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8일 세종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아무개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가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에 남긴 유서 일부. 김 전 국장 유족 제공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지난해 6월10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제재할 법적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사건을 더 이상 조사하지 않고 종료하기로 한 것이다. 대통령 부인으로서 청탁과 함께 명품가방을 수수한 혐의를 받던 김 여사는 권익위의 결정으로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있는 길을 크게 넓히게 됐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22년 6월부터 시작된다. 당시 재미 통일운동가인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를 만나 300만원 상당의 디올 가방과 179만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 세트 등을 전달하고 국정자문위원 임명 등을 청탁했다. 최 목사는 1년여 뒤인 2023년 11월 이를 폭로했다. 한달 뒤인 12월 참여연대 등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최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법정 처리 기간 60일을 넘겨 두차례 기한을 연장하며 조사를 이어갔고, 6개월여 만인 지난해 6월10일 권익위 전원위원회에 회부해 종결 결론을 냈다.
당시 권익위 전원위는 해당 사건을 종결할지, 수사기관에 이첩 또는 송부할지 등을 두고 논쟁을 벌였으나, 종결이 훨씬 우세했다. 김 여사에 대해서는 종결 9표, 수사 이첩 3표, 송부 3표로 종결 처리가 결정됐고,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종결 8표, 송부 7표로 종결 결정됐다. 이런 결정에 반발해 최정묵 당시 권익위 비상임위원이 사퇴하기도 했다. 최 전 위원은 “대통령이 명품가방 수수를 언제 알았는지, 어떻게 조처했는지 조사가 필요했다. 직무 관련성이나 뇌물 성격이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수사기관으로 이첩이나 송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결정으로 권익위는 정치적 압력 속에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의혹과 비판을 받았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권익위가 핵심 사안인 윤 전 대통령의 대통령 기록물 신고 의무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권익위 구성을 문제 삼았다.
종결 결정 두달 뒤인 지난해 8월8일 해당 사건의 실무 책임자였던 김아무개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가 세종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김 전 국장은 사건의 실무 책임자로서 당시 처분 결과에 대해 극심한 자괴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더 이상 구체적인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3월 말 인사혁신처는 김 전 국장 유족의 신청을 받아들여 그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해 ‘순직유족급여 청구’를 승인했다. 현재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8월 5일 오전 11시, 광복80년 평화·주권·역사정의 실현 8.15범시민대회 개최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총
광복 80년 평화‧주권‧역사 정의 실현 8.15 범시민대회 추진위원회는 5일 오전 11시 서울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외환 세력의 완전한 청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전 국민 행동을 호소했다. 이들은 오는 8월 15일 남대문 앞에서 대규모 범시민대회를 통해 “80년 동안 완성하지 못한 진정한 해방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군사·경제 압박에 맞서 주권과 평화 쟁취
광복 80년을 맞아 대두되는 과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미국의 압박에 맞선 주권 확립이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안보 압박을 극복하려면 “윤석열을 몰아냈던 광장의 민심이 다시 들끓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민심 결집은 민주노총과 농민회 등 각계의 대규모 참여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미국의 경제·안보 수탈 저지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위해 8월 15일 전국 노동자 대회를 대규모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남태령을 넘은 통일 트랙터의 힘으로 미국의 압력도 넘겠다”고 결의했다.
이용길 전국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는 “1991년 남북 기본 합의, 2018년 공동선언 모두 한미 연합훈련 중단 또는 연기로 시작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며 “8월 18일부터 2주간 실시될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희망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8월 5일 오전 11시, 광복80년 평화·주권·역사정의 실현 8.15범시민대회 개최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총
광복 80년, 내란·외환 청산하고 역사 정의 세워야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분단 냉전 체제와 전쟁 동맹 세력에 의해 구조적으로 지배당해 온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을 뼈저리게 성찰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의 내란 및 외환죄가 식민 분단 냉전 체제의 산물인 국가보안법과 한미 군사동맹에 기대어 자행”되었다고 짚었다.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은 “친일 반민족 세력이 해방 이후 사회의 주도권을 잡고 해방 80년이 되는 오늘까지도 나라를 갈라놓고 역사 정의를 짓밟고 있다”며 “역사를 바로잡고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우리 민족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국가보안법과 같이 시대에 뒤떨어진 법이 평화를 가로막는 현실이 더 이상 지속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8.15 범시민대회 추진위원회는 이번 대회가 “내란·외환 완전 청산, 식민 분단 냉전 체제 극복이라는 사회의 근본 과제를 되짚어보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8월 15일 저녁 7시, 남대문에서 개최되는 범시민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이 진정한 해방을 향한 함성이 울려 퍼질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주식 차명 거래 의혹이 불거진 지 반나절이 채 되지 않아 5일 저녁 전격 탈당했다. 이 의원에 대한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벌이던 민주당은 이 의원의 당적 이탈에 따라 조사를 중단하게 됐다.
민주당 권향엽 대변인은 이날 오후 9시 19분 출입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이 의원이 앞서 오후 8시경 정청래 대표에게 전화해 "당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자진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43분 <더팩트> 사진기사 단독 보도로 전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식 거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문제가 더욱 커진 것은 이 의원이 본회의 중 거래한 주식 계좌의 주인이 이 의원이 아닌 그의 보좌관이라는 점이다. 주식 차명 거래는 금융실명법 위반이다. 또한 이 의원은 올해 초 재산을 공개하면서 주식은 신고하지 않았는데, 차명계좌는 1억 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을 맡아 AI 정책 등에 관여한 이 의원이 관련성 있는 종목의 주식을 차명 거래하고 있던 점, 이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점 등을 짚으며 공직자윤리법 위반과 이해충돌 가능성을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곧장 이 의원을 대상으로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와 형사고발 계획을 밝혔다.
이 의원 관련 의혹 보도 직후, 정 대표의 지시에 따라 민주당은 윤리감찰단 긴급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었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송구스럽고, 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권 대변인은 전했다.
또한 정 대표는 "(이 의원) 본인이 자진 탈당을 하면 더는 당내 조사나 징계 등을 할 수 없는 만큼, 의혹의 진상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권 대변인은 덧붙였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이 의원을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논란 직후 "타인명의로 주식계좌를 개설해서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던 이 의원은 이날 밤 페이스북에 두 번째 입장문을 올려 "변명의 여지 없이 제 잘못"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신임 당 지도부와 당에 더 이상 부담드릴 수는 없다고 판단해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 사임서도 제출했다. 저로 인한 비판과 질타는 오롯이 제가 받겠다"고 말했다.
▲차명 주식거래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중 하나인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 한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5.08.05 ⓒ민중의소리 KBS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가운데 하나인 방송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방송장악 3법"이라며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통해 이를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방송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재석 의원 180명 가운데 찬성 178명, 반대 2명이다. 반대는 개혁신당 천하람, 이주영 의원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정청래 대표 선출 이후 상정한 1호 법안으로, 공영방송 이사 수를 확대하고 추천 주체를 다변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KBS 이사회를 11명에서 15명으로 확대하고, 국회(6명)·시청자위원회(2명)·학계(2명)·변호사단체(2명) 등으로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는 것이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방송법 개정안 표결에 앞서 진행되고 있던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는 표결이 진행됐다. 전날 방송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하자 국민의힘은 의원 107명 전원 명의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회법상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청하면 필리버스터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3분 만에 토론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24시간 뒤 표결을 통해 토론을 종결할 수 있다.
전날 오후 4시경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의 반대 토론으로 시작된 필리버스터는 이날 오후 4시 넘어 민주당 노종면 의원의 찬성 토론으로 마무리됐다. 곧바로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이뤄졌고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곧바로 '방송 3법'의 하나인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김장겸 의원이 첫 토론 주자로 나섰다. 김 의원의 토론은 시작부터 산으로 갔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의 주식 차명 거래 의혹을 거론하며 안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발언을 이어나가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가급적이면 서로 정쟁적 발언은 피하고, 충분히 토론을 하자"며 "관련 없는 사안에 대해서 너무 길게 얘기해서 본회의장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안건을 중심으로 해서 토론해달라"고 지적했다.
7월 임시국회 회기가 이날 종료되면서 상정된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그리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상법 개정안 등 다른 쟁점 법안 처리는 모두 8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전망이다. 8월 임시국회는 바로 다음 날인 6일 소집된다.
민주당은 오는 21일 예정돼 있는 본회의에서 남은 쟁점 법안들을 차례대로 처리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에 대해서 필리버스터를 예고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동일하게 토론 종결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방송 3법을 "방송장악3법"으로 규정하면서 "사실상 공영방송 소멸법이다. 공영방송을 없애고 민주당 정권의 기관 방송을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송 위원장은 "방송장악 3법은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고 있다"며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위헌법률심판 청구 등 모든 법적 가용 수단을 동원해서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엄포했다.
[이충재의 인사이트] 주식 대주주 기준 논란, '코스피 5000' 부작용의 단적인 사례...재정·세제 등 핵심 경제 정책 스텝 꼬이고 민생 왜곡 우려
25.08.05 06:39ㅣ최종 업데이트 25.08.05 06:52
▲코스피, 3.9% 급락 3,110대 후퇴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26.03포인트(3.88%) 내린 3,119.41에 장을 마쳤다.연합뉴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원상회복하기로 한 정부 세제 개편안이 흔들리면서 '코스피 5000' 대선공약이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코스피 5000'이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인 슬로건이 되면서 재정과 세제 등 핵심 경제 정책의 스텝이 꼬이고 민생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주가 상승이 투자자들의 단기적 이익을 제고할 수 있으나, 일자리 증가와 실질임금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공약의 허상을 드러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주식시장에 대한 여권의 지대한 관심의 중심에는 이 대통령이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주가 상승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불합리한 관행·제도를 바로잡고 한반도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으로 코스피 5000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취임 후 주가는 역대 최고치에 근접할 정도로 치솟았습니다. 이 대통령도 첫 기자회견에서 가장 잘 한 성과로 주식시장을 꼽았습니다. "주가가 나아지면 대한민국의 자산 가치도 올라가고, 국민들 지갑도 조금은 두툼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코스피 5000'이 민생 회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미 실물경제와 주가가 별 상관 관계 없이 움직인다는 건 경제계의 정설로 굳어졌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이 실물경제보다는 환율과 자본 등 금융환경 변화에 더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입증됐습니다. 주가 상승이 경제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주가 급등의 효과도 대주주와 기관 등 큰 손들이 누리지 개미 투자자들에게는 공허한 얘기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입니다. 일본 주가지수는 최근 몇 년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는 일부 대기업과 특정 산업에 국한된 현상입니다.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과 글로벌 자본 유입에 힘입은 것으로 실물 경제의 기초 체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 국민의 실질임금은 해마다 감소하고 물가 등 생활비용은 계속 올라 주가 상승의 혜택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한국도 고용 한파로 취업자 수가 줄고, 실질임금은 제자리 걸음이거나 감소 추세입니다. 빚은 늘고 소득이 줄어들면서 만성적 내수부진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코스피 5000'의 또다른 목표인 부동산에 쏠린 시중 자금의 주식시장 전이도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많습니다. 주식투자자들의 상당수는 주식 매매에 따른 수익에 큰 관심이 있지만 부동산은 그 자체를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주식이 부동산을 대체하는 투자처가 되기에는 국민의 인식과 여건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일각에선 '코스피 5000'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도 적지 않습니다. 주가를 좌우하는 변수가 워낙 많아 언제 어떤 이유로 출렁일지 모르는 속성을 갖고 있어서입니다.
더 큰 논란은 '코스피 5000' 공약에 맞추려다보니 조세와 재정 정책이 퇴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민주당은 이번 대주주 기준 변경이 윤석열 정부가 기존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높인 감세정책을 원상복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해왔습니다. 조세정의 회복과 세수 확대로 정부가 제역할을 하기 위한 세제 정상화의 첫걸음으로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코스피 5000' 공약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자 곧바로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세제 개편안이 조변석개하면서 정부여당의 신뢰가 실추된 꼴입니다.
이번 대주주 기준 논란은 '코스피 5000'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앞으로 이재명 정부가 내놓는 기업과 금융 개혁 정책마다 증시에 역행된다는 딱지가 붙을 공산이 큽니다.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에선 민주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상법 추가개정안,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등이 기업경영을 악화시키고 주가 상승을 제약한다는 억지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조세와 재정 정책도 '코스피 5000'이라는 증시 부양과의 적합성을 먼저 따져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습니다. '코스피 5000'의 덫에서 어떻게 연착륙할 수 있을지가 이재명 정부의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월 1일 압록강 하중도인 위화도 온실종합농장 건설장과 신의주, 의주군 제방공사장을 현지지도했다. [사진 - 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월 1일 압록강 하중도인 위화도 온실종합농장 건설장과 신의주, 의주군 제방공사장을 현지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그는 온실농장에 대해 “압록강대안에 줄지어 선 현대적인 살림집들을 배경으로 현대화·집약화·공업화된 대규모 남새 온실까지 들어앉게 되면 섬지구는 자체의 튼튼한 발전 잠재력을 갖춘 지역발전의 특색있는 거점, 혁신적인 진흥의 상징으로 이름 떨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을 제시했다.
또한 제방공사에 대해 “이곳 주민들이 숙명처럼 여겨오던 물난리가 이제는 옛말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7월 말 기록적인 폭우와 압록강의 범람으로 압록강의 섬인 구리도, 어적도(현재 운룡리), 검동도(현재 서호리), 위화도(현재 상단리와 하단리)가 완전히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던 것.
북은 홍수피해지역에 살림집을 복원하는 한편 대규모 남새(채소)온실농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단동시에서 압록강 너머로 직접 확인한 온실공장은 여의도 면적의 1.5배 정도에 해당할 정도로 규모가 방대하다. 2018년부터 군시설 부지에 건설한 중평온실농장, 연포온실농장, 강동온실농장 등을 합친 것보다 큰 셈이다.
지난해 7월 기록적인 폭우와 압록강 범람으로 홍수피해를 입었던 곳들이 1년이 지난 현재는 어떻게 변모됐을까? 최근 이 일대를 촬영한 ‘포럼 평화공감’으로부터 사진을 제공받아 소개한다.
군인건설자들이 의주군 어적도에서 제방공사를 하고 있다. 어적도 위에 있는 섬이 구리도로 지난해 홍수피해를 복구하면서 새로운 주택이 들어서 있다. [사진 제공 - 포럼 평화공감]
중국 단둥시 호산 정상에서 본 2024년 6월 중순 홍수가 나기 한 달 전 평안북도 의주군 어적도 마을 모습(상)과 2025년 7월 말 홍수가 난 지 1년 뒤 복구된 어적도 마을 모습(하).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고, 의주군과 어적도를 잇는 교량이 새로 건설되고 있다. [사진 제공 - 포럼 평화공감]
중국 단둥시 호산 정상에서 본 2024년 6월 중순 홍수가 나기 한 달 전 평안북도 의주군 서호리와 신의주시 위화도의 모습(상)과 2025년 7월 말 홍수가 난 지 1년 뒤 새로운 주택과 남새온실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하). 앞에 보이는 섬이 어적도이고, 가운데 중앙이 서호리이고, 오른쪽 멀리 위화도가 보인다. [사진 제공 - 포럼 평화공감]
중국 단동시에서 바라다 본 위화도의 모습. 위는 2024년 6월 중순의 모습이고, 아래는 지난해 압록강 범람이후 새로 지어진 2025년 7월 말의 모습이다. [사진 제공 - 포럼 평화공감]
지난 2월 10일 착공된 평안북도 의주군 서호리 ‘450정보온실농장’의 모습. 서호리에서 신의주시 위화도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온실채소농장으로,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규모다. 2025년 7월 말 현재 외관 공사는 완료됐고, 내부와 주변 기반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 - 포럼 평화공감]
2025년 7월 말 단동시 압록강변에서 본 평안북도 의주군 서호리 ‘450정보온실농장’의 모습. 압록강을 따라 5m 높이의 제방을 쌓고, 서호리에서 위화도까지 수 km에 걸쳐 조성되어 있다. [사진 제공 - 포럼 평화공감]
2025년 7월 말 위화도(신의주시 하단리)에 새로 들어선 살림집 모습. [사진 제공 - 포럼 평화공감]
2025년 7월 말 위화도(신의주시 하단리)에 새로운 건설된 하단중학교과 문화회관 등의 모습. [사진 제공 - 포럼 평화공감]
2025년 7월 말 신의주시 위화도에서는 5m 높이의 제방을 쌓는 공사와 주택단지 주변의 도로정비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진 제공 - 포럼 평화공감]
2025년 7월 말 신의주시 위화도에 새로 들어선 고층 살림집과 상점, 식량공급소, 양복점 등 각종 봉사시설의 모습. [사진 제공 - 포럼 평화공감]
신의주시 위화도에 새로 건설된 살림집에 입주한 주민들이 유리창을 청소하는 모습이 보인다. 2층에는 양복점, 신문도서열람실 등 편의봉사시설이 들어서 있다. [사진 제공 - 포럼 평화공감]
중국 단둥시 찾은 관광객들이 압록강 유람선을 타고 위화도에 새로 건설된 건축물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 - 포럼 평화공감]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3법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4일 본회의를 열고 방송3법 개정안(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조법2·3조 개정안), 2차 상법 개정안 중 방송법 개정안을 가장 먼저 상정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방송 장악법”이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이날 방송3법 개정안 상정에 신동욱 국민의힘이 첫 주자로 필리버스터에 나선 가운데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 무제한 토론 종결동의서를 국회의장에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라 24시간 뒤인 5일 오후 표결을 통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을 종결할 방침이다.
5일 주요 일간지들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출 이후 처음 열린 국회 본회의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방송3법 등 법안 이슈를 1면으로 다뤘다. 대다수 1면 기사들이 여야 대치 상황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 1면 기사 가운데 국회 본회의 관련 기사 제목이다. 서울신문은 1면 기사에 방송법 관련 기사를 배치하지 않았다.
경향신문 <‘정청래호 출범’ 첫 본회의 여야 충돌>
국민일보 <‘정청래 1호’는 방송법 상정…야, 필리버스터 맞불>
동아일보 <與, ‘KBS 이사진 3개월 내 전원 교체’ 방송법 상정>
세계일보 <與 ‘방송법’ 상정 野는 필리버스터>
조선일보 <정청래 1호 법안…與, 방송법 통과 밀어붙이기>
중앙일보 <거여, 방송법 본회의 상정…야당, 힘없는 필리버스터>
한겨레 <민주, 방송법부터 상정…‘개혁3법’ 처리 나섰다>
한국일보 <與 방송법 상정, 野 필리버스터 맞불 ‘극한대치’>
▲5일 경향신문 1면.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수를 확대하고, 정치권이 독점한 추천권의 문호를 개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11명·9명인 KBS와 MBC·EBS 이사를 각각 15명·13명으로 늘리되 국회의 이사 추천을 40%이하로 제한했다. 나머지 이사 추천에는 직능단체·학계·임직원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게 된다. 공영방송 사장은 시민을 포함해 1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치도록 했다.
이날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첫 발언자로 나선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성향 시민단체, 민주노총 일자리 만들어주는 것이 언론 개혁인가”라며 “‘민주당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 ‘민주노총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불러 달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방송법 개정안 우선 처리에는 ‘언론·사법·검찰 개혁 전광석화 입법’을 내세운 정청래 신임 대표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민주당은 5일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신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지 2분 만인 이날 오후 4시3분에 방송법 개정안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1면 기사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펼쳐진 국회 대치”라며 “민주당은 5일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방송법을 강행 처리하고, 8월 임시국회에서 나머지 방송2법과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결국 ‘법안 상정→필리버스터 신청→필리버스터 강제 종료→표결 강행’의 무의미한 도돌이표만 반복될 전망”이라 전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與, ‘KBS 이사진 3개월내 전원 교체’ 방송법 상정>라고 뽑고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어 KBS 사장 후보를 국민 100명 이상이 추천하고, 윤석열 정부 인사가 과반인 현 이사진을 3개월 안에 모두 교체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고 전했다.
▲5일 동아일보 1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 3법은 법 시행 3개월 안에 KBS·MBC·EBS의 이사진·경영진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 이사진 임기는 최대 6년으로 규정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친여 이사진 구성이 계속되도록 했다”며 “민주당은 이후 본회의에서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24시간마다 무력화하고 방송 2법과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을 하나씩 ‘살라미’ 전략으로 처리할 계획”이라 전했다.
중앙일보는 1면 기사에서 “야당은 국회가 직접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게 한 것부터 문제 삼았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진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정치권이 직접 행사하면, 정치권에 더 휘둘리게 된다는 논리”라며 “나머지 이사 추천권을 언론 관련 단체와 시청자위원회 등에 주는 것도 여야의 대치 지점이다. 여당은 이런 구조가 정치적 영향력을 줄일 거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에선 ‘친여 성향 인사나 민주노총 출신 등 특정세력을 이사로 꽂아넣겠다는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5일 중앙일보 1면.
주요면에서도 정청래 민주당 대표 선출 후 첫 본회의와 국민의힘 필리버스터가 다뤄졌다. 경향신문은 3면에 <24시간 짜리 ‘제한 토론’…국힘, 당번 정해 본회의장 지켜>, 4면에 <정청래 “검찰·언론·사법 개혁 몰아쳐 전광석화처럼 끝낼 것”> 기사를 배치했다. 동아일보는 5면에서 , <방문진법-EBS법-노란봉투법-2차상법> 기사 등에서 방송법을 주요하게 다뤘다.
조선일보는 5면 <방송3법·反기업법…與 브레이크 없는 ‘입법 독주’ 시작>과 <與 강행에…대통령실 “李뜻과 다르지 않다”>를 기사를 배치했다. <與 강행에…대통령실 “李뜻과 다르지 않다”>에서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이 쟁점 법안인 방송 3법과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서도 찬성 의사를 밝혔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쟁점 법안은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들”이라 전했다.
방송3법 관련 사설, 서울·세계·조선·한국은 쟁점 법안 강행에 비판
이날 주요 일간지들은 방송3법의 본회의 상정에 대해 사설을 내놨다. 9개 일간지 중 방송3법 개정안과 관련해 사설을 쓴 곳은 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다. 경향신문은 방송3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반대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비판했으나, 나머지 신문들은 해당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을 비판했다.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의 경우 쟁점 법안을 숙의 없이 강행하는 것에 비판의 중점을 두었다. 조선일보는 방송 3법 자체에 대해 “KBS·MBC를 ‘영구 민주당 방송’으로 만들려는 방송법 개정안”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민주당이 독주를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5일 주요 일간지 가운데 방송3법 개정안과 관련해 쓰인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방송법에 필리버스터, 야당 ‘공영방송 독립’ 안 하겠다는 건가>
서울신문 <鄭 대표 쟁점법안 강행… 민생 뒷전 국회, 책임질 수 있나>
세계일보 <첫날부터 쟁점 법안 밀어붙인 與 대표, 국민은 불안하다>
조선일보 <‘민주당 방송법’ 상정, 절대 권력 정권 일방 독주 시작>
한국일보 <여당의 일방처리 방송 3법, 지속 가능하지 않다>
▲5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국회가 공영방송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상정했다”라고 방송3법을 설명하고, 국민의힘의 반대 필리버스터에 대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을 ‘전리품’으로 여겨온 악습을 끊어내자는데 필리버스터로 대응하는 게 온당한 일인가”라고 전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무엇보다 정치권이 이사 추천을 좌지우지하며 ‘후견인’처럼 구는 지금 구조에서는 공영방송 장악 논란을 근절할 수 없다”며 “이제 공영방송을 제대로 시민과 언론에 돌려줄 때가 됐다”고 썼다.
이어 “국민의힘이 할 일은 내란 망동을 막지 못하고 국정과 민생을 망친 ‘윤석열 3년’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사과다. 잘못된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도 그에 해당된다”며 “3년 내내 낙하산 KBS 사장 논란과 MBC 장악 시비, 방송통신위원회 파행으로 방송계를 전장으로 만든 과오를 참회하고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서울신문·세계일보·조선일보·한국일보는 쟁점 법안을 민주당이 강행한다며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방송3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친민주당 성향의 언론노조가 이사회를 장악해 민주당의 공영방송 장악이 영구화될 것이라는 이유로 국민의힘의 반발이 거세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국내 다수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와 주한 유럽상공회의소까지도 경영활동 악화와 기업 철수 가능성을 이유로 법안 통과를 우려하고 있다”고 썼다. 이어 “이런 중대한 법안들을 시간표에 쫓기듯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보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나 검경수사권 조정이 수사 체계 혼선과 수사 지연 사태를 빚은 사례가 생생하다”며 “개혁의 필요성이 큰 입법일수록 충분한 여론 수렴과 숙의를 거쳐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역시 이날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정청래 대표 취임 첫날부터 쟁점 법안들 처리를 밀어붙였다”며 “‘정부·여당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악법’이라는 국민의힘의 반발이 그저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고 썼다. 세계일보는 쟁점법안인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방송3법에 대해 “모두 여야가 오랜 시간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야 할 안건들”이라며 “이쯤 되면 협치 포기와 야당 무시 선언을 넘어 아예 ‘다수당 입법 독재’ 선포가 아닌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 통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여당 대표의 언행에 국민은 그저 불안할 뿐”이라고 밝혔다.
▲5일 세계일보 사설.
방송3법 개정안에 조선일보 “‘영구 민주당 방송’ 만들려는 법…일방 독주”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KBS·MBC를 ‘영구 민주당 방송’으로 만들려는 방송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라며 “야당이 ‘공영방송 영구 장악 시도’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지만 24시간이 지나면 강제 종료돼 본회의 통과는 시간문제”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개정안을 두고 “방송법은 친여 성향 언론노조, 노란봉투법은 민노총이 요구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야당일 때도 입법 폭주와 방탄 입법을 거듭했다. (...)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대부분이 반기업 친노조, 퍼주기 포퓰리즘 등을 위한 것이다. 이젠 정권을 잡았으니 마음만 먹으면 무슨 법이든 통과시키고 공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은 절반 가까운 국민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일방 독주를 시작했다”며 “브레이크 없이 돌진하는 차는 결국 어딘가에 충돌해 멈추게 된다. 속도가 높을수록 그 피해는 클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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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3법 본회의 상정 눈앞 “국힘 필리버스터 계획 중단하라”
▲5일 조선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5일 끝나는 7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는 불가능하지 않다. 다만 시급한 민생 현안도 아닌 방송법을 강행 처리할 필요와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문제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이 부여된 단체가 민주적 대표성을 띠는지에 대한 이견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사장추천위 또한 위원 선발 기준과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안전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면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특히 언론 자유와 직결된 법안을 강행 처리한 전례를 만든다면, 공영방송을 대선 승리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악습과 방송 장악 시비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송법이 정권과 다수당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도 합의 처리하는 게 마땅하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1면 기사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펼쳐진 국회 대치”라며 “민주당은 5일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방송법을 강행 처리하고, 8월 임시국회에서 나머지 방송2법과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결국 ‘법안 상정→필리버스터 신청→필리버스터 강제 종료→표결 강행’의 무의미한 도돌이표만 반복될 전망”이라 전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與, ‘KBS 이사진 3개월내 전원 교체’ 방송법 상정>라고 뽑고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어 KBS 사장 후보를 국민 100명 이상이 추천하고, 윤석열 정부 인사가 과반인 현 이사진을 3개월 안에 모두 교체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고 전했다.
▲5일 동아일보 1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 3법은 법 시행 3개월 안에 KBS·MBC·EBS의 이사진·경영진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핵심이다. 새 이사진 임기는 최대 6년으로 규정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친여 이사진 구성이 계속되도록 했다”며 “민주당은 이후 본회의에서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24시간마다 무력화하고 방송 2법과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을 하나씩 ‘살라미’ 전략으로 처리할 계획”이라 전했다.
중앙일보는 1면 기사에서 “야당은 국회가 직접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게 한 것부터 문제 삼았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진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정치권이 직접 행사하면, 정치권에 더 휘둘리게 된다는 논리”라며 “나머지 이사 추천권을 언론 관련 단체와 시청자위원회 등에 주는 것도 여야의 대치 지점이다. 여당은 이런 구조가 정치적 영향력을 줄일 거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에선 ‘친여 성향 인사나 민주노총 출신 등 특정세력을 이사로 꽂아넣겠다는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5일 중앙일보 1면.
주요면에서도 정청래 민주당 대표 선출 후 첫 본회의와 국민의힘 필리버스터가 다뤄졌다. 경향신문은 3면에 <24시간 짜리 ‘제한 토론’…국힘, 당번 정해 본회의장 지켜>, 4면에 <정청래 “검찰·언론·사법 개혁 몰아쳐 전광석화처럼 끝낼 것”> 기사를 배치했다. 동아일보는 5면에서 , <방문진법-EBS법-노란봉투법-2차상법> 기사 등에서 방송법을 주요하게 다뤘다.
조선일보는 5면 <방송3법·反기업법…與 브레이크 없는 ‘입법 독주’ 시작>과 <與 강행에…대통령실 “李뜻과 다르지 않다”>를 기사를 배치했다. <與 강행에…대통령실 “李뜻과 다르지 않다”>에서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이 쟁점 법안인 방송 3법과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서도 찬성 의사를 밝혔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쟁점 법안은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들”이라 전했다.
방송3법 관련 사설, 서울·세계·조선·한국은 쟁점 법안 강행에 비판
이날 주요 일간지들은 방송3법의 본회의 상정에 대해 사설을 내놨다. 9개 일간지 중 방송3법 개정안과 관련해 사설을 쓴 곳은 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다. 경향신문은 방송3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반대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비판했으나, 나머지 신문들은 해당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것을 비판했다.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의 경우 쟁점 법안을 숙의 없이 강행하는 것에 비판의 중점을 두었다. 조선일보는 방송 3법 자체에 대해 “KBS·MBC를 ‘영구 민주당 방송’으로 만들려는 방송법 개정안”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민주당이 독주를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5일 주요 일간지 가운데 방송3법 개정안과 관련해 쓰인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방송법에 필리버스터, 야당 ‘공영방송 독립’ 안 하겠다는 건가>
서울신문 <鄭 대표 쟁점법안 강행… 민생 뒷전 국회, 책임질 수 있나>
세계일보 <첫날부터 쟁점 법안 밀어붙인 與 대표, 국민은 불안하다>
조선일보 <‘민주당 방송법’ 상정, 절대 권력 정권 일방 독주 시작>
한국일보 <여당의 일방처리 방송 3법, 지속 가능하지 않다>
▲5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국회가 공영방송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상정했다”라고 방송3법을 설명하고, 국민의힘의 반대 필리버스터에 대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을 ‘전리품’으로 여겨온 악습을 끊어내자는데 필리버스터로 대응하는 게 온당한 일인가”라고 전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무엇보다 정치권이 이사 추천을 좌지우지하며 ‘후견인’처럼 구는 지금 구조에서는 공영방송 장악 논란을 근절할 수 없다”며 “이제 공영방송을 제대로 시민과 언론에 돌려줄 때가 됐다”고 썼다.
이어 “국민의힘이 할 일은 내란 망동을 막지 못하고 국정과 민생을 망친 ‘윤석열 3년’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사과다. 잘못된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도 그에 해당된다”며 “3년 내내 낙하산 KBS 사장 논란과 MBC 장악 시비, 방송통신위원회 파행으로 방송계를 전장으로 만든 과오를 참회하고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서울신문·세계일보·조선일보·한국일보는 쟁점 법안을 민주당이 강행한다며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방송3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친민주당 성향의 언론노조가 이사회를 장악해 민주당의 공영방송 장악이 영구화될 것이라는 이유로 국민의힘의 반발이 거세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국내 다수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와 주한 유럽상공회의소까지도 경영활동 악화와 기업 철수 가능성을 이유로 법안 통과를 우려하고 있다”고 썼다. 이어 “이런 중대한 법안들을 시간표에 쫓기듯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보면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나 검경수사권 조정이 수사 체계 혼선과 수사 지연 사태를 빚은 사례가 생생하다”며 “개혁의 필요성이 큰 입법일수록 충분한 여론 수렴과 숙의를 거쳐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역시 이날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정청래 대표 취임 첫날부터 쟁점 법안들 처리를 밀어붙였다”며 “‘정부·여당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악법’이라는 국민의힘의 반발이 그저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고 썼다. 세계일보는 쟁점법안인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방송3법에 대해 “모두 여야가 오랜 시간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야 할 안건들”이라며 “이쯤 되면 협치 포기와 야당 무시 선언을 넘어 아예 ‘다수당 입법 독재’ 선포가 아닌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 통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여당 대표의 언행에 국민은 그저 불안할 뿐”이라고 밝혔다.
▲5일 세계일보 사설.
방송3법 개정안에 조선일보 “‘영구 민주당 방송’ 만들려는 법…일방 독주”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KBS·MBC를 ‘영구 민주당 방송’으로 만들려는 방송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라며 “야당이 ‘공영방송 영구 장악 시도’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지만 24시간이 지나면 강제 종료돼 본회의 통과는 시간문제”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개정안을 두고 “방송법은 친여 성향 언론노조, 노란봉투법은 민노총이 요구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야당일 때도 입법 폭주와 방탄 입법을 거듭했다. (...)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대부분이 반기업 친노조, 퍼주기 포퓰리즘 등을 위한 것이다. 이젠 정권을 잡았으니 마음만 먹으면 무슨 법이든 통과시키고 공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은 절반 가까운 국민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일방 독주를 시작했다”며 “브레이크 없이 돌진하는 차는 결국 어딘가에 충돌해 멈추게 된다. 속도가 높을수록 그 피해는 클 것”이라 전했다.
관련기사
방송법 통과하면 KBS MBC 이렇게 달라집니다
국힘 신동욱 “정청래, 야당과 악수 거부? 우리도 여당으로 인정 안 해”
방송3법 본회의 상정 눈앞 “국힘 필리버스터 계획 중단하라”
▲5일 조선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5일 끝나는 7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는 불가능하지 않다. 다만 시급한 민생 현안도 아닌 방송법을 강행 처리할 필요와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문제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이 부여된 단체가 민주적 대표성을 띠는지에 대한 이견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사장추천위 또한 위원 선발 기준과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안전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면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특히 언론 자유와 직결된 법안을 강행 처리한 전례를 만든다면, 공영방송을 대선 승리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악습과 방송 장악 시비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송법이 정권과 다수당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도 합의 처리하는 게 마땅하다”고 전했다.
발행 2025-08-05 07:11:53뜨겁다. 건물 밖으로 나서면 40도에 육박하는 도시의 온도가 온몸을 짓누르는 기분이 든다. 이 온도가 사람들의 숨통도 조인다. 더위를 피하지 못한 이들의 부고가 전해진다. 7월 31일을 기준으로 질병관리청이 파악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16명에 이른다. 이러니, 생존 본능처럼 에어컨 바람을 찾는다. 잠깐이라도 거리에서 시간이 뜨면 카페를 찾아 들어선다. 오늘의 커피값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받은 지역화폐로 결제했다. 이것이 폭염 시기의 복지인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카페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
그런데 모두에게 돌아갈 것만 같은 이 복지가 닿지 않는 이들이 있다. 지난 7월 중순 ‘홈리스 행동’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신용 및 체크카드, 선불카드나 지역 상품권을 주민등록상 주소지 관할 지자체에서 받고 소비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가, 주소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이들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숙인의 71.3%가 신용불량자다. 소비쿠폰을 받을 수 있는 금융 수단 자체가 부재한 이들이 많아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금 지급, 찾아가는 행정서비스를 통한 신청 불이익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단체는 언급했다.
국민 모두에게 지급될 것이라는 보편의 소비에서 제외된 이들은, 숨 막혀 죽을 것 같은 상황에 먼저 놓인다. 기후 불평등은 재난의 영향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이 정작 기후위기를 불러오는 탄소 집약적인 사회 경제구조의 가장 밑단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국민이 모두 누린다는 15만 원어치의 소비도 불가능한 노숙인들은,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적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이들이다.
세계 인구 중 소득별 탄소배출 비율 ⓒ필자 제공, 옥스팜 2023
기후 불평등 문제는 지난 2023년 옥스팜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인구 중 부유층 상위 10%가 하위 50%의 탄소 배출량의 6배를 넘어서고 있다. 불평등과 빈곤을 연구하며 탈성장 담론을 연구하는 제이슨 히켈은 이같이 말한다.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경제적 비용의 82~92%와 기후 관련 사망자의 98~99%가 남반구에서 발생’한 반면 역사적으로 기후위기를 불러온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한 책임은 자본주의 경제성장과 발전 추동하고 그 혜택을 누리는 북반구 국가라고 말이다. 책임과 피해가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다는 기후위기 시대의 불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더 많은 소비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 모두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으로 줄여야 한다면, 노숙인이야말로 이미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삶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삶의 양식에서 모범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제로만이 중요하다면, 인간다운 삶은 달성 불가능한 목표가 된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가 모두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교육과 캠페인은 노숙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에게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더 많은 지원과 지출이 필요하다. 이들에게야 말로 집이 제공돼야 하고, 깨끗하고 따뜻한 물이 필요하며,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이 제공돼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관점의 공공정책이 필요하다.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을 만들어내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특정한 방식의 삶의 양식을 제한해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제한에도 불구하고 삶이 여전히 아름답고 풍요로울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기차로 2시간 30분 이내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대해서는 국내선 운항을 금지했다. 미국 뉴욕은 호텔, 사무실, 병원 등 건물 유형에 따라 제시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넘어설 때 상당한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자원의 이용과 온실가스 배출의 한계를 긋고 제한하는 조치다. 그렇지만 이러한 나라들이 제한으로만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주는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제한하는 대신 그린리모델링에 대한 금융과 일자리 창출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오스트리아 빈의 인구 60%는 공공이 조성하여 제공하는 사회적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비행기를 제한하고 자동차 중심의 도로를 대폭 축소하고 자전거와 도보 편의성을 과감히 높이는 정책을 취하는 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성동구는 커피 한 잔을 시키지 않아도, 시원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구청 1층의 공공도서관을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자동차의 속도를 대중교통과 자전거에 나눠야 한다
대중교통 기반이 어느 곳보다 잘 돼 있는 서울이지만, 서울은 여전히 대중교통보다는 자동차가 빠르고 편리한 곳이다. 서울시 차량 통행속도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버스가 자동차보다 빠른 적은 없었다. 서울 시내에서 버스의 경우 2014년 10년 전 시간당 19.6㎞에서 지난 2016년 20.7㎞로 소폭 증가했다. 그런데 2024년 시간당 17.9㎞로 점차 느려지고 있다. 사람도 건물도 차도 모두 꽉 찬 서울에서 더 이상 도로를 크게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 대중교통 수단이 현저히 적은 농어촌 도시에서는 자동차와 대중교통의 이동속도가 더 크게 차이가 난다. 문제는 시민 모두가 운전을 하거나 자동차를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로를 더 늘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대도시, 자가용을 시민 모두에게 보급할 수 있는 농어촌 모두 자동차의 속도를 대중교통과 나눠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정된 도시 공간과 재원을 다르게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도로와 자동차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 많은 아파트를,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하여 도시 인프라와 서비스의 총량을 무조건 늘리는 방식의 복지는 불가능하다. 결국 2050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의 정책적 목표는 필연적으로 한정된 도시 공간, 자원, 주택, 도로, 소비재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공공재원이 어디에 투자되는 것이 적절한지 다시금 질문하도록 한다.
29일 경기 수원시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폭염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내륙에서 폭염특보가 내려지지 않은 유일한 지역이었던 강원 태백에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2025.07.29. ⓒ뉴시스
지구의 온도가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기후정책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가 지켜야 하는 한계는 정해져 있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이 원칙 속에서 시민들의 삶이 질을, 기후 재난에도 죽지 않고 인간다운 삶의 최저선을 높이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누군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거나 가져도 되는 사회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들이 부족함 없이 공급되는 공공정책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재난을 통해 답을 얻게 된다. 산불 다음 폭염이 왔다. 다음은 폭우이거나 산사태일 것이다. 이 재난에서 누가 가장 먼저 죽었는가, 어떤 이들이 더 취약한가를 살펴보자. 기후위기를 대응하면서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우리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거기에 있다.
전국비상시국회 주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원로 긴급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달 중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방패(UFS)의 일부 일정과 진행방식이 조정,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민사회 원로들이 훈련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원로들은 특히 이번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파면된 윤석열 정권이 대북 대결노선에 따라 계획한 것이어서 그 어떤 명분도 실익도 없을 뿐만 아니라, 빛의 혁명에 나선 시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훈련 중단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필수 조치'라고 강조했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진행된 전국비상시국회 주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원로 긴급 기자회견'에서 원로들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실시한다는 연합훈련은 오히려 상호간 추가대응을 불러오면서 긴장만 고조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였을 뿐"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가로막아온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적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이미 계획된 것이라 할지라도 중단하거나 도상연습으로 축소되는 것이 마땅"하며, "한반도 위기를 증폭시켜 군사쿠데타를 시도한 윤석열 전 정권이 계획한 군사훈련이라면 더더욱 실시할 이유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오는 8월 18일부터 8월 말까지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기간에 예상되는 대규모 한미군사연습은 정말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일"이라고 하면서 "이 군사 훈련이 윤석열 정권 당시 북과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대결노선에 따라서 그때 합의된 대로 실시되는 것이라면 어떤 명분도 실익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대통령이 기회있을 때마다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사이임을 과시하며 만나겠다고 한 것이나 이재명대통령이 대북 평화공존 정책을 공약으로 앞세워 당선된 것을 감안하면, 지금같은 시기에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당연히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과 대미투자협상, 그리고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과도하고 강탈이나 다름없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지만 양국간 협상결과이므로 억지로 참고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정상회담에서 얼마나 많은 국방비 증액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요구에 시달릴 것이지 걱정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함세웅 원로 신부는 "민족의 꿈인 평화를 위해서 올해 계획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꼭 중단하고 뒤로 미루거나, 절대로 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이 오늘 함께 모인 우리들의 염원이고 남북 8천만 겨레의 결의이자 평화를 향한 호소"라고 말했다.
박석무 다산연구원 이사장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은 국제정세나 외교관계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며, "남북 대화와 협력을 중단시킬 수 있는 위험을 우리가 계속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마침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한미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으니 모든 정책이 바뀌어도 괜찮을 때인데다 국민들의 의견도 훈련중단으로 의견일치가 되어 가는 것 같다"고 하면서 "훈련중단을 계기로 끊어진 남북대화와 협력을 이어갈 수 있으니 긴말 필요없이 당장 훈련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임원 전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상임 공동대표는 "일본이 발을 걸쳐놓은 한미(일) 군사훈련과 한미(일) 동맹관계 현대화란 미국의 중국 견제 내지 중국 공략의 일환이면서 한반도에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위험한 책략"이라고 지적하고는 "우리는 가만이 있어서는 안되고 막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신홍범 전 자유조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안재응 전 한국YMCA이사장, 양길승 전 녹색병원 이사장, 이용길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 류종열 전 흥사단 이사장, 최병모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이 자리를 함께 하고 김상근 목사, 신낙균 전 문화관광부 장관,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황석영 작가, 김영주 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 김태일 사회대개혁정책포럼 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수락 연설에서 ‘국민의힘과 악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를 놓고 중앙일보가 ‘국민통합’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 정신을 무색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정치 복원’을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의 기조와도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협치는커녕 야당과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민주당 내부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지 말고 국민 전체, 국가 이익을 아우르는 큰 정치를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2일 정청래 대표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61.74% 득표율로 박찬대 후보(28.26%)를 제치고 당선됐다. 정청래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란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내란 추종 세력들이 있는 한 협치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지금은 여야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당대표 선거도 좌우한 김어준 파워”
4일자 조선일보 1면 제목은 <야당을 파트너로 안 보는 여당 대표>이다. “정 대표가 대통령실의 의중을 따지겠지만 강성 당원들의 요구에 따라 브레이크 없는 강경 일변도로 갈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는 민주당 관계자 멘트가 기사에 인용됐다.
조선일보는 6면 <당대표 선거도 좌우한 ‘김어준 파워’> 기사를 통해 김어준씨가 당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당초 여권에선 ‘명심은 정 대표보다는 박 의원 쪽에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며 여권 관계자를 인용해 “두 후보가 당원들을 상대로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과 콘서트가 그 무대가 됐고, 여기서 강성 당원들의 낙점을 받은 정 대표가 압승한 것”이라고 했다.
▲ 4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조선일보는 “정 대표는 김씨의 유튜브 방송과 김씨가 주최한 콘서트 등에 여러 번 등장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반면 박 의원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김씨 콘서트에 불참했고 유튜브 방송에 나가서도 자신이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 아님을 해명해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김어준씨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였던 강선우 의원의 보좌관 갑질 논란 당시 박 의원을 겨냥한 것이 정 대표의 승리를 굳히는 데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야당과 악수도 않겠다”는 민주당 새 대표> 사설에서 정 대표가 야당과 협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선거 때야 득표를 위해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당선되자마자 제1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대결을 선언한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야당과 싸움에만 몰두하기엔 안팎의 사정이 급박하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당 대표라면 정부와 함께 이런 현실에 대응해 국민을 지켜낼 책무가 있다. 야당과도 긴밀히 협의하면서 국가 과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대통령 취임사 무색, 어느 쪽이 여권 진심인가”
다수 신문이 정 대표가 야당과 각을 세웠다는 점에 주목했다. 4일자 중앙일보 1면 제목은 <민주 새 대표 정청래 야당 향해 선전포고>이고, 동아일보 1면 제목은 <與대표 정청래 “내란당 사과없인 악수 안해”>이다. 한국일보 1면도 <“내란 사과 없이 악수 없다” 초강성 여당시대>이다.
중앙일보는 <국민보다 강성 당원만 바라보는 여당 대표 정청래> 사설에서 “역대 민주당 대표 중에 강성이란 평가를 받은 인사들이 꽤 있었으나 야당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은 여태껏 없었다”며 “정 대표는 국회를 민주당 1당 체제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인데, 이는 명백히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태”라고 했다. 이어 “당장 당의 강성 당원들로부터야 박수를 받겠지만, 장기적으론 극도의 정치 갈등과 사회 분열을 유발해 국가적으로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했다.
▲ 4일자 중앙일보 사설.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도 언급했다. 중앙일보는 “야당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정 대표의 입장은 이 대통령의 취임사 정신을 완전히 무색하게 만든다. 대체 어느 쪽이 여권의 진심인가”라고 했다.
동아일보도 정청래 대표의 수락 연설이 이재명 대통령의 기조와 구분된다고 지적했다. <與 대표에 정청래… ‘尹 정부-국힘의 실패’ 전철 밟지 말아야>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국민의힘과의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협력까지 배제하는 듯한 태도는 ‘정치 복원’을 강조해 온 이 대통령의 기조와도 거리가 있다”고 했다. 이어 “물론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채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107석의 제1야당으로서 실체가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윤 전 대통령은 야당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민심에 귀 닫은 채 독단적 국정 운영을 거듭하다 불법 계엄이라는 자기 파멸적 선택을 했다”며 “국민의힘은 ‘당정일체’만 외치다 국정 실패를 조장하고 방관한 책임이 있다. 정 대표가 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 “민주당 선거, 당원 주권 시대로 나아가”
한겨레는 <당대표 정청래… 더 센 민주당이 온다>, 경향신문은 <‘강경’ 택한 민주당… 개혁 입법 ‘속도’>를 4일자 1면 제목으로 냈다. 한겨레는 정 대표를 <아웃사이더 기질… 지지층과 직접 소통>(3면 기사)로 설명하며 사설 <정청래 새 대표, 국정 책임지는 ‘유능한 민주당’ 이끌길>에서 “더 이상 민주당 선거가 의원 및 계파 중심이 아닌, 당원 주권 시대로 나아가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고 평했다.
▲ 4일자 한겨레 1면 사진기사.
▲ 4일자 한겨레 3면 기사.
한겨레는 “당원들의 표가 정 대표에게 쏠린 것은 ‘강력한 개혁’에 대한 민주당원들의 염원 때문”이라며 “강도 높은 개혁을 속도감 있게 이뤄내야 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 다만 중도층을 포함한 국민 여론 전반을 의식해야 하는 대통령실·정부와 끊임없이 소통·조율하면서 개혁 진행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야당과 ‘협치’를 주문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개혁하되 협치 손 놓지 말아야> 사설에서 “내란 세력에 대한 단죄·청산도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자칫 정치적 논쟁과 갈등의 난장으로 변질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극우’적 퇴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심한 정당이긴 하지만, 3분의 1이 넘는 국회 의석(107석)을 가진 정치적 실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경향신문 “‘속옷 시위’ 윤석열, 끌어내리기 쉽지 않다”
‘속옷 시위’를 벌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여전히 특검팀의 소환조사에 “불응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4일자 6면 <‘속옷 시위’ 윤석열 버티기…특검, 강제로 끌어낼 방법이 없다> 기사에서 “특검팀은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그를 조사실에 앉히겠다고 다짐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일단 특검팀은 물리력 행사까지 불사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다음 체포영장 집행 때는 강제로 끌어내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끝까지 버티면 강제로 끌어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 수사기관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으면 물리력을 행사해 피의자를 강제로 체포할 수 있지만, 구치소에선 수용자에게 강제력을 행사하려면 조건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00조는 교도관이 7가지 조항에 근거해 수용자에 대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수용자가 도주, 자살, 자해, 교정시설 손괴, 타인에게 위해를 끼치려고 하거나, 위력으로 교도관의 직무집행을 방해할 때 등이다. 윤 전 대통령처럼 구속된 피의자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4일 <윤 전 대통령 ‘속옷 차림 저항’ 소동…국민은 민망하다> 사설을 내고 “특검팀이 법원이 발부한 적법한 영장을 집행하려 했음에도 윤 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 것은 명분 없는 행동”이라며 “피의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수사기관의 조사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아는 윤 전 대통령이 법원의 판단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법치주의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월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고발과 재판 등의 이유로 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여러 위증 혐의가 드러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등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발 주체인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이미 해산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이 직접 한 전 총리 등의 국회 위증 혐의를 수사할 수 있도록 내란특검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 총괄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3일 한겨레에 “기존 특검법 미비로 수사하지 못하는 부분은 법을 개정하려 한다. 국회 위증 혐의 수사 방안을 포함해 내란특검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발 주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란특검법 수사 대상에 내란 국정조사 위증죄를 추가하더라도 소급 입법은 아니다. 국회에서 한 위증을 처벌하는 국회증언감정법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는 12·3 비상계엄 선포의 내란 관련성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31일부터 올해 2월까지 두 달 간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운영했다. 2차례 기관보고와 5차례 청문회에 증인 453명(중복채택·불출석자 포함)이 채택됐다.
당시 한덕수·최상목 등 핵심 관련자들은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상황 등에 대해 자기방어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포고문 등과 관련해 “본 적이 없다”(1월15일) “비상계엄 해제 국무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출근해서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2월6일)고 주장했다. 최 전 부총리는 국회 해산을 전제로 한 비상입법기구 예비비 지시 문건에 대해 “내용을 보지는 못했다” “쪽지 형태로 접은 상태에서 받았다”(2월6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국정조사특위가 활동을 종료한 이후 수사기관이 확보한 대통령실 국무회의장(대접견실) 내부 및 대통령 집무실 복도 시시티브이(CCTV) 영상을 통해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 내용을 직접 살펴보거나 다른 국무위원과 논의하는 모습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한덕수·최상목 등은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한다”라는 증인 선서를 했다. 국회증언감정법은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 등을 했을 때는 벌금형 없이 징역형(1년 이상 10년 이하)으로만 처벌하도록 한다. 중범죄이지만 해당 위원회 고발이 있어야 수사가 가능하다. 내란 국정조사특위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 등 3명만 위증 혐의로 고발을 의결한 뒤 올해 2월28일 활동을 마쳤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3대 특검 종합대응특위’를 꾸렸다. 전현희 총괄위원장은 “이번 주 초에 특검별 태스크포스가 모여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법 개정 의견 등을 취합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핀란드, 3주 연속 30도 넘겨·순록 폐사 위기…북극권도 폭염·더위 익숙지 않은 주민들 '고통'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5.08.03. 22:01:08
올 여름 북반구가 펄펄 끓고 있는 가운데 더위와는 거리가 멀었던 북유럽도 폭염을 피해가지 못했다. 전례 없는 폭염에 북극권 산타 마을의 '산타클로스'도 구슬땀을 흘리고 순록들은 폐사 위기에 처했다.
2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타임스>를 보면 핀란드 기상청은 전날까지 핀란드에서 21일 연속으로 30도 넘는 기온이 관찰됐고 이는 역대 최장 기록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이날도 북부 및 서부 일부 지역 기온이 또다시 30도를 넘김에 따라 곧바로 해당 기록이 경신될 것으로 봤다. 핀란드 기상청 자료를 보면 수도 헬싱키 기준 평년 7월 일 최고 기온은 20도 안팎이다.
핀란드 기상청에 따르면 헬싱키 최고 기온은 지난달 중순부터 연일 평년 일일 최고 기온을 넘어섰고 최근 며칠은 일 최저 기온이 평년 일 최고 기온 수준인 19.6~21.7까지 올랐다. 핀란드 기상청 연구원 미카 란타넨은 지난달 31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북극 지역 기온까지 3주 동안 25도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과학자들이 이번 폭염 기록을 1961년 이후 최장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7월 중순 노르웨이 북부 해안의 더운 뜨거운 해류와 지속적 고기압 영향으로 북유럽권 기온이 평년보다 8~10도 높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을 보면 노르웨이 기상청도 지난달 최북단 3개 주에서 30도가 넘는 기온이 12일 기록됐다고 밝혔고 주말에도 다시 30도가 넘는 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측했다. 스웨덴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스웨덴 북부에도 폭염이 지속됐다. 위도가 65도에 이르는 북부 하파란다에서 25도 넘는 더위가 14일 이상 연속 관측됐다.
더위에 익숙지 않은 이 지역 주민들은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가디언>은 현지 언론을 인용해 핀란드 북부 지역에서 한 아이스링크가 무더위 쉼터로 개방됐고 지역 응급실이 꽉 찼다고 전했다. 목동들은 순록이 폐사 위기라고 발을 동동 굴렀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달 25일 북극권인 핀란드 라플란드 로바니에미 산타 마을에서 긴 수염에 붉은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가 작업자들에게 "물을 매 시간 한 잔씩 마시는 걸 잊지 말라", "순록에게 물을 충분히 마시게 하라" 등 일사병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지역 기온은 7월 말 30도에 육박했다. 방송은 일 년 내내 더운 복장을 해야 하는 산타 마을의 산타가 최근엔 더위가 가시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에야 밖에 나간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산타의 썰매를 끄는 순록들도 최근 폭염 그 자체에 더해 높은 기온으로 인해 창궐한 모기의 습격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인근엔 순록들이 이 더위를 피해 올라갈 수 있는 고지대도 부재하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매체 <뉴스인잉글리시>는 현지 언론에 더위와 백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례가 수없이 보도되고 있으며 주택과 기반 시설이 더위에 대비돼 있지 않아 더욱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주민들도 더위에 익숙하지 않아 요양원이 충분히 물을 섭취하지 않으려 하는 고령자들을 돌보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매체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제기후연구소(CICERO)의 비외른 삼셋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는 사라지지 않고 수십 년 동안 더 심해질 것"이라며 노르웨이인들이 올해와 같은 더운 여름을 더 자주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15일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 로바니에미 산타 마을 온도계가 31도를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용진이 입사한 1995년 무렵 24시간 맞교대를 하던 철도 현장에선 매년 30명 넘는 노동자들이 사망사고를 당했다. ⓒ 정용진 제공
철도노동자가 될 운명이었을까. 정용진(57)씨의 고향은 섬진강변을 따라 기차가 지나가는 마을이었다. 전라남도 승주군 황전면 비촌리. 지금은 순천시에 편입돼 있다. 비촌리를 지나는 역이 있으니 구례구역이다. 구례로 통하는 입구라는 역 이름대로, 비촌 마을 사람들은 다리만 하나 건너면 되는 구례군을 생활권 삼아 살았다.
그곳에 오래도록 터 잡고 산 집에서 용진이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집안 외양간 옆 작은방은 그의 아버지가 태어난 방이기도 했다. 그토록 오래 뿌리내려 살던 터전이었지만 용진의 가족은 용진이 세 살 무렵 서울로 이주했다. 삼형제 중 막내였던 용진의 아버지에겐 계단식 논조차도 돌아오는 몫이 별로 없었던 탓. 55년 전이었음에도 서울로 올라온 시기를 정확히 기억한다.
"우리가 원래는 마포에 있는 와우아파트로 들어가려고 했거든요."
와우시민아파트는 무허가 판잣집들을 헐고 만든 시민아파트 중 하나였다. 시민아파트의 입주 대상은 주로 용진의 가족처럼 농촌을 떠나온 가난한 사람들. 게다가 무허가 판자촌들은 대부분 산 가장자리에 있었다. 아파트를 짓기도 힘들고 지으려면 큰 비용이 드는 땅들, 그런 곳에 턱없이 낮은 단가의 예산을 중간 업자와 공무원들이 떼먹기까지 한 날림 건축물들이 들어선 것이다. 와우시민아파트는 1969년 12월 26일 완공됐지만 불과 4개월도 안 돼 1970년 4월 8일 붕괴하고 만다. 70여 명이 매몰 당했고 34명이 사망한 '부실공화국'의 상징과도 같은 사고였다.
서울이 낯설던 용진의 가족도 친척에게서 이 아파트를 소개받았다. 하지만 돈이 부족했다. 얼마 후 붕괴 사고가 일어났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용진 가족이 터를 잡은 곳도 산 밑이었다. 용산의 남산 자락에 셋방을 구했다.
▲용진의 가족은 살길을 찾아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다. 와우시민아파트 붕괴사고를 피해 자리잡은 터전은 남산 밑이었다. ⓒ 정용진 제공
그곳에서 용진의 아버지는 청소일을 하고, 어머니는 남대문시장에서 행상을 했다. '다라이'(대야)를 가지고 가서 과일을 떼어 오면 과일 장사, 생선을 떼어 오면 생선 장사, 채소를 떼어 오면 채소 장사를 했다. 일을 하느라 어머니는 바빴다. 구청 상용직인 아버지도 저녁에 나가 새벽까지 일을 했다. 세 동생을 챙기는 건 온전히 용진의 몫이었다.
"내가 하는 일은 동생들하고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었어요. 어려서부터 밥 하고 라면 끓이고 연탄 갈고. 동생들을 건사하는 게 내 일이었죠."
새 학년이 겁났던 아이
부모님은 장남인 용진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세 명의 동생들에게도 "맏이가 부모다. 용진이 말에는 무조건 순종하라"고 이르곤 했다. 또, 용진에게는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라"는 말로써 맏이가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을 종종 드러내셨다. 문제는 용진이 학교와 친하지 않았다는 것.
"새 학년 되는 게 정말 싫었어요. 새로운 반에 적응해서 새 친구들 사귀는 게 힘들어서요. 학교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곤 했죠. 누가 나를 못 살게 구는 것도 아닌데 학교라는 곳이 편하지가 않았어요."
용진은 눈에 띄는 아이가 아니었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 중 작고 왜소한, 그렇다고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닌 학생이었다. 거기에 급식 시범학교에서 급식을 안 먹었다. 전교에 몇 명 없었지만 급식비를 낼 형편이 아니었다. 점심시간이면 집에 다녀오든지 수돗가에서 수돗물을 마셨다. '선생님이 나를 알고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들기도 했다.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감정이 되게 간절했던 것 같아요. 나라는 사람도 있다는 존재감을 느끼고 싶었던 거죠. 간혹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러줄 때가 있어요. 그때는 그 하루가 너무 좋아. 행복하고 편안한 날이었죠.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급식 대신 수돗가에서 수돗물을 마셨던 용진에게 학교는 결코 편한 장소가 아니었다. ⓒ 정용진 제공
하지만 용진이 학교에서 행복하고 편안한 날은 많지 않았다. 그만큼 공부에 뜻을 두기도 힘들었다. 수학만 좋아하고 다른 과목들엔 큰 흥미가 없었다. 상고나 공고를 갈까도 고민했다. 꿈을 이루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은 '과학자, 대통령'을 꿈꾸던 초등학교 시절 그는 장래희망에 '회사원'을 적곤 했다.
"집이 어려우니까 내가 돈을 벌어서 먹고 싶은 거 사 먹고, 사고 싶은 걸 살 수 있으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회사원을 꿈꿨죠."
빨리 취직할 수 있는 고등학교를 희망했다. 하지만 대학에 가길 바라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1984년 집 근처 용산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여전히 공부보다는 노는 게 좋았다.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들 예닐곱과 잘 어울렸다. 중간, 기말고사가 끝나면 사당동까지 나가 극장에 갔다. 야한 영화와 액션물을 동시 상영하는 극장이었다.
"시험을 잘 봤든, 못 봤든 우르르 몰려갔죠. 한번은 영화를 보고 있는데 중간에 한 남성이 영화관 안으로 들어왔어요. 근처 고등학교 선도부 선생님이 애들 잡으러 왔던 거예요. 우리는 몰래 빠져 나와 다른 영화관으로 갔었죠."
대공 수사기관이던 남영동 대공분실 건너편에 있던 청소년센터도 그의 학창시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청소년센터에 고등학생 독서토론 동아리가 있었다. 남고 두 곳과 여고 두 곳의 학생들 십여 명이 모였다. "여기 오면 여학생들 있어." 어떤 홍보문구보다 강력했던 친구의 추천에 흔쾌히 참여했다. 책 읽고 토론 하고, 장애인 시설로 봉사활동도 갔다. 숫기도 없고 새로운 사람 사귀는 일에 서툰 용진으로서는 엄청난 용기를 내는 행동이었다. 살 떨리는 일이었지만 도전하면서 사람 만나는 일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비리재단을 몰아내고
군대가 알을 깨고 나오는 계기가 됐다. 훈련하고 남는 시간이면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 새 학기만 되면 긴장하고, 마음에 드는 여학생한테도 말 한 마디 못 건네던 스스로가 한심했다. 바뀌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뭐든지 적극적으로 하려고 나섰다.
일병 시절, 사단 태권도대회에 나갈 선수를 뽑았다. 입대해서 처음 배운 태권도 단증을 딴 지 얼마 안 됐지만 용진이 자원했다. 또, 겨울에 스케이트대회를 연다고 했을 때도 롤러스케이트를 몇 번 타본 경험만 믿고 손을 들었다. 둘 다 일과 후에 따로 연습을 해야 했음에도 귀찮지가 않았다. 스스로를 바꿔보겠다는 몸부림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런 그를 나댄다고 못마땅해 하는 선임들이 있었다.
"한 명한테 많이 당했어요. 어느 날은 느닷없이 내무반 화목난로 주변에 있던 방화사를 다듬던 오각형 나무 판으로 엄지와 검지 사이를 툭툭 때리더라고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듯이 30분 동안 때리니까 팔이 부어서 못 움직이겠더라고요."
훈련에 적응해 군대가 좋아지던 참이었다. 직업군인까지 고민했지만 이런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사실에 단념했다. 제대가 가까워지자 먹고사는 일이 걱정됐다. 재수 때까지도 입시공부에 전념을 다하지 않았던 대학에 가고 싶어졌다.
"대학을 바라보는 상이 달라졌죠. 인맥도 없으니 대학이라도 가야겠다. 가서 직업에 대한 시야를 넓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1991년 9월 제대해 두 달 반 동안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취업을 목표로 했기에 전문대를 택했다. 인천전문대 기계과에 합격했다. 그런데 인천전문대 재단은 인천대를 비롯해 전체 15개 학교를 거느린, 비리재단으로 유명한 선인학원이었다.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이어온 '재단 정상화' 투쟁이 용진이 입학할 무렵 크게 타올랐다. 1992년 신입생이 된 용진도 자연스럽게 풍물패,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비리재단을 바꿔내는데 동참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거리투쟁에 나섰다. 이 투쟁에 인천시민들도 적극 호응해 마침내 1993년 12월, 선인학원의 해산을 이뤄냈고 다음해 3월 산하 학교들의 시·공립화를 이끌어냈다.
"일머리보다 필요한 건 좋은 관계"
뜻을 모은 사람들의 힘으로 곪고 곪았던 학교가 바뀌는 걸 본 용진은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사회에 진출해도 "세상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꿈을. 명절에 고향마을에 갈 때마다 타던 기차가 눈에 들어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공장에 다니다가 공부를 시작했다.
"1994년엔 신입을 안 뽑고 1995년엔 공고가 났어요. 친구들하고 준비를 했죠. 내 인생에서 두 번째로 열심히 공부한 기간이었어요."
절실함이 통했다. 입사시험에 합격했고 철도청 직원이 되었다. 당시엔 공무원 신분이었음에도 그리 인기 있는 직장은 아니었다. 월급도 박한데 24시간 맞교대였다. 아침 9시에 출근해 24시간을 꼬박 일하고 다음날 아침 9시에 퇴근, 다시 그 다음날 아침 9시에 출근하는 근무형태였다. 사실상 휴일이 없었다. 매년 철도 현장에서 30여 명 이상이 직무상 사망사고를 당하는 데는 몸에 무리가 가는 24시간 맞교대의 영향이 컸다. 일하기 쉽지 않은 직장이었다.
용진은 차량 직종으로 발령을 받았다. 디젤전기기관차를 일상적으로 검사하고 고장 난 부분을 고치는 일로 150여 명이 두 조로 나뉘어 일했다. 시험 준비를 많이 했지만 직접 부딪힌 현장은 참고서 속과 달랐다. 우선 규모에 압도됐다. 역에 도착한 뒤로도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직장인 차량사업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객차(승객을 태우는 차량) 한 량만 해도 20미터가 넘으니 객차와 디젤전기기관차들을 손보는 곳도 엄청 넓었다. 낯선 곳에 적응해 갔다. 어렵지 않았다. 일은 모르면 배우면 되니까. 배우려면 필요한 덕목이 있었다. 일머리와 좋은 관계.
"선배들이 하는 걸 보면서 익히는 일머리가 필요해요. 근데 그보다 중요한 건 좋은 관계를 맺는 거죠. 관계가 좋지 않으면 선배들이 '따라와서 봐'라고도 안 하니깐."
20대 후반으로 열정이 가득할 때였다. 가족들보다도 오랫동안 함께 있는 동료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군대에서부터 갈고 닦은 적극성을 발휘했다. 점심 빨리 먹고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무리와 어울리고, 산악회를 만들어서 지리산, 설악산 등 이름난 산들도 많이 다녔다. 여럿이 함께 일하는 것도 좋았다.
"가정엔 에어컨이 없던 시절이었는데 검수대기실에 전자레인지보다 조금 큰 네모난 에어컨이 하나 있었어요. 여름에 일하고 검수대기실에 들어오면 엄청 시원해. 일하고 와서 사람들하고 에어컨 앞에 있는 게 참 좋았어요."
▲3중 간선제이던 철도노조를 바꿔내는 일부터 철도의 민영화를 저지하는 투쟁까지 철도노동자들은 오랜 싸움을 해왔다. ⓒ 정용진 제공
철도노조 민주화 한복판에 뛰어들어
사람들은 좋았지만 현장은 바꿔야 할 게 많았다. 디젤전기기관차 밑으로 들어가 바퀴도 보고 좁은 공간에서 기계부품들을 점검해서 교환하고 조이는 게 일상이었다. 장갑과 작업복엔 늘 기름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런데 한 달에 15일 일하는데 지급되는 목장갑은 열 켤레도 안 됐다. 기름때 묻은 장갑들을 빨아 써야 했다. 작업복도 1년에 한 벌만 나왔다. 신입들은 선임들 옷을 물려 입곤 했다. 또, 일상 통제도 강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아침 점호를 하고, 저녁 밥 먹고 또 저녁 점호를 했어요. 다 아는 얼굴들인데 30여 명 이름을 일일이 부르고 '네'라고 대답을 해야 해. 사람들이 다 불만이었죠. 결혼도 하고 애도 있는 어른들인데 왜 그걸 다 호명하고 있느냐고요."
그런 권위적인 관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용진은 "철도를 바꿔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24시간 맞교대를 철폐하고 싶었다.
"24시간 맞교대에선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가 없어요. 결혼하고서 아내는 다이어리에 내가 들어오는 날을 표시해뒀어요. 내가 안 들어오는 날은 '애를 누가 보니, 뭘 사러 가니 마니' 이런 걸 논하고 싶어도 할 수 없잖아요."
당시에는 명절에도 쉬지 못했다. 명절 대수송기간은 열차가 더 많이 투입되고 안전문제도 더 신경 써야 해서 비상이 걸리는 시기였기 때문에. 꼭 그 기간뿐 아니라 휴가나 병가를 쓸 때면 사유를 써야만 했다. 눈치가 보여 연월차휴가도 제대로 못 썼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있었지만 한국노총 소속이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영향으로 많은 노동조합이 민주화되고 있는데도 철도노조는 달랐다. 여전히 정부와 철도청의 입장을 대변하는 어용노조의 성격이 짙었다. 위원장 선거도 중앙대의원들이 뽑는 3선 간선제여서 조합원들의 의견은 무시되는 구조였다.
이런 비민주적인 노조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일어났다. 1988년 기관사들이 먼저 '주1일 휴무 보장'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용진이 입사한 1995년엔 철도노조 민주화 추진위원회(노민추)도 결성됐다. 노조 민주화운동 한복판이었다는 이야기. 바꾸고 싶은 게 많았던 용진도 자연스럽게 노민추 활동을 시작했다.
첫 데이트가 아직 생생하지만 위기를 겪기도
한참 동료들을 묶어내 철도노조 민주화를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던 중에 용진은 결혼을 한다. 과학교사이던 김상미씨는 한 교육에서 지나치듯 봤음에도 눈에 띄는 여성이었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발랄해 보이는 그에게 계속 관심이 갔다. 용기를 내어 마음을 표현했다. 19997년 5월, 첫 데이트를 아직도 기억한다. 신촌에서 함께 영화를 봤다. 하얀 블라우스에 검정색 바지를 입었던 상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김상미를 만나서 연애를 한 것'은 용진의 인생에서 자랑스러운 일 중 하나다. "나도 연애를 할 수 있구나"를 일러준 고마운 사람이기에.
"그 전엔 연애가 너무 어려웠어요.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힘든데 이성관계는 더 하죠. 고등학교 때도 좋아했던 여학생한테 말 한 마디 못 했으니까. 그런 내가 아내를 서른 살에 만나 연애를 한 거예요."
첫 데이트로부터 10개월 뒤 두 사람은 결혼을 했다. 첫 발령을 받은 지 3년이 안 됐던 김상미는 나중에 "담임을 맡은 신규 교사가 새학기 초에 결혼하는 경우는 없다. 내가 미쳤던 것"이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그만큼 서로에게 빠졌던 두 사람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그해 말에 딸이 태어났다. 3년 후 아들도 태어났다. 그 어느 때보다 아빠가 육아에 힘을 쏟아야 할 시기였지만 용진은 현장일로 바빴다. 살고 있는 인천에서 일터인 서울 은평구 수색동까지 왕복 4시간 가까이 걸렸다. 게다가 24시간 맞교대이니 이틀에 한번 집에 갈 수 있던 것. 그나마도 퇴근 후 철도 민주화를 위해 동료들을 만나느라 못 가기도 하고 가는 날도 잠깐 머무는 수준이었다.
"아내도 전교조 활동도 하고 바쁠 때인데 결혼하자마자 아이가 태어난 거잖아요. 아이 때문에 아무 것도 못 하는 것 같아 무기력하고 우울했대요."
집에 가면 살림을 챙기기도 했지만 아내가 필요로 하는 시간과 애정에는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둘째가 태어나고는 다툼이 반복되다가 서로의 입에서 '이혼'이란 단어가 나오기까지 했다.
"아내가 힘든 걸 모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문제는 내가 너무 피곤했던 거죠. 애들 보라고 하면 애하고 같이 자고 있는 거지. 애 엄마는 잠깐 보면서 그러고 있다고 화내고. 많이 싸웠죠. 나는 사랑해서 결혼했으니 결혼하면 안 싸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싸우게 되니까 나도 힘들었죠."
"내가 안 보이면 그날 집을 떠난 거"라고까지 말했던 김상미에겐 힘이 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이 용진의 빈자리를 많이 채워줘 다행히 파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8월 1일, 로스앤젤레스 항구의 APM 터미널에서 운송 컨테이너가 처리되고 있다. 2025.8.1 AP 연합뉴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25년간 세계경제 규모는 3배로 늘어났다. 이런 세계경제 확장의 가장 큰 기여자 중 하나는 미국이고 미국시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선진국’으로 불리는 주요국들을 포함한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에 파격적인 고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했는데도 모두가 전전긍긍하며 그것을 조금이라도 경감하기 위해 미국과 거의 굴욕적인 협상을 벌이는 걸 마다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수많은 나라들의 경제성장이 수출, 그리고 미국시장과 엮여 있기 때문이다.
지속 불가능한 거대한 불균형
2000년 이후 세계경제 규모가 4반세기만에 3배로 늘어나는 동안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도 3배로 늘어, 1조 1000억 달러(약 1527조 원)에 이르렀다. 주로 무역수지 적자 때문이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거대한 (무역)불균형은 미국도 다른 나라 경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미국 의회 예산국은 미국정부 부채가 5년 뒤 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수행을 위해 빚을 잔뜩 진 상태였던 1946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한다.
트럼프 지지자들. 2024년 8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트럼프 유세집회. 미국 내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적어도 당분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일본경제신문 8월 3일
미 공화당원 70%가 “무역하면 손해”
이런 상황에서는 트럼프가 아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그와 비슷한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는 지적들이 있다. 미국 국내 여론이 그것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미국 조사회사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특히 공화당 지지자의 70%가 ‘무역을 늘리면 손해’라고 생각한다.
무역적자가 곧 패배는 아니다. 미국 절대 우위의 ‘달러 체제’ 자체가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 토대 위에 구축된 것이다. 미국의 패권은 그런 달러 체제를 근간으로 유지돼 왔다. 달리 말하면 미국은 무역적자를 통해 패권국으로서의 막대한 이익을 향유해 왔다고도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미국은 무역장벽을 낮추는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주도하면서 자유무역체제를 선도해 왔다. 그런데 이제 그것을 미국이 무너뜨리고 있다.
114년만에 20%를 넘는 미국의 관세율 추이,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발동된 2025년에 수직상승했다. 일본경제신문 7월 27일
미국 관세율 2%대에서 20%대로
7일부터 새로운 상호관세를 발동하는 미국의 평균 실효관세율이 이번 달에 20.2%에 이를 것이라고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예측했다. 트럼프 정권 이전에 그것은 2%대였다. 18%대였던 1930년대 대공황기 이후 약 100년만의 최고치다. 한마디로 미국은 자유무역을 버리고 보호무역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국부 유출을 막고 해외의 부를 어떻게든 끌어들여 흑자국이 되려는 중상주의 국가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경제신문>은 그 원인을 크게 3가지로 꼽았다. 1. 국가자본주의체제 중국의 등장, 2.포퓰리즘을 부추긴 미국 국내 공동화, 3. 세계 전체의 경제자유화의 정체다.(7월 27일)
중국 비야디(BYD) 전기자동차(EV)들이 지난 3월 2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46회 방콕 국제 모터쇼에 전시되어 있다. 2025.3.24. 로이터 연합뉴스
자유무역체제 파탄의 첫 번째 요인 중국?
중국의 경우 2001년 WTO 가입 이후 경제규모가 15배로 커졌다. 이것 자체가 미국에겐 안보상 위협으로 다가왔고, WTO에 가입한 중국에게 자국 시장을 열어 압축성장할 수 있게 해 준 자유무역체제를 미국 자신이 더는 감당할 수 없게 됐다.
WTO체제는 주로 물품 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미국의 우위를 보장해 준 주요 장치 중의 하나인 ‘지적 재산권’ 침해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과 중국의 막대한 보조금 정책에 대해서도 제대로 손을 쓸 수 없게 한다는, 미국에게는 차명타가 될 수 있는 약점을 갖고 있다. 미국이 지적 재산 침해로 입고 있는 연간 피해액은 2250억~6000억 달러(약 301조~802조 원)에 이른다. 중국 국가자본주의가 자국 기업들에 뿌리는 보조금과 그 보조금 덕에 값싼 가격의 가성비를 무기로 밀어내기 수출전략을 구사해 교역상대국 제조업을 초토화시키는 폐해도 그에 못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WTO 체제 내에서는 제대로 손을 쓸 수 없다고 본다.
중국은 WTO체제에서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면서 그것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 결과 중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전체의 28% 비중을 차지하게 됐고, 이는 17%로 쪼그라든 미국을 압도한다.
이런 뒤틀림은 소비 분야에서도 드러난다. 중국의 소비는 세계 전체소비의 12%를 차지해, 31%인 미국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말하자면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은 막대한 지적 재산권 침해와 천문학적인 정부 보조금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해 미국 제조업과 그 토대 위에 형성된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있는 데도 자유무역체제에선 뾰족한 대응방법이 없다.
중국이 아니라 미국 과잉소비가 문제라는 지적 외면
중국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인들의 과소비, 달러 기축통화체제에 길들여진 과잉소비의 거품경제가 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냐, 미국이 값싼 중국제품 구입 등 자유무역체제에서 누려온 이득이 그보다 더 크지 않느냐고 비판해 봤자, 미국 정치인들과 일반대중들에겐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 그들은 모든 것이 중국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걸 중국 탓으로 여기는 그런 분위기가 지금 미국에 조성돼 있다.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자국 내부 문제보다 중국이라는 ‘외부의 적’을 만들어 공격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고 안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미국 제조업이 무너진 것은 값싼 중국산 수입품의 범람 외에 저임금과 값싼 원자재, 더 넓은 시장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미국 제조업의 ‘미국 탈출’도 함께 얽혀 있지만, 어쨌든 미국 제조업은 기업들의 도산이나 해외이전으로 공동화됐다. 2007~08년의 월스트리트발 국제 금융위기(‘리먼 브러더스 파산 쇼크’) 이후 가속화한 미국 제조업 공동화로 일자리를 잃거나 부정기적인 서비스업 수입에 의존하는 저소득층(하위 20%)의 소득은 제자리 걸음이었으나 주로 금융과 IT(정보통신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상위 20%의 소득은 같은 기간에 1.6배로 늘었다. 일자리를 잃은 제조업 분야의 노동력을 금융 IT의 고소득산업 쪽으로 이동시키는 노동정책 부재가 미국 중산층의 빈곤과 불만을 더 키웠다.
WTO체제도 2001년에 시작된 ‘도하 라운드’에서 농축산품 수출입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체되기 시작했다. 유럽과 일본 등의 정치가들은 미국이 압박한 농산품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농업 종사자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개도국들도 자국의 수입 농산품 관세 인하를 거부했다.
G20 국가들의 2023년도경상수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맨 아래)는 돌출적으로 크다. 0을 기준으로 왼쪽은 적자, 오른쪽은 흑자. 한국은 6번째로 큰 대미 무역흑자국이다. 위로부터 중국, 독일, 일본,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이탈리아 순. 단위:억 달러. 일본경제신문 7월 27일
만년 적자국 미국, 만년 흑자국 일본과 유럽, 그리고 한국
결국 세계의 국제수지는 크게 왜곡됐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9184억 달러(약 1275조 원, 2024년)에 이르렀고, 중국과 독일 일본은 항상적인 경상수지 흑자국이 됐다. 이들 나라는 미국을 최종 소비지로 하는 무역 자유화의 은혜를 가장 많이 받아 왔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최근 연간 1000억 달러(약 139조 원)가 넘는 대미 무역흑자를 보면서 7%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베트남도 수혜국가의 하나다. 베트남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하면서 중국에서 빠져 나간 자본들의 미국수출 중간 경유지로 활용되고 있다. 베트남 수출의 70%가 한국 삼성전자 등 베트남 현지의 외국기업들에 기대고 있다.
베트남 북부 박닌 성에 있는 삼성 디스플레이 공장. 삼성의 현지공장들은 베트남의 수출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 8월 3일
‘플라자 합의’와 ‘트럼프 관세전쟁’의 같은 점과 다른 점
2차 세계대전 뒤 미국은 가트(GATT,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체제를 통해 자유무역을 주도하면서 관세율을 5%대로 대폭 내렸다. 그 결과 개방된 미국시장을 패전국 일본과 독일은 적극 이용했다. 그것은 미국이 의도한 것이었다. ‘마셜 플랜’ 등을 통해 적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을 패전의 폐허에서 일으켜 세워 냉전의 동맹국으로 키우기 위해서였다. 대전 뒤에 누리던 미국의 절대적인 경제적 우위는 이들 나라의 급성장과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달러 태환을 중단한 1971년 ‘닉슨 쇼크’를 거쳐 1985년에 레이건 정권은 감당할 수 없게 된 무역적자를 완화하기 위한 ‘플라자 합의’를 일본에 강요했다.
미국 자본주의 위기의 전면화
‘트럼프 관세전쟁’과 비슷한 것이지만, 그때는 일본 일국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고 지금은 전 세계,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달리 말하면 막대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겹친 ‘쌍둥이 적자’로 표출된 당시의 미국 자본주의 모순과 위기는 일본 한 나라에 대한 공세와 압박으로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해야 할 만큼 더 위중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위기의 전면화다.
게다가 플라자 합의 당시 미국 경제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다른 자본주의 주요 선발국 몇 나라와 손을 잡으면 당시 신흥국 일본의 산업정책 수정을 강요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지니고 있었으나, 지금은 그럴 힘이 없다. 지금은 그 주요 타겟이 동맹국 일본이 아니라 패권 경쟁국 중국이라는 점도 다르다. 일본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자체 생존에 결국은 유리하다고 판단했으나, 중국은 고분고분하지 않다.
플라자 합의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총리는 무역수지, 경상수지 적자 불균형 시정을 강압한 미국의 요구에 맞춰 주기 위해 자신의 사적 자문기구인 ‘국제협조를 위한 경제구조조정연구회’에 보고서를 쓰게 했다. 마에카와 하루오 전 일본은행 총재가 좌장을 맡고 있던 연구회의 보고서(‘마케카와 보고서’)는 수출입과 산업구조의 근본 개혁, 금융자본시장 자유화 국제화 추진 등 미국산 수입 증대와 소비 강화를 통해 대미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들을 담고 있었다.
플라자 합의로 엔 시세가 2배로 뛰는 초강세가 단기간에 진행됐지만 일본의 미국산 수입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일본은 거액의 대미 무역흑자를 지속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된 마에카와 리포트는 일본 내수를 자극하기 위한 급진적 금융완화정책으로 이어졌다. 그에 따라 부풀어 올랐던 거품경제가 1990년대 초에 꺼지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됐다. 그럼에도 일본 지금까지 별로 바뀐 게 없다.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미국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 그 플라자 합의의 확대판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사정으로 볼 때 어느 정당 누가 집권을 하든 ‘관세전쟁’은 옳고 그름을 떠나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 책임을 미국에게만 덮어씌울 수도 없고, 덮어씌운다고 해도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내수 진작을 위한 각국의 과감한 구조개혁? 중국의 수출 위주 압축성장전략의 수정? 가능할까? 어쩌면 세계가 성장 자체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동아시아예문서원은 2일 오후 일본 도쿄도 도쿄대학 고마바 캠퍼스에서 ‘전후50년+30년의 현재부터 세계에 말을 전한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전후 80년인 올해 8.15을 앞두고 일본 정부의 담화 발표 여부가 주목받는 가운데, 전후 일본의 책임론을 강조해 온 다카하시 테츠야(高橋哲哉) 교수는 “행동없는 담화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2일 오후 일본 도쿄도 도쿄대학 고마바 캠퍼스에서 동아시아예문서원 주최로 ‘전후50년+30년의 현재부터 세계에 말을 전한다’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다카하시 테츠야 도쿄대 명예교수는 전후 80년 일본 정부의 담화 발표 여부를 두고 “한국과 중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전후 80년 담화를 기대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일본 정부가 담화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지조차도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식으로 일본 정부가 담화를 발표하더라도 매우 부족할 것”이라고 짚었다. 올해는 1995년 무라야마담화 발표 30년이 되는 해인데, 무라야마담화는 식민지 침략에 대해 반성을 담았지만 말에만 그쳤을 뿐 후속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카하시 교수는 “독일의 경우, 독일 대통령의 과거사 관련 발언이 홈페이지에 매우 상세하게 나와 있다. 말에 그치는 것뿐만 아니라 독일의 침략을 당한 국가를 방문해 전쟁피해 관련 지역을 방문한다. 현장을 방문해 말의 무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2023년 11월 탄자니아 손게아를 방문해 식민지배를 사죄했고, 2024년 8월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서도 독일 나치의 범죄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일본 역대 총리들은 독일과 같은 행보를 보이지 않았던 것. 이에 다카하시 교수는 “총리가 서울이나 베이징 등을 방문해 전쟁 책임에 대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그러한 행동이 없이 담화만 발표하는 것은 매우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회에서는 일본 문예평론가 가토 노리히로(加藤典洋)가 ‘패전후론(敗戰後論)’을 발표한 지 30년을 맞아 현재 일본의 우경화 흐름을 연계시키기도 했다.
가토 노리히로는 1995년 1월 잡지 <군상>에서 발표한 ‘패전후론’에서 “식민지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필요하지만 먼저 전쟁에서 죽은 일본인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해 좌우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에 다카하시 교수가 반박을 하면서 전후 책임론에 대한 논쟁이 활발히 벌어졌다.
가토의 주장은 최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우선주의’를 내세워 약진한 참정당과 결이 같다는 지적이지만, 30년 전보다 우경화된 현재 일본 사회에서 가토의 주장은 현재 좌경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테 키요부(伊達聖伸) 도쿄대 교수는 “30년 전 우익 쪽에 가까웠던 가토의 주장이 지금은 좌경화 취급을 받는다”며 “아베 정권의 영향이 남아 있는 것이다. 아베 정권이 만든 정치적, 사회적 보수화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고, 참정당이 약진하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미마키 세이코 도시샤대 교수, 수도 테루히코 도쿄대 교수 등이 발제자로 나섰으며, 200여 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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