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의사라는 안철수 "이재명 목 긁혀"…집도의 "위중했다"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 정치

  • 입력 2025.03.19 20:20

  • 수정 2025.03.19 21:07

  • 댓글 1

"죽은 듯 누워있는 모습이 구차해" 자작극 치부

정치 공세나 실언 넘어 악랄한 허위사실 유포

서울대병원 민승기 교수는 "난이도 높은 수술"

"칼날이 근육 뚫어 동맥 잘리고 많은 피떡 고여"

정청래 "피가 흥건, 바닥에 흘러내려" 사진 공개

이재명 "마지막으로 보는 하늘이라 생각" 회상

민주 "안철수, 인간이길 포기" "새 정치? 넝마"

"의사 기본 윤리조차 저버려"…명예훼손 고발

19일 오전 강원 춘천시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을 만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목에 흉기 피습으로 인한 상처가 보이고 있다. 2024.3.19. [공동취재] 연합뉴스

 

특수제작한 흉기를 들고 달려든 테러범에 의해 급소인 목을 찔리는 중상해를 입고 자칫 목숨을 잃을 뻔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목을 긁혔다'고 표현했다. 심지어 '죽은 듯이 누워있는 모습이 구차하다'고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 자신이 생명을 다루는 의사 출신임에도 마치 이 대표가 '자작극'을 벌였다는 듯 마음껏 조롱하고 모욕한 것이다. 정치인이기 이전에 인간이기를 포기한 여당 대선주자급 인사의 이 같은 저열한 언사에 시민들은 진저리를 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대표가 오는 22일 유발 하라리 작가와 대담하기로 한 일정을 두고 "뜬금없고 실망스럽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 제안했던 인공지능(AI) 관련 공개토론을 자신은 수락했는데 거기엔 아무 답이 없더니 갑자기 하라리 교수와 대담한다는 소식이 들려와 못마땅하다는 요지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돌연 터무니없는 인신공격으로 나아갔다. 안 의원은 "공개토론은 꽁무니를 빼고 세계적인 석학과의 대담을 택한 것은, 총을 맞고도 피를 흘리면서 'Fight'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며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정도로 구차하다는 이야기"라며 "아마 K-엔비디아 발언으로 당한 망신을 하라리 교수와의 대담으로 만회하고 싶은 생각일 거다. 그렇다고 국민께서 그런 얄팍한 술수에 속겠는가?"라고 했다. 또 "이번 대담이 오는 26일 공직선거법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관심을 돌리기 위함은 아니길 바란다"고 비아냥거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서울 서초구 이명박재단을 방문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면담 후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5.3.17. 안철수 의원실 제공

 

자신과 소속도 다른 야당 대표가 세계 유수의 학자와 대담을 하든 말든 이토록 확대해석과 비약을 거듭하는 것이야말로 뜬금없는 급발진이지만, 특히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이 '구차하다'고 한 대목은 일반적인 정치 공세나 실언 수준으로 넘어갈 수 없는 만큼 야비하고 악랄하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칼에 목을 찔리는 암살미수 테러를 당했을 때 실제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사선을 넘나들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고 이동하다 지지자를 가장한 채 순식간에 접근한 테러범 김진성이 휘두른 칼에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지혈에도 불구하고 상당량의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이 대표는 구급 차량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45분 만에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의료진 연락에 따라 출동한 응급의료헬기에 실려 다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병원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1월 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취재진을 대상으로 치료 경과 등을 브리핑했다. 혈관외과 전문의로 서울대병원 외과 과장과 대한혈관외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던 민 교수는 이 대표가 실려왔을 때 어떤 상태였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목 부위에 칼로 인한 자상으로 인해 속목정맥(내경정맥) 손상이 의심되고, 기도 손상이나 속목동맥(내경동맥) 손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목에는 얼굴 쪽 혈액을 공급하는 바깥목동맥이 있고,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속목동맥이 있는데, 속목동맥과 속목정맥이 손상되면 대량 출혈과 여러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목 부위는 중요한 혈관, 신경, 기도, 식도 등이 밀집된 곳이라서 겉에 보이는 상처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깊이 찔렀는지, 어느 부위를 찔렀는지가 중요하다. 목정맥이나 목동맥의 혈관 재건술은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다. 따라서 그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하다."

 

부산 방문 도중 목 부위를 습격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학교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수술 경과와 회복 과정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4.1.4. 연합뉴스

 

민 교수에 따르면 이 대표는 좌측 목빗근(목을 돌리는 근육) 위로 칼로 찔린 1.4㎝의 자상이 있었다. 칼날이 근육을 뚫어 근육 내 동맥이 잘려있고, 많은 양의 피떡이 고여 있었다고 한다. 근육 아래 속목정맥의 앞부분이 전체 원주의 60% 정도 예리하게 잘려있었다는 것이다. 속목동맥은 속목정맥의 안쪽 뒤쪽에 위치하는데,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비껴가 다행히 속목동맥의 손상은 없었다.

이에 따라 민 교수를 중심으로 한 의료진은 1월 2일 오후 4시 5분부터 마취에 들어가 4시 20분부터 6시까지 1시간 40분 동안 수술을 시행했다.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상처 부위를 세척한 뒤 찢어진 속목정맥을 봉합하고 혈관 재건술을 진행했다. 약 9㎜ 길이를 꿰맨 후 추가로 근육 안에 고인 피떡을 제거하고, 잘린 혈관에는 클립을 물려 결찰했다. 피떡이나 고름이 고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 부위에 배액관을 넣고 상처를 봉합했다.

피습 직후 이 대표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에 관해서는 당시 수석최고위원으로서 이 대표를 수행했던 정청래 의원의 생생한 증언도 존재한다. 정 의원은 지난해 1월 1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본인이 현장에서 직접 찍었던 사진을 공개하며 "보시다시피 (나무)데크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고 데크 틈새로 피가 흘러내려간 흔적이 보인다"고 전했다. 또 지혈을 했던 붕대와 거즈, 수건의 핏자국을 가리키면서 "이 사진만 봐도 과다출혈, 중상이 짐작되지 않느냐"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일 이재명 대표가 테러를 당했을 때 출혈 상태를 알 수 있는 현장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정청래 TV떴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결국 테러범 김진성은 윤석열 정권의 갖가지 진상 은폐 속에서도 지난달 13일 대법원에서 살인미수 등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8일 만에 퇴원했던 이 대표는 이후로도 종종 "(당시 누워서 본 하늘이) 마지막으로 보는 하늘이구나 생각했다. (찔린 부위를) 세게 눌러 지혈하는 동안 '때가 왔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때의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리곤 했다.

사실이 이런데도 명색이 의사 출신이라는 안철수 의원이 '이 대표가 목을 긁힌 뒤 누워' 엄살을 부렸다는 식으로 매도했으니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린 이 같은 망발에 야권은 물론 시민사회의 분노와 개탄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공동 위원장으로서 인터넷으로 유포되는 각종 가짜뉴스 차단에 진력해온 전용기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철수 의원은 인간이길 포기했나? 오늘 발언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면서 "사람의 목을 찌르는 끔찍한 범죄가 일어났고, 피해자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간신히 살아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롱조로 묘사하는 것이 정치인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런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정치 이전에 기본적인 윤리조차 망각한 망언"이라며 "안철수 의원은 즉각 사과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 총괄특보단장인 안규백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정치를 하기 전에 사람이 되라. 정치테러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사람에게 이런 망언을 하는 사람이 국민 앞에 지도자를 자처하는 현실이 부끄럽고 괴롭다"며 "한때 꿈꾸었던 새 정치는 이제 낡고 닳아 꺼내 보기도 부끄러운 넝마가 되었나 보다. 자신의 말이 자신의 품격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2024.1.2. 연합뉴스

 

민주당 정치테러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미 법원 판결로 살인미수임이 입증된 중대한 범죄를 희화화하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안철수 의원의 망언은 대단히 모욕적이고 악의적"이라며 "더구나 의사로서의 기본 윤리조차 저버린 그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은 잇따라 정치테러를 희석, 왜곡하는 위험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나경원 의원의 '자작극' 망언에 이어 안철수 의원은 가짜뉴스를 반복하며 피해자를 모욕했다"면서 "이는 극단주의 세력에게 정치테러를 정당화할 명분을 주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며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비열한 술수"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경기도당 김지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건 당시 이 대표가 흘린 혈액의 양이 너무 많아서 이 대표의 와이셔츠, 양복 상의, 코트가 모두 젖었다. 사건 현장 바닥까지 혈액이 흥건했다. 특수제작한 흉기가 조금만 깊이 목을 찔렸어도 참변을 당할 사건이었다"면서 "안 의원은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나경원 의원이 최근 이 대표에 대한 테러 암살 첩보를 자작극으로 몰아 극우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모습에 이성을 잃고 따라하기에 나선 것인가? 의사로서 반인륜적 망언을 저지른 안철수는 석고대죄하고 의원직 사퇴로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촉구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민주당은 안 의원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의사면허를 소지한 안 의원이 이 대표가 입었던 중상해 피해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찰과상과 같은 경미한 상처를 입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공공연히 유포했다는 이유다. 국민소통위 공동 위원장인 김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철수 의원 발언이 정말 구상유취(口尙乳臭)라 대응하는 것도 소모적이긴 하지만, 이를 또 믿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에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남북평화회의 출범...'격변기, 평화 확립과 평화주권 강화'

기자명

  •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03.19 12:40
  •  
  •  수정 2025.03.19 12:44
  •  
  •  댓글 0
 
'남북평화회의'(평화회의)가 18일 오후 조계사 한국역사문화기념관에서 창립보고대회를 열어 공식 출범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남북평화회의'(평화회의)가 18일 오후 조계사 한국역사문화기념관에서 창립보고대회를 열어 공식 출범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격변의 다극화시대로 접어든 역사적 대전환기에 한반도 긴장 심화와 전쟁 위험 고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북이 더불어 잘 사는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열어 나가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가 먼저 확립되어야 하며, 국익 중심의 외교를 바탕으로 평화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하는 사회 원로들이 새로운 통일평화단체를 출범시켰다.

'한반도 통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상과제이며, 자주·자립의 정신에 입각한 실용외교로 남북대화의 전환점을 마련하자는 결의도 함께 담겨있다.

지난 2월 26일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창립대회를 개최한 '남북평화회의'(평화회의)가 18일 오후 조계사 한국역사문화기념관에서 창립보고대회를 열어 공식 출범했다.

상임대표는 △이해학 겨레살림공동체 이사장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강창일 전 주일대사 △김성곤 (사)평화 이사장 △김충환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 △효림 경원사 주지 △도천수 시민의시대 상임대표 △김태일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선출됐다.

이해학 상임대표단 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해학 상임대표단 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해학 상임대표단 의장은 "통일이 가까이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방식을 포기하고 바꿔야 한다"며, 새로운 모색을 강조했다.

"전쟁은 끝났다는 종전선언을 하고, 남과 북이 서로 침략하지 않겠다는 평화선언을 하며, 주변세력이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힘을 합쳐 중립국 선언을 하면 그들은 우리의 손을 잡기 위해 달려들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국가의 주인, 민족의 주인으로 우리를 우뚝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회의는 주요 활동방향 및 목표로 △남북신뢰회복 △새로운 남북공동체 구현 △동북아평화 △한반도 평화 기반조성 △남남대화를, 구체적인 사업계획으로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사업재개 △남북공동선언 국회비준 △군사훈련 축소 및 신뢰구축 △홍익인간·이화세계 이념 연구 △남북경제연합, 국가연합 등 통일과정 연구 △다극화시대 경제협력 모델 연구 △국제기구를 활용한 남북협력프로젝트 개발 △DMZ에 국제평화기구 유치 △이산가족찾기 등 인도적 협력 강화 △남북스포츠교류 및 단일팀 구성 △지속가능한 남북관계를 위한 남남대화와 협력 △통일 저변 확대를 위한 민주시민교육 등을 제시했다.

평화회의 상임대표 및 공동대표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동연, 오세훈 '토허제 헛발질'에 일침…"나같으면 안해, 집값 오르는데 오판"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5.03.20. 05:58:15

 

강남 지역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한달여 만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및 용산'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재정하는 등 행정 조치를 번복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오락가락 부동 정책'에 대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상황을 오판했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19일 MBC라디오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에 출연해 오 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해 "집값이 오를 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하면서 아마 (서울시가) 민생경제 활성화를 얘기했다"며 "강남3구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하는 것이 민생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올해 1월부터 집값이 오르는 추세였는데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서 강남 3구의 잠실, 삼성, 대치, 청담 지역의 아파트값이 한 달 전에 비해 3.7% 정도 오르고, 이런 추세는 서울 여러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집값이 오를 때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해제는 오판했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만약 서울시장이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지방)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덜 하겠다"며 오 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경기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추세에도 발목을 잡을 수 있을 뿐아니라, 계엄, 내란 정국으로 정치 일정이 당겨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 속에서 부동산 정책을 손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후 오 시장은 이날 정부와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발표하며 사과했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에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고문 같은 기다림, 곡기라도 끊겠다” 헌재 선고 촉구하며 함께 단식 나선 시민들

헌재 향한 시민들의 절박한 호소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한끼단식에 동참한 시민들. 이들은 헌법재판소를 향해 이번 주 내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중의소리

 
“지치지 말고, 오래 갑시다. (헌재는 그만 좀 오래가. 안 지치세요?)”

대학생 김 모 씨는 19일 공강 시간을 이용해 광화문에서 ‘한끼단식’에 나섰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기약 없이 지연되고, 거리에서 단식 농성 중인 이들의 몸을 내던진 투쟁도 점점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날 민중의소리와 만나 “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시점”이라며 “헌재의 선고만을 기다리는 동안 많은 사람이 지치고, 쓰러지고 있다. 이미 나왔어야 할 선고를 계속 미루는 건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안 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을 ‘민주주의 수호의 날’로 정하고 농성장이 설치된 광화문 일대에서 다양한 시민행동을 진행했다. 그중 하나가 ‘내란을 멈추는 한끼단식’이다. 비상행동의 공동의장단의 단식이 이날로 12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들도 점심과 저녁 한끼단식을 통해 연대하는 프로그램이다. 한끼단식에는 100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점심시간에는 30명 안팎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김 씨와 같이 2030 청년세대를 포함해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이번 주에는 윤석열 파면을 선고하라”며 헌재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했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뒤, 이날까지 3주째 평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례를 감안해 오는 21일에는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헌재의 선고일 지정은 이날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3.19 민주주의 수호의날에서 시민들이 '내란을 멈추는 한끼단식'을 하고 있다. 2025.03.19. ⓒ뉴시스


헌재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시민들의 불안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한끼단식에 동참한 신수경(49) 씨는 “요즘 헌재 결정을 두고 이런저런 보도들이 많이 나오고 매듭은 지어지지 않으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2, 3시에 잠에서 깨고 5시에 일어났다. 불안이 잠재돼 있고, 일상으로 회복이 안 되는 상태”라고 전했다.

신 씨는 “선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단식 중인 비상행동 공동의장단들과 함께 헌재의 파면 결정을 촉구하는 의미로 한끼단식에 참여하게 됐다”며 “헌재의 선고가 너무 늦어지면 ‘눈치 보기 한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너무 오래 숙고의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늦추지 말고 이번 주에 파면 선고를 해야 한다. 지금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곳은 유일하게 헌재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김창모(57) 씨 역시 연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군이 비상계엄을 앞두고 시신을 임시 보관하는 영현백을 3천여 개 추가 비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전날 밤에는 수면제를 먹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고 한다. 김 씨는 “집에 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며 “정말 오늘은 헌재의 선고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도 안 나온다는 얘기가 나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헌재의 선고를 기다리는 시간을 “고문 같다”고 표현했다. 80년 광주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 집회에 나와야 그나마 진정이 된다고도 말했다. 그는 “요새 다들 잠을 못 잔다고 한다. 자다 깨고 무슨 속보가 뜨지는 않을까 초조히 보내는 것”이라며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고, 전두환·노태우 독재 정권을 겪은 사람에게는 더욱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빨리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파면시키고, 우리 국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지금은 검사도, 판사도,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겠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국민이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헌법재판관들에게 힘을 줄 수 있도록, 그들을 추동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거리로 떨쳐 나와야 한다. 국민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끼단식을 넘어 이날 하루 동조단식에 나선 시민도 있었다. 이주원(22) 씨는 “헌재가 이번 주에 선고하지 않는 건 너무 말이 안 되고,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헌법재판관들이 어떤 부분을 걱정해서 미루는지 짐작은 간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의견을 표출하고, 나와서 농성하고,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 과거 시민들이 민주화운동으로 만들어낸 기관으로서 헌재는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9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한끼단식에 많은 시민들이 동참해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선고를 촉구했다. ⓒ민중의소리

“ 남소연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헌재는 지금] 재판관들 말없이 퇴근…다음주가 윤석열-이재명 '운명의 주' 되나

19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지 22일째 선고일을 놓고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 유성호

19일 오후 5시 30분,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브리핑룸 곳곳에서 기자들의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이 기다리는 소식은 딱 하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 공지다.

그러나 이날도 헌재는 깊은 침묵을 이어갔다. 오후 6시경부터는 재판관들이 하나둘 퇴근하기 시작했다.

오후 6시 50분 현재 '3월 21일 선고'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는 2~3일 전 선고기일을 잡았다. 이 전례대로라면 이틀 전인 19일에는 공지가 있어야 21일 금요일 선고가 가능하다.

물론 하루 전인 20일 선고기일을 발표해 21일 선고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문과 보도자료 작성 등 실무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빠듯한 일정이다. 2017년 박근혜 탄핵심판 때는 3월 8일 오후 5시 40분경 선고기일을 발표했고, 3월 10일 오전 11시에 선고했다.

윤석열 탄핵심판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 봉주영

결국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다음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월 25일 변론 종결 후 한 달을 꽉 채운 뒤에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3월 넷째 주는 일종의 '슈퍼위크'가 됐다. 이미 24일 월요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사건 2차 공판준비기일이 잡혀있고, 26일 수요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선고가 있다. 25일 화요일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재판도 있다. 또 민간법정과 군사법정 양쪽에서 내란 형사재판이 26일(곽종근), 27일(김용현, 노상원 등), 28일(여인형) 줄줄이 잡혀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까지 나오면, 그야말로 '윤석열-이재명 운명의 한 주'이자 '내란 재판의 주'다.

한편 예상보다 많이 길어지는 헌재의 고민에 꾸준히 각종 '지라시'가 난무하고 있다. 19일에도 오전부터 '헌재에서 오늘 선고일자 공지가 없다고 했다더라'는 내용부터 '모 언론사 법조팀에서 탄핵선고 다음주로 보고했다'에, '헌법재판소 내부 평의 상황 및 예상 일정 분석 보고서'라는 그럴싸한 글까지 유통됐다. 하지만 헌재는 '오늘 선고일자 공지가 없다'는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 '정계선 재판관과 김복형 재판관을 중심으로 치열한 법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던 '보고서'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두 재판관의 임명 시기부터 틀린 '가짜뉴스'였다.

헌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선고 기일, 평의 분위기 등을 전하는 각종 설(設)과 보도들에 대해 모두 추측성이라는 취지로 "그냥 무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기일 통지와 관련해선 "(당사자들을 제외하면) 기자들만큼 빨리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내부 직원보다 더 빨리 알게 될 것"이라며 "(기일 통지는) 전자로 이뤄지는데, 중요사건이다 보니까 전자송달을 보내면서 동시에 대리인에게 공지하고 거의 곧바로 기자단에게 공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윤석열#탄핵심판#이재명#공직선거법#헌법재판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헌재 왜 이리 늦나? 혹시 그 재판관?"…야권도 위기감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 정치

  • 입력 2025.03.18 20:40

  • 수정 2025.03.18 21:19

  • 댓글 1

박성재 변론 종결하고도 윤석열 선고는 미정

정청래 "국민 최대 관심, 기일 지정 간곡 요청"

문형배 침묵…19일까지 공지 없으면 다음 주로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 등 이견에 표류?

탄핵 인용 낙관하던 야권서도 불만‧우려 표출

이재명 "헌재 선고 늦어 어느 국민 납득하겠나"

김용민 "숙고 넘어 지연…좌고우면 더는 안 돼"

민주‧혁신 법사위원들 '조속 파면 청원서' 제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2025.3.18 [공동취재]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18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제쳐두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을 진행했다. 오후 2시부터 4시 5분쯤까지 재판을 열어 양측의 종합변론과 최종 의견진술을 들은 뒤 한 차례 만에 변론을 종결했다. 선고기일은 추후 지정해 고지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지 않고 이튿날 삼청동 안전가옥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함께 비상계엄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는 이유 등으로 같은 달 12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다.

이날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헌재가 박 장관 변론 절차를 마친 뒤 윤 대통령 선고기일을 공지하느냐에 쏠렸다.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박 장관 사건의 최종 의견진술 말미에 "오늘은 박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이지만 국민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언제일지 그것이 가장 큰 관심사일 것"이라며 "박 장관에 대한 탄핵을 포함해 대한민국을 구한다는 심정으로 헌법재판관들께서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 탄핵 선고기일을 지정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은 아무 대답 없이 침묵만 지켰다. 18일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93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달 25일 변론을 종결하고도 3주가 지났다. 만약 19일까지 기일 통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선고는 다음 주로 또 넘어갈 공산이 커진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1회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2025.3.18. 연합뉴스

그러다 보니 헌재의 탄핵 인용을 낙관하며 강한 신뢰를 보내왔던 야권에서도 불만과 우려가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내란 사태로 인한 국가적 대혼란을 헌재가 빨리 수습해줘야 하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선고가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혹시 보수 성향이 뚜렷한 정형식(윤석열 대통령 추천), 김복형(조희대 대법원장 추천), 조한창(국민의힘 추천) 재판관 등의 이견으로 헌재가 전원일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평의가 계속 표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과 위기감이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헌재 선고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지연되며 많은 국민께서 잠들지 못하고 계신다. 해외에서도 대한민국의 혼란상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고 성장률도 폭락하고 있다"면서 "헌재가 박성재 장관 탄핵심판 변론까지 시작하며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늦추고 있는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실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 '최우선 심리'를 말하던 헌재가 다른 사건 심리까지 시작하며 선고를 지연하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다. 하루라도 빨리 국정 혼란을 끝내야 한다"면서 "국민이 풍찬노숙하지 않고 이제 마음 편히 잠드실 수 있도록, 더 이상 곡기 끊는 분들, 목숨을 잃는 일이 나오지 않도록 신속한 파면 선고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18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배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3.18. 연합뉴스

이 대표는 오후에는 광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을 만나 "오늘 우리 민형배 국회의원이 단식 도중에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 갔다. 신상길 당원도 탄핵을 위해서 싸우다가 유명을 달리했다"며 "오늘 밤에도 아마 광화문 일대, 전국 곳곳에서 윤석열의 파면을 요구하면서 눈발 날리는 이 추운 밤을 길거리에서 지새우는 분들이 무수히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참으로 위중한 시기다. 경제도 안보도 평화도 민생도 민주주의도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다. 하루가 급하다"며 "어려운 점들이 많이 있겠지만 헌법재판소가 이 혼란을 최대한 신속하게 종결지어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이 민주공화국의 가치와 질서를 지키기 위해 길거리에서 굶고 죽어가고 추위에 떠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두환은 죽었지만, 전두환이 저지른 그 패악과 피해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두환의 전 사위가 군사쿠데타를 옹호하면서 군사반란 수괴를 처벌하지 말라고 온 길거리를 헤집고 있다. 전두환의 아들은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면서 학도병이니 의병이니 이런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고 있다"며 "모두가 책임을 엄히 묻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속하고 엄정하게 군사반란, 친위 군사쿠데타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모두가 함께 애쓰고 있는 이 와중에 저희 민주당도 죽을힘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을 비롯한 야당 위원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피청구인 윤석열, 조속한 파면 결정 청원서' 제출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청원서를 민원실에 접수하려 했으나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가로막혀 우편으로 접수하기로 하고 철수했다. 2025.3.18. 연합뉴스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8명의 헌법재판관에게 한 말씀 드린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시 파면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받아들여야 한다. 시간이 없다"며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로 대한민국의 신인도는 추락하고 내란 사태의 수습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전 세계는 우리 대한민국을 불안하게 바라볼 것이다. 이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파면뿐이다. 8명의 헌법재판관은 지금 대한민국을 살려낼 수 있는 결정권을 즉시 행사해야 한다"고 절박하게 촉구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최후변론 후 벌써 3주째인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14일과 박근혜 전 대통령 11일에 비해서 숙고의 시간이 지나치게 긴 것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주까지는 헌법재판소가 워낙 중차대한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숙고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숙고의 시간을 넘어 지연의 시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증거가 명확하고 한 개의 사건이다. 온 국민이 다 쳐다봤던 내란의 밤이었기 때문에 헌재는 더 이상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고 짚었다.

나아가 "우리 헌법재판소는 87년 헌법 개정으로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헌법재판소는 전두환의 비상계엄을 극복한 토대 하에 오늘의 현실에 이른 것"이라며 "그런데 다시 한 번 비상계엄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헌재의 존재 이유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파면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신속한 파면 선고를 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들을 모색하도록 하겠다"며 "신속한 선고기일 지정 신청, 사무처장의 국회 출석 요구 등 다양한 방식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이날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청구인 윤석열에 대한 선고가 늦어지는 만큼 국민 불안감은 높아지고 국론분열에 따른 국가적 위기 또한 중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깨진 국민들의 평온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내란은 진행형이며 국민들은 불면의 밤을 보내거나 추운 길거리로 나와 대한민국의 안정을 목놓아 외치고 있다. 피청구인 윤석열을 조속히 파면해주시길 거듭 청원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의 청원서를 헌재 민원실에 제출하려 했으나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가로막혀 우편으로 접수하기로 하고 철수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중일, 22일 도쿄에서 11차 외교장관회의

한중일, 22일 도쿄에서 11차 외교장관회의

조태열 외교, 왕이 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도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5.03.18 15:56
  •  
  •  댓글 0
 

제11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오는 22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 계기에 한중, 한일 외교장관회담도 열린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조태열 외교부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이와야 다케시(岩屋 毅) 일본 외무대신이 22일 도쿄에서 만나 “지난해 5월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이후 3국 협력의 진전 상황을 평가하고, 향후 3국 협력 발전 방향, 지역·국제 정세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 리창 중화인민공화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국 총리는 지난해 5월 27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갖고 3국 정상회의와 장관급 회의의 정례적 개최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제10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2023년 11월 26일 부산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대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제10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가 2023년 11월 26일 부산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대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자료 사진 - 통일뉴스]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는 2007년 6월 제주에서 제1차 회의를 시작으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열리지 못하다가 4년에 만인 2023년 11월 26일 부산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대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제10차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한편, 지난달 뮌헨안보회의와 G20 외교장관회의 등 다양한 국제회의 계기에 조태열 외교장관은 다양한 양자회담을 가졌지만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열리지 않아 한중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적도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자살률이 걱정이라면, 그래선 안 된다

 [오찬호의 틈새] 자살률 국가비상사태, '두 번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자살하려는 기질은, 없다

 

"한국자살률, 공중보건 국가비상사태"

 

2024년도 자살률 잠정치를 보도한 한 언론의 기사 제목은 자살이라는 사회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번에 드러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 28.3명은, 2022년 25.2명에서 2023명 27.3명으로 증가한 흐름이 이어지는 추세라 매우 걱정스러운 수치다. 하루 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 불안한 기세를 꺾지 못하면 최고치였던 2011년의 31.7명도 돌파하지 않겠는가.

이 통계가 비슷한 생활세계를 구축한 나라들에서 대등하게 나타난다면,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접근할 문제일 거다. 어디 그러한가. 한국 사람이 더 죽는다. 성별, 연령별로 따져보면 한국 사람 중 누가 더 죽는지가 드러나지만 그건 한국에서의 차이일 뿐이다.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훨씬 높은데, 그 여성의 자살률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인의 자살률이 청소년보다 훨씬 높은데, 그 청소년들의 자살률도 세계에선 상위권이다. 그러니 한국은 20년 넘게 OECD 국가들 중 자살률 1위인 거다. OECD 국가 자살률 평균이 10~11명이니, 한국 아니었다면 평균은 한 자릿수 아니겠는가. 한국 때문에 평균만 높아진 꼴이다. 노골적으로 말해, 한국은 전혀 선진국이 아니다.

 

설마 그런 기질을 타고났기 때문이겠는가. 주요 국가들의 2000년과 2021년의 자살률을 보면 독일(13.2→9.7명), 스위스(19.2→10.8명), 오스트리아(20.1→11.0명), 프랑스(18.8 →12.5명)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런 기질을 제어했다(통계청, <국민의 삶의 질 보고서(2024)>, 37p) 애초에 기질 문제가 아니었으니 가능한 변화였을 거다. 특히나 '의리 자살'이라면서 사무라이 문화와 연결되어 분석되곤 했던 일본도 23.0명→15.6명으로 큰 변화를 이뤄냈다. 포르투갈(5.2→8.5명), 네덜란드(9.6→10.2명), 미국(11→14명) 등 증가한 나라도 있지만 한국(17.5→ 24.3명)과 비교해 수치의 심각성이 다르다. 한국이 가는 방향도, 그 속도도 더 걱정스럽다.

 

놀라운 건, 2000년에서 딱 10년 전의 한국의 자살률이 7.6명(1990년)이었다는 사실이다. 통계를 집계한 1983년부터(8.7명) 1994년까지(9.5명) 한국은 자살률이 10명 미만인 나라였다. 그때, 우리는 자살을 어떻게 해석했는가. 자살률이 한국의 3~4배였던 핀란드나(1990년-30.6명) 덴마크(25.0명) 사례를 언급하며 복지가 과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배우지 않았는가. 사람들이 할 일이 없고 목표의식이 없으니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다는 식의 설명을 정확한 분석 없이 누구나 하던 시절이었다. 이후 두 나라는 어떻게 되었는가. 핀란드는 30.6(1990년)→22.4(2000년)→13.2명(2021년)으로, 덴마크는 25.0(1990년)→13.9명(2000년)→8.5명(2021년)으로 수치는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복지국가이길 포기해서일까? 아니면 자살 문제를 공중보건 국가비상사태로 정확히 인지하고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일까?

 

자살을 우습게 분석했던 풍토야말로 그 시절의 적나라한 수준일 거다. 그러니 그때의 자살률을 언급하며 '힘들었지만 서로 다정은 했다'는 식으로 분석하는 건 참으로 위험하다. 당시에는 중고등학교 입시에도 체력장이 있었고 직장인들도 아침마다 국민체조를 했기에 모두의 몸과 마음이 튼튼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도 돌아다니는데 큰일 날 소리다. 당시 국민들의 정신건강이 말짱했겠는가. 아픈 걸 몰랐을 뿐이다. 그 결과가 지금의 압도적인 노인 남성의 자살률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2023년 기준 70대 남성의 자살률은 63.9명이다. 80대 남성은 더 끔찍하다. 무려 115.8명이다. 이들은 사회가 자살에 무지했던 시절을 관통하며 노인이 되었다. 그땐, 그저 버텼다는 거다.

 

뭘 그런 거로 병원을 가냐

 

자살률은 1997년 13.2명에서 1998년 18.6명으로 급증하는데, 이건 외환위기의 영향이지만 정확히는 그 위기를 '견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다. 서구사회와 이웃 나라 일본이 자살률이 높아 전전긍긍할 때, 한국은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그저 한국의 따뜻한 가족문화 타령하기 바빴다. 가족문화가 깨질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이 가족문화를 깨트리는가를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전자는 개인의 정신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함을, 후자는 고삐 없이 질주하는 자본주의 욕망을 사회적으로 제어해야 함을 뜻한다. 그러했는가. 이미 어그러진 신호는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자살률이 조금씩 오르면서 드러나는 중이었다. 그 상황에서 IMF 사태가 터졌을 뿐이다.

 

▲1983~2023 자살률 추이 (통계청 지표누리-국민 삶의 질 지표). ⓒ통계청

 

외환위기는 어떻게 극복되었을까? 당시 한국의 구조조정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IMF가 걱정할 정도였으니, 어떤 상황이었겠는가. 성장 일변도의 접근이 한국에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유인데, 한국은 그보다 더 강한 성장의 정신으로 똘똘 뭉쳐가며 위기를 빠른 시간에 극복했다. 사람들이 쓰러지는 거야 당연했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자살률은 가파르게 증가한다. 이 시기 유행어는 '부자 되세요'였고, 서점에서 자기계발서들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가파르게 증가했다. 힘든 게 인생이라는 말이 무슨 철학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유했고 미치지 않고선 성공할 순 없다는 이야기가 교훈이랍시고 넘쳐났다. 성공 아니면 실패 정도가 아니라, 성공 아니면 죽어야 하는 세상이었던 거다.

 

극기, 인내, 노력만이 진리였던 시기에 누가 '마음이 불안하다'면서 도움을 청하겠는가. 단적인 예로 나는 여러 대학을 돌아다니는 시간강사 생활을 12년간 하면서 병원 진단서를 첨부한 유고결석계를 매 학기 수백 장 받았는데, 단 한 번도 정신과 질환이 적힌 의료기록을 본 적이 없다. 없어서였겠는가? 밝힌들 소용이 없으니, 드러내지 않는 거다. 우울증은 골절하곤 다른 취급을 받았으니 말이다. 우리는 상대의 병을 알면 '어쩌다가?'라는 추임새를 습관적으로 뱉는다. 다리가 부러졌을 때 이 물음은 운동하다가 등등으로 이어져 자연스러운 대화를 보장한다. 하지만 우울증은 끊긴다. 애써 이유를 설명한들 그것도 병이냐, 누군 안 힘드냐, 그러면 대한민국 사람 다 우울증 걸리겠네 등등의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러니 아파도 말하지 않는다. 우울증은 극기, 인내, 노력 앞에서 너무나도 납작한 증상이기 때문이다.

 

OECD 자살률 1위 국가가 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사회는 움직였다. 연예인들의 연이은 자살은,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국가 차원에서의 관심은 보다 전문적으로 변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강연과 저술로 대중과의 간격을 좁혔다. 그들은 정신건강 돌봄의 중요성을 부단히 강조했고 그 덕에 사람들은 용기 내서 병원을 찾았다. 이 별 거 아닌 게, 그전까지는 '뭘, 그런 걸로 병원을 가냐'는 식의 빈정거림과 마주해야 했으니 엄청난 변화였다. 자기계발에 너무 집착하면 차별과 혐오에 둔감한 괴물이 된다는 논의도 등장했다. 개인의 정신적 아픔을 차분한 논조로 솔직하게 고백하는 책들이 힐링서로 주목받곤 했다. 편견이 조금씩 깨지니,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자살률은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이후 야속하게도 자살률의 흐름은 약간의 굴곡도 있지만 우샹향이다.

 

자살률이 걱정이라면, 그래선 안 된다

 

왜일까. 두 번째 질문이 풍성하지 못하기 때문일 거다. 누가 자살하는지에 대한 첫 번째 질문은 정신건강을 돌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연료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이제는 학교에서도 검사가 많다. 치료과정도 체계적이다. 학교 상담사를 만나고, 외부 상담기관을 소개받고, 병원을 가는 결심에 이르는 과정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위기관리 매뉴얼이 작동되고 있다는 거다.

 

하지만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되었을까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낯설다. 우울증의 원인을 찾아 몇 단계만 거슬러 올라가면,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자살이 '사회적 타살'이라는 말을 다들 이해는 하는데, 그 사회가 구체적으로 언급되면 듣는 둥 마는 둥이다. 많은 이들이 '우울증 환자가 늘어났다'는 걸 사회적 설명의 전부로 이해한다. 요인을 찾아가면 표정은 굳어진다. 경쟁, 능력주의, 승자독식, 엘리트주의, 양극화 등의 말들이 끼어들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저런 가치를 신봉하고 사는 거야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자살률이 걱정이라면, 그래선 안 된다. 사회비판 학문이 대학에서 사라지는 걸 찬성하는 거야 자유다. 하지만 자살률이 걱정이라면, 그래선 안 된다. 언론이 불평등에 예민한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자살률이 걱정이라면, 그래선 안 된다. 워라밸 챙기다가 이도 저도 안 된다고 말하는 거야 자유다. 하지만 자살률이 걱정이라면, 그래선 안 된다. 아무리 정신건강 돌봄 매뉴얼이 좋아졌단 한들, 자살위험군 분모가 커지면 감당할 수가 없다.

 

나는 강연에서 영화 <기생충>을 '한국이 왜 자살공화국인지 그 이유를 말해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는데, '세상을 좀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좋겠다'는 충고를 들었다. 방송에서 초등학생이 의대준비반에 들어가는 시험을 '미쳤다'고 표현했더니,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을 폄하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두 번째 질문(그 사람이 왜 그렇게 되었을까)을 어떻게든 막겠다는 세상에서, 자살률은 절대 줄지 않을 거다.

 

자살을 공중보건 국가비상사태의 영역에서 다룬다는 것은 그 원인과 해결책을 사회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찾겠다는 뜻이다. '사회적 타살'이란 말에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그 사회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개인에게 얽혀있는 복잡한 사회적 실타래를 조금도 축소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왜'의 무한반복으로 가능할 거다. 왜 자살하는가? 이런저런 이유가 있다면 그건 또 왜인가. 이런 접근을 지긋지긋하게 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도대체 어떠한지를 따지고 또 따져야지만 자살률은 유의미한 방향으로 향할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7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 난간에 자살 예방을 위한 메시지가 적혀져 있다. ⓒ연합뉴스

오찬호

오찬호 작가는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2년 간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친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사회학적 시선을 바탕으로 일상 속 평범한 사례에 어떤 사회구조가 얽혀있는지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글을 쓰고 있다. 자기계발 강박이 능력주의로 연결되어 공동체를 어그러트리는 모습을 추적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2013)를 시작으로 대학의 기업화를 비판한 <진격의 대학교>(2015), 경쟁사회의 내면을 파헤친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2018) 등 많은 책을 집필했다. 최근작으로는 <민낯들>(2022), <세상 멋져 보이는 것들의 사회학>(2024) 등이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서울의대 교수들 의대생 비판에 경향신문 “이런 의사들 덕분에 위안”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3/19 08:09
  • 수정일
    2025/03/19 08:0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아침신문 솎아보기] 복귀 않는 전공의에 쓴소리한 교수들, 한국일보 “제2, 제3의 선배 의사들이 나타나야 의정 갈등 녹을 수 있다”

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5.03.19 07:56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의대 증원 0명’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의대생 복귀 시한이 이달 말로 임박했으나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4명이 전공의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전공의 측은 반발하며 교수들에 악플 테러를 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전국 의대생들의 3월 내 전원 복귀를 조건으로 2026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에서 동결하겠다고 7일 발표했다. 또한 18일 국회에선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 논의를 위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4명은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이제는 결정할 때입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다”며 “사직과 휴학은 여러분이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 비판했다. 이어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 없다”며 “정말 내가 알던 제자, 후배들이 맞는가. 내가 아플 때, 내 가족이 이들에게 치료받게 될까 봐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여러분은 피해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직과 휴학은 여러분이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그로 인해 손해를 보았을지언정, 진정한 피해자는 아니다. 진짜 피해자는 누구인가? 지난 1년 동안 외면당하고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 아닌가? 그들의 가족들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실명으로 의료 사태를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7일 입장문을 내 “참스승의 면모를 보여 (4명 교수를) 응원한다”며 “카르텔 문제를 비판한 것이고, 이에 희망을 봤다”고 밝혔다. 반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육자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않은 교수들의 자백’이라 비판했다. 의료단체 미래의료포럼은 “동료와 제자들에 대한 겸손과 헌신은 없고, 오만과 명령만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공감할 수 없다”며 성명 철회와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도 “‘의사의 적은 의사’란 자조가 사실임을 확인시켰다”고 했다.

▲서울대 의대. ⓒ연합뉴스

 

▲19일 국민일보 1면.

한국일보 “제2, 제3의 선배 의사들이 나타나야 의정 갈등 녹을 수 있다”

주요 일간지들은 사설을 통해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4명의 쓴소리를 전공의들이 새겨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한 발 양보를 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전공의들도 복귀를 한 후 협상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경향신문은 19일 사설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스승의 쓴소리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며 “그나마 이런 의사들 덕분에 위안을 받은 것”이라 썼다. 경향신문은 전공의들의 반응에는 “내년 모집 증원이 철회되고, 의사수급추계위도 의료계 과반수가 수용됐는데 집단행동을 이어갈 명분이 있는지 묻게 된다”며 “전공의들이 복귀 조건으로 내건 ‘7대 요구안’ 중 의사수급추계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채용 확대, 수련환경 개선 등 대부분이 정부·국회가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관건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인데, 의·정 협의기구에서 논의해갈 일”이라 지적했다.

▲19일 경향신문 사설.

서울신문 역시 이날 사설 <교수에 악플 테러 의대생들, 이 오만을 보고 있기 힘들다>에서 전공의들의 행동에 대해 “오만하기 이를 데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며 “의대생들은 끝까지 복귀를 거부해 유급·제적당하고 수업 거부 종용 행위로 수사를 받을지 판단해야 할 때다. 원칙을 어긴 의대생들에게는 학칙이 엄정하게 적용돼야만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교수들의 비판에 “뼈를 때리는 질타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 국민이 전공의·의대생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라며 “교수들의 고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강경파들의 대응에 한숨이 절로 난다. 정부는 이미 ‘내년도 증원 0명’ 등 백기 투항에 가까운 양보를 했는데 의료계는 ‘더 내놓으라’라고 한다. 대안도 없이 의료 시스템이 망가질 때까지 버티겠다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전공의·의대생 오만’ 의대 교수들 일침, 새겨들어야>에서 “의료 공백 사태를 수습하고 의료 개혁을 이끌 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교수들의 고언을 새겨들어야 한다”며 “앞으로 의료계 내부에서 이런 의견이 더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의대 감원 등 무리한 요구만 앞세운 채 집단행동을 이어가려 한다면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역시 사설 <의대 교수 4인 성명, 의료 정상화 마중물 되길>에서 교수들의 비판에 대해 “의정 갈등 사태가 1년을 넘기고, 정부가 증원과 관련해 사실상 백기를 들었음에도 변화가 없는 의대생과 후배 의사들을 향한 간절한 당부”라며 “블랙리스트와 협박이 난무함에도 용기를 낸 이들 교수의 발언은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어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대부분의 사설이 전공의 비판 성명을 낸 서울대 의대 교수들에 박수를 보냈지만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은 <박수받은 교수 더 멀어진 해결>이라는 칼럼에서 교수들의 성명을 비판했다. 안혜리 논설위원은 “제자·후배라는 두루뭉술한 통칭으로 정작 본인과 아무 관계 없는 전체 전공의·의대생을 향해 ‘오만’이나 ‘훼방꾼’ 같은 원색적이고 감정적 비난을 개인 SNS도 아니고 성명서라는 공적 수단을 통해 쏟아내는 건 전혀 다른 얘기”라며 “이런 자극적 표현이 의정갈등 해결에 도움된다면 모를까 현실은 정반대”라고 교수들을 비판했다.

이어 “사태가 이렇게 1년 넘게 장기화한 데는 이른바 MZ세대 전공의·의대생의 교수에 대한 불신도 한 몫했다”며 “의료계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교수와 전공의·의대생의 수직적 갑을관계가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의료정책을 계기로 세대 갈등으로 바뀌어 표면 위에 드러났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 뜻 안 따른다고 그걸 공식 문서에 담아 제자와 후배 비난에 활용하는 교수 모습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며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이렇게 선을 넘는 감정적 표현으로 골만 더 깊어지면 사태 해결은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서지현·박은정의 직설 "윤석열과 검찰에 놀랐나? 아직 멀었다"

서지현 전 검사와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17일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서교동마당집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두 검사 모두 의사를 꿈꿨다. 병을 앓았던 어머니를 위해, 몸이 약했던 본인 때문에 어린 서지현과 박은정은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

두 사람 모두 검사로서 그런 일을 할 때 행복했다. 조영래 변호사의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 둘 수는 없습니다>를 읽고 법조인의 길을 택한 검사 박은정은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줬을 때" 보람을 느꼈다. 아버지에게 "배워서 남 줘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란 검사 서지현은 "진실을 알 수 있는 지혜와 정의롭게 판단할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매일 기도했다.

두 검사 모두 '검찰정권'에서 검찰을 떠나야 했다. 2018년 서지현의 미투와 2020년 박은정의 윤석열 감찰은 그들의 삶을 상상치 못한 방향으로 휘몰았다. 그것이 검찰을 살리는 길이라 믿었는데, 검찰은 두 검사를 죽이는 길을 택했다. 2022년(서지현), 2024년(박은정) 20년 넘게 일한 검찰을 떠난 뒤, 사람 살리는 일을 꿈으로 삼았던 두 사람은 종종 이런 대화를 나눈다. "거기서 죽지 않고 살아 나온 게 기적이다."

두 사람 모두 "당연한 결과", "예상한 파국"이라고 했다. '검사 대통령'이 2년 만에 저지른 내란에 그들의 답변은 단호했다. 서지현은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에 따른 윤석열의 석방을 두고도 "사람들이 놀라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며 "아직 놀라기엔 이르다. 앞으로 (검찰 때문에) 놀랄 일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검사,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과 서지현 전 검사를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서교동마당집에서 만났다. 검사로서 꿈꿨던 삶, 내란 사태를 향한 분노와 부채 의식, 검찰의 구조적 문제와 암울한 현재, 그럼에도 마주하고 있는 희망 등을 두 사람은 2시간 동안 가감 없이 쏟아냈다. <오마이뉴스>는 기사 두 편으로 인터뷰를 정리했다.

박은정이 본 미투, 서지현이 본 감찰

조영래 변호사의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 둘 수는 없습니다>를 읽고 법조인의 길을 택한 검사 박은정은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줬을 때" 보람을 느꼈다. ⓒ 이정민

- 두 분은 언제 처음 알게 됐나요?

서지현 : "언니 기억해요? 언니가 임신 중이었으니까. 그때가 몇 년도죠?"

박은정 : "2005년. 그때 여검사 워크숍?"

: "여검사 워크숍에서 처음 봤어요. 제가 2004년, 언니가 2000년에 검사가 됐고 그때만 해도 여검사 수가 많지 않을 때라 매년 여검사 워크숍을 했었어요. 워크숍 끝나고 노래방에 갔는데 언니가 임신해서 배가 진짜 이만했거든요. 너무 열정적으로 노사연의 <만남>을 부르는 걸 보고 '저 언니 얼굴은 인형 같은데 굉장히 열정적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 "기억이 안 나는데. 돌아가면서 다 부르는 분위기였을 거예요. 제가 나서서 노래를 불렀을 리가 없어요. 노래를 못하니까(웃음)."

- 그때는 서로 얼굴만 아는 정도였겠네요.

: "네. 지현이는 그 이후 일을 잘해서 여성 최초 특수부 검사가 됐죠. 그때 인터뷰 기사로 지현이를 봤어요. 너무 멋지다 생각했죠. 저희는 막판에 법무부에 함께 있었던 때 말고는 같이 근무해 본 적이 없어요."

- 2018년 서지현의 미투와 2020년 박은정의 감찰 당시 서로를 어떻게 바라봤었나요.

: "2018년 미투를 보며 매우 충격적이었죠. 성폭력 피해뿐만 아니라 인사 불이익까지 있었잖아요. 당시 지현이가 제게 연락도 했었는데 제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못했죠. 지현이 혼자 외롭게 싸웠던 거예요. 그렇지만 서지현의 힘은 대단했어요. 혼자 고립돼 싸우면서도 끝까지 버티며 모두의 관심을 이끌고 지지하게 만들었잖아요. 제가 항상 지현이에게 이야기해요. '너는 역사책에 나올 것'이라고. 그때 혼자 싸웠던 경험 때문에 윤석열을 감찰할 때 지현이가 유일한 제 편이 돼줬어요."

: "절박해 본 사람만이 그 절박함을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미투 당시) 저는 검찰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절박했고, 윤석열 감찰 당시 언니도 절박함에 부딪히고 있었거든요. 감찰 과정에 관여한 사람은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한 발 뺐어요. 실질적으로 감찰한 사람은 언니밖에 없었죠. 많은 분들이 저를 여성 인권만 얘기한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미투 당시 출연한) JTBC 인터뷰를 보면, 인터뷰에 나선 첫 번째 이유로 검찰 개혁을 꼽았어요. 그토록 부패한 검찰은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제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죠.

하지만 검찰은 저를 음해했고 당시 청와대 등 정부 측은 그 음해를 믿었죠. 제 힘이 역부족이었던 거예요. 그러다 언니가 (윤석열을 감찰하며)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 국면에 앞장섰고, 저는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언니를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고 싶었죠."

검찰 떠나던 날

- '검찰정권'으로 불리는 윤석열 정부에서, 두 분은 검찰을 떠나야 했습니다. 검찰을 떠날 당시 심경을 떠올려 주실 수 있으신지요.

: "조용히 개인의 삶을 살고 싶어 사표를 냈었어요. '검찰에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할 일은 다 했다' 생각하고 낸 사표였죠. 그런데 검찰은 사표를 받아들이지 않고 갑자기 징계를 통해 저를 해임했어요. 강제로 검찰을 나와야 했죠."

: "검찰은 2년 동안 언니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어요. 정상적으로 일할 수 없었고 압수수색 등 너무 큰 고통을 받았죠."

: "저는 직장생활 23년 동안 착실하게 일했어요. 되게 모범적인 공무원 스타일이거든요. 때문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공직 생활을 해임으로 마무리하게 돼 당황했어요. 부모님 뵐 면목도 없었고 매우 힘들었죠. 그래서 소송을 통해 다시 검찰로 돌아가 명예롭게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해임 취소 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저는 윤석열 정권 출범 5일 만에, 한동훈 장관 취임 하루 전날 전화를 받았어요. 당시 법무부에 파견돼 디지털성범죄대응TF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기자에게 TF에서 만든 제안 법률 권고안 책자를 전달하고 설명한 직후였죠. 오후 4시쯤 법무부에서 전화가 와 '내일부터 성남지청으로 복귀하라'는데, 퇴근 2시간 전에 이런 통보를 하는 건 사표를 쓰라는 말이거든요. 그래서 바로 사표를 냈죠."

: "한동훈(이 법무부장관으로) 들어오기 전에 빨리 잘라야 했던 거죠."

: "(검찰에서) 말도 안 되는 인사를 하는 건 나가라는 뜻이에요. 안 나가면 더 큰 모욕을 줄 거라는 협박이자 경고이기도 하죠. 사실 2018년 미투 때도 사표를 써놨었고 당시 법무부 최고위 간부가 저를 여러 번 불러 나가라고 압박했기 때문에 언제든 나갈 준비는 돼 있었어요.

하지만 TF 위원들 임기가 3개월 이상 남았었고 한창 논의 중인 게 많았어요. 제가 없어지면 TF가 해체되는 건 너무도 명백했죠. 실질적으로 활동한 8개월 동안 40여 회 회의를 열어 11개 권고안, 60여 개 조문 개정 방안을 쏟아낼 정도로 성과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어요. 지난해 5월 딥페이크 사건이 터졌을 때 TF 해체 이후 어떤 전문적 논의나 연구가 없었던 것을 알고 놀랐어요.

서른 살에 검사가 돼 18년 동안 근무하고 퇴직했어요. 제 젊음과 열정, 인생 전부를 바친 검찰이었지만 솔직히 떠날 땐 홀가분한 마음이 더 컸어요. 여성 검사 최초로 특수부에 들어갈 만큼 최선을 다해 일했지만 항상 벽은 높았고 성폭력 피해 이후엔 숨쉬기 어려울 만큼 힘든 시간이 계속됐죠. 가끔 언니와 얘기해요. '우리 거기서 죽지 않고 살아서 나온 것이 기적이다'라고요."

: "저야 감찰이라는 직무를 하다가 공격을 받은 거지만 서지현은 피해자잖아요. 공격받을 이유가 어디에도 없는 거죠. 저에 대한 공격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서지현에 대한 공격은 폭력이죠."

: "언니에게 놀라운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미투 당일 간부급 여성 검사들이 제 인터뷰를 보고 '(서지현이) 뜨려고 거짓말하는 거다'라고 얘기했다는 거예요. 검사들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죠. 그 검사들은 저와 한 번도 근무해 보지 않았어요. 저를 알지 못하는 검사들이었고, 그들 모두 성폭력 사건의 경우 여성의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무고율이 극히 낮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거예요. 일선에서 수사하는 검사들이 실체를 알아보기도 전에 그런 편견을 갖는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어요."

"후회는 없지만"

서지현 전 검사는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선택하고 똑같이 행동했을 거예요. 저도 그렇고 언니(박은정 의원)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가장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고 그게 그냥 우리니까요"라고 말했다. ⓒ 이정민

- 두 분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 "저는 의사였어요."

: "저도요."

: "제가 몸이 약했거든요. 병을 고치는 의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했죠. 그런데 문과 쪽이 맞아서 법대에 진학했고 조영래 변호사의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 둘 수는 없습니다>를 읽으며 훌륭한 변호사가 되면 보람된 삶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1998년에 사법연수원에 들어갔고 2000년에 임관했거든요. 당시 새내기 법조인들은 선배들로부터 '검찰 분위기가 이전 권위주의적인 정권보단 나을 거다', '약자·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검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 조언을 듣고 검사를 하게 됐죠."

: "8살 때 엄마가 대장암 수술을 하셨어요. 말기였기 때문에 항상 엄마가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죠. 엄마를 건강하게 해주고 싶어서 줄곧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가 겁이 많거든요. 피를 보는 게 제 성향에 안 맞더라고요. 아빠는 항상 '배워서 남 줘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법조인이 되면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검사시보 시절 제 지도 검사가 '검사는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저도 그런 검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고 검사의 길을 결심했어요."

- 검사로 임관했을 때, 그리고 일하면서 어떤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요.

: "검사가 되겠다고 하니 주위에서 많이 말렸어요. 검찰 조직이 거칠고 권위적이란 이유에서였죠. 들어와 보니 정말 그러더라고요.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와 굉장히 심했던 술 문화 등 때문에 적응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래도 업무 자체는 보람 있었어요.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검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더라고요. 형사부 검사로서 초기엔 한 달에 300~400건의 사건을 맡기도 했어요. 하나하나의 사건이 개개인에겐 크고 중요한 일이잖아요. 열심히 하다 보니 전문검사도 되고 상도 받았죠. 언론에 거창하게 오르내린 사건을 해본 적은 없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해 수사하고 정의를 세우는 일에 보람을 느꼈던 것 같아요."

: "검사 일을 하면 할수록 그 책임이 너무 막중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제 판단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 그 가족의 인생, 나아가 한 기업의 존폐나 정치적·국가적 상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사람들이 검찰에 와서 진실만을 말하지 않잖아요. 수많은 주장 속에서 진실을 찾는 작업이 너무 어려웠고, 검사 시절 매일 간절히 기도했어요. '제발 진실을 알 수 있는 지혜와 정의롭게 판단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라'고요.

이 말이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언니가 말했듯 사건 하나하나를 제대로 처리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오늘 인터뷰를 앞두고 제가 기도했던 때를 떠올렸어요. 검찰을 떠날 때 물론 홀가분했지만, 제가 검사로서 최선을 다했던 그때만큼은 행복했더라고요." (서 전 검사는 이 말을 하며 울먹였다 - 기자 말)

- 검사의 길을 걸으며 지금의 삶을 상상하지 못하셨을 텐데, 혹시 그간 해왔던 선택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으신지요.

: "윤석열 감찰은 '되는 감찰'이었어요. 비위가 명확했고 제 감찰의 절차도 위법하지 않았어요. 어느 정부에서든 감찰담당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고 저는 그냥 했던 거예요.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건 윤석열이었죠. 끊임없이 정쟁화하고 프레임을 짜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잖아요. 내란 이후 모습과 완전 똑같아요.

감찰담당관에겐 비공개 의무가 있어서 감찰 내용을 밖에 얘기하면 안 돼요. 그래서 그때 기자들 전화도 안 받았어요. 저쪽은 왜곡된 내용을 언론에 이야기하고 저는 언론 대응을 하지 못하니 완전히 밀려버렸죠.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쉽죠. '나는 내 일을 했고 법원에서 판단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건데, 정치와 언론을 너무 몰랐던 거예요. 지금 같으면 공익신고도 하고 방송에도 나가고 했을 텐데 그땐 '내가 틀리지 않았으니 법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선택하고 똑같이 행동했을 거예요. 저도 그렇고 언니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가장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고 그게 그냥 우리니까요. 저도 언니처럼 너무 순수했던 면이 있어요. 검찰이 저를 그렇게 공격할지 몰랐거든요. 장례식장에서 (성추행을) 본 사람이 몇 명인데, 제 말을 왜곡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여성 최초 특수부 검사고, 장관상을 두 번 받고, 열두 번 우수사례 표창을 받았는데 일 못하는 검사로 몰아갈 줄도 몰랐고요. 제 방에 찾아온 검사·직원들과 차를 마시느라 하루에 1.8L 생수 10병을 쓸 정도였는데 저를 부적응자로 만들 줄도 몰랐어요.

더 힘들었던 건 언니·오빠·동생으로 지냈던 검사들이 한 순간에 다 등을 돌리고 허위로 진술했다는 거예요. 지금은 이렇게 이야기라도 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아팠어요. 제 민형사 재판의 기록을 읽어보질 못할 정도였죠. '내가 조금 더 강했더라면, 내가 마음을 강하게 먹고 모든 기록에 직접 대응했다면 재판 결과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이런 아쉬움은 있죠."

"검찰, 쿠데타 가능한 시스템"

"2019년 소위 '조국 사태' 때 제가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가 좌표에 찍혀 시달린 적이 있어요. 당시 그 글을 지웠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보아라 파국이다, 이것이 검찰이다. 거봐라 안 변한다, 알아라 이젠 부디. 거두라 그 기대를, 바꾸라 정치검찰'이라고 썼더라고요. 이때라도 문재인 정부가 제 말을 들었어야 해요." ⓒ 이정민

- 헌정 이후 꾸준히 몸집을 불려 온 검찰은 결국 2022년 '검사 대통령'을 배출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2년 반 만에 발생한 내란이었습니다. 검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균열을 내 온 두 분 입장에서 이러한 사태를 혹시 예상하셨는지요.

: "저와 서지현 모두 이런 파국을 예상했어요. 너무도 당연했죠. 왜냐면 윤석열이란 사람은 사적 이익을 위해 자신이 가진 권한을 남용하는 사람이거든요. 제 감찰의 내용도 '측근 한동훈의 비위를 가리기 위해 권한을 남용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잖아요. 경찰권도 갖고 있어요. 윤석열은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운영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무능을 덮고자 군 통수권이든 경찰권이든 남용할 것으로 예상했죠."

: "비상계엄 당시 '드디어 올 게 왔구나'라는 생각이었어요. 시간문제였죠. 사실 제가 처음 검찰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건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때가 아니에요. (2013년) 국정원 댓글 공작 수사 때 국정원 파견 검사가 가짜 사무실과 서류를 만들어 증거를 조작하고 수사를 방해한 사건이 있었어요. (그 사실이 2017년 알려졌는데) 너무 충격이었죠."

: "그래서 수사팀이 (가짜 사무실로) 압수수색을 가도록 했잖아요."

: "결국 그 검사가 수사를 받는 도중 자살했어요. 그런데 수많은 검사가 수사팀을 탓하며 '내가 그 자리에 있어도 그랬을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어요. 수백 개가 달렸을 거예요. 그때 처음 '나는 이 조직에 있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더해 2019년 소위 '조국 사태' 때 제가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가 좌표에 찍혀 시달린 적이 있어요. 당시 그 글을 지웠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보아라 파국이다, 이것이 검찰이다. 거봐라 안 변한다, 알아라 이젠 부디. 거두라 그 기대를, 바꾸라 정치검찰'이라고 썼더라고요. 이때라도 (문재인 정부가) 제 말을 들었어야 해요.

저는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과 지금껏 일면식도 없고 전화 한 통 해본 적 없어요. 미투 후 검찰 말만 믿었던 당시 정부에 좋은 감정을 갖지도 않고요. 그럼에도 그러한 글을 쓴 이유는 검찰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에요. (조 전 장관) 전 가족을 상대로 수사가 아닌 사냥과 도륙이 이뤄졌잖아요. 제가 초임 검사 때 사기 사건에 연루된 부부 모두를 구속하려고 했다가 부장님에게 엄청 혼이 난 적이 있어요. '법은 그렇게 잔인하지 않다. 이 부부에게 아이는 있냐. 구속되면 애를 키워줄 사람은 있냐. 어떻게 검사란 사람이 부부 둘을 모두 구속하려고 하느냐'면서요.

이후 저는 그렇게 알고 검사 생활을 해왔어요. 저는 (조국 사태에서도) 검사들이 이렇게 생각할 줄 알았어요. 근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라며 응원하고 있는 거예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막강한 권력을 가졌는데도 무엇이 정의인지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너무도 위험한 조직인 거죠. 그런 검찰을 그대로 뒀고 '검찰정권'이 창출됐어요. 그 결과는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닐까요."

- 대한민국을 대혼돈으로 내몬 현 사태는 윤석열 개인을 넘어 그를 내란 우두머리로 키운 검찰이란 배경이 있었을 텐데요.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 "검찰은 너무도 비대한 권력을 갖고 있죠. 70년 동안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공소취소권, 수사종결권 등 너무 많은 권한을 다 갖고 있는 조직이었어요. 또한 그 권한을 일사불란하게 행사해 왔고 그 정점에 윤석열이 있었던 거죠. 모든 권한을 윤석열 혼자 행사할 수 있던 구조였잖아요. 검찰은 쿠데타가 가능한 시스템이에요."

: "과거엔 군대였다면 지금은 검찰인 거죠."

: "저는 그것이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그 검찰권으로 마침내 대통령 권력도 쥐게 됐고, 독버섯처럼 곳곳에 숨어 있던 정치군인들을 모은 것이죠. 검찰 권한을 분산해야 이런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윤석열 구속 취소 후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자, 많은 사람들이 놀라더라고요. 저는 '놀라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국민은 아직 검찰을 너무 모릅니다. 그리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직 놀라기엔 이르다고요. 앞으로 놀랄 일이 훨씬 더 많을 거예요.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것은 탄핵이 기각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고, 내란에 검찰의 역할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계엄을 선포하고 입만 열면 바로 들통날 거짓말을 너무도 태연하게 하는 윤석열을 보며 놀라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너무 익숙했습니다. 검찰 내에서 많이 본 모습이거든요.

한 후배가 '이 조직은 모두 출세에 미친 사람들만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많은 검사들이 국회의원을 꿈꾸는지 너무 희한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법 위에 군림하며 절대권력을 누린 검사들에게, 지켜야 할 것은 법과 원칙이 아닌 권력자와 그의 명령입니다. 그리고 검찰 조직이 튼튼해야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게 많아지므로 조직을 지키는 겁니다. 실제론 조직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을 지키려는 거죠. 수사, 기소, 형집행 등 매우 중요한 권한을 가진 조직의 구성원들이 공적 자세를 상실한 채 권력만을 추구한다면 그 조직과 그 조직이 만들어 내는 것이 괴물 아니면 무엇일까요."

- [두 검사] 두 검사의 눈물 "내가 더 강했다면"... 이태원과 응원봉에 진 빚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박은정#서지현#검사#윤석열#검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교수·연구자 3천 명 "헌재 외면 땐 폭력·독재 나라로"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다른 기사 보기

  • 사회

  • 입력 2025.03.18 05:15

  • 수정 2025.03.18 09:00

  • 댓글 1

'내란범 윤' 당장 파면 호소 긴급 성명

"탄핵 기각은 내란 세력에게 면죄부"

누란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전국 각계각층에서 헌법재판소에 내란 우두머리 대통령 윤석열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줄을 잇는 가운데, '윤석열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전국 교수·연구자' 3000여 명도 '당장 파면'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17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여러분께 드리는 교수·연구자들의 간곡한 요청'이란 성명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놓여 있다"면서 "이 역사적 순간에 헌법재판소가 헌법 수호 기관으로서의 소명을 다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2025.2.18. 연합뉴스

"탄핵 기각은 내란 세력에게 면죄부"

'내란범 윤' 당장 파면 호소 긴급 성명

성명에서 이들은 △ 이번 비상계엄은 명백히 위헌적, 불법적이며 헌정 질서 파괴 행위 △ 윤석열 내란 행위에 대한 탄핵 인용은 헌재의 책무 △ 헌재 결정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 △ 탄핵 즉각 인용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필수적 결정 등 4가지로 나눠 내란범 윤석열의 신속한 파면의 절박성을 호소했다.

이들 교수·연구자는 "헌재 결정은 단순한 법률적 판단을 넘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존속할 것인지, 아니면 권위주의적 퇴행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라면서 "헌재가 이번 사안을 외면한다면, 대한민국은 헌법과 법치가 아닌, 폭력과 독재가 지배하는 나라로 전락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이 갑작스럽게 취소되고, 극우 세력들이 헌재를 향해 노골적인 위협과 공격을 가하는 현 상황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큰 위험에 처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만약 헌재가 이번 탄핵을 기각한다면, 이는 내란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법치주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우리는 헌재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치의 원칙에 따라 윤석열 탄핵을 즉각 인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역사는 헌재의 결정을 기억할 것이다. 정의로운 판결만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울타리에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2025.3.16 연합뉴스

[성명 전문]

<헌법재판소 재판관 여러분께 드리는 교수·연구자들의 간곡한 요청>

존경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여러분께,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학문과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지켜온 교수·연구자로서, 이 역사적 순간에 헌법재판소가 헌법 수호 기관으로서의 소명을 다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1. 이번 비상계엄은 명백히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며 헌정 질서 파괴 행위입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적 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입법·사법부의 기능이 마비될 뻔했으며, 정당한 절차 없이 국정이 운영되었습니다.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계엄은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는 극단적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됩니다. 그러나 당시 대한민국은 외부의 침략이나 내란 상태에 처해 있지 않았으며, 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법적 근거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포고문에서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중지하고, 계엄령의 권한을 넘어서 헌법에 존재하지도 않은 절대군주의 권한을 참칭했고, 실제 국회에 병력을 보내 계엄 절차에 따른 국회 의결을 방해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헌정 질서 파괴이자 헌법을 무력화한 행위입니다.

2.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대한 탄핵 인용은 헌법재판소의 책무입니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66조는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행위는 이러한 헌법적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으며, 오히려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여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권한 남용을 넘어 헌법을 유린한 중대한 위헌 행위이며,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는 중범죄입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최종적 해석 기관이자 수호자로서, 이와 같은 위헌적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를 인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헌법의 권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향후 대통령이 헌법을 무력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3.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상,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단순한 법률적 판단을 넘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존속할 것인지, 아니면 권위주의적 퇴행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법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는지를 분명히 보아왔습니다. 193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의 몰락은 사법부가 히틀러의 권력 장악을 견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1973년 칠레의 군부 쿠데타 또한 법원이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몽테스키외는 "법이 침묵하는 곳에서 독재가 말한다"고 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사안을 외면한다면, 대한민국은 헌법과 법치가 아닌, 폭력과 독재가 지배하는 나라로 전락할 것입니다.

4. 윤석열 탄핵 즉각 인용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필수적인 결정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탄핵을 인용하는 것은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 개인에 대한 판단이 아닙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국가로 남을 것인지, 헌법이 권력을 견제할 실질적 장치로 기능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판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이 갑작스럽게 취소되고, 극우 세력들이 헌법재판소를 향해 노골적인 위협과 공격을 가하고 있는 현 상황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큰 위험에 처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이번 탄핵을 기각한다면, 이는 내란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법치주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치의 원칙에 따라 윤석열 탄핵을 즉각 인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역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억할 것입니다.

정의로운 판결만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입니다.

2025년 3월 17일.

윤석열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전국 교수·연구자 일동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겨레 “윤 대통령, ‘헌재 결정 승복할 것’ 직접 밝혀야”

[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 “가장 중요한 건 尹 입장”…조선 “尹·李 직접 탄핵 승복 선언해야”

김용빈 선관위원장 “尹 친구 생각했는데, 체포대상? 참담”

이젠 의료계 내부 갈등? 중앙일보 “집단 이기주의 전형”

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5.03.18 07:38

▲ 구속취소로 구치소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르면 이번 주 후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헌재 결정 승복’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이 명확하게 승복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 ‘대통령이 승복 입장을 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도 함께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했다. 언론도 비슷한 상황으로 동아일보·한겨레·국민일보 등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직접 승복 메시지를 낼 것을 주문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르면 이번 주 후반인 20일~21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결과를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 인용 결과가 나올 시 서부지법 폭동 사건처럼 자칫 대규모 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도 승복 메시지를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이 문제가 정쟁의 영역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겨레 “李 승복? 의미없어” 조선 “尹·李 승복해야”

이와 관련 주요 일간지들은 18일 지면에서 윤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사설을 냈다. 한국일보는 여야가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 ‘승복 진실게임’ 공세만 펴고 있으며, 결국 탄핵 심판의 당사자인 대통령의 승복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4면 <여야 ‘승복 진실게임’ 말싸움… “尹이 승복해야 끝난다”>에서 “승복 메시지를 둘러싼 여야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결국 윤 대통령의 승복 선언만이 국론 분열을 막아설 유일한 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했다.

▲18일 한국일보 4면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4면 <윤 ‘헌재결정 승복’ 꿈쩍 않는데… 여당, 이재명 압박 ‘적반하장’>에서 “기각이든 인용이든 헌법재판소 결론에 따른 양 진영의 극단적 반발이 터져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탓에, 윤 대통령 본인을 비롯한 정치권의 ‘승복 선언’이 선고 전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경향신문 6면 <보수·진보 원로 “윤석열, 헌재 선고 승복 뜻 밝혀야” 한목소리> 보도에 따르면 이석연 전 법제처장, 조갑제씨,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보수·진보 원로들은 윤 대통령이 승복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규재 전 주필은 윤 대통령 승복 여부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대중을 동원해 선동하면 그건 내란의 연장선상에서 다스려야 할 것”이라고,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대통령의 승복 메시지는 당연히 기본”이라고 했다.

사설·칼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동아일보·한겨레·국민일보 등은 윤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승복 메시지를 낼 것을 요구했다. 한겨레는 사설 <윤 대통령, ‘헌재 결정 승복할 것’ 직접 밝혀야>에서 “극단적 대결과 충돌, 혼란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라며 “헌재 결정 수용은 당연한 헌법 절차 준수이자, 국가·국민의 일상 회복을 돕는 일이다. 윤 대통령의 태도에 따라 한국 사회의 안정 회복과 정상화가 앞당겨질 수도 있고, 극심한 갈등과 에너지 소모, 국민적 피로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했다.

 

▲18일 한겨레 칼럼 갈무리

 

권태호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이 대표에게 승복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을 동등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권 실장은 칼럼 <“승복 선언은 윤석열만 하면 된다”>에서 “이 대표가 ‘승복 선언’을 하든 말든 그건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런 ‘선언’ 자체가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동등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12·3 내란사태 이후,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국민의힘이 모든 것을 ‘상대화’하면서, 양비론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권 실장은 보수논객 조갑제씨가 지난 15일 “승복은 가해자인 윤석열만 하면 된다”고 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상식적인 보수’”라고 했다.

동아일보 황성호 기자는 칼럼 <탄핵 찬반 충돌 막으려면 정치권 승복 메시지 필요하다>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직접 내는 입장”이라며 “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승복 발언을 들은 기억은 없다… 안타까움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윤 대통령 자신이 직접 입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여야, 승복한다면서 불복 부추기는 거리투쟁 계속하나>에서 “누구보다 앞장서서 승복 의지를 보여야 할 윤 대통령이 계속 침묵하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현 상황을 내버려 둔다면 충돌은 더 격해지고, 자칫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이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헌재 선고 전 선제적으로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18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하지만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같은 선상에 놓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 <尹 대통령, 李 대표가 직접 “승복” 선언해야>에서 “여야 정치인들은 지금 탄핵이라는 국면에서 자신들의 지지층을 자극하거나 결집하는 발언으로 정치적 이권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며 “양측 지지층을 자제시키고 충돌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직접 지지층에 자제를 요청하며 분명하고 단호한 ‘승복’ 메시지를 내는 수밖에 없다. 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18일 한국일보 6면 기사 갈무리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 “尹 친구로 생각했는데… 선관위 점거 충격”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이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선관위 장악을 시도하고 직원들을 체포 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총장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담화를 통해 계엄군의 선관위 점거가 부정선거 의혹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설령 계엄이 정당했더라도 선관위에 계엄군이 진입한 것은 불법이었기 때문”이라며 “(나를 포함) 여러 선관위 직원이 체포 대상이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참담했다”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에 대해 “여전히 옛날처럼 친구로 생각하는데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내가 친구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것은 확실한 것 같다”며 “뭐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했으면 직접 전화해서 물어봤으면 어땠을까 싶다. 가장 먼저 전화할 수 있지 않나”라며 인간적으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김 사무총장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거대 양당 체제에서 승자 독식으로 이어지고, 패배한 지지 집단의 박탈감은 상대적으로 커진다”며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특히 유튜브 알고리즘의 발달로 자신의 생각이나 이해에 부합하는 편향된 정보를 반복해 접하다 보면 정치적 극단화에 빠져 합리적 소통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게 가슴 아프다”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감사원이 지적한 부정채용 문제, 전 사무총장 논란에 대해 “내부에서 서로가 묵인했던 부분이 일부 있었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후진적인 조직이었다”며 “그 어떤 묵인도 없도록 조직문화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해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젠 의료계 내부 갈등? 중앙 “집단 이기주의 전형”

정부가 의대생이 이달 중 전원 복귀할 경우 의대 정원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의료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의대생들이 복귀 움직임을 보이자 동료 의대생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서울대 교수들은 이 같은 학생들을 두고 “진짜 피해자는 학생”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내가 알던 제자 맞나” 서울대 의대 교수들 고언>에서 “의정 갈등이 1년을 넘으면서 그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받는 환자가 많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정부 때문이라고 한다”며 “충분한 연구와 의견 수렴 없이 대폭 증원을 결정한 정부의 잘못이 크다. 그렇다고 아픈 사람을 외면하고 노조처럼 파업한 의사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의료와 교육을 정상화하고 남은 문제들은 대화로 해결해나가는 길에 들어서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18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의대생 수업거부 종용 행위 단호하게 대처해야> 사설에서 복귀한 의대생을 동료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의대생에 대해 “집단 이기주의의 전형”이라며 “동료를 매장하는 것을 불사하겠다는 이들이 과연 장차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할 만한 윤리의식을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진료받아야 할 환자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며 “이 상태가 장기화하면 의사에게 준 독점적 권한을 다른 직역에 위임하는 것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미동맹이 우리를 구해줄 수 없다”···촛불문화제 열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5/03/17 [22:03]

 

© 김영란 기자

꽃샘추위가 몰아친 17일에도 헌법재판소 근처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촛불이 밝혀졌다.

 

이날 오후 7시 촛불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촛불문화제’에 연인원 3천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함께했다.

 

윤석열 선고 기일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이번 주에 기어이 끝장내자는 의지를 높이며 기세 있게 촛불문화제를 이어갔다.

 

김세동 도봉촛불행동 대표는 여는 발언에서 “국민이 매일 촛불집회로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 안국역부터 경복궁역을 잇는 거리가 시민들로 넘쳐났고, 광화문대로, 총리공관 대로까지 촛불과 응원봉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시급히 내란을 종식하자는 국민의 뜻은 확고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더는 기다릴 것 없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지금 당장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해야 한다”라며 “광장으로 더 많이 결집하여 이번 주에는 헌재에서 파면 선고를 내도록 만들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영란 기자

 

김준형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있었던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 토론에 대해 발언했다.

 

김 의원은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 토론에서 반대 토론을 했다. 국회 역사상 처음이었다. 지금 트럼프 앞에서 한미동맹을 지지하는 것은 (트럼프의) 청구서 금액을 키우는 것”이라며 “한 5표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반대표를 한 분이 17명, 기권을 한 분이 23명, 총 40명이었다. 이는 우리의 싸움이 자주와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해 준 것”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이 우리를 구해줄 수 없다”라며 “우크라이나의 운명에 대해서 참담함을 느낀다. 우크라이나는 외세에 의존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일갈했다.

 

김 의원은 “우리 스스로 지킬 힘이 있어야 하고 평화를 위한 협상, 북한과 협상을 해야 우리나라에 평화가 온다”라고 역설했다.

 

대통령이 내란·외환 혐의로 형을 확정받으면 소속 정당이 정당해산심판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박홍근 민주당 의원도 무대에 올랐다.

 

박 의원은 “윤석열이 파면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다시 내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며 “나치를 경험했던 독일은 위헌 정당 해산에다가 위헌 범죄자의 기본권도 박탈해 나치의 부활을 막고 있다. 우리도 내란세력의 준동과 부활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이 내란·외환으로 파면되거나 형이 확정되면 소속 정당의 해산 심판을 정부가 즉각 청구해야 하고 직후 전국 선거에 공천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이재명도 승복하라고 얘기한다”라며 “그런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무죄 나와도 승복하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진짜 뻔뻔하기 그지없다”라고 일갈했다.

 

▲ 김준형 의원(왼쪽)과 박홍근 의원. © 김영란 기자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있었다.

 

30대 남성은 “전 세계적으로 극우 파시즘이 영역을 넓히고 혐오주의, 이분법적인 사고, 배척, 분열 그리고 나아가 분쟁까지 조장하고 있다”라며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더더욱 극우가 확장하기 좋은 환경의 우리나라가 어떻게 극우와 싸워 이겨냈는지, 세련되고 우아하게 극우세력을 밀어냈는지 우리가 보여주자”라고 말했다.

 

은둔형 외톨이를 다방면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한 여성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죄가 없다고 하는 윤석열에게 묻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결국 실패한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죄를 죄로 인지하지 못하고,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국민을 농락하려고 하는 윤석열을 국민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헌재는 당장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는 “윤석열의 구속 취소는 분노할 일이지만 이것은 저들의 민낯을 보여준 계기일 뿐이다. 우리는 윤석열 하나만을 파면하고 처벌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화 투쟁, 민주주의 투쟁은 민족자주를 위한, 친일 청산을 위한, 민중생존권 쟁취를 위한,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을 위한 투쟁의 길을 여는 것”이라고 말한 뒤 자작시 「탈옥」을 낭송했다. (시 전문 기사 하단)

 

▲ 정해랑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일과 후 노래모임 ‘다시부를노래’가 「이 길 가다 보면」, 「파면이 답이다」, 「정의의 밧줄」(「사랑의 밧줄」 개사곡), 「파면해」(「아파트」 개사곡)를 부르자 시민들도 흥겹게 따라 불렀다.

 

촛불문화제를 마칠 즈음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행진 대열이 안국동 오거리를 지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촛불문화제 참가자들도 대열에 합류해서 서울 도심으로 행진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일과 후 노래모임 ‘다시부를노래’의 노래 공연.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이호 작가

 

▲ 비상행동 집회. © 민주노총

 

탈옥

-정해랑

그가 탈옥했다

담을 넘은 것도 아니고

쥐구멍으로 기어 나온 것도 아니고

감옥을 폭파시킨 것도 아니었다

형리들이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보무도 당당하게 제 발로 탈주했다

 

판관의 지엄하신 결정이라고 했다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 이의 절차 없이

풀어주라고 한 검찰관 우두머리의 추상같은 명령이라고 했다

칠십 년이나 적용하던 것을

왜 그에게만 바꾸어 적용하는지

사흘 만에 다시 왜 원래대로 돌아갔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법전은 엿이나 바꿔 먹어라

한 사람만을 위한 법

사흘만 쓰고 다시 둔갑하는 법 적용

그 마누라와 간신들을 위한 법은 쓰레기통에나 처넣어라

괜히 고상한 척하지 말고 솔직히 선포하라

내란수괴를 풀어주어야 너희가 살 것 같다고

차라리 네 죄를 내가 알렷다 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고

 

하지만 우리는 너희와 함께 갈 생각이 추호도 없다

너희들처럼 왕 밑에 살 생각이 없단 말이다

어떻게 세운 민주공화국인데

얼마나 많은 이의 피와 땀으로 이룬 민주주의인데

소처럼 일하고 개처럼 얻어터지며

고문당하다 죽고

최루탄 맞아 죽고

네놈들 배 불리려고

우리 새끼들 굶겨야 하는

차별과 혐오가 넘실거리는

그런 세상으로 다시는 안 갈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를 다시 감옥에 처넣을 것이다

시민의 힘으로 가둘 것이다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그 마누라도 잡아넣을 것이고

그에게 아부하며 그만을 위해 일하다

떡고물이나 얻어먹으려는 간신배들도 모조리 쓸어 넣을 것이다

 

그가 감옥 문을 나왔다

보무도 당당하게 제 발로 걸어 나왔다

주먹까지 불끈 쥐었다

하지만 그것은 탈옥이었다 탈주였다

법비들이 꼼수로 풀어준 것이었다

그를 다시 처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우리를 수거할 것이다

그가 이 땅을 커다란 감옥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우리는 그와 한 하늘 아래 결코 살 수 없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민주당의 정파이익 추구, 극우의 '성장 촉진제' 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3/18 09:05
  • 수정일
    2025/03/18 09:0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상경 칼럼] 정말로 극우를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어느덧 윤석열 탄핵 판결이 목전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그 어떤 정당한 사유도 없이 자국민에게 총구를 들이민 사상 초유의 폭정이므로, 많은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탄핵은 만장일치로 인용될 것이라 믿는다.

 

문제는 탄핵이 인용될지라도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일단락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지난 칼럼에서 지적했듯(☞[이상경 칼럼] 그들은 왜 스스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나?), 윤석열의 '계엄 난동' 이후 나타난 충격적 현상은 탄핵반대 여론의 급상승이다.

 

이는 박근혜 탄핵 직전 여론조사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선명하게 드러난다.

 

박근혜 탄핵 관련 여론조사는 지난 2017년 3월 7일 발표된 JTBC-한국리서치 조사자료, 윤석열 탄핵 여론조사는 2025년 3월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자료에서 인용했다. 분석 대상으로 이 두 여론조사 자료를 택했으나, 동기간 실시된 다른 여러 여론조사를 비교해 봐도 같은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을 재차 밝혀둔다. (갤럽 조사는 언론사 의뢰 없이 지난 11~13일 전국 1001명 대상. 상세내용은 관련기사 참고. ☞기사 보기)

 

 

위의 표에서 보다시피, 박근혜 탄핵 반대 여론이 응답자 전체의 17% 남짓이었던 데 반해 윤석열 탄핵 반대 여론은 그 2배가 넘는 37%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이달 실시한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탄핵 반대 여론이 응답자의 40%를 넘나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정치성향별로 나눠 살펴보면, 모든 정치성향의 응답자 사이에서 탄핵 찬성 의견은 줄고 반대 의견이 증가했지만, 가장 눈에 띄는 집단은 단연 중도와 보수이다. 중도 성향 응답자의 경우, 박근혜 탄핵을 반대하는 응답자 비율이 14%였던 데 반해 윤석열 탄핵 반대 응답자 비율은 26%까지 증가했다.

 

보수 성향 응답자에게선 훨씬 극적인 차이가 나타났다. 박근혜 탄핵 때만 해도 보수 응답자 과반(53%)이 탄핵에 찬성하고 41% 남짓만이 탄핵에 반대했다. 그러나 윤석열 탄핵 심판을 앞둔 현 상황에선, 보수 응답자 전체의 절반에 훨씬 못미치는 24%만이 탄핵에 찬성하고 72%가 탄핵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요컨대 박근혜 탄핵 당시에는 모든 정치성향 응답자들에게서 탄핵 찬성이 다수의견이었으나, 이번 윤석열 탄핵의 경우엔 중도층에서 탄핵 반대 여론이 두드러지게 증가했고 보수층에선 탄핵반대가 압도적 다수의견이 돼버렸다.

 

윤석열의 '계엄난동'이 민주화 이후 박근혜의 국정농단을 포함한 그 어떤 스캔들보다 훨씬 심각하게 헌정질서를 훼손했음을 고려하면, 이 같은 탄핵 반대 여론의 증대는 가히 충격적이다.

 

중도·보수층에서 '탄핵 반대' 여론이 상승한 이유는?

 

박근혜의 국정농단과 윤석열의 계엄난동은 모두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법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전면 부정하는 범죄로, 당연히 결코 재발해선 안 된다. 탄핵은 이 범죄행위들을 심판하는 유권자의 능동적 권리이며, 탄핵 국면과 그 이후 제1야당은 이를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도와 보수층은 왜 박근혜 탄핵 때에 비해 윤석열 탄핵에 덜 호의적이거나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이유는 그간의 정세를 통해 전부 드러났고, 많은 시민들이 이미 알고 있다. 박근혜 탄핵 때와 비교했을 때, 중도와 보수층이 제1야당인 민주당에 회의나 극렬한 반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 때 모든 정치성향 유권자들이 탄핵에 찬성하고 민주당이 전폭적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국정농단으로 훼손된 법치와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회복해달라는 대국민적 의지의 표출에 있었다. 당시 민주당의 문재인 지도부는 이 요청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탄핵 국면과 조기 대선 시기에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과 법치질서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유권자들에게 천명했다. 이에 진보와 중도층뿐 아니라 보수층 다수마저도 민주당 지도부에 '심판자' 역할을 부여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의 이재명 지도부는 정확히 그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윤석열의 폭정이 무너뜨린 법치질서를 시급히 회복해야 할 시점에서, 역으로 법치를 흔들고 심지어는 퇴행적인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윤석열의 계엄난동 이후, 모든 시민이 이재명 대표의 재판 지연 과정을 중계방송 보듯 지켜봤고, 결국 이 대표의 대법원 판결이 조기 대선 이후로 점점 밀려나는 상황, 그리고 이 대표가 '본인의 대통령 당선 가정 시 재판은 중지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모습까지 목도했다.

 

그리고 시민들은 이 대표가 본인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구형한 현직 검사들을 '부패 세력'으로 매도하고, 심지어는 2023년 본인의 체포동의안 가결 배경에 대해 민주당 내부 일부 인사들과 검찰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하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이것이 과연 대통령의 반민주적 폭정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할 제1야당이 보여야 할 모습인가?

 

계엄 이후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중도층과 보수층의 강렬한 반감이다. 지난달 주간지 <시사IN>과 한국리서치가 응답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조사기간 2.3~5. ☞조사 상세사항 보기)에 따르면, 계엄에 찬성하는 극우보수층뿐 아니라 계엄에 반대하는 중도보수층 사이에서도 이 대표에 대한 매우 높은 적개심이 드러났다.

 

결국 중도와 보수층이 윤석열 탄핵에 덜 호의적이거나 반대하는 이유는 제1야당인 민주당과 지도부에 '심판자'의 역할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계엄·내란사태가 발생했음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대개 접전을 벌이고 있고,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연장' 여론을 압도하지 못하는 현상도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난 9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의 정파적 이익 추구는 극우의 성장을 촉진할 것

 

탄핵 인용을 가정할 시,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조기 대선 전에 열리지 않고 민주당과 이재명 지도부가 지금처럼 사법기관에 대한 음모론적 공격을 이어갈 경우 초래될 가장 치명적인 귀결은 극우의 성장과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서유럽과 북미의 정치사에서 보듯, 극우세력은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늘 존재해왔다. 서유럽 국가들에서처럼 군소정당을 유지하기도 하고, 미국에서처럼 풀뿌리 조직으로 존재하거나 간혹 깜짝 대선후보를 내세우기도 한다.

 

권위주의와 허무맹랑한 음모론, 각종 배타주의로 무장한 이들의 주장을 주변화시키고 기껏해야 조소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건강한 민주주의의 힘이며, 그 힘은 다수 유권자들과 정당들이 정치성향에 상관없이 민주주의 법치를 위협하는 세력들을 차단하고 몰아내 버리는 데서 나온다.

 

여당의 수장인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적으로 돌아선 지금, 제1야당 지도부가 취하고 있는 검찰에 대한 적대적 태도와 음모론, 당대표의 이른바 '사법리스크'는 현재 횡행하고 있는 극우세력과 음모론자들을 몰아내는 데 거대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극우세력의 악의적인 '부정선거 음모론' 역시 국가기관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거름삼아 성장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철저히 배격당하거나 웃음거리로 전락했을 이 주장들은 윤석열의 선동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기회주의적 지지로 인해 보수층으로부터 보다 넓은 지지를 얻었다.

 

이 상황에서 극우세력의 성장을 차단하고 제도정치에서 몰아내 버리려면, 정치성향에 관계없이 다수의 유권자들이 이 세력을 배격해야 하고 이러한 의지를 대변할 수 있는 심판자가 있어야 한다.

 

박근혜 탄핵 때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제1야당이었던 민주당과 문재인 지도부가 이 역할을 수행했고, 탄핵 국면에서 중도보수층의 지지까지 획득했다. 하지만 이재명 지도부는 스스로 법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함으로써 심판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극우세력을 몰아낼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하기는 커녕, 제도정치와 국기기관에 대한 전방위적 불신이 확산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민주주의 위기와 극우 포퓰리즘을 연구한 학자로서 나는 이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면, 조기 대선 이전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등 여러 수사 중인 혐의와 사법기관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끊임없는 정쟁을 유발할 것이다. 가정을 더해 만약 이재명 대표가 조기 대선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풀리지 않은 그의 혐의는 대통령 임기 내내 통치의 정당성을 집요하게 잠식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폭정을 저지른 독재자를 처단하고 민주주의 헌정 수호를 이끌어야 할 제1야당 대표가 법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한국사회에서 국정에 대한 근거 없는 음모론과 이를 전파하는 극단주의 세력의 성장에 자양분을 제공할 것이다.

 

결국 민주당에 달렸다

 

많은 이들이 이미 지적했듯, 현 시점에서 이재명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와 이 대표가 여태까지 보인 행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설령 탄핵이 인용되고 조기 대선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대선 과정 및 그 이후의 임기 내내 극단적 정쟁과 정치양극화를 초래하고 극우세력의 확산을 촉진할 공산이 크다.

 

결국 지금 민주당에 현실적으로 조금이나마 기대하거나 당부할 수 있는 점은 검찰을 비롯한 사법기관에 대한 모든 공격과 비방을 중단하고 법치에 대한 시민적 신뢰 회복을 촉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언제 선고되든, 그 판결을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검찰 고위간부 몇몇의 과거 수사에 대한 비판은 비록 그 자체로서는 온당한 주장일 수 있겠지만, 이같은 비판이 현 시점에서 이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한 부인과 사법기관에 대한 음모론적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해서는 결코 안 된다.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면, 조속히 이뤄질 당내 대선후보 선출과정 역시 모든 민주적 절차를 거쳐 치뤄져야 한다. 폭정을 저지른 대통령을 탄핵하고 민주주의의 수복하고자 하는 야당 후보의 제1과제는 결국, 시민들에게 민주주의의 미덕과 가치를 보여줌(showcasing)으로써 민주주의 체제의 정당성에 대한 시민적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미 권위주의적 성향과 행보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아온 민주당 지도부가 탄핵 이후 새롭게 시작하는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민주주의의 정당성과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첫걸음은 당내 경선이 될 것임이 자명하다.

 

▲2024년 12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메리퇴진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모두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조사기간·대상, 응답률, 설문지 문항 등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

이상경

 

서강대 사회학과에서 사회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거버넌스, 포퓰리즘, 불평등 관련 여러 주제들을 연구하고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며칠 안 남았다” 윤석열 파면 운명의 한 주, 더 뜨거워진 광화문 농성촌

광화문서 밤 지새우는 비상행동 의장단-대학생-시민들, 한목소리로 “신속 파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비상행동 '정당 2천인 긴급시국선언'에서 안국역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5.3.17 ⓒ뉴시스

 

헌법재판소(헌재)의 고심이 길어지지만,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단식하는 날이 늘어나고,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는 날이 길어지고, 학교 대신 광장으로 등교하는 날이 많아져도 지친 기색 없이 더 크게 ‘윤석열 파면’을 외쳤다. 17일 광화문 농성장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이다.

이날 찾은 광화문 일대는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이들의 거대한 농성촌이 됐다. 지난 8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과 진보당이 농성장을 설치한 이후,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 원·내외 정당과 노동, 장애, 문화, 대학생 등 각계각층도 천막을 치며 함께했고, 헌재의 탄핵 선고를 기다리며 잠 못 이루는 시민들도 개별적으로 1인용 텐트를 설치해 연대하고 있다.

어느덧 30여개로 늘어난 농성장은 광화문 삼거리부터 경복궁역 사거리까지 400m가량의 거리를 빼곡하게 채웠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광화문 앞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농성 천막이 줄지어 설치돼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이 석방된 직후 단식농성에 돌입한 15명의 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은 이날로 10일째 곡기를 끓고 있다. 그럼에도 농성장의 하루는 바쁘게 흘러간다. 대개 오전 9시께 의장단들이 모여 회의를 한 뒤,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지지 방문을 하는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평일 저녁 7시에 열리는 집회에 참여하는 일정을 쉴 틈 없이 소화하고 있다. 차도 바로 옆에 농성장이 설치돼 있는 데다가 한밤중에도 차량 이동도 많은 곳이라 잠도 편히 자기 힘든 상황이지만, 의장단들은 굳건하게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공동의장단 중 한 명인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이날 민중의소리와 만나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공동의장단 모두 운동을 오래 한 사람들이라 단련도 돼 있고, 기백도 있다”며 웃으며 답했다.

하 의장이 의연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은 “우리는 이길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질 이유가 없다. 그래봤자 며칠 안 남았다”며 “(일각에서는) 파면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헌재가 탄핵이 안 되는 이유를 찾을 수 있겠나. 대다수 국민이 다 알고 있다. 헌재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서 빠르게 선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거리에서 밤 지새우는 대학생·시민들
헌재 향해 한목소리로 “신속 파면” 주문

 
17일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 중인 부산 지역 대학생들. ⓒ민중의소리


공동의장단의 단식에 부산 지역 대학생들도 지난 12일부터 상경해 동참하는 중이다. 지난 15일까지는 7명의 대학생들이 1차로 단식했고, 이후 5명의 대학생들이 단식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미 각 학교가 개강을 했지만, 일부는 휴학을 하고 일부는 재학 중임에도 광화문에서 단식을 함께 하고 있다. 다들 생애 첫 단식이라고 한다.

이들은 1인용 텐트를 치고, 광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주로 농성장에서 진행되는 기자회견에 함께 하거나, 아침과 점심, 저녁마다 시민들에게 집회 참여를 호소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단식에 응원을 보내는 시민들도 많다고 한다. 한 시민은 이들을 꼭 안아주며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농성장에서 만난 부산보건대학교 22학번 서덕관 씨는 “공동행동 의장단 분들이 단식을 하는데, 나도 함께할 수 있는 게 없을까라는 생각에 단식은 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며 “많은 분들이 너무 고생한다는 얘기를 해주셔서 정말 힘이 난다”고 말했다.

서 씨 역시 하루빨리 헌재의 파면 선고가 이뤄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했다. 서 씨는 “이번 주에는 파면이 돼서 (부산으로) 내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선고가 늦어지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친구들도 있고, 우리도 일상이 있는데 계속 이렇게 나와 있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빨리 파면 선고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학생들의 동조 단식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날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9일 청년·대학생 1천명의 동조 단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개별적으로 농성에 동참한 시민도 여럿이었다. 윤양한 씨는 매일 광화문으로 나와 농성자들을 격려하고, 저녁에 열리는 집회에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20대 자녀를 둔 윤 씨(65)는 “남태령과 한강진에서의 모습을 보고 우리 아이들이 다시는 이런 투쟁을 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눈물을 많이 흘렸다”라며 “그때는 일을 하고 있을 때라 참가하지 못했는데, 이후부터는 계속 광장에 나오고 있다. 그래야 헌법재판관들도 윤석열 파면을 바라는 시민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북 임실에서 1인용 텐트와 간단한 짐을 챙겨 상경한 시민도 있었다. 윤영인(60) 씨는 전날부터 헌재의 선고가 나올 때까지 광화문에서 밤을 지새울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열 받아서 탄핵당하는 걸 보려고 왔다. 탄핵당하는 날까지 있을 것”이라며 “재작년에 골수 이식을 받아 몸이 좋지는 않지만, 지금의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가만히 보고 있지는 못하겠더라”라고 말했다.

윤 씨 역시 지금의 혼란이 서둘러 끝날 수 있기를 바랐다. 윤 씨는 “경제도 그렇고 비상계엄 이후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한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반목과 갈등만 커지고 있다. 헌재가 빨리 파면을 선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도 광화문 광장에서는 ‘윤석열 파면’을 요구하는 외침이 널리 울려 퍼졌다. 비상행동은 이날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여러 단체와 정당이 참여한 긴급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헌법재판소는 즉각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에는 비상행동과 8개 원내·외 정당, 종교계, 여성·성소수자, 청년, 노동자, 농민, 빈민, 학계, 지역 등 600여개 단체와 8천여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기자회견에 직접 참여한 이들만 1500명에 달했다. 이들은 시국선언을 한 뒤, 헌법재판소 인근까지 행진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비상행동 '정당 2천인 긴급시국선언'에서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5.3.17 ⓒ뉴스1
 
“ 남소연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