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SBS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경화 전 장관을 주미대사로 내정하고 미국 정부에 주미대사 임명을 위한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접수국의 사전 동의)을 요청할 계획임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인사 조치다.
신임 대사 아그레망에는 통상 4~6주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이다. 비(非)외무고시 출신으로 헌정사상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의 이력을 지녔다. 외교부 연구원을 거쳐 주UN 대한민국 대표부 공사,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 UN 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 등을 지냈다. 현재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다.
닷새 앞으로 다가온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주일대사도 내정됐다. 이재명 정부 첫 주일대사로는 이혁 전 주베트남대사가 내정됐다.
이혁 전 대사는 주일대사관 공사, 동북아1과장, 아시아태평양국장 등을 지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과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조만간 주미·주일대사 인선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주미대사로는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주일대사로는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조만간 미·일·중·러 4강 대사를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가운데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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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가 독립운동가라고 느껴 본 적은 없었다.
나를 안아주고 업어주고 늘 따뜻하게 감싸 주기만 한 할머니였다. 억세고 강건하고 단호해야 할 수 있을 것 같은 독립운동가와 우리 할머니는 연결 지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 할머니는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며 반평생을 독립운동가로 살아온 분이다. 할아버지 우당 이회영과 가족 모두가 함께 '투쟁'한 활동을 오래 전에 책으로 냈다. 할아버지 여섯 형제 분들이 모두 가솔을 이끌고 서간도로 이주한 것부터 신흥무관학교를 중심으로 전개한 항일운동의 과정이 책에 담겨있다. 아사 하거나 고문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할아버지들, 이루 말로 다하기 어려운 비극적 가족사까지 그 책에는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그것이 <서간도 시종기(이은숙 저)>이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후 독립운동가로 서훈을 받았다.
최근 우리 가족에게는 아주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 하나 생겼다. 할머니의 서체가 완성된 것이다. 그것은 육필원고의 글씨체를 정형화해서 만들었다. 서체의 이름은 '광복 이은숙' 글꼴이라고 붙여졌다. 할머니의 글씨는 강건한 중심이 있으면서도 유연하게 여분을 품고 있었다. 글맵시는 자유스러우면서도 깨지지 않는 격식을 갖추고 있었다.
나는 엉겁결에 할머니의 저서에 만만치 않은(?) 기여를 했다. 원고를 묶은 원본 책의 제목을 붓글씨로 내가 쓴 것이다. 제목 중에는 '할머니 자서전'이라는 문구가 있다. 그것이 나의 참여를 만방에 알리는 실마리이다. 흔쾌하게 마음먹고 쓴 것도 아닌데 할머니의 저서 덕에, 나는 책과 함께 영원히 익명의 손자로 등장하게 됐다.
할머니는 초겨울 방문을 열고 엄동설한의 그 기억을 모았다
▲광복 이은숙 글씨체 소개 ⓒ 광복8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서체를 하염없이 보면서 할머니의 삶을 상상하게 된다. 내 어릴 적 보아 온, 책을 쓰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할머니는 햇볕이 가득 들어오는 마당 쪽 방문을 열어 놓고 글을 쓰셨다. 햇빛을 옆으로 받으며 앉아서, 무릎을 세워 책상 삼아 글을 쓰셨다. 무릎 위에 놓는 단단한 책받침은 아버지의 작품이었다. 할머니의 자세에 맞게 편히 글을 쓸 수 있도록 아버지가 직접 재단하고 만들어 드렸다.
할머니는 마치 붓글씨를 쓰듯이 펜의 중간 위를 잡고 글을 아래로 써 내려갔다. 펜 끝에 힘이 많이 들어갈 수 없는 옛 필법이었다. 그렇게 쓰면 글씨 또한 커지기 때문에 펜도, 원고지도 특수해야 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한지류의 적당하게 부드러운 종이를 찾았다.
큰 한지를 크기에 맞춰 가지런하게 잘라 저술 용지로 묶어 드렸다. 펜은 굵은 사인펜을 사서 끝이 부드러워지도록 이겼다. 붓펜이 따로 없던 시절이어서 아버지가 이런 방법을 고안했다. 끝이 풀린 굵은 사인펜은 할머니의 손과 팔에 무리가 안 가게 했고 잉크도 적절하게 풀려 나왔다. 왜 할머니의 사인펜은 새것도 항상 헌 것처럼 끝이 이겨져 있는지 그때는 궁금했다.
할머니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던 시기에 나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여서 그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다만 할머니가 무엇인가 쓰고 계셨고 그러기 위해서 늘 골똘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는 기억을 한다.
초겨울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 때에도 할머니는 방문을 열어 둔 채 두꺼운 스웨터를 입고 마당을 내다보며 글을 썼다. 마당에서 놀고 있는 막내 손자와 가끔 눈이 마주치면 예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여느 때처럼 나의 놀이에 눈길을 계속 주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할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그 옛날 엄동설한의 기억 속으로 생각을 모아가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잎을 거의 떨군 화단의 겨울나무들을 보는 할머니의 눈길은 그보다 훨씬 멀리, 닿지 않는 곳에 가 있는 것 같았다. 얼마를 그러다가 천천히 눈길을 되돌려 다시 사인펜의 윗부분을 잡고 붓글씨를 쓰듯 몇 줄을 술술 써 내려가곤 하셨다.
추위와 기아는 이제 옛 얘기가 됐을지 몰라도 그 겨울들에 묻혀 있는 고난의 시간을 어찌 따뜻한 온기에서 맞이할 수 있을까? 가늠할 길 없는 할머니의 눈길이 그렇게 수없이 겨울을 오가며 할머니의 과거는 뭉툭한 글씨로 하나씩 종이 위에 옮겨졌다.
할머니는 기억이 나지 않을 때 종종 갑자를 꼽았다.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다른 네 손가락의 마디를 하나씩 짚어 가며 중얼거리곤 했다. 기억을 불러오다가 다시 고쳐 되뇌고를 반복했다. 어떤 경우에는 연이어 갑자를 꼽고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기억의 정확한 자리를 찾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또 몇 줄을 써 내려갔다.
간혹 손가락 마디를 계속 짚다가 마치 찾고자 한 것을 찾지 못한 것처럼 손을 탁탁 털고 원고용지를 접은 후 일어나기도 했다. 그럴 때는 한 줄도 더해지지 않았다. 나중에 그것이 시기를 기억하기 위해 갑자를 꼽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어린 손자의 눈에 그것은 정말 희한한 행동이었다. 언젠가 할머니께 여쭈어본 적이 있었다.
"할머니 손에 뭐가 있어?"
할머니는 웃으며 갸름한 손바닥을 보여 주셨다. 거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잔주름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주름 속에 담겨 있는 수많은 사연을 그 당시에는 헤아릴 수 없었다. 할머니는 실망한 표정의 막내 손자를 안고 상기된 볼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셨다.
<서간도 시종기>는 거의 전적으로 할머니의 기억 속에서 나온 것이다. 할머니에게는 다행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경험을 회상하고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자리가 있었다. 할머니의 생신이 되면 아침부터 과거의 동지들이 할머니를 찾아왔다.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할머니 무릎에 앉지는 못했다. 그래서 오며 가며 본 장면과 소리로만 기억이 남아 있다.
해마다 생신 때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러 어르신들이 할머니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슬퍼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모두 혁명가들이어서 그런지 노인들임에도 대체로 목소리가 우렁우렁하고 쾌활했다.
국사 교과서에서 다시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의 동지들
▲광복 이은숙 글꼴 ⓒ 광복8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우당장이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종종 이런 말씀을 여러 분이 하셨다. 그리고 때로는 씁쓸하게 혀를 차기도 하고, 때로는 껄껄 웃기도 했다. 해마다 오던 동지들 중 여러 분은 나중에 중고등학교 시절 국사 교과서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교과서에 독립운동가로 소개된 것을 보고 비로소 그분들을 정확하게 알게 됐다.
할머니 책의 제목을 쓴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가 할머니 책의 표지 제목을 나에게 붓글씨로 쓰라고 했다. 당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서예 특별활동이 있었는데 우리 반의 담임 선생님이 그 지도 교사였다. 좋으나 싫으나 나는 서예 연습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서예 숙제를 하느라 밤늦게까지 연습할 때마다 아버지가 지켜보며 칭찬해 주셨다.
처음에는 가로 획과 세로 획만 수 천 번 이상 연습했다. 글자를 쓰게 된 것은 시간이 꽤 지난 그다음이었다. 획 하나하나는 그런대로 모양을 갖춰도 획들이 모인 글자를 균형 있게 쓰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획은 살았지만 글자는 깨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더 나아가 여러 글자가 모인 글을 하나의 화선지에 정연하게 쓰는 것은 말할 수 없이 어려웠다.
아버지가 할머니 책의 제목을 쓰라고 했을 때는 이제 막 화선지 위에서 줄 맞추랴 크기 맞추랴, 여러 글자들을 놓고 씨름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자신도 없고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흔쾌하게 그것이 나의 일인양 생각하며 쓰겠다고 했던 것 같지는 않다.
어느 날 아버지가 먼저 벼루에 먹을 갈아 놓고 화선지도 여러 장 미리 준비하셨다. 그날 수없이 많은 화선지를 버렸다. '서간도'가 그런대로 써지면 '시종기'가 비뚤어지고 다행히 '서간도 시종기'까지 괜찮았는데 '할머니 자서전'의 간격이 너무 떠서 볼 수가 없었다. 쓰고 또 써도 그다지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았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그중에 가장 나은 것을 골라 책 표지를 만들기로 했다. 나는 마음에 썩 들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잘 썼다고 했다. 나중에 할머니도 아주 좋아했다. 그것이 지금 표지에 붙어있는 <서간도 시종기 (할머니 자서전)>이다.
▲<서간도 시종기> 책표지 ⓒ 일조각
그 이후 나의 서예 실력은 더 나아져 이런저런 대회에 나가 제법 상도 받았다. 글씨를 잘 쓴다는 소리도 종종 들었다. '다시 쓰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할머니 책은 이미 나의 초등학교 5학년 글씨를 표지로 완성돼 있었다. 그것은 다시 봐도 그리 잘 쓴 글씨는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할머니 책의 표지를 볼 때마다 할머니가 고사리 손 어린 손자를 안고 계신 것 같아서 엉성한 글맵시가 오히려 편안해 보이기도 한다.
할머니의 삶을 담고 있는 서체는 준엄한 기품이 있지만 엄격한 틀을 강요하지 않는다. 중심이 흔들리는 듯 획이 날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음 획으로 이어지고 또 글자에서 글자로 가는 사이에 강건함과 유연성이 화합하며 균형을 잡는다. 할머니의 서체는 하나의 불균형을 염려하지 않는다. 끝내 전체와 어울리는 조화를 이루어 낸다. 할머니의 서체에는 각기 다른 양상이 충돌하며 연결되는, 다차원적 구성의 아름다움이 있다.
굴종을 강요하는 세월에 흔들림 없이 맞서고, 또 견디며 결국 소화화고, 이겨낸 할머니의 삶이 바로 그런 것이었을까? 고사리 손 어린 손자도 이제 손바닥에 잔주름이 잡히고 있는 환갑쟁이가 됐다. 세월을 그렇게 먹도록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을 할머니께 여쭙고 싶다.
일요일인 20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접경인 지킴 검문소를 통해 북부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구호 물자 트럭에 접근하려다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숨진 이들의 시신을 가자시티의 시파 병원으로 옮긴 뒤 오열하고 있다. 2025. 07. 20 [AP=연합뉴스]
"가자의 심각한 상황을 이해하려면, 당신이 자라면서 알게 된 모든 사람을 생각해봐야 한다. 부모님과 형제자매,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모와 삼촌, 사촌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 … 이제 그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상상해 보라. … 당신은 매일 수 시간을 들여 음식을 찾거나 깨끗한 물을 구해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 사이 그녀는 폭격으로 두 다리를 잃었고, 병원에서 마취제가 떨어졌기 때문에 다리를 절단할 때 당신은 그녀의 손을 잡아야 했다. … 자라면서 놀던 장소, 생일을 축하하던 친구들의 집, 첫 데이트를 했던 장소, 모든 것이 사라지고, 끝없는 회색의 폐허가 됐다.
당신과 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밀가루 한 봉지를 구걸하며 땀에 젖은 절박한 인파를 밀치며 지나가던 중 총소리를 듣고 땅에 쓰러진다."
미국의 진보 언론 <자코뱅>의 필자인 브란코 마르체틱(Branko Marcetic)은 지금 가자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살육, 굶주림, 질병으로 뒤덮인 집단 학살 속에서 230만 명이 살던 사회가 완전히 파괴되는 과정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제노사이드는 이제 그야말로 종말적 단계를 향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은 가자지구의 완전 점령과 서안지구의 합병을 선언했다. 이미 가자지구의 80% 가까이를 군사 점령하고 있던 이스라엘은 이제 나머지 3개 도시(가자 북부의 가자시티, 가자 중부의 데이르 알-발라와 누세이라트)까지 완전히 파괴하고 점령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서안지구에 정착촌 3천 채 이상을 추가 건설할 계획도 승인했다.
이스라엘 국회에서는 서안지구를 이스라엘 영토로 선언하는 결의안이 71 대 13으로 통과됐다. 이것은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버리려는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네타냐후와 초강경 극우 시온주의자들은 ‘시나이반도에서 골란고원과 시리아 남부를 거쳐 유프라테스강까지’ 이어지는 대(大) 유대 국가 건설로 나아가려는 구상도 숨기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정권과 그 최대의 후원자인 트럼프 정권은 처음부터 '영구 휴전'과 '점령군의 철수'라는 하마스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인질'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휴전 협상'에 대한 모든 움직임은 그저 시간 끌기를 위한 사기극과 쇼에 불과했다. 인종청소를 완수하며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강탈하고 자원을 약탈하려는 그들의 목표는 변한 적이 없었다.
물론 가자와 서안의 고립 분산된 극히 일부 지역에 아무런 독립적 권한도 없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허용해줄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진정한 국가가 아니라 가짜 국가에 불과하고, 아랍의 독재 정부들과 유럽연합 등에 체면치레하라고 던져줄 텅 빈 포장지일 뿐이다. 이스라엘 점령군은 이러한 진실을 가리기 위한 가자의 언론인 표적 암살을 더욱 강도 높게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까지 사망한 가자의 기자와 언론인 수는 240명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것은 미국 남북전쟁,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유고슬라비아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생한 언론인 사상자 수를 전부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 주식 시장이 세계 어느 곳보다 더 높은 수익 상승률을 보이면서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의 최첨단 군사 기술과 주변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공격의 성공을 보면서 국제 자본과 투자자들은 아낌없이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시장은 중동의 명확한 승자를 지목하고 있다"라고 이것을 평가했다. 결국,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은 발전한 서구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와 초국적 자본들이 공모한 집단 학살이다.
그 핵심에는 네타냐후와 함께 트럼프가 있다. 반제국주의 사상가 질베르 아슈카르는 이렇게 지적한다. "논평가들은 트럼프가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열망이 있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총리에게 '평화'를 강요했다는 보도는, 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거짓 소문일 뿐이다. … 실제로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할 계획을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세우도록 허용한 인물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을 전폭 지지하는 이유는 중동 패권에 대한 그들의 뚜렷한 이해관계의 일치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미국은 중국과 대결하기 위해 이제 중동에서 발을 빼고 싶어 한다'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 성장을 위해서 중동 석유와 에너지에 대한 의존이 결정적인 나라다. 미국은 중국과 대결을 위해서도 중동 패권을 놓칠 수가 없다.
'미국이 아시아로 회귀한다'는 떠들썩한 논란과 달리 미국은 중동 지역의 군사기지나 군병력을 크게 감축한 바가 없다. 이것이 얼마 전 트럼프가 네타냐후와 함께 이란을 폭격한 이유이고,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이스라엘 합동 폭격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이유다. 그리고 이 점에서는 독일과 영국, 유럽연합도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이들은 가자에서 매일 죽어가는 100여 명의 팔레스타인의 생명보다, 가자에 남아있다는 50여 명의 이스라엘 '인질'의 안전에 대한 노골적인 선택적 관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과 기아 학살이 최정점에 달하면서 이들 나라의 정부마저도 최근에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며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겠다'라는 선언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는 앞서 언급했듯이 껍데기뿐인 가짜 국가를 뜻한다. 그러므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대한 유럽 정부들의 립서비스는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을 막아서기 위한 실질적 조치는 취하지 않으면서 뭔가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새롭고 창의적인 수법'이라는 냉소적인 반응과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 팔레스타인 민중이 가장 큰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중동과 아랍 정권들의 태도다. 이들은 지난 2년 동안 말만 하면서 집단 학살을 막기 위한 어떤 실질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중동과 석유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해 온 아담 하니에(Adam Hanieh)는 그 이유를 이들 친미 독재 정권들과 미국의 동일한 이해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같은 국가들은 미국의 프로젝트와 근본적으로 다른 입장에 있지 않다. … 미국과 걸프 국가들 사이에는 극도로 긴밀한 협력 관계가 있으며, 이는 트럼프 하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현재의 미-러 협상을 주최하고 있다는 사실과 UAE가 향후 10년간 미국에 1조 4천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는 최근 발표에서 볼 수 있다. … 따라서 우리는 아랍 국가들이 트럼프가 제안하는 방식의 인종청소와 '정상화'에 근본적으로 반대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결국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되어 얼마 전 광복 80주년을 기념했듯이, 베트남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프랑스에 맞서서 식민지 해방을 이루었듯이, 팔레스타인도 언젠가는 반드시 해방될 날이 올 것이다. 조선일보는 며칠 전 '우리가 파병까지 해서 막으려 한 베트남 빨갱이 호찌민의 동상이 왜 서울에 있냐'고 호통치는 칼럼을 실었는데, 언젠가는 팔레스타인 민족해방 투사의 동상이 서울에 세워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먼 미래에 세워질 동상이나 기념비가 아니다. 지금 집단 학살을 지켜보고 침묵하고 나서 나중에 그것을 돌에 새기고 애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역사가 우리를 집단 학살을 막지 못한 침묵의 공모자로 기록하도록 놔둘 수 없다. 21세기에 최초로 벌어지는 주요 선진 국가들이 공모한 이 공공연하고 끔찍한 집단 학살을 멈추기 위해 지금 당장 더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관련 부처는 기존 남북합의 중에서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인 이행을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날부터 한·미 연합군사연습 ‘을지프리덤실드’(UFS)가 시작된 가운데,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한 그는 “급변하는 대외 여건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고 외교적 공간을 넓혀가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금 필요한 것은 철통같은 대비태세를 굳건하게 유지하는 바탕 위에서 긴장을 낮추기 위한 발걸음을 꾸준하게 내딛는 용기”라며 “작은 실천들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에 신뢰가 회복될 것이고 평화의 길도 넓어져서 남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 대통령은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을 거론하면서 “우리 정부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가능한 사안은 곧바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하고 “특히,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18일 오전 브리핑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선제적으로 취하려는 조치가 있는가’는 질문을 받은 국방부 이경호 부대변인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고, 국방부는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축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실효적인 긴장 완화 조치들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대답했다.
‘이번 UFS 군사연습 일정 중 서북도서나 접경지역에서의 사격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되는가’는 의문에는 “서북도서 해상 사격훈련 중지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는 없다”거나 “접경지역 훈련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18일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대북정책 방향을 천명하였다”면서 “핵심 대북 메시지로 북측의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일체의 적대행위 불추진의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고 확인했다.
“이는 지난 윤석열정부 8.15 통일 독트린의 반북 흡수통일, 자유의 북진론을 폐기하고 평화 공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한반도의 실질적 긴장 완화와 남북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유정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을지연습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방어적 성격으로, 이를 통해 북한을 공격하거나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도사」를 통해 “민주주의와 평화, 민생경제”를 위해 분투했던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면서 “대통령께서 앞장서 열어주신 그 길 따라서, 멈추지 않고 직진하겠다”고 밝혔다.
8월 15일,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회담을 가졌다. 회담은 3시간도 채 지속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평화를 향한 긍정적인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반 동안 지속되고 지정학적 대립이 계속 고조되는 배경 속에서, 이번 회담은 세계에 다시 한번 분쟁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대화와 협상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분쟁 해결의 유일한 출구임을 증명했다. 이 원칙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뿐만 아니라 글로벌 갈등을 다루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이번 회담은 러시아-미국 관계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되고, 양국 관계가 완화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외교적 시도의 의의는 미-러 고위급 대화 메커니즘을 재개하고, 후속 협상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알래스카가 회담 장소로 선택된 것에 대해, 서방 언론은 푸틴이 "러시아를 방어하기 위해 설립된 미군 기지"에서 미국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것이 매우 상징적이라고 묘사했다. 이는 양측이 이 지역 위기를 공동으로 관리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며, 분쟁이 더욱 확대되거나 파급되어 심지어 두 핵 강대국 간의 직접적인 대립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세계의 우려를 완화시켰다.
이번 회담은 미-러 관계의 방향에 새로운 변수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기회도 제공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회담이 역사적으로 반복해서 증명된 한 가지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이다. 즉, 협상과 대화는 위기 해결의 유일한 출구이며, 이는 중국의 일관된 원칙과 입장이기도 하다. 이미 2023년 2월,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 문서에서 명확히 지적했다: 대화와 협상은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의 유일한 실행 가능한 출구이다. 지난 3년 이상, 일부 강대국의 갈등 부추김과 일방적 제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의 방향을 바꾸지 못했고, 오히려 분쟁의 장기화와 손실의 확대를 초래했다. 이러한 "전쟁으로 전쟁을 멈추려는" 사고방식은 상황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기 확산 위험을 지속적으로 악화시켰고, 대화의 문은 한때 완전히 봉쇄되었다. 역사가 반복해서 증명했듯이, 외부 세력의 개입은 종종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며, 각 당사자는 이로부터 교훈을 얻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인류가 중대한 위기 앞에서 내려야 할 올바른 선택은 결코 무력 대결이 아니라 냉정한 협상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많은 분쟁과 전쟁이 협상과 대화의 중요성을 증명했다. 예를 들어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미국과 소련은 긴장된 외교 협상을 통해 결국 전 세계 핵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위기를 피했다. 또한 한반도 문제를 보면, 상황이 여전히 복잡하지만, 수년간 각 당사자들은 6자 회담 등 다양한 협상 메커니즘을 통해 어느 정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왔다. 오늘날, 어떤 분쟁도 단순히 지역적 문제가 아니며, 그 영향은 종종 전 세계로 파급된다. 따라서 협상과 대화를 통해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분쟁 당사자들의 인민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전체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
미국과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한 간접 협상을 가진 것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스탄불에서 직접 협상을 한 것, 그리고 이번 미-러 정상의 대면 교류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의 정치적 해결 맥락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과정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갈등과 의견 차이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에 2024년 6월에 제안했던 휴전 조건보다 완화된 요구를 제시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에 100% 에너지 관세 제재를 실시하는 것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는 미-러 갈등이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교 협상은 어렵고 느리지만, 의견 차이를 줄이고 심지어 제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현재, 우크라이나 위기의 각 당사자들은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모두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며, 구속력이 있고, 모든 당사자가 수용할 수 있는 평화 협정을 달성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러시아와 미국이 접촉을 유지하고, 상호관계를 개선하며,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진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또한 모든 당사자와 이해관계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평화 협상 과정에 참여하여, 조속히 분쟁을 종식시키고 지역 평화를 재건하기를 기대한다.
2001년 완공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전면 새 단장(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리모델링 비용이 개항 당시 공사비(1조3816억원)의 두 배가 넘는 약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7년 12월부터 2033년까지 제1여객터미널의 외장과 지붕, 골조를 제외한 모든 시설을 리모델링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리모델링 계획안은 지난 5월 기본설계를 마쳤고, 조만간 실시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계획안을 보면 개항 이후 365일 24시간 무중단 운영으로 노후화된 건축·기계·전기·통신·소방·수하물시스템(BHS)의 시설이 전면 교체된다. 1990년대 기준으로 설계된 소방·내진·내화 등 성능 개선과 안전기능 강화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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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박준철 기자
3층에 있는 출국장 6곳은 4곳으로 통합된다. 중앙에 있는 출국장 4곳을 2곳으로 통합하고, 동·서 끝단에 2개의 프리미엄 출국장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보안구역 내 동·서편의 환승장도 한 곳으로 통합하고, 예비 환승장 한 곳을 신설하게 된다.
출국심사 절차도 변경된다. 지금은 체크인 후 보안검색을 받고 출국심사를 받지만, 리모델링 이후부터는 출국심사를 먼저 받은 뒤 보안검색을 받게 된다.
1층에 있는 6곳의 입국장과 환영홀도 2곳의 통합입국장으로 조성된다. 별도로 ‘특별입국장’ 한 곳을 신설한다. 1층과 2층 중간에 설치된 입국장 출구 쪽 ‘유리 다리(글라스브릿지)’는 모두 철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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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통합출입국장 조성 계획.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문제는 공사가 추정한 리모델링 비용이다. 기본설계에서 제시한 사업비는 2조8466억원이다. 제1터미널 건설 비용인 1조3816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2022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에서 제시한 사업비(1조195억원) 보다도 훨씬 많다.
공사는 “물가상승률(30%)을 반영해야 하고, 공사범위가 확대됐다”며 “KDI의 비용 추계에선 여러 개의 항목이 빠진 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KDI의 비용 추계와 비교하면 건축비가 2369억 원에서 5501억 원으로 갑절 넘게 뛰었다. 기계 부문이 2162억 원서 4185억 원으로, 전기 부문이 1305억 원서 3524억 원으로, 정보통신 부문이 627억 원서 3778억 원으로 느는 등 많게는 6배가량 비용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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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박준철기자
공항 안팎에서 3조 원에 달하는 리모델링 비용이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천공항 4단계 사업으로 지난해 완료된 제2여객터미널에 확장 공사에는 총 2조4000억 원이 소요됐다.
인천공항의 한 직원은 “지금도 외국공항에 비해 모든 시설이 우수하고 멀쩡한데, 보수해서 사용하면 될 것을 건축비보다 2배 넘게 들여 리모델링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개항 당시 모든 시설이 100년 이상도 끄떡없다고 했는데, 결국 ‘빈말’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 비용이면 터미널을 새로 짓는 게 낫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KDI는 “공사가 기본·실시설계 과정에서 사업규모를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며 “기획재정부에서 지시가 있으면 예비타당성 재조사와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다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2조8466억 원은 기본설계가 끝난 뒤 모든 부서의 의견을 취합해 산정했다”며 “비용이 늘어난 부분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하나 문화공동체 히응 대표인구 10만이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 오랫동안 공동체를 꾸려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만나 주민의 권리와 지역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마을공동체로 시작했는데 인구도 작고 도심지도 적다 보니 한 도시를 대표하게 되었다.
이곳은 80년대 정부 정책으로 개발한 지역이 있었다. 과거형이다. 나지막한 아파트가 오밀조밀하게 모여있고 오래된 나무들이 아이들을 키워내던 그곳은 몇 년 전부터 하나씩 사라지고 20층이 넘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마지막으로 남은 몇 곳의 단지도 이제 싸그리 사라질 것이다. 이곳에서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고 풀뿌리정치를 꿈꾸던 사람들은 함께 늙어갔다. 새로 높게 올라가는 아파트를 포기하고 떠난 사람도 있고, 더 아늑한 곳이 어울리겠다며 떠난 사람도 있다. 나무와 함께 자라던 아이들도 마을을 떠났다. 그중 몇 명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친구들은 사라졌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학교와 직장을 찾아 마을을 떠났다.
이 도시의 한쪽 끝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불법건축물이라는 이유로, 그곳이 하루빨리 싹 개발되어 새로운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길 바라는 이유로, 매년 화재가 일어나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 사람들은 그들을 더러 이해했다가 더러 이해하지 못했다.
8~90년대의 대규모 개발로 만들어진 1기 신도시와 비슷한 곳들은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공동체에서 자란 어린이가 성인이 되어 학교와 직장을 찾아 떠날 때가 되면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들은 동시에, 한 번에 소멸한다. 어떤 청년들은 자기들이 중고등학교 때 교복을 사러 갔던 낡은 상가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은 철거가 예정된 단지를 드나들며 기억을 모았다. 자료를 찾고 각자의 앨범에 정리된 사진을 찾아냈다. 살림살이가 나와 있는 복도를 오가며 사진을 찍었다. 또래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거나 책을 쓴다.
이들과 비슷한 또래들은 커뮤니티에 글을 쓴다. ‘예전에 그런 나라가 있었단다.’ 이제 서른 정도 된 청년들은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먼 옛날의 이야기를 전한다.
‘아파트는 모두 복도식이야. 현관문은 항상 열려있어. 집에 아무도 없으면 옆집에 가서 밥을 먹었지. 우리는 녹슨 미끄럼틀에서 해가 질 때까지 놀았어. 그리고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부르면 내일 보기로 하고 헤어졌지.’, ‘같은 층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명절이면 음식 나눠 먹었어.’, 7~80년대 단독주택 골목에서 복도식 아파트로 바뀌었을 뿐, 생활양식은 비슷했다. 이들의 글은 커뮤니티를 돌다가 유튜브 콘텐츠가 된다. 옆집에서 밥을 얻어먹고 ‘너희 엄마 시장 갔다’고 알려주던 이웃을 기억하는 이들이 그때를 그리워한다는 반증이다. 재건축 추진중인 1기 신도시 산책로 ⓒ필자 제공
어떤 청년들은 도시에서 가장 싸게 교복을 팔던 집 이야기를 나누다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냥 그 시절이 통째로 사라진다는 게 화가 나요. 왜 화가 날까요?”
어떤 과거는 지우고 싶겠지만 어떤 과거는 소중하다. 잊고 있던 서랍을 열었을 때 발견한 종이쪽지에 적힌 친구의 메시지처럼, 장소는 기억을 담고 있다. 집단 기억을 담고 있던 한 시절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삭제될 때, 나의 과거도 부정당한다.
삐 – 당신의 과거는 삭제되었습니다. 소거되었습니다. 또는 소멸되었습니다.
마을의 공간은 끊임없이 삭제되는데 정책과 기득권들은 자꾸 공동체를 강조한다. 상호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는 마지막 사회적 자산이 공동체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방법이 공동체다. 이미 자산을 축적한 기득권은 공동체가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을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지방자치를 강조하고 마을공동체를 지원했다. 그러나 깨져버린 땅에서, 또는 곧 부서질 예정인 곳에서 어떤 공동체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인구 10만이 안 되는 도시에 남은 풀뿌리 활동가들은 공동체의 미래를 걱정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청년들은 시민사회에도 마을공동체에도 진입하지 않는다며 염려가 크다.
“왜 청년들이 마을이나 풀뿌리 활동에 관심이 없을까요?”
필자가 마을교육을 진행한 초등학교 교실 (2023) ⓒ필자 제공
정말 그럴까? 내가 체감하기로는 그렇지 않다. 복도식 아파트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사라진 교복 집을 떠올리는 이들은 안락하게 쉴 수 있는 공동체를 원했다. 그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했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게다가 폭발적으로 모이는 모임은 많다. 청년들이 마을 활동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 관심이 적을 수는 있겠다. 그들이 어린이일 때부터 어른들은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라고 가르쳤다. 공부 열심히 해라, 좋은 학교 들어가라, 좋은 직장 다녀라. 좋은 학교와 좋은 직장은 경쟁의 상부에 있고 그곳은 마을 안에 없다.
작년엔가 만났던 한 청년 예술가는 우리 지역에 살다가 서울로 옮겨 자취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살던 도시와 마을을 추억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는 작가들과 지역과 마을을 재구성하는 활동을 하면서 자기가 자란 마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마을과 지역, 그 안에서 발생하는 정치와 정책은 자기 삶과 동떨어져 있었다. 그렇지 않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며, 굳이 서울로 가지 않았어도 괜찮았겠다고 했다.
만일 그가 마을에서 더 오랫동안 머물렀다면 그는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었을까. 어른들은 쉽사리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서 청년이 나타나면 반갑게 인사한다. 인구소멸 시대라는 단어에 매몰된 마을은 청년들에게 간이의자를 한 번 내어줄지언정 판을 깔아줄 여유는 없다. 그저 귀하고 귀해서 외부인이 된다. 밖에서 들어온 낯선 자로 여긴다. 청년을 청년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둬버린다.
2010년 이후, 어린이들에게 ‘마을에서 만난 사람’을 떠올려보자고 했을 때, 어린이들은 편의점 아저씨, 태권도 사범님, 미술학원 선생님, 피자집 사장님을 말했다. 청소년들은 피시방 알바 누나, 아이스크림 집 사장님 등 상거래로 만난 사람들만 떠올렸다. 거래 없는 관계는 차츰 실종되었다.
경기도 1기 신도시의 어린이공원 ⓒ필자 제공
시민사회와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를 비롯한 대안적 삶을 꿈꾸는 활동 영역에서 마을과 지역에 기반을 세우기 위해서 우선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방정부에 따라 이에 대한 지원은 달라진다.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 공간은 정책에 의해 계속 삭제되고, 정책은 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다시 조성해야 하는 형국이다. 마을은 삭제하고 공간은 만든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칠 공간은 사라지고 아파트는 단지마다 철벽을 치면서 모일 만한 곳을 만들려니 돈도 많이 들고 억지스럽다. 강이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바둑판같은 길을 따라 걷지 않는다. 어린이들이 모여 노는 곳을 보면 사람이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어린이들은 정해진 놀이터에서 놀기보다 어딘가 다른 곳을 발견해 놀이터로 만들어버린다. 그나마 그 어린이들도 사라지고 있다.
지도 위에서 자를 놓고 찍찍 줄을 그어 만드는 마을, 대통합단지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 외부인 출입을 엄금하는 아파트 공동체가 첩첩이 성벽을 쌓고 있는데 마을은 어디서 어떻게 다시 태어나야 할까. 유년 시절을 삭제당한 청년들은 마을로 돌아올 길을 잃었다. 잠자리채를 들고 뛰어다니던, 함께 자라 터널을 만들어준 나무들 사이로 매미가 울고 잠자리가 날던 그 산책로는 하나씩 삭제되는 중이다.
15일 오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공유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감 전에 비해 약간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면을 둘러싸고 수많은 논란이 오갔다. 한 개인의 사면이 사회 시스템의 문제뿐 아니라 계급 문제로까지 비화한 건 ‘조국’이라는 발화점의 폭발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단면이다. 숱한 논란과 비판, 정치적 우려를 뚫고서 밖으로 나온 조국 전 대표를 15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공유 카페에서 만났다. 수감 전보다 약간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그는 “과거로 돌아가는 걸 원치 않기에 분명한 반대 증거가 나오지 않는한 재심 청구를 하지 않겠다. 저는 미래를 보고 갈 생각이다. 제 사면에 반대하신 48%의 국민께 저의 효능, 저의 역할의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감옥에서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 심경이 어땠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에 감사했습니다. 여론조사로는 찬반이 팽팽했는데, 종합적인 판단에 따라 정부 출범 초기에 (사면을) 결행하기로 하셨구나 짐작했습니다.”
― 이재명 정부 출범 두 달이 조금 더 지났습니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이재명 대통령 개인의 특성, 장점이기도 한 것 같은데 실무 능력이 아주 좋고, 조직 장악력이 아주 좋으신 거 같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국정 장악력이죠, 국정 장악력이 아주 좋고, 국무위원까지 포함해서 공무원, 관료에 대한 장악력이 아주 좋은 게 확인된 거 같습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통해서 훈련되고 축적됐던 능력을 지금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내란을 극복하고 경제 위기를 넘어야 하는 비상한 상황이니까,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맨 앞에 직접 나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그게 참 좋은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산업재해 문제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도 그렇게 직접 챙기고 지시하고 그런 적이 없잖아요?”
― 사면을 둘러싸고 논란이 컸습니다. 형기의 1/3만 복역한 상황에서 사면되는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구요. 이런 비판과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주당 안에서 조기 사면에 대해 의견이 나뉘었고, 2030세대에서는 반대 의견이 높았던 것으로 압니다. 그 우려와 비판, 이해하고 감수합니다. 향후 행동으로 답하겠습니다. 내란 척결과 민생 회복, 사회 대개혁을 이루는 데 역할을 하겠습니다.”
― 출소 메시지에서 ‘저의 사면에 비판의 말씀을 해주신 분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존경의 마음으로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법률적으로만 얘기하면 사면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니까 그게 불법이라고 얘기하시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 문제보다는, 이유야 뭐든 간에 조국은 유죄 판결이 나지 않았느냐, 검찰권 오남용이 있었다 하더라도 유죄 판결이 난 거 아니냐, 그리고 그것 때문에 투옥까지 된 거 아니냐, 그렇다면 대통령이, 아무리 검찰권에 의해서 피해를 받은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경우엔 유죄 판결을 존중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요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비판 자체에 대해 제가 고깝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런 비판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입니다.
물론 저는 검찰 수사는 물론이고 법원의 유죄 판결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며칠 전 대구문화방송(MBC) 보도(동양대 표창장이 허위라는 법원 판단과 배치되는 증거가 새로 나왔다는 보도)를 봤는데, 재판 과정에서 저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요.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 말을 지금 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따지는 건 피고인 시절의 얘기이고, 저는 이제 정치인이 됐기에 더는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였고, 제가 지금 국민께 말씀드리는 건 그걸 전제로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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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조국 전 대표가 서울 봉천동 공유 카페 앞 골목에서 뭔가를 설명하고 있다. 류우종 기 wjryu@hani.co.kr
― 조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 중에는 꼭 재심을 청구해서 무죄를 받아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재심을 청구할 생각입니까?
“저는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부인인) 정경심 교수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재심을 하게 되면 거기에 또 힘을 쏟아야 하는데 그걸 원치는 않습니다. 저는 법원의 사실 판단과 법리에 동의하지 못하지만 판결에 승복한다는 얘기를 이미 여러 차례 했습니다. 그에 따라서 지난해 12월16일 구속돼 8개월의 형을 살았고, 오늘(15일) 사면복권을 받았습니다. 여하튼 법률적으론 끝난 문제입니다. 앞으로 할 일은 저의 사면을 비판하시는 분들, (여론조사에서 사면에 반대한) 48%의 국민께 저의 효능, 저의 역할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사면복권을 비판하신 분들이라도 제가 정치인으로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면 받아주실 것이고, 안 그러면 못 받아주실 거라 생각하기에 저는 미래를 보고 갈 생각입니다. 저의 활동의 초점은 재심이 아닙니다.”
― 좀 전에 ‘2030세대에서 사면 비판이 높았다’고 언급했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2030세대가 저에 대해 가진 불만은 이른바 ‘입시 비리’ 문제에 대한 불만일 겁니다. 자신들은 가질 수 없던 인턴십이라는 기회를 조국이라는 사람은 자식들에게 주고, 그걸 입시에 제출했다는 것 때문에 화를 내시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점은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여러 차례 사과했고, 지금도 여전히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 당시 제도가 그랬다, 부모로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변명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제가 ‘죄송하다,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한다고 해서 그분들의 마음이 풀리진 않을 거라는 걸 잘 압니다.
그래도 제가 석방된 오늘부터, 앞으로의 제 행동과 실천으로 그분들의 고통을 완화하고 그분들의 꿈을 실현해주는 뭔가를 한다면,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면에 반대했던 분들의 마음을 풀어드리는 건 앞으로 저의 실천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에 큰 관심이 쏠립니다. 지방선거 출마설, 민주당과의 합당설 등이 떠도는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요?
“이제 막 석방됐을 뿐인데 여러 추측과 예상이 난무해서 좀 조심스럽습니다. 교도소에서 방송을 보니까 정치평론가들이 수많은 전망을 하시고 시나리오를 말씀하시는데, 지금 당장 제가 무엇을 하겠다 얘기하는 건 너무 성급한 거 같습니다. 먼저 사면 탄원을 해주신 종교계와 시민사회 원로 분들을 만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조언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조국혁신당 시도당이 있는 지역을 방문해서, 당원과 국민의 의견을 듣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저는 정치인으로 돌아왔고 내년 6월 국민으로부터 한 번 더 심판을 받겠다는 것입니다.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내년 6월에 열리는 지방선거 또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실 생각이라는 거죠?
“그게 지방선거가 될지 국회의원 재보선이 될지를 지금 판단하는 것은 이르지만, 정치적 심판을 받을 것이란 점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때 상황을 보면서, 제 개인이 아니라 당에서 필요한 곳이 어딘지 결정을 해주면, 저는 거기에 따를 생각입니다.”
―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얘기하는 분도 많습니다.
“많은 분이, 예컨대 박지원 의원님은 공개적으로 민주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선의를 가지고 그런 제안을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단결하자는 취지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답을 할 수 없는 게, 조국혁신당은 공적 정당인데 내부 논의를 먼저 해야 하고, 또 합당이 최선인가도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난해 4월 총선 때도 조국혁신당을 만들면 민주당의 선거 승리에 방해된다는 비난이 매우 많았지만 결과는 어땠습니까? 별도의 당을 만든 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모두에 다 도움이 되지 않았나요? 내년 지방선거와 그 이후 2028년 총선까지 생각하면 어떻게 두 당의 관계를 형성하는 게 최선인가, 합당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내부 논의를 먼저 거쳐야 합니다.
물론 저는 예전의 정의당처럼 무조건 민주당과 차별화하고 선을 긋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우선은 당을 재건하는 게 시급합니다. 낮은 자세로 당원들의 얘기를 듣겠습니다. 그리고 연말을 지나 내년에 들어갈 때, 어떤 게 진영 전체에 도움이 될지 열린 상태로 고민하고 당내 의견을 모아보겠습니다.”
― 조국혁신당 지도부가 임기 단축을 결정했으니 조만간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게 됩니다. 당 대표로 복귀하시는 겁니까?
“아직 전당대회 날짜는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11월 초중순께 열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면 저는 당 대표에 출마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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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대표가 15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기 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조 전 대표는 “젊은 세대의 ‘입시 비리’ 비판은 변명할 수 없는 문제다.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감옥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수감과 특검의 체포영장에 막무가내로 저항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겁니다.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전직 대통령 이전에 대한민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품위가 없는 저급하고 몰염치한 겁쟁이임을 재확인했습니다. 국민도 ‘저런 사람이 검찰을 지휘했고 나라를 쥐락펴락했구나’ 하며 한탄하셨을 겁니다. 윤석열은 공포를 주는 ‘폭군’에서 조롱의 대상인 ‘진상’으로 전락했습니다. 저에 대한 사면 결정이 난 후 김건희씨도 구속되어 남부구치소에 입감됐습니다. 남부구치소는 제가 있던 남부교도소 바로 옆입니다.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 두 주체의 몰락을 확인하면서 저는 옥문을 열고 나온 것이니, 정말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 언젠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게 정치적으로 필요하리라 생각하십니까? 조 전 대표는 윤석열·한동훈 두 사람을 용서할 수 있습니까?
“2019년 제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자, 윤석열·한동훈 두 사람은 제가 사모펀드를 활용해 정치자금을 모았다는 황당한 논리를 언론에 전파하고 청와대에도 보고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자신들의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알았을 겁니다. 그러면 수사를 멈춰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수사 중단은 자신들의 오류와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제 자식들의 인턴증명서 수사로 파고 들어갔습니다. 10년 전 학생 인턴의 상황을 분 단위로 따졌습니다. 털고 또 털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와 우리 가족 전체를 짓밟았습니다.
인턴증명서 기재 시간과 실제 활동시간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이에 대해선 여러 차례 공개 사과를 했고, 처벌도 받았습니다. 그런 기회를 아예 가질 수 없었던 분들에겐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윤석열과 한동훈은 자신들의 지위 보전과 검찰개혁 저지를 위해 검찰권이라는 칼을 망나니처럼 휘둘렀습니다. 베고, 찌르고, 비틀었습니다. 더 중요하게는 윤석열은 계엄을 통해 민주헌정을 파괴하려 했고, 저를 포함한 정치인들을 ‘수거’하여 죽이려 했습니다. 솔직히 말합니다. 저는 두 사람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단, 국민 다수가 용서하라고 말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는 경우엔 예외입니다.”
― 출소 메시지에서 국민의힘을 ‘극우정당’이라고 칭했습니다. 국민의힘 극우화를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국민의힘 전신(前身) 정당의 경우엔 수구와 온건 보수가 공존했습니다. 당내에 극우 성향 인사는 있었지만, 당권을 가진 지도부가 극우 일변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집권 이후에 수구·극우가 확고한 당내 주도권을 쥐게 됐고 이 흐름이 12·3 계엄 뒤 더 분명해졌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여러 나라에서 극우 정당의 부상이 현저히 눈에 띄는데, 한국의 경우엔 새로운 극우 정당이 등장하는 대신에 국민의힘 자체가 극우화된 겁니다. 지금 윤석열과의 단절 거부, 부정선거 음모론 폐기 거부 등의 모습은 정상적인 정당의 모습이 아닙니다. 윤석열 집권 후 국민의힘이 ‘윤석열화’된 결과이고, 윤석열이 가진 극단성과 저열성이 국민의힘 전체에 전염된 결과입니다.
지금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이후에도 평균적인 국민 마음을 읽고 그에 부합하는 혁신을 하지 않고 극우 지지층에 영합하는 선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번 당 대표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가 얻은 41.15%를 믿고 이재명 정부가 실책을 범할 시간을 기다리는 겁니다. 국민의힘 자멸을 안타까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자멸이 가속화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어야 합니다. 위헌 정당 해산 요건이 충족되는지는 내란 특검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될 것이나, 이와 별도로 내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을 통해 국민의 ‘적’이 된 국민의힘을 심판하고 제1야당을 교체해야 합니다. 즉, 국민의힘을 주변화·소수화시키고 그 공간을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이 확보해야 합니다.”
― 국정기획위가 제시한 이재명 정부의 1호 국정과제가 개헌입니다. 역대 거의 모든 대통령이 공약했지만 이루지 못했던 개헌, 이번엔 현실화할 수 있을까요?
“이재명 정부 임기 중 꼭 개헌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여대야소의 국회 환경이기에 실현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개헌 시기와 관련하여 2026년 6월 지방선거냐 2028년 4월 총선이냐로 의견이 나뉘는 것 같습니다. 2026년 6월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고, 올해의 경우 내란 완전종식과 민생·경제 회복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2028년 4월로 미룬다면 개헌의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희망사항을 말하자면, 올해는 검찰개혁·언론개혁·사법개혁 등에 집중하고 연말연초에 개헌 논의에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내년 6월 전에 여야 합의가 다 이루어지지 못하면,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사항 중심으로 1차 개헌을 했으면 합니다. 예컨대, 5·18 및 6·10 정신의 헌법전문 추가, 대통령의 계엄선포권 제한,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 감사원의 소속 변경 등을 포함한 개헌입니다. 그리고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에 논의를 계속하여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4년 연임제로 대통령 임기조정, 지방분권 공화국 명시, 수도 조항 신설(행정수도 위헌 방지용), ‘사회권’을 포함한 기본권 조항 강화,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 구성방식 개선 등을 합의해 2028년 4월에 2차 개헌을 하면 됩니다.
개헌이 성사된다면 한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한 단계 도약할 것입니다. 1987년 헌법을 만든 주체들이 약 40년을 지속한 헌법을 만들었듯이,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헌법을 남겨 주어야 합니다. 개헌은 이재명 대통령의 큰 업적 중 하나가 될 것임이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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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인터뷰 직전, 서울 봉천동 공유 카페 앞 골목에서 조국 전 대표가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조 전 대표는 “수년간의 긴 터널을 이제야 빠져나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학자의 삶은 끝나고 정치인의 삶을 살게 됐습니다.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받고 8개월간 옥고도 치렀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대학 졸업 이후에 학자를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잠시 민주당 혁신위원으로도 일했지만, 언제나 중심은 학교에 두고 있었습니다. 윤석열이 지휘하는 ‘조국 (가족) 사냥’으로 모든 것이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비유하자면 ‘별자리’가 바뀐 것이지요. 이런 총체적이고 전면적 충격을 겪으면 누구든 사람의 생각은 바뀔 수밖에 없을 겁니다.
2019년 이후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쥔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23년 말 정치 투신을 결심했습니다. 학자 시절에는 학문적·이론적 원칙과 이에 기초한 논리의 일관성과 정밀함이 중요했습니다. 정치인이 된 후로는 정치적 원칙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온 말,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생명의 나무다’를 사고와 행동의 중심에 놓고 있습니다. 학자는 ‘해석’ ‘평가’ ‘분석’이 중심입니다. 정치인은 이를 전제로 ‘변화’ ‘창조’ ‘변혁’을 이뤄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스스로 ‘사건 창조적 인간’이 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국민의 마음을 읽고 국민과 소통하며 세상의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저의 새로운 용도를 국민께 입증할 겁니다.”
박찬수 대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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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국회를 오래 취재하며 ‘정치란 결국 권력 행사를 통해 사회를 바꾸는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어떻게 하면 권력을 제대로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을까에 관한 기사를 쓰려고 합니다.
[인터뷰] 케냐 탈플라스틱 활동가 헬렌 카하소 데나 "쓰레기 투기로 매년 40만~100만 명 숨져"
손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25.08.18. 05:08:11
국제 플라스틱 협약 논의가 '미온적 국가'들로 인해 길어지고 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 약속에 소극적인 국가들이다. 여기엔 한국도 포함된다. 플라스틱 논의가 지연되는 사이 지구에서 대량 양산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남반구의 가난한 나라로 지금도 수출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올해 내로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확정한다. 말레이시아, 케냐, 필리핀의 탈플라스틱 활동가 3명에게 한국이 세계 시민을 향해 가져야 할 윤리를 물었다.
마을에 감당치 못할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이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우기엔 쓰레기 더미가 수로를 막아 홍수를 유발하고, 이에 따라 수인성 질병도 확산한다. 수로에 쌓인 쓰레기는 토양, 수질을 오염시키고 주거 지역에선 설사 등의 질환을 유발한다. 일부 남반구 국가들에서 설사는 주요 사인 중 하나다.
플라스틱은 차차 분해돼 토양, 대기, 물 등에 스며든다. 불에 태우면 유해 물질이 대기에 방출돼 동물의 몸에 들어간다. 분해된 미세플라스틱의 악영향은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고, 빈곤국에선 실태조차 거의 기록되지 않았다. 소나 염소가 플라스틱을 먹어 복부 팽창으로 폐사했다는 보고는 수시로 나온다. 대량 쓰레기로 산호초가 파괴되는 등 해양 동·식물의 피해도 심각하다. 이는 관광산업의 축소로도 연결된다.
모두 플라스틱 쓰레기로 진통을 겪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조사한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석유·화학 업계는 여전히 아프리카 대륙을 '유망 시장'으로 간주한다. 2018년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한 후, 대안 지역으로 지목되면서다. 케냐는 중국의 금지 조치 이후 1년 만에 폐플라스틱 수입량이 4배나 늘었다.
케냐의 탈플라스틱 활동가 헬렌 카하소 데나(Hellen Kahaso Dena)는 "케냐와 아프리카는 부유국들의 쓰레기통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헬렌은 지난 4일 <프레시안>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생산에 사용되는 석유와 가스를 땅속에 그대로 두고, 대형 오염 기업의 무분별한 플라스틱 생산을 멈추게 할 국제 조약을 당장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10월, 그린피스 아프리카의 활동가 두 명이 케냐의 한 쓰레기 폐기장을 둘러보고 있다. ⓒ그린피스
▲2022년 4월, 케냐 나이로비 인근 단도라(Dandora) 쓰레기 매립지에 쌓인 폐섬유와 폐플라스틱 더미들. ⓒ그린피스
하루 종일 쓰레기 산 뒤지는 피커, 4000만 명
현재 케냐의 상황을 묻자 헬렌은 '피커(picker)'를 먼저 소개했다. 한국말로 풀면 쓰레기를 줍는 사람이다. 해외로부터 막대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유입되면서, 케냐 도심지 주변 곳곳엔 매립지와 노천 폐기장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3미터(m) 사다리보다 높게 쌓인 폐플라스틱 더미에서 재활용할 수 있거나, 오염되지 않은 쓰레기를 찾아 되팔며 생계비를 버는 이들이다.
해외 유입량 못지않게 자국 내에서 버려지는 폐플라스틱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헬렌은 말했다. 그는 "케냐는 매년 88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며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하루 약 2400톤의 고체 쓰레기가 발생하는데, 그중 20%가 플라스틱 쓰레기"라고 했다. 또 "이는 주로 단도라(Dandora)나 키베라(Kibera) 같은 비인가 거주지에 버려지며, 여기엔 매립지와 노천 폐기장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헬렌이 속한 그린피스 아프리카는 지난 5월 피커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쓰레기 산'들이 있는 케냐의 단도라에서 피커로 일하는 조이스(Joyce)의 일상을 다뤘다. 조이스는 어릴 적인 12년 전부터 피커인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매립지를 매일 오갔다. 그러다 어머니 건강이 악화하면서 자신이 피커로 일을 이어 갔다. 그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하루 대부분을 폐기장에서 팔 수 있는 플라스틱을 찾는 데 보낸다.
조이스 가족 중 여럿이 호흡기 질환 등 건강 문제를 앓고 있다. 2019년 케냐 등의 피커 실태를 조사한 티어펀드(Tearfund)에 따르면, 전 세계 피커는 40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린피스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쓰레기로 인해, 빈곤국에선 매년 40만~100만 명이 질병이나 사고로 숨진다"고 밝혔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950년대 연간 200만 톤이던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9년 4억 톤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은 83억 톤을 넘었고 2060년까지 3배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의 실제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나머지 91%는 땅에 방치되거나 불에 태워진다.
오염 문제가 극심해지면서 2017년 케냐 정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봉투(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2020년엔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에서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다.
헬렌은 그러나 "실질적 이행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며 "규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케냐의 시장, 노점상, 비인가 거주지에선 비닐봉지가 여전히 쓰이고 있다. 설탕 등 일부 상품은 여전히 비닐봉지에 포장돼 팔린다"고 말했다. 또 병, 쓰레기봉투, 포장 용기 등의 제품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사각지대도 넓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DUMPED: A WASTE PICKER'S STORY' 다큐멘터리 갈무리. 왼쪽의 두건을 두른 여성이 조이스다. ⓒ그린피스아프리카유튜브
▲'DUMPED: A WASTE PICKER'S STORY' 다큐멘터리 갈무리. 케냐의 한 쓰레기 폐기장 풍경. ⓒ그린피스아프리카유튜브
"우리는 당신들의 쓰레기장이 아니다"
주요 가해자 중 하나는 다국적 기업이다. 헬렌은 "대형 오염 기업들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책임지게 하기 위한 활동과 이들의 그린워싱을 알리는 활동을 쭉 해왔다"고 밝혔다. 대상은 코카콜라, 유니레버, 네슬레, 펩시코 등이다. 이들 제품의 쓰레기는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주요 쓰레기 수입국에서 쉽게 발견된다.
2020년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케냐를 향한 석유·화학업계의 로비가 폭로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미국화학협회 이사의 서한엔 케냐가 미국산 화학제품과 플라스틱을 아프리카의 다른 시장으로 공급하는 허브로 기능할 수 있으니, 케냐가 플라스틱 규제 정책을 완화하도록 협상해달라는 로비 내용이 담겼다. 미국과 케냐 간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인 때였고, 서한은 미국 무역대표부에 전달됐다.
"Africa is not a dumpster(아프리카는 너희의 쓰레기장이 아니다)."
케냐의 환경운동가들과 시민들은 이 문구를 내걸고 로비를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였다. 해시태그를 붙여 #AfricaIsNotADumpster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했고, 케냐 산업통상부 장관 등에게 미국산 플라스틱의 케냐 수입을 허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헬렌은 "얼마 후 장관은 무역협상에서 자국 환경법을 위반하는 어떤 제안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헬렌은 지난 8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에 참관 중이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는 회의로, 전 세계의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플라스틱 오염 제로’ 체제로 전환하려는 협약이다.
석유화학업계의 로비는 이 회의에서도 발견됐다. 국제환경법센터(CIEL)는 234명의 화석연료 및 석유화학 업계 로비스트가 이번 회의(INC5.2)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는 회의에 참석한 유럽연합 대표단 233명보다 많고, 한국 정부 대표단 25명의 10배에 달한다.
▲헬렌 카하노 데나. ⓒ그린피스
7개 국가 플라스틱 생산량 66% 차지
국제기구 Zero Carbon Analytics에 따르면, 2024년 단 7개국이 전 세계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량의 66%를 차지했다. 중국(34%), 미국(13%), 사우디아라비아(5%), 한국(5%), 인도(4%), 일본(3%), 독일(2%) 순이다. 또 18개 기업이 전 세계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의 51%(2021년 기준)를 차지했다. 시노펙, 아람코, 엑손모빌 등 대형 석유·가스 업체다. 이 중엔 한국 기업인 롯데케미칼(1.7%)도 포함됐다.
헬렌이 원하는 건 "플라스틱 생산 그 자체의 감축"이다. 헬렌은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전면적인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원한다"며 "한국과 같은 미온적인 국가는 과학을 인정하고, 자국의 사업·경제적 이익을 잠시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의는 전 세계 플라스틱 위기를 해결할 '일생에 단 한 번 있는 기회'"라며 "협약은 인권을 토대로 하고, 불평등을 줄이며, 인류 건강과 환경을 우선시하면서 저탄소 시스템으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렌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상황에 맞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채택돼야 한다"며 "우리는 플라스틱, 섬유, 전자폐기물 등 모든 폐기물 투기 문제에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전 세계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비율. ⓒZero Carbon Analytics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로 위기를 맞고 있는 국민의힘이 오는 22일 차기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후보들이 김문수 등 탄핵 반대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다. 이를 두고 18일 “국민의힘이 아직도 윤석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세계일보), “아직도 윤석열·김건희를 비호하고 있다”(한겨레), “지리멸렬”(동아일보) 언론의 비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조국 전 조국혁신당 의원은 사면 당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통해 내년 6월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전한길 정리 못 하고 반탄 후보 독주”
비상계엄 후 지지율 하락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이 오는 2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도 찬탄(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로 나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합동연설회 방해 논란을 불러온 전한길씨는 솜방망이 징계를 받는 데 그쳤으며, 비상계엄을 경험하고도 반탄 후보가 찬탄 후보를 앞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검은 통일교의 조직적 국민의힘 당원 가입 시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18일 세계일보 사설
이와 관련 세계일보는 <전한길 정리 못 하고 반탄 후보 독주하는 국힘> 사설을 통해 “당 지도부의 전씨 엄단 조치 방침이 유야무야된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이 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탄핵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을 접고 보수 혁신과 비전을 놓고 경쟁해야 할 전당대회가 아직도 윤석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국민의힘이 이런 지경에 이른 데는 전씨에 부화뇌동하는 후보들의 책임이 작지 않다”며 “법치와 질서는 보수의 본령인데 수사와 재판을 거부하고 있는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해 보수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엔 귀를 막는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방식이 ‘당원 선거인단 80%, 일반 여론조사 20%’인 것이 문제라면서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더 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18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 역시 사설 <‘윤건희’ 늪에서 허우적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단호히 절연하고 쇄신을 향해 달려가도 모자랄 판국에, ‘윤건희’ 비호의 수렁으로 더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대선 참패로 매서운 국민 심판을 받은 뒤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과 탄핵에 대해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구제불능’이라는 국민의 혹독한 평가와 심판에 직면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은 지난 17일 2차 TV토론에 나섰지만, 이날 토론회도 반탄과 찬탄의 난타전으로 끝났다. 찬탄 후보들은 단일화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당 쇄신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인해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5면 <안철수·조경태 ‘찬탄 단일화’ 여부, 전대 막판 변수로>에서 “당내에서 ‘안·조 후보가 지지 세력을 한데 묶으면 김·장 후보와 대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1차 투표에서 반탄파의 과반 확보를 저지하고 찬탄파 후보가 2위에 올라 2차 투표까지 가면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6면 <‘찬탄’ 후보 단일화 압박에도… “쇄신 온도차” 따지며 지리멸렬> 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인적 쇄신 강도에 대한 두 후보의 온도 차가 커 실제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거나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밝혔다.
▲18일 한국일보 8면.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가 찬탄과 반탄으로 나뉘어 분열 중인 가운데, 특검의 칼날은 국민의힘을 향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8면 <尹-추경호 ‘표결 방해’ 통화했나… 국힘 의원들 동선 CCTV 추적> 보도에서 “최대 쟁점은 계엄 당일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의 잇따른 의원총회 소집 장소 변경이 자당 의원의 본회의 참석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라며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2월3일 밤 국회의사당 내외부 CCTV 영상 확보와 분석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통일교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동아일보는 8면 <특검, 통일교-국힘 당원명단 대조 재시도… 국힘, 비상대기령> 보도에서 “김건희 특검이 통일교 교인 120만 명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하기 위한 압수수색을 재차 시도할 것으로 전해지자 국민의힘은 비상대기령을 내리고 당사에서 의원총회를 열기로 하는 등 총력 저지에 나섰다”며 “특검은 통일교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대표 선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최측근인 권성동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교인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국민의힘 당원에 가입시킨 게 아닌지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18일 한겨레 6면.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인터뷰서 출마 선언한 조국 “내년 6월 국민 심판 받는다”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내년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가 될지, 국회의원 재보선이 될지 확실하진 않지만, 정치에 재진출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조국 전 대표는 출소 당일인 지난 15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치인으로 돌아왔고 내년 6월 국민으로부터 한번 더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방선거가 될지 국회의원 재보선이 될지를 지금 판단하는 것은 이르지만, 정치적 심판을 받을 것이란 점은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조국 전 대표는 조국혁신당과 민주당 합당 가능성에 대해 “조국혁신당은 공적 정당인데 내부 논의를 먼저 해야 하고, 합당이 최선인가도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면서도 “물론 예전의 정의당처럼 무조건 민주당과 차별화하고 선을 긋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조국 전 대표는 올해 말 당내 의견을 모으겠다고 했으며, 오는 11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조국 전 대표는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경향신문은 5면 <조국, 오늘 DJ 묘역 참배… 정치 복귀 ‘시동’> 보도에서 “혁신당 내부에선 조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서울·부산 시장을 노리기보단 이재명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을 비롯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18일 조선일보 4면
조선일보는 이재명 대통령이 권력 구도 재편을 통해 조국 전 대표 사면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조선일보는 4면 <李, ‘조국 사면 논란’ 일찍 털고… 與 차기 구도도 염두> 보도에서 “이 대통령이 유력 정치인 간 경쟁을 통해 여권 내 권력 구도를 재편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며 “민주당에선 이 대통령이 취임한 후 아직까지 이 대통령을 이을 강력한 주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조 전 대표의 복귀는 정치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라고 했다.
▲18일 조선일보 5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논란, 조선일보는 “꼬투리”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광복 80주년 경축식 기념사가 논란인 가운데, 조선일보는 여당의 비판을 꼬투리라고 표현하며 의미를 축소했다. 반면 한국일보와 한겨레 등은 김 관장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관장은 지난 15일 경축식에서 광복을 ‘연합국의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조선일보는 5면 <與, 독립기념관장 기념사 꼬투리 잡아 “물러나라”… 尹 임명 인사들에 사퇴 압박> 보도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광복 80주년 경축식 기념사에서 ‘광복은 연합국의 선물’이라고 한 것을 두고 여당이 ‘독립운동 비하’라며 김 관장 파면을 요구했다”며 “이에 대해 ‘과도한 견강부회’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의 꼬투리를 잡아 나가라는 압박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여당의 정치적이고 과도한 ‘친일 몰이’>에서도 “김 관장의 기념사를 전부 읽으면 (여당)비난이 과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며 “전 정부가 임명한 보수 성향 인사들에게 ‘친일’ 낙인을 찍어 몰아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18일 한겨레 5면
반면 한국일보는 5면 <독립기념관장이 할 말인가 김형석 ‘광복절 기념사’ 논란> 보도에서 “(김 관장 발언은) 우리 민족이 항일투쟁으로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났다는 역사적 사실과 배치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으며, 한겨레도 5면 <‘광복절 발언’ 논란 독립기념관장 사퇴 목소리 빗발> 보도에서 “광복을 ‘연합국의 선물’로 표현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향해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광복단체에서 커지고 있다”고 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이재명 정부서 도입할 수 있을까
정부가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연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근로기준법에 명시하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2023년 국회 토론회에서도 “똑같은 일을 하고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음에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건 매우 비상식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 도입을 위해선 연공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임금체계 개편 등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많다. 경향신문·동아일보도 사전 작업 없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를 도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8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직무급제 정착 없인 ‘그림의 떡’> 사설을 내고 “문제는 동일노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한 데다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려워 원칙을 강제하면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평생직장 문화’가 오랫동안 유지돼 온 국내에선 성과에 관계없이 근속기간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관행 또한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경영계 및 노동계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직무·성과급제 확대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제도적 인센티브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사전 정지 작업 없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도 사설 <동일노동·동일임금 ‘법제화의 틀’, 사회적 대화로 짜길>에서 “국내 기업 상당수의 임금체계는 연공제다. 연공제는 고용형태·근속기간에 따라 임금 차이를 두기 때문에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직무급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동일노동’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마련돼야 ‘동일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지불 능력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에 공통적으로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적용하려면 업종별 노사협상을 통해 급여 수준을 정하는 산별교섭 활성화·제도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노사정은 국가 백년지대계를 마련한다는 대승적인 자세로 사회적 대화에 임해 동일노동·동일임금 법제화의 틀을 짜기 바란다”고 했다.
▲18일 디지털타임스 사설
반면 경제지에선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반박이 나온다. 디지털타임스는 <부작용 우려 큰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서두를 일 아니다> 사설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일자리를 줄이는 또다른 규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노란봉투법보다도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타임스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에 대해 “좌파의 오랜 숙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장과 기술의 급속한 변화로 일의 종류와 성격은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는데 그때마다 정부나 기업이 이를 평가하고 분류해야 하는 한심한 일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경축사를 진행하는 중에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8.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망동에 가까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거친 언행이 점입가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매국노' '밀정' '이재명 씨' '당신'이라고 지칭하며 원색적으로 비하하던 안 의원은 급기야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경축사를 진행하던 중 객석에서 일어나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드는 돌출행동까지 연출했다. 안 의원은 행정안전부 의전 담당자가 중단을 요청하는데도 이 대통령이 경축사를 마칠 때까지 플래카드 시위를 고집했다.
안 의원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사면이 '헌법을 무시하고 법치주의를 박살 내는 것'이라고 주장해 이 두 사람이 윤석열 검찰에 의해 마녀사냥을 당했다는 점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음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안 의원은 불과 3년여 전엔 권력형 중대 비리로 수감 중이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까지 요구한 바 있어 이번 사면 반대론에서 일관성이나 설득력을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는 지난 2021년 12월 16일 국회에서 '국민 통합'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집행정지를 결정해달라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요청한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12월 24일 국민의당 대선 후보 자격으로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은 자리에서도 "우리나라 정치 역사를 보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복수의 복수를 거듭했다. 이제는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은 제가 요구한 것이기도 하므로 환영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국민 통합을 위해서 석방해야 한다"고 재차 '사면을 통한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 관련 기사 안철수 "박근혜 사면 환영…이명박도 통합 위해 석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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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경축사를 마치고 자리로 향할 때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5.8.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안 의원이 사면 반대를 핑계로 이 대통령을 겨냥해 최근 하루도 빠짐없이 의도적인 도발을 일삼자 더불어민주당도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1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제80주년 광복절은 독립영웅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불법 계엄과 내란을 막아낸 민주주의 승리를 축하하며, '빛의 혁명'의 시대정신을 되새기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날이었다"면서 "그러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광복절 경축식에서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 피켓을 들고 광복절 기념식을 당대표 선거 홍보용으로 이용하는 정치적 쇼를 벌였다. 정치적 야욕을 위해 독립영웅과 시대정신을 되새기는 자리를 훼손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뛰어든 상태다. 그간 대선과 당내 선거에서 매번 고배를 마시며 '철수'만 거듭하던 안 의원은 이번 8·22 전당대회에 배수의 진을 치고 어떻게든 반전을 꾀하기 위해 언론 주목도가 높은 이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서 여전히 별 기반이 없는 비주류 후보지만 이 대통령에 맞서 싸우는 투사 이미지로 '비윤(非尹) 반명(反明)' 표를 최대한 끌어모아 막판 뒤집기를 해보겠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 그래서 백 원내대변인이 '정치적 쇼'라고 일갈한 것이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개별적으로 신랄한 지적을 쏟아냈다. 안 의원의 1차원적 정치공학이 뻔히 보이면서도 그 정도가 너무 저급해 분노를 표시하는 모습이다. 박홍근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한길발(發) 극우 쓰나미에 잠식당한 국민의힘 당권 투쟁판에서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마음은 알겠다만, 광복 80주년 경축식마저도 정치 투쟁의 장으로 오염시키는 건 선열들을 모독하는 일"이라며 "때와 장소를 가리는 건 정치의 기본이다. 갈수록 사람이 왜 그 모양인가?"라고 개탄했다.
이광희 의원은 "안철수 씨, 80주년 광복절 행사장에서 뭐 하는 짓인가?"라며 "군대를 동원한 권력자(윤석열) 앞에서는 한없이 존재감 없던 당신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농단에 거침없던 V0(김건희)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던 당신이, 적어도 민주당 정권에서는 입틀막에 보복당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초라하고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는 모습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다"고 했다. 이어 "손가락은 아직 무탈하느냐"면서 "아무리 당내 선거가 급하기로서니 낄 때 안 낄 때 구별 못하는 찌질함에 실소가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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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안철수 의원 페이스북
앞서 안 의원은 지난 11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윤미향 전 의원 등이 포함된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이 발표된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 당신은 친명 개딸들이 대한민국에 심어놓은 밀정이자 매국노 대통령" "이재명 씨, 당신은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이 없다" "사면발이보다 못한 조국, 윤미향 사면" 등의 막말을 하고,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매국 앞잡이들" "국민임명식에서 이들이 또 얼마나 아양을 떨어댈지"라고 표현하는 등 연일 폭주극을 이어왔다.
이에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의원의 지난 2022년 20대 대선 때 행적을 들어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이재명 대통령을 두고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망언을 일삼는 안철수 의원, 아직도 손가락이 건재한가?"라며 "내란 수괴 탄생 1등 공신 안철수 의원은 손가락이 10개라도 쓸 말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여전히 손가락이 멀쩡한 안철수 의원이 써야 할 글은 윤석열과의 단일화로 내란 괴물 정권을 탄생시킨 과오에 대한 통렬한 반성문"이라고 쏘아붙였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더욱 격분해 "아무리 당대표가 되고 싶어도 대소변은 가리면서 말씀하라. 그동안 표를 얻기 위해 '세 치 혀'를 가볍게 놀렸다가 '철수'했던 정치인들을 우리는 수없이 봐왔다"면서 "개혁 정치로 시작해 중도를 넘어 막장 보수로까지 철수해버린 안철수, 어쩌다 그 지경까지 됐는가? 안철수에게 품격 있는 사과는 요구하지 않겠다. 이미 품격 있는 정치에서 스스로 철수했기 때문"이라고 매섭게 질타했다.
광복 80년 평화·주권·역사정의 실현 8.15범시민대회가 15일 저녁 서울 숭례문 앞 도로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빛의혁명으로 위기의 민주주의를 일으켜세우며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임을 스스로 입증한 광장의 시민들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이제 미국과 헤어질 결심을 하자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15일 저녁 서울 숭례문 앞 도로에서 진행된 '광복 80년 평화·주권·역사정의 실현 8.15범시민대회' 참가자들은 각계 대표가 낭독한 '광복 80년 평화·주권·역사정의 실현 선언'을 통해 "12.3 계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극복한 우리는 항일 독립운동 정신의 진정한 계승자이자 승리자"라며 "광복 80년 분단·냉전을 넘어 자주와 평화의 새 시대를 열자"고 다짐했다.
△내란·외환 범죄를 완전히 청산하고 평화 주권과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자 △미국의 강압과 동맹 수탈에 맞서 주권과 평화를 이루어내자 △한반도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적대 행동에 반대하며 평화를 위해 싸우자 △식민지배와 전쟁범죄의 책임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일본과 모든 역사수정주의에 반대하며 진실에 따른 사죄와 배상을 촉구한다 △주권과 평화를 이뤄낼 힘은 주권자인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믿음으로 중단없이 행동해 나가자는 선언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문경식 전남 6.15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공동대표, 이은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여성본부 상임대표,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이용길 전국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선언문을 낭독한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문경식 전남 6.15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공동대표, 이은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여성본부 상임대표,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이용길 전국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 대표자들은 "우리는 탄핵광장에서 시대의 역행을 막아냈다. 이제 사회대개혁의 과제들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하면서 "오랜 분단, 냉전 체제를 청산하는 길이야말로 자주와 평화,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땅의 주권은 우리 모두에게 있으며, 주권을 무시하는 동맹은 동맹이 아니다"라며, "지금이야말로 낡은 동맹질서를 과감히 떨쳐내고 과거의 억압과 분단을 넘어서 진정한 평화, 주권, 역사정의가 실현되는 시대를 열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우리는 지금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 72년 정전체제 아래 남북이 동족개념의 시간들을 벗어나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전락한 한반도에 기생해 온 미국의 실체를 선명하게 인식하고, 왜 자주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며, 자주없이는 독립과 해방, 민주와 민생, 평화와 통일, 그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패권적 국익을 위하여 끝내 한반도를 다시 한번 대리 전장으로 소모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미국과 우리가 여전히 불가역적 동맹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라고 묻고는 "이제는 제국주의 미국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자주와 평등을 선언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발언을 이어갔다.
이재명 정부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주권을 최우선 국익으로 정하고, 오늘 8.15경축사에서 약속한대로 북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하면, 지금 당장 한미·한미일 연합전쟁연습을 중단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특단의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신냉전적 한미일 협력체제를 도모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 걸친 일본의 전쟁범죄와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넘어서는 한일 화해와 협력의 길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가 시민들에게는 이날 8.15 범시민대회가 '자주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지난 116년의 식민 분단 냉전의 역사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가지고, 동맹의 이름으로 민족의 운명을 옥죄는 미국의 굴욕적 주권침해에 저항하며 자주의 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호소했다.
트럼프 동맹수탈 저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나영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극우 내란세력의 본원지는 한반도 분단과 전쟁의 틈을 타 친미 반공주의로 변신해 권력을 장악하고 분열과 반목, 차별과 혐오를 퍼뜨리며 거대한 기득권 세력으로 자라난 친일 극우세력"이라며, "우리는 일제의 불법 강점과 식민지 수탈, 반인도적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직 어둠속에 묻혀있는 수많은 일제의 수많은 식민지 전쟁범죄를 총체적으로 밝히고, 교묘하게 역사를 비틀어 미래세대를 식민지화하려는 극우세력의 조직적 음모를 철저히 분쇄하는 것이야말로 역사 바로세우기의 첫걸음이자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필수조건이자,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시민평화포럼 운영위원장은 이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의 8.15경축사에 대해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립과 적대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서는 우선 한미·한미일연합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한미동맹의 지역확대 시도를 당장 멈추고, 국방비 증액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구에 굴복하지 말고 민생복지, 기후위기 대응, 남북한 신뢰회복에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핵없는 한반도로 가는 유일한 길은 72년을 이어온 전쟁과 대결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오는 25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예상되는 미국측이 압박에 대한 빛의혁명 주역인 시민들의 요구를 명쾌하게 제시한 셈이다.
지난 7월부터 국내와 세계 300여 곳에서 진행된 평화행동이 영상으로 비춰지는 가운데 이날 8.15범시민대회를 위해 시민들이 준비한 8.15시민합창단의 합창공연이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8일 출정식을 갖고 군산 미군기지 , 소성리 사드기지, 평택 캠프 험프리스, 포천 드론작전사령부 등을 돌며 실천활동을 벌이다 이날 대회에 합류한 2025 자주평화실천단을 대표해 김재하 총단장(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은 "정치적 입장과 지역, 나이, 부문, 성별의 차이를 불문하고 전 민중은 트럼프가 대한민국을 수탈하고 억압하며, 전쟁을 기도한다는데 대해서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고 하면서 "자주평화실천단의 활동은 트럼프의 날강도 행각에 분노하는 민심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보고했다.
또 "올해 자주평화실천단에는 중앙 1,125명과 10개 광역 시·도 2,100명이 활동하고 전국 300여 곳의 시군구에서 평화행동을 함께 실천했으며, 빠른 시일내에 자주평화실천단을 확대 강화하여 앞으로는 8월에 국한하지 않고 1년 내내 활동할 수 있도록 하자고 결의했다"고 밝혔다.
김기호 민주노총 금속노조 울산지부장과 지은주 부산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 최휘주 진보대학생넷 전국대표가 각각 '미국의 경제 수탈은 곧 노동자들의 생존 위협이 되고 있는데, 살기 위해서라도 노동자는 미국 반대를 전면적으로 외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패권전략에 복종하며 전쟁터로 내몰리는 대리전쟁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진짜 평화는 강압적이고 굴욕적인 미국의 수탈에 당당히 맞서는 것'이라며 강력한 미국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8.15범시민대회를 마친 시민들은 당초 일본대사관, 미국대사관까지 행진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명동-을지로입구-종각을 거쳐 송현공원에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저녁 9시부터 행진을 시작했으나 경찰이 차량과 병력을 이용해 사전 신고된 행진대열을 가로막아 지체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같은 시각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정부행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으나, 주최측은 행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는 남대문-명동쪽에서부터 적법한 행진대열을 가로막았다고 항의했다.
'8.15전국노동자대회-내란세력 완전청산! 미국의 경제·안보 수탈 저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8.15범시민대회에 앞서 오후 5시30분부터 같은 장소에서 민주노총이 주최한 '8.15전국노동자대회-내란세력 완전청산! 미국의 경제·안보 수탈 저지!'가 진행됐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해방 80년을 맞이하는 오늘 우리는 치욕스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기억하고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국방예산과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라며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하고 있는 미국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의 운명은 80년 전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 고통은 노동자 민중에게 가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이재명 정부를 향해 "자주권을 억압하고 내정간섭을 일삼는 미국에 당당히 'NO'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들은 눈치보고 비위를 맞춰준다고 한반도의 평화나 우리의 국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철저히 자주적 입장을 견지하고 철저히 민중의 편에 설 때 비로소 대통령 스스로가 천명한 국민주권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보다 앞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오전 9시 30분 서울 용산역광장에서 중앙통일선봉대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8.15 광복 80년 기념 양대노총 결의대회'를 열어 '굴욕적 사대외교 청산과 자주평화의 시대를 열어나가자'고 다짐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시간이 오고 있다. 윤석열 내란과 김건희 국정농단 사건 이야기다. 이제껏 검찰은 그간 마치 아무런 배역을 맡은 적 없다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짐짓 점잖은 체 하며 이 거대한 무대의 디렉터 위치로 슬그머니 올라갔다. 마치 연극의 서술자나 된 듯이 간간히 '저는 단죄의 도구일 뿐이랍니다'라는 지문을 삽입하고 관객들을 속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진실의 조각은 조금씩 드러나는 중이다.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 후인 오후 11시쯤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연락해 "상황이 어떤가"라고 물었고, 여인형은 "합수부 개소 중입니다"라고 보고했다. 합동수사본부장은 여인형이 맡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각, 법무부장관 박성재는 "합수부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여인형은 방첩사 수사단장에게 연락해 "합동수사본부를 빨리 구성하라"며 "국방부 장관에게서 받은 명단인데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등 14명을 신속하게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 구금시설로 이송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연락해 "(체포 대상) 명단을 불러드리겠다"며 10여 명의 이름을 불렀다. 받아적던 홍장원이 "미친놈이구나" 생각했다는 그 명단이다.
비상계엄 하의 합수부가 해야 할 일은 전두환의 쿠데타 시절을 참조할 수 있다. <제5공화국 전사(前史)>에 따르면 합수부는 "계엄하에서 수사 관할이 다른 모든 정보 수사기관(보안·헌병·검찰·경찰·중앙정보부)의 업무를 조정 감독하고 주요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돼 있다. 윤석열이 여인형에 합수부장을 맡기려고 한 건, 보안사령관(전두환)이 합수부장을 맡았던 '전두환 사례'를 참고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보안사는 방첩사의 전신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윤석열의 쿠데타가 최고 권력자의 친위 쿠데타였고, 전두환은 합수부를 통해 쿠데타의 기틀을 다졌다는 것이지만, 계엄 하에서 합수부가 가장 중요한 권력 기구(혹은 도구)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합수부가 할 일은 명확하다.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는 것. 그걸 위해선 법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검사들은 법 기술자들이다.
최소한 박성재는 '법 기술'을 윤석열의 불법 계엄에 적용할 방도를 찾고 있었던 것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계엄 당일 법무부 출국금지팀이 움직였다고 하며, 선관위 서버실을 털던 계엄군들 사이에선 '검찰이 파견 나온다'는 소리가 떠돌았다. 공교롭게도 박성재는 계엄이 해제된 날인 12월 4일 밤에 이상민 행안부장관, 김주현 민정수석, 이완규 법제처장 등과 안전가옥에서 만난 후 핸드폰을 교체했다. 박성재의 역할은 무엇인지, 검사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아직 아무것도 명확히 밝혀진 건 없다. 특검에 앞서 내란을 수사했던 검찰의 농간인지, 외면인지, 의도된 무지인지 알 수가 없다.
▲왼쪽부터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검찰이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을 불기소하기 엿새 전인 2024년 10월 10일, 검찰총장 심우정은 민정수석 김주현과 두 차례, 총 24분 가량 통화를 했다. ⓒ연합뉴스
자, 법무부가 윤석열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 일원으로서 계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면, 검찰은 지난 4년간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방패' 내지는 '로펌'이었다는 혐의에서 갖혀 있다. 조국이니, 이재명이니, 청와대 선거개입이니 하는 정치수사 따위는 언급할 필요도 없다. '검수완박'하면 '부패완판'이라고 절규하며 정권을 잡은 검찰은, 오히려 지난 4년 동안 대한민국을 악취나는 부패 비리 공화국으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그 정점엔 최고 권력자의 부인이자, 'V0'로 불린 김건희가 있다. 대통령 영부인이 수천만원 짜리 뇌물을 꿀꺽꿀꺽 받아먹고 있으리라는 상상은 87년 민주화 이래로 생각해 본적조차 없었다. 뇌물로 받은 다이아몬드를 전 세계가 지켜보는 자리에 버젓이 차고 나올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떠난 순방 기간 짬을 내 경호원을 대동하고 대낮에 명품 편집숍을 찾아 쇼핑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김건희의 과감한 행보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다. 무슨 짓을 해도 충실한 수사기관은 나를 절대 물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고, 그 믿음은 자신이 남편 삼은 '내가 곧 검사이고, 검사가 곧 나'인 사람, 윤석열과 그의 부하들이 구축한 검찰공화국의 높은 성벽에서 나온 것이다.
김건희가 구속된 지금, 수사 대상이 돼야 할 사람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검사들이다. 지난해 10월 무혐의로 귀결된 사건이 10개월만에 특검 수사로 180도 뒤집힌 데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검찰이 '도둑'처럼 김건희 출장조사를 했던 게 작년 7월 20일이었고, 김건희를 무혐의 처분한 게 작년 10월 17일이었다. 출장 조사 약 2주 전인 7월 3일, 김건희는 민정수석 김주현과 비화폰으로 두 차례에 걸쳐 30분 넘게 통화했다. 그리고 검찰이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주기 엿새 전인 10월 10일, 검찰총장 심우정은 민정수석 김주현과 두 차례, 총 24분 가량 통화를 했다. 과연 이들의 통화가 이게 전부였을까?
이미 도이치 주가조작 주범들은 2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아 놓은 상태였다. 그때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부장 최재훈 수사팀은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며 "김건희가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그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앙지검 4차장검사 조상원은 브리핑을 통해 권오수를 믿고 수익을 기대하며 권오수 소개로 3자에게 계좌 관리를 맡겼다고 봤다. 아무것도 모르는 김건희의 계좌가 범죄자 권오수에게 활용됐다는 말이다. 그렇게 김건희는 피해자로 둔갑했다. 이 모든 결론을 주도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친윤 검사로 유명한 이창수다.
배우들의 이름을 나열해 본다. 최재훈, 조상원, 이창수, 심우정, 김주현. 이들의 이름이 특검 수사에서 나오게 될지 지켜보자. 수사 관계자가 범죄 사실을 알고도 수사를 덮거나 방해했다면 직무유기로 처벌받는다.
내란 후에도 검찰의 행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윤석열 단 한사람을 위해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로 산정한 법원이 윤석열을 석방하자 검찰총장 심우정은 항고를 포기했다. 검찰은 내란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을 뒤지고 다녔고, 윤석열의 체포영장을 저지한 핵심 인물인 경호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세번이나 반려했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에 파견된 검사만 120명이다. 이들이 '검찰 관계자'나 '검사들'을 조사했다는 소리는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내란 수괴를 보좌하던 김주현 민정수석이 윤석열의 '내란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게 전부다. 특검을 통해 정의가 바로 세워지기 위해서는 법무부와 검사들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특검 검사들도 그저 '검사들'일 뿐이라는 점, 지난 4년간 침묵해 온 '법 기술자'들일 뿐이라는 점이 내내 걸린다. 윤석열 정권의 '부패 완판'을 방조하고, 나아가 적극 엄호하던 검사들을, 검사들이 수사할 수 있을까? '검사 불패'의 신화를 깨는 게 진짜 내란 청산이다. 국정농단과 내란 청산의 무대 밖에 선 검사들도 배역이 있었다. 이 극이 '메타 연극'이라는 걸 특검은 명심하길 바란다. 더 이상 오해를 사지 말라.
▲사진 왼쪽부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조상원 4차장검사·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 이들은 2024년 10월 김건희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무혐의 결론을 낸 수사 라인이다. 이후 검찰과 특검은 김건희의 주가 조작 사건을 다시 수사했다. 현재 김건희는 주가조작 범죄 등과 관련한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15일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자주통일평화연대 주최로 진행된 광복 80년 평화 주권 역사정의 실현 8.15 범시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광화문 앞은 ‘미완의 해방’을 완성하자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노동자대회에 이어 열린 ‘광복 80년, 평화·주권·역사정의 실현 8·15범시민대회’ 참가자들은 12월 3일 내란 시도와 미국의 경제·안보 수탈을 규탄하며 “내란세력 완전 청산”과 “제국주의와의 결별”을 외쳤다.
15일 광복 8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17시 30분 민주노총의 노동자대회에 이어, 광화문에서는 ‘광복 80년, 평화·주권·역사정의 실현 8.15범시민대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전국여성연대, 전국비상시국회의, 진보당, 국가보안법폐지국민운동, 성균관대민주동문회 등 많은 단체가 참여하며 부스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번 8·15 범시민대회는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해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으로 내란을 시도한 윤석열로 인해 내란·외환세력이 남아 있음을 확인했고, 80년 전 우리 광복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걸 체감했기 때문이다.
이날 가장 주된 목소리는 항일독립운동 정신 계승으로 끝나지 않은 내란을 청산하자는 것이었다. 이승만 정부에서 와해돼 유명무실해진 반민특위의 역사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여는 공연에서 마이크를 잡은 한 청년은 “12월 3일 내란을 잊을 수 없다” 말하며 “그날도 80년여 전처럼 자유와 권리가 또 억압받는 과거가 뒤풀이 되는 줄 알고 슬펐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린 내란을 종식 시키고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도 말하면서 “세계 시민으로서의 정의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도 “우리는 대한민국을 조선총독부 시절로 돌리려 한 윤석열을 파면하고 빛을 혁명을 통해 민주 정권을 회복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아직 온전히 해방되지 못했다”고 역설했다.
그는 “냉전체제에 한반도는 두 동강이 났고, 그 틈을 타 친일 극우 세력은 친미 반공주의자로 변신해 권력을 장악해 차별과 혐오를 퍼트려 엘리트 집단으로 자라났다”고 강조하며 “이들이 바로 윤석열 극우 내란 세력의 근원지”라고 규정했다.
해방 전후부터 한국을 식민지화한 미국을 향한 쓴소리도 나왔다. 대회사에서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 의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 72년 종전 체제 아래 남북이 적대적 관계로 전락한 한반도의 기생해 온 미국의 실체를 선명하게 인식하고 왜 ‘자주’하면 안 되는가를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며 “자주 없이 민주와 민생, 평화와 통일이, 식민 분단 냉전 적폐 세력을 청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에 “이제는 제국주의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자주와 평등을 선언해야 한다”며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주권을 국익의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오늘 경축사에서 약속한 대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한다고 한다면 지금 당장 한미일 전쟁연습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6박 7일간 ‘내란세력 완전 청산, 미국의 경제·안보 수탈 저지, 한반도 대중국 전초기지화 반대’를 외친 중앙통일선봉대도 집회에 참석해 연대 발언을 이어갔다. 김재하 자주평화실천단 총단장은 “미제국주의는 최후의 발악을 할 것”이라며 “그 대상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 군사, 경제, 민생 모든 문제에 걸쳐 미제국주의는 자신이 살기 위해 침략을 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 국면을 돌파할 주력군, 통일선봉부대를 최대규모로 꾸리기로 하고 조직화에 나섰다”고도 중통대의 경과를 설명했다.
이어 “자주평화실천단의 전 과정은 지금 트럼프의 날강도 행각에 분노하는 민심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으며 전 민중들은 트럼프의 대한민국에 대한 이 수탈과 탄압 전쟁 기조에 분노했다”고 6박 7일간의 경험을 공유했다.
김 총단장은 “자주를 되찾으려면 선봉대 주력 부대를 적극적으로 엄호하고 지원해야 한다”며 “현장과 지역으로 돌아가 자주와 평화의 깃발이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나자”고 다시막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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