위한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 재판부 구성 및 운영을 중심으로
- 이종수(2021), 직무대행의 기원, 대행자의 지위 및 권한 범위에 관한 소고 : 대통령직을 중심으로
- 이황희(2020), 탄핵심판의 측면에서 본 현행 재판관 제도의 문제점과 해법
- 김선화(2017), 헌법재판관 공백에 관한 해외입법례와 입법개선방안
- 송기춘(2017), 대통령의 사고 또는 궐위로 인하여 발생하는 헌법적 쟁점들에 관하여
- 양정윤(2017),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권한행사범위
- 박진우(2014), 헌법기관의 권한대행에 관한 연구-대통령권한대행을 중심으로
- 김선화(2012), 헌법재판관 공백방지를 위한 입법개선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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