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파면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의 난데없는 개헌 주장,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윤석열 술친구’ 이완규 법제처장 헌법재판관 지명 시도, 내란 공범인 국힘당에서 대선 후보가 난립하는 등 살길을 찾으려는 내란세력의 발버둥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미국의 내정간섭 반대 대학생 운동본부(이하 반미본)’가 “내란세력을 완전히 청산하고 민주정부를 건설하자”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17일 오후까지 전국 여러 대학 교정에 부착했다.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에 붙은 대자보는 “윤석열은 우리 손으로 끌어내렸지만, 여전히 내란세력은 정권을 이어가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라면서 “내란세력을 모조리 청산하고 민주정부를 세워야 한다. 또 미국의 내정간섭을 끊어내고, 국민이 주인 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작년 12월 3일 계엄부터 윤석열 파면까지 우리 청년·대학생은 사회를 이끌고, 역사를 만드는 길의 주역임을 보여주었다”라며 “끝까지 함께하자”라고 호소했다.
이 외에도 ▲경기지역의 경기대 ▲광주광역시의 광주여대·전남대 ▲대구의 계명대·대구가톨릭대·영남대 ▲대전의 목원대·충남대·한남대 ▲부산의 경성대·동아대·부산대 ▲서울의 건국대·경희대·덕성여대·동국대·서울과학기술대·서울시립대·성공회대·성신여대·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국어대 등에도 대자보가 붙었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7일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한덕수 차출론’이 흔들리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한덕수 대행에 대선 출마 관련 “입장을 정하라”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도 “국정 안정의 중심축이 돼도 모자랄 터에 ‘불안과 혼란의 눈’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론 상황도 한덕수 대행에 좋지 않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한 권한대행의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66%)는 답은 ‘바람직하다’(2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중도층도 ‘바람직하지 않다’가 73%, ‘바람직하다’가 20%였으며 무당층 역시 부정, 긍정이 각각 49%, 23%였다.
동아 “한덕수, 책임감 찾아보기 어려웠다”
조선일보는 18일자 사설 <한 대행 거취 분명히 해야 할 때가 됐다>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문제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권한대행으로서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며 “다만 주변에선 출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한다”고 했다.
▲ 18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지금은 대통령이 파면된 국가 비상 시국”이라며 “권한대행은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의무도 있다. 그런데 한 대행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런 중대한 역할과 책무가 모두 정치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대행이 부전승으로 대기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대선을 관리할 관료의 출마 자체가 비상식” 등의 당내 반발을 인용한 조선일보는 “이 상황이 조금 더 이어지면 한 총리의 대통령 대행 입지 자체의 정당성이 문제 될 수 있다”면서 “이제는 대통령 대행으로서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18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동아일보는 18일자 1면 <한덕수 ‘4월 춘몽’… 헌재서 시작해 헌재서 제동>과 3면 <8일만에 흔들린 ‘한덕수 차출론’… 국힘 후보들도 “출마 안돼”> 등의 기사를 통해 한 대행 출마에 대한 더욱 부정적인 논조를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한 대행 관련 일반 기사를 이날 지면에 싣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안정적 관리자’ 소임 잊고 ‘불안의 축’이 된 韓 대행> 사설에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체 뭘 어쩌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한 뒤 “사실 한 대행의 그간 모습에서 대선까지 채 50일도 남지 않은 정부 교체기에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문제는 한 대행의 행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당장 발등의 불인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자칫 과도기 정부의 한계를 외면한 채 협상을 서둘다간 국익에 큰 손상이 올 수도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한 대행 자신이 대선출마설에 휩싸여 있으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게 돼 협상에 필요한 내부적 단합에 금이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만약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속히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그게 아니라면 공정한 선거 관리자, 국정의 안정적 운영자로서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정 안정의 중심축이 돼도 모자랄 터에 ‘불안과 혼란의 눈’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일보는 18일 <정당 파견원 된 헌법재판관들, 임명 방식 바꿔야> 사설을 내면서 한 대행의 헌재 재판관 가처분 효력정지 인용에 대한 헌재 판단을 비판하는 듯한 논조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권한대행이 재판관 후보를 지명해선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헌재는 권한대행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며 “한 대행이 왜 두 사람 임명을 강행했는지, 두 사람 인선도 한 대행이 한 것인지 등은 불분명하다. 다만 이 일을 보면서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각 정당의 정치 이익을 지키는 파견원처럼 된 현실을 다시 느끼게 된다”고 했다.
文정부 ‘통계조작’ 주요 배치한 조선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가 임기 동안 주택·소득·고용 분야의 주요 국가 통계를 조작했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를 1면, 3면, 4면 톱에 배치하며 주요하게 다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중앙일보는 6면, 동아일보는 5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 18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는 1면 <文정부, 집값 통계 102차례 조작했다> 기사에서 “조작은 청와대의 지시나 압박에 따라 이뤄졌고,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등 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전원이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3면 <靑·국토부까지 나서… 임기 내내 부동산·소주성 통계 대놓고 조작>에서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는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와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라며 “문 정부 청와대는 집값은 급등하고 가계 소득은 감소하며 비정규직은 늘고 있다는 통계가 잇따라 나오자, 한국부동산원과 통계청 등 통계 작성 기관들을 압박해 현실을 감추는 ‘좋은’ 통계를 내놓게 했다”고 했다.
▲ 18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는 4면 <文정권 끝나고 3년 지나 결론… 감사·수사·재판 10여건 아직 진행>에서도 “감사 결과가 나온 ‘통계 조작’ 사건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와 고위 공직자들이 연루된 중대 범죄는 10여 건에 이른다. 대부분이 아직까지 감사와 수사, 재판이 진행 중이고,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건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가 관련해 비판 사설을 냈다. 매일경제는 <대놓고 조작 文정부 집값 통계, 유야무야 안된다>, 한국경제는 <文정부 통계 조작, 다신 이런 일 없어야 한다>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이날 관련 사설을 내지 않았다.
중앙 “개헌 뜻 없는데 세종 이전 공약 발표? ‘빈 소리’ 불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임기 중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충청권을 겨냥한 공약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다만 대통령 집무실 완전 이전은 사회적 합의를 거치겠다고 단서를 붙였다.
▲ 18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대통령 집무실 완전 이전이 의미하는 ‘수도 이전’은 어려울 것이라 봤다. <개헌 없이 대통령 집무실 세종 이전 가능한가> 사설에서 중앙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이전은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 헌법을 이유로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려 무산됐었다. 헌법 개정 절차 없이 수도를 이전하는 것은 힘들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개헌하지 않는 이상 세종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추진하는 것처럼 대통령 제2 집무공간 정도를 마련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어떤 후보든 대통령에 당선된 후 진정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할 생각이라면 권력구조 개편 등과 함께 국민의 뜻을 물어 개헌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럴 생각이 없는데도 세종 이전 공약을 발표하는 것이라면 표를 위한 ‘빈 소리’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정치권 안팎에선 차기 대통령이 세종청사 중앙동을 세종 집무실로 사용하고, 서울에선 청와대 영빈관 등을 활용하자는 등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역 간 균형 발전은 필요하다. 대통령실 이전 문제는 선거 때면 으레 나오는 득표 전략이 아니라 체계적인 국토대전략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12 림팩(RIMPAC·RIM of PACific exercise) 훈련에 참가한 각국 함정들이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일본의 '전역 통합(원 씨어터, One Theater)' 구상이 커다란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일본 방위상이 미국 국방장관에게 한반도,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구(독립된 작전과 지휘가 가능한 전쟁 공간)로 묶자고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안보의 자주성과 주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4월 15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지난 3월 30일 도쿄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을 가지고, 한국·일본·미국·호주·필리핀을 하나의 '전역(theater)'으로 간주해 군사 협력을 심화하자는 구상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원 씨어터' 전략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제안을 환영했으며, 이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서도 이 구상을 거론하며 한미일 및 역내 국가 간 연계를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한반도에는 OPLAN 5015, 남중국해는 항행의 자유 작전 등 각각의 작전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일본의 ‘원 씨어터’ 구상이 실현된다면 인도·태평양은 통합된 작전계획에 따르게 된다. 중국을 대상으로 한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군사 주권을 잃고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통합 지휘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는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일본 측으로부터 공식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방부는 “미일 간 장관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할 입장은 아니며, 미측으로부터도 관련 입장을 전달받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관계는 추가로 확인해 보겠다"며 일말의 여지를 남겼다.
또한, 미국은 그동안 한반도, 대만해협, 일본 등을 별개의 전구로 간주해 왔으나, 원 씨어터 구상이 현실화 될 경우 중국을 둘러싼 갈등에 주한미군이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이는 한국을 중국과의 전면 충돌 가능성이 있는 대만·남중국해 전선에 포함시키는 심각한 외교·안보적 사안이다. 주한미군이 한국 방어를 넘어 중국 전쟁에 동원되면 한국도 ‘교전국’이 된다. 국민의 생명과 주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한국을 포함하지 않고 주권을 침해하는 논의를 진행한 사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미일 간 장관 회담 내용에 대해 언급할 입장이 아니’라는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사실상 암묵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주권을 내팽개친 행위다. 주권 없는 안보는 허상일 뿐이며, 한국은 그 허상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민의힘해체행동'은 16일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에게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특혜를 베푼다는 의심을 받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의 교체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운동에 돌입했다. 대표 청원인은 국민의힘해체행동의 김혜민 상임대표와 황의원 씨다. [서명: https://forms.gle/pPc5eb1KZ6cR7Hm77]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고 있다. 2025.4.11 [공동취재] 연합뉴스
"윤석열 황제재판…지귀연 신속 교체하라"
국민의힘해체행동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수신처로 한 청원문을 통해 "지난 4일 내란수괴 윤석열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됐다"면서 "하지만, 14일 처음으로 열린 윤석열에 대한 첫 형사재판에서 지귀연 재판부는 '내란 지킴이’를 자처하고야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 내란수괴 윤석열의 법원 출두 시 지하 통로를 이용하여 포토라인에 서지 않을 수 있게 특혜를 제공했다 △ 언론사의 촬영을 막아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보호했다 △ 피고인이 마땅히 대답하여야 할 대답을 재판관이 스스로 떠먹여 주었다 등을 지귀연 재판부 거부 사유로 적시했다.
또한 국민의힘해체행동은 "지난달 7일 지귀연 재판부는 전무후무한 시간‧날짜 혼용 계산을 통해 내란수괴 윤석열을 이미 풀어 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차례 내란수괴 윤석열이 감옥에서 나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국민들은 더 이상 제2의 사법내란, 사법농단을 통해 윤석열이 내란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상황을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귀연 부장판사. 사진 출처 나무위키
황당한 구속 취소에 첫 재판서 '윤석열 쉴드’
국민의힘해체행동은 "내란수괴 윤석열에 특혜재판, 황제재판 제공하는 지귀연 재판부를 신속하게 교체해 달라"며 대법원을 향해 윤석열에 대한 모든 특혜를 거부해 줄 것을 촉구했다.
지귀연 재판부 교체 국민청원운동은 이날부터 서명을 받기 시작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2차 재판 기일인 오는 21일 그동안 모인 서명자 명단을 모아 대법원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힌편 지 부장판사가 현직 대통령의 첫 내란 사건 공판인데도 불구, 언론사들의 촬영을 금지한 것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예우’한 측면도 있지만, 황당한 구속 취소로 절대다수의 국민들로부터 비난받는 본인의 얼굴을 숨기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지귀연 판사의 '얼굴 찾기'와 함께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 싱크탱크인 '성장과통합'이 16일 공식 출범했다. 이들은 "모든 경제정책은 시장원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등 중도·성장 중심 정책기조를 천명했다.
유종일 성장과통합 상임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지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질문을 듣고 이같이 말하며 "시장과 맞서 싸우는 정책은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성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그런 부분에서 (성장과통합의 정책은) 과거의 정책적 접근하고는 기본적으로 다를 것"이라며 "공공은 공공대로 열심히 하고 민간도 참여할 인센티브가 있는 아주 효과적이고 신속히 집행 가능한 공급정책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걸 알고 있다"고도 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일었던 문재인 정부를 의식한 발언이다. 앞서 이 전 대표 자신의 부동산 정책을 중도확장의 주요 키워드로 제시한 바 있다.
유 대표는 구체적인 부동산 공급 정책 구상으로는 △주민센터·문화센터 등 공공 소유 시설의 주택 개발을 통한 공급정책 △대학 캠퍼스 부지 등을 활용한 청년 전용 주택단지 조성 등을 제시하며 "변화하는 수요에 맞는 주택들을 적극 공급하는 정책이 기본"이라고 밝혔다.
집권 비전으로도 이른바 '3·4·5 성장 전략'(2030년까지 3% 성장률, 4대 수출강국,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을 제시하는 등 성장기조에 중점을 뒀다. 유 대표는 "성장동력을 살리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또 "인공지능(AI) 시대에 앞서가는 'AI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며 "AI 대전환을 전 산업에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면, 성장 과정에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 그 과실을 분배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해 AI 대전환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 그는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혁신하고 민간이 신나게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혁신하고 새로운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며 "기업가적 정신을 갖춘 기업가적 정부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유 대표는 분배와 성장의 정책적 비중에 대해선 "경제성장만 한다고 해서 살 만한 나라가 되지 않는다.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양극화가 심해지면 대다수 국민은 좌절감과 박탈감에 시달린다"면서도 "성장과 분배는 둘 다 중요하다. 그런데 성장 활력이 너무 꺼져서 이걸 살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성장과통합은 대선 경선 및 본선 과정에서 이 후보의 정책 자문단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이언주 최고위원이 해당 그룹의 출범을 지원해왔다.
성장과통합은 성장전략위·경제정책위·산자위·재정조세위·일자리노동시장위원회 등 총 34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된다. 전체 분과엔 각계 전문가 500여 명이 참여한다. 핵심 분과인 경제정책위에선 이 전 대표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와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 참여했던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공동대표를 맡은 유 대표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을 지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성남시가 서민 부채 탕감을 목적으로 설립한 비영리단체 주빌리은행의 공동은행장을 맡은 바 있다. 2014년 이 전 대표의 성남시장 후보 시절 당시엔 후보 정책자문단으로 참여했다.
허민 전남대 지부환경과학부 교수도 상임공동대표를 함께 맡는다. 허 대표는 지난 제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한 정책 자문그룹 '세상을 바꾸는 정책(세바정)'에서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 출범식에서 유종일(왼쪽)·허민 상임 공동대표가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법의학자 마르케베네케는 자신의 저서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에서 사건현장에 남겨진 증거나 단서들, 특히 곤충과 벌레들의 존재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하는 과학적 수사기법을 소개하였다. 죽음의 단서를 찾는 법의학자들의 노력은 가히 총체적 과학의 집합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 규명의 과정이 그러할진대 30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중대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원인규명의 과정에서 정부당국과 관련기관은 실체적 진실의 단서들을 들여다 보지 못하고 터무니없는 결론을 내려버리는 것을 보며 그 불합리성과 비과학성에 자괴감을 금할 수가 없다.
세월호 사고원인 규명을 위한 두 가지 관점
세월호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면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는 해난사고의 관점이다. 최종결과인 전복사고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선체에 나타났던 현상을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그 과정을 통해 전형적인 해난사고의 특성을 보이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획사고의 관점이다. 누군가의 실수든 아니면 악의적 목적이든 인위적인 작업에 의해 전복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최종결과인 선체의 전복 자체는 마치 해난사고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원인은 실수이거나 기획에 의한 것이므로 최소한 과실치사 이상의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선조위가 꾸려졌고 이후 사참위가 바톤을 받아 조사에 나섰지만 명확하게 최종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2018년 내인설과 함께 외력 가능성을 언급한 ‘열린안’을 담은 종합보고서만 내고 흐지부지되었는데, 11주기를 하루 앞둔 어제 <세월호 참사 원인이 11년만에 밝혀졌다>는 기사가 떴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 특별심판부가 작년 11월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건’을 재결했으며 그 원인은 조타기 고장과 복원력 부족이라고 했다. 그리고 조타수가 타를 우현으로 돌릴 무렵 조타기의 비정상적 작동으로 의도와 달리 타가 우현으로 과도하게 돌아갔고, 이에 따라 선체가 급격히 오른쪽으로 선회하며 왼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해양안전심판원이 결론을 내린 것이니 그만큼의 권위와 신뢰가 담보된다고 여겨질지 모르겠으나 심판원의 그 판단은 선체에 나타난 현상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급선회는 사고의 원인이 아닌 결과
세월호의 급선회는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나타난 결과다. 세월호는 프로펠러가 두 개인 Twin Engine 시스템이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두 개의 엔진 가운데 우현 엔진을 Dead Slow Ahead(미속) 단계로 낮추어 버린 승조원이 있다.
그럴 경우 전속항해중인 선박에서 우현 프로펠러는 추진이 아닌 저항으로 작용하게 되며 직진중이던 선박에 우선회 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그 사실을 모르는 조타수는 지속적으로 “이상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좌현타를 쓰면서 항해해야 했고 항해사의 변침명령이 내려지자 Rudder Midship(타중립) 시점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그 시점이 사고의 최초 원인이며 그 승조원이 항해사와 조타수도 모르게 선교에서 그런 행위를 했는지 밝혀야 하는 것이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첫 단추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진 해난사고?
선박이 항해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기울어지는 것은 매우 흔한 현상이다.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메카니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발라스트(Ballast) 조절기능이다. 선체가 기운다고 느껴지는 즉시 선교 콘트롤 패널의 발라스트 스위치를 누르는 즉시 펌프가 작동되면서 거대한 파이프를 통해 해수가 유입되거나 배출되면서 선체의 기울기를 바로잡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발라스트 스위치를 눌렀지만 발라스트 펌프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문제는 다른 것이다. 기계니까 고장날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발라스트 펌프가 한 대가 아니라 세 대가 있었지만 한 대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세 대의 발라스트 펌프가 동시에 고장이 난다?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사고가 발생한 후 해군참모총장은 대우조선소에서 건조가 완료된 최신해난구조함(통영함) 출동을 명령했다. 그런데 고위 기관으로부터 출동중지 명령이 내려왔다. 그러자 황기철 총장은 화를 내며 재차 통영함 출동을 명령했다. 그러나 그 두 번째 명령 역시 고위층으로부터의 명령에 의해 좌절되었다.
최신 해난구조함인 통영함에 어떤 설비가 장착되어 있는지 살펴본다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대한민국 해군에 그런 장비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고, 더 놀라운 것은 해난구조를 위해 완벽하리 만큼 막강한 설비를 갖춘 구조함 출동을 저지시킨 행위가 도대체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인지 놀라움을 넘어 극도의 분노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어떠한 규명도 없이 하염없이 세월이 흘렀다. 바다를 알고 항해를 알고 선박을 아는 사람이 그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모을 수 있는 자료들은 물론, 승조원들의 조사 과정에서의 진술과 법정 재판 기록들을 샅샅이 훑으며 사고 원인을 추적하여 세상에 밝혔던 것이 2021년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에 대해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 그 분석과 주장은 여전히 뒤주 속에 속에 갇혀 있고 또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이 지난 16일 결식 아동들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해온 울산 뚠뚠이 돈가스를 방문해 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에 대한 효력을 정지시킨 가운데 한 대행이 사과하고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 신문에서는 한 대행이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한 대행을 대선에 차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기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심판인 한 대행이 선수로 비치기 때문이다. 한 대행은 차출론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관세 대응 등을 이유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과 울산 현대중공업 등을 방문했다. 이를 두고 대선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향 “한덕수 월권, 사퇴해야”
헌재 결정으로 헌법소원 본안 판단이 있을 때까지 헌법재판관 지명 절차가 중단된다. 대통령 지명 몫인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 오는 18일 퇴임하는데 한 대행이 지난 8일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한 대행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상황에서 재판관을 지명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는데 헌재가 가처분을 받아들인 것이다.
헌재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만약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게 재판관 임명 권한이 있다면 신청인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해 헌법재판을 받게 된다”고 하면서 그 위헌성을 다퉈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대행 측은 “후보자 발표만 했을뿐 지명·임명한 것은 아니므로 가처분 신청은 각하돼야 한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했고 헌재는 한 대행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을 정지시킨 결정을 지지하며 한 대행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신문사가 많았다. 또한 관련 사설에서는 한 대행 차출론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니 한 대행이 빨리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얘기도 함께 나왔다.
17일 중앙일보는 사설 <제동 걸린 헌법재판관 지명, 한 대행이 철회해 결자해지를>에서 “이제라도 한 대행은 두 후보자에 대한 헌법재판관 지명을 철회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가뜩이나 대선 출마설로 정치적 중립성에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 건 한 대행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만일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시간을 끌지 말고 서둘러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행의 무리한 지명에 정치적 배경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한 대행 측 주장을 배척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단”이라며 “평소 신중한 일처리 스타일의 한 대행이 왜 관례와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는지, 다른 곡절이 있는지 규명할 필요가 있다. 그게 권한대행의 지명권 행사를 놓고 벌어진 정치적 논란을 말끔히 정리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한덕수 대행 관련 사설을 내지 않았다.
▲ 17일자 경향신문 사설
한 대행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한 신문도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 <‘이완규·함상훈 지명’ 헌재 철퇴, 한덕수 사과하고 물러나라>에서 “앞서 헌재는 한 대행이 국회 몫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건 위헌이라고 했고 한 대행이 이완규·함상훈 후보자 지명의 효력을 정지시켰다”며 “한 대행이 헌법이 하라는 건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건 했다는 얘기다. 그래놓고 ‘한덕수 대선 차출론’을 즐기듯이 침묵하며 대권 행보에 여념이 없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헌법과 국민을 우습게 알고 월권하는 사람은 단 하루도 국정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며 “한 대행은 두 재판관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대국민 사과 후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덕수 차출론에도 타격
한 대행이 월권을 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정치적 행보에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동아일보는 정치면 기사 <“대선 차출론 韓대행, 행보 차질 불가피”>에서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보폭을 넓혀 온 한 대행의 행보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며 “한 대행은 전날 광주 방문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1000원 백반’을 제공하는 식당에 감사의 손편지를 쓴 데 이어 16일에는 결식 아동들을 도와 온 울산의 ‘착한 돈가스집’을 찾아 격려 인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여당 내에서는 한 대행 차출론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지명 문제로 한 대행 탄핵을 재추진하면 정치적 탄압을 받는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 17일자 경향신문 만평
한겨레는 사설에서 한 대행의 지역 순회를 문제 삼았다. 사설 <한 대행 연일 지방순회, 대선 행보 의구심 자초한다>에서 “대선 출마설에는 이도 저도 아닌 입장으로 일관하면서 실제 보이는 모습은 대선주자 행보를 방불케 한다”며 “과도정부 수장으로서 공정한 선거 관리에 집중해야 할 책임자가 모호한 처신으로 정국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행이 울산과 광주를 방문한 것에 대해 한겨레는 “전북 전주가 고향인 한 대행이 ‘대선 차출설’이 불거진 뒤 첫 외부 일정으로 호남을 택하고 이튿날 보수 본산인 영남으로 이동한 것은 ‘호남 출신 보수 후보’를 강조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윤석열 정권의 공동 책임자이자 윤석열 탄핵 심판까지 방해한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저울질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지역신문에서도 우려하는 한덕수 대권 행보
호남지역신문에서는 한 대행의 광주 방문을 대권 행보로 해석하고 비판했다. 광주일보는 17일자 사설 <광주 기아차 방문 한덕수 대행 ‘대권 행보’ 하나>에서 한 대행의 지난 15일 광주 방문에 대해 “미국의 관세정책이 미칠 파장을 점검하기 위한 현장 방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대다수는 대권 행보로 보고 있다”며 “울산이나 화성 등 다른 지역 자동차 공장을 방문할 수도 있는데 굳이 광주를 방문한 것은 전주 출신으로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되는 ‘호남 후보론’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무등일보도 이날 사설 <엄혹한 시국에 나들이라니…韓 ‘대통령 놀음’ 중단해야>에서 “국회 대정부질문에 이틀째 불출석한 한 대행이 한가하게 광주 나들이에 나서 ‘대통령 놀이’라는 강한 비판이 제기된다”며 “탄핵된 권력을 대행하는 자가 권한의 경계를 넘나드는 행태는 헌정 공백을 틈타 월권을 넘어서는, 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전남매일은 이날 사설에서 “한쪽 발은 권한대행의 자리에 두고 다른 한쪽 발은 출마할 수도 있다는 지점에 놓아둔다면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한 대행은 지금 당장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남지역신문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이지연 대구신문 기자(정치부 차장)는 <이번에도, 나인가>란 칼럼에서 한 대행이 이른바 ‘난가병(이번에 나인가)’에 걸린 것 아니냐는 취지로 대권 행보를 비판했다. 배철수씨가 최근 음악 프로그램에서 “예전에도 있었는지 모르지만 현대인의 난치병 중 하나가 ‘난가병’”이라며 “빈 자리를 놓고 여기저기서 저 자리의 적임자가 나인가 헛꿈 꾸는 사람이 보인다. 예방하기 위해선 자기 성찰을 잘해야 한다”고 한 발언을 칼럼에 인용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는 “이제껏 ‘조용한 모드’를 이어가던 한 대행의 차출론 또는 추대설은 숨 가쁜 대선 열차를 요동치게 했다”며 “한 대행도 주변인이 아닌 유권자들의 평가에 보다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025년 4월 15일, 미 공군 B-1 랜서 폭격기 2대가 미 공군 F-16 파이팅 팰컨 2대 및 대한민국 공군 F-35A 라이트닝 II 전투기 2대와 함께 대한민국 서부 지역 상공에서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공군
4월 15일은 북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로 가장 중요한 명절로 꼽힌다. 그런데 미국은 4월 15일 B-1B 랜서 전략폭격기 2기를 한반도 인근 상공에 투입해 한국 공군과 연합 공중훈련을 진행했다. 이후 오산 공군기지 상공에서 저공비행까지 진행했다. 이번에 동원된 B-1B 랜서 폭격기는 텍사스 다이이스 공군기지 제9원정폭격비행대대 소속이며, 폭격기를 비롯해 공군 인력과 지원 장비가 일본 미사와 공군기지에 배치됐다.
미국은 이번 작전을 폭격기 순환 배치 작전 25-2호(Bomber Task Force 25-2, BTF 25-2)라고 설명했다. 이는 태평양 공군(Pacific Air Forces) 휘하에서 수행되는 전략폭격기 순환 배치 작전으로, ‘억제력 유지’, ‘동맹국 안심’, ‘작전 준비 태세 강화’를 목적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실상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여 북을 압박하고, 유사시 선제 핵 공격 옵션까지 염두에 둔 극도로 위험한 군사 전략이다. 특히 이번 BTF 25-2 작전에 동원된 B-1B 랜서는 최대 속도 마하 1.25, 항속거리 11,998km에 달하는 가변익 초음속 전략폭격기로, AGM-158 공대지 미사일(JASSM)과 같은 정밀 유도 무기는 물론, 핵탄두 탑재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그 위협 수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과거 코소보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막강한 화력을 투사하며 '죽음의 백조'라는 별칭으로 악명을 떨친 B-1B의 한반도 전개는 명백한 핵 위협이다.
폭격기 순환 배치 작전은 2018년부터 미국이 본격 도입한 전략폭격기 운용 체계다. 기존처럼 특정 기지에 전략 자산을 상주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미 본토에서 세계 각지로 폭격기를 ‘예측 불가능하게’ 순환 배치하는 구조다.
4월 15일에 맞춰 미국의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들이밀고 핵 공격 연습과 다름없는 위협적인 비행을 감행한 것은 극도의 적대감을 드러내는 극악한 도발이다. 이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무모한 행위이다.
미국의 'BTF' 작전을 비롯한 잇따른 군사적 도발은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 미국의 패권주의적 야욕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고, 동북아시아 전체를 불안에 떨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세월호 생존 학생 장애진씨가 2019년 4월16일 오후 3시 안산 화랑유원지 3주차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에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글을 읽고 있다. ⓒ미디어오늘
세월호 참사 11주기인 16일 신문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목소리와 사진이 담겼다. 특히 2014년 참사 이후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각종 참사 현장과 노동자들의 집회에 함께해 온 유족들의 연대에 주목하는 보도도 있었다. 여전히 일상에서 반복되는 재난과 참사에 시민들의 안전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당부하는 목소리도 재차 나왔다.
경향신문은 ‘광장, 그 후’ 시리즈에서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을 인터뷰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까지 세월호 유족과 자원봉사자들은 매주 탄핵 촉구 집회에 나온 시민들을 위해 주먹밥을 나눠줬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김수진양의 아버지인 김 위원장은 경향신문에 “주먹밥 나눔은 항상 오후 4시16분에 카운트다운을 하며 시작했다”며 “416이라는 숫자는 슬프고 아픈 숫자이기도 하지만 생명과 안전을 의미하는 희망의 숫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팽목항을 다녀온 날 하루를 빼고는 지난해 12월7일부터 4월5일까지 매주 토요일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리는 광장에 나왔다.
김 위원장은 ‘권력의 잘못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사회’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 15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담은 대통령기록물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세월호도, 비상계엄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실들이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안전·생명을 위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한겨레도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연대하는 사람’이 된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을 전했다. 한겨레는 기사 <참사 11년, 세월호 가족은 언제 어디든 약자 곁으로 달려간다>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각종 참사 현장은 물론, 노동자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집회에서도 앞자리를 지킨다”며 “백남기 농민이 2015년 경찰 물대포에 맞아 목숨을 잃고 농민들이 항의할 때 세월호 가족은 가장 앞줄에 앉아 울었다.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하청 노동자 김용균, 2021년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하다 숨진 청년노동자 이선호,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한 건설노동자 양희동 곁에도 세월호 유가족이 있었다”고 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김순길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고 진윤희양 어머니)은 한겨레에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 일단 가서 옆에 있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조은정양의 어머니인 박정화씨는 재난안전 전문강사가 되어 강단에 섰다. 박씨는 지난 9일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우리 아이들 데려와서 합동분향소를 차렸을 때 많은 사람이 도와줬어요. 처음에는 슬프고 정신이 없어서 공무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냥 시민들이더라고요. 생각할수록 참 고마운데 일일이 감사를 표할 수도 없어서, 다른 분들하고 연대하는 걸로 대신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동아대학교 대학원 재난관리학과와 긴급대응기술정책연구센터가 발표한 ‘세월호 11주기 재난안전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4%가 ‘대형 사회재난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일부 신문에서도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사회를 지적하는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우리 사회가 이윤이 먼저고 안전은 뒷전인 구태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숨졌고, 지난해 6월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폭발 참사로 이주노동자 등 23명이 희생됐다. 연말에는 제주항공 참사로 시민 179명이 또 목숨을 잃었다”며 “최근에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땅꺼짐 사고까지 빈발한다. 이런 대형 재난·사고가 잇따르는데 안전하다고 느낄 시민이 얼마나 되겠나. 하나같이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우다 발생한 참사”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 광주일보 사진기사 갈무리.
경남도민일보도 관련 사설을 내고 “시민의 생명과 신체적 안전 보장을 실제로 하려면 재해 예방사업에 인력과 예산이 먼저 배치돼야 한다”며 “3월 발생한 산청·하동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도 사회적 관심을 끄는 중대 재해다. 하지만 산불 재난 피해지역 지원 대책은 여전히 피해자 우선 부담에 기대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불 피해 주민 가구당 월 300만 원의 생활 안정지원금을 3개월 정도는 지급해 주도록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원금이라도 빨리 주자는 제안을 동정심의 발로로 볼 게 아니라 실질적 지원 대책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광주일보도 사설에서 “354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 179명이 숨진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안전 대한민국’이 여전히 요원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세월호와 제주항공 등 대형 참사가 우리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지역민들을 더 가슴 아프게 한다”며 “사고를 통해 배우는 것이 없다면 또 다른 참사를 예방할 수 없다. 더 이상 예기치 못한 대형 참사로 이웃을 잃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빨라진 관세 협상, 중앙일보 “한덕수, 성과 과시 의욕 앞서면 뒷감당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 협상에서 한국을 ‘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지목하면서 협상 타결을 재촉하고 나섰다. 관세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각)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주에는 베트남, 수요일에는 일본, 다음주에는 한국과 협상이 있다”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 등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한겨레는 1면에서 “‘관세 전쟁’을 벌였다가 궁지에 몰린 트럼프에게 탈출구만 열어주고 국익은 해치는 졸속 협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미국 정부에 발맞춘 우리 정부의 협상 속도전은 자칫 미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관세 전쟁에서 성급한 결론으로 국익과 기업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장기적 국익이 걸리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문제를 대행 체제에서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겨레는 “정부가 협상 카드로 언급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두고 미국 전문가들은 약 1300㎞ 길이의 파이프라인과 수출 터미널 등의 설치에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 지금 사업을 개시해도 차차기 정부 때 천연가스 공급이 이뤄질 수 있고 수익성은 그때 이후 에너지 시장 상황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관세 협상 관련 최종 결정은 차기 정부가 내려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미국이 우리와의 협상을 서두르는 이유는 명확하다. 상대하기 쉬운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냄으로써 자신의 무역 정책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의 재촉에 우리의 페이스를 잃고 끌려가다가는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부재’라는 우리의 특수 상황을 내세워 최대한 주요 결정은 뒤로 미루는 전략을 구사해 차기 정부를 위한 협상 토대를 마련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며 “관세 협상에서 ‘성과’를 내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의 시선까지 있음을 한 권한대행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 또한 사설을 내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중앙일보는 “한 대행의 신중한 접근이 중요해졌다. 최고 통상 전문가로 꼽히는 만큼 국익을 위한 협상에 나서겠지만, 혹여 성과를 과시하려는 의욕이 앞서 정부 차원에서 덜컥 개발을 약속하면 뒷감당이 어려워진다”며 “미국의 무차별적 요구의 끝을 모르는 상황에서 자칫 차기 정부에 부담만 될 수 있다. 특히 한 대행은 대통령 출마설이 회자하고 있는 만큼 정치적 논란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대행 정부가 관세 협상 전면에 나서는 것을 비판한 더불어민주당을 두고 “대미 관세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한 대행의 국민 지지가 올라갈까 걱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미룰 수 없다는 사실은 민주당도 잘 알 것이다. 이재명 전 대표가 싫다고 관세 협상을 피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것”이라며 “미국이 발표한 관세 90일 유예 기간은 7월 8일쯤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기간 내에 한·미 간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민주당 지적대로 미국 관세 정책이 여전히 유동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책이 고정되기 전에 협상을 해야 우리 입장을 설득할 여지도 있다”며 “누가 대통령이 돼도 협상의 연속성이 유지되도록 지금부터 각 정당과 정부가 긴밀하게 협상 방향을 협의해야 한다. 이 문제에서만큼은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나라 전체가 원 팀이 돼야 전례 없는 무역 전쟁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고 했다.
1992년부터 공개되기 시작한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관련 기밀자료의 마지막 약 8만 쪽에 이르는 미공개 자료가 지난 3월 18일 공개됐다.
일본 언론들은 마지막으로 공개된 그 자료들 중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일본 정치공작, 특히 자민당 결성과정과 자민당 정치인의 활용에 수백만 달러의 자금과 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명기해 놓은 부분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수백만 달러를 지금 환율로 환산하면 엄청난 돈이다.
14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번에 기밀 해제돼 공개된 문서에는 미국 CIA 기밀공작 강화를 케네디 대통령에게 권고하는 내용이 들어 있으며, 이 문서를 분석한 조지 워싱턴대의 바카르디 교수는 “일본의 좌파를 약체화하고 보수파를 강화하기 위한 CIA 공작에 관한 증거 문서”라고 설명했다.
CIA 휘장
검은 칠로 삭제했던 인명 지명 등 무삭제 공개
이에 앞서 <아사히신문>은 지난 2일, 케네디 암살 관련 문서들은 1992년부터 2023년까지 이미 99%가 단계적으로 기밀해제돼 공개됐으며, 이번에 공개된 것은 나머지 약 8만 쪽에 이르는 분량으로, 이번 공개에서는 그 동안 기밀해제된 문서들에서 검은 칠로 삭제돼 있던 인명이나 지명, 기관명 등이 그대로 공개돼, 자민당에 대한 CIA 공작도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관련 사실들은 2017년까지 공개된 관련 자료에 들어 있었으나 ‘일본’ ‘도쿄’ ‘자민당’ 등의 단어들은 검은 색칠로 지워져 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무삭제로 공개됐다.
미 대사관 정치부문 직원 약 절반이 CIA 첩보요원
<아사히>에 따르면, 1960년대에 작성된 케네디 암살 관련 문서에는 당시 CIA가 해외에 약 3700명의 요원들을 파견했으며, 각국의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정치부문 직원의 47%가 첩보요원들이었다는 사실이 명기돼 있다.
주일 미국 대사관 직원의 약 절반이 CIA 첩보요원이었을 도쿄에도 당시 CIA 지국이 있었으나, 당시 월터 먼데일 주일 미국대사는 그 사실의 공개를 꺼렸으며, 거기에는 그 사실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일본 자민당 정부 쪽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
미국 CIA가 일본 자민당 결성에 자금 제공 등을 통해 깊이 관여한 사실은 1994년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그 윤곽이 드러났으나, 당시 고노 요헤이 일본 외상은 먼데일 당시 주일 미 대사에게 “(CIA의 자민당 공작이 드러나면) 보수파 정치 지도자에게도, 미일 안전보장 관계에도 심각한 데미지(손실/피해)를 안겨주게 될 것”이라며 “미국정부에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사실이 공개자료에 명기돼 있다고 보도했다.
CIA 도쿄지국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던 일본
외교, 방위, 디지털 대신을 지낸 고노 다로 중의원 의원의 부친인 고노 요헤이 당시 외상은 1995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도 “CIA가 일본에 존재하는지 여부, 그리고 CIA가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우리는 일절 아는 바가 없다”고 의원 질의에 답변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CIA가 일본에 존재하고 있고, 조직적으로 활동했다는 것을 확인해 준 거나 같다.
1950~60년대에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일본의 보수우파 정치세력을 지원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썼다는 제목을 단 1994년 10월 9일 기사. 뉴욕타임스
좌파 배제 보수우파 집권 영속화 위해 자민당 결성
1994년 10월 9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CIA는 1950~60년대에 일본을 당시 동서냉전기의 공산주의 공세에 맞서는 동아시아의 보루로 설정하고 사회당 등 좌파들을 약체화해 친미 보수 우파가 지배하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보수우파 합동의 자민당을 결성하고 소속 정치인들을 정보원으로 활용하는 데에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투입했다. CIA의 자민당 결성 공작은 1949년 중국에 마오쩌둥의 공산정권이 들어서고 소련의 첫 원자탄 폭발시험이 이뤄진 뒤 본격화했다.
원래 미국은 패전국 일본을 점령한 뒤 전범자들을 추방하고 평범한 친미 종속국으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중국 공산화와 소련의 핵무기 개발, 그리고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뒤 일본을 강력한 반공친미 동맹국가로 만들기로 방향을 선회하고 전범자들을 전후 일본의 중추세력으로 재기용했다. 이것이 이른바 ‘역코스’(reverse course) 정책인데, 그때 앞장세운 정치인이 A급 전범으로 스가모 형무소에 감금돼 있던 기시 노부스케와 그의 친동생 사토 에이사쿠 같은 보수우파 정객들이었다.
1955년 일본 자유민주당(자민당) 창당대회. 나무위키
자민당 일당 장기집권 체제의 출발점
함께 스가모에 감금돼 있던 도조 히데키 등 다른 A급 전범 7명을 처형한 다음날인 1948년 12월 24일 기시를 전격 석방한 미국은 그를 1955년 보수합동의 자민당 결성 주역으로 내세웠다. 자유당과 민주당 등을 통합한 자민당 결성의 목적은 반공의 보루 일본에서 좌파세력의 집권을 영구히 막고 친미 보수우파세력의 집권을 영속화하는 것이었다. 오늘날까지 자민당이 사실상 장기 일당지배를 계속하고 있는 일본의 정치지형의 기본틀이 그때 짜였다.
이탈리아, 한국 등에서도 유사 패턴
이런 패턴은 CIA의 이탈리아 기독교민주당 지원 때도 되풀이됐으며, 한국에서 미 군정청이 몽양 여운형 등이 주도했던 건준과 인민공화국, 박헌영의 남로당 등을 억압 배제하고 한민당, 군부 등 반공주의 보수우파들을 지원해 ‘좌파’세력의 집권을 원천봉쇄한 것도 다르지 않았다.
기시가 석방될 때 요시다 시게루 정권 관방장관이던 사토는 CIA 자금 제공 통로였다. 사토는 형 기시가 총리로 재직(1957년 2월~1960년 7월)할 때도 재무상(당시 대장성 대신)으로 CIA의 자민당 공작 자금통로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958년 7월 29일 당시 주일 미국 대사였던 더글러스 맥아더 2세(미국 전쟁영웅 더글러스 맥아더의 조카)는 사토가 공산주의와 싸우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주일 미국 대사관에 돈을 요구했다고 본청 국무부에 보고했다. 맥아더 2세는 당시 일본 사회당이 “모스크바가 직접 운영하는 위성”이라면서 “일본이 공산화되면 나머지 아시아가 그것을 뒤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일본 외에 미국의 힘을 투사할 다른 곳이 아시아에는 없기 때문에 일본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늘 일본을 싸고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시 노부스케가 양자로 가는 바람에 성이 달라진 그의 친동생 사토 에이사쿠는 1964~72년 일본 전후 최장수 총리(그들의 외손자 아베 신조 이전까지)로 있으면서, 이른바 ‘비핵 3원칙’을 고수했다는 등의 이유로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으나, 나중에 미국 핵무기의 일본 기항, 반입을 사실상 인정한 비밀 약정을 맺어 비핵 3원칙을 스스로 형해화한 사실이 폭로돼 노벨상이 무색해졌다.
3월 18일 공개된 케네디 암살 관련 문서의 일부. 마이니치신문 4월 14일
일본 군부 은닉 텅스텐 밀거래에 1천만 달러
CIA는 고다마 요시오 등 또다른 전범들과 전직 국무부 관리 유진 두만, 2차대전 기간의 미국 첩보기관 OSS 출신자들도 정치 브로커 및 자금통로로 활용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한국전쟁 기간에 유진 두만 그룹은 돈이 필요한 일본 보수정치인들(나중의 자민당)과 텅스텐 등 희소 전략물자가 필요한 미 군부 사이를 연결하는 1000만 달러 규모의 밀거래를 성사시켰다. 여기에는 고다마 요시오와 갑부 게이이치 스가하라(케이 스가하라) 등도 관여했다. 당시 CIA는 일본 군부 관리 출신자들이 은닉하고 있던 텅스텐 확보작전에 280만 달러를 제공했고, 두만 그룹이 그 중 200만 달러 이상을 가져갔다.
이들은 1953년에 전후 처음 실시된 일본 총선에 ‘검은 돈’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고, 1955년 자민당의 보수합동체제(1955년 체제) 탄생에도 기여했다.
일본 군부가 확보해 숨겨 두고 있던 텅스텐이라면, 세계 최대의 텅스텐 광산 중의 하나가 조선 상동 광산이라는 점에서, 그들이 패전 전에 비밀리에 빼돌린 상동광산 텅스텐이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중국과의 희토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이 다시 상동 광산 텅스텐 재개발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무거운 돌이라는 뜻의 ‘중석’으로 불리는 텅스텐은 무겁고 단단한 재질 때문에 탄환과 미사일 등 군수물자에 필수적인 광물이다.
CIA 대일공작 1970년대 초까지 이어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자민당 결성 때 CIA의 극동작전 책임자였던 앨프리드 을머 주니어는 1955년에서 1958년 시기에 자민당 결성과 자민당 내 정보원 확보를 위해 자금을 제공했으며, 그것은 1970년대 초까지 관행으로 이어졌다. CIA와 자민당의 이런 깊은 관계에 대해서는 부총리를 지낸 7선 중의원 의원 고토다 마사하루의 당시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당시 CIA는 사회당이 모스크바의 지원을 받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었고, 자신들의 자민당 지원을 그런 면에서 정당화했다. 이런 관계는 1970년대에 들어서서 일본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고 미일 간에 통상무역을 둘러싼 알력이 커질 때까지 유지됐다.
1977년에 제작된 ABC TV의 2부작 영화 '리 하비 오스왈드의 재판'의 케네디 암살 재연 장면. 나무위키
트럼프가 ‘케네디 기밀문서’ 최종본까지 공개한 이유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오픈카를 타고 시내 퍼레이드를 벌이던 당시 46세의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백주에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암살 용의자 리 오스왈드는 사건 이틀 뒤인 24일 경찰서에서 다른 남성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미국 정부조사위원회는 다음해인 1964년에 “오스왈드에 의한 단독범행”으로 규정했으나 중앙정보국(CIA) 등이 개입한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그 사건과 관련한 방대한 자료들은 비밀에 붙여졌고, 30년이 지난 1992년부터 해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에 관련 법률이 제정돼 25년 안에 원칙적으로 자료들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후 단계적으로 기밀해제가 이뤄져 왔고, 2023년까지 전체 자료의 99%가 공개됐다. 3월 18일 처음 공개된 마지막 자료도 8만 쪽에 가까운 방대한 자료인데, 거기에는 검은 색칠로 삭제된 내용 원본들도 포함됐다. 따라서 그동안 기밀해제한 자료들조차 숨겨 온 구체적인 인명이나 국명, 기관명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케네디 암살 관련 마지막 기밀자료 공개 이후에도 아직까지 오스왈드 단독범행설을 뒤엎을 만한 새로운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 마지막 기밀자료 전면 공개는 대선 때 그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을 이행한 결과다. 사회보장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공개해선 안 된다는 주장들도 있었으나 트럼프는 다음과 같은 말로 공개를 정당화했다.
“나는 아무것도 소거(삭제)하고 싶지 않았다. 소거하면 사람들은 왜 소거했느냐며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거기에 뭔가 있으니까 그랬겠지라고. 그래서 우리는 사회보장번호까지 모조리 공개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앞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다음날인 지난 1월4일 저녁 “윤석열을 체포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1박2일 철야농성 투쟁을 벌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석열 파면은 끝이 아니다. 국회와 한남동 관저, 남태령을 가득 메운 ‘응원봉’과,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딘 ‘키세스 시위대’는 윤석열 파면을 요구하며 차별 없는 세상, 평등한 세상, 민주주의가 흔들리지 않는 세상을 외쳐왔다. 시민사회와 지식인들은 이들이 타전하는 메시지에 정치가 응답해야 극우의 확산을 막고 진정한 내란 종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 뒤 ‘내란 종식’의 최전선에 섰던 시민사회 활동가와 지식인들 사이에서 사회대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1700여곳이 모여 ‘탄핵 광장’을 이끌어온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그동안 집회 현장과 온라인 공간에서 시민의 요구들을 모아 헌정 질서 회복, 정치개혁, 경제·민생, 성평등, 기후위기, 돌봄, 노동, 언론자유, 교육·청소년, 식량 주권 등 12개 분야 개혁 과제 118개를 추렸다.
올해 초 연구자, 정책전문가, 시민들이 모여 출범한 ‘내란 종식과 사회대개혁을 위한 정책포럼’(사회대개혁 정책포럼), 싱크탱크인 ‘대전환포럼’도 광장의 요구와 전문가들 의견을 취합해 사회개혁 과제를 추리는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세 단체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2017년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광장’의 목소리가 제도 정치 안에 정돈된 형태로 수용되고 정책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민들로부터 꼽은 시급한 개혁 과제는 ‘차별 없는 세상’이다. 여성, 청년, 장애인, 성소수자, 비수도권 주민, 비정규직 등이 어우러졌던 ‘광장의 민주주의’가 광장이라는 상징 공간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상행동이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와 디지털 자유발언대 ‘천만의 연결’에 지난 2월10일부터 3월6일까지 들어온 시민 의견 651건을 분석한 결과 차별금지와 인권 관련 내용이 31%로 가장 많았고, 민주주의 강화와 정치개혁(23%), 돌봄과 사회안전망(8%) 관련 내용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 그룹은 불평등 문제 해소와 정치·검찰 개혁 등에 방점을 찍는다. 사회대개혁 정책포럼과 대전환포럼이 교수연구자·정책전문가 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2월14~21일, 중복 응답)에서는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정의로운 경제와 민생 안정’(51.4%),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확대’(43.3%), ‘보건의료·돌봄·복지 강화’(35.2%), ‘성평등과 소수자 인권 보호’(29.6%) 등이 꼽혔다.
시민과 전문가 그룹이 공통적으로 꼽은 개혁 과제를 살펴보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줄곧 맞닥뜨려온 ‘오래된 퍼즐’을 마주하게 된다. 극단적 갈등 대신 다양한 민의를 대변하는 정치개혁이다. 이창현 대전환포럼 대표(국민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차별 없는 세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은 다당제 정착, 국회의 비례성 강화 등 선거법 개정으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개혁 과제들로 모인다”고 했다.
사회대개혁은 12·3 내란 이후 부상한 극우세력의 확산을 막고 내란을 종식하기 위한 필수 과제이기도 하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은 통화에서 “한국의 극우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특정 사회집단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갑자기 나타났다”며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가 국정개혁을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되고 고통받아온 이들의 숨통을 틔워줘야 극우화의 흐름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에 의견을 준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개헌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아래로부터의 열망이 반영되는 제대로 된 개헌 논의의 장을 열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는 게 이들의 조언이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왼쪽부터),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윤종오 진보당 상임대표 직무대행,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에 참석해 2차 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야5당은 내란특검 실시, 반헌법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대선 직후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마무리하고 결선투표제 도입, 권력기관 개혁 추진 ⓒ뉴스1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5당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내란세력 재집권 저지를 위한 연대에 합의했다. 또한, 교섭단체 요건 완화와 결선투표제 도입 추진 등 제도 개혁에도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 진보당 윤종오 상임대표 직무대행,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원탁회의)’ 2차 선언문을 발표했다.
야 5당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는 회의체 명칭처럼 내란의 종식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기 위한 목표로 지난 2월 출범했다. 1차 선언문에는 비교적 상징적인 내용이 담겼다면, 이번 선언문에는 구체적인 개혁 과제 사항들이 명시됐다.
야 5당이 합의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 2차 선언문
1. 대한민국의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가 내란종식과 민주헌정수호라는 점에 대해 공동 인식하고, 내란세력 재집권 저지를 위해 제 정당이 연대한다.
1. 민주헌정수호 다수연합 실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 선거 직후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마무리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한다.
1. 사회대개혁,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등 국가 미래 과제를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고, 차기 정부 국정과제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1. 검찰, 감사원, 방첩사 등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한다.
1. 윤석열 파면에 함께했던 모든 민주헌정수호 세력이 참여하는 제2기 원탁회의 출범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힘을 모은다.
그간 야 5당은 내란 종식을 위해 이번 대선에서 민주헌정수호 세력의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번 선언은 선거 연대와 연합 정치, 사회대개혁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으로 해석된다. 앞서 조국혁신당과 사회민주당은 독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은 이번 합의의 의미에 대해 “내란을 끝내고 헌정을 회복하겠다는 단호한 선언이자, 다시는 이 땅에 독재가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결의”라고 설명했다.
박 직무대행은 “6.3 대선은 헌정수호 세력과 헌정파괴 세력의 역사적 대결”이라며 “국민께서 내란을 끝내고 정권을 교체하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리셨다. 우리는 그 명령에 민주헌정수호 세력의 강력한 연대로 응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당 김선민 권한대행도 “모든 국민을 위한, 모두의 대통령을 함께 만들겠다”며 “민주주의와 헌정을 지키는 대연합으로 포용하고 연대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당 윤종오 직무대행은 “오늘 선언문은 국민에게 드리는 내란종식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무거운 약속”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윤 직무대행은 합의사항 중 원내 정당 외에 모든 반내란세력이 함께할 수 있는 ‘제2기 원탁회의’ 출범을 강조했다. 그는 “광장에서 함께 했던 시민사회와 국민 모두가 2기 원탁회의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진보당이 더욱 노력하겠다. 광장에서 응원봉과 깃발을 들고 싸웠던 모든 분들께 함께 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진보당은 내란세력의 재집권을 막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사회대개혁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것을 열어놓고 연합정치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우리의 연대는 국민의힘을 닮아서는 안 된다. 선명하고 실용적인 정책 협의를 통해 국민의 삶을 바꿀 구체적인 해법을 제출해야 한다”며 “이번 대선이 심판의 선거를 넘어 미래에 대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여기 모인 우리의 책임”이라고 제언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민주수호세력 전체가 힘을 합쳐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민주정부를 탄생시키는 것이야말로 다시 대한민국이 윤석열 시대로 후퇴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며 “민주진보세력의 최대 선거연합을 반드시 성사시켜 압도적 정권교체로 완전한 내란 종식을 이루는 데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내란 수괴가 드디어 파면되었다. 역사의 정말 힘든 고비를 넘긴 느낌이다. 이제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세워야 한다. 다들 그렇겠지만 지난 몇 달 동안 내란 스트레스로 나도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그 이유 중에는 내 주변에서도 그동안 멀쩡해 보이던 이들이 요즘 유행하는 말로 흑화(黒化)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 것도 있다.
이 말의 어원을 찾아봤다. 일본어 '쿠로카(黒化,くろか)'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일본 대중문화 매체에서 선량했던 인물이 어떤 계기를 통해 악에 물들거나 비뚤어진 방향으로 변모하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이 한국에 들어와 퍼지면서 성격이 갑자기 이상해지거나, 비뚤어진 방향으로 바뀌는 사람을 두고 쓰는 표현이 되었다.
원래 난세에는 사람의 본색과 바닥이 드러난다. 내란 사태를 거치면서 사람됨이 돋보이는 이들도 있었고 흑화된 이들도 적지 않다. 내란 세력이 보여준 추잡한 행태에 대해서는 굳이 덧붙일 게 없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문득 그렇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를 예증하는 분이 떠오른다.
김장하의 삶을 알리는 게 필요한 까닭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한 장면.MBC 경남
오래전에 몇 번 봤던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아래 <김장하>)를 넷플릭스에서 다시 찾아본 이유다. <김장하>를 보고 많은 이들이 감동하였다는 소감을 밝힌다. 나도 그렇다. 자신이 세운 고등학교를 국가에 헌납, 문화 재단에서 지급한 수많은 장학금, 사람살이의 문제를 고민하는 형평 운동에 오랫동안 참여하고 후원, 다수의 시민 사회단체를 남모르게 지원, 지역 신문 지원 등이 <김장하>에 나온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눈에 보이는 것만이 인정받는 물신주의가 득세하는 이 시대에는 보기 힘든 사례다.
내가 주목한 지점을 조금 덧붙이고 싶다. 나는 <김장하>를 보면서 이런 질문을 해봤다. 사람은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얼마나 절제할 수 있는가? 여러 철학자나 정신분석학 이론에서 어려운 개념으로 설명했듯이, 인간이 뿌리치기 힘든 가장 강력한 욕망이 인정 욕망(the desire of recognition)이다. 이런 질문을 해보면 된다. 왜 권력, 돈을 얻으려 하는가? 그것들 자체가 주는 매력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그것을 소유하게 되면 남들이 '나'를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남들이 알아주는 맛에 우리는 산다. 그 인정이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생각 혹은 착각한다. 그게 삶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인정 욕망은 힘이 세다.
눈에 보이는 권세나 돈만 그런 게 아니다. 명예 혹은 상징 권력(symbolic power)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마찬가지다. 소설가나 시인, 혹은 평론가도 다르지 않다. 문학 예술인은 물질에는 초연한 척한다. 혹은 현실적으로 초연할 수밖에 없다. 안정된 수입을 갖고 사는 문학 예술인은 드물다. 대부분 불안정한 수입으로 어렵게 생활한다. 수많은 문학상에 기본적으로 비판적이면서도 그 상에 딸려 오는 상금을 생활비로 쓰는 작가, 시인의 사정을 같이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돈과 권력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남이 알아주는 이름, 명예는 오래 간다. "문학사에 영원히 새겨질 이름" 운운하는 말이 그걸 보여준다. 나는 욕망이 없다는 언설을 믿지 않는다. 따라서 도사나 성자를 자임하는 이들은 대체로 사기꾼들이다. 김장하 선생(아래 호칭 생략)을 그렇게 규정하려는 시각이 있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김장하의 행적이 놀라운 것은 욕망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욕망이 따지고 보면 부질없다는 걸 알았다는 점이다. 그렇게 살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자신의 욕망을 인지하는가, 아니면 무지한가 중에서 선택하는 것뿐이다.
엉터리 도사나 성자를 좋아하지 않고 제도권 종교에 비판적이지만, 그래도 종교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 예컨대 예수 혹은 기독교를 세계화했다고 말하는 바울이 되풀이 강조하는 게 세상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주님(the Lord) 개념이 그 점을 요약한다. 돈도 권력도 주인이 아니다. 주님은 따로 있다. 불교에서 내가 가장 의미 있게 보는 개념이 무아(자기 없음, 아나타)인데, 그 의미를 나는 비슷하게 해석한다. 따지고 보면 '나'는 없다. 그렇다면 '내' 소유, '내' 권력, '내' 돈, '내' 명예도 없다.
▲경남 하동 차밭을 찾은 김장하 선생의 모습.윤성효
하지만 이런 개념을 머리로 아는 것과 그렇게 사는 건 별개다. 그래서 점점 더 말과 글을 예전보다 덜 신뢰한다. 말과 글이 자신을 속이고 세상을 현혹하는 걸 자주 보기 때문이다. <김장하>를 보면서 마음에 다가온 건 자신을 감추고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모습이다. 김장하는 말한다. "옛날에는 약값을 기술료라고 해서 엄청 많이 받았거든. 나는 기술료보다는 수가를 줄이겠다, 내가 돈을 벌었다면 결국 아프고 괴로운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벌었다. 차곡차곡 모아서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이다."
조금만 내세울 게 있으면 그걸 더 멋지게 포장해야 인정받고, 그렇게 하는 게 훌륭한 처세술로 통하는 세상이다. 드물지만 그렇게 살려고 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김장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인다. <김장하>를 통해 본인이 널리 알려진 걸 반길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 시대는 김장하가 보여준 드문 삶의 모습을 이렇게라도 알리는 게 필요하다. 악하고 추잡한 모습만이 눈에 보이고 그런 자들이 힘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이기에, 좌절감과 우울함이 커지기 때문이다. 내란 사태에서 우리는 그런 한심한 인간 군상을 많이 목격했다.
아름다운 인연이 낳은 소중한 결실
위선과 위악이 득세하는 시대에 드물지만, 시대에 어긋나게 사는 분이 있다는 걸 아는 건 위안이 된다. 위안이 된다고 해서 김장하처럼 산다는 게 쉽다는 뜻은 아니다. 원래 "모든 고귀한 것은 극히 드물고 힘들다."(스피노자) 그러나 김장하가 지적하듯이 세상을 움직이는 이들은 소수의 고귀한 자가 아니다. 고귀한 이들은 본보기가 되지만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이 지탱한다." 잘 되지 못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부끄럽다는 장학생에게 김장하가 해준 말이다.
그런 김장하 장학생에는 한국 현대사에 기록될 날인 2025년 4월 4일 11시, 내란 수괴 파면 선고문을 담담히 읽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아래 문 대행)도 포함된다. <김장하>에는 문 대행이 잠깐 나오는데, 그는 김장하에 대해 이렇게 심경을 밝힌다. "선생님은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고 자신은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혹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으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조금의 기여를 한 게 있다면 그 말씀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하며 문 대행은 울컥하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김장하>를 다시 보면서 나도 뭉클했던 장면이다. 김장하와 문 대행이 맺은 인연이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다. 2019년 4월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문 대행이 했던 말이다.
"저는 경남 하동에서 가난한 농부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독지가인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 4년간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한약업사로서 번 돈으로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여 국가에 기증하셨고, 수백 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했으며, 형평운동기념사업회와 진주오광대 복원사업, 경상(국립)대학교 남명학관 건립 등 좋은 일을 많이 하셨습니다. 선생은 제게 자유에 기초하여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하여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며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하게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 주셨습니다. 법관의 길을 걸어온 지난 27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한민국 헌법의 숭고한 의지가 우리 사회에서 올바로 관철되는데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것만이 선생의 가르침대로 우리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길이라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지금까지 간직한 저의 초심은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 소장권한대행이 부산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때인 2019년 1월 16일 진주 경상국립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시민들이 마련한 김장하 선생 생일 축하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했다.유근종
김장하가 쌓은 공덕이 문 대행을 통해 한국 사회로 돌아왔다. 내란 사태에서 드러난 추하고 흑화된 악귀 같은 인간 군상에 깊은 환멸을 느끼면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인연이 낳은 소중한 결실이 어떻게 한국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지를 확인하면서 나는 큰 위안을 얻는다. 사람에게 자주 실망하면서도 또 어쩔 수 없이 사람에게 기대는 이유다. 파면선고문에 나온 인상적 표현인 "대한국민"의 한 구성원으로 나는 두 분, 김장하 선생과 문 대행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누구보다 고마워해야 할 대상은 대한국민이다. 아래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나도 민주공화국을 지킨 동료 시민들에게 "무한히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과 같은 오류를 앞으로 또 저지를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도 이번처럼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다. 나 혼자 한 생각이 아니다. '내란성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1859년에 나온 <자유론(On Liberty)>을 읽고 또 읽었다. 존 스튜어트 밀은 거기에 마치 우리 국민에게 건네는 듯한 말을 써놓았다.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부터 파면까지, 화나고 아프고 어이없는 일들을 견디고 이겨낸 시민들에게, 계엄의 밤 국회에서 계엄군을 막아섰던 사람들에게, 남태령의 기적을 만든 젊은이들에게, 눈보라를 맞으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밤을 지샜던 남녀노소에게, 무한히 큰 감사의 마음을 얹어 그 말을 전하고 싶다. 밀은 우리 국민들이 '인간의 모든 자랑스러운 것의 근원'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스스로 자랑스러워 해도 좋다는 것이다."(유시민)
러시아가 13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 중심부를 공격해 최소 34명이 숨지고 117명이 다쳤다. 최근 이어진 러시아의 민간인 공격을 계기로 지지부진한 휴전 협상을 중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압박을 강화할지 주목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연설을 통해 수미 지역이 러시아 탄도미사일 2발의 공격을 받았고 한 발은 대학 건물에, 다른 한 발은 길가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부상자 중 올해 태어난 신생아가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공습은 종려주일(부활절을 일주일 앞둔 기념일)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쓰레기들만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영국 BBC 방송은 사망자 중 최소 2명이 어린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BBC에 이번 공습으로 교육 기관 4곳, 카페, 상점, 아파트 5동 등 건물 20채가 파손됐고 차량 10대와 전차(트램)도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수미 지역 당국자들은 폭격에 사용된 미사일에 집속탄이 탑재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폭탄 속에 다수의 소형 폭탄이 들어 있는 집속탄은 민간인 피해 가능성을 높여 집속탄금지협약(CCM)에 의해 2010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공습으로 어린이 수업을 포함해 교육 활동에 참여하거나 교회에 갔던 주민들은 다급히 대피했다. BBC는 이름만 밝힌 이 지역 주민 나탈리아가 두 번째 공습이 자신의 차를 강타했을 때 자녀 및 다른 어린이들과 대피소로 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나탈리아는 방송에 "제때 대피소로 움직이지 않았으면 우린 차 안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주민 스비틀라나 스미르노바는 종려주일을 맞아 친구와 교회에 갔다가 공습 탓에 급히 대피했다. 그는 "공습 당시 버스에 타고 있던 친구 한 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이 없다"며 "친구는 당시 아들과 함께였는데 아들도 부상을 입었다"고 토로했다.
이번 공습은 지난 4일 러시아 공습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향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크리비리흐에서 최소 19명이 숨진 뒤 열흘도 안 돼 일어났다. 당시 탄도미사일이 놀이터 인근을 타격하며 어린이 9명이 숨졌다.
영국과 프랑스는 즉각 공격을 비판하며 휴전을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전쟁을 러시아가 혼자 시작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오늘 인명, 국제법,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채 러시아 혼자 전쟁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휴전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의 끔찍한 공격에 경악했다"며 "푸틴은 지금 조건 없는 완전하고 즉각적인 휴전에 동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전후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파견 관련 유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나라들이다.
수미 공습, 美 특사 푸틴 만나고 이틀 만…"도 넘었다"
이번 공습이 미국이 러시아에 휴전 압박을 높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키스 켈로그 미 우크라이나 특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민간인을 목표물로 한 러시아군의 수미 공격은 도를 넘은 것"이라며 "이는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수미 공습은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 특사가 푸틴 대통령을 만난 지 불과 이틀 만에 이뤄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윗코프와 푸틴 대통령 회담이 "미-러시아 간 우크라전 관련 회담이 지연되고 푸틴 대통령이 광범위한 휴전을 약속하기를 꺼리며 트럼프 행정부의 초조함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미국 중재로 지난달 에너지 시설에 대한 부분 휴전에 합의했지만 양쪽 모두에서 위반 주장이 나온 상황이고 흑해 휴전엔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지만 러시아가 농산물 수출에 대한 서방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함에 따라 발효가 미뤄지며 사실상 흐지부지된 상태다. 이 가운데 전면 휴전 협상은 발도 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스카이뉴스도 11일 회동이 트럼프 행정부가 "평화 회담에 진전이 부족한 것에 대해 점점 좌절"하고 있다는 징후라고 해석했다. 방송은 윗코프와 푸틴 대통령이 세 번째 만났지만 만난 장면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며 해당 영상에서 "푸틴 대통령이 주도적이고 훨씬 더 느긋한 모습을 보였고 윗코프는 강한 협상가가 아닌 수줍은 남성팬처럼 보였다"며 "푸틴 대통령이 확실히 우세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는 움직여야 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고 무의미한 전쟁으로 죽고 있다"고 러시아를 압박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방위·보안 편집자 댄 사바흐는 "수미에서의 민간인 사망은 미 정부에 푸틴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요일(13일) 수미에서 발생한 살상과 파괴, 그리고 (11일) 윗코프와 푸틴이 악수하는 사진 사이의 불협화음은 대부분의 관찰자들에게 너무나 명백하다"며 "러시아가 민간인에 대한 낮 공격을 용인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왜 영토를 넘기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다만 백악관이 "어느 시점에" 민간인 살해를 러시아에 대한 면죄부가 아닌 "협상을 위한 진짜 압력"을 가해야 하는 사안으로 결론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중심부를 러시아 탄도미사일이 강타해 최소 34명이 숨진 가운데 구조대가 현장의 불을 끄고 있다. ⓒUPI=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형사 첫 정식재판을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4일 오후에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12·3 내란사태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첫 형사법정에 섰다. 국민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제외한 6개 아침신문이 이를 1면으로 알렸다. 동아일보와 세계일보 등 보수신문마저 사설에서 이날 윤 씨의 법정 발언을 가리켜 “한술 더 뜬 궤변”이며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는 평을 내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내란 사건 형사재판이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재판장 심리로 시작됐다. 그는 이날 법원 지하주차장을 통해 비공개로 출석해 오전과 오후에 걸쳐 이어진 발언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비상계엄은 “평화적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라고 주장했고 “몇 시간의, 비폭력적 사건을 내란으로 구성한 건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건 “질서 유지”이며 일부 의원이 “담을 넘는 사진을 찍는 쇼”를 했다고 했다. 그를 파면한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은 허위 주장의 되풀이였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고, 이에 따라 불법체포와 구속, 구속기간을 넘겨 기소한 불법 구금이 이뤄졌다며 공소 기각을 주장했다.
증인으로 나온 지휘관들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로 출동한 김형기 육군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은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도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같은 지시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윤 전 대통령의 주장을 ‘궤변’으로 일축했다. 경향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윤석열 “평화적 계엄”…93분간 궤변만>이었다. 한겨레 기사 제목은 <윤석열 “평화적 메시지 계엄” 궤변>, <尹 “계엄은 늘 준비해야 되는 것” 檢 “국헌문란 목적 폭동”>이었다.
▲15일 동아일보
재판부가 언론의 법정 내 촬영을 불허하고 윤 전 대통령의 지하주차장 이용을 허가한 가운데, 동아일보는 촬영이 불허 조치된 첫 공판 풍경을 그림(일러스트)로 묘사했다. 동아일보는 윤 전 대통령이 “‘난센스’라는 단어를 이날 6번 썼다”며 “비상입법기구 내용을 담아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쪽지에 대해선 ‘과거 국가보위입법회의 같은 기구 창설을 검토하는 걸 경제부 장관에게 준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른 신문들이 1면 머리기사로 다룬 이번 재판을 조선일보는 사회 12면에야 첫 언급했다. 1면과 정치면, 경제면(관세 전쟁), 예비부부들이 예식장 잡기도 힘들다는 내용을 다룬 기획면을 지나서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포함해 총 93분 동안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썼다.
▲15일 조선일보
세계일보는 사설 <‘내란 혐의’ 첫 형사재판서도 공소사실 전면 부인한 尹>에서 “파면 후에도 여전한 비현실적·일방적 주장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며 “아직도 비상계엄 선포·해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이 관저 퇴거 메시지에서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뭐 (대통령) 5년 하나 3년 하나…”라는 말까지 했다며 “자신의 실패마저 승리라고 우기는 건 한때 국가 최고지도자였던 사람으로서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탄핵 이후에도 달라지거나 반성하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으니 개탄스럽다”고 했다.
▲15일 세계일보
세계일보는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의 지하주차장 이용을 허가하고 언론의 법정 내 촬영을 불허한 것을 두고서는 “사법 심판의 대상이 됐던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공개 출석하고 법정 촬영도 이뤄졌던 것과는 딴판”이라며 “더구나 이 재판부는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법리를 내세워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바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첫 재판부터 내란 부인한 ‘자연인 윤석열’, 철퇴 내려야>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의 이런 모르쇠 전략은 헌재 탄핵심판에서 이미 철저히 논박당했다”며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참으로 낯 두꺼운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에게는 최소한의 도덕률조차 ‘연목구어’”라고 했다. 또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민주주의·헌정파괴 범죄에 철퇴를 내리는 재판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자기 과오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자세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법원은) 역사적 재판을 지켜보는 국민의 알권리를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그의 주장이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은 변명의 재탕이거나 종전보다 한술 더 뜬 궤변”이라며 “이만저만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일부 강성 지지층에 기대 정치적 활로를 도모해 보겠다는 계산이나 노림수가 없다면 이렇게까지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파면 대통령’에게 어떤 정치적 미래가 남아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윤 전 대통령이 이처럼 염치없게 구는 건 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국민의힘 탓이 크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윤 전 대통령의 지지를 애걸복걸하는 한 그의 뻔뻔함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경향, 대선 차출논란 한덕수에 “간보는 태도 볼썽사나워”
국민의힘에서 6·3 대선 경선을 시작하기도 전에 ‘한덕수 차출 논란’이 더해지고 있다. 자당 후보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후속 단일화가 거론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관련해 “친윤석열계 의원 50여명은 연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추대론을 부르짖으며 연판장도 돌렸다. 그런데 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거론하며 ‘국무위원들과 함께 제게 부여된 마지막 소명을 다하겠다’고 했다”며 “대선에 출마하겠다, 안 하겠다고 똑 부러지게 얘기하면 될 일인데 여지를 남기며 ‘간 보려는’ 태도도 볼썽사납다. 이런 애매한 태도는 국정의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15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1면 <‘내란 정권’ 2인자 한덕수로 단일화 드라마 꿈꾸나>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한 권한대행의 단일화가 추진되더라도 2002년 노무현·정몽준의 성공 사례처럼 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보도, 당도, 대통령도 그때와 반대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한덕수 대행 얼굴을 두 차례 지면에 내세웠다. 1면에서 이어지는 ‘日·인도와도 협상 서두르는 美… 한국, 트럼프 관심사부터 공략’(3면)에서 한덕수 대행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띄웠다. 다음 면인 정치면엔 왼쪽 상단에 <한덕수 때리는 민주 “尹 아바타에 불과”>를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에서 ‘한 대행 대선 차출론’이 제기되자 민주당은 ‘한 대행은 윤석열 아바타에 불과하다’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힌 것을 언급했다.
▲15일 조선일보
▲15일 조선일보
이어 “한 대행이 수사에 대비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했고, 국회 대정부 질문에 한 대행이 출석을 거부한 것을 두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총리가 일방적으로 불출석했다. 양 교섭단체 양해도 없었고 의장 허가도 없었다. 무책임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같은 면엔 한 대행이 14일 발표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은 3위로 나타났다고 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 48.8%, 김 전 장관 10.9%, 한 대행 8.6% 순이었다. 이 신문은 ‘반이재명 빅텐트 성사되나’란 제목으로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이낙연 전 총리, 더불어민주당 비명계 일부 사진 사이 가운데에 한덕수 얼굴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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