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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국회 해산하고 장기집권, 내란의 진짜 목적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2/23 17:24
  • 수정일
    2025/02/23 17:2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노상원 수첨에 담긴 3선 개헌 등 장기 집권 시도와 관려한 한겨레와 MBC의 보도 ⓒ인터넷 캡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 25일로 예정된 최종변론이 끝나면 선고만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탄핵심판의 결과는 ‘윤석열 파면’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을 파면시키지 않으면,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와 선관위를 침탈해도 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 헌법재판관들로서는 윤석열을 파면시키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것은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을 떠난 얘기이다. 민주공화국이 존립하려면, 윤석열은 파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윤석열은 내란죄로 처벌도 받게 될 것이다. 이것 역시 예정된 결론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훼손된 헌정질서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내란의 동기와 기획을 밝혀내야


아직까지도 내란의 진정한 동기는 규명되지 않았다. 단순히 ‘김건희 지키기’를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까지도 윤석열은 여전히 검찰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그리고 내란은 위험부담이 매우 큰 일이다. 그런 일을 단지 ‘김건희 지키기’만을 위해 했을 리는 없다. 김용현이나 여인형 등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단지 김건희 한 명을 지키기 위한 내란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이유는 없다. 더 큰 동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부정선거’ 얘기도 내란의 진짜 동기는 아니다. 내란세력의 진정한 목표는 국회를 해산시키는 것이었고, 그 명분으로 ‘부정선거’를 활용하려고 했던 것일 뿐이다. 국회를 해산시키려면, ‘지난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정도의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란의 진정한 동기는 ‘장기집권을 하는 독재정권 수립’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정도의 목표가 있어야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를 사실상 해산시키려는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래야 내란에 가담한 자들이 나눠 먹을 권력이 커진다.
 
MBC뉴스가 공개한 윤석열에게 최상목 부총리가 받았다는 쪽지 사본. 내용엔 국가비상입법기구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MBC캡쳐

그리고 그 단서가 노상원 수첩에서 나왔다. 한겨레신문이 2월 14일 보도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는 ‘헌법개정(3선-재선)’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 단어는 내란의 진정한 동기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이다.

이 단서와 최상목 권한대행이 윤석열로부터 받았다고 하는 ‘지시문’에 적혀 있던 ‘비상입법기구’를 조합하면, ‘비상입법기구를 통해서 헌법개정’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물론 말이 비상입법기구이지, 정확하게 표현하면 불법 입법기구이다. 이런 불법 입법기구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3차례나 있었던 일이다.
 

국가재건최고회의, 국보위


1961년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세력은 국회를 해산시켰다. 그리고 1961년 5월 19일 ‘국가재건최고회의’라는 불법적인 기구를 설치했다. 불법적인 기구일 수밖에 없는 것이 헌법에 아무런 근거도 없는 기구이고, 자기들 마음대로 구성한 기구였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이 불법적인 기구의 부의장을 맡았다가 곧 의장이 되었다.

그리고 국가재건최고회의는 1963년 12월 16일까지 무려 2년 7개월간 존속되었고, 그 기간 동안 자기들 마음대로 법률도 통과시키고 헌법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이른바 ‘3공화국 헌법’은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통과시킨 헌법개정안이었다.


박정희가 제안하고 국가재건최고회의가 통과시킨 3공화국 헌법
 
박정희가 제안하고 국가재건최고회의가 통과시킨 3공화국 헌법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검색
 
그리고 박정희는 자신의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 1972년 10월 17일 친위쿠데타를 일으키고 국회를 해산시킨다. 그리고 국회 대신에 ‘비상국무회의’라는 기구를 통해서 입법을 했다. 역사상 두 번째 불법 입법기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비상국무회의는 1972년 10월 18일부터 1973년 3월 11일까지 국회를 대신하여 입법활동을 했다. 그리고 비상국무회의가 유신헌법도 통과시켜서 국민투표에 회부했다. 유신헌법은 국회의원 3분의1을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게 하는 등 노골적인 장기독재를 보장하는 것이었다.

박정희 정권이 비상국무회의를 열어 유신헌법 추진을 위해 통과시킨 특별법
 
박정희 정권이 비상국무회의를 열어 유신헌법 추진을 위해 통과시킨 특별법 ⓒ자료

역사상 존재했던 3번째 불법 입법기구는 전두환이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5.17.쿠데타 이후에 설치한 국가보위입법회의이다. 국회를 해산하고 설치한 국가보위입법회의는 1980년 10월 28일부터 1981년 4월 10일까지 존속하면서, 각종 법률을 제정ㆍ개정했다.

전두환은 국가보위입법회의를 설치하기 전에 먼저 헌법 개정부터 했다. 이른바 5공화국 헌법을 만든 것이다. 이 헌법 개정은 국회의 의결도 없이 곧바로 국민투표에 붙여졌다. 그리고 5공화국 헌법 부칙 제6조 제3항에서는 “국가보위입법회의가 제정한 법률과 이에 따라 행하여진 재판 및 예산 기타 처분 등은 그 효력을 지속하며, 이 헌법 기타의 이유로 제소하거나 이의를 할 수 없다”라는 조항을 뒀다.
 

헌법개정 통한 장기집권이 내란의 진짜 동기


12.3 내란은 박정희식의 국가재건최고회의나 전두환식의 국가보위입법회의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를 사실상 해산한 후에, 불법 입법기구를 만들어서 자기들 마음대로 법률 제정ㆍ개정을 하고, 헌법개정까지 추진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
 
1980년 11월 열린 국가보위입법회의 첫 회의 모습 ⓒ대한뉴스 캡쳐

그리고 5년 단임제 조항을 바꿔서 윤석열이 재선, 3선을 한 후에, 후계자에게 정권을 물려준다는 구상이었을 것이다.

또한 국회를 해산하고 불법 입법기구를 구성하더라도, 언젠가는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장기집권에 유리한 선거제도까지 구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도를 바꿔서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파를 차지할 수 없도록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문제는 노상원 혼자서 이런 기획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노상원 수첩도 누군가의 얘기나 회의 결과를 메모한 것일 수도 있다. 내란을 기획한 단위는 별도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만약 그런 단위가 존재했다면, 그 단위에서 포고령 초안이나 각 부처 장관들에게 지시할 지시문도 준비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용현이 그 모든 것을 주도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아무리 엉성한 친위쿠데타라고 해도, 김용현이 정무적 기획과 물리적 실행 모두를 맡았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이다.

그래서 내란의 동기와 기획 단위에 대한 수사가 시급하게 필요하다. 이 부분의 진상이 규명되어야 12.3 내란의 실체가 규명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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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최종변론' 앞둔 시민들 "120% 탄핵 인용"

  • 12·3 내란

  • 입력 2025.02.22 22:45

  • 수정 2025.02.22 22:51

  • 댓글 0

촛불문화제, 범국민대회, 시민대행진 등 열려

10만 여 시민들 "윤석열 즉각 파면하라" 외쳐

"최후 진술이 윤석열 생전 마지막 외출될 것"

"3월 헌재서 8대 0 전원일치로 윤석열 파면"

"국힘이 헌재 막말하는 건 파면 100%라서"

"200%, 300% 윤석열 '탄핵' 인용 확신해"

"탄핵 인용하고 '찬란한 봄' 함께 맞이하자"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28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 2025.2.22. 사진 이호 작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변론기일(25일)을 앞둔 주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헌재) 앞과 광화문 앞에서는 '내란 정국' 조기 종식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22일 오후 2시 헌재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는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8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주최 쪽 추산 2만 여 명의 시민들은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내란정범 국힘당을 해산하라" "내란범들을 철저히 단죄하자" "특급범죄자 김건희를 구속하라"고 외쳤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여는 발언'을 통해 "다음 주 윤석열의 이른바 최후진술 일정이 있다. 감옥밖에서 하게 될 최후의 진술이 될 것"이라며 "지난 3년 동안 폭정 저질러온 윤석열이 살아생전 밝은 세상을 보게 될 날은 결코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역죄인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일당들의 내란음모는 헌재 재판을 통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들의 증언은 바로 단 하나 인물, 윤석열을 똑바로 가리키고 있다"고 했다.

김 상임대표는 "내란주동자들이 세운 민주세력 수거, 폭사, 사살 계획은 그냥 나온 계획이 아니다. 친일 매국 세력들이 이 나라에서 저질러온 학살 역사의 종합판"이라며 "친일매국 극우파쇼의 본질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을 적으로 삼고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재는 민주주의를 지키라는 국민의 뜻과 명령에 복종해야 할 것"라면서 "우리의 힘을 최대로 모아 내란 세력을 완전히 제압하자"고 외쳤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28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 2025.2.22. 사진 이호 작가

인천 부평에서 온 서경희 씨는 "22년 5개월 동안 육군에서 부사관으로 복무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일반 시민에서 군인으로 변모하기까지, 특전사 707 특임단 정예 요원으로 거듭나기까지 그 과정에서 겪었을 그들의 숱한 고통들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반란군이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까지 각인시킨 자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현실이 참담하고 또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와 국민을 전쟁의 위기로 몰아넣은 '윤건희'(윤석열+김건희) 정권과 그들을 옹호하는 국민의힘이야말로 역사에 대한 반역자이자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실질적 반국가세력"이라며 "친일매국 왕조 윤건희 정권의 종말을 역사의 이름으로 심판하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불법 계엄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외쳤다. 시민들도 그와 함께 구호를 따라 외쳤다.

2020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절차를 주도했던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도 촛불문화제 연단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1월 발간한 <검찰의 심장부에서>라는 자신의 책을 통해 "만일 육사에 갔더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언급한 바 있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28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에서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5.2.22. 사진 이호 작가

한 전 부장은 "윤석열 총장은 검찰권을 사유화해 특수활동비로 검사들을 부려 자신을 마치 공정과 상식의 대변자인 양 세상을 속였다"면서 "그러나 인권과 생명을 지키려는 깨어있는 민주 시민들이 윤석열 검찰 정권, 부패한 정부를 밀어뭍였고, 이에 당황하고 겁 먹은 윤석열이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는 헛발질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부장은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 때부터 대통령 야욕을 품었듯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그 욕망을 멈추지 못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장기 집권을 획책한 것"이라며 "이번 비상계엄은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3월 헌법재판소 8 대 0 전원 일치로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듣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희생으로 쌓아올린 민주주의 제도를 다시 회복시키자"고 외쳤다.

국회의원들도 촛불문화제 연단에 올랐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제 곧 탄핵심판 결론이 나온다"며 "120% 탄핵 인용"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은데, 헌법에 비추어 봤을 때 당연히 탄핵"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선관위에 군을 투입할 권한을 줬냐, 헌법이 그런 것을 용납하고 있느냐"며 "지난 12월 3일 윤석열은 바로 그런 헌법의 골간이나 기본원칙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데도 탄핵이 인용되지 않을리 있느냐"며 "100% 아니 200% 아니 300% 인용된다"고 했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28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윤석열을 파면하라' 손팻말을 높이 들고 있다. 2025.2.22. 사진 이호 작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는 하나다. 장기집권을 하기 위해서였다"며 "우리는 비상계엄이라고 하는데, 그는 비상대권, 비상조치라고 한다. 72년 유신헌법에 있었던 긴급조치가 80년 전두환 헌법에는 비상조치라고 돼 있는데, 윤석열은 비상계엄이 아니라 사실 비상 조치나 긴급 조치를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 적에게 관용을 베풀지 말자"며 "3월에 있을 예정인 윤석열 파멸 결정 때까지 힘내서 싸우자"고 했다.

촛불문화제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오후 3시 30분부터 민주당이 주최하는 '내란종식·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범국민대회)가 열렸다. 범국민대회에는 시민과 당원 3만 5000여 명과 당 지도부를 포함해 80여 명의 국회의원이 참가했다. 시민과 당원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 "헌정파괴 극우세력 규탄한다" "내란동조 국민의힘 심판하자"고 외쳤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박범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태도와 헌법재판관에 대한 끝없는 공세에서 저는 (대통령) 파면을 예감한다"며 "파면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들은 헌법재판관들에게 온갖 아양을 떨고 머리를 조아렸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이 '인민재판소'니 '헌법개판소'니 이야기한다"며 "파면 가능성 100%기 때문에 막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명태균과 김건희가 나눈 육성이 만천하에 공개되면 자기 부인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설 것을 두려워해서 감히 군인을 동원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내란주범 윤석열을 파면하자"고 외쳤고, 김병주 최고위원은 "윤석열을 파면하고 내란 잔당들을 발본색원하지 않으면 내란은 종식되지 않는다"면서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헌재의 주문을 외쳤다. 시민들도 "윤석열을 파면한다"라고 함께 외쳤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내란종식·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손을 맞잡고 들고 있다. 왼쪽부터 한준호, 전현희 최고위원, 박찬대 원내대표, 김병주, 홍성국 최고위원. 2025.2.22. 사진 이호 작가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폭동을 선동하는 극우 세력들 앞에 굽신대고 '전광훈 사당'처럼 움직였다"며 "헌재를 흔들고 재판관에 대한 인신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또 "권영세 당 대표는 12월 3일로 돌아가도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탄핵과 특검을 당론으로 반대한 것도 모자라 헌재를 앞장서서 흔들고 있다"며 "내란 동조 정당 국민의힘은 지금도 윤석열의 복귀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12·3 비상 계엄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 6조 3000억 원이 날아갔는데 내란을 옹호하고 윤석열을 지키자고 떠들고 있다. 국민이 죽든 말든, 나라가 망하든 말든 관심이 없다. 오직 자기들 밥그릇에만 관심"이라며 "국민에게도 나라에게도 아무 쓸모없는 무쓸모 정당"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내란 동조 극우정당 국민의힘 심판하자"고 외쳤다.

시민들은 촛불문화제와 범국민대회를 마친 뒤, 광화문 앞으로 향진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12차 범시민대행진'(범시민대행진)에 합류했다. 오후 5시부터 종로구 경복궁역 4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12차 범시민대행진에는 헌재 앞에서 촛불문화제와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까지 합류해 주최 쪽 추산 10만 여 명의 시민이 모여 들었다.

광화문 앞에 모인 시민들은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모두 광장으로 모이자" "헌재는 시간끌지 말고 내란수괴 윤석열 조속히 파면하라" "내란동조 폭동옹호 국민의힘 해체하라" "계엄위한 전쟁유도 전쟁세력 척결하자" "우리 힘으로 사회 대개혁 완성하자" "민주주의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촛불문화제와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광화문 앞으로 모이고 있다. 2025.2.22. 사진 이호 작가

윤순철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사회대개혁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여는 발언'에서 "내란의 잔당들은 지금 윤석열의 복귀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헌재는 윤석열을 파면하여 내란의 책임을 확실하게 물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짓을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윤 공동위원장은 "헌재(탄핵인용)는 3월로 예상되지만 3월도 너무 멀다. 3월이 오기 전에 즉각 윤석열을 파면해야 한다"며 "우리는 아직 더 할 일이 있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윤석열이 망쳐놓은 경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대개혁 특위는 지난 두 달 동안 우리 사회를 바꿀 100가지의 과제를 만들었다"며 "3월 9일 서강대에서 시민들과 함께 대토론회를 열 것이다. 여기 광장에 계신 모든 분들이 함께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도 광장에는 윤석열 파면 이후 사회대개혁을 꿈꾸는 다채로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학생 조세연 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마주한 폭력과 혐오를 일삼는 세력들과 "서부지법 폭동이 겹쳐보인다"면서, 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인권운동가 길원옥 할머니를 추모하며 "무너지는 세상을 지탱할 수 있도록 연대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22일 오후 종로구 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12차 범시민대행진. 2025.2.22. 사진 이호 작가

건설노동자 박세중 씨는 "윤석열 정권의 노조 탄압에 항거해 분신한 양회동 열사의 염원대로 '못된 놈 윤석열' 얼른 끌어내리고 안전한 건설현장을 건설하는 게 절실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에서 옥외·연속공정 및 특수고용 노동자가 배제돼 있다면서 서명 캠페인에 함께해줄 것을 요청했다.

시민 윤선주 씨는 인권단체에서 트렌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와 짧게 인연을 맺었다며 2월 27일은 고 변희수 하사의 4주기가 되는 날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윤석열이 임명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소수자 인권은 외면하고 변희수재단 설립은 방해한다"며 "용감한 태읔 조종수 변희수를 기억하는 마음으로 윤석열을 퇴진시키고 윤석열이 망가뜨린 모든 것들을 바로잡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시민들의 다채로운 목소리와 함께 문화공연도 이어졌다. 록밴드 '다브다' '전기뱀장어'와 재즈보컬그룹 '카리나 네뷸라', DJ제제 등이 공연을 했다.

10만여 명의 시민들은 본집회를 마친 뒤 광화문에서 출발해 안국동 사거리, 종각역, 을지로 입구를 거쳐, 한국은행 사거리까지 행진했다. 이은정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전국여성연대)은 '대표발언'을 통해 "헛된 장기집권을 꿈꾸던 윤석열의 탄핵이 인용되고 합당한 역사적, 법적 책임을 질 날이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면서 "찬란한 봄을, 따뜻한 승리를 함께 맞이하자"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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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홍장원 밟으려 김용현·여인형까지 밟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윤갑근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윤석열 대통령 쪽은 다급해지고 있다. 법률대리인단은 '체포 지시' 증언의 신빙성을 무너뜨리고자 2월 20일 다시 부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집중 공격했다. 하지만 그들이 꺼낸 '디테일'들은 판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오후 10시 53분경 윤석열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통화하며 '방첩사를 지원해서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그는 10시 58분과 11시 6분 두 차례에 걸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체포 대상자의 명단을 전달받았다.

그런데 조태용 국정원장은 지난 13일 헌재에 나와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11시 6분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에서 명단을 받아적었다던 시간에 홍 전 차장은 본인 집무실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20일 윤 대통령 쪽은 이를 발판으로 홍 전 차장을 공격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12월 3일은 겨울이다. 바깥에서 메모한다는 건 이례적이고 추운 상황이었다"며 "장소를 혼동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반칙

그는 홍 전 차장이 당시 첫 메모를 보좌관에게 옮겨 적으라고 했고, 이튿날 다시 한 번 더 쓰라고 한 메모에 '딴지일보'가 들어가고, 권순일 전 대법관이 두 번 등장하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추가된 점에도 의문을 표했다.

또 홍 전 차장의 검찰 진술을 들이밀며 그의 행보에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부각시키려고 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반칙'에 가까운 무리수였다. 윤 변호사는 홍 전 차장이 검찰 조사 당시 검사가 메모의 원본 제출을 요청했지만 거부했다면서 "(당시 거부하며) '당분간 제가 사용해야 해서' 라고 했는데, 어디에 사용하는 건가"라고 추궁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실물화상기로 제시된 검사의 질문은 '메모 원본'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해줄 수 있는가'였다. 즉 홍 전 차장의 답변은 '메모를 사용해야 해서 임의 제출이 어렵다'는 뜻이 아니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 헌법재판소 제공

의미 없는 디테일 공격

홍 전 차장은 기억의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내용이 조금 혼동된 부분이 있어서 (저의 지난 증언을) 정정할 필요가 있다. 22시 58분과 23시 06분에 중요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쪽은 질문만 쏟아내며 사실상 그의 해명을 차단하는 등 공격을 이어갔다.

홍 전 차장은 국회 쪽 신문 과정에서야 당시 상황을 설명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조서를 보니까 여인형 사령관도 제가 일반폰으로 전화했고 보안폰으로 바꾸자고 했다던데, 처음에 전화해서 (여 사령관이) 국회 본회의 얘기, 위치 추적, 체포명단을 불러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받아 적으려다가 가만 생각해보니까 일반폰으로 통화하고 있더라. 그래서 '이거 좀 예민한 거니까 보안폰으로 바꾸자'고 했다. 그런데 바꾸고 보니까 제 비화폰에는 (통화 가능 대상자에) 방첩사령관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건 개인이 입력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담당 부서에서 입력할 수 있는 부분이라 보안폰으로 전화할 수가 없었다. 최종적으로 다시 일반전화로 전화한 거고, '보안폰으로 연결이 안 되니까 사람을 보내라'고 했고, '바쁘니까 사람을 보낼 수 없다'고 해서 그냥 불러주는 명단을 받아 적은 거다."

홍 전 차장은 또 12월 4일 보좌관에게 '기억나는 대로 메모를 재작성하라'고 지시한 이유도 밝혔다.

"12월 4일 오후에 그 명단을 쭉 보고 있으니까 계속 두 명이 생각 안 난 부분이 머리를 맴돌았고, 한두 명 정도 더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여인형 사령관한테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야 너 머리 좋으니까 다시 써봐' 했고. 첫 번째 메모(전날 보좌관이 옮겨적은 것)를 두 장에 나눠 썼는데, 빽빽하게 써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메모라서 '이름만 시원시원하게 써봐' 이런 식으로 얘기한 것 같다. 그래서 한 10명 정도를 기억해서 썼던 것 같다. (12월 3일 메모의 명단과 12월 4일 메모의) 명단은 다 동일하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을 '호수에 비친 달 그림자 쫓기'에 빗댄 적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비유는 '강물에 돌멩이 던지기'이다. 강물에 던진 돌멩이는 파문을 일으킬지언정 물의 흐름을 바꾸진 못한다. 이들은 홍 전 차장의 행적 하나하나를 분초 단위로 따졌지만, 정작 홍 전 차장이 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 통화한 다음 여인형 사령관과 전화하며 체포 명단을 메모한 사실 자체를 뒤흔들지는 못했다.

메모 작성 경위를 두고 '다른 목적'을 운운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증거도 제시 못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메모를 정서시켰다는) 보좌관이 현대고 졸업한 한동훈 대표 친구 아닌가"라고 물었지만 "보좌관 친구들이 어떤 사람인지까지는 제가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는 홍 전 차장의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20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비상계엄 당시 통화한 내용을 정리해서 기록한 메모를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홍 전 차장이 공개한 메모. 2025.2.20 [헌법재판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쪼잔함과 발뺌 사이, 길 잃은 윤석열

윤 대통령도 약 9분간 발언을 쏟아내며 직접 나섰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도리어 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무지를 탓했다. 체포 시도는 두 사람이 벌인 일이며 "정말 불필요한 일이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12월 4일인 것으로 기억되는데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조지호 경찰청장한테 위치 확인, 체포 이런 것을 부탁했다는 기사를 보고 저도 김용현 국방장관이 그때는 구속이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두 사람(김용현, 여인형) 다 수사나 이런 것에 대해서, 특히 여인형 사령관은 순 작전통이고 해서 도대체 수사에 대한 개념 체계가 없다 보니 위치 확인을, 좀 동향 파악을 하기 위해서 했는데 '경찰에서 그건 현재 사용하는 휴대폰을 알지 않는 한 어렵다'고 딱 잘랐다고 이렇게 얘기를 해서, 저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불필요한 일이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중략) 여인형은 경찰에 물어보니 경찰은 어렵다고 하니, 국정원은 미행이라도 하고 뭘 하니 그거 위치 확인하는 데 좀 도움이 될까 해서 한 얘기를 이렇게 엮어서 대통령의 체포지시로 이걸 만들어냈다는 게 핵심이다."

윤 대통령은 거듭 "뭘 잘 모르는 사람(여인형)의 부탁을 받아서 '미친 놈 말도 안 되는 소리하네'라고 했다면서 그걸 또 한 번, 또 한 번 계속해서 메모를 만들어 갖고 있다가, 자기가 12월 5일 사표 내고 6일날 해임되니까 대통령의 체포지시라고 이걸 엮어낸 것이 바로 이 메모의 핵심"이라며 '홍장원은 거짓말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용현 국방부장관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 권우성

그런데 이 말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윤 대통령은 재차 여인형 전 사령관의 '명단'은 인정하고 있다. 자신의 책임만 모면하려고 할 뿐이다.

하지만 김용현과 여인형 두 사람이 '명단'을 만들 이유가 있었을까? 백 번 양보해 자발적으로 작성했더라도, 명단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여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14명을 특정해 체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비상계엄 직후 (김용현) 장관님으로부터 처음 들었던 것이 맞다"면서도 "대통령께서 평소에 인물들에 대한 품평회를 많이 하셨다고 말씀드렸는데 '비상대권, 비상조치권을 사용하면 이 사람들에 대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4일 헌재 증인신문에서도 이 진술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검찰 12.3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가 2024년 12월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기소 당시 공개한 비상계엄 당일 방첩사의 '체포조' 관련 단체대화 내용 ⓒ 검찰 제공

여인형-홍장원-조지호-김대우... 다 겹치는 명단을 어쩔 것인가

국회 쪽은 20일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2024년 11월 9일자 메모도 공개했다. 이 명단은 홍장원 전 차장의 메모,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이 각각 수사기관 등에서 진술한 내용과 대부분 같다. 특히 홍 전 차장의 경우 12월 11일 검찰 조사를 받으며 '조해주·양정철'을 추가했다고 밝혔는데, 이 두 사람을 추가하면 그의 메모는 여 전 사령관 휴대전화 메모와 더욱 일치한다. (아래 명단에서 짙은 색 표시는 여인형 메모와 홍장원 메모 중 공통된 명단이다.)

- 여인형의 11월 9일 휴대전화 메모 : 이재명, 조국, 한동훈, 정청래, 김민석, 우원식, 이학영, 박찬대, 김민웅, 양경수, 최재영, 김어준, 양정철, 조해주

- 홍장원의 12월 4일 메모 :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김민석, 딴지일보(김어준), 조국, 박찬대, 정청래, 김명수, 김민웅, 민노총위원장, 권순일, 조해주, 양정철

- 조지호의 12월 24일 검찰 피의자신문 : 이재명, 우원식, 박찬대, 정청래, 김명수, 권순일, 김동현 등 총 15명

- 김대우의 12월 10일 국회 증언 :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 조국, 정청래, 양정철, 박찬대, 조해주, 이학영, 양경수, 김어준, 김민웅, 김민석, 김명수(김 전 단장은 '14명'만 확실히 기억한다고 했지만, 명단을 불러준 안규백 의원에게 '대략 맞다'고 답변 – 기자 주).

국회 쪽 김선휴 변호사는 지난 18일 9차 변론에서 "김용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여인형 사령관에게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줬다. 이재명, 조국 등 총 14명"이라며 "여인형은 (검찰 조사에서) 명단 대다수는 평소에 피청구인이 부정적으로 말하던 사람들이라고 했고, 워낙 자주 부정적 평가를 들었던 사람이라 명단을 외우기 어렵지 않다는 말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배신]

① '중국·민주당·부정선거'...음모론으로 뒤덮인 '윤석열 변론' https://omn.kr/2bxle

② 윤석열의 적은 윤석열이다 https://omn.kr/2c039

③ 윤 대통령이 절대 찢지 못하는 '큰 그림' https://omn.kr/2c5j1

④ 윤석열·김용현·이상민만 우기는 그날의 회의 https://omn.kr/2c97f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윤갑근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윤석열 대통령 쪽은 다급해지고 있다. 법률대리인단은 '체포 지시' 증언의 신빙성을 무너뜨리고자 2월 20일 다시 부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집중 공격했다. 하지만 그들이 꺼낸 '디테일'들은 판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오후 10시 53분경 윤석열 대통령과 비화폰으로 통화하며 '방첩사를 지원해서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그는 10시 58분과 11시 6분 두 차례에 걸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체포 대상자의 명단을 전달받았다.

그런데 조태용 국정원장은 지난 13일 헌재에 나와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11시 6분 국정원장 공관 앞 공터에서 명단을 받아적었다던 시간에 홍 전 차장은 본인 집무실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20일 윤 대통령 쪽은 이를 발판으로 홍 전 차장을 공격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12월 3일은 겨울이다. 바깥에서 메모한다는 건 이례적이고 추운 상황이었다"며 "장소를 혼동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반칙

그는 홍 전 차장이 당시 첫 메모를 보좌관에게 옮겨 적으라고 했고, 이튿날 다시 한 번 더 쓰라고 한 메모에 '딴지일보'가 들어가고, 권순일 전 대법관이 두 번 등장하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추가된 점에도 의문을 표했다.

또 홍 전 차장의 검찰 진술을 들이밀며 그의 행보에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부각시키려고 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반칙'에 가까운 무리수였다. 윤 변호사는 홍 전 차장이 검찰 조사 당시 검사가 메모의 원본 제출을 요청했지만 거부했다면서 "(당시 거부하며) '당분간 제가 사용해야 해서' 라고 했는데, 어디에 사용하는 건가"라고 추궁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실물화상기로 제시된 검사의 질문은 '메모 원본'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해줄 수 있는가'였다. 즉 홍 전 차장의 답변은 '메모를 사용해야 해서 임의 제출이 어렵다'는 뜻이 아니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 헌법재판소 제공

의미 없는 디테일 공격

홍 전 차장은 기억의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내용이 조금 혼동된 부분이 있어서 (저의 지난 증언을) 정정할 필요가 있다. 22시 58분과 23시 06분에 중요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쪽은 질문만 쏟아내며 사실상 그의 해명을 차단하는 등 공격을 이어갔다.

홍 전 차장은 국회 쪽 신문 과정에서야 당시 상황을 설명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조서를 보니까 여인형 사령관도 제가 일반폰으로 전화했고 보안폰으로 바꾸자고 했다던데, 처음에 전화해서 (여 사령관이) 국회 본회의 얘기, 위치 추적, 체포명단을 불러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받아 적으려다가 가만 생각해보니까 일반폰으로 통화하고 있더라. 그래서 '이거 좀 예민한 거니까 보안폰으로 바꾸자'고 했다. 그런데 바꾸고 보니까 제 비화폰에는 (통화 가능 대상자에) 방첩사령관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건 개인이 입력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담당 부서에서 입력할 수 있는 부분이라 보안폰으로 전화할 수가 없었다. 최종적으로 다시 일반전화로 전화한 거고, '보안폰으로 연결이 안 되니까 사람을 보내라'고 했고, '바쁘니까 사람을 보낼 수 없다'고 해서 그냥 불러주는 명단을 받아 적은 거다."

홍 전 차장은 또 12월 4일 보좌관에게 '기억나는 대로 메모를 재작성하라'고 지시한 이유도 밝혔다.

"12월 4일 오후에 그 명단을 쭉 보고 있으니까 계속 두 명이 생각 안 난 부분이 머리를 맴돌았고, 한두 명 정도 더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여인형 사령관한테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야 너 머리 좋으니까 다시 써봐' 했고. 첫 번째 메모(전날 보좌관이 옮겨적은 것)를 두 장에 나눠 썼는데, 빽빽하게 써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메모라서 '이름만 시원시원하게 써봐' 이런 식으로 얘기한 것 같다. 그래서 한 10명 정도를 기억해서 썼던 것 같다. (12월 3일 메모의 명단과 12월 4일 메모의) 명단은 다 동일하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을 '호수에 비친 달 그림자 쫓기'에 빗댄 적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비유는 '강물에 돌멩이 던지기'이다. 강물에 던진 돌멩이는 파문을 일으킬지언정 물의 흐름을 바꾸진 못한다. 이들은 홍 전 차장의 행적 하나하나를 분초 단위로 따졌지만, 정작 홍 전 차장이 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 통화한 다음 여인형 사령관과 전화하며 체포 명단을 메모한 사실 자체를 뒤흔들지는 못했다.

메모 작성 경위를 두고 '다른 목적'을 운운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증거도 제시 못했다. 윤갑근 변호사는 "(메모를 정서시켰다는) 보좌관이 현대고 졸업한 한동훈 대표 친구 아닌가"라고 물었지만 "보좌관 친구들이 어떤 사람인지까지는 제가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는 홍 전 차장의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20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비상계엄 당시 통화한 내용을 정리해서 기록한 메모를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홍 전 차장이 공개한 메모. 2025.2.20 [헌법재판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쪼잔함과 발뺌 사이, 길 잃은 윤석열

윤 대통령도 약 9분간 발언을 쏟아내며 직접 나섰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도리어 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무지를 탓했다. 체포 시도는 두 사람이 벌인 일이며 "정말 불필요한 일이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12월 4일인 것으로 기억되는데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조지호 경찰청장한테 위치 확인, 체포 이런 것을 부탁했다는 기사를 보고 저도 김용현 국방장관이 그때는 구속이 안 돼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두 사람(김용현, 여인형) 다 수사나 이런 것에 대해서, 특히 여인형 사령관은 순 작전통이고 해서 도대체 수사에 대한 개념 체계가 없다 보니 위치 확인을, 좀 동향 파악을 하기 위해서 했는데 '경찰에서 그건 현재 사용하는 휴대폰을 알지 않는 한 어렵다'고 딱 잘랐다고 이렇게 얘기를 해서, 저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불필요한 일이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중략) 여인형은 경찰에 물어보니 경찰은 어렵다고 하니, 국정원은 미행이라도 하고 뭘 하니 그거 위치 확인하는 데 좀 도움이 될까 해서 한 얘기를 이렇게 엮어서 대통령의 체포지시로 이걸 만들어냈다는 게 핵심이다."

윤 대통령은 거듭 "뭘 잘 모르는 사람(여인형)의 부탁을 받아서 '미친 놈 말도 안 되는 소리하네'라고 했다면서 그걸 또 한 번, 또 한 번 계속해서 메모를 만들어 갖고 있다가, 자기가 12월 5일 사표 내고 6일날 해임되니까 대통령의 체포지시라고 이걸 엮어낸 것이 바로 이 메모의 핵심"이라며 '홍장원은 거짓말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용현 국방부장관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 권우성

그런데 이 말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윤 대통령은 재차 여인형 전 사령관의 '명단'은 인정하고 있다. 자신의 책임만 모면하려고 할 뿐이다.

하지만 김용현과 여인형 두 사람이 '명단'을 만들 이유가 있었을까? 백 번 양보해 자발적으로 작성했더라도, 명단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여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14명을 특정해 체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비상계엄 직후 (김용현) 장관님으로부터 처음 들었던 것이 맞다"면서도 "대통령께서 평소에 인물들에 대한 품평회를 많이 하셨다고 말씀드렸는데 '비상대권, 비상조치권을 사용하면 이 사람들에 대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4일 헌재 증인신문에서도 이 진술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검찰 12.3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가 2024년 12월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기소 당시 공개한 비상계엄 당일 방첩사의 '체포조' 관련 단체대화 내용 ⓒ 검찰 제공

여인형-홍장원-조지호-김대우... 다 겹치는 명단을 어쩔 것인가

국회 쪽은 20일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2024년 11월 9일자 메모도 공개했다. 이 명단은 홍장원 전 차장의 메모,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이 각각 수사기관 등에서 진술한 내용과 대부분 같다. 특히 홍 전 차장의 경우 12월 11일 검찰 조사를 받으며 '조해주·양정철'을 추가했다고 밝혔는데, 이 두 사람을 추가하면 그의 메모는 여 전 사령관 휴대전화 메모와 더욱 일치한다. (아래 명단에서 짙은 색 표시는 여인형 메모와 홍장원 메모 중 공통된 명단이다.)

- 여인형의 11월 9일 휴대전화 메모 : 이재명, 조국, 한동훈, 정청래, 김민석, 우원식, 이학영, 박찬대, 김민웅, 양경수, 최재영, 김어준, 양정철, 조해주

- 홍장원의 12월 4일 메모 :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김민석, 딴지일보(김어준), 조국, 박찬대, 정청래, 김명수, 김민웅, 민노총위원장, 권순일, 조해주, 양정철

- 조지호의 12월 24일 검찰 피의자신문 : 이재명, 우원식, 박찬대, 정청래, 김명수, 권순일, 김동현 등 총 15명

- 김대우의 12월 10일 국회 증언 :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 조국, 정청래, 양정철, 박찬대, 조해주, 이학영, 양경수, 김어준, 김민웅, 김민석, 김명수(김 전 단장은 '14명'만 확실히 기억한다고 했지만, 명단을 불러준 안규백 의원에게 '대략 맞다'고 답변 – 기자 주).

국회 쪽 김선휴 변호사는 지난 18일 9차 변론에서 "김용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여인형 사령관에게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줬다. 이재명, 조국 등 총 14명"이라며 "여인형은 (검찰 조사에서) 명단 대다수는 평소에 피청구인이 부정적으로 말하던 사람들이라고 했고, 워낙 자주 부정적 평가를 들었던 사람이라 명단을 외우기 어렵지 않다는 말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배신]

① '중국·민주당·부정선거'...음모론으로 뒤덮인 '윤석열 변론' https://omn.kr/2bxle

② 윤석열의 적은 윤석열이다 https://omn.kr/2c039

③ 윤 대통령이 절대 찢지 못하는 '큰 그림' https://omn.kr/2c5j1

④ 윤석열·김용현·이상민만 우기는 그날의 회의 https://omn.kr/2c9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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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탄핵심판#홍장원#여인형#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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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윤석열'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

10만 시민 12차 범시민대행진...'윤석열은 곧 파면..진짜 싸움 시작된다'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02.22 23:24
  •  
  •  수정 2025.02.22 23:27
  •  
  •  댓글 0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22일 오후 5시 광화문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2차 범시민대행진'을 진행해 '윤석열 파면'을 거듭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22일 오후 5시 광화문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2차 범시민대행진'을 진행해 '윤석열 파면'을 거듭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2.25)을 앞둔 2월 마지막 주말에도 10만명의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여 '윤석열없는 새로운 세상'을 노래한 뒤 도심 행진을 이어갔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22일 오후 5시 광화문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2차 범시민대행진'을 진행해 '윤석열 파면'을 거듭 촉구했다.

사전 공모한 '윤석열파면' 오행시와 '국힘해체' 사행시 입상작을 사회자와 함께 외치며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그만 사라지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석열이 열어준 민주주의 광장에서/ -양을 바라보며 응원봉을 흔드니/ -불나던 마음이 연대로 따뜻해진다/ -국을 막기 위해 우리 모두 일어났으니/ -책특권 바라지 말고 국민의힘과 윤석열은 그만 사라져라

-민에게 총을 겨눈 내란범죄자 윤석열을 옹호하고 '-들게 탄핵시킨 윤석열의 복귀를 바라는 국민의힘/ -도 해도 너무 하네/ -포하라! 국민의 힘도 

윤순철 비상행동 사회대개혁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순철 비상행동 사회대개혁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순철 비상행동 사회대개혁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은 "윤석열이 계엄을 때리고 국민들에게 총을 겨눴어도 우리는 폭력으로 윤석열을 쫓아낸 것이 아니라 그가 파괴하려고 한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하나하나 내란의 실체를 밝히면서 심판하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의 광장 민주주의는 참으로 위대하다. 우리는 이렇게 오늘도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운을 뗐다.

반면 윤석열은 국민을 편가르기로 쪼개놓고, 자신의 무능함이 드러나자 아예 싹 쓸어버리려는 계엄을 시도했으며, 아직도 헛된 망상에 빠져 단 한번도 진실한 반성을 해 본 적이 없다고 일갈했다. 

나라를 이렇게 망쳐놓고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궤변에, 내란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기는 비겁함도 모자라 20일 밤에는 "빨리 직무 복귀를 해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겠다"는 망언이 또 나왔다.

윤 위원장은 "아직도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며, "내란의 잔당들은 지금 윤석열의 복귀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나 지금은 책임을 지는 시간이다. 헌재는 윤석열을 파면하여 내란의 책임을 확실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망상에 빠져 궤변을 토하는 윤석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우리는 윤석열이 대통령이 아닌 세상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비상행동 사회대개혁 특별위원회가 만들고 있는 100대 과제를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는 '3.9시민대토론회-당신의 선택이 대한민국을 바꿉니다'(https://tally.so/r/wb6N20?utm_source=qrPrint)를 3월 9일 서강대에서 열 예정이라며, 광장 시민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이번에는 8년전처럼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끝까지 가보자"고 호소했다.

이종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종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종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대통령의 내란행위로 시작된 이번 겨울이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며, "헌법재판소는 2월 25일 변론을 종결하고 3월내에 선고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헌재는 결과적 정의만이 아니라 절차적 정의를 추구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파렴치한 피청구인 윤석열에게도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였으나, 윤석열은 불출석과 선관위 서버에 대한 감정신청, 재판관 회피청구 등 절차에 대한 방어권을 남용하여 헌법재판을 유린하고 궤변과 비검함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힘은 헌재와 재판관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허위사실을 퍼뜨리며 재판관 사퇴를 요구하는가 하면 탄핵소추의결 불참부터 법원폭동에 대한 선동까지 매 국면마다 헌법과 법률을 부정하고 시민들을 속이는 또 다른 내란행위를 저질러왔다"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개혁, 공정성을 의심받는 검찰을 대신한 특검 도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탄핵심판 과정에서 윤석열의 헌법 및 법률위반 행위는 명백히 밝혀졌으며, 윤석열은 곧 파면될 것"이라고 하면서 "윤석열에 대한 파면과 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는 그 추종자들의 행동이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반헌법행위라는 점을 끊임없이 밝히는 진짜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짚었다.

자유발언을 위해 무대에 오른 평화통일시민행동 활동가 황남순씨는 "윤석열 일당의 반북 대결적 발언들을 그저 정치적인 수사로만 넘겼지만,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려 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너무나 공포스러웠다"며, "전쟁을 유도하여 전시 계엄을 선포하려 했던 그들의 시도를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들을 샅샅이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물풍선 원점 타격 지시 △부적합판정을 받은 시끄러운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켜 북한의 공격유도 △군 심리전단이 직접 나선 대북 전단 살포 △노상원의 수첩에서 발견된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한 공격 유도 메모 등의 진상이 철저히 밝혀져야 "다시는 분단상황을 악용해 전쟁을 도발하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건설노동자 박세중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건설노동자 박세중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선주씨는 변희수재단 설립을 방해하고 있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후안무치'를 고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선주씨는 변희수재단 설립을 방해하고 있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후안무치'를 고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건설노동자 박세중씨는 지난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에 옥외·연속공정·특수고용 노동자가 배제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서명 캠페인에 시민들이 함께 나서줄 것을, 오는 27일 4주기를 맞는 트랜스젠더 군인 고 변희수 하사와 인권단체에서 짧고 다정한 인연을 맺었던 윤선주씨는 변희수재단 설립을 방해하고 있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후안무치'를 고발했다.

시민 장유진씨는 "국회 앞에 목숨을 걸고 나오고 남태평과 한강진에서 폭설에도 굴하지 않는 시민들을 만나며 희망을 얻었다. 광장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며,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면서 "시민 동지 여러분께 경외와 감사를 표한다. 끝까지 함께 싸워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새 세상을 쟁취하자"고 다짐했다.

대회를 마친 시민들은 광화문을 출발해 안국동 사거리, 종각역을 거쳐 한국은행 사거리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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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한 전쟁 유도 계엄시도..다시는 꿈도 못꾸도록 즉각 파면해야

자주통일평화연대, 시민사회 릴레이 기자회견 동참...'전쟁유도 내란범죄자 윤석열 파면촉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02.21 15:43
  •  
  •  수정 2025.02.21 15:44
  •  
  •  댓글 0
 
자주통일평화연대가 21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릴레이 기자회견'의 일환으로 '전쟁유도 내란범죄자 윤석열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통일평화연대가 21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릴레이 기자회견'의 일환으로 '전쟁유도 내란범죄자 윤석열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석열은 비상계엄 여건 조성을 위해 대북전단과 무인기 침투로 '조선'(북한)의 군사대응을 유도하여 국지전을 일으키려는 북풍공작을 시도함으로 전쟁위기를 부르는 외환죄를 저질렀다." -이홍정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계엄 선포 전에 북의 평양 상공에 드론을 날렸다. 또 오물풍선에 대해서 원점 타격을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것이야말로 전쟁을 통해 계엄을 합법화하려고 했던 저의가 담겨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충목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

"더욱이 군을 동원한 내란목적 전쟁기도에 대통령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자유의 방패를 비롯한 한반도 전쟁연습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북풍 공작을 통해 전쟁을 일으키려는 전쟁조작행위들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현재 우발적 충돌 단 한 번만으로도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다. 바로 내란세력들이 바라는 것이다." -함재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처음 윤석열이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그대로 방치할 때까지만 해도 그냥 그런가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뒤에서 표현의 자유 운운하면서 두둔하고, 국정원을 통해서 지원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국방부, 군을 통해서 직접 전단을 살포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평양 상공으로 무인기를 띄워 보냈다. 실제로 전쟁을 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전쟁 살상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이 무인기들이다." -이진호 평화통일시민행동 대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이 오는 25일로 지정되면서 헌법재판관들의 토의 절차인 '평의(評議)'와 판결문 작성 등 통상적 절차를 거쳐 3월 첫째 또는 둘째 주에 '파면' 여부에 대한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탄핵소추결의(12.4) 이후 3달 남짓한 기간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비상계엄과 내란과정을 목격했고, 특히 윤석열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 주모자들이 비상계엄의 명분을 위해 평양 상공 무인기 침투, 오물풍선 원점타격 시도, 특전사를 동원한 오물풍선 대응훈련을 실시했다는 것이 폭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거짓말과 책임떠넘기기, 궤변과 변명으로 극렬 지지자들을 결집하며 오히려 역공을 꾀하고 있다.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이홍정)가 21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릴레이 기자회견'의 일환으로 '전쟁유도 내란범죄자 윤석열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홍정 상임대표의장은 "윤석열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끝내 헌법수호 의지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헌법질서와 주권자의 인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그의 파면을 촉구했다. "우리는 민주공화국의 헌법 수호자로서 윤석열의 파면만이 우리 민주공화국을 새롭게 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충목 대표는 "(윤석열의 의도대로) 만약 국지전이라도 일어났다면 한반도에서는 수백, 수천이 아니라 수십만, 수백만이 희생되었을 것이 자명하다"며,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하루빨리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함재규 통일위원장은 "전쟁을 유도한 윤석열과 내란세력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외환유치죄에 대한 처벌은 필수적"이라며,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했다.

이진호 대표는 "(평양상공에 드론 침투한 부대로 의심되는)드론작전사령부에 난데없이 불이 나는가 하면 방첩사령관은 체포조 운용 관련 자료 삭제 지시를 내렸다가 간부들의 반발로 무산되는 등 증거인멸의 시도가 계속 밝혀지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이 전쟁세력들을 적발하기 위한 엄중한 수사와 심판이 필요하고 윤석열의 탄핵도 시급히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헌재에 보내는 의견서에서 △요건도, 절차도 갖추지 못한 12.3 비상계엄은 위헌 △내란주범 윤석열은 비상계엄 명분을 위해 전쟁까지 유도 △윤석열과 공범들의 전쟁유도 범죄는 그 죄질이 더욱 엄중함 등의 항목에 걸쳐 "헌법을 유린한 내란주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송두리째 파괴하려한 외환범죄자 윤서결을 신속히 파면하여 다시는 이와 같은 범죄를 시도조차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유도 내란주범 윤석열 파면 촉구 상징의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쟁유도 내란주범 윤석열 파면 촉구 상징의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평화연대에 이어 전국 360개 시민사회단체의 상설 연대체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전국 13개 지역 연대회의 및 27개 회원단체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윤석열 파면 촉구 시민사회단체 릴레이 기자회견에는 앞서 20일 전국 272개 문화예술단체와 5,000여명의 문화예술인 연대조직인 '윤석열퇴진 예술행동', 기후위기비상행동·기후정의동맹·종교환경회의 등 기후환경단체가, 19일에는 전국민중행동과 '윤석열OUT청년학생공동행동'소속 35개 청년단체, 전국비상시국회의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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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인용되면 ‘5월 중순’ 대선 유력…권한대행이 선거일 지정

이승준기자

  • 수정 2025-02-22 08:29
  • 등록 2025-02-22 06:00
    •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변론을 25일 종결하기로 하면서 탄핵이 안용될 경우 5월 중순 ‘장미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헌법과 공직선거법 등을 보면 파면 등에 따라 대통령이 궐위됐을 때 60일 이내에 후임자 선거를 하도록 돼 있다. 공식선거법 35조 1항은 선거일에 대해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하되, 선거일은 늦어도 선거일 전 50일까지 대통령 또는 대통령권한대행자가 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대통령 궐위 시에는 권한대행이 선거일을 정하고, 법에 따라 무조건 공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통상적인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 5월초 연휴 등을 고려하면 5월 중순 선거일 지정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가 25일 변론을 종결하면 재판관끼리 의견을 교환하는 평의와 최종 표결 절차인 평결을 거치고 결정문을 작성하는데,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결정까지 2주 안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변론 종결 뒤 결정까지 14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경우엔 11일이 걸렸다. 즉 3월10~14일 사이에 탄핵 인용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만약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대선은 그날부터 60일 이내인 5월 중순 이전에 치러야 한다.

    • 헌재가 예상보다 빠르게 결정을 내려도 4월말은 정당 입장에서 선거를 치르기에 빠듯한 일정일 수 있고, 5월초는 어린이날, 부처님오신날 연휴 때문에 선거일 지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고려하면 선거일은 5월 중순이 유력하다는 게 중론이다.

      공직선거법은 공직자의 임기만료에 따른 정상적인 선거의 경우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막론하고 선거일을 모두 주중인 수요일로 정하고 있다. 국민들의 투표 참여를 높이기 위해 유권자의 투표 의사가 휴일의 영향을 덜 받도록 일주일의 중간인 수요일을 선거일로 정해놓은 것이다.

    • 하지만 대통령 궐위에 의한 선거는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지 않아 꼭 수요일로 선거일을 지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5월 첫째주의 경우 5일 월요일은 부처님오신날·어린이날, 6일 화요일은 대체공휴일로 3~6일이 ‘황금연휴’다. 사전투표 일정과 투표 참여율을 높이려는 공직선거법 취지를 고려하면 그 다음주에 선거일을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엔 2017년 3월10일 헌재가 파면을 결정한 뒤 정확히 60일 뒤인 5월9일 화요일에 19대 대선이 치러졌는데 그 전주에 5월3일 부처님오신날, 5월5일 어린이날이 있었다. 당시 사전투표는 5월4~5일에 진행됐다.

    • 헌재가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무회의를 열어 선거일을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따라 예정보다 일찍 치러진 19대 대선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5일 뒤인 2017년 3월15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지정했다. 선거일 지정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없으나 중요한 안건이고, 선거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려면 국무회의를 거쳐야 해서 이같은 절차를 밟았다고 한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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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가 12.3 내란에 꽂은 비수... 사관학교 교육과정 살펴보니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항의하는 독립운동가 후손(윤기섭 선생의 외손자 정철승 변호사,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 증손자 이항증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공동대표, 지청천 장군 외손자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들이 2023년 9월 1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에서 ‘육사 명예졸업증’을 반납했다. ⓒ 권우성

현재 대한민국 사관학교 교육 내용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역대 독재정권은 군인, 경찰, 정보기관 등 무력을 앞세워 국민을 통제해 왔고 여기에 더해 우상화, 우민화 정책을 곁들였다. 이승만은 서울시를 자신의 호인 우남시로 만들려 했고 동상은 물론 화폐, 우표에도 자기 얼굴을 박아 넣는 등 봉건적 방식으로, 박정희는 위인 동상을 세우고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게 하는 등 훈육적 방식을 택했다.

이승만·박정희가 모든 국민을 상대로 했다면 이명박·박근혜는 뉴라이트를 지원하고 교과서를 통해 직접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왜곡을 자행했다. 물론 국민들이 강력히 저항하여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국정 교과서를 학교현장에서 막아냈지만, 윤석열 정권은 학교가 아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 듯하다. 바로 군대다.

2023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시도는 신원식의 개인 일탈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군인들을 자신들의 역사관으로 묶어 놓으려는 친일뉴라이트 세력의 발버둥이었다. 1993년 하나회가 숙청되었지만 우리 군대 안에 뿌리 깊은 사대의식은 여전하다.

즉 독립운동가들은 해방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에 주역이 아니며 창군에 실질적 역할은 일본군, 만주군 출신이 맡았으며 비록 그들이 친일의 오점이 있더라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육군이 백선엽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공군은 김정렬(1917~1992)을 여전히 공군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세력이 적지 않다(*김정렬의 친일행적은 <친일인명사전> 참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다시 떠오른 독립군 정통론

물론 한국 군대 안에는 독립군을 국군의 정통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없지 않았지만 여전히 소수파이다. 그러던 중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군의 독립군 정통론이 다시 떠올았다.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의 전통도 우리 육군사관학교 교과 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우리 군의 역사에 편입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2017년 8월 28일 국방부 업무보고, 대통령 지시)

"지난 삼일절,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독립군과 광복군을 이끈 영웅들의 흉상이 세워졌습니다.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과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의 정신이 여러분들이 사용한 실탄 탄피 300kg으로 되살아났습니다."(2018년 3월 6일 제74기 육사 졸업 및 임관식, 대통령 축사)

"육사의 역사적 뿌리도 100여 년 전 신흥무관학교에 이른다."(2019년 2월 27일 제75기 육사 졸업 및 임관식, 대통령 축사)

"100여 년 전 신흥무관학교에서 시작한 육군"(2019년 10월 1일 제71회 국군의날, 대통령 기념사)

"신흥무관학교에서 시작해 광복군으로 결실을 본 육군"(2020년 4월 11일 제101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 대통령 기념사)

지난 2018년 6월 8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독립군과 광복군의 전신인 신흥무관학교의 107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신흥무관학교는 1911년 6월 11일 이회영 선생이 세웠고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기념식은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 이희훈

그 결과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2017년 12월 '독립군과 광복군 그리고 국군'을 발간했고 2018년 6월 신흥무관학교 설립 기념식이 오랜 시도 끝에 처음으로 육사에서 개최되었다. 육군은 2018년 9월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를 제작해 약 11만 명의 유료 관객을 동원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공군은 창군 70주년을 맞아 2019년 11월 공군사관학교 교정에 광복군 출신 최용덕 장군(1898~1969) 동상을 건립했다.

그리고 2021년 8월 전 국민적 관심 속에 홍범도 장군 유해를 대전 국립묘지에 봉환했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이 같은 한국군의 독립군 정통론은 다시 공격받기 시작했고 그 상징적 사건이 육사 내 홍범도 장군 등 독립영웅 흉상 철거 시도였다.

이제 윤석열 파면 이후 국군의 독립군 정통론이 다시 논의된다면 동상 건립 같은 상징적 방식을 넘어 교육과정 개편 같은 실질적 방안이 다뤄져야 한다. 최근 필자는 육사·해사·공사·간호사관학교의 '교육과정집'을 통해 우리 헌법 전문에서 명시하고 있는 독립과 민주주의 교육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 검토했다. 그 결과 네 곳의 사관학교 모두 <한국사>라는 교과목이 1학년 교양필수로 지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를 한 학기 동안 교육하기에 그 안에서 독립운동사 교육은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 관련 과목은 해군사관학교와 간호사관학교에만 각각 전공필수, 교양선택으로 개설되어 있어 민주주의 관련 과목을 이수하지 않고 졸업하는 생도들도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사관학교 교육과정집 내용육사, 해사, 공사, 간호사관학교의 '교육과정집'에서 발췌 ⓒ 방학진

사관학교 교육과정 검토 과정에서 확인한 또 다른 사실은 2024년 1월 국방부 고위정책간담회에서 사관학교 교과 개정 방향을 논의하였고 그 결과 국가관·안보관 확립을 위한 핵심과목으로 전쟁사·북한학을 필수 과목으로 반영한 것이다.

신설된 전쟁사·북한학에서 어떤 교수가 어떤 내용을 교육했는지는 추가로 확인이 필요하지만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어떤 국가관·안보관을 심어주려 했는지 우려스럽다.

사관생도들, 수준 높은 민주시민 교육 받아야

공군사관학교 생도 당시 김정렬 동상 건립 반대에 동참했던 부승찬 의원은 독립군 정통론을 명확히 하기 위해 2024년 10월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제1조(목적) 이 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군, 한국광복군의 역사를 계승하고, 국민의 군대로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국군의 조직과 편성의 대강(大綱)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부승찬 개정안)

하지만 진정으로 독립군을 계승한 군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민주 군대가 되려면 상징적 조치에 더해 사관학교 교육 전반에 대한 관심과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 사관학교 설치법 제4조(교과)는 '사관학교의 교과는 군사학 과정과 일반학 과정으로 나누며, 군사학 과정에 관한 사항은 국방부장관이 정하고 일반학 과정에 관한 사항은 국방부장관이 교육부장관과 협의하여 정한다'고 하였다.

즉 사관생도들이 직업 군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은 물론 수준 높은 민주시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우리가 다시 만날 시대에는 사관생도들이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는 물론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현장을 찾아 유해 발굴을 돕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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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김정렬#신흥무관학교#독립군#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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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독일 총선, 트럼프 재선 충격에 비견되는 이유

  • 국제

  • 입력 2025.02.21 22:25

  • 수정 2025.02.22 08:10

  • 댓글 0

극우 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의 대두

보수CDU와 극우AfD 접근-유럽의 근심거리

극우 극좌 정당 득표 최근 20년간 최대 예상

그들 모두 우크라 지원과 러시아 제재 반대

거기에다 유럽을 흔드는 트럼프의 관세전쟁

흔들리는 극우정당 연립정부 배제 ‘방화벽’

23일 실시되는 독일 총선의 주요 정당들 후보(왼쪽 위에서부터) 독일 사회민주당(SPD)의 올라프 숄츠 독일총리,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공동대표 알리스 바이델, 기독교 민주연합(CDU)의 대표 프리드리히 메르츠, (아랫 줄 왼쪽부터) 녹색당 소속의 독일 경제 및 기후행동부 장관 로베르트 하베크, 좌익 포퓰리스트 정당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의 자라 바겐크네히트 공동대표, 자유민주당(FDP) 지도자 크리스티안 린트너. 2025.1.13. AFP 연합뉴스

 

극우세력의 대두, 세계 무역 및 우크라이나의 미래: 독일 선거가 중요한 이유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예상대로 전 세계에 충격파를 몰고 왔다. 하지만 이번 독일 총선거도 그에 못지 않은 중대사일 수 있다.

23일의 독일 총선거 나흘 전인 2월 19일 <가디언>이 이런 제목의 독일 총선 기사를 내보냈다. 주로 지도와 그래프 등 시각자료들을 통해 “독일 총선이(그리고 그 결과가) 유럽과 세계 전체에 왜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를 쉽고 간단명료하게 보여 준다.

유럽의 지정학적 정치경제적 중심인 독일

먼저 독일이 지정학적으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인구, 국내총생산(GDP), 연간 성장률 비교, 국가별 역대 정권의 평균 지속기간 등을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유럽 주변국들과 비교하며 보여 준다.

그리고 독일 정치상황을 극우 극좌 정당들의 득표율, 각 정당들의 이념적 좌표와 총선 전후의 세력 변화 예측도를 통해 보여준 다음 독일 경제의 위상을 EU 예산에 대한 기여도, 자동차의 대미 수출 비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규모 비교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를 몇 가지 항목으로 나눠 정리한다.

극우 정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의 대두

위치

독일은 유럽 무역 네트워크의 중심이자 정치의 중심이다. 영토의 크기 덕도 있지만 지난 수십년간의 경제적 성공, 정치적 안정 덕에 그렇게 됐다. 23일의 총선은 그런 독일의 신뢰성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우익, 특히 지난 총선서 약진한 극우 AfD(독일을 위한 대안)가 이번 총선에서 더욱 세력을 확장하게 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것을 예고한다.

 

유럽 중앙에 자리잡은 독일 가디언 2월 19일

독일 각 정당 지지율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위). 아래는 2021년 총선 당시의 지지율. 파란색이 극우 AfD, 검은색은 중도보수 기민련(CDU), 붉은색은 사민당(SPD), 녹색은 녹색당, 노란색은 보수 자유민주당(FDP), 보라색은 극좌 '좌파당' 기타. 사민당이 크게 줄고 AfD가 약진했다. 가디언

 

인구

EU(유럽연합) 최대의 영토국은 아니지만, 독일은 EU 국가들 중 가장 인구가 많다. 영국이나 프랑스보다 거의 2천만 명이 더 많고, 스페인과 폴란드의 2배인 8천 450만 명으로, EU의 작은 나라들 17개국 인구를 합친 것만큼이나 많다.

 

유럽 각국 인구 비교. 단위 1백만 명. 왼쪽부터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루마니아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스 가디언

 

가장 성공한 독일경제 최근 마이너스 성장세

경제

독일은 유럽 최대경제국이다. 단지 인구가 많아서가 아니다. 인구는 루마니아의 4배지만 경제규모는 15배가 넘는다. 하지만 최근 독일경제는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과 달리 2023년에 GDP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2024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일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각국 국내총생산(GDP) 비교. 가디언

 

2016년 이후 주요국의 연간 성장률 추이. 빨간색이 독일, 노란색은 프랑스, 갈색은 영국, 검은색은 이탈리아. 독일이 2023년에 마이너스 0.3%를 기록했다.

 

극우와 극좌 정당들 득표 최근 20년간 최대치 예상

정치

독일은 다양한 정치세력들간의 연합으로 폭넓은 공감대와 안정을 달성한 나라다. 2000년대와 2010년대에 독일 역대 정부들은 각기 평균 3.8년씩 집권했다.(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2005년 1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총리대행기간을 포함해 16년간 집권했다) 독일을 제외한 유럽 국가들의 정부들은 불안정해 영국의 평균 집권기간 2.1년을 빼면 모두 1년 남짓에 불과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정부도 2년을 채우지 못했고, 벨기에 정부들은 평균 6개월 정도였다.

그런데 그 독일이 지금 이웃국들, 특히 주변 독일어 사용국들에서 불었던 (정치 불안정의) 바람을 느끼고 있다. 이번 총선은 중도 연립정권 붕괴와 양극단의 포퓰리스트 정치세력이 약진한 뒤 치러진다. 여론조사들은 극우와 극좌 정당들의 득표 합산이 최근 20년간을 통털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한다.

 

국가별 정권의 평균 지속기간

 

2000년대 이후 독일(빨강) 오스트리아(노랑) 이탈리아(검정) 네덜란드(갈색)의 극우 극좌 득표율. 독일 점선은 이번 총선 예상치.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이미 30%를 훌쩍 넘었고, 오스트리아와 독일도 30%를 향해 가고 있다.

 

약진할 AfD와 CDU의 접근, 유럽의 근심거리

특히 극우와 권위주의 색채가 짙은 AfD의 약진이 주목거리다. 2021년 연방선거에서 약진한 AfD의 약진이 이번 총선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AfD는 2025년에 독일이 유로(euro. 27개 EU 회원국 중 20개국이 사용하는 공동의 공식통화)를 버리고,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메르켈 전 총리가 이끌었던 중도(보수)우파 기독교연합(CDU/CSU)도 득세해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AfD가 연방의회의 의석을 두 번째로 많이 확보해 제2당이 되고, 극좌당들도 득표율이 약 1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CDU가 제1당이 되겠지만 AfD의 주장을 수용해 가고 있는 CDU의 집권이 유럽의 중대한 근심거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독일 각 정당의 이념적 좌표와 이번 총선 전후의 세력변화 예상도. 실선은 현재세력, 점선은 이번 총선 뒤의 예상세력. 좌표 세로축의 위쪽은 권위주의적, 아래는 자유주의적. 가로축의 왼쪽은 좌파, 오른쪽은 우파. 중도보수 기민련(검은색)은 이번 총선에서 더욱 세를 불려 제1당이 되고, 제2당인 중도좌파 사민당(빨강)은 제3당으로 떨어지고, 극우 AfD(파랑)이 이번 총선에서 약진해 제2당이 된다. 리버럴 좌파 녹색당(녹색)과 극좌 좌파당(보라)은 현재세력을 유지하고, 자유주의적 중도보수 자민당(노랑)은 크게 위축된다.

각 정당의 연도별 지지율 변화 추이. 검은 선은 기민련, 붉은 선은 사민당, 파란 선은 AfD, 녹색 선은 녹색당, 노란 선은 자민당, 보라색 선은 좌파당

 

유럽을 흔드는 트럼프의 관세전쟁

재정

독일은 EU 예산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나라로, 유로 체제의 핵심축이다. AfD는 독일이 유로를 버리고 EU에 대한 재정 기여도도 줄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가 관세로 EU를 위협하고 있는 시기에 EU를 이끌어야 할 독일의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다. “수백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보내는 유럽”이라는 트럼프의 원망은 유럽 최대 대미 자동차 수출국인 독일을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좋든 싫든 미국의 관세전쟁 최대 피해국이 될지 모를 독일은 미국 관세전쟁에 대처해야 할 유럽의 리더국이 될 수밖에 없다.

 

유럽 각국의 EU 예산 기여도.

 

유럽 각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 비교. 독일이 압도적으로 많다.

 

극우 극좌 모두 우크라 지원과 러시아 제재 반대

안보 군사

유럽과 세계질서를 흔들고 있는 트럼프에 대처해야 할 중심에 독일이 서 있다. 독일은 유럽 국가들 중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 지원국이며, 따라서 그와 관련한 발언권이 유럽 내에선 가장 크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해 EU 전체가 낸 지원금은 1150억 유로로, 미국 한 나라가 낸 1190억 유로에도 못 미친다. 극우 AfD와 신흥 좌파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 모두 우크라 지원에 반대하고, 러시아 제재에도 반대한다.

 

유럽 각국의 우크라이나 지원금 비교. 독일 영국 네덜란드 순으로 많고, 프랑스는 4번째다. 단위 10억 유로

 

흔들리는 극우정당 배제 ‘방화벽’

총선과 그 이후 전망

23일 총선 이후 어느 정당이든 단독집권은 불가능한 것으로 예측된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당수가 이끄는 중도보수연합 기민련(CDU/CSU)이 약 30%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돼, 그가 차기 독일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민련은 AfD 등 극우 정당과는 연립정권 구성하지 않는다는 ‘방화벽’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선거 캠페인 중에 메르츠가 AfD와 함께 연방의회에서 동의안을 통과시키려 했을 때 방화벽은 매우 위태로운 상태까지 갔다. CDU는 녹색당과의 연정 또는 사민당과의 ‘대연정’도 가능하지만, AfD와 그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표도 상당수 얻었을 것이다. 이는 기민련 중심 연립정권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 AfD 지지자들에게 구애한 메르츠의 연정에 AfD가 배제될 경우 그것이 자유주의(리버럴) 엘리트들 탓이라는 포퓰리스트들의 주장이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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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국 옥중기고 "데스노트 만든 노상원 일당, 살인예비·음모로 처벌해야"

 "축구영웅 차범근, 조국 재판부에 탄원서 제출해 '수거' 대상 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이른바 '노상원 수첩' 사건과 관련, 자신이 '수거 대상'으로 지목된 심경 및 이 사건을 수사기관이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형사법학자로서의 의견을 담은 기고문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조 전 대표는 이 글에서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노상원 수첩'에 등장한 배경에 대해, 차 전 감독이 자신을 위해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썼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현재 서울남부교도소에 수감 중인 조 전 대표의 육필 기고 전문(全文)이다. 굵은 글씨와 밑줄은 편집자가 강조한 부분이다.

ⓒ프레시안

 

원제 : '데스노트'를 만든 일당을 살인 예비·음모로 수사·처벌해야 합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A급 수거 대상'으로 기재됐고, 체포팀 '2조'의 첫 체포 대상이었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입니다.

 

윤석열을 우두머리로 한 내란세력이 저를 체포·구금 대상으로 삼았음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등의 증언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조국은 물론 '조 씨 일가' 그리고 500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수거' 대상으로 분류했다는 보도를 보고 경악하고 분노했습니다.

 

'노상원 수첩'에는 '수거' 후 조치 내용이 세밀하게 기재돼 있습니다. 모두 죽이는 방법입니다. 구금시켜 놓고 구금시설을 폭파하거나 화재를 일으켜 죽이기, 수류탄 등을 사용해 사살하기, 막사 안 잠자리에 폭발물을 설치해 죽이기, 음식물과 급수에 화학약품을 타서 죽이기, 주먹으로 때려죽이기, 그리고 확인시살까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런데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내란에 대한 수사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형법은 살인죄의 경우 기수와 미수는 물론 예비·음모도 무겁게 처벌합니다. '내란목적 살인죄'도 별도의 조항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실행의 착수가 없더라도, 살인을 예비·음모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처벌되는 것입니다.

 

이제 수사기관도 언론도 이 살인 예비·음모가 누구의 지시에 의해서, 누구와 함께 의논됐는지 파헤쳐야 합니다. 노상현의 '보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의 '보스'였던 윤석열까지 엄정하게 수사해야 합니다.

 

노상원은 검찰 조사에서 진술거부를 하면서도 '수거' 명단은 김용현이 불러준 것을 받아쓴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김용현은 혼자의 생각으로 이 '데스 노트'를 작성했을까요?

 

이와 관련, 정보사령관 불명예퇴직 후 무당으로 활동했던 노상원이 윤석열 정권의 공동 운영자이자 '앉은뱅이 주술사'였던 김건희와 '영적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노상원은 대통령경호처로부터 비화폰을 지급받았습니다.

 

이 끔찍한 범죄를 예비·음모한 자들은 광기에 사로잡힌 살인자들입니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고한 시민들을 각종 방식으로 죽이려 한 사이코패스들입니다.

 

한편 '노상원 수첩'에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님과 조국의 경우에는 '일가' 전체가 '수거' 대상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일가친척'이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일가'라는 개념은 상당히 광범위합니다.

 

'내란 일당'이자 '살인 일당'은 '문재인 일가'와 '조국 일가'를 '수거'해 씨를 말리려 했습니다. 이들이 문재인과 조국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동시에 얼마나 두려워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사감(私感)이 느껴집니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지휘한 검찰은, 그리고 대통령 윤석열의 뜻에 충실하던 검찰은 문재인 '일가'와 조국 '일가'를 털고 또 털었습니다. 찌르고 또 찔렀습니다. 베고 또 베었습니다. 그리하여 이 두 '일가'는 고통받고, 모욕당하고, 갇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두 '일가'는 죽지 않았습니다. 묵묵히 수사를 받았고, 그 결과를 감당했습니다. 그러자 노상원 등 '살인 일당'은 아예 죽여버려야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시 말합니다. 이들에 의해 문재인, 이재명, 조국, 이준석, 이해찬, 유시민, 김어즌 등이 살해될 뻔했습니다. '문 씨 일가'와 '조 씨 일가'도 그럴 뻔했습니다.

 

'노상원 수첩' 명단이 공개된 후, 많은 분들이 왜 축구영웅 차범근 감독의 이름이 명단에 들어가 있는지 의아했을 것입니다. 이에 밝힙니다. 차 감독님은 '조 씨 일가'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셨습니다. '내란 일당', '살인 일당'은 이렇게 집요하고 치밀했습니다. 이 글을 빌려 차 감독님께 감사 인사와 함께 송구한 마음을 전합니다.

 

노상원 수첩은 윤석열이 이끈 내란 일당이 얼마나 광포(狂暴)한 집단인지 생생히 보여줍니다. 이들이 하려고 했던 범죄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악행을 다 모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혹독하고 폭압적인 '겨울공화국' 수립을 도모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언급을 회피합니다. 한국의 보수는 급속히 극우화·파쇼화됐습니다. 정상적 보수라면 극우파쇼와 결별해야 합니다. 'A급 수거대상' 정치인들은 연대하고 단결해 극우파쇼를 물리쳐야 합니다.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세력은 보수가 아닙니다. 쿠데타와 학살을 도모한 범죄집단일 뿐입니다. 루쉰은 말했습니다. "사람을 무는 개라면 땅에 있건 물 속에 있건 때려야 한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전 국회의원·법무부 장관) 최근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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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변론 종결 눈앞, 동아일보 “이젠 결정과 승복의 시간”

[아침신문 솎아보기] 헌법재판소, 25일 변론 종결, 조기대선 가능성도

중앙 “승복의 시간”… 경향·한겨레 “파면 사유 차고 넘쳐”

여야정 협의체 빈손… 반도체 주 52시간 예외 적용 관건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국정원 개입설? 조선 “터무니 없어”

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5.02.21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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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25일 최종진술을 끝으로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이르면 오는 3월 탄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국론 분열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판결에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한겨레·경향신문은 파면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동아 “尹 변명으로 일관, 여론전 펼쳐”… 경향 “파면해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은 지난 20일 10차 변론에서 25일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대리인단과 국회 대리인단에 약 2시간씩 최종 의견을 개진할 시간을 부여할 예정이다. 마지막 변론에서도 윤 대통령은 국회의원 체포 지시가 아닌 ‘동향 파악’을 명령했다고 주장했으며,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차장의 증언을 ‘탄핵 공작’이라고 하며 본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도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등 윤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한국일보 1면 <한덕수 “국무회의 흠결” 尹측 “비상상황”>에 따르면 한 총리는 20일 변론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는) 통상의 국무회의와 달랐고 실체적 흠결도 있었다”고 했다.

▲21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중앙일보는 결과에 대한 승복을, 한겨레·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탄핵을 주문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尹 탄핵 심판, 25일 최후진술… 이젠 결정과 승복의 시간>에서 “(윤 대통령은) 끝까지 본인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날까지 10차례의 변론에서 윤 대통령 측은 ‘계엄령이 아닌 계몽령’ ‘의원이 아닌 요원’ ‘호수 위 달그림자를 쫓는 느낌’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계엄의 실체보다는 재판의 절차적 문제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일종의 여론전을 펼쳤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재판은) 또다시 이런 사태가 빚어져선 안 된다는 차원에서 향후 헌법적 판단의 기준이 될 역사적 심판”이라며 “헌재는 오직 헌법과 법률, 증거에 입각해서 공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어떤 결정이 나와도 모두 승복해야 한다. 그래야 흔들리는 헌정 질서를 지금이라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사설 <탄핵심판 증인신문 마무리, 이젠 판결과 승복의 시간>에서 “계엄 사태의 충격과 혼란이 수습될지 많은 국민이 헌재를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헌재가 어떠한 결론을 내려도 승복하겠다는 공감대가 조성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헌재 결과에 대통령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언급해 다행스럽긴 하지만, ‘다만 결정이 최대한 공정하고 적법하게 되기를 촉구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헌재의 최종 판단과 결론에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21일 경향신문 사설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경향신문은 사설 <‘윤석열 궤변’ 끝까지 다 탄핵된 헌재 변론, 파면 뿐이다>에서 “총 16명의 증인신문과 헌재가 증거로 채택한 내란 사건 피의자들의 검찰 진술 조서를 통해 윤석열의 궤변은 족족 탄핵당했고, 12·3 비상계엄 위헌·위법성은 넉넉히 입증되었다”며 “대통령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마지막 양심과 예의도 아니고, 파렴치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전 국민이 실시간으로 목격한 그날의 진실을 궤변과 책임 전가, 모르쇠로 덮을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망상”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윤 대통령 탄핵 당위성 굳힌 마지막 증인신문>을 내고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하고 경찰이 봉쇄하는 생생한 현장을 온 국민이 지켜봤다. 헌재 탄핵심판에서도 이젠 더 이상 확인할 게 없을 정도로 윤 대통령의 파면 사유는 차고 넘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3월 중순 탄핵을 인용하면 5월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동아일보는 2면 <尹 탄핵심판 3월 중순 선고 가능성… 인용땐 5월 대선> 보도에서 “헌재는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2004년과 2017년 변론 종결 후 각각 14일과 11일 후 기각, 인용 결정을 각각 내렸다”며 “헌재가 25일 변론을 종결하면 3월 중순에 선고가 내려지고 5월 중순에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하면 대선은 60일 이내에 치러야 한다”고 했다.

▲21일 중앙일보 5면

윤석열 대통령에겐 탄핵심판 뿐 아니라 형사재판도 남아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형사재판에 첫 출석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5면 <형사재판 첫 출석한 윤, 아무 말도 안 했다… 13분만에 종료>에서 “윤 대통령은 재판 내내 공식 발언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윤갑근 변호사는 ‘변호인들이 충분히 의견을 개진했고, 쟁점이 절차적 요건이어서 특별히 말씀하실 게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추가적인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는 1면 <“국군통수권자 안전만 생각하라” 윤, 김성훈에 ‘방탄 문자’ 보냈다> 보도에서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게 영장 집행 방해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체포영장 집행을 막고, 김 차장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행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21일 한국일보 사설

조기대선에 중도보수 선언한 李

조기대선 국면이 찾아온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밝혀 논란이다. 한국일보는 사설 <이재명 “중도보수” 선언… 속 빈 논쟁 아닌 실천 담보돼야>에서 “이 대표는 중도보수 선언이 지지층 확장을 위한 선택임을 감추지 않는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 역할도 우리 몫이 돼야 한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며 “속 빈 이념 논쟁이나 선거공학적 전략에 그치지 않도록 자신의 선언을 뒷받침할 구체적 정책을 내놓고 실천을 담보하길 바란다”고 했다.

세계일보 역시 사설 <李 “민주당은 중도·보수”… 말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를 내고 “조기 대선을 의식해 30%대 박스권 지지율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당내 공론화 과정도 없이 독단적으로 정강과 정책을 뒤집는 듯한 발언은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이 대표가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정체성부터 확립하고 반시장·반기업 행보부터 끊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21일 조선일보 칼럼

최재혁 조선일보 정치부장은 칼럼 <이재명, ‘사법 리스크’ 못지않은 ‘신뢰 리스크’>에서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해 감세 등 중도를 겨냥한 정책을 쏟아낸다고 해도 ‘믿을 수 있나’라는 의심에 막힌다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못 믿을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것인지 여부는 결국 이 대표 하기에 달렸다”며 “입으로는 중도와 보수를 외치는데 ‘성장’의 뒷다리를 잡는 모순이 반복되면 ‘신뢰 리스크’ 해소는 요원하다”고 했다.

노동시간 단축에 반도체 경쟁력 약화? 경향 “편협한 인식”

지난 20일 여야정 4자회담이 빈손으로 끝났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에서 회담을 진행했으나 추경·반도체 업종 주 52시간 예외 적용 문제, 연금개혁 등 쟁점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여야 책임론이 불거지는데, 구체적 방안에 대해선 차이가 크다. 중앙일보·세계일보 등은 반도체 업종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경향신문은 노동시간 단축 때문에 반도체 업종 위기가 왔다는 건 편협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21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사안인데도 여야는 정략과 정쟁에 매몰된 채 네 탓 공방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며 “발등의 불인 반도체특별법도 연구개발인력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에 발목이 잡혀 아무 진전이 없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당리당략에 매몰된 정치권은 서로 손가락질하기에 바빴고,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시점에 궁지로 몰리는 국민은 안중에 없었다”며 “반도체특별법은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합의가 관건이다. 얼마 전 근로시간 유연 적용을 수용하는 듯한 전향적 발언을 내놨던 이 대표가 당내 반대와 노동계 반발에 급선회한 뒤 협의가 교착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세제 지원 등 합의된 것부터 입법하자는 민주당에 맞서 국민의힘은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규정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며 “구동존이(공통점을 추구하고 차이점은 그대로 둔다는 뜻) 자세를 버리고 끝내 전체 협상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에 유감을 표한다. 노동시간 단축이 반도체 위기를 초래했다는 편협한 인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반도체 경쟁력 강화가 ‘주 52시간 노동 예외’ 법제화 문제로 좁혀질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21일 조선일보 2면

조선일보 북한군 인터뷰 국정원 공작설? “터무니 없다”

우크라이나 포로가 된 북한군을 인터뷰해 화제에 오른 조선일보가 2면 <키이우 4번 찾아… 대통령 인터뷰보다 값졌던 포로 인터뷰>에서 인터뷰 취재기를 전했다. 인터뷰를 위해 조선일보 내 인맥이 총동원됐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북한군 포로를 직접 만나기 위해 우크라이나 취재 경험이 있는 편집국 내 여러 기자들이 총동원됐다. 이들이 가진 우크라이나 내 인맥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언론, 재계 인사들과 전방위로 접촉하며 북한군 포로에 접근할 방법을 물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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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어렵사리 마련된 우크라이나군 고위 인사와의 만남에서 기회가 열렸다”며 “0대화 과정에서 ‘북한군 파병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인들도 있다’고 하니 그는 ‘여기 우리가 생포한 포로도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놀라워했다. 그리고 곁의 부관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직접 포로를 만나 보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인터뷰 과정에 한국 정부의 개입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조선일보는 “이 모든 과정은 우리 정부에 비밀로 했다”며 “국내 정치 상황들이 빠르게 바뀌면서 관련 부처들이 북한군 포로 취재와 관련해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는 인상을 받아서다. ‘우리 정부가 연관되어 봤자 이 취재는 물론 정부에도 민폐가 된다’는 판단이 취재팀 내부에서 나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부제목에서도 “국정원 기획? 터무니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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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 대상' 신부의 예언 "'윤석열 파면' 선고가 귀에 들린다"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인국 신부가 지난 19일 충북 음성군 생극성당 사제관에서 <오마이뉴스> 창간 25주년 기념인터뷰를 진행했다. ⓒ 권우성

'거리의 사제' 김인국 신부(62, 충북 생극성당 주임신부)가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윤석열 12.3 내란 사태 등에 대해 발언했다. ⓒ 오마이뉴스

"윤석열이 '윤석열' 했고, 우리는 우리답게 안과 밖에서 제 할 일을 했습니다."

'거리의 사제' 김인국 신부(62, 충북 생극성당 주임신부)의 '12.3 윤석열 내란사태'를 보는 눈은 명쾌했다.

'윤석열이 윤석열 했다'는 건 윤 대통령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제 무덤을 팠다'는 의미다. 그는 이번 사태를 사목 일선에서 물러나 산골짜기에 은거하는 노(老) 사제로부터 들은 '줄탁동시(啐啄同時)'에 빗대기도 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부리를 모아 동시에 껍데기를 깨며 힘을 합치듯 시민들이 계엄을 막기 위해 안과 밖에서 제 할 일을 다했다는 얘기다.

김 신부는 '거리의 신부' '정의의 사제'로 불린다. 그의 시선과 몸은 늘 험한 곳, 고달픈 이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가 함께했던 사람들도 미군기지가 들어선 평택 대추리 마을 주민들, 용산참사 유가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세월호 유가족들이었다.

김 신부는 최근까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아래 사제단) 50주년 준비위원장으로 대표직을 수행했다. 사제단은 윤석열 출범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 2023년 3월, '윤석열 정권 퇴진'을 주장하고 매주 시국 미사를 벌여왔다. 이에 대해 그는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도화선이 됐다"라며 "기념사에 담긴 일본과 미국을 포함한 부자와 강자에 대한 지독한 편애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선을 넘었다고 봤다"고 말했다.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오마이뉴스> 창간 25주년 기념인터뷰를 통해 12.3 내란에 대해 "윤석열을 앞세운 수구 기득권세력은 '억지'로 우리에게 대들었고, 우리는 '순리'로 그들에게 응답하는 중"이라며 "결국 마음이 부드럽고 세상을 책임지려는 사람들이 승리하며, 기승전이 지나 결말이 오고 있다"고 예언했다. ⓒ 권우성

계엄 직전인 지난해 11월 28일에는 천주교 사제 1466인과 함께 시국선언문을 통해 '헌법 준수와 국가 보위에서부터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그래서였을까? 김 신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TV를 보다 갑자기 정규방송이 중단되더니 '뉴스 속보' 자막이 뜨자 "순간적으로 '윤석열이 사임하는구나!' 생각했다. 깨끗하게 물러나는 줄 알았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유에 대해 "뭐든지 제 맘대로 되지 않으면 못 참는 사람이고 총칼을 들이대고 세상을 무법천지로 만들지 않고서는 종래의 '개 버릇대로' 살 수 없어 최후의 수단으로 그랬던 것"이라며 "말하자면 쉬운 한 방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2.3 내란사태의 핵심 인물 중 한명인 노상원의 수첩에 사제단이 '수거 대상'으로 적시된 데 대해 "그동안 죽을 줄도 모르고 막 떠들고 다녔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라면서도 "명단에 들어갈 만큼 역할을 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내란 세력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굉장히 무서운 계획을 꾸몄는데 많은 사람들이 단지 '실행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잔인함을 못 느끼고 있다"며 "아직도 그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일부 개신교 단체들이 '반탄핵'을 외치는 사람들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는 "이후 어떤 어둠이 밀려올지는 노상원의 수첩이 다 얘기해 준 거 아닌가?"라며 "기세 있게 민주주의의 진도를 나가고 그 효능을 보여주면 거기에서 얻어지는 결과에 따라 잡음도, 분열도 치유가 될 것"이라며 원칙을 강조했다.

탄핵 심판의 전망에 대해서는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선고가 귀에 들린다"고 단언했다. 아래는 지난 19일 음성군 생극성당 사제관에서 이뤄진 인터뷰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억지와 순리의 격돌

▲ "윤석열이 '윤석열' 했고, 우리는 우리답게 안과 밖에서 제 할 일을 했습니다." ⓒ 권우성

-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시작된 현 시국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윤석열이 '윤석열' 했고, 우리는 우리답게 안과 밖에서 제 할 일을 했습니다. 12·3 내란 당시 외국에 계시다가 내란수괴가 구속되고 헌재 변론이 시작된 다음 귀국하신 어떤 노장 스님은 '그건 윤석열의 회향이었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회향'은 자신이 마련한 공덕을 세상에 돌리는 일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윤석열이 알아서 제 무덤을 팠으니 맞는 말이지요.

사목 일선에서 물러나 산골짜기에 은거하는 노 사제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하셨습니다. 그가 비상계엄을 발령한 것도, 우리가 두 시간 반만에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시키고 여태껏 진행 중인 빛의 혁명도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부리를 모아 동시에 껍데기를 깼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이 '윤석열' 했고, 우리는 우리답게 안과 밖에서 제 할 일을 했습니다."

-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밤, 뭘 하고 계셨나요.

"평소라면 벌써 잠자리에 들었을 시간인데 그날 밤, KBS '시사기획 창'에서 산림청의 산림 파괴를 고발한다고 해서 시청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규방송이 중단되더니 '뉴스 속보'라는 자막이 떴어요. 순간적으로 '윤석열이 사임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깨끗하게 물러나는 줄 알았지요.

근데 웬걸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사제관에서 혼자 비상계엄 포고령을 듣고 있자니 소름이 돋았습니다. 서둘러 집을 나섰다는 사람으로부터 '신부님도 몸을 피하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그냥 있었습니다. 국회의장이 '안심해라,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고 했지만 끝내 눈을 붙일 수 없었습니다. 누군들 그러지 않았겠습니까."

- 왜 피하지 않으셨나요?

"당시에는 아무리 그래도 '우리 같은 사람까지 (어떻게 하겠어?)' 하는 생각도 했고, 신부가 성당을 지키지 않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 그런데 12·3 내란 사태의 핵심인 노상원 수첩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수거 대상'으로 적시돼 있었습니다. 등급을 나눠 500명 정도를 수거 대상자로 분류했습니다. 뉴스를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그동안 죽을 줄도 모르고 막 떠들고 다녔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사실 중앙정보부 이래 웬만한 신부들은 늘 감시와 도청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뭐 잡아가면 잡혀가면 그만이지' 하고 쉽게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만일 (노상원 수첩에 있는 대로) 일이 벌어졌다면 피신하지 못한 걸 좀 후회했을 것 같습니다. 다른 한편으론 명단에서 빠지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명단에 들어갈 만큼) 역할을 했다는 것 아닌가요?"

- 일시적으로 체포·구금은 하더라도 '수거 대상'까지 계획을 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 아니었나요?

"그 점에서 우리가 아직도 그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너무 몰랐고 지금도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사생결단으로 반드시 처단하겠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굉장히 무서운 계획을 꾸몄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단지 '실행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잔인함을 못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오마이뉴스> 창간 25주년 기념인터뷰를 통해 12.3내란의 실패 이유에 대해 "윤석열과 반란 세력들이 세상 물정을 몰랐고, 시민들과 군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도 "이런 모든 걸 고려하면 정말 하늘이 도왔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권우성

- 왜 계엄이 일어났다고 보십니까.

"윤석열로서는 그것 말고 다른 수가 없었다고 봅니다. 말하자면 쉬운 한 방을 선택한 것이지요. 윤석열은 뭐든지 제 맘대로 되지 않으면 못 참는 사람이고, 우리는 다른 건 몰라도 불의만은 못 참는 사람들입니다.

한국인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주면 주는 대로 받아서 먹고 입는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척사파도 싫다, 개화파도 싫다, 우리는 개벽파다' 하는 식으로 동학 이래 세상을 뒤집어엎는 실력을 키워왔습니다. 미련해서 세상 물정에 어두운 윤석열은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해서 계엄을 했습니다. 그런 걸 못 참는 우리는 우리 성품대로 맨몸으로 군을 막고 계엄을 무산시켰습니다.

비상계엄을 발령한 쪽은 총칼을 들여대고 세상을 무법천지로 만들지 않고서는 종래의 '개 버릇대로' 살 수 없어 최후의 수단으로 그랬던 것이니, 12월 3일 이래 지금껏 진압되지 않고 있는 '내란'은 그의 억지와 순리의 격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을 앞세운 수구 기득권세력은 '억지'로 우리에게 대들었고, 우리는 '순리'로 그들에게 응답하는 중입니다. 물론 그들은 계엄을 설렁설렁 준비하지 않고 철두철미하게 했습니다."

- 준비를 철두철미하게? 그랬는데 왜 실패한 걸까요?

"윤석열과 반란 세력들이 세상 물정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어떻게 반응할 건지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명령을 집행하는 군인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도 빠뜨렸습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하늘이 도왔다고 봅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도 단전이 이루어졌다면 5분 차이로 불가능했을 수 있다고 하지 않나요? 그 5분을 위해서 헬리콥터 출동이 30분 늦어졌고, 군인들이 좀 뭉그적거렸고, 시민들은 그야말로 초 단위로 달려왔고. 이런 모든 걸 고려하면 정말 하늘이 도왔다고 말할 수밖에 없죠."

가장 앞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친 이유

- 2023년 3월 20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평화를 염원하는 시국 미사'를 통해 윤석열 출범 1년도 채 되지 않아 윤석열 정권 퇴진을 주장했습니다. 1년도 안 된 정부에 대해 정권 퇴진을 전면에 내건 이유가 무엇인지요?

"'3·1절 기념사'가 도화선이 됐습니다. 기념사를 들으면서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선을 넘었다'고 봤어요. 기념사에 담긴 일본과 미국을 포함한 부자와 강자에 대한 지독한 편애가 불러올 결말이 눈에 선했습니다. 빈자와 약자에 대한 하느님의 편애를 아는 우리로서는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3·1절 기념사'와 '강제동원 배상안'은 일본 극우들의 망언·망동에 뒤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 역사적 면죄에 이어 일본으로 건너가 아낌없이 베풀었는데 빈털터리로, 그것도 가해자 일본의 훈계만 잔뜩 듣고 돌아왔습니다. 무례한 처신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대통령이지만 굴종·굴신으로 온 겨레에게 굴욕과 수모를 안긴 죄는 너무 무겁습니다.

사제단은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1974년 사제단을 창립하던 당시 독재자 박정희와 맞붙던 비상한 각오로 윤석열과 싸우자고 결의했습니다. 그래서 '친일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개막하고 그에게 실격을 선언하고, 퇴장을 명령했습니다.

그때가 사제단 출범 50주년을 1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50년 전에 우리 선배들이 그랬듯이 목숨을 내놓고 싸워야 된다고 한 것이지요. 사제단은 윤석열 정부가 청사에 길이 빛나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2022.8.29)했었어요. 이태원 참사로 퇴진 목소리가 드높아졌을 때도 우리의 생활 방식을 먼저 뜯어고치자(2022.11.14)며 기대를 접지 않았었지요."

▲ "결국 마음이 부드럽고 세상을 책임지려는 사람들이 승리합니다. 기승전이 지나 결말이 오고 있습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선고가 귀에 들립니다." ⓒ 권우성

- 이후 매주 월요일마다 시국기도회를 했습니다. 분위기는 어땠나요?

"덜덜 떨면서 한 건 아니지만 크게 긴장하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국미사를 하며 돌아다니며 각 지역 교회의 반응은 '어서 오십시오!' 혹은 '잘한다, 고맙다' 보다 '도대체 신부님들이 왜 이러십니까?' 하는 소리를 더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 눈에는 다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게 안 보이나' 했습니다. 그래도 '못되게 사람들을 무시하고 깔보는 저런 엉터리가 어디 있어' 하는 생각에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예언적인 몸부림'이 된 겁니다."

- 계엄 직전인 지난해 11월 28일 천주교 사제 1466인 시국 선언문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에서 "헌법 준수와 국가보위부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증진까지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합시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치 계엄 사태를 예견했던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선언문에서 윤석열을 '거짓의 사람'이라고 규명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 이후 총 19건의 성명서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내란 직전에 낸 결론이 '사람이 어째서 이 모양인가!'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있는 것도 없다 하고, 없는 것도 있다고 우기는 '거짓의 사람'/ 꼭 있어야 할 것은 다 없애고, 쳐서 없앨 것은 유독 아끼는 '어둠의 사람'/ 주먹만 앞세우는 '폭력의 사람'/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은 마구 흩어버리는 '분열의 사람'/ 사익의 허수아비요 꼭두각시/ 파괴와 폭정, 혼돈의 권력자/ 성경의 표현을 빌리면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다니엘서 7장 7절)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태생적 한계인 '탐진치貪瞋痴'(탐욕, 폭력성, 어리석음)를 이렇게 골고루 갖추기도 힘든데 참 특이한 인물이라 심법을 익히는 데 큰 공부 거리로 삼을 만하다고 봅니다.

사실 이 사람은 2016년 촛불 시민들의 '위력과시'에 놀란 기득권 세력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카드였습니다. 수구의 적자, '박근혜'가 끌려 내려가는 걸 본 유사 왕정 체제의 신봉자들이 한 번 더 밀리면 큰일 나겠다고 총결집해 수준 미달·함량 미달의 윤석열을 내세운 것이지요. 간발의 차이로 정권을 되찾았지만, 탐진치라는 자기모순에 빠져 결국 자승자박하고 말았다고 생각합니다."

- 탄핵 심판이 거의 마무리 단계로 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 상황과 이후를 전망한다면요?

"12·3 내란 이후 장편 오페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대 위에 올라온 갖가지 배역을 맡은 배우들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고, 이에 서로 다르게 반응하고 대응하는 기세도 흥미롭습니다. 선을 행사하는 사람들(發善)도 있고, 악한 기운을 쓰는 사람들(發惡)도 있습니다. 결국 마음이 부드럽고 세상을 책임지려는 사람들이 승리합니다. 기승전이 지나 결말이 오고 있습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선고가 귀에 들립니다."

폭정 속에 자라난 봄의 새싹

- 응원봉 집회와 남태령의 기적 그리고 키세스 시위까지 과거의 운동 양태와는 다른 시위들이 펼쳐졌습니다. 2030 여성들의 시위 참여가 광장을 뜨겁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 양상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국제사회는 '나라가 어두우면 집에서 가장 밝은 것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한국 시민들'을 찬탄하고 있습니다. 혼돈과 절망을 회복과 희망의 때로 바꾸었으니 참으로 놀랍고 고맙지요. 우리 교회가 늘 얘기하는 역설이 '죄가 많은 곳에 은총도 많다'는 것입니다. 윤석열의 죄로 응원봉을 든 청년들이 광장으로 나서서 타인의 어려움을 자기 이야기로 듣기 시작했다는 얘기입니다. 윤석열의 폭정 속에 자라난 봄의 햇마늘 싹 같은 것입니다."

▲ 지난 2024년 12월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투쟁단’과 시민들이 ‘윤석열 체포’'사회대개혁'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 또 한편에는 서부지법 폭동 등 헌법을 부정하는 파시즘적인 행태가 보이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이런 행태들이 나타나는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시민들이 무지갯빛 응원봉을 노동자·농민·소수자와 연대하는 빛 혁명의 도구로 삼자, 반대편에서 경광봉을 들고나온 것도 참 웃겼습니다. 유사 왕정 체제를 지속하려는 사람들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폭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도약이 아니라 스스로 독약을 마시는 행동입니다. 경광봉은 개인의 행동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이죠. 전체주의, 유사 왕정 체제를 지속하려는 사람들다운 선택입니다. 나라가 두 쪽이 나서 싸우는 것 같지만 어느 쪽이 국제사회에 감동과 영감을 주는지는 분명합니다. 앞으로 나아갈 진로가 도무지 보이지 않고,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으니 자폭하는 수를 택한 것이라고 봅니다."

- 일부 개신교 단체들의 '반탄핵'을 외치며 대중을 규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고, 우려가 높습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이 극우를 제도권 안으로 깊숙하게 끌어들였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앞으로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이들을 향해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보십니까.

"개신교만의 책임이 아닌 종교 전체의 책임입니다. 우리 종교가 민주주의에 기여할 바가 있나, 그런 부끄러운 생각도 상당히 듭니다. 종교마다 자기 살림만 하지 세상을 바꾸는 데 관심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덩달아 중립이라는 병에 걸렸습니다. 정치에 중립이 어디 있습니까, 강자 편을 드는 거지요.

싸움은 시작됐습니다. 물러날 수가 없습니다. 물러날 자리가 없어요. 여기서 밀리면 신부들은 백령도 가다가 퐁당 빠져도 괜찮은데, 우리 사회 전체가 그렇게 되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가만히 있으면) 이후 어떤 어둠이 밀려올지는 노상원의 수첩이 다 얘기해줬습니다. 제발 민주주의의 기본을 밀고 나가기를 바랍니다. 기세 있게 민주주의의 진도를 나가고 그 효능을 보여주면 거기에서 얻어지는 결과에 따라 잡음도, 분열도 치유가 될 거로 생각합니다. 지긋지긋한 중립이라고 하는 병에만 걸리지 않으면."

(*다음 기사 김인국 "한국사회 위기 해법? 종교만 정신 차리면 나라 산다"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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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국신부#거리의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123내란사태#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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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B-1B 전개 연합공중훈련’ 실시

 백령도 등에선 ‘K-9 자주포’ 동원 해상사격훈련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02.20 17:05
  •  
  •  수정 2025.02.20 17:12
  •  
  •  댓글 0
 
지난해 11월 3일 제주 동쪽 해상에서 실시된 한미일 연합공중훈련. B-1B가 참가했다. [사진-합참]
지난해 11월 3일 제주 동쪽 해상에서 실시된 한미일 연합공중훈련. B-1B가 참가했다. [사진-합참]

한·미 양국이 20일 한반도 일대에서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미국 전략폭격기 B-1B가 동참했다.

국방부는 “이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시행된 ‘미국 전략폭격기 전개 하 한미 연합공중훈련’”이라며 “우리 공군의 F-35A, F-15K 전투기와 미국의 F-16 전투기 등이 참여했다”고 알렸다. 

“이번 훈련은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능력을 현시하고 한미 연합전력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했다”며, “한미 양국은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연합훈련을 지속 확대하여 한미동맹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양국은 조만간 연례 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를 실시할 예정이다.  

19일 한국군이 백령도 등에서 실시한 1분기 해상사격훈련. [사진-합참]
19일 한국군이 백령도 등에서 실시한 1분기 해상사격훈련. [사진-합참]

이에 앞서, 지난 19일 한국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대 6여단과 연평부대가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K-9 자주포 등을 이용해 1분기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은 “전투준비태세 유지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고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 소속 국제참관이 참관하여 정전협정 규정을 준수한 가운데 시행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서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사전 항행경보를 설정하고 주민간담회를 개최했으며 훈련 전 안전문자 및 안내방송 실시와 우발상황에 대비하여 주민대피 안내조를 배치하는 등 국민 안전조치를 선행한 가운데 안전하게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12·3 내란’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현 정권이 실시하는 군사훈련에 대한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일당이 ‘북풍 유도’를 통해 비상계엄을 명분을 얻으려 한 정황들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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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홍장원 흔들기, 내란 증거만 더 명확

  •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02.20 21:32
  •  
  •  댓글 0
 
 

윤석열이 홍장원 메모의 신빙성을 흔들기 위해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서 ‘탄핵 공작’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홍장원이 메모 실물을 직접 공개하며 체포 지시가 실제 존재했음을 입증했고, 윤석열의 해명은 점점 모순으로 가득 차고 있다.

윤석열은 "체포 지시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격려 전화였다", "간첩 색출을 의미한 것이었다"라고 말을 바꿨다. 그리고 이번 변론에서는 "홍장원이 해임되자 탄핵 공작을 기획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탄핵 공작’ 주장했지만… 홍장원, 메모 실물로 반박

윤석열은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나와의 통화를 왜곡해 내란과 탄핵 공작을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장원은 메모 실물과 작성 과정을 요약한 A4 용지를 직접 증거로 제시하며 반박했다.

홍장원은 "이 메모는 계엄 당일 방첩사령관이 직접 불러준 체포 명단을 기록한 것"이라며,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윤석열의 지시 이후 체포 작전이 진행될 계획이었다"고 증언했다. 체포 명단의 내용이 방첩사 내부 문건, 여인형 전 사령관의 포렌식 자료, 조지호 경찰청장의 검찰 진술과도 일치한다.

국민의힘의 ‘CCTV 공개’… 체포 지시를 덮으려는 시도

윤석열 측은 이날 국민의힘이 공개한 국정원 CCTV를 근거로, 홍장원의 메모 작성 장소가 ‘공관 앞 공터’가 아니라 ‘국정원 청사 사무실’이었다고 주장했다.

CCTV 화면에 따르면, 홍장원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43분 국정원장 공관에 도착해 오후 10시 56분 공관을 떠난 후 10시 58분 국정원 청사 로비를 지나갔다. 즉, 홍장원이 ‘공관 앞 공터’에서 메모를 작성했다고 증언한 시각과 약 8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장원은 "기억을 보정해보니 사무실에서 적은 것 같다"며 장소에 대한 착오는 인정했지만, "체포 명단이 존재하고,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방첩사령관이 이를 전달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CCTV가 입증하는 것은 홍장원의 동선 변화일 뿐, 체포 명단의 존재 여부와는 무관하다.

국민의힘이 CCTV 영상을 공개하며 홍장원의 신빙성을 흔들려 했지만, 이는 본질을 흐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전략일 뿐이다.

그러나 홍장원은 이에 대해 "12명은 확실히 기억하고 1~2명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리고 2명이 더 있었던 것 같아 추가했을 뿐, 핵심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즉, 체포 대상자 일부가 추가됐을 뿐 체포 작전 자체는 계획된 것이며, 이는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결국, 윤석열의 말 바꾸기가 ‘체포 지시’를 입증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정원이 홍장원의 신빙성을 공격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체포 명단과 윤석열의 내란 시도 정황이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체포 지시’는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마지막까지 체포 명단을 부정하려 하고 있지만, 이미 계엄 당시 체포 작전이 실제로 진행됐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체포 명단은 방첩사 내부 문건에서도 발견되었고,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포렌식 자료, 조지호 경찰청장의 검찰 진술과도 일치한다. 윤석열이 아무리 말을 바꿔도, 체포 지시는 결국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윤석열 정부의 내란 시도와 이를 은폐하려는 권력 남용은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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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원옥을 삶의 마지막까지 괴롭힌 마녀사냥꾼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2/20 08:10
  • 수정일
    2025/02/20 08:1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사회

  • 입력 2025.02.19 19:00

  • 수정 2025.02.19 19:30

  • 댓글 0

'윤미향에 속은 치매 걸린 할머니'란 최악 프레임

모독 속에 죽은 손영미와 재판서 밝혀진 진실들

평생 서로 믿고 사랑하던 동지들 갈라놓은 모략

끝내 윤미향 다시 만나 오해의 매듭도 풀지 못해

용서받을 수 없는 마녀사냥 주범들과 협력자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선생님이 지난 2월 16일 97세의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다. 길원옥 선생님은 단지 피해자가 아니었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위안부'의 진실을 알리고 여성 인권을 옹호하고 반전 평화의 가치를 강조한 활동가였다. 힘겹게 세상과 싸우는 사람들을 돕고 연대하는 데도 큰 관심이 있었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길원옥 선생님은 2011년에는 일본 동북부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당한 시민들을 돕는 후원 활동을 제안했었고, 2012년에는 세계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나비기금 활동을 시작해 콩고와 우간다 내전 등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들을 지원했고,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고 학업을 지원하는 것에도 열심이었다.

 

길원옥의 투쟁과 삶은 윤미향을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 사진 출처 윤미향 전 의원 페이스북

그런데 지금, 길원옥 선생님을 추모하고 기억하자고 말하는 수많은 언론이 대부분 침묵하고 외면하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길원옥 선생님이 2020년 족벌언론과 정치검찰이 주도한 '윤미향 마녀사냥'의 핵심적 피해자 중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당시에 마녀사냥꾼들은 '윤미향이 치매에 걸린 길원옥 등을 끌고 다니며 활동을 하고 기부를 하도록 강요했다'라고 했다.

실제로 당시 '윤석열 검찰'은 2020년 9월에 '길원옥의 심신장애를 이용한 기부 강요' 등을 이유로 윤미향 당시 민주당 의원을 준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윤미향 마녀사냥의 핵심을 이루며 족벌언론과 정치검찰이 짜놓은 이러한 프레임은 윤미향 전 의원과 위안부 피해자들에 이중의 의미로 잔인하고 악랄한 모독이었다.

첫째, 위안부 피해자들과 연대해 온 수십 년의 활동을 ‘할머니들을 이용하여 사욕을 챙겨 온’ 것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윤미향과 정의연 활동가들에 대한 지독한 모독이었다. 둘째, 일본의 전시 성범죄에 맞선 역사적인 저항을 ‘치매에 걸린 할머니들이 윤미향에 속아온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지독한 모독이었다.

이것은 수십 년간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투쟁해 온 사람들의 인간적 관계를 갈라놓고 파괴해버린 용납할 수 없는 비인간적 시도였다. 그러나 족벌언론들과 정치검찰이 앞장서고 나머지 대다수 언론이 그 뒤를 따라가고, 친윤석열·친검찰 지식인과 정치세력들이 나팔수가 되면서 거대한 마녀사냥의 쓰나미가 모두를 휩쓸었다.

 

길원옥 선생님의 시. 선생님은 농담과 노래를 즐기고 주변 사람들을 웃음짓게 해주는 분이었다. 윤미향 전 의원 페이스북

그 속에서 윤미향 의원은 '희대의 위선적 사기꾼'으로 낙인찍혀서 십자가에 매달리고 끝없는 돌팔매질을 당했다. 윤미향을 도와서 고령과 노환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봐온 정의연 마포쉼터 손영미 소장은 ‘할머니들을 속여서 돈을 빼돌렸다’라는 음해와 모독을 도저히 견뎌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난데없이 '윤미향과 손영미에게 속아서 돌아다닌 치매 걸린 불쌍한 할머니'가 돼버린 길원옥 선생님은 인생의 막바지에 오랫동안 정든 정의연 마포쉼터를 떠나서 양아들의 집으로 돌아가야 했고, 그 후 세 사람(길원옥, 윤미향, 손영미)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막상 재판이 시작되면서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년 전부터 정의연(정대협)에서 길원옥 선생님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자원활동가는 '모든 게 본인 의사에 따른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길원옥 할머니는 여느 할머니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셨다. 날씨가 춥거나 비가 오는 날 주변에서 수요시위 참석을 만류해도 내 목소리를 들려줘야 한다면서 참석을 강행하셨다." ('김복동의 희망' 운영위원 A씨)

길원옥 선생님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직접 간병한 요양보호사 A씨도 "할머니가 (치매로 인해) 헛소리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라고 증언했다. 치매 전문의사인 신경과 전문의도 '길원옥 할머니는 중증치매환자로 인지 및 의사결정 능력이 없었다'라는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며 '정상 생활이 가능했다'라고 확인해 줬다.

특히 검찰에게 유리한 보고서를 써주고 나서 검찰 측의 증인으로 불려 나온 전문의들조차 법정에서 길원옥 선생님의 활동 영상을 보고 나서는 당황하며 ‘의사 판단이 명료해 보인다’라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검사들은 길원옥 선생님의 양아들 부부를 증인으로 불러서 어떻게든 '길원옥의 치매와 윤미향의 사기'를 입증하려 했다.

 

윤미향 재판에서 길원옥 선생님에 대한 언론과 검찰의 프레임은 무너지고 진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두 사람도 길원옥 선생님이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평화와 인권을 위한 활동에 열심이셨고 행복해 하셨다"라고 인정했다. 또 두 사람은 매주 길원옥 할머니를 찾아와서 만나고, 수시로 통화하면서 길원옥 선생님의 정신 상태에 대해서 어떤 문제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론 양아들과 그 부인은 검사들의 목적과 주문대로 앞뒤가 안 맞는 진술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머니는 2014년부터 치매였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의연과 윤미향에게 이용당해 온 것이다. 북한 동포와 재일조선학교 등에 기부금을 낸 것도 정의연에 물들어서 그런 것이다.' 검사들은 자신들이 마구잡이로 압수해 간 수많은 자료와 윤미향-손영미 간의 사적인 문자 대화 등을 짜깁기해 이를 뒷받침하려고 했다.

그런데 검사들의 이러한 프레임과 두 사람의 진술은 지독한 논리적 모순이었다. 왜냐하면 그 증언이 맞다면 길원옥 선생님이 검찰의 부추김 속에 양아들 부부와 함께 '윤미향에게 속았다'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도 ‘치매에 걸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한 행동’이 되기 때문이었다. 검찰은 ‘선택적 치매 효과’라는 논리로 모순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즉, 길원옥 할머니가 더 젊었을 때 반전 평화와 여성 인권을 위해 한 활동은 전부 ‘치매에 걸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한 일’이고, 더 나이가 들어 노환이 심해진 상황에서 검사들의 프레임에 맞게 행동한 것은 전부 ‘가끔 제정신이 돌아오면 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논리는 당연히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2023년 2월에 나온 1심 판결에서 법원은 다른 대부분의 혐의와 함께 이 부분을 무죄로 선고했다. 같은 해 9월에 나온 항소심 판결과 지난해 나온 대법원 판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길원옥 선생님의 양아들이 형사 재판과 별개로 윤미향 의원에게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과 위자료 청구' 민사소송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초에 나온 판결에서 재판부는 '인권 옹호 활동과 기부행위 등은 길원옥 할머니의 의사에 의한 주체적인 행위'라고 판결했다. 이런 결과들에 대해서 당시 윤미향 의원은 누구보다도 기뻐하고 안심했다. 자신이 겪은 부당한 수사와 재판이나 마녀사냥의 지옥 같은 고통보다 길원옥 선생님에게 갈 피해를 더욱 걱정했었기 때문이다.

"제 사건으로 인해 정말 존경스럽게 운동을 하셨던 길원옥 할머니가 치매에 의해서 윤미향에게 끌려다닌 할머니, 아무 인식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시킨 대로 인터뷰를 하고, 기부를 한 할머니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었어요. … 그로 인한 고통이 저한테 굉장히 깊었어요. … 길원옥 할머니가 판결문에서 고귀한 존재로, 우리보다 훨씬 멋진 운동가로 자리매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물론, 일본 정부는 결코 사과하지 않고, 한국 정부는 제대로 노력하지 않는 속에서 고령에 접어들고 육체적으로 쇠약해진 길원옥 선생님의 정신도 갈수록 쇠약해진 것은 사실이고 자연스러웠다. 윤미향과 정의연도 이것을 숨긴 적이 없었다. 이미 2019년에 나온 영화 <김복동>의 마지막 장면은 길원옥 선생님이 김복동 선생님을 기억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거기서 길원옥 선생님은 김복동 선생님과의 추억이 희미해져 가는 것을 괴로워했다. "요즘에 갈수록 기억이 안 나요. 잊어버리는 약을 먹었나, 까맣게 몰라." 길원옥 선생님 양아들 부부는 지난 재판 과정에서 '어머니가 그토록 의지했던 손영미 소장님이 목숨을 끊은 것도 모르는 것 같다. 그게 차라리 나은 일일지 모른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길원옥 선생님의 부고를 접하고 윤미향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랑하던 이들에 대한 기억을 잃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그러나 더욱 비극적인 일은 마녀사냥꾼들이 짜놓은 프레임 속에서 길원옥 선생님이 검찰과 언론이 떠드는 ‘당신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동지라고 믿었던 윤미향과 손영미에게 이용당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인생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김복동, 길원옥, 윤미향, 손영미는 서로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면서 세계를 움직인 역사적 운동을 함께 만들었던 사람들이었다. 이 네 사람이 이제는 운영이 중단된 정의연 마포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함께 찍은 사진은 빛바랜 추억으로 남았다. 이 사진 속에서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 중에 3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이제 남은 것은 1명뿐이다.

2명은 끝내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고 죽어서도 친일 극우파들에 의한 '자발적 매춘부'라는 식의 비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명(손영미)은 '길원옥의 돈을 빼돌렸다'라는 공격을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고, 살아남은 1명(윤미향)은 지금도 '위안부 팔아서 앵벌이질한 마녀'라는 낙인과 멍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생 서로 믿고 사랑하던 동지들을 갈라놓는 것이 2020년 윤미향 마녀사냥의 가장 악랄하고 잔인한 측면이었다. 그토록 윤미향을 믿고 좋아하던 길원옥 선생님은 같은 하늘 아래 있으면서도 결국 끝내 윤미향을 다시 만나서 저들이 갈라놓은 오해와 불신의 매듭을 풀지도 못하고 떠났다. 이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결코 아물지 못할 상처와 한으로 남을 것이다.

 

2017년 8월 10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왼쪽)가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열린 음반 제작 발표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자 윤미향 정대협 대표가 웃고 있다. 2017.8.10. 연합뉴스

길원옥 선생님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언론의 수많은 기사와 사진들 속에서도 윤미향의 존재는 철저히 삭제되고 있다. 도저히 분리하기 어려운 게 두 사람의 관계와 함께 한 활동과 순간이었는데도 말이다. 오로지 조선일보만이 길원옥 선생님의 별세를 알리면서 또다시 '윤미향의 사기 혐의'를 언급하며 낙인을 찍을 뿐이었다.

이 마녀사냥을 일으켰던 자들, 주도했던 자들은 결코 용서받기 어렵다. 그 마녀사냥에 동참하던 이들, 침묵하고 방관하던 이들도 돌아봐야 한다. 이것은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이들이 거대한 벽을 무너뜨리고 다시 새로운 벽에 부딪혔던 감동적이면서도 슬픈 이야기다. 길원옥 선생님의 고달프면서 고귀했던 삶을 기억하고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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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수첩' 통해 알게된 12.3내란 사태의 성격과 본질

기자명

  •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02.19 16:14
  •  
  •  댓글 1
 
 

미국의 야욕에 철저히 맞춰진 윤석열의 내란
윤석열 내란에 대한 미국의 깊숙한 개입
내란 종식은 미국의 간섭을 벗어나야 가능

2024년 12월 4일, 여의도 국회 앞에 군 장갑차가 진입하고 있다. ⓒ뉴시스
2024년 12월 4일, 여의도 국회 앞에 군 장갑차가 진입하고 있다. ⓒ뉴시스

12.3 비상계엄, '경고성 조치'가 아니라 '전쟁을 위한 계엄'

노상원 수첩에서 드러난 내용을 보면 12·3 비상계엄이 단순한 ‘경고성 조치’가 아니라 철저하게 계획된 ‘쿠데타 시나리오’였음을 보여준다. 또한 단순한 정권의 위기 탈출이 아니라 사후 조치를 통한 영구 집권을 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첩에는 계엄을 장기화하고 영구 집권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담겨 있었으며, 야당과 진보 진영을 제거하기 위한 ‘예비 검속’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예비 검속은 반정부 세력으로 규정된 이들을 미리 체포해 계엄 이후의 저항을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다. 이승만의 보도연맹 학살, 1972년 박정희 유신독재, 그리고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과정에서도 활용된 이 방법은 독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장치였다.

ⓒ뉴스타파

체포 대상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 행정관 및 장관, 정책보좌관, 민주노총, 전교조, 정의구현사제단, 김어준 등 언론인, 김제동, 차범근 등으로, 이들을 A~D 등급으로 분류하고 ‘수거(체포)’한 뒤 ‘수집소’로 이송하는 구체적인 단계별 실행 방안이 기록되어 있었다. 특히 “포승줄 활용”, “그룹별로 묶지 말고 섞어서 이동” 등의 표현은 조직적인 검속 작전이 계획되었음을 보여준다.

체포 이후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무인도 수용 후 제거’, ‘GOP에서 사살’, ‘수장(수몰)’, ‘폭파’ 등 물리적 제거 방안이 포함되었고, 북과의 비공식 접촉을 통해 일부를 ‘북에서 조치’할 가능성까지 검토한 정황도 드러났다.

또한 출국 금지 조치, 계엄 장기화를 위한 ‘3선 개헌’, ‘국회의원 수 축소’ 등의 계획도 포함되어 있어, 계엄이 단순한 일시적 조치가 아니라 독재 체제 구축을 위한 시도였음을 보여준다.

윤석열 정권의 전략은 계엄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필연적인 선택으로 몰아가는 것이었다. 북과의 충돌을 필연적인 상황으로 조성한 뒤, 이를 명분으로 국내를 철저히 군사적 통제하에 두려 했던 것이다. 예비검속 명단이 사전에 작성되었고, 탄핵이 진행되기 전부터 주요 인사들에 대한 감시와 군사적 대비가 진행된 사실은 이 전략이 단순한 권력 유지 차원이 아니었음을 방증한다.

윤석열 내란과 미국의 깊숙한 개입

윤석열의 내란은 미국의 정치적 의도와 관련이 있다. 미국은 한국의 군사작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군사정보 감시 시스템과 정보망을 통해 한국 정부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계엄을 준비하는 동안 미국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비상계엄 좌절 이후 미국의 개입에서도 드러난다.

첫째, 윤석열의 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미국 국무부는 "한국 과도 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한덕수 총리 대행 체제를 지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발언이 아니라, 미국이 한국의 내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또한 국회가 추진한 특검법안에 대북 전단 살포, 확성기 가동, 우크라이나 파병이 포함 된 것에 대해 딴지를 걸었다.

둘째,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은 한국의 군사 쿠데타와 계엄령을 묵인하거나 지원해 왔다. 1961년 박정희의 5.16 쿠데타 당시 미국은 사전 정보가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했고, 쿠데타 성공 이후 박정희 정권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12.12 쿠데타 및 5.18 광주학살 당시에도 미국은 한미연합사의 작전통제권을 활용해 전두환의 군 병력 이동을 승인했다. 이번 윤석열 내란 사태에서도 미국이 계엄을 묵인하거나, 최소한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패턴이 반복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내란 종식의 관건은 미국의 내정 간섭 배제

윤석열의 1차 비상계엄은 실패했으나,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친미극우 정권의 영구 집권과 전쟁 시도는 바뀌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극우들의 왜곡과 폭력은 윤석열 내란의 연장선이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언제든지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한국의 정치 상황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과거 쿠데타 사례에서 확인된 바 있다. 지금도 미국은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 세력을 보호하고 있으며, 그들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한국 정치의 향방을 조정하려 하고 있다.

내란 세력을 빠짐없이 척결하고,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나 주권을 온전히 쥐는 것이 내란의 진정한 종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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