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의 장기 침체 속에 다이소가 유통업계의 신흥 공룡으로 떠오르고 있다. ‘5000원 이하 균일가’를 앞세운 전략이 소비자의 헐거워진 주머니 사정과 고물가 환경에 맞아들어가서다. 결산 전인 2024년 매출은 4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5년 전에 견줘 두 배 가까운 성장이다.
하지만 납품업체들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다이소의 가파른 성장을 두고 이들이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는 다이소에 납품 중이거나, 한때 납품했던 국내 제조업체를 만나 다이소의 유통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국산인 줄 알았는데…케이(K)-뚝배기의 반전
“국내산 뚝배기 아니면 전자레인지에서 다 터져요. 원료 자체가 달라요.”
지난달 17일 충남 보령시에서 뚝배기 제조업체 보령세라믹을 운영하는 강석칠(72) 대표를 만났다. 강씨는 5년 남짓 다이소에 뚝배기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 2월 유튜브에 ‘5000원짜리 다이소 뚝배기를 대량 생산하는 과정’이라는 홍보 영상을 올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는 ‘5000원이라 중국산인 줄 알았는데 신뢰도 올라간다’, ‘들인 노력 대비 진짜 저렴하다’ 등의 댓글이 무더기로 달렸다.
이날 강씨는 뚝배기 품질을 높이려면 국내산 원료로 만든 내열토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업체 뚝배기는 보령산 머드를 원재료로 하는 내열토로 만든 덕택에 강한 열에도 잘 버틴다. 인공합성물질 등이 포함된 제품은 조금만 열을 가해도 쉽게 깨져버린다. 중국 등 국외 업체도 한국 원재료를 사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약 300평(1평=3.3㎡) 규모의 공장에는 강 대표를 포함해 모두 5명이 뚝배기 제조 공정을 맡고 있었다. 강 대표는 “흔히 다른 생활·주방용품들처럼 뚝배기도 자동 생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공정마다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점토를 반죽하며 기포를 제거하는 토련 과정부터 뚝배기 모양을 잡는 정형, 건조된 뚝배기 표면에 보령 머드가 함유된 유약을 묻히는 시유 작업까지 모두 사람 손을 거쳤다. 1250도 가마에서 약 16시간을 굽고 난 뒤 마지막 불량품 검수 작업까지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일 정도로, 하루에 약 1000개의 뚝배기를 생산한다.
현재 보령세라믹의 전체 생산량 가운데 다이소 납품 비중은 70%에 이른다. ‘다이소 유튜브 영상 덕에 이익이 많이 늘었냐’는 질문에 강 대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란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다이소에선 판매가격을 5000원에 묶어두고 있어 매년 마진(이익률)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5000원 중 제조업체에 떨어지는 건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인건비 등 고정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다이소 납품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건 다른 판로 확보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전에는 그래도 한 달에 한 번꼴로 다른 유통업체 쪽에서 주문이 들어왔지만, 요즘엔 3개월에 한 번꼴로 주문이 들어온다. 경기 불황 탓에 음식점 폐업도 많아졌고, 다이소 같은 대형 유통업체를 제외한 중소 유통업체들 사정 역시 열악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다이소 뚝배기 제조업체 보령세라믹 공장 모습. 박지영 기자
초저가가 가능한 방법은?
다이소의 초저가 정책의 비밀은 ‘끊임없는 대체 납품업체 찾기’에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 늘어난 비용 탓에 1000원짜리 제품을 납품하던 업체가 “납품을 도저히 못 하겠다”고 하면, 보통 유통업체는 판매 가격을 올려 기존 업체와의 거래를 유지한다. 하지만 다이소는 대체 업체를 ‘어떻게든 찾아내’ 납품 업체를 변경한다고 한다. 단 하나의 수요자만 존재해 독점력을 행사하는 ‘수요독점시장’에 가까운 납품시장 구조인 셈이다.
청소용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ㄱ씨는 이 경쟁에서 밀려난 경우다. 다이소에 납품을 하다 지금은 거래를 중단했다는 뜻이다. ㄱ씨는 “요즘 인건비, 플라스틱 원재료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느냐. 최근 다이소 납품하던 업체들이 마진이 남지 않아 손들고 나오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신제품 출시를 위한 샘플 작업 비용, 불량 제품을 처리하는 물류비용 등도 납품업체들 몫이다.
다이소에 주방용품을 납품 중인 제조업체 대표 ㄴ씨는 “1000원 판매 가격에 맞게 신제품 샘플을 만들어 갔는데, 만약 다이소가 품질 문제 등으로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그 샘플 개발·제작 비용 모두 제조업체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다이소 물류센터에 가보면 중국 등에서 오는 수입품이 부쩍 늘었다. 국내 업체들이 원가 압박을 심하게 받고 납품을 중단하다 보니 다이소가 국외 거래처를 확대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중소 제조업체들은 다이소를 여전히 거래선으로 잡고 싶어 한다. 최근 경기 불황 속 오프라인 유통 업체 가운데 대량 납품을 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다이소가 유일하다. 다이소에 납품하면 인건비 등 최소한 고정비는 건질 수 있다. “어찌됐든 공장은 유지할 수 있으니까.” ㄴ씨의 말이다.
또다른 생활용품 납품업체 대표 ㄷ씨도 “이익을 많이 내려고 납품하는 게 아니라 다이소는 박리다매식으로 공장을 유지하기 좋은 유통 채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쿠팡 등 온라인 채널은 다이소만큼 물량을 많이 사주지 않는다. 또 자사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다 보니 제조업체가 단가를 더 깎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정한 상생이 다이소의 과제
“다이소가 물류센터를 크게 새로 짓는다거나 점포 확장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제조업체 이익이 거기에 얼마나 녹아들어 갔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전국 곳곳에 점포가 생기는 다이소를 보는 ㄴ씨의 말이다. 그는 “초저가 정책도 좋지만, 원가 상승 부담이 커지면서 제조업체 사정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다이소가 중소업체와 상생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다이소는 그동안 국내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경영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다이소의 성장이 납품업체의 동반 성장을 이끈다는 것이다. 현재 다이소에 납품하는 국내 업체는 모두 700여곳, 국외 업체는 3600여곳(35개국) 정도다. 상생을 말하는 다이소의 이익률은 다른 유통업체에 견줘 높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다이소의 영업이익률은 조금씩 하락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7~8%대에 이른다. 이마트의 이익률(별도 기준, 2024년)은 0%대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에선 납품업체의 이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다이소가 국내 중소 납품업체와 상생 노력을 좀 더 해야 한다”고 짚었다.
지난달 17일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다이소 뚝배기 제조업체 보령세라믹 공장 모습. 박지영 기자
이와 관련해 다이소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급상승 등으로 공급업체도 같이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공급업체의 힘든 부분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개선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과 제품 품질 유지란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다이소도 결국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본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다이소가 만든 저가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납품업체들의 생존이 어느 정도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최대 1만원까지 가격 인상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다이소는 1997년 첫 출점 이후 두 차례 제품 가격의 상한선을 변경했다. 500원·1000원·1500원·2000원대의 4가지 가격대 제품을 판매하다 2004년 3000원대 제품군을, 2006년엔 5000원대의 제품군을 추가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나온 1일, 시민들이 헌법재판소(헌재)를 포위하고 '8대0' 파면 선고를 촉구했다. 평일 늦은 저녁 시간임에도 수많은 시민들은 헌재 인근 도로를 가득 메웠다. 노동, 시민사회, 정치권 인사들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시민들까지 합류하면서 참가 인원은 더욱 늘어났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밤 9시까지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돌입했다. 당초 이 집회 헌재의 선고일 지정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다행히 이날 오전 헌재가 선고 기일을 발표하면서 주된 구호는 '8대0 만장일치 파면 선고'로 모아졌다. 밤이 깊어질수록 윤석열 탄핵을 통한 내란 종식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홍점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헌재를 향해 “윤석열이 국민의 군대를 동원해 총칼로 국회와 선관위를 침탈하고, 국회의원, 판사, 시민운동가 등 정적을 싹 잡아들이라는 국가 권력의 광기를 발동한 위헌 행위를 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파면 선고 외에 또 다른 선고의 가능성이 있느냐”면서 “윤석열이 무인기로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남북의 군사적 충돌로 전쟁을 유도한 공작이 명백한 위헌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파면 선고를 못 내릴 또 다른 사법적 이유가 있느나”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이 공동의장은 “헌법재판소는 전원 일치로 윤석열을 파면함으로 민주적 헌정 질서를 회복하고 극단으로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고 사회 대개혁의 문을 여는 선명한 사법적 기준을 제시하기 바란다”며 “주권자의 최후통첩이다. 기각은 위헌, 불의, 제2의 내란이다. 헌법재판소는 전원 일치로 윤석열을 파면하라”라고 촉구했다.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돌입한 비상행동 ⓒ민주노총 제공
올여름 입대를 앞둔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현창씨도 “선출되지 않은 공직자들이 이렇게 100일 넘게 시민들을 우롱하고 길바닥에 세워놔도 되는 것이냐”며 윤석열 파면 선고를 지연한 헌법재판관들을 질타했다.
현씨는 “저는 오는 4월 4일 윤석열이 꼭 파면될 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군대에 가 군 생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꼭 파면돼야 한다”면서 “지금도 늦었다, 헌재는 윤석열을 만장일치 파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장일치 파면 선고가 내려지지 않을 경우 내란세력들이 헌재 판결에 불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본인을 유사빨갱이라고 소개하며 무대에 오른 한 20대 청년은 “저 야속한 의사결정자(헌법재판관)들이 우리를 애태우더니 오늘에서야 선고 기일을 발표했다. 선고가 지연된 사이 내란세력들은 모두 복귀한 상황”이라면서 “아슬아슬하게 탄핵당한다면 극우 세력과 내란세력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무조건 만장일치로 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탄핵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신을 경남 지역 농민이라고 소개한 조병옥씨는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내란수괴와 그 잔당들을 모두 날려버리고 제대로 된, 엄선된 종자를 새 땅에 파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고 기일인 4월 4일은 24절기 중 청명이다. 청명은 논과 밭을 갈기 좋은 절기다. 쟁기로 갈고 삽으로 파면 새로운 땅을 만들 수 있다”며 “알짜배기 새 종자를 파면한 땅 뿌려 우리가 소중히 키워 다시는 쓰러지지 않을 민주공화제의 큰 나무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춘천에서 친구들과 함께 이날 집회 참석한 대학생 이이랑씨는 “소중한 일상을 포기하고 저희가 이렇게까지 해서 이 자리에 온 이유는 하나 신속한 윤석열 파면”이라면서 “윤석열이 파면될 때까지, 그리고 거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엄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처벌하고 또 소중한 우리의 가치가 당연히 지켜지는 사회가 될 때까지 지금처럼 우리가 함께 스스로 직접 하자”고 말했다.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여한 시민들 ⓒ민주노총 제공 “ 윤정헌 기자 ” 응원하기
野 "정형식·조한창·김복형 '을사 5적' 되지 마라"…與 "마은혁, 법복 입은 좌파 활동가"
이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5.04.02. 07:28:07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헌법 재판관 '9인 완전체'가 아닌 '8인 체제'에서 이뤄지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오는 4일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선고를 예고한 가운데, 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이 탄핵을 찬성하면 윤 대통령은 즉시 파면된다.
현직 재판관은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김복형·조한창·정계선 등 8명이다.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26일 국회에서 선출안이 통과됐지만 석 달 넘게 임명되지 못하고 있다.
현 재판관 8명은 각각 문재인 전 대통령(문형배·이미선), 김명수 전 대법원장(정정미·김형두), 조희대 대법원장(김복형), 윤 대통령(정형식), 더불어민주당(정계선), 국민의힘(조한창) 추천 인사다. 마 후보자는 민주당 몫이다. 헌재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설립됐으며 개정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되는 9명의 재판관은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추천해 구성한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은 8명 중 5명을 진보 성향으로, 3명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형식·조한창·김복형 재판관은 을사 5적의 길을 걷지 말라"(박찬대 원내대표)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으로 특정한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마 후보자는 법복 입은 좌파 활동가다. 그에게 필요한 건 임명이 아니라 사퇴"(권성동 원내대표)라며 마 후보자의 재판관 임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2월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이 8인 체제로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지 여부를 판단해 파면 또는 기각·각하라는 중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윤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 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결과물이다. 권한대행직을 수행 또는 수행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국회의 의결과 헌재의 결정을 무시한 탓이다.
한 권한대행은 1일 국무회의에서도 마 후보자 임명 문제를 '패싱', 사실상 임명 거부를 표했다. 그는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등을 사유로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됐음에도, 직무 복귀 후에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권한대행 당시인 지난해 12월 31일 마 후보자를 제외한 조한창·정계선 후보자 두 명을 임명했다. 이로써 헌재는 6인 체제에서 벗어나 8인 체제가 됐지만, 탄핵 사건 결정의 최소 조건인 재판관 8명을 맞춘 데 불과했다.
헌재법 제23조 2항(심판 정족수)에는 재판부는 재판관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해야 하며 재판부는 종국 심리에 관여한 재판관의 과반수의 찬성, 즉 6명 이상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최 권한대행의 재판관 선별 임명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가 재판관 9명의 온전한 체제에서 재판받을 권리는 최 권한대행이 침해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지난 2월 26일 이를 인용해 최 대행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은 권한대행이 '최상목'에서 '한덕수'로 바뀐 현 시점에도 유효하다.
한덕수·최상목 두 권한대행 체제에서 벌어진 '마은혁 불임명'과 관련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조속한 임명을 거듭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한 권한대행에게 이날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하겠다며 한 권한대행 재탄핵을 시사했다. 또 국회 운영위원회는 다음 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야당 단독으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비상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권한대행으로 복귀한 후 일주일이 넘도록 헌재의 위헌 결정에 불복하며 버티고 있는 것은 명백한 헌법 파괴 범죄"라며 한 권한대행의 마 후보자 불임명은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란 공범' 한덕수는 이제라도 당장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며 고위공직자수사처를 향해 "즉각 헌법 파괴범 한덕수를 수사하여 엄벌에 처하라"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이날 성명을 내고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와 최상목이 마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는 것은 마 후보자 임명이 윤석열에 대한 확실한 탄핵 인용의 결과로 이어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권한대행으로 복귀한 한덕수는 여전히 헌법과 법률에 의한 헌재의 명령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범죄자 한덕수는 지금 당장 마 후보자를 헌법 재판관으로 임명하라. 헌재가 9명 완전체가 되어 헌정질서 회복의 헌법적 의무를 온전히 다할 수 있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도 이날 성명에서 "'마은혁 미임명'으로 헌재가 기능을 하지 못해 결국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임명을 미룬 한덕수와 최상목, 그리고 내란공범 국무위원들에게 있다는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오른쪽)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2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4월 4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잡히면서, 자칫 '장기미제화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헌법재판소의 '기능 마비' 우려는 여전하다. 오는 18일 문형배·이미선 두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 8인 불완전체도 모자라 6인 체제가 되기 때문이다. 만장일치가 아니면 아예 선고도 할 수 없는 상태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위헌적으로 미루고 있는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면 그나마 7인 체제가 되지만, 그래도 헌법재판관 9인으로부터 판단을 받을 권리가 박탈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를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여야는 모두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도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임기를 연장하는 법안(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지난달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에서 통과시켰다. 같은 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2명이 퇴임하면) 6명으로는 헌법재판소 운영을 못한다"며 "대행이 2명을 임명하는 게 헌재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당은 서로 상대방의 해법을 "위헌"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누구 말이 맞을까?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큼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사안에 대해 논의를 해왔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살펴보면, 누가 위헌인가에 대한 학계의 결론은 어느정도 나와있다.
[권한대행,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할 수 있나]
"대통령 직무는 민주적 정당성 강하게 요구…국회와 협의해야"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또는 대법원장 몫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과 대통령 몫 재판관을 지명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헌법학계에선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현상유지로만 볼지 넓게 인정할지를 두고 견해가 나뉘긴 하지만, '권한대행자의 직무범위는 대통령의 직무범위와 결코 같을 수는 없다'는 합의가 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지만, 국무위원이 맡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그 정당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박진우 가천대학교 교수는 2014년 논문에서 아예 "행정부가 아닌 다른 부(府)소속 헌법기관의 임명권은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대통령의 권한은 민주적 정당성을 기초로 해서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장, 대법원장, 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 3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권은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단 대통령의 임명권이 형식적인 권한에 불과한 국회와 대법원장 몫 재판관만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헌재 결정과 같은 취지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는 권한대행 자체를 일종의 '겸직'으로 규정한다. 그는 2021년 논문에서 "새로운 공직을 떠맡은 것처럼 '대통령 권한대행 ○○○'로 명패를 새로이 제작하거나 부서(副署) 등의 국정행위에 있어서 위와 같이 표기하는 것은 마땅한 태도가 아니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극단적으로는 '참칭(僭稱)'의 문제로까지 불거진다"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헌재 의결에 필요한 재판관 정족수 7인이 모자란다면 예외적으로 추천 또는 선출주체와 무관하게 재판관 임명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한 총리가 마 후보자만 임명하면 7인 체제가 되는 현 상황은 '예외'로 보기 어렵다.
양정윤 박사는 2017년 논문에서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고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그 대행기간은 60일을 넘지 못한다"며 "이는 대통령의 직무가 민주적 정당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서"라고 풀이했다. 따라서 직무정지 같은 '사고'의 경우 대통령 대행의 권한범위는 더 줄어든다. 양 연구원은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등도 국가와 국민을 대표함으로써 부여받은 권한인 만큼 권한대행이 단독으로 행사할 수 없으며, 정 필요하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와 "협의 하에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한 총리가 국민의힘 동의만 얻어 대통령 몫 재판관 2명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위헌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헌재가 4월 4일 윤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다면 그날로부터 60일 내에 새 대통령을 뽑기 때문에 더욱 더 문제된다.
[6년 채운 재판관 임기, 임시연장할 수 있나]
"공익적 근거 존재하는지로 가늠… '반드시 위헌'이라 할 수 없어"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3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이 추진 중인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후임자 임명 전까지는 직무를 계속한다는 일종의 임시연장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헌법재판소를 민주당 하부기관으로 운영하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유상범 의원)", "명백한 위헌, 헌법 유린(권성동 원내대표)"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논거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라고 정한 헌법 112조 1항이다.
그런데 김선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2017년 보고서에서 "헌법상 임기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견해는 이를 위헌이라고 본다"면서도 "위헌까지는 아니고 융통성 있게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은 헌법에 재판관의 임기를 정해놨지만 후임자 임명 전까지 업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재판소법에 규정을 뒀다.
법사위 1소위 위원장으로서 법안을 통과시킨 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취재진을 만나 "(퇴임 재판관의 임기 임시연장은) 비상사태를 대비하는 측면의 법안"이라며 "긴급성, 중대성의 관점에서 더더욱 헌법 위반은 아니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재판관 공석사태는 있어선 안 된다는 일반론적인 관점에서도 법이 필요하다"며 "헌법에도 (재판관은) 연임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서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기존 재판관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법률 규정을 둔다 한들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잊을 만하면 재판관 공석으로 인한 헌재 기능 마비가 반복됐기 때문에 학계도 비슷한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손인혁 연세대 교수는 2024년 9월 논문에서 "후임 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퇴임 재판관에게 계속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위헌이란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임기제를 전제로 헌재의 기능을 보장·보완하는 취지이므로 헌재의 조직 및 구성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 사례에 비춰볼 때 이 조항이 정치권에서 재판관 임명에 합의하도록 강제하는 역할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황희 성균관대 교수는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탄핵심판 중간에 재판관 공석이 생기면 충원이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0년 논문에서 임기 만료 재판관의 일시적 직무 수행을 그 해법 중 하나로 꼽으며 ▲ '재판관 9인에 의한 재판'이라는 원칙을 유지하고 ▲임기제의 취약성을 보완하는 만큼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헌법재판소법에 정년제가 규정된 만큼 "재판관 임기의 가감은 충분한 공익적 근거가 존재하는가에 따라 위헌 여부가 가늠되는 문제이지, 일체의 정당화 사유에 대한 고려 없이 반드시 위헌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한편 민주당은 마은혁 후보자 불임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후보자는 7일 내에 임명해야 하며 이 날짜를 넘기면 자동 임명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이 따로 8명씩 재판관을 선출하는 독일은 더욱 강력한 제도로 임명 지연을 방지하고 있다. 한 헌법기관이 일정 기간 내에 신임 재판관을 뽑지 않으면 다른 헌법기관에 그 몫을 넘기는 '대체선출(Ersatzwahl)' 제도다. 독일은 또 이처럼 헌재 구성을 다루는 조항들을 지난해 12월 기본법(헌법)으로 옮겨 헌재의 안정성을 더욱 공고화했다.
- 헌법재판연구원(2025), 세계헌법재판 조사연구보고서
- 손인혁(2024), 신속한 헌법재판을 위한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 재판부 구성 및 운영을 중심으로
- 이종수(2021), 직무대행의 기원, 대행자의 지위 및 권한 범위에 관한 소고 : 대통령직을 중심으로
- 이황희(2020), 탄핵심판의 측면에서 본 현행 재판관 제도의 문제점과 해법
- 김선화(2017), 헌법재판관 공백에 관한 해외입법례와 입법개선방안
- 송기춘(2017), 대통령의 사고 또는 궐위로 인하여 발생하는 헌법적 쟁점들에 관하여
- 양정윤(2017),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권한행사범위
- 박진우(2014), 헌법기관의 권한대행에 관한 연구-대통령권한대행을 중심으로
- 김선화(2012), 헌법재판관 공백방지를 위한 입법개선방안
1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율곡로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석한 시민들이 은박지를 두루고 철야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4.1. 전국비상시국회의
1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율곡로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석한 시민들이 텐트를 설치했다. 2025.4.1. 전국비상시국회의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데 헌재가 발표를 하지 않으니까 너무 불안했어요. 오늘 파면 선고 일정이 발표됐으니 마음이 너무 좋아요. 이제 8대0으로 파면만 되면 돼요."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선고 일정이 발표됐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윤석열이 파면될 거라 믿어요. 그게 당연한 거잖아요."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이 1일 오후 개최한 철야 집회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이 뒤늦게나마 정해진 것에 안도했다. 윤석열 파면이 확정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새로운 사회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헌재는 이날 오전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을 오는 4일로 확정했다. '윤석열 파면'만 기다렸던 시민들은 오후 광화문 광장에 모여 헌재가 있는 안국역까지 행진을 한 뒤, 안국역 인근에서 오후 9시부터 24시간 진행되는 철야 집중행동에 참가했다. 집회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지금까지 집회가 헌재 선고 기일을 기다리는 '답답한' 분위기였다면 이날은 윤석열 파면을 맞이한 듯 '희망찬' 분위기였다.
1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율곡로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이 열리고 있다. 2025.4.1. 연합뉴스
철야 농성은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광화문 동십자각)에서 비상행동이 주최한 '헌재를 포위하라! 윤석열을 파면하라! 24시간 철야 집중행동' 집회로 막을 열었다. 시민들은 1시간 전부터 무대 앞에 자리를 잡았다. 앞쪽 자리가 순식간에 채워지고 뒤쪽도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시민들이 차례로 앉자 금세 빈 자리가 없어졌다.
한쪽에서는 한복을 입은 두 시민이 '민주주의'와 '내란공범 검찰해제'라고 쓰여 있는 큰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시민들은 동그랗게 모여들었고 이를 보면서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쳤다. 다른 한쪽에서는 캘리그라피 전문가가 길바닥에 빨간색과 검은색 잉크, 종이를 쌓아두고 붓으로 '사무치면 꽃이 핀다 간절하게 파면'이라는 글을 썼다. 시민들은 전문가가 쓴 글자를 받아서 손팻말로 사용했다.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가한 시민들이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5.4.1. 김민주 기자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가한 한 시민이 직접 손팻말을 집회를 만들고 있다. 2025.4.1. 김민주 기자
집회에서는 어묵과 어묵 국물, 핫팻, 손팻말 등도 무료로 나눠줬다. 커다란 율무차 통을 들고 다니던 중년 여성이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에게 "추운데 율무차 좀 드실래요? 몸에 좋은 건데…"라고 말하자, 청년들은 일어서서 무거워 보이는 율무차 통을 함께 들고 시민들에게 차를 나눠줬다. 목캔디나 초콜릿 등을 가져온 시민들은 옆 사람과 나눠먹기도 했다. 모두 처음 보는 사이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는 터여서 오래 전 만난 사람들처럼 이물없었다.
오후 8시 15분쯤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헌법재판소 인근까지 행진이 시작됐다. 행진이 시작되자 자원봉사자와 시민들은 버려진 페트병, 비닐 과자봉지 등을 주웠고 그들이 떠나고 난 자리는 머문 자취가 없었다.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가한 시민들이 그호를 외치고 있다. 2025.4.1. 전국비상시국회의
이날 행진은 '축제'처럼 진행됐다. 시민들은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윤석열 파면"을 외쳤다. 행진 중 만난 시민은 "원래 집회에 나올 생각이 없었는데 헌재가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을) 발표해서 기분이 좋아서 나왔다"며 "이미 너무 늦은 발표인데 파면이 돼야 양심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행진 대열이 인사동 거리를 지날 때쯤 극우 집회 참가자의 방해로 한때 충돌할 위기도 있었다. 이에 집회 사회자가 "극우 집회를 하고 있는데 무시하라"며 "그냥 웃어 주면 된다. 나머지는 경찰에 맡기자"고 만류했고, 시민들도 성숙한 모습으로 그들과 충돌을 피했다.
오후 9시부터 본격적인 철야 집회가 시작됐다. 시민들은 안국동 사거리를 가득 채웠고 함께 박수를 치며 "만장일치 파면하라" 구호를 외쳤다. 자원봉사자들은 리본에 '8대0 파면'이라는 문구를 적어 도로 안전 펜스에 묶었다. 쌀쌀한 날씨에 시민들은 롱패딩을 여미고 철야를 할 채비를 갖췄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가한 시민들 모습. 2025.4.1. 전국비상시국회의
한 시민은 기자에게 "다음 날 일을 해야 하지만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윤석열을 파면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족 단위로 집회를 찾은 시민도 많았고, 친구가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혼자 참석한 시민도 다른 이들과 어울려 대화를 나눴다. 연대감이 시민들을 하나로 묶었다.
철야 집회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12월 3일을 기억한다"며 "무척 추운 날이었는데 한 분이 말린 대추를 나눠주었던 따뜻함을 경험하고 그 다음부터 계속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개인적인 일도 너무 많고 힘들었지만 그때 나눠준 말린 대추가 항상 기억났다"며 "윤석열 파면까지 집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석한 시민들 모습. 2025.4.1. 전국비상시국회의
시민들은 연단에서 "윤석열 파면"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파면"이라고 함께 외쳤다. 입대를 앞둔 한 청년은 "매주 토요일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며 "이제 나이가 27살인데 군대를 미룰 수 없고, 내가 군대에 가서 계엄군이 되고 싶지 않아서 집회에 참석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드디어 4일에 헌재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할 것"이라며 "헌재가 이렇게 시간을 끌 일도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판사들이 시민들을 길바닥에 앉게 만든 것이 말이 되느냐"며 "군 생활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윤석열 파면은 필수"라고 말했다. 발언이 끝나자 시민들이 "군대 잘 다녀와라"라고 화답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은박지를 두루고 철야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4.1. 전국비상시국회의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24시간 철야 집중행동에 동원된 한 시민단체의 난방버스. 2025.4.1. 전국비상시국회의
지역에서 온 시민도 있었다. 한 여학생은 "춘천에서 친구 8명과 함께 왔다"며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오로지 신속한 윤석열 파면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선고 기일이 밀리고 윤석열 구속에서 풀려난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윤석열이 파면될때까지, 계엄에 동조한 자들이 처벌될 때까지 함께 움직이자"고 외쳤다. 철야 집회는 밤 10시가 넘어가면서 더욱 무르익었다. 시민들은 철야 집회에서 추위를 버티기 위해 텐트를 설치하거나 은박지를 몸에 둘렀다. 일부 시민들은 시민단체에서 제공하는 난방버스에서 몸을 녹이기도 했다.
한편 비상행동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전국 시민 서명'을 받는 중이다. 1일 오전 12시 기준 67만 7054명이 탄원에 참여했다. 비상행동은 "100만 명이 서명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며 "이 목표를 달성해 8대0 파면 선고로 내란 사태를 끝내자"고 당부했다.
나의 아버지는 수학자였다. 1970년에 37세의 나이로 박사학위를 받고 국립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전도유망한 학자였다. 아버지가 몸담은 경북대 수학과에서 펴낸 '경북매스매티컬저널'은 국내 최초의 수학 학술지로 세계 여러 대학의 수학과와 교류했다. 그 덕분에 아버지도 미분기하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학자로 명성을 얻었다.
나의 아버지는 사형수였다. 1976년에 박정희 유신독재 타도를 위해 결성된 지하조직 ‘남민전’의 중앙위원이었던 아버지는 1979년 10월에 조직이 적발되면서 체포돼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아버지의 목숨을 구해준 이들은 세계의 수학자들이었다. 200여 명의 수학자가 구명운동에 나섰고, 그 덕분에 아버지는 2심에서 무기로 감형됐다.
1979년 10월에 터진 남민전 사건으로 구속된 안재구 교수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남민전 사건 재판 때의 안재구 교수 모습.
'사형수가 된 수학자, 아버지 안재구'
최근에 내가 쓴 책의 제목이다. 아들이 쓴 아버지의 평전은 보기 드물다. 사형수가 된 수학자도 마찬가지다. 이리저리 검색해 봤지만 확인하지 못했다. 이 책이 특이한 평전인 이유다.
나는 앞날이 창창한 수학자의 길을 가던 아버지가 왜 남민전이라는 지하조직에 가입해 변혁운동의 길에 들어섰는지 그 연유가 늘 궁금했다. 박정희 유신독재 치하에서 변혁운동을 한다는 건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 실제로 1960~70년대 통혁당, 해방전략당, 인혁당 등 갖가지 조직의 이름이 붙은 사건들이 허다하게 터졌고, 많은 이들이 형장의 이슬로 생을 마감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아버지로 하여금 목숨까지 걸게 했을까. 어렵게 쌓아 올린 학문도, 가족도 다 포기하도록 만들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바로 '아버지 안재구' 책의 주제다.
경북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안재구 교수의 단란한 가족 사진. 맨아래 가운데가 저자인 막내아들 안영민.
재소자와 면회자로 뒤바뀐 처지
아버지의 사건이 터졌을 때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세상은 나를 ‘간첩 자식’이라고 냉대했고, 나는 무기수로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내가 담장 밖에서 다시 아버지를 만나기까지는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1988년 12월에 가석방된 아버지와 재회한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1990년 3월 거리 시위에 나선 내가 그만 붙잡혀 구속됐다. 나는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출소한 대구교도소에 갇혔다. 그때 대구교도소로 면회를 왔던 아버지의 첫마디가 내 가슴속에 아직도 또렷이 새겨져 있다.
“전에는 네가 나를 면회하러 왔는데, 오늘은 정반대가 되었구나.”
당시 어머니는 “어째 감옥까지 대를 잇는단 말이고”라며 나를 보러 오지 않았다. 남편 뒷바라지를 위해 10년을 찾아다닌 교도소에 다시 아들을 보러 와야 하는 신세가 참담했으리라.
‘빨갱이 부자’라는 낙인
어머니의 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994년 6월에 ‘구국전위’ 사건으로 아버지와 내가 함께 구속되는 일이 벌어졌다. 공안당국은 우리 부자를 동시에 구속시킨 뒤, 아버지와 아들을 서로의 인질로 삼아 간첩 사건을 조작하려고 했다. 아버지는 다시 무기형을 선고받았고, 나는 2년 4개월의 징역을 살아야만 했다. 그나마 남민전 사건 때는 석방까지 10년이 걸렸지만, 구국전위 사건 때는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세상은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공안당국은 아버지와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2011년 7월에 아버지와 나는 다시 간첩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고, 수사와 재판에 시달려야 했다. 불구속 상태라지만 괴롭힘은 무려 7년이나 계속됐다. 2009년에 먼저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 이 꼴을 보여드리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1979년과 1994년, 그리고 2011년에 이르기까지 30여 년의 세월 동안 저들은 아버지와 나를 참 모질게도 대했다. ‘빨갱이’ ‘간첩’이란 낙인이 대를 이어가며 자행됐고, ‘대를 이은 빨갱이 부자’라는 언급이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생전의 안재구 교수(1933-2020)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로 만난 아버지와 아들
2020년 7월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나는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평전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가슴 속에 맺힌 상처로 남아있던 대목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
“내가 남민전 사건은 이해한다. 너거 아버지도 청춘을 바친 경북대에서 쫓겨났으니 얼마나 속이 상했겠냐. 박정희 정권이 정말 미웠겠지. 그래서 유신독재 타도하겠다고 조직을 만들고 한 거 다 이해한다. 그런데 구국전위는 왜 또 했을까. 그것도 환갑의 나이에…. 책 쓰고, 강연 다니면서 존경받는 재야인사로 살면 될 텐데 뭣 때문에 또…
.”
어머니는 맺힌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나는 어머니의 궁금증을 대신 풀고자 했다. 그것은 곧 나의 궁금증이기도 했다. 수학자이자 민족해방 전사, 통일운동가로 살아온 아버지와의 대화는 2011년의 압수수색 사건이 어느 정도 일단락된 뒤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나는 말지와 민족21 기자 시절로 되돌아가 본격적으로 아버지를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로 만난 우리들의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다. 팔순을 훌쩍 넘긴 아버지의 건강 문제가 앞을 막아섰다. 결국 나는 아버지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아버지는 무엇을 위해, 어떤 신념으로, 굴곡지고 험난했던 87년의 생을 기꺼이 감당했을까.
안재구 교수의 조부인 안병희 선생(1890-1953). 안병희 선생은 일제강점기 때 민족해방운동을 하다 여러 차례 옥고를 치렀고, 해방 이후에는 밀양에서 건준 부위원장과 민전 부위원장을 맡아 단독정부 수립 반대투쟁을 벌여 나갔다.
한 번의 사형선고, 두 번의 무기징역을 이겨낸 힘
아버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당신의 할아버지, 내게는 증조할아버지인 우정(于正) 안병희 선생이다. 증조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때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을 위해 싸우다 여러 차례 옥고를 치렀고, 해방 후에는 자주적인 인민정부 수립을 위해 고향인 밀양에서 활동하다 갖은 고초를 겪은 분이다. 아버지는 열두 살이던 해방 날, 무장투쟁을 준비하던 밀양의 화악산에서 내려와 청년들의 무등을 타고 밀양 읍내로 들어서던 증조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애국애족의 정신을 키웠다. 미군정의 폭압 속에서 분단을 저지하고 통일정부를 세우기 위해 목숨을 바친 밀양의 아재들과 선배들을 보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절절하게 깨달았다.
당시를 떠올리며 아버지는 내게 ‘지조’와 ‘절개’를 말했다. 아버지에게 증조할아버지는 평생을 지조와 절개를 지키신 분이었다. 증조할아버지는 아버지에게 “지조와 절개가 있어야 나라를 되찾겠다는 불굴의 신념도 생기고, 인민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도 나올 수 있다”라고 강조하셨다. 할아버지한테 배운 지조와 절개야말로 아버지가 사형선고를 이겨낸 힘이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무기징역을 감내할 수 있었던 원천이었다.
아들은 왜 아버지가 걸어간 고난의 길을 뒤따랐을까?
사람들은 종종 내게 묻는다. 아버지가 걸어간 고난의 길을 어떻게 아들도 뒤따를 수 있었나. 어려서부터 아버지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통이 적지 않았을 텐데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 건 어떤 연유인가. 내가 '아버지 안재구'를 쓴 것은 위 물음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아버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때는 친일 매국노들이 다시 돌아와 활개를 치던 ‘가짜 해방’의 미군정 시기였다. 지조와 절개를 지킨다는 것이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어려운 때였다. 변절과 배신이 혼탁한 세상을 살아내는 지혜로 포장돼 정의와 도리를 난도질하던 때였다. 아버지는 증조할아버지의 길을 묵묵히 따랐다. 평생 ‘진짜 해방’을 추구했고, 이 길에 모든 것을 바쳤다.
1991년 경북대 총학생회장을 맡았던 안영민(오른쪽)은 말지와 민족21 기자로 활동하면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통일운동에 나섰다.
내게는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 아버지였다. 푸른 수의를 입고, 높다란 담벼락 너머에 갇혀 있는 아버지의 존재가 나의 청소년기를 규정했다. 하지만 그 길을 따른다는 건 쉽지 않았다.
아버지처럼 수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아버지의 모교인 경북대 수학과에 입학한 1987년, 하지만 당시 대학은 청춘의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학교는 연일 최루탄으로 뒤덮였고, 나도 공부에만 몰두할 수는 없었다. ‘수학이냐, 학생운동이냐’를 놓고 갈등하던 나는 결국 학생운동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은 1987년 6월의 거리를 가득 메운 민중들의 항쟁이었고, 민주화의 열풍 속에 이루어진 아버지의 석방이었다.
나는 민중항쟁의 역사에 직접 참여하면서 민중들의 힘을 믿을 수 있었다. 역사의 진보는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며 나선형으로 발전한다고 하던가. 1987년의 민중항쟁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2000년대로 이어졌다. 촛불항쟁은 다시 윤석열 탄핵을 위해 치켜든 응원봉 빛의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현장에서 나는 제국주의 침탈에 맞선 증조할아버지의 시대, 분단과 독재에 맞선 아버지의 시대, 그리고 자주, 민주, 통일의 우리 시대를 넘어 새롭게 펼쳐질 다음 세대의 미래를 확인하는 중이다.
산산이 부서진 그 이름을 끊임없이 불러내는 기억의 힘
그렇게 세대를 이어나가는 역사의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올까. 나는 기억의 힘이라고 믿는다. 먼저 간 이들의 치열했던 삶을 잊지 않고, 그들의 산산이 부서진 이름을 끊임없이 불러내는 기억의 힘. 아버지는 어린 시절 밀양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 '할배, 왜놈소는 조선소랑 우는 것도 다른강?'과 해방부터 6.25전쟁까지 밀양의 투쟁사를 생생히 기록한 책 '끝나지 않은 길'을 통해 기억의 힘을 보여주었다. 나는 '아버지 안재구'를 통해 그 작업을 이어갔을 뿐이다. 우리가 역사 속에서 발견하는 ‘신념’은 그러한 작업의 결과물일 것이다.
'아버지 안재구' 책 표지. 내일을 여는 책
‘신념’이란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며, 시대와 역사를 관통하며, 현실의 삶과 끊임없이 갈등하며, 집단의 공동체성을 통해 비로소 한 사람의 가치관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아버지가 증조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신념이 그랬듯이 내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신념’ 또한 마찬가지다.
집단의 공동체성이 배제된 개인의 신념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신념이 아니라 세상을 파괴하는 맹목이 될 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왜곡되고 폭력이 된 신념을 ‘극우’라는 이름으로, ‘종교’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무수히 목격하고 있다. 그 너머에서 다시 만날 우리들의 세계는 다양한 신념의 존중과 공존 속에 활짝 꽃필 것이다.
헌법재판관을 압박해 윤석열 탄핵 심판을 어떻게든 4월 18일 이후로 넘긴다. 4월 18일만 넘기면 헌법재판관 2명의 임기가 끝난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한다. 미뤄오던 마은혁 재판관도 그제서야 임명한다.
새로 3명의 헌법재판관이 임명됐으니, 갱신 절차를 핑계로 2~3개월 시간을 끈다. 6~8월 경 (기각)5:4(인용) 결론을 내려 내란수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복귀시킨다.
국민에게 총을 겨눈 자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꼴을 그냥 지켜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를 이용한 내란세력의 ‘윤석열 복귀 공작’을 저지 파탄내자.
▲사진 왼쪽부터 김복형·정형식·조한창 헌법재판관
헌법재판관이 헌법을 유린하면?
내란세력은 지금 헌법재판관을 볼모로 시간을 끌며 ‘윤석열 복귀 공작’을 벌이고 있다.
오는 2일까지 윤석열 탄핵 선고 기일을 정하지 않으면 헌재가 ‘윤석열 복귀 공작’에 넘어간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헌법재판관 일부가 이미 오염됐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명확하다. 탄핵소추된 사실 자체는 딱 하나다. 12.3 비상계엄 선포행위. 포고령이나 국회와 선관위 침탈, 체포조 운영 등은 다 여기에 연결된 행위다. 또 그날 밤 전 세계로 퍼져나간 영상 자료가 있어서 증명에 아무 문제가 없다. 법리적으로도 위헌·위법이라는 것을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런데 변론 종결 후 한 달이 넘었다. 정상적인 사법시스템 내에서의 평의가 이뤄지는 건 아니라고 볼 수밖에 없다.
판결 지연은 헌법재판관이 스스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회는 ‘윤석열 복귀 공작’이 성공하기 전에 헌법재판관 전원을 탄핵함으로써 헌재를 무력화해야 한다. 탄핵 당한 헌법재판관은 자격이 정지됨으로 탄핵 심판을 할 수 없다.
헌법재판관까지 탄핵하면 헌정질서 혼란을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내란수괴 윤석열이 복귀해 전쟁을 일으키고, 2차 계엄을 선포하는 것보다는 낫다.
권한대행 체제는 그대로 둘 것인가. 내란수괴 윤석열 퇴진 투쟁을 통해 국민이 직접 내란세력을 타도하는 방향으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투쟁 대상이 명확하고, 무엇보다 시간이 내란 종식에 나선 국민 편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탄원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탄원 시작 30시간 만에 서명에 동참한 시민은 50만명에 달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4월로 미뤄지자, 헌재를 향한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31일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 파면 촉구 긴급 탄원 서명이 이날 오후 3시 30분경 5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 탄원은 비상행동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야8당이 함께 제안한 것이다.
탄원서에는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 불의”라며 “우리 주권자 시민들은 헌재가 헌법과 주권자 시민으로부터 부여받은 헌법 수호의 사명을 방기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우리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자 시민으로서 헌재에 우리들로부터 받은 권한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며 “주권자 시민의 명령이다. 헌재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주문했다.
해당 탄원은 지난 30일 시작해 오는 4월 1일까지 72시간 동안 진행되며, 100만 시민의 동참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원 서명이 마무리되면, 참여한 시민들의 명의로 4월 2일 헌재에 제출할 예정이다. 탄원에 참여하려면 이 링크(http://bs1203.net/outnow)로 접속해 간단한 인적 사항을 입력하면 된다.
비상행동은 “헌재에 대한 분노와 함께 빠르게 서명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100만 목표까지 이제 절반 남았다.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널리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지난달 29일 산불대응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총리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일자를 지정하지 못한채 4월을 맞이하면서 여야가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를 놓고 극한 충돌을 벌일 모양새다. 만에 하나 오는 18일 문형배 이미선 두 헌법재판관의 퇴임까지도 윤 대통령 선고를 하지 못할 경우 탄핵 결정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헌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부작위(미임명)를 위헌으로 판단한 점을 들어 한덕수 대행에 1일까지 마 후보자 임명하지 않을 경우 재탄핵 카드를 꺼내든 상태다. 여기에 헌법재판관 임기를 연장하는 법 개정안도 법안소위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국민의힘은 임기가 마무리되는 두 재판관 후임 재판관 인선절차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 같은 충돌양상을 두고 동아일보는 헌재가 빠른 탄핵선고를 결정하고 한덕수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 혼란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4월18일 마지노선 닥치자 여야 입법충돌 극한대치
한국일보는 1면 기사 <말 없는 헌재…여 “문형배 후임임명” 야 “쌍탄핵” 극한대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4월로 넘어가게 되자, 여야가 일제히 ‘이제는 헌재가 결단할 때’라고 신속한 선고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간 서둘러 결론 낼 필요 없다고 느긋해하던 국민의힘마저 더는 시간 끌기는 안 된다고 돌아섰다는 점을 들어 한국일보는 “‘탄핵 인용’을 강조하며 애를 태우는 야당과 달리 여당에선 8명 헌법재판관 가운데 기각·각하가 3명이라는 이른바 ‘5대 3 데드록’ 설에 잔뜩 고무돼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2025년 4월1일자 1면
민주당은 한덕수 대행과 최상목 부총리에 대한 쌍탄핵을, 국민의힘은 두 재판관 퇴임 이후 후임 재판관 임명에 착수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나선 점을 들어 한국일보는 “여야가 진영의 유불리와 당리당략에 따라 헌재 제도와 법을 멋대로 해석하거나 뜯어고치며 국정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마은혁은 놔두고 문형배 이미선 후임 인선 요구 “모순”
조선일보는 1면 <與 “재탄핵 땐… 한덕수, 헌재 2명 지명해야”>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오는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하는 방안이 여권에서 검토되고 있다”며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한 대행을 탄핵소추하겠다고 압박하는 데 대한 ‘대응 카드’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통상 (헌법재판관) 임기 만료 두 달 전에 정부에서 임명 관련 청문회 개최 요구서를 제출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2차 탄핵을 추진하면 문·이 재판관 후임자 지명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최근 국무총리실에 두 재판관 후임자 지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2025년 4월1일자 1면
한국일보는 1면 기사에서 국민의힘의 이 같은 태도를 두고 “그러나 그동안 국민의힘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 재판관도 결코 임명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던 점에 비쳐 자기모순이란 지적이 비등하다”고 지적했고, 경향신문은 1면 <마은혁은 두고 “문형배·이미선 후임 인선하라” 여당의 모순>에서 “헌법재판소가 이미 위헌이라 판단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은 방치하거나 임명을 반대하고 이런 모순된 행태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향방을 염두에 둔 정치적 노림수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3면기사 <‘마은혁 임명’ 막은 채…‘문형배·이미선 후임’ 카드 꺼낸 국힘>에서 “‘헌재 구성’ 문제가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탄핵 선고 4월18일 넘길 때 대비 ‘재판관 임기 연장 법’도
이에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로 넘어갈 상황에 대비해 헌법재판소 마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패키지 법안도 추진키로 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야당 단독으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들을 보면 ①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을 시 기존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고 ②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임을 임명하지 못하고 ③국회 선출 등으로 뽑힌 재판관의 임명은 7일 이내로 강제하자는 게 골자라고 전했다. 특히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 만료가 예정된 다음달 18일 뒤에 공포되더라도 소급 적용될 수 있게 했다. 해당 법안들은 이번 주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국일보는 내다봤다. 국민의힘은 한 대행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여야 모두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헌법재판관 구성을 둘러싼 줄다리기에 나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김어준 이재명 초선 의원 등 72명 고발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초선 의원 전원, 방송인 김어준씨 등 72명을 내란음모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주진우 당 법률자문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 기자회견에서 “입법권력이 행정권력을 침탈하는 것”이라며 “국가기관의 정상적 권능 행사를 장기간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를 모의·결의한 만큼 내란음모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에 반해 조국혁신당은 이날 주 의원을 무고죄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동아일보 “헌재와 한 대행이 매듭 지어야”
동아일보는 사설 <파국 치닫는 극한 대치… 헌재와 韓이 매듭지을 때>에서 여야의 입법 대치 상황을 두고 “3주도 남지 않은 두 재판관의 퇴임 시점까지 헌재 선고가 나오지 않고 마 후보자 임명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작 한 대행과 헌재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여야의 대치를 매듭지을 수 있는 건 탄핵심판 선고와 마 후보자 임명 권한을 쥔 헌재와 한 대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헌재가 작금의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정치적 혼란, 국민적 불안을 직시해야 한다”며 “조속한 탄핵 심판 선고로 4개월간 우리 국민을 괴롭혀 온 12·3 비상계엄의 혼란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대행에 대해서도 동아일보는 “국가적 리더십 부재 상황의 엄정한 국정 관리자로서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자신의 부작위가 과연 정치권을 곁눈질하며 책임을 떠넘기는 처신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2025년 4월1일자 사설
한겨레 “한덕수 마은혁 임명해 혼돈 수습하라”
한겨레는 사설 <한 대행, 마은혁 임명해 위헌 해소하고 혼돈 수습하라>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직무에 복귀한 지 일주일이 넘도록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위헌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며 “지금의 혼란에 큰 책임이 있는 한 대행은 헌법 수호와 국정 안정이라는 본분을 직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한 대행이 국회 선출 석달이 넘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명분 없는 헌법 무시”라며 “한 대행은 속히 마 후보자를 임명해 위헌 상태를 해소하고, 헌재는 조속한 결론으로 혼돈을 끝내야 한다”고 썼다.
경향신문 “계엄 잘못이라는 입장도 바꾸나”
경향신문은 사설 <“계엄은 잘못”이라던 입장까지 바꾸는 국민의힘>에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이 길어지면서 국민의힘이 표변하고 있다”며 “ ‘계엄은 잘못’이라던 입장을 바꿔 옹호에 나섰다. ‘내란 정당’ 본색을 노골화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는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내란을 보며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던 이유를 다시 돌아보고 있다”며 “국정 안정을 위해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해야 한다 생각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고 말한 데 따른 것이다.
▲경향신문 2025년 4월1일자 사설
경향신문은 “누구도 납득 못할 비상계엄 선포로 나라를 결딴낸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는 건지 황당하기 그지없다”며 “요건도 못 갖춘 비상계엄으로 헌정을 파괴한 사실마저 부인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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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사설 <無정부 초래할 韓 대행 재탄핵 철회해야>에서 민주당의 한 대행 탄핵 추진을 비판했다. 조선을보는 “대통령 직무 정지라는 비상 상황에서 ‘줄탄핵’ ‘쌍탄핵’ 같은 말이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에서 나오는 것 자체가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이렇게 한 대행을 압박하는 것은 마 후보자가 헌재에 추가로 투입돼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자신들 뜻대로 결론 날 수 있다는 다급함 때문일 것”이라며 “그러나 헌재가 민주당의 정략적 탄핵소추를 기각하고 한 대행의 직무 복귀를 결정한 지 일주일 만에 동일한 이유로 다시 탄핵소추하는 것은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법률이 정한 일사부재리에도 어긋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국가를 무정부 상태로 만들 수도 있다는 위협과 다름없다”고 썼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헌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 촉구 시국미사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3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윤석열에 대한 헌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헌법재판관들이 국민을 생각하며 윤석열을 하루빨리 파면시킬 수 있기를. 우리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 천주교 전주교구 유영 스테파노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년 만에 시국미사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사제단은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고 강조한 교황청 유흥식 추기경의 메시지를 되새기며 헌법재판소를 향해 "당장 파면을 선고하라"고 했다.
사제단은 내란 118일째인 31일 오후 헌재 인근에 위치한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시국미사에 참석한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들은 광장 일대를 빈자리 없이 채웠다.
이들은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엄청난 판결 앞에 우리는 모두 두려운 마음으로 서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당신들만이 오직 대한민국을 살릴 키(key)를 쥐고 있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혼란을 끝내고 후손들에게 나라다운 나라를 물려줄 수 있도록 올바른 판결을 지체 없이 내려달라"고 강조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헌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 촉구 시국미사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3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윤석열에 대한 헌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헌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 촉구 시국미사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3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윤석열에 대한 헌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정의에 중립 없다"
"한밤의 꿈은 아니리 / 오랜 고통 다한 후에 /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 뜨거운 눈물들 / 한줄기 강물로 흘러 /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 더 넓은 평화의 바다에 /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 성가 <그날이 오면> 중
참석자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그날이 오면>, <평화를 주옵소서>, <함께 가자 우리가 이 길을> 등의 성가를 입 모아 불렀다. 노랫말에 맞춰 '헌재는 선고하라', '주저 말고 파면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이나 직접 만들어 온 형형색색의 손팻말을 흔들기도 했다.
오늘 시국미사는 사제단이 1년 만에 재개한 시국미사였다. 그만큼 많은 참석자들이 광장 곳곳을 채웠고, 대부분은 자리가 부족해 인도에 서서 시국미사를 지켜봤다. 오후 6시께는 장백의를 입고 보라색 영대를 두른 신부 수백 명이 줄지어 입장했다. 참석한 신부들의 수가 너무 많아 입장에만 약 10분이 소요될 정도였다. 평신도들은 계속해서 성가를 부르며 이들의 입장을 지켜봤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헌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 촉구 시국미사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3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윤석열에 대한 헌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헌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 촉구 시국미사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3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윤석열에 대한 헌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이날 해설을 맡은 천주교 전주교구 유영 스테파노 신부는 위와 같이 헌법재판관 8명을 한 명씩 호명했다. 이어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들리는 말대로 8명 중 2~3명 때문에 파면 선고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녕 사실인가"라고 물으며 "그렇다면 제발 생각을 달리해달라. 지금으로서는 당신들만이 오직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는 키를 가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강론(설교)을 맡은 장계성당 주임신부인 송년홍 타대오 신부는 "요즘 국민들은 아침에 일어나 유튜브를 틀고, 페이스북을 보고, 뉴스를 보며 (탄핵심판) 선고일이 언제인가 확인한다"며 "내란 병, 내란 증후군에 걸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3일 밤부터 윤석열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우리 모두가 봤다. 갑자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시키려 하고 계엄군을 헬리콥터에 태워서 보냈다.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려 포고령을 선포했고, 수거 대상 목록을 만들었다"라면서 "그런데 왜 헌재는 망설이고 주저하는가. 무엇이 무서운 건가"라고 반문했다.
또 송 신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현대 세계의 사목 헌장'을 소개하며 "양심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양심에 따라 선고하라는 뜻"이라고,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의 최근 담화를 언급하며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헌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 촉구 시국미사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3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윤석열에 대한 헌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헌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 촉구 시국미사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31일 저녁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윤석열에 대한 헌재의 조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사제단은 이날 교구별로 윤석열 파면 선고가 이루어지는 날까지 묵주기도, 오체투지, 삼보일배 등을 진행하자는 다짐을 나누기도 했다. 시국미사를 마친 참석자들은 오후 7시부터 '윤석열 파면 국힘당(국민의힘) 해산 촛불문화제'에 합류해 집회를 이어갔다.
아래는 이날 참석자들이 시국미사를 마치며 부른 파견성가 노랫말이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동지의 손 맞잡고 가로질러 / 들판 산이라면 / 어기여차 넘어주고 /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 어기여차 건너주자 /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 서로 일으켜 주고 /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마침내 하나 됨을 위하여" - 성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지난 12일, 정부는 <취업자 2달 연속 두자릿수 증가…서비스업 고용 증가폭 확대>라는 제목의 '정책브리핑'을 발표했다. 2월 취업자 수가 13만6000명이나 증가했고 고용률과 경활률이 2월 기준 역대 최고라는 것. 실제로 15세 이상 고용률은 61.7%로 전년 동월 대비 0.1%p 상승했고, 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8.9%로 0.25%p 상승했다.
그러나 취업자 수 증가는 65세 이상에 치우쳐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직접일자리 사업이 연초부터 신속 채용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일자리를 집중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지난달 65세 이상 취업자는 33만1000명 증가했다. 직접일자리 사업을 진행하면 주로 보건복지와 공공행정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정부가 말한 '서비스업 고용 증가'가 바로 이 두 부문을 가리킨다.
노년층은 그래도 이렇게 취업자 수를 늘리기가 용이한 편이지만, 일자리를 구할 때 미래를 더 많이 생각하는 청년층은 다르다.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21만5000명 감소했는데, 청년층 취업자는 23만5000명 줄었다. 청년층 고용률은 44.3%로 전년 동월 대비 1.7%p나 하락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50만4000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하고 계산하는 청년층 실업률도 7.0%로 0.5%p 상승했다. 청년층이 많이 취업하는 제조업과 도소매업은 취업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어느 지표를 보나 좋지 못하다.
언론은 청년 고용지표 중에서도 청년 '쉬었음' 인구의 증가에 주목했다. 특히 <한국경제>, <서울경제>, <헤럴드경제>, <한국일보>, <세계일보> 등 5개 신문은 청년 ‘쉬었음’을 사설로 다뤘다.
[사설] '그냥 쉬었음' 청년 50만명…이대로는 한국號 미래 없다(25.03.12 한국경제)
[사설] 청년 고용 4년래 최악인데 '反기업' 정책 공약 내세운 巨野(25.03.13 서울경제)
[사설] '쉬었음' 청년 50만명, '불안하다'는데 정책은 느슨(25.03.17 헤럴드경제)
청년 50만 명이 '그냥 쉬는 사회' 지속 가능한가(25.03.13 한국일보)
[사설] '쉬었음' 청년 43만명, 이들의 희망은 '일자리 재교육'(25.03.13 세계일보)
<한국경제>는 청년 '쉬었음'의 증가가 "기업 투자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교육 체계가 기업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고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 하나도 만들지 못하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했다.
<서울경제> 사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규제를 혁파하고 세제·재정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서라고 했다. 또한 "정규직 보호 중심의 경직된 노동 시장을 유연화해야" 기업들이 청년 채용을 기피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헤럴드경제> 사설은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와 "실무 중심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 사설도 뒷부분에서는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경직성 이야기를 똑같이 했다. 매번 나오는 주장들이다. 문제가 무엇이든 경제신문들의 해법은 규제 완화와 기업 지원이다.
<세계일보>는 '쉬었음 청년, 그들은 누구인가' 시리즈 연재를 통해 만난 청년들 이야기를 사설에 담았다. 청년들이 다시 일어서려면 일자리 재교육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일보>는 쉬었음 인구 증가의 원인을 '신성장 동력이 나오지 못한 것'과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찾았다. 두 신문의 사설은 경제신문들의 사설과 논조가 상당히 달랐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취업 공고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쉬었음 청년 증가에 대한 주무부처 장관의 인식은 어떨까?
지난해 11월 29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쉬었음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 대책을 설명했다. "국세청에 소득 신고 한 번 해본 적 없는 졸업생들을 직접 찾아가서 어떻게 지내는지, 왜 쉬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올해 1월 고용노동부가 '한국형 일자리 보장제'를 내놓았다. 한국형 일자리 보장제란 EU의 청년보장제(Youth Job Guarantee)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 4개월 내에 정부가 개입해서 취업 준비 장기화를 예방하는 정책이다.
올해 2월 19일에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긴급 기자회견이 있었다. 청년 고용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지금 엑소더스 코리아가 얼마나 급속하게 일어나는지 여러분 보시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투자 안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투자 안 하는데, 우리 젊은이들은 쉬었습니다. 젊은이들이 원하는 자리가 반도체, 고임금, 좋은 거 아닙니까. 고임금이고 연봉 1억 이상, 그다음에 R&D, 연구기술직, 이런 또 반도체 같은 특별한 분야에 대해서 하자는 이것도 안 하면서 먹사니즘을 말합니까?"
그러니까 김 장관의 견해는 '기업이 투자를 안 해서 젊은이들이 쉬었다'는 것으로, 경제신문 사설 내용과 비슷해 보인다. 그리고 그의 해법은 어떤 논리에 근거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젊은이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가 반도체 업계의 고임금 일자리인데, 그 반도체 분야에 주52시간 예외 인정을 안 해서 문제라니…. 좋은 일자리를 장시간 노동하는 일자리로 만들면 '쉬었음'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일까?
몇 마디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다. 3월 10일 김 장관이 세종청사 기자간담회에서 청년 고용에 대해 했던 이야기도 들어보자. "방법이 뭐냐 이거지. 우리가 고용노동부가 안을 내는 게 아니라 기업이 청년 채용해야 하는데 기업이 전체적으로 감원 추세. 삼성, 은행, 건설도 감원. 그럼 어디서 늘릴 거냐. 올해 졸업생도 쏟아져 나와요. (…) 취업 잘 되는 데 정원도 늘리고 해보자. 뭐 그런 것밖에 없어요. 그리고 쉬었음 청년한테 가서 5만 명 데이터 가지고 계속 전화해서 취업 박람회 하는데 와보세요, 이런 일자리 있는데 한번 안 해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소프트웨어 트레이닝코스 1년짜리가 있는데 다 우리가 돈 주고 약간의 훈련비도 드릴 테니까 들어보시죠. 뭐 이렇게 유인을 하는 거죠. 안내, 유인해 드리고. 그런 거는 우리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나도 미미한 거예요."
기자 한 명이 '청년고용 관련해서 고용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는 거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김 장관은 다시 이렇게 답변했다. "안내는 해주지만 일자리 만드는 건 정부 인턴, 그것도 임시거든요. 인턴도 막 늘릴 수가 없어. 더 늘릴 수가 없어. (…) 청년정책도 수십 개가 있는데 내가 들여다볼 때는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 몇 개 늘어나냐, 굉장히 제한적이다. (…) 우리가 하는 것은 중소기업에서 청년 채용하면 지원금 줘요. (…) 10만 명한테 그거 몇 달 준다고 해서 청년들 체감하는 거 아니고 공장이나 이런 데 가는 사람만 주기 때문에 공장에 가기 싫어해서. 기재부에서도 그런 돈을 그렇게 많이 써야 하냐, 그런 여러 가지 한계가 많아요."
고용노동부의 청년고용 정책이 가짓수는 많은데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장관의 설명. 솔직하긴 하다.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김 장관이 쉬었음 청년에 관한 데이터를 제대로 보긴 했는지 의문이 든다. 정부와 유관기관에서 발표한 자료라도 다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김 장관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약도 제공하겠다.
<2023년 11월 기재부가 발표한 '쉬었음' 청년 실태조사>
· 2023년 1~10월에 쉬었음 청년은 41만 명에 달했다. 2016년에는 쉬었음 청년이 26만9000명이었고, 그 이후 급증하다 2020년 코로나 시기에 정점(44만8000명)을 찍고 다소 감소하다가 2023년에 다시 증가로 전환했다.
· 쉬었음 청년의 학력은 고졸 이하가 61.8%였고, 직장 경험이 있는 경우가 74.6%였다.
· 이 실태조사에서는 쉬었음 청년을 취준-적극형, 취준-소극형, 이직-적극형, 이직-소극형의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단계별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2022년 통계에서 가장 많은 유형은 '이직-적극형'(57%)이었다.
· 이직-적극형 청년들은 "이전 직장보다 나은 조건·경력 등"을 위해 퇴직했고, 재취업 계획은 있지만 바로 진입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 쉬었음 청년 증가의 장기적·구조적 원인은 노동시장 미스매치, 기업들의 수시·경력 채용 경향, 전반적인 이직 증가 등이다. 단기적 원인으로는 코로나 시기 확대되었던 간호, 배달 일자리의 축소와 그리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던 청년들의 ‘쉬었음’ 유입이 있다.
▲2022년 청년 쉬었음 유형별 비중 – 기재부의 분류에 따르면 '이직-적극형'이 57%, '이직-소극형'이 21%를 차지했다.
<2024년 12월 2일 한국은행,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의 배경과 평가>
· 최근 나타난 쉬었음 증가는 첫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층이 아니라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층이 주도했다.
· 최근 1년간 증가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중 자발적 사유로 쉬게 된 노동자는 28%였고 비자발적 사유가 72%를 차지했다. 비자발적 사유의 청년 '쉬었음'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
· 비자발적 쉬었음 청년은 주로 중소기업(300인 미만), 대면서비스업에 근무했다. 도소매, 숙박음식업 같은 대면서비스업뿐 아니라 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 등 IT 관련 업종에서도 청년층의 비자발적 쉬었음이 늘어나고 있었다.
· 청년층 고용의 질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비자발적 이직에 의한 노동시장 이탈은 "고용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자리에서 주로 나타났"다.
· 또 비자발적 쉬었음으로 이동한 지 1년이 지나면 근로를 희망하는 비율이 50% 내외로 하락했다.
▲청년층 이직사유별 쉬었음 인구 – 2023년 4분기부터 최근까지 자발적 사유의 '쉬었음'도 증가했지만 비자발적 사유의 '쉬었음'이 더 가파르게 증가한 모습이 보인다. 출처: 한국은행 블로그
<2025년 3월 11일 발표, 한국고용정보원의 쉬었음 청년 실태조사+한국노동연구원의 수도권과 지역 간 청년 일자리 격차 조사>
· 1년 이상 쉬었음 상태를 경험한 청년들의 87.7%가 과거 근로소득 경험이 있었다. 이들의 마지막 일자리는 제조업(14.0%)과 숙박·음식업(12.1%) 등의 소기업(42.2%)에 집중되어 있었다.
· 장기 쉬었음 청년들의 마지막 일자리를 기업 규모별로 분류하면 '소기업/소상공인' 비중이 높았다. 평균 임금 수준은 200만 원 이상~300만 원 이하였고 근속기간 평균은 17.8개월이다(근속기간은 '6개월 미만'과 '1년~2년 미만'이 많음).
· 과거 일자리가 저임금·저숙련·불안정할수록, 일경험이 없을수록,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쉬었음에 머무는 비중이 높았다.
· 2018년 이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청년 취업자 격차 비율은 2020년 31.7%까지 확대되었다. 특히 정보통신 전문가 및 기술직 취업자 수에서 지역 격차가 크다.
▲장기 '쉬었음' 청년의 마지막 일자리는 '소기업/소상공인' 비중이 높다(42.2%). 출처: 고용노동부 보도자료(2025.03.11)
이 자료들을 종합해서 그림을 그려보자. 현재 쉬었음 청년의 절반 이상은 고졸 이하 학력이고, 70% 이상은 직장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 쉬었음으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자발적 쉬었음보다 비자발적 쉬었음이 더 많이 늘고 있는데, 비자발적 쉬었음 청년 중 다수는 대면서비스 업종의 소규모 사업체에 종사했다.
그런데 정부 정책은 직장 경험이 있는 청년보다는 대학교 졸업예정자(연 55만 명)와 직업계고 청년(8만명)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턴이든 뭐든 일단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들어가게 만든다. 올해 '졸업생' 대상 예산 175억 원이 새로 배정되긴 했지만, 노동시장에 진입했다가 이탈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기존의 도약장려금과 국민내일배움카드 외에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는다. 통계상 쉬었음 청년의 전형인 '제조업이나 숙박음식점업에서 평균 17.8개월 일하다가 쉬었음이 된 청년'은 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우리 사회와 언론이 만드는 쉬었음 청년의 이미지는 일정한 조건을 갖추고 대기업 입사를 준비 중인 청년들이다. 김문수 장관의 머릿속에도 "국세청에 소득 신고 한 번 해본 적 없는 졸업생들"이 있다. 제조업에 관해서는 청년들이 "공장에 가기 싫어해서"라고 단정해 버린다. 그러나 통계 수치는 고졸 청년들과 비수도권 제조업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져야 함을 가리킨다. 우리가 던지는 질문도 더 다양해져야 한다. 고졸 청년들이 소규모 제조업체에 갔다가 안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도권 청년들이 대면서비스업 일자리를 구했다가 그만두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조업과 서비스업, 정보통신업 가리지 않고 비자발적 실직이 늘고 30대 경력직끼리도 구직 경쟁이 붙는 심각한 상황인데 과거와 똑같은 해법으로 대응이 가능할까?
담당 공무원들이 노력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청년 취업 관련된 정책을 다 모아놓으면 가짓수가 정말 많다. 빈 일자리 지원금 같은 정책은 당장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기재부가 이것도 아까워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매칭 서비스, 심리상담 같은 나열식 청년 정책은 한계가 있다. 기업의 경력직 채용에 대응해서 모든 청년에게 인턴 방식으로 '일 경험'을 시켜준다 해도 그 청년들 사이에 다시 경쟁이 붙는다.
정부는 '한국형 일자리 보장제'를 내놓으면서 EU의 '청년 일자리 보장제(Youth Job Guarantee)'를 참조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EU의 일자리 정책에는 일자리의 '질'이라는 개념도 포함된다. EU에서는 미래 사회 원칙으로 '더 많은, 더 나은 일자리(more and better jobs)'라는 고용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고용의 안정성, 임금 충분, 작업환경 안전, 안전망(4대보험 제도화)과 노동권의 4가지를 갖추면 어떤 일자리든 좋은 일자리가 된다는 개념이다. 일자리의 양을 늘리기 위해 EU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방법을 선택했다. 2030년까지 20~64세 인구의 80% 이상이 고용되도록 한다는 목표도 세워놓았다. 현실과 이상은 다르겠지만, 적어도 일자리의 질과 양을 모두 중시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ILO에서 정한 '괜찮은 일자리'의 요건도 비슷하다. 적정 소득, 고용 안정성, 일터의 안전. 한국 청년들에게도 이처럼 '좋은 일자리' 또는 '괜찮은 일자리'를 찾을 기회가 지금보다 많이 주어져야 한다. 청년들이 오래 다닐 수 있는 일자리라면 모두에게 좋은 일자리일 것이다.
한국은행은 "청년층 고용의 질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단 청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단시간 노동의 증가, 미스매치… 다 같은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현장 노동자들이 문제 제기하는 부분을 잘 들여다보면서 일자리의 질을 챙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직장 갑질과 임금체불, 최저임금법 위반, 하청노동자의 무권리 상태, 가짜 3.3 고용과 교육생 임금 착취 같은 문제들은 노동시장 전반을 짓누르는 동시에 청년들의 이탈에 일조한다. 김문수 장관이 정치적 발언은 줄이고 이런 현안들에 더 관심을 가지기를 권한다.
안진이 더삶 대표
안진이 the삶 대표는 '더 나은 일과 삶'을 위해 플랫폼 기업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노동 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the삶 공식 뉴스레터(33레터) 구독 링크 https://the3together.ghost.io/#/portal/signup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여야의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마 재판관을 1일까지 임명하지 않으면 국무위원 연쇄 탄핵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내각 줄탄핵을 하겠다는 것은 국헌 문란이라며 3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초선 의원 등 72명을 내란 음모 및 내란 선동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이미 지난달 25일에 변론이 종결됐는데도 선고는 미뤄지고 있다. 탄핵 심판 사건 접수부터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렸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12월14일부터 이미 100일이 넘어갔다.
31일 주요 일간지는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여야가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현안을 1면에 담았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 1면에 실린 탄핵 심판 선고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야 ‘탄핵 선고’ 총력전>
국민일보 <늘어지는 헌재 선고 여야 강경파만 득세>
동아일보 <늦어지는 尹 선고에 與서도 “이번주 매듭 지어야”>
서울신문 <“마은혁 임명 1일 데드라인” “줄탄핵 땐 野 해산”>
세계일보 <與 “馬미임명 땐 중대 결심” 與“내각 전원 탄핵은 내란”>
조선일보 <“내각 총탄핵” vs “野 내란죄 고발” 정국 충돌>
중앙일보 <윤 선고 늦어지자 야당, 한덕수 재탄핵 시동>
한겨레 <끝내 4월…윤 탄핵심판 선고 ‘마지노선’도 불안>
한국일보 <국정마비 불사한 與 ‘마은혁 배수진’>
더불어민주당이 30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다음달 1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마 후보자를 4월1일까지 임명하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밝혔다.
▲31일 동아일보 1면.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야 ‘탄핵 선고’ 총력전>에서 “‘중대결심’은 한 권한대행을 다시 탄핵소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4월로 넘어가자 야권이 가용한 모든 카드를 동원하는 총력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4면 기사 <“민주당 해산” “내각 줄탄핵” 헌재 바라보다 격해진 여야>에서는 “헌재가 지난달 25일 변론 종결 후 한 달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당연히 탄핵 인용이라고 관측하던 야당의 초조함이 강경 대응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무죄 선고 후 탄핵 기각·각하 투쟁을 하는 탄핵 반대파에 당의 무게추가 쏠리면서 민주당에 대한 대응이 격해지고 있다. 전략적으로는 더 이상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기 어려워지니, 민주당 집권의 정치적 리스크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31일 경향신문 4면.
한겨레는 1면 기사 <윤석열 탄핵심판 4월18일 넘기는 ‘최악 경우의수’ 우려까지>에서 왜 탄핵 심판이 이렇게 늦어지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 일정이 4월로 넘어올 정도로 평의가 길어지면서 헌법재판관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커, 결정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막바지 쟁점 정리 과정에서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누군가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썼다.
이어 “지난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선고에선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헌재는 전혀 힌트를 남기지 않았다. 되레 5(기각)대 2(각하)대 1(인용)로 재판관들의 ‘분화’만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마은혁 재판관이 채워지지 않은 ‘8인 체제’에서 5 대 3으로 갈려있다면 쉽사리 마침표를 찍어버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또한 한겨레는 “4월까지 밀린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의 마지노선은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18일”이라며 “4월10일은 두 재판관 퇴임 전 ‘8인 체제’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정기 선고일이다. 헌재는 변론이 종결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 사건도 ‘8인 체제’에서 결론을 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예상했다.
▲31일 한겨레 1면.
국민일보 “선고 늦어지면서 강경파들 득세…모두 사활 걸고 초강경 대응”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는 여야가 모두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1면 <늘어지는 헌재 선고… 여야 강경파만 득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3월 선고가 불발됐는데 헌법재판소는 말이 없자 여의도엔 강경파들의 목소리만 득세하고 있다”며 “헌재 결정이 늦어지는 배경으로 헌법재판관들 간 탄핵 인용과 기각·각하 의견 충돌설마저 제기되면서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초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서로 고소·고발을 예고하는 등 정치가 스스로 사법 종속성을 키우는 사이 중도 민심은 갈수록 정치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서울신문도 1면 기사에서 “헌법재판소 선고 지연에 정치권도 파국으로 치닫는 모양새”라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1면 역시 “여야 지도부 모두가 강경론에 휩쓸려 들어가는 추세”라며 “결국 문제 해결이 정치인의 ‘입’보다 사법부의 ‘판결’로 결정되고, 이마저도 진영논리로 해석되며 싸움만 거듭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더 큰 이유는 ‘윤 대통령 복귀 프로젝트’라는 의구심”
한국일보는 1면 <국정마비 불사한 野 ‘마은혁 배수진’>기사에서 왜 더불어민주당이 마은혁 재판관 임명에 집중하는지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한 대행이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건 불과 1주일 전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재차 탄핵으로 압박하는 건 과도한 조치로 비친다”며 “탄핵 사유도 앞서 ‘헌법재판관 미임명’으로 같다. 상황이 이런데도 실제 탄핵에 나선다면 상당한 역풍을 각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강행하려는 건 마 후보자 임명에 사활이 걸렸기 때문”이라며 “우선 위헌 상태 해소를 이유로 든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에 대해 ‘국회 권한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한 대행 탄핵을 다시 추진해 국회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이라 썼다. 또한 “더 큰 이유는 ‘윤 대통령 복귀 프로젝트’라는 의구심”이라며 “현재 1명이 공석인 8인 체제에서 재판관 2명이 빠진다면 6명으로 줄어 헌재는 탄핵 결정에 필요한 7명조차 채울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5면 기사에서 “마 후보자가 임명된다 해도 윤 대통령에 대판 ‘조속한 파면 선고’를 장담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 측에서 이의를 제기해 정식으로 변론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가뜩이나 늦춰진 선고에 대해 헌재가 또다시 지연할 명분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31일 한국일보 5면.
조선일보 사설 “여야 극단적 대립…멈추지 않으면 통제 불가능한 위기 닥칠 수도”
사설에서도 대부분의 언론이 여야 모두 극단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31일 사설 <‘내각 총탄핵’과 ‘내란죄 고발’이라는 막장 충돌>에서 “한덕수 대행의 복귀 이후 정부가 내각을 재정비하고 여야가 위기 극복에 함께 나서도 부족한 상황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다시 내각 총탄핵과 내란죄 고발이라는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며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면 통제 불가능한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전했다.
▲31일 조선일보 사설.
또한 조선일보는 이날 <충돌 점점 격화되는데 100일 훌쩍 넘긴 헌재 재판> 사설에서 헌재가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이런 혼란을 종식시키려면 이제는 헌재가 결론을 내려야 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후 약 4개월 동안 우리 사회를 잠식한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줘야 한다”며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와 다른 결론을 원한 상당수 국민은 실망하고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정치적 상황이 계속되는 것을 견뎌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런 정치적 불투명성이 사회 균열과 경제 불안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이미 사방에서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이날 사설 <줄탄핵 협박, 내란죄 고발…선고 지연에 이성 잃은 정치권>에서 “탄핵 찬반 시위대의 대립이 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여야 정치권은 자중해야 할 텐데 오히려 더 나가고 있다”며 “자칫 갈등을 부추기다가 헌재 선고가 임박할수록 인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집회 현장에서 물리적 충돌이라도 빚어질 경우 정치권은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탄핵 심판과 관련한 사설을 쓰지 않았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촉구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헌재는 ‘망국적 헌정 위기’ 직시해야>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하염없이 미뤄지면서 국민의 불안과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으로 헌정을 파괴한 대통령이 넉달 가까이 국가원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 자체가 또 다른 헌법질서의 파괴”라면서 “한덕수 권한대행도 망국적 사태를 막기 위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즉시 임명해야 한다. 지난주 한 대행 탄핵심판 선고에서 헌재는 국회 선출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게 위헌이라는 다수 의견을 내놨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파국 치닫는 정국, 한덕수가 마은혁 임명해 결자해지해야>에서 “현 상황에서 사태 수습의 책임은 전적으로 한 대행에게 있다. 헌재 결정 취지대로 마 후보자를 임명해 위헌적 상황을 해소하면 된다”고 전했다. 다만 경향신문은 “만약 국무위원 전원의 탄핵이 현실화되면 한국은 무정부 상태가 되고 국가적 혼란은 극에 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또한 과연 내란 극복을 위한 책임있는 자세인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1일 경향신문 사설.
최악의 산불에 진화 시스템은 후진적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을 시작으로 경남과 경북 지역에 퍼진 산불이 발생 열흘 만에 꺼진 가운데, 언론은 역대 최악의 산불이라며 피해 규모가 막대하다고 전했다. 관련해 경향신문은 1면에 <75명 사상·주택3379채 전소…역대 최악 ‘산불 참사’>, 동아일보도 1면에 <불은 잡혔지만 냉바닥 쪽잠 청하는 5581명>, 한겨레 1면 <갈수록 커지는 산불 인력도 장비도 못 따라간다>, 한국일보 1면 <‘괴물 산불’ 예측하고도 당했다> 등의 기사를 배치해 이번 산불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한 구조를 지적했다.
한겨레는 1면에 ‘최악 산불 무방비 한국’이라는 주제의 기획 기사를 배치, 후진적 진화 시스템을 살펴봤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이번 산불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대형 살수 헬기 부재, 낡은 장비, 고령의 진화 인력 등 진화 시스템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며 “또 시골 마을 고령층과 농촌 취약 계층이 큰 피해를 보게 돼 지역 불균형 문제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31일 한겨레 6면.
한국일보 역시 1면에 <괴물 산불 예측하고도 당했다>에서 “전 지구적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의 연중화, 대형화에 대비하기 위해 산불 대응체계 강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까지 이행률은 낙제점에 가깝다”며 “더 문제는 산림청 등 재난당국이 기후변화에 따라 대형화·연중화하는 산불의 가공할 파괴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관님들, 불초 변방의 한 경제기자가 한 말씀 올립니다. 경제기자가 경제 기사나 열심히 쓰지 뭘 안다고 헌법재판에 관해 떠드느냐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이렇게라도 한 말씀 올리지 않으면 진짜 큰일 날 것 같아 하는 말입니다.
저는 헌법재판이 정치재판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속된 말로 헌법재판소가 정치적으로 간을 좀 보더라도 그러려니 하는 쪽이라고요. 3월 14일로 기대됐던 선고일이 미뤄졌을 때에도 대충 이해했습니다.
21일을 넘기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재판 이후에 헌재의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뭐 그런 개떡 같은 논리가 다 있나?’ 싶었지만 그것도 참았고요. 그런데 28일까지 입을 꾹 닫고 있는 건 정말 아니지 않습니까?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가 정립한 자아고갈 이론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간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는 겁니다. 사람들이 폭발 직전이에요. 인내심으로 치면 한 인내심 하는 저조차도 일상이 망가진 지가 너무 오래됐고요.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경제
그런데 헌법재판관님들, 그거 아십니까? 우리 같은 민중들은 서부지법에 난입한 폭도들과 달라서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러도 응원봉 들고 노래 부르며 빠른 선고를 촉구하는 것 외에 달리 뭘 할 방도가 없어요.
하지만 경제는 다릅니다. 제가 이 칼럼의 제목을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습니다’라고 붙였는데, 여기서 인내심은 저의 인내심, 혹은 민중들의 인내심이 아니라 한국 경제가 버틸 수 있는 인내심을 말하는 거라고요.
이게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르시지요? 복잡한 숫자를 말씀드리면 이해를 못 하실 테니 쉽게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최근 두 달 새 자영업자가 20만 명이 폐업을 했어요. 이게 다 윤석열의 내란으로 연말 특수를 날려버린 자영업자들의 피눈물이라는 사실은 재판관님들도 아시겠지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헌법재판관 등이 2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기일에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5.02.25. ⓒ뉴시스
이게 어느 정도 큰 문제냐? 자영업자가 20만 명이 폐업을 하면요, 대충 그 가족까지 어림잡아 50만 명 정도가 생존의 기로에 섭니다. 50만 명이 어느 정도 숫자인지 감이 잘 안 오시나요? 시흥, 안양, 김해, 평택 같은 수도권 도시 하나가 날아가는 거예요. 지방으로 치면 목포, 경주 같은 도시 두 개가 한꺼번에 죽음의 위기에 빠진 꼴이고요.
일개 경제 기자가 이야기하니 심각성이 잘 안 느껴지실 것 같은데 정부의 공식 발표를 보자고요. 그린북이라는 게 있어요. 기획재정부가 매월 발간하는 경제 종합 보고서입니다. 미국 연준이 발간하는 정기 보고서가 ‘베이지북’이어서 이 책에도 비슷한 별명이 붙은 거죠.
이 그린북은 기재부가 발간하는 것이다 보니 자기 잘난 척을 엄청나게 합니다. 자기들이 운영하는 경제를 나쁘다고 표현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죠. 오죽하면 그린북이 지난해 11월까지 “우리나라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라는 헛소리를 해댔겠냐고요.
그런데요, 내란 이후인 작년 12월 13일 그린북에서 14개월 만에 ‘경기 회복세’라는 표현이 사라졌어요. 그 자리를 ‘경기 하방 위험’이라는 표현이 대신했고요. 이게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감이 잘 안 오시죠? 속된 말로 졸라 위험한 상황인 겁니다. 다른 책도 아니고 그린북이 이렇게 말하면 진짜 안 좋은 거거든요.
더 미뤄지면 호흡기 떼야 할지도 모른다
경제기자이긴 하지만 저는 웬만해서는 경기 예측을 부정적으로 하지 않는 편이어요. 보수언론의 “우리나라가 곧 망한다”는 호들갑이 민중들에게 어떤 협박으로 작용했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죠. 그런데 2월 14일 발표된 그린북에 “내수 회복이 지연됐다”는 표현이 나오더라고요.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 감이 잘 안 오시죠? 진짜 큰일입니다. 왜냐하면 기재부가 이 사실을 그동안 결사적으로 부정했거든요.
사실 내수 부진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수많은 연구기관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기차게 경고한 거였어요. 그런데도 그린북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더라고요. 윤석열 정권이 뭘 잘못하고 있지 않다는 억지 주장을 편 거지요. 그러다가 2월에 마침내 그린북이 이를 인정한 겁니다.
3월 14일 발간된 그린북의 입장은 진짜 심각해졌어요. 내수 부진을 인정한 건 물론 ‘수출 증가세 둔화’라는 표현이 새로 추가됐거든요. 그린북에 수출 부진이 언급된 건 2023년 6월 이후 무려 21개월 만이어요.
윤석열 집권 이후 내수 부진은 오래된 일인데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 지표는 수출로 겨우 버티는 형국이었어요. 그런데 수출이 박살 났다니까요? 제 이야기가 아니라 윤석열 정권의 기재부 말이 그렇다고요. 제 경험상 그린북이 이 정도 표현을 한다면 한국 경제는 삐뽀삐뽀 상황인 겁니다.
헌법재판관님들의 시급한 선고가 왜 중요한지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요, 원래 내수는 소득과 소비심리의 2차 함수 문제여요. 이 정도는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그 중 소득이라는 변수는 당장 어쩔 수가 없어요. 윤석열이 망쳐놓은 저소득 구조가 하루 이틀 만에 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소비심리는 다릅니다. 정치적 지형이 안정되면 미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두려움이 줄어요. 당연히 지갑을 엽니다. 게다가 헌재의 선고가 나오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거잖아요? 설마 재판관님들이 탄핵을 기각하는 미친 짓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에요.
그렇게 대선이 시작되면 어떤 후보건 자영업자들 문제를 간과할 수가 없어요. 거기 표가 얼만데요? 당연히 이런저런 공약들이 나올 겁니다. 지금 문제는 한덕수-최상목 듀오가 아무 일도 안 하고 자빠져 있다는 겁니다. 이러면 소비심리가 살아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대선이 빨리 시작돼야 한다고요. 저는 지금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에요. 정지된 정부 기능에 파워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는 후보들이 너도나도 정책을 제시하는 그런 국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헌법재판관님들, 진짜 이러다가 경제가 골로 가는 수가 있습니다.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어요. 하지만 지금부터 하루하루는 진짜 소중한 시간이에요. 두 달 동안 20만 명의 자영업자가 폐업을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하루에 3,000명입니다. 1분에 두 명꼴로 개인사업자가 망하고 있다고요.
재판관님들이 아무 생각 없이 하루 더 미루잖아요? 하루 3,000명, 가족까지 하루 7,000~8,000명이 죽음의 구렁텅이에 내몰려요. 제발 더 이상 한국 경제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세요. 한국 경제가 그런 인내심을 갖출 정도로 단단하지가 않다니까요!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전광훈 목사 주도 집회에 윤석열 지지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광화문광장 부근 미대사관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다.권우성
한 손엔 태극기, 다른 손엔 성조기를 들고 "탄핵 기각"을 외치는 시위대. 과연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들이 지키려는 한미동맹에 가장 큰 상처를 낸 인물이 바로 윤석열이라는 사실을.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은 미국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 병력을 동원했다.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핵심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였다. 조약 제2조는 위기 시 양국 협의를, 제3조는 공동 대응을, 제4조는 주한미군의 주둔 권리를 명확히 규정한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의를 생략한 건 동맹의 기본 원칙을 저버린 중대한 배신이었다.미국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단호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사전 통보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밝혔고,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이를 "위법이며 심한 오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며 충성을 맹세하던 윤석열의 돌발적 행동에 미국 정부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만약 주한미군이 우리 정부와 상의 없이 북한을 상대로 독자적 작전을 벌였다면, 우리는 어떤 배신감을 느꼈을까? 그 감정을 떠올려 보면 바이든 정부의 당혹감이 이해될 것이다.
동맹도 예외 없는 미국의 정보 전략
▲미국 버지니아 랭글리에 위치한 CIA 본부 내부 모습.EPA/ 연합뉴스
한 국가의 정보 수집 능력은 그 나라의 실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은 이 분야에서도 단연 압도적이다. 미국이 우리 정부와 청와대 주요 인사들을 도청해 왔다는 사실은 해제된 기밀문서를 통해 여러 차례 입증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1976년 미 중앙정보국(CIA)이 청와대를 도청해 정보를 수집한 사건이다. 이는 '박동선 사건'으로 알려진 코리아게이트로 이어졌다. 가장 최근에는 2023년 4월 국가안보실 도청 사건이 있었다.
당시 미국 언론이 공개한 비밀문건에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을 논의한 대화가 상세히 담겨 있었다. 정보 출처는 '신호정보(SIGINT·시긴트)'로 명시돼 있었다. 미국이 전자감청을 통해 우리 외교·안보 수뇌부의 통신을 도청했다는 직접적 증거였다.
그럼에도 윤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지난해 10월까지도 '위조 문서'라며 도청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미국 측에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미국 법원은 해당 기밀문서를 유출한 잭 테세이라 일병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문건이 실제 기밀이라는 점이 법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미국의 정보 수집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공개된 위키리크스 문서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프랑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일본 아베 신조 총리까지 동맹국 정상들의 통신도 감청해 왔다. 정보의 세계에는 적과 동맹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정황이 여럿 있다. 폭로된 문서들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미 국무부 외교전문,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내부 논의, 북핵 대응 방침, 통일 시나리오까지 미국과 실시간으로 공유되거나 도청된 기록이 존재한다. 이것이 한미동맹의 또 다른 얼굴이다.
미국의 글로벌 정보 수집 체계
미국은 주한미군 정보부, CIA, NSA, 국방정보국(DIA) 등 다양한 기관을 통해 한국 내 정보를 수집한다. 이 정보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에서 통합·분석되어 대통령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보고된다.
특히 미국은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운영하는 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통해 전 세계 통신을 감청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이 네트워크의 핵심은 NSA가 주도하는 '에셜론(ECHELON) 프로젝트'다.
에셜론은 1970년대부터 운영된 감청 시스템으로, 위성 통신, 해저 케이블, 인터넷 교환 지점을 통해 전화, 이메일, 인터넷 데이터를 대규모로 수집한다. 2013년 전직 NSA의 컴퓨터 전문가였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그 실체가 확인됐다. 이 시스템은 키워드 검색과 음성 인식을 통해 특정 인물을 정밀하게 추적한다.
NSA의 또 다른 프로그램인 '프리즘(PRISM)'은 인터넷 통신을 광범위하게 수집하며, 에셜론과 연계되어 작동한다. 이 시스템은 특정 인물이나 기관을 표적 삼아 통신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 한국 내 주요 인사나 기관도 이 감시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의 정보 활동과 결합될 경우, 미국은 한국 내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를 확보하게 된다.
윤석열은 대통령 취임 후에도 개인 휴대폰을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통화 내용이 도청에 취약했음을 보여준다. 설령 계엄 관련 내용은 비화폰을 사용했다 해도, 미국이 비상계엄 전후 한국 상황에 대해 언론 보도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고급 정보를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계엄 선포 이후, 추락한 한국의 신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미국 에너지부 민감국가 지정 관련 긴급 현안보고 및 질의에서 답변하고 있다.남소연
지난 1월, 바이든 정부는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다. 이는 국가 안보, 핵확산 방지, 테러 방지 등 전략적 우려가 있는 국가에 부여되는 분류다. 미국 에너지부는 구체적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 배경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점, 그로 인한 정치 불안, 그리고 국내 일각의 핵무장 논의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더는 믿을 수 없는 동맹'이라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한국 정부 인사들은 트럼프 정부와 협의하면 쉽게 해제될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 중에 유일하게 '민감국가'로 지정된 현실 자체를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측도 '민감국가' 해제 여부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미국 내에서 초당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는 신호다.
더 심각한 것은 외교적 배제다. 바이든 정부뿐 아니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유력 인사들 역시 계엄 사태 이후 한국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번 달에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하와이, 괌, 필리핀, 일본을 방문했고, 국가정보국장 털시 개버드는 일본, 태국, 인도, 프랑스 등을 순방했지만 한국은 일정에서 빠졌다.
미국 정부는 "일정 조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실상은 명확하다. 동맹의 기본을 무시한 윤석열 정부를 더 이상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이라는 제도적 틀에 대한 신뢰와 윤석열이란 인물에 대한 불신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층이 윤석열과 결별해야 하는 이유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창문을 열고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의 비상계엄 시도는 한미 간 신뢰 체계를 무너뜨렸고, 미국이 동맹으로서의 한국을 재평가하게 만든 중대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극우 세력은 그의 복귀가 오히려 한미동맹을 강화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는 현실을 외면한 집단적 망상에 가깝다.
그들의 말대로 진정 '강한 동맹'을 원한다면, 오히려 윤석열과 결별해야 한다. 그가 직무에 복귀하면, 트럼프 정부, 나아가 미국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한국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주한미군과 그 가족, 나아가 국내 거주 미국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내용을 아무런 사전 조율 없이 마음대로 결정하는 동맹국 지도자를 신뢰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보수우파라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 정보기관은 윤석열의 계엄 시도에 대해 많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손으로 하늘을 모두 가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동맹국 지도자가 신뢰를 저버린 상황에서, 트럼프의 미국이 아무런 대가 없이 과거와 같은 관계로 돌아가 줄까?
"한덕수 총리가 4월 1일까지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다. 한 총리와 최상목 부총리가 헌재 정상화를 막고 내란수괴 단죄를 방해, 국가를 위기로 내몬 죄는 매우 크고 무겁다." (30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보류가 심각한 국헌문란 상태라고 판단하고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과 마은혁 헌재 재판관의 임시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다." (28일, 국회의장실 보도자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경북 의성군 의성체육관에 마련된 산불대피소를 방문해 이재민들을 위로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2025.3.24. [국무총리실 배포] 시민언론 민들레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자의적, 정치적으로 거부하며 헌법재판소의 정상 가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와 국헌문란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헌재를 상대로 국회와 민주당이 최후통첩을 보냈다. 헌정질서 수호의 책임을 갖고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과 헌재가 스스로 헌정질서 혼란을 유지하는 상황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다.
박찬대 대표는 30일 "대한민국이 직면한 최대 위기는 헌정질서 붕괴 위기다. 한 총리와 최 부총리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라면서 4월 1일을 시한으로 최후의 행동 돌입을 공개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30일 국회 본청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 총리와 최 부총리를 상대로 "우리 헌정사에 이렇게 헌재 선고를 무시한 사례가 없다. 자신은 불복하면서 국민에게 헌법과 법률을 따르라 뻔뻔하게 말하는 한덕수, 최상목이야말로 대한민국 헌정질서 파괴의 주범"이라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이어 "그가 4월 1일까지 마은혁 재판관 임명이라는 헌법 수호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주어진 모든 권한을 다 행사하겠다"라고 못 박았다.
이날로 국회의 헌재 재판관 후보자 3인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가결한 지 95일째, 헌재가 마은혁 임명 거부가 위헌이라고 선고한 지 32일째, 국무총리 한덕수가 대통령 권한대행에 복귀한 지 7일째. 박 원내대표는 권한대행 "한덕수의 마은혁 재판관 임명 거부는 철저하게 의도된 행위"라고 지적했다.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4월 18일까지 고의로 미룬 뒤 권한대행일 뿐인 그가 선출직 대통령의 몫인 재판관 2명을 임명,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을 만들려는 공작"이라는 것.
29일 오후 서올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3.29. 사진 이호 작가
많은 시민들이 헌정위기의 조속한 종결을 요구해 온 지난 며칠 동안 한가하기 짝이 없는 국무총리실의 보도자료들. 헌법재판소가 "국회 의결 헌법재판관 임명부작위는 위헌"이라고 결정했음에도 의도적으로 딴전을 피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2025.3.30. [국무총리실 누리집] 시민언론 민들레
박 원내대표는 이날 '중대 결심'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덕수에 대한 재탄핵 결의 및 최상목에 대한 탄핵 결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국회 안팎에서는 한, 최에 대한 쌍탄핵은 물론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승계할 차순위 국무위원들마저 임명부작위를 한다면 연쇄 탄핵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4월 1일까지 한 총리의 행동을 지켜보고 내용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4월 18일 임기가 끝나는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법 개정 가능성이 논의되는 것에 대해서는 "(중대 결심에는) 필요하면 법률 개정을 관철하는 행동도 포함돼 있다"라고 확인했다.
민주당은 31일부터 '4월 1~3일 본회의 개최'를 최대한 노력할 계획이다. 야당이 이미 발의한 최 부총리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보고되면 24시간~72시간 안에 표결이 이뤄진다.
박 원내대표는 권한대행 한덕수가 쿠데타 수괴 전두환의 정권 찬탈을 도운 최규하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하며 "그럼에도 내란을 이어간다면 국민적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동석한 김민석 최고의원도 헌재 선고가 비정상적으로 늦어지는 현 상황을 "윤석열 복귀와 제2 계엄을 위한 총체적 지원작전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윤석열의 복귀는 계엄이 일상화되는 군사통치의 시작이겠지만 "대한민국은 눈 뜨고 당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헌재가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기한 임시 지위 가처분 신청을 신속히 인용할 것"을 촉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있다. 2024.12.14. 연합뉴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난 28일 권한대행 한덕수의 마은혁 재판관 임명보류는 심각한 국헌문란이라는 판단에서 권한쟁의 심판과 마은혁 헌법재판관에 임시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우 의장은 헌재가 권한대행들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미임명이 위헌, 위법이라고 잇달아 판단했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럼에도 임명하지 않는 위헌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은 '중대한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헌재는 지난 2월 27일 국회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기획재정부장관 간의 권한쟁의 사건(2025헌라1)에서 헌재 재판관 8인의 전원일치 결정으로 "마은혁 헌법재판관 미임명은 국회의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위헌 행위"라고 판결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2024.헌나9)에서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도 헌법재판관 미임명에 대해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결정했었다. 이번 권한쟁의 심판 및 가처분 신청에는 (헌재가) 헌법재판관 9인의 온전한 상태에서 권한쟁의 심판뿐 아니라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등 국회가 당사자인 사건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는 취지가 추가됐다.
우 의장은 또 헌재를 상대로 "승계집행문 청구 및 국회법 제122조에 의한 대정부 서면질문 등 위헌 상태 해소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도 적극 강구하겠다"고 천명했다. '승계집행문'은 국회와 최상목 간 권한쟁의 판결의 효력이 한덕수 권한대행에 승계됨을 확인하는 절차로 민사집행법을 준용해 신청한 것.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정부 서울 청사에서 방한한 마이크 던리비 미 알래스카 주지사와 환담하고 있다. 2025.3.25. 연합뉴스
민주당의 '쌍 탄핵' 추진 시사 및 헌법재판관 임기 연장을 위한 법률 개정 움직임, 또 국회의장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 및 가처분 신청은 그동안 헌법학계가 촉구해 왔던 행동이다. 헌재 헌법연구관을 역임한 황치연 한국법치진흥원장은 지난 26일 자 <시민언론 민들레> 기고문에서 "국무총리 한덕수가 국회의장 또는 국회의원들의 마은혁 재판관 즉시 임명 요구를 거부한다면 그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과 함께 권한쟁의 심판 및 재판관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당장 청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원장은 "피청구인 한덕수가 국회 권한 침해 또는 위헌 확인 결정에도 불구하고 계속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면 "헌재 결정문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 (마 재판관이) 임명된 것으로 본다"고 결정하는 비상 입법 기능까지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28일 국무총리 한덕수와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에게 서면질문서를 각각 발송했다. 권한대행 한덕수에게는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부작위가 위험임을 헌재가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임명하지 않는 사유 △국무총리는 이러한 부작위 탓에 위헌상태가 계속되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지 △마은혁 후보자를 미임명하는 위헌상태를 계속 방치할 계획인지, 또 위헌상태 해소를 위한 계획이 있는지와 있다면 어떤 구체적 일정과 내용인지 등 세 가지 질문을 보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27 [기획재정부 제공] 연합뉴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에게는 △국회와 최상목 부총리 간 권한쟁의 사건(2025헌라1)에서 최상목의 마은혁 후보자 임명부작위가 국회의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결정에 따른 처분의무가 한덕수 총리에게도 승계되는지 △한 총리의 임명부작위가 2025헌라1 결정 취지에 반해 국회 권한을 침해하는 위헌인지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2항은 부작위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인용 결정이 있으면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바 한 총리의 임명부작위가 헌재법을 위반한 것인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일정에 대한 헌재의 입장은 무엇인지 등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국회의장과 민주당의 결정은 12.3 위헌, 위법 계엄령 탓에 시작된 헌정 중단 기간을 무작정 늘리고 있는 권한대행 한덕수와 최상목의 위헌, 위법 부작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 특히 헌정 위기를 방치하면서 산불 현장 방문 등의 민생행보로 딴전을 피고있는 권한대행 한덕수를 겨냥한 특단의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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