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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세계에 유행처럼 퍼지는 정치 혼란

[정조준153] 서방 세계에 유행처럼 퍼지는 정치 혼란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5/03/1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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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미국 정치

 

4일 밤 미국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을 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연설을 시작한 지 5분 만에 앨 그린 민주당 하원의원이 “당신은 권한이 없다”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공화당 의원들이 “미국! 미국!”을 외치며 맞섰고 의회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결국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그린을 추방했고 공화당 의원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의회 합동 연설에서 의원이 추방당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날 미국 의회에서 일어난 일은 마치 한국에서 벌어진 ‘입틀막’ 사건을 연상하게 합니다. 그래도 한국은 국회에서 일어난 게 아니니 나은 편일까요? 

 

한편 이날 의회에서는 트럼프가 연설하는 중에 공화당 의원이 모두 일어나 손뼉을 치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거짓말’이라는 문구가 써진 피켓을 들고 침묵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트럼프는 아예 민주당 의원들 쪽을 외면하고 공화당 의원들만 보면서 연설했습니다. 

 

▲ 트럼프가 의회에 입장하자 인사하는 공화당 의원들과 외면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이 대비된다.  © 미국 의회 영상 캡처

 

▲ 트럼프 연설 도중 민주당의 그린 의원이 소리를 지르자 일어나서 항의하는 공화당 의원들.  © 미국 의회 영상 캡처

 

▲ 추방당하는 그린 의원(사진 아래쪽 지팡이를 든 인물).  © 미국 의회 영상 캡처


정치 후진국에서나 볼 법한 이런 일은 자칭 ‘민주주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사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재선되면서 이미 이런 정치 혼란이 있을 걸 많은 이들이 예상했습니다. 트럼프 1기 때도 그랬으니까요. 미국의 정치 혼란이 극에 달한 건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자 결과에 불복하며 벌인 의사당 점거 폭동 때입니다. 그 이후로 바이든 정부 내내 정치 혼란은 지속했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10월 3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취임 1년도 못 버티고 미국 의회 사상 최초로 해임됐습니다. 놀랍게도 매카시 해임안을 상정한 건 같은 공화당 의원 맷 게이츠였습니다. 공화당 내에서도 강경파로 꼽히던 게이츠 의원은 매카시 의장이 너무 온건하다며 해임안을 올렸습니다. 당시 매카시는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게이츠는 그걸로 부족하고 아예 연방정부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황당한 이유로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을 날려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매카시는 하원의장 선출 때도 무려 15번의 투표 끝에 겨우 당선되는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그전까지 미국 하원의장 선출은 9차 투표가 최다였습니다. 

 

매카시 해임 후 하원의장을 다시 뽑는 과정도 혼란의 연속이었습니다. 공화당 내에서 스티브 스컬리스 의원이 후보로 선출됐다가 반대파에 밀려 사퇴했고, 그 뒤에 선출된 짐 조던 의원은 본선 당선 가능성이 적다며 경질됐으며, 세 번째로 선출된 톰 에머 의원은 트럼프의 반대로 4시간 만에 사퇴했습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마이크 존슨 의원이 공화당 후보로 선출되어 본선에서도 승리, 하원의장이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차라리 트럼프를 하원의장으로 추천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습니다. 하원의원만 하원의장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건 맞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건 미국 정치가 정말 가볍고 무책임하게 굴러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의 정치 혼란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민주당은 중간에 대선 후보를 바꾸고, 공화당은 후보가 총에 맞았습니다. 그야말로 엉망진창 대선이었습니다. 

 

지금은 공화당이 대통령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뭐든 밀어붙일 수 있어 보이지만 트럼프의 말도 안 되는 정치 행보가 계속되면 조만간 미국 정치는 더 큰 대혼돈에 빠질 것입니다. 

 

프랑스 대통령과 의회의 개싸움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정치 혼란에 빠지긴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프랑스를 봅시다. 

 

2024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집권 여당 르네상스가 15.2%로 참패하고 우익정당으로 분류되는 국민연합이 32.5%로 제1야당이 되었습니다. 유럽의회는 말 그대로 유럽연합의 입법기구라서 프랑스 내정과는 별개이지만 민심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했습니다. 2017년 취임해 집권 8년 차였던 마크롱은 2023년 중반부터 이미 지지율이 20~30%대를 오가며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었기에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수순이었습니다. 

 

▲ 마크롱 지지율 추이.  © Chandos


그런데 7월 조기 총선 결과 좌파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182석으로 1위를 차지했고 여당이자 중도연합인 앙상블은 168석, 국민연합은 126석을 차지했습니다. 연합정당이 아닌 단일 정당으로 치면 국민연합이 제1당입니다.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는 대통령이 제1당 출신을 총리로 임명하는 관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마크롱은 제1당인 신민중전선이 아닌 소수 우익정당인 공화당 소속 미셸 바르니에를 총리로 임명했습니다. 9월 4일 의회가 개회하자 신민중전선은 곧바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했고 이게 하원 운영위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부결됐습니다. 

 

정부와 의회의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말 바르니에 총리가 2025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는데 신민중전선과 국민연합 양쪽의 협공을 받자 헌법상 비상권한을 이용해 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의회에서 들고 일어나 58% 찬성으로 내각 불신임안을 통과시켰습니다. 196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결국 바르니에는 취임 석 달 만에 물러나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최단명 총리가 되었고 내각 전체도 해산했습니다. 야당들은 내친김에 대통령 하야도 요구하고 나섰지만 마크롱은 버텼습니다. 

 

마크롱은 곧바로 중도연합의 프랑수아 바이루를 총리로 지명했는데 일부 야당이 올해 1월 또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했다가 부결되는 등 진통이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의 2025년도 예산안은 올해 2월 6일에야 가까스로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자민당 음모로 정권이 교체된 독일

 

독일도 정치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독일은 전통적으로 좌파인 사회민주당(사민당)과 우파인 기독민주연합·기독사회연합(아래 기민련)이 번갈아 집권해 왔습니다. 이밖에 좌파인 녹색당, 우파인 자유민주당, 극우정당으로 분류되는 독일대안당이 있습니다. 통상 사민당이나 기민련이 단독으로 의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합니다. 

 

2021년 12월 올라프 숄츠 부총리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가 되었습니다. 숄츠와 메르켈은 같은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었지만 숄츠는 사민당, 메르켈은 기민련으로 엄연히 정권교체입니다. 사민당은 기민련 대신 녹색당,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했습니다. 같은 좌파인 녹색당과 달리 자민당은 우파라서 연정은 매우 불안한 출발을 했습니다. 실제로 연정은 여러 차례 내부 갈등으로 위기를 겪었습니다. 

 

한편 독일 경제가 2023~2024년 2년 연속 후퇴하며 극도의 침체에 빠지면서 2024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연립여당이 참패를 겪었습니다. 거기다 2025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숄츠 총리와 자민당 소속인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부장관이 갈등한 끝에 2024년 11월 숄츠가 린트너를 해임해 버렸습니다. 이에 다른 자민당 장관들도 사임하면서 자민당이 연정에서 쫓겨났고 연정이 자동으로 붕괴했습니다. 

 

2024년 12월 16일 숄츠는 독일 의회의 총리 신임 투표에서 패배했습니다. 숄츠는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원래 올해 9월로 예정됐던 총선이 2월로 당겨졌습니다. 독일 역사상 네 번째 의회 해산입니다. 

 

조기 총선 결과 사민당이 16.4%를 득표해 제3당으로 밀려났습니다. 2021년 총선에서 25.7%로 1위를 차지한 것을 떠올리면 4년 만에 크게 추락한 것입니다. 올해 총선 1위는 기민련으로 28.5%를 차지했습니다. 즉, 숄츠 정권은 집권 4년 만에 다시 정권을 뺏긴 것입니다. 메르켈 정권이 무려 16년을 집권한 것과 비교가 되며 사민당, 기민련 통틀어서 가장 빨리 정권교체가 된 정권이 되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극우정당으로 분류되는 독일대안당이 2021년 총선에서 10.3%를 득표했는데 올해 총선에서는 무려 20.8%를 득표해 제2당으로 올라섰다는 점입니다. 숄츠의 사민당은 독일대안당에도 밀린 셈입니다. 

 

독일 정치 혼란은 정권교체로 끝나지 않을 듯합니다. 기민련은 정권을 꾸리기 위해 다른 정당과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극우정당이라는 이유로 독일대안당을 연정에서 배제하고 나니 나머지는 노선이 상반되는 사민당, 녹색당만 남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노선이 비슷한 자민당은 2021년 총선에서 11.5%로 4위를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원외정당으로 밀려났습니다. 

 

자민당의 몰락에는 황당한 사연이 있습니다. 애초에 숄츠 내각 붕괴의 발단이 된 자민당 연정 탈퇴가 사실 자민당의 음모였다는 것입니다. 자민당은 연정을 붕괴시키기 위해 일부러 사민당과 녹색당을 자극해 연정에서 쫓겨나는 모양새를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이 언론에 폭로되면서 자민당은 국민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이래저래 독일 정치 혼란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연합을 이끄는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프랑스와 독일이 모두 정치 혼란에 빠진 것이 주목됩니다. 

 

가장 심각한 나라는 한국

 

2020년 유럽연합에서 정식 탈퇴한 영국도 정치가 불안합니다. 2022년 9월 6일 취임한 리즈 트러스 총리는 49일 만에 사임해 영국 최단기 총리로 기록되었고, 2022년 10월 25일 취임한 리시 수낵 총리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낙마, 현재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가 총리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머 총리도 취임 6개월 만에 지지율이 무려 34%나 떨어지면서 올해 초 지지율이 불과 16%밖에 안 나왔습니다. 역대 총리 가운데 가장 큰 지지율 폭락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제1야당인 보수당의 지지율이 더 낮다는 것입니다. 영국 정치세력 전체를 국민이 불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과 친한 나라들이 대체로 정치 혼란을 겪는데 이 가운데 가장 심각한 건 사실 우리나라입니다. 

 

현직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이 친위 쿠데타로 내란을 일으키고 외환까지 추진했다가 국회에서 탄핵당했는데 내각과 여당은 사죄와 반성은커녕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윤석열을 추종하고 비호하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탄핵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거리에는 조속한 파면을 요구하는 야당과 국민의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내란을 옹호하는 세력이 법원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확정되기도 전에 내란 수괴 윤석열이 풀려나 무장 인원의 호위를 받으며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황당한 일이 백주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법원은 윤석열에 한해 구속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했고 검찰은 다른 국민에 대해서는 구속기간을 날짜로 계산하기로 했습니다. 정치 후진국에서도 낯 뜨거워 하지 못할 일을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라 자부하는 자들이 마음껏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 정치 혼란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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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서 밤 지새우는 민주노총, 윤석열 파면 총력 투쟁 “한 명이라도 더 나올 수 있도록”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3/12 06:42
  • 수정일
    2025/03/12 06: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단식 나흘째’ 양경수 위원장의 호소 “길면 열흘, 민주노총답게 제대로 싸우자”

1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열린 '내란 종식! 윤석열 즉각 파면! 민주노총 전국단위사업장 대표자 비상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3.11.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파면을 요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1박 2일 노숙농성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석방으로 전날 긴급히 결정된 투쟁 방침이었음에도, 전국의 사업장 대표자 3천여명이 한달음에 광화문광장으로 달려왔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연 비상결의대회를 시작으로 1박 2일 농성투쟁을 시작했다. 그간 시민들과 함께 윤 대통령 탄핵과 체포 투쟁의 길을 열어왔던 민주노총은 ‘윤석열 파면’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각오로 다시 집중 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을 석방한 법원과 검찰 등 내란동조 세력의 저항을 막아내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날로 나흘째 단식투쟁 중인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지금은 내란수괴가 다시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위중한 상황”이라며 “정치적 내전을 넘어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의 세상이 펼쳐지기 직전이다. 윤석열에 의한 계엄이 반복될 수 있는 위기”라고 우려했다.

양 위원장은 “검찰도, 공수처도, 법원도 윤석열을 풀어줘 놓고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검찰총장과 공수처장, 윤석열을 석방한 판사만이 문제겠나. 저들의 공고한 권력 유지 카르텔을 무너트려야 한다”며 “노동권이 보장되고 누구나 노동조합을 할 수 있는 세상도, 공공성이 강화되어 시민이 행복한 나라도, 전쟁 위기에서 벗어난 평화로운 한반도도, 차별과 혐오를 넘어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도, 모든 것의 전제는 윤석열의 파면과 내란세력의 척결이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이곳 광장에서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지금은 우리가 투쟁에 나서야 할 때”라며 “한 명의 조합원이라도 더 이곳, 투쟁의 광장에 조직하기 위해 노력하자. 한 명의 시민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전력을 다하자. 한 번의 실천이라도 한 번의 투쟁이라도 더 나서고 조직하자”고 호소했다.

이어 “길면 열흘이다. 이 열흘을 우리가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며 “제대로 싸워보자. 민주노총답게 싸워보자”고 힘줘 말했다.

법원과 검찰에 의해 풀려난 윤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석방의 기쁨을 나누었다.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윤 대통령 파면과 처벌을 위해 거리에서 싸운 국민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전국에서 상경한 대표자들도 이같은 현실에 답답함과 분노를 토해냈다.

공무원노조 최상규 충북지역본부장은 “원래 저는 이런 자리에 잘 오르지 않지만, 너무 답답해서 이렇게 올라왔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내란을 옹호하는 법 기술자들과 정의가 아니라 절차만을 바라보는 법원과, 정의가 아니라 정치를 바라보는 검찰로 인해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며 “내란을 획책한 저들이 파면되고 구속되고 처벌받는 그날까지, 대한민국의 정의와 법치가 바로 서는 그날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서남병원지부 김정은 지부장도 “열이 받아서 살 수가 없다”며 “이제까지 그렇게 적용하지 않다가, 권력자에게만 유리한, 우리나라를 망가뜨리려는 내란범에게 유리한 법 적용이 이뤄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법을 믿고 따를 수 있겠나”라고 개탄했다.

김 지부장은 “또 얼마나 어이없는 짓을 할지 상상할 수도 없다”며 “헌재는 빠르게 윤석열을 파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결의대회는 윤 대통령의 상징물을 철창에 다시 가두는 퍼포먼스로 마무리했다. 민주노총은 이후 저녁 7시에 열리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긴급 집회에 결합한 뒤, 광화문 일대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이 11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내란 종식! 윤석열 즉각 파면! 민주노총 전국단위사업장 대표자 비상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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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 5.18단체 '압박 공문' 막전막후..."용산 난리·장관도 대기"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 권우성

"용산에서 난리다, 5·18 단체가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비판 성명 때문에. 보훈부 장관도 대기 중이라고 한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지난 7일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광주 오월단체가 발칵 뒤집혔다.

이날 오후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기념재단이 발표한 공동 성명을 국가보훈부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하게 문제 삼고 나서면서다.

오월단체는 12·3 계엄 뒤 수차례 계엄과 내란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으나, 유독 이번 성명만을 문제 삼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밤 늦도록 이어진 보훈부의 강력한 문제제기 뒤에 용산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다는 확신에 가까운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오후 3시 20분께 언론에 배포된 성명은 '내란 주범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은 정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는 제목으로 A4 용지 석 장 분량이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법원을 비판하고 윤 대통령 석방을 반대하는 취지로 작성됐다.

윤석열 구속 취소 비판... 보훈부, 성명서 원본 제출 요구

성명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보훈부가 오월 3단체에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다. 양재혁 유족회장과 유족회 관계자, 부상자회 사무총장 등 다수가 보훈부 서기관과 주무관 등의 연락을 받았다.

보훈부는 성명서 원본 제출을 요구했다. 5·18 단체를 비롯해 보훈공법단체 17곳을 담당하는 보훈부 서기관은 해명을 요구하는 듯 이날 오후 5시 9분, 양재혁 유족회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윤 대통령 구속 취소 비판 성명을 담은 기사를 보내오기도 했다.

해당 서기관은 양 회장과 이날 오후 5시 55분 그리고 8시 19분, 2차례 통화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내란 주범으로 지목한 성명 대목과 사법부가 정권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국가보훈처가 오는 6월 5일 국가보훈부 출범을 앞두고 2023년 5월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현판 교체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국가보훈부 서기관과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양재혁 회장이 지난 7일 오후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오후 5시 9분 서기관이 이날 5월단체가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비판' 성명 등을 담은 기사를 보내왔다. 오후 8시 10분엔 양 회장이 성명서 어떤 부분이 정치 개입이냐, 누가 정치 개입으로 판단하느냐, 장관님 뜻인가라고 묻는다. 해당 서기관은 보훈공법단체를 담당하는 부서의 서기관이지만, 양 회장 휴대전화에는 사무관으로 표기돼 있다.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교환 외에도 두 사람은 이날 오후 5시 55분과 8시 19분 등 최소 2차례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 양재혁회장제공

법원 판단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내란주범'이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쓰느냐, 정치에 왜 개입하느냐, 정치 중립 의무가 있다는 것을 모르느냐는 추궁도 이어졌다.

양 회장은 서기관에게 "관련 법령과 단체 정관에 정치 중립 의무가 있는 것과 오늘 성명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 이게 무슨 정치 개입이고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이냐. 1980년 5·17 내란과 이어진 5·18 민주화운동의 피해자 단체가 이런 성명도 못 내느냐"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게 장관님 뜻이냐"고도 했다.

양 회장이 강정애 보훈부 장관을 거론하며 서기관과 설전을 벌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앞서 유족회 사무실에서 양 회장에게 "보훈부 직원이 성명서 원본을 계속 요구한다. 그 직원이 말하기를 '용산에서 (보훈부에) 연락이 왔다. 장관도 (용산 때문에) 지금 대기 중이다'라고 한다"는 내용을 보고 했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서기관이 보내온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그리고 둘 사이 통화, 유족회 사무실 직원의 보고 내용을 토대로 "(오늘 성명으로) 용산에서 난리를 피우니 보훈부 장관도 퇴근 못하고, 직원들도 엄청난 압박에 직면했나 보구나"라고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보훈부 연락을 받았던 유족회 한 관계자는 지난 7일 밤 '보훈부 직원이 (통화 중에) 용산을 언급한 것은 맞느냐'는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그건 맞다"면서도 이후 관련 언급은 꺼리고 있다.같은 날 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역시 유족회 양 회장, 유족회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나누며 상황 파악에 돌입했다.

광주광역시 서구에 자리한 5.18기념재단 ⓒ 5.18기념재단

박 상임이사 역시 양 회장으로부터 "(오늘 성명 때문에) 용산이 난리를 피우고 있다고 한다. 보훈부 직원들이 보고서를 쓰려고 성명서 원본을 요구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자, 정치 개입 운운하며 3단체에 밤에도 전화를 계속 걸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

박 상임이사는 오월단체 실무자들과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보훈부에서 계속 연락이 오면 나에게 전화를 돌려라. 잘못한 게 없으니 위축되지 말고 내게 전화를 돌려라"고 하며 진정시키는 데 힘썼다.

그러나 보훈부 관계자들은 5·18 기념재단은 3단체와 달리 보훈부에 등록된 보훈공법단체에 속해 있지 않다며 기념재단 측에는 일절 연락하지 않았다.

박 상임이사는 오월단체 실무자들이 보훈부에 쩔쩔 맨 이유를 3년 전 뒤바뀐 관계에서 찾고 있다. 이들 오월단체는 줄곧 임의단체로 활동하면서 보훈부 입김에서 자유로웠으나, 지난 2022년 세 단체 모두 공법단체로 전환되면서 보훈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감사도 받는 상황이 됐다.

유족회를 제외한 부상자회·공로자회의 경우, 지난해 보훈부 감사에서 회계 비리가 다수 적발됐다. 보훈부 의뢰로 관련 수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국가보훈부가 7일 밤 10시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등 5월 3단체에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아 내려보낸 공문. 보훈부는 이날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을 비판하고 석방을 반대하는 5월단체 성명을 문제 삼았다. 2025. 3. 8 ⓒ 광주광역시제공

한밤 소동... 보훈부, 밤 10시 '정치 중립 의무' 준수 공문 후 마무리

이날 소동은 보훈부가 밤 10시경 오월 3단체에게 정치 중립 의무를 준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e메일로 내려보낸 뒤에야 끝났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보훈부가 금요일 밤 10시까지 오월 3단체에 전화하고 공문을 보내면서 보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용산에서 연락이 왔다' '장관도 대기 중이다'고 언급했다고 한다"며 "용산의 압력이 없었다면 이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지적했다.

광주시도 지난 10일 오월단체, 기념재단을 상대로 추가 진상 파악에 나서 보훈부의 한밤중 '압박 공문' 발송 배경에 용산 대통령실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는 관련 입장과 사실 관계를 묻기 위해 강정애 장관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수차례 연락했다. 강 장관은 전화를 받지 않고 문자메시지에도 답하지 않았다.

다만 보훈부 최정식 홍보담당관이 지난 10일 오후 전화를 걸어와 "지난 7일 밤 장관이 용산 연락을 받고 대기 중이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다.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최 담당관은 "보훈공법단체로 등록된 이상 관련 법령과 단체 정관에 따라 정치 중립 의무가 있다. 보훈부가 지난 7일 5·18단체에 성명서 원본 제공을 요청한 이유는 진상 파악을 위한 통상적 업무다. 용산 대통령실과는 무관한 일이다"고 밝혔다.

최 담당관은 밤 10시까지 전화하고 공문을 보낸 것도 통상 업무로 볼 수 있느냐는 물음엔 "그렇다. 5·18단체 뿐 아니라 다른 단체에서 동일한 상황이 발생해도 동일하게 업무를 처리할 것이다"고 답했다.

[관련기사]

- [단독] "구속 취소 비판, 용산서 난리" 보훈부, 한밤중 5·18단체 '압박 공문' https://omn.kr/2chtl

- "보훈부 5·18단체 압박은 '윤석열 구명' 위한 용산 작품 확실" https://omn.kr/2chxs

- 윤석열 구속 취소에 광주 정치권·시민사회 "검찰 당장 항고하라" https://omn.kr/2ch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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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구속취소#보훈부#용산#518단체#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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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승패가 문제 아니다…국가 보존이 시급"

 [토론회]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 어디로 가는가?…미국의 구상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날 예정인 가운데,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를 비롯한 조건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2년 이상 전쟁을 더 끌고 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10일 조국혁신당 김준형 국회의원, 크라스키노포럼, (사)외교광장, (사)유라시아 21이 주최하고 크라스키노포럼, (사)외교광장이 주관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 어디로 가는가?-미국의 구상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래'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이문영 부교수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종전 조건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반대, 2014년 이전으로 영토 복귀 불가,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에 미국 참여 불참 등을 꼽았다"며 "이게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해준 것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러시아 입장에서 이건 최소한의 조건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만약 이 세 가지가 보장되지 않으면 전쟁을 안 끝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교수는 "러시아가 이럴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현재 전황이 러시아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이 있다. 러시아가 쿠르스크 지역을 3분의2 정도 탈환했고 몇 천 명에 해당하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고립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러시아가 병력이 너무 없어서 북한한테까지 손 벌렸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실제 포탄 생산량을 보면 나토와 미국을 다 합친 것보다 러시아가 3배 더 많이 만들고 있다"며 "전체 국가 예산의 3분의 1을 국방비로 편성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교수는 "경제적으로는 물론 지금 러시아가 물가가 굉장히 올랐고 금리도 거의 20% 정도 된다고 한다"며 "그래서 (전쟁을) 장기적으로 오래 가져갈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년 정도는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 10일 조국혁신당 김준형 국회의원, 크라스키노포럼, (사)외교광장, (사)유라시아 21이 주최하고 크라스키노포럼, (사)외교광장이 주관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 어디로 가는가?-미국의 구상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래'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이문영(맨 오른쪽) 부교수가 발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이재호)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규철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초빙연구원은 "러시아는 지금 상황에서 평화협상이 성사돼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다"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김 초빙연구원은 "평화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더 기회가 생길수도 있고, 더 많은 영토를 획득할 수도 있다"며 "협상이 조기에 성사되지 않으면 러시아의 지속적 공세로 우크라이나의 영토가 추가적으로 상실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는 속전속결을 원하지 않는다. 애초에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가 목표가 아니었고 정권을 친러시아로 바꾸겠다고 한 적도 없다"며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를 약화시켜 위협이 되지 않는 지역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속전속결과 정반대로 장기적으로 보면서 천천히 우크라이나를 약화시키려는 소위 '소모전' 전략을 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역시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박인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상임고문은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고, 스위프트라는 국제 금융 결제망에서 쫓아내고 러시아 외환 보유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3000억 달러의 외환을 동결시키고 가스와 에너지 수출을 막으면 붕괴시킬 수 있다고 했는데 실패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의 해체 내지는 약화를 통한 서구 패권 유지"를 목표로 두고 있었으나 "지금 결과로는 트럼프가 러시아에 대해서 협상하자고 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가 이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문영 부교수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이 문제가 아니고 나라가 없어지게 생겼다"며 "유엔 난민 기구(UNHCR) 통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피난민이 700만 명인데 2022년에는 이 중 70%가 우크라이나로 돌아오겠다고 했으나 2024년의 경우 이 응답은 43%로 내려갔다"고 전했다.

 

그는 "2024년 우크라이나 인구가 2700만 명 정도고 이 중 노동 가능 인구는 1200만 명에 불과하다"며 "지금 국가, 사람을 보존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가까워지면서 유럽이 미국을 대신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나설 채비를 보이고 있으나, 실제 유럽이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미국 없이 홀로서기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 부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집계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면 러시아가 3.6%로 나타났지만 유럽 주요 국가들은 1%대를 기록했다면서, 유럽의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 집단 안보 체제인 나토와 관련, 이 교수는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들에게 GDP 2%까지는 국방비 책정해라, 아니면 미국은 나가버리겠다고 했는데 미국 혼자 10년 정도 나토 전체 방위비의 65~70%를 부담하고 있었다"며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러시아와 인접한 나라들은 GDP의 3~4% 정도를 부담하지만 캐나다, 이탈리아는 아직도 2%가 되지 않는다"면서 나토에 대한 기여도가 전쟁 이후에도 여전히 국가별로 편차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부교수는 "트럼프 시대를 맞아 유럽이 정말 자기 힘으로 자주국방을 해야 될 필요가 생겼는데, 이같은 상황들 때문에 유럽이 짧은 시간에 미국 없이 홀로 서기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취임 이후 24시간 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관계정상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부교수는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을 맞이해 러시아의 침략을 규정한 유엔총회 결의안에 미국이 러시아, 북한, 벨라루스, 헝가리와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는 데 주목했다.

 

이 부교수는 "트럼프는 미국에 네오콘이 해롭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각자 세력권을 인정하는 가운데 자기 영역에서는 가차 없는 패권주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미국은 유럽이나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가 돈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 2월 지난 18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난 것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정상화 회의"였다면서 △북극항로 협력 △희토류 공급 △천연가스 시장 등 미국이 러시아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여러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 공급 파이프라인인 '노르드 스트림 2'를 살리려고 한다는 데 주목했다. 러우 전쟁 발발 이후인 2022년 9월 해당 파이프라인이 폭발됐는데, 현재 남아있는 하나의 파이프라인을 구매해서 미국 상표를 붙여 러시아 가스를 팔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나오기도 했다.

 

이 부교수는 "러시아가 공급하는 가스가 전쟁이 발발하면서 유럽에 전해지는 양이 확 줄어들고 그 자리를 미국의 LNG가 치고 들어왔다"며 "그래서 지금 경합을 하고 있는데 미국이 러시아 파이프라인을 사서 유럽 시장에 러시아와 미국이 동시에 빨대를 꼽겠다는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말 중에 우리가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것도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 미중러 중심의 비핵화를 해보고 싶다고 하고 국방비 반으로 줄이자고도 했다"며 "이게 그냥 던진 말인지, 노벨 평화상에 대한 욕심 때문인지, 아니면 자기가 생각하는 세계 질서에서 과제로 가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회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트럼프의 이러한 선언을 통해 미국과 러시아 간 핵 감축이 탄력을 받는다면 낮은 상태의 군사적 균형을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릴 수 있다"며 "핵군축과 군비감축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도록 한국 외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그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중심 체제가 강대국 간 지정학적 대결을 완화시킬 수는 있으나 트럼프는 자신들은 군비 지출을 줄일테니 동맹국은 늘리라는 것"이라며 "유럽과 중동, 동아시아에서 지역 차원의 지정학적 대결은 더 강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문영 부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갖는 영향력, 또 앞으로 미국에 대한 영향력이 전쟁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커진 상황에서 우리가 북미 관계 협력의 페이스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서도, 또 북미 협상에 있어서의 레버리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러시아와 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인규 상임고문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늦게 자본주의 체제에 들어왔고 이후 가장 먼저 독립을 주장한 나라다. 또 지금의 자본주의 세계 체제에서 이른바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루기도 했다"며 "한국이라는 나라가 겪고 있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식민지에서부터 선진국까지한국이 취하는 입장이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1일(현지시각)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크렘린궁 홈페이지.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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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석방되자…대선 말 꺼낸 국힘 인사들 ‘쩔쩔’

김민주 기자

minju@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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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3.10 20:10

  • 수정 2025.03.1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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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입맛' 맞춰 아슬아슬 줄타기 발언

계엄 잘못이라던 한동훈 "구속 취소 당연"

철저조사 하라던 오세훈 "민주당이 내란세력"

홍준표 "공수처장, 검찰총장 사퇴하라" 목청

야권은 똘똘 뭉쳐…김경수 단식농성 시작

비상행동 "선고기일 미뤄지면 안 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0일 오후 부산 영광도서에서 열린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북콘서트에 입장하며 인사하고 있다. 2025.3.10.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윤석열 라인'이 합심해서 윤 대통령을 구속시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법원을 비판하기에 나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등이다. 시민사회 단체와 정치권은 빠른 '윤석열 파면'이 답이라고 똘똘 뭉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2·3 비상계엄 당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을 위해 국회에 남았고, 결과는 총 재석 의원 수 190명 중 찬성 190인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 190인 중 국민의힘 의원은 18명으로 모두 한동훈계 의원들이었으며, 한 전 대표는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일로 인해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는 '배신자'로 낙인찍혔고 당대표 자리도 내려놓았으며 정치적 활동을 모두 중단했다. 한 전 대표가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개월 반 뒤, 지난달 26일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발간하면서부터다.

한 전 대표는 책에서 12·3 비상계엄을 두고 윤 대통령이 '민주당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을 동의하지 않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구속취소가 결정나자마자 태도가 싹 바뀌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 석방 이후 자신의 SNS에 "그동안 심신이 많이 지치셨을 것 같다"며 "건강을 잘 챙기면서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하실 수 있길 바란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하며, 대통령이라고 해서 더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법원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구속취소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울러, 혼란을 초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이 잘못됐다고 하면서 구속은 잘못됐다는 것은 모순이다. 저서를 출판하고 사실상 대선 행보에 돌입한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국회 대토론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5.3.7.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하고 대선 행보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오 시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명분 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민주주의의 본령을 거스른 행위로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철저한 조사이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가담한 자들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지만, 윤 대통령이 석방되자 바로 윤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윤석열 대통령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며 "법원의 적법한 판단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석방하면 검찰총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협박 본능을 못 버리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나오면 판사를, 원하는 수사를 하지 않으면 검찰총장을 탄핵하겠다는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 질서마저 제 입맛대로 쥐락펴락하려는 민주당이야말로 진정 내란 세력 아니냐. 정치적 압박으로 법치주의를 파괴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했다. 오 시장은 윤 대통령의 석방에 맞춰서 윤 대통령이 듣고 싶은 말을 골라서 한 것이다.

홍 시장은 12·3 비상계엄을 두고 '한밤중의 해프닝' '턱도 없는 내란죄 프레임' '내란죄는 거짓 선동'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데, 윤 대통령이 석방된 이후 공수처장, 검찰총장, 서울고검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그는 "사정기관의 長(장)이란 자들이 특정인의 끄나풀이 되어 대통령을 불법 구속하고 기소한 전대미문의 사건을 저지르고도 어찌 그 자리에 계속 눌러앉아 뭉개고 있느냐"며 "후안무치한 짓 그만하고 내려와라. 어쩌다가 대한민국 사정 기관이 이토록 타락했나. 법조 선배로서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홍 시장은 "더 창피당하기 전에 그만 내려와라"며 "후배들 보기 부끄럽지 않느냐. 그런데 나중에 니들도 수사 대상이 될 거다. 이 사건은 철저히 배후 밝혀야 할 것이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말만 골라서 해 준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에 반대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을 격려하고 있다. 2025.3.5.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박세현 서울고검장(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을 탄핵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9일 박 고검장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을 무시하고 대통령을 52일 동안 불법 구금한 관계자는 반드시 고발돼 수사받아야 한다"며 "법원 결정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할 수는 있어도, 인신에 관한 법원 결정을 무시하며 구속취소 결정일을 넘겨 28시간을 지연시킨 후 석방 지휘를 한 것은 중대한 법치 도전이자 헌법 위반이다. 일부에서 박 본부장이 책임이 있다고 하는데,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 대해서도 "반드시 고발과 탄핵으로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협박과 조작으로 점철된 내란 공작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하며 공수처는 즉시 해체돼야 한다"며 "공수처 즉시 해체법을 추가로 대표 발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 대통령이 빨리 탄핵돼야 한다는 의견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은 경복궁 옛 서십자각 인근에서 사흘째 단식농성 중이다. 비상행동 관계자는 "검찰의 항고 포기로 석방된 것을 보니 헌재의 선고기일도 미뤄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는 안 되겠다는 마음에 대표자들이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해 무기한 철야 단기 농성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즉각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2025.3.10. 연합뉴스

 

비상행동 천막 옆에는 지난 9일부터 윤 대통령 파면 촉구 단식농성에 돌입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텐트도 있다.

비상행동에 속한 한국노총은 윤 대통령 파면과 심우정 검찰총장 사퇴를 촉구하며, 비상행동과 별도로 집회를 열어온 촛불행동은 전광훈 목사 등을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윤석열이 풀려나 다시 돌아오면서 그 일당이 더 폭력적으로 국민을 억압하고 활개 치는 세상은 죽음보다 더 절망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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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귀연 참여 해설서 “구속기간 ‘날’로 계산”…71년 만에 ‘윤석열 예외’

지귀연 재판장 “변호인단이 처음 문제제기…답 해줘야 하는 상황”

김남일,김지은기자

수정 2025-03-11 05:00등록 2025-03-11 05:00

10일 오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검찰청 앞에서 열린 윤석열 석방 규탄 기자회견에서 광주비상행동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김의담·유영상) 지귀연 재판장이 집필에 참여한 형사소송법 해설서에 ‘구속기간 계산은 시간이 아닌 일(日)로 한다’고 명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법원과 검찰이 70년 넘게 적용해 온 날짜 단위 구속기간 계산법이 윤 대통령부터 시간 단위로 바뀐다는 재판부 판단을 두고 논란이 커지면서, 법원 내부에서도 ‘윤석열 계산법’이 형사소송법 취지와 충돌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2022년 10월 한국사법행정학회는 ‘주석 형사소송법’(제6판·847쪽)을 발간했다. 노태악 대법관이 편집대표를 맡았고, 지귀연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형사재판 실무에 밝은 현직 판사 17명이 집필에 참여한 최신판이다. 형사소송법 제66조 ‘기간의 계산’ 조항 주석은 △기간의 취지 △기간의 종류 △기간의 계산방법 △기간의 기산점과 만료점 △대법원 판례로 풀어 4쪽에 걸쳐 자세히 설명했다.

주석서는 “일(日)을 단위로 하는 기간에는 수사기관의 구속기간, 재정신청기간, 상소제기기간 등이 있다”며 구속기간은 날짜 단위 계산법을 따른다고 명시했다. 반면 시간 단위 계산이 적용되는 기간에는 “체포기간,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청구기간, 현행범인체포 후 구속영장청구기간, 구속통지기간 등이 있다”고 했다. 시간 단위가 적용되는 여러 구금 관련 기간을 명시하면서도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근거가 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 언급은 없다.

노태악 대법관은 머리말에서 “‘주석 형사소송법’은 1976년 첫 발간 이후 최고 권위 주석서이자 실무지침서가 됐다. 개정판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형사소송법 개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에 따른 수사·재판 실무 변화를 새로 반영했다. 또 전문성을 갖춘 실무가 중심으로 집필진을 구성해 형사소송 실무에서 구체적으로 문제 되어 온 쟁점을 중심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소개·설명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구속기간 해설은 최승원 부산고법(창원재판부) 판사(현 서울고법 판사)가 맡았다. 지 부장판사는 재심 관련 집필을 맡았지만, 공동 주석서는 자신이 집필하지 않은 내용도 상호 감수 등을 한다. 10일 지 부장판사에게 주석서 발간 이후 구속기간 판단에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그동안 구속기간 계산법을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윤 대통령) 변호인단에서 문제제기를 했다.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답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지 부장판사는 “재판부 판단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이 아니며 공적 비판과 논의에 열려 있다”고 했다.

당장 법원 내부에서 실명 비판이 나왔다. 김도균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올린 ‘구속 취소 유감’ 제목의 글에서 “검사의 구속기간은 10일의 ‘날수’로 정해져 있을 뿐 240시간으로 규정돼있지 않다. 이번 결정은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리적·제도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김남일 기자

홍시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고 생각했냐 하시면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라 말합니다.

김지은 기자

사회부에서 법원을 취재합니다. 소중한 이야기를 전해주신다면 귀하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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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파면까지 함께 싸우겠다” 광장서 단일대오 구축한 비상행동-범야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3/11 06:35
  • 수정일
    2025/03/11 06:3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비상행동-제 정당, 윤 파면·내란종식·사회대개혁 공동입장문 발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십자각 인근에 마련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단 단식농성장에서 열린 정당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3.10.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 이후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시민사회와 범야권이 광장에서 모여 더 강한 연대와 투쟁을 결의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정의당은 10일 비상행동 공동의장단 단식농성장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윤석열 파면과 내란종식, 사회대개혁을 위한 공동 입장문에 합의했다.

이들은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낸 이래, 내란을 종식시키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저들은 온갖 궤변을 늘어놓으며 갖은 법 기술을 동원해 역사와 정의의 심판을 피하려고 하지만 이 나라 주권자의 요구는 분명하다. 헌법재판소는 자신의 권력과 안위를 지키기 위해 국민에게 총칼을 겨눈 대통령을 즉시 파면해야 한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다시 구속해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더 이상의 후퇴가 없도록 민주주의를 회복·강화하고, 주권자가 참여하는 살맛 나는 세상, 누구나 균등하게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 차별과 혐오, 폭력과 전쟁이 없는 평화롭고 안전한 사회를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한다”며 7가지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이들이 합의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윤석열의 파면과 내란종식, 사회대개혁을 위한 비상행동-제정당 연석회의 공동 입장

첫째,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고 처벌하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둘째, 내란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 흔들림 없이 연대하겠습니다.
셋째, 내란의 재발 방지를 위해 시급하고 필수적인 법제도 개선을 위해 협력하겠습니다.
넷째, 내란 세력의 심판과 재집권 저지를 위해 힘을 모으겠습니다.
다섯째, 차별과 혐오 정치를 배격하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민의를 반영하는 정치를 함께 구현하겠습니다.
여섯째, 윤석열의 파면 이후에도 시민 참여가 보장된 가운데 민주주의 회복과 평화 실현, 사회대개혁을 이루기 위해 협력하겠습니다.
일곱째, 이상의 공동의 결의를 이행할 방안에 대해 후속 협의를 진행하겠습니다.


한편, 내란 세력에 맞선 시민사회와 범야권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예상되는 이번 주 내내 총력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비상행동은 ‘긴급 비상행동 주간’을 선포하며 평일 저녁 매일 7시 긴급 행동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투쟁 계획을 예고했다. 비상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오는 11일 1박 2일 노숙 투쟁에 나서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도 오는 12일 전봉준투쟁단의 1박 2일 상경 투쟁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도 11일부터 윤 대통령이 파면될 때까지 광화문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하는 등 24시간 비상 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03.10.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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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파시즘이라는 낯선 세계] 혐중, 글로벌 극우주의의 한국적 변형

릴레이 기고➂ 극우파시즘과 중국 혐오

 

편집자주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 사태는 1월 19일 서부지법 폭동을 거치며 극우파시즘의 발호를 안팎에 과시했습니다. 수면 아래에 있던 극우세력의 음모론적 주장과 폭력적 양태가 거리를 채우고, 보수여당마저 끌려가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극우파시즘이라는 낯선 현상에 많은 이들이 당황하고 걱정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군사독재 정권의 억압적 통치와 달리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중국타도와 부정선거를 외치는 오늘의 극우파시즘은 낯설고 당혹스럽습니다.
윤석열이 탄핵되고, 여당의 재집권이 저지돼도 극우파시즘의 폭주가 제어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극우파시즘이라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깊이 파악하는 것이겠습니다.
그간 여러 방면에서 관련 문제를 다뤄온 연구자, 전문가들의 기고를 몇 차례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극우 파시즘을 넘어 더 진보하고 진화하는 길을 찾아보려 합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극우 파시즘과 반중(反中) 정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국제적 극우 흐름과 한국의 역사적·정치적 맥락이 결합한 결과다. 과거 한국의 극우 이념은 반공주의와 군사독재 체제와 결합한 형태로 존재했지만, 오늘날의 극우 파시즘은 반공을 넘어 중국 혐오, 강경한 민족주의, 그리고 음모론적 세계관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정치적 담론을 넘어 실제적인 물리적 폭력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며, 한국 민주주의와 사회적 통합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극우 파시즘과 중국 혐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실질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단순히 “극우가 나쁘다”는 비판을 넘어, 이러한 흐름이 확산되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극우 세력의 선동에 휩쓸리지 않도록 시민사회와 학계가 사실을 기반으로 한 논의를 주도해야 하며, 정치권 역시 단기적 이익을 위해 극우 담론을 용인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다. 극우 파시즘과 중국 혐오라는 새로운 위협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만 한국 사회가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
 

서울 중구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교수모임등이 탄핵 반대와 중국 비난 집회를 하고 있다. 2025.02.27. ⓒ뉴시스


극우 파시즘의 부활과 변형

극우주의는 세계적으로 공통된 패턴을 보인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극우 정치 세력들이 반이민 정서를 조장하고, 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결합한 경제 정책을 내세우며, ‘전통적 가치’라는 명목 아래 소수자를 배제하는 논리를 정당화해왔다. 한국에서도 과거 극우는 ‘반공주의’를 중심으로 군사독재와 결합한 형태로 존재했으나, 오늘날의 극우 파시즘은 ‘반공’을 넘어 반중(反中) 정서, 강경한 민족주의, 음모론적 세계관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글로벌 극우 흐름과 맞물린 결과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강화된 대중국 견제 정책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확산된 ‘중국 책임론’은 전 세계적으로 반중 정서를 부추겼고, 한국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문제는 이러한 반중 정서가 단순한 외교적·경제적 논의를 넘어 극우적 선동과 혐오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중 정서가 극우 담론과 결합하면서 중국 혐오 이데올로기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점차 물리적 폭력과 사회적 갈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반중 정서와 중국 혐오의 차이

반중 정서는 주로 경제적, 외교적, 역사적 갈등에서 비롯된 비판적 감정을 의미하는 반면, 중국 혐오는 특정한 집단이나 인종에 대한 배제와 공격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띠고 있다. 반중 정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크게 고조되지 않았으나, 2010년대 이후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 논란, 사드(THAAD) 배치 갈등, 그리고 중국의 대외 강압적 태도가 겹치면서 점차 증폭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반중 정서는 특정 정책이나 사안에 대한 비판적 태도에 머물렀던 반면, 2020년대 이후 한국 극우 세력은 이를 조직적으로 활용하여 ‘중국 타도’와 ‘애국 보수’라는 새로운 정치적 구호로 변형해왔다.

오늘날의 중국 혐오는 단순한 외교적·경제적 갈등을 넘어선다. 지하철에서 중국 동포를 향한 인종차별적 폭력, 탄핵 반대 집회에서 벌어지는 무차별적인 중국계 혐오 표현, 온라인 공간에서 퍼지는 허위정보와 극단적 선동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예를 들어, 2023년 서울의 한 지하철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일부 극우 시위자들이 중국 동포로 보이는 한 가족에게 “짱깨 새끼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고,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정당화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반중 감정을 넘어서, 특정 민족 집단을 사회에서 배제하려는 인종주의적 폭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2024년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중국계 관광객을 향해 “너 조선족이지?”라는 발언과 함께 신체적 위협을 가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특히 극우 집단은 중국과 관련된 음모론을 확산시키며 “중국인들이 한국 사회를 침식하고 있다”는 허위 주장을 퍼뜨리고 있으며, 이는 특정 집단에 대한 공포와 적대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중국 혐오를 조장하는 가짜 뉴스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치는 원래 중국 음식”, “한복은 중국 전통 복식에서 유래했다”는 주장 등이 중국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제기되었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 극우 세력은 이를 전체 중국의 공식 입장으로 왜곡하며 반중 감정을 극대화했다. 극우 유튜버들은 이러한 논란을 적극 활용하여 중국이 한국 문화를 침탈하고 있다는 내러티브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는 혐오 감정을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단순한 여론의 흐름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결합하여 더욱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반중 정서가 극우적 정치 운동과 결합하면서 물리적 폭력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적 가치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극우 파시즘과 중국 혐오의 결합

한국 극우주의는 냉전 시대의 반공주의와 군사주의적 이념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반공주의는 설득력을 잃어갔고, 극우 세력은 새로운 정치적 적대 대상을 설정할 필요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넓게 퍼져있는 반중 정서를 자양분으로 중국 혐오는 강력한 대체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았으며, 극우 세력은 중국을 ‘국가 안보의 위협’이자 ‘한국 사회를 교란시키는 외부 세력’으로 규정하는 프레임을 강화했다.

이러한 프레임은 국제적 극우 흐름과 긴밀하게 연계되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 전략과 유럽 극우 세력의 반이민 정서 조장 흐름이 한국 극우 담론과 결합하면서, 중국 혐오는 단순한 외교적 갈등을 넘어선 극우 이데올로기로 정착되었다. 극우 세력은 뉴라이트를 중심으로 반중 서사를 체계화하고, 이를 친미·반공 노선과 결합하여 중국을 ‘자유 민주주의의 적’으로 규정하는 논리를 확산시켰다.

한국에서 극우 파시즘이 중국 혐오와 결합하는 과정은 매우 특징적이다. 첫째, 중국 혐오는 단순한 외교적 불만이 아니라, ‘내부의 적’을 색출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중국의 조종을 받는 세력’이라는 음모론이 정치권과 사회 곳곳에서 퍼지고 있으며, 이는 민주당과 진보진영을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식의 혐오 프레임은 20세기 냉전 시기 ‘좌익 빨갱이’ 프레임과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과거 반공주의가 ‘공산주의 척결’이라는 명목으로 정적을 탄압했다면, 오늘날 중국 혐오는 “중국(중공)의 내정 개입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확장된다.

둘째, 극우 파시즘은 극단적 민족주의 혹은 국수주의적 요소를 강하게 띠며, 스스로를 ‘애국’의 유일한 담지자로 내세운다. ‘한미동맹 강화’와 ‘중국 타도’가 같은 맥락에서 등장하는 이유는, 이들이 단순히 친미적인 입장을 넘어서 ‘반중’을 애국의 절대 기준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주지하듯 광장에서 보듯 태극기와 성조기를 동시에 흔드는 풍경은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준다.

셋째, 대중동원의 방식에서 극우주의는 ‘음모론’과 결합하며 폭력성을 띠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 코로나 기원설, 심지어 한반도 내 ‘친중세력 척결’과 같은 극단적 구호는 정치적 불안을 증폭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킨다. 2024년 1월 서부지법 폭동과 같은 사건은 이러한 극단적 선동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폭력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극우 파시즘과 중국 혐오의 위험성

현재 한국에서 극우 파시즘이 반중 정서와 결합하며 보여주는 양상은 여러 가지 점에서 위험하다. 첫째, 민주주의와 사회적 통합의 위기이다. 중국 혐오가 극우 이데올로기와 결합하면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의 후퇴와 사회적 갈등의 심화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핵심 가치이지만, 극우 세력은 반중 정서를 활용하여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여론 조성을 넘어 정치적 압력과 폭력적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극우 성향 시위에서는 중국인 관광객과 중국 동포를 향한 직접적인 폭력이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물리적 충돌과 사회적 불안으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 또한, 정치적 논쟁에서도 중국과 관련된 사안을 무조건적인 적대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외교적·경제적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냉정하고 실용적인 판단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결국 한국 사회가 민주적 토론과 합리적 정책 결정보다는 감정적 대립과 선동에 휘둘리는 환경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둘째, 정치적 선동과 극우 세력의 동원 전략이 갖는 위험성이다. 극우 세력은 반중 정서를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주요 자양분이자 극우파시즘 확산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을 ‘공산주의의 위협’으로 단순화하고, 한국 내 중국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의도적으로 부정적으로 프레임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뉴라이트를 비롯한 극우 성향의 정치 집단과 미디어는 중국 혐오를 극단적인 애국주의와 연결시키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극우 포퓰리즘 정치인들은 반이민 정서와 반중 정서를 활용하여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극우 세력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동조하며, 중국 혐오를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이름으로 포장하여 적극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결국 사회 내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혐오와 차별이 일상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셋째, 경제적·외교적 위험 요소이다. 중국 혐오가 극우 이데올로기와 결합하여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경우, 한국의 경제적·외교적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수출과 투자, 관광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국 시장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극단적인 반중 정서가 확산될 경우,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이 발생하고 경제 협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중 정서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극단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경우, 한국의 외교적 유연성이 제한될 위험이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한국의 외교적 입장에서, 극단적인 반중 노선은 한국의 국가 전략에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3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정문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조커 분장을 한 채 발언하고 있다. 2025.3.3 ⓒ뉴스1


극우 파시즘을 넘어설 방법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한국 사회에서 극우 파시즘과 반중 정서가 결합하며 민주주의와 사회 통합을 위협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단순한 외교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혐오 정서가 특정 이데올로기와 결합하고 있으며, 이는 극우 세력의 정치적 동원과 선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차단하고 민주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차원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즉, 시민사회, 언론, 교육, 정치권, 국제 협력 등 다양한 차원에서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시민사회는 극우 파시즘과 중국 혐오를 견제하고 민주주의적 가치를 수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가짜 뉴스와 혐오 콘텐츠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시민단체들은 팩트체크 활동을 강화하고, 균형 잡힌 공론장을 형성해야 한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캠페인을 통해 특정 집단에 대한 배제와 차별을 방지하고, 혐오에 맞서는 시민 저항 운동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국제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주주의와 포용성을 확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극우 세력의 영향력을 견제해야 한다.

언론은 극우적 선동과 혐오 확산을 막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혐오 감정을 부추기는 선정적 보도를 지양하고, 객관적이고 사실에 기반한 균형 잡힌 보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특정 유튜브 채널과 SNS를 통한 극우적 정보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객관적 사실보다는 감정적 반중 정서가 더욱 부추겨지고 있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대중 스스로 가짜 뉴스와 선동적 콘텐츠를 구별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극단적 혐오 표현을 조장하는 미디어에 대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언론 스스로 윤리적 기준을 높이는 자율규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민주주의적 가치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가 극단적 혐오 정서에 쉽게 휩쓸리지 않도록 비판적 사고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합리적 사고를 통해 국제 관계와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다문화 교육을 통해 중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역사 교육에서는 특정 국가를 악마화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접근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중국 혐오를 이용하여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하며, 민주주의적 가치와 사회 통합을 위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혐오 발언과 선동적 정치 행태를 규제하고, 사회적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통합을 촉진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외교 및 경제 정책에서도 감정적 대응이 아닌 실용성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외교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반중 정서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극단적인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 협력을 통한 대응도 중요하다. 극단적 민족주의와 혐오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 사회와 협력하고,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공동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혐오 범죄와 극단적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 인권 기준을 적극 수용하고, 이를 국내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 속에서 한국이 외교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자 외교를 강화하고,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외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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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살생부에 오른 우크라이나와 한국

[개벽예감 621] 트럼프의 살생부에 오른 우크라이나와 한국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5/03/10 [07:33]
  •  
 

<차례> 

1. 등골까지 빼먹으려는 약탈적 본성

2.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진 상전과 하수인

3. 점심도 얻어먹지 못하고 쫓겨난 젤렌스끼

4. 굴복 성명은 트럼프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5. 공격적 대외 정책을 추진하는 네 갈래 방향

6. 트럼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1. 등골까지 빼먹으려는 약탈적 본성

 

2025년 2월 12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 제국 대통령이 스캇 베쓴트(Scott K. H. Bessent) 재무장관을 우크라이나 수도 끼이우로 급파했다. 끼이우에 도착한 베쓴트는 볼로지미르 젤렌스끼(Volodymyr Zelenskyy)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문서를 건네주면서 거기에 서명하라고 했다. 젤렌스끼가 건네받은 문서에는 ‘재건투자기금의 규정과 조건을 제정하기 위한 양자 합의서(Bilateral Agreement Establishing Terms and Conditions for a Reconstruction Investment Fund)’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이하 기금 합의서로 약칭) 기금 합의서에서 중요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미합중국 정부는 기금의 지분과 재정수익에서 최대 소유권(maximum percentage of ownership)을 가지며, 미합중국 정부 대표자들은 미국 법률에 따라 결정권(decision-making authority)을 행사한다.”

 

해설 – 위의 인용문은 미 제국이 종전 후 우크라이나를 재건해주겠다는 명목을 내걸고 재건투자기금의 소유권과 의사 결정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2) “기금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소유한 모든 천연자원 자산들(우크라이나 정부가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소유한 자산들)을 현금화할 때 발생하는 소득, 그리고 기금에 의해 발생하는 경비, 그리고 기금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수금하고 재투자한다.” 

 

해설 – 위의 인용문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기가 소유한 모든 천연자원을 판매할 때 얻은 소득과 기금 운영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기금에 넣어야 한다. 

 

3)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소유한 광물, 탄화수소(hydrocarbons), 석유, 천연가스, 기타 채취할 수 있는 광물들, 그리고 천연자원 자산들에 관련된 기반 시설들(이를테면 액화천연가스저장소와 항만시설)을 비롯한 모든 천연자원 자산들을 현금화할 때 발생하는 수익 가운데 50%를 양측 정부의 동의에 따라, 그리고 본 합의서에 추가로 서술되는 내용에 따라 기금에 넣어야 한다.“

 

해설 – 기금 합의서 전문이 외부에 공개되기 전까지 언론매체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에 매장된 희토류 광물자원의 판매수익 가운데 50%를 기금에 넣어야 하는 것으로 보도했는데, 그것은 오보였다. 기금 합의서를 보면, 희토류 광물자원만이 아니라 모든 천연자원들을 판매해 얻은 수익의 50%, 그리고 천연자원에 관한 기반시설들을 처분해 얻은 수익의 50%를 기금에 넣어야 한다. 희토류 광물자원의 판매수익 가운데 50%를 기금에 넣어야 한다는 오보가 나온 이유는 2025년 2월 7일 젤렌스끼가 트럼프에게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희토류 광물자원을 두 나라가 공동으로 개발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젤렌스끼는 트럼프에게 희토류 광물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하자고 제안했지만, 트럼프는 모든 광물자원의 판매수익 가운데 50%, 그리고 광물자원에 관련된 기발시설의 처분수익 가운데 50%를 재건투자기금을 통해 갈취하겠다는 것이다.

 

2025년 2월 10일 트럼프는 ‘팍스 뉴스(Fox News)’와 대담하면서 5,000억 달러(약 721조 원)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광물자원을 미 제국이 소유하기 원한다고 말했는데, 기금 합의서를 보면 우크라이나의 모든 광물자원 및 관련 기반 시설들을 판매 또는 처분해 얻은 수익의 50%를 기금에 넣어야 한다. 트럼프가 말한 것처럼, 우크라이나 광물자원의 시가총액이 5,000억 달러라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 광물자원을 판매해 얻은 수익의 50%에 해당하는 2,500억 달러를 기금에 넣어야 하고, 광물자원과 관련된 기반 시설들을 처분해 얻은 수익의 50%도 기금에 넣어야 한다. 이것은 미 제국이 재건투자기금을 통해 약 3,000억 달러로 추산되는 자산을 갈취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재건투자기금 총액이 약 3,500억 달러가 될 때까지 천연자원과 기반시설을 현금화한 수익을 기금에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우크라이나 정부가 천연자원을 판매해 얻은 수익은 11억 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앞으로 전쟁이 끝나고 천연자원 개발사업이 본격화되어 천연자원 판매수익이 연간 50억 달러로 급증한다고 쳐도, 재건투자기금에 3,000억 달러를 채워 넣으려면 60년 동안 수익금을 계속 넣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전쟁으로 피폐화된 우크라이나의 등골까지 빼먹으려는 미 제국의 약탈적 본성을 드러낸 것이다.      

 

2.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진 상전과 하수인

 

기금 합의서를 받아보고 경악한 젤렌스끼는 기금 합의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 베쓴트는 빈손으로 워싱턴에 돌아갔고, 젤렌스끼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로씨야와 미 제국의 양자회담으로 종전협상을 추진하려는 것에 불만을 품고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비판했다. 

 

미 제국의 요구와 지시에 복종해야 할 하수인이 기금 합의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미 제국 대통령을 감히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미 제국 외교사에 먹칠을 한 엄중한 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 트럼프는 젤렌스끼의 불복종과 불손에서 모욕감을 느꼈다. 그래서 트럼프는 2025년 2월 18일 자기의 사저 마러라고(Mar-a-Lago)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불손한 하수인을 호되게 책망했다. 

 

“(젤렌스끼가 종전)협상에 나와 앉고 싶으면, 먼저 (우크라이나에서) 오랫동안 선거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에 있다. 내가 말하기 싫지만, 우크라이나 지도자의 지지율은 4%에 불과하다. 나라도 산산조각 났다. (중략) 오늘 나는 (종전협상에) 초청받지 못했다는 (젤렌스끼의) 말을 들었다. 젤렌스끼는 3년 동안 거기(대통령직)에 앉아있었는데, 3년이 지났으면 전쟁을 끝냈어야 한다. 그는 처음부터 (전쟁을) 하지 말았어야 했고, 협상을 했어야 했다.”

 

트럼프는 불손한 하수인을 호되게 책망하고 나서도 화가 덜 풀렸다. 그래서 그는 이튿날인 2025년 2월 19일 사회적 소통매체 ‘소셜트루스(Social Truth)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그럭저럭 성공한 희극배우인 볼로지미르 젤렌스끼는 이길 수 없는 전쟁, 시작해서는 안 되는 전쟁, 그러나 그(젤렌스끼)가 미국과 트럼프의 도움이 없이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에 미합중국이 3,500억 달러를 지출했다는 것을 생각해봐라.”

 

“그(젤렌스끼)는 선거를 거부했고, 그에 대한 우크라이나 여론조사 결과는 형편없다. 그가 이제껏 잘한 유일한 일은 바이든에게 ‘바이올린이나 켜준 것’이다. 선거를 하지 않는 독재자 젤렌스끼는 빨리 움직이는 게 좋고, 그 나라를 그렇게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로씨야와 성과적으로 협상했다. 이것은 트럼프와 트럼프 행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바이든은 해보지도 않았고, 유럽은 평화 실현에 실패했고, 젤렌스끼는 돈벌이 되는 자리(대통령직)나 계속 지키기 원하는 것 같다. 나는 우크라이나를 좋아하지만, 젤렌스끼가 일을 망쳐놓았다. 그의 나라는 산산조각이 났고, 수백만 명이 헛되이 죽었고 지금도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이틀에 걸쳐 트럼프로부터 책망과 인신공격을 받은 젤렌스끼는 2025년 2월 21일 끼이우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앞으로 몇 세대에 걸쳐 갚아야 할 문서에 자신은 서명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아무리 미 제국을 섬겨온 하수인이라도 전쟁으로 피폐화된 자기 나라의 등골까지 빼먹으려는 약탈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러자 트럼프는 2025년 2월 21일 미 제국 언론매체 ‘팍스 뉴스’ 라디오 방송 대담에서 “내가 지켜봤는데 젤렌스끼는 (종전협상에 꺼내놓을) 주패(card)를 갖지 못했다. 그에게는 아무런 주패도 없다. 사람들은 이제 지쳤다. 그래서 솔직히 나는 그가 회담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합의를 더 어렵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젤렌스끼가 합의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트럼프의 말속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 첫째는 젤렌스끼가 미 제국과 우크라이나의 합의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젤렌스끼가 트럼프가 요구한 기금 합의서 서명을 거부하면서 버티는 것이 미 제국과 우크라이나의 합의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뜻이다. 둘째는 젤렌스끼가 종전협상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미 제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보호해줄 ‘확실한 안전보장’을 받기 전에는 종전협상을 반대하는 젤렌스끼의 불손한 태도 때문에 종전협상 추진에 장애가 조성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같은 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전국 주지사 회의에서 연설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종전협상을 위한) 어떤 주패도 갖지 못했으면서 강경하게 굴고 있다. 우리는 이런 일이 계속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말은 종전협상에 참가할 자격도 없는 주제에 종전협상 추진에 장애를 조성하는 젤렌스끼를 그냥 놔두지 않겠다는 협박이었다.  

 

3. 점심도 얻어먹지 못하고 쫓겨난 젤렌스끼

 

트럼프의 협박을 받은 젤렌스끼가 고심 끝에 찾아낸 묘책은 백악관에 찾아가 트럼프를 설득하는 것이었다. 젤렌스끼의 간청에 따라 2025년 2월 2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젤렌스끼 정상회담이 어렵사리 성사되었다. 

 

그런데 트럼프를 설득하려던 젤렌스끼의 묘책은 트럼프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설득할 사람이 따로 있지, 노회하고 횡포한 제국주의 우두머리를 설득해보려던 젤렌스끼의 발상은 간악한 제국주의를 모르는 아둔함의 소산이었다. 젤렌스끼는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직전, 취재기자들 앞에서 모두발언을 하면서 미 제국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문제를 들고 나왔다.

 

젤렌스끼가 언급한 ‘확실한 안전보장’은 미 제국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지켜줄 ‘상호방위조약(mutual defense treaty)’이라는 명칭의 보호조약을 체결해주고, 그 조약에 따라 미 제국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한다는 뜻이다.

 

젤렌스끼의 그런 발언은 1905년 11월 17일 일본제국이 조선을 집어삼키기 위해 체결한 ‘을사보호조약’을 연상시킨다. 국가주권을 미 제국에 상납한 대가로 미 제국의 보호를 받으며 구차한 목숨을 부지해보려는 것, 그것이 젤렌스끼가 원하는 ‘확실한 안전보장’이다.

 

젤렌스끼는 미 제국이 우크라이나를 보호해주기를 간청하건만, 트럼프에게는 종전협상을 추진하면서도 우크라이나를 보호해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전쟁이 계속되고 있었던 1952년 이승만(1875~1965)이 미 제국에 보호조약을 체결해달라고 간청했을 때도 당시 미 제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Harry S. Truman, 1884~1972)은 정전협상을 추진하면서도 한국을 보호해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기금 합의서에는 서명하지는 않고, 안전보장만 거듭 요구하는 젤렌스끼에게 트럼프는 언성을 높이면서 마구 쏘아붙였다.

 

“당신은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 당신은 자신을 나쁜 위치에 놓았다. 당신은 수백만 명의 목숨과 제3차 세계대전을 놓고 도박을 하고 있다. 당신네 나라에는 큰 문제가 있으며, 당신은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다. 만약 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우크라이나는) 2주 만에 패했을 것이다. 당신은 (미 제국에) 감사해야 한다. 당신은 거기(전쟁을 뜻함)에서 빠져나올 좋은 기회를 만났다.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종전협상에 꺼내놓을) 아무런 주패도 없다. 당신이 (미 제국의 요구)에 합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빠질 것이다. 우리가 빠지면 당신은 (홀로) 끝까지 싸우게 될 것이다. 당신은 무례하다.” 

 

원래 트럼프는 정상회담을 마치고 젤렌스끼와 오찬을 나눈 뒤에 ‘재건투자기금’ 합의서 서명식을 진행하고, 오후 1시에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하려고 준비했었는데, 정상회담도, 오찬도, 기금 합의서 서명식도, 공동기자회견도 전부 취소해버렸다. 미 제국 언론매체들은 트럼프가 젤렌스끼에게 모든 일정이 취소되었으니 이제 백악관을 떠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끼는 점심도 얻어먹지 못하고 쫓겨났다. 젤렌스끼가 취재진 앞에서 트럼프의 면박과 냉대를 받고 백악관에서 쫓겨나는 장면을 목격한 세계 정치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젤렌스끼가 백악관에서 쫓겨난 2025년 2월 28일 오후 마코 루비오(Marco A. Rubio) 미 제국 국무장관은 미 제국 언론매체 ‘CNN’과 대담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트럼프-젤렌스끼 정상회담)이 이렇게 실패로 돌아가도록 만든 것에 대해 (젤렌스끼는) 사과해야 한다. 그가 정상회담에서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 필요는 전혀 없었다. (중략) 대화를 공격적으로 시작하면 사람들을 협상으로 이끌지 못한다. 젤렌스끼가 종전협정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는 (종전협정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루비오는 젤렌스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으나, 젤렌스끼는 사과하지 않았다. 그래서 젤렌스끼에 대한 백악관의 혐오감은 더욱 커졌다. 2025년 3월 2일 젤렌스끼는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유럽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끼이우를 출발하기 직전 취재기자들에게 로씨야-우크라이나전쟁의 종전은 “매우 멀리 있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젤렌스끼가 종전을 앞당기려는 트럼프를 조롱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트럼프는 또다시 노여움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2025년 3월 3일 사회적 소통 매체에 로씨야-우크라이나전쟁의 종전이 아직 멀었다는 젤렌스끼의 말을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이것은 젤렌스끼가 한 발언 중에서 최악의 발언이다. 미국은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말한 것처럼, 이 사람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한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4. 굴복 성명은 트럼프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트럼프는 종전협상을 가로막는 젤렌스끼라는 장애물을 치워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1952년 미 제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정전협상을 가로막는 이승만이라는 장애물을 치워버리려고 한 것과 똑같다. 1953년 5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정전협상을 가로막는 이승만을 제거하기 위해 ‘에버레디 작전(Operation Everready)’라는 명칭의 암살계획을 수립했었다. 

 

2025년 3월 2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월츠(Michael G. G. Waltz)는 “로씨야와 거래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지도자가 우크라이나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젤렌스끼를 제거하고, 후임 대통령을 내세우려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2025년 3월 6일 미 제국 언론매체 ‘뉴스윅(Newsweeek)’ 보도기사에 의하면, 2025년 3월 1일 트럼프가 끼이우에 급파한 파견원들이 발레리 잘루즈니(Valeriy Zaluzhny), 비딸리 클릿취꼬(Vitaliy Klitschko), 끼릴로 부다노브(Kyrylo Budanov), 다비드 아라카미아(David Arakhamia)와 각각 비공개 회동을 했다고 한다. 발레리 잘루즈니는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을 역임한 군부 출신이고, 비탈리 클릿취꼬는 현직 끼이우 시장이고, 끼릴로 부다노브는 현직 우크라이나군 정보사령관이고, 다비드 아라카미아는 인민복무자당 소속 정치인이다. 이것은 트럼프가 보낸 파견원들이 젤렌스끼를 대체할 후임 대통령을 물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5년 3월 3일 미 제국 언론매체 ‘액시오스(Axios)’ 보도에 의하면, 트럼프는 그날 오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중역회의를 소집했다고 한다. 불복종으로 백악관의 노여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킨 젤렌스끼를 굴복시키는 문제와 그를 제거하는 문제가 그 회의에 주요 의제로 올랐던 것이 분명하다. 

 

미 제국이 젤렌스끼를 굴복시키는 것보다 그를 제거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미 제국이 우크라이나군을 배후에서 조종해 군사 정변을 일으키고, 군사 정변으로 젤렌스끼를 퇴진시킬 수 있지만, 중앙정보국(CIA)이 우크라이나군에 침투해 군사 정변을 조종하는 비밀공작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2025년 3월 3일 오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중역회의에서는 젤렌스끼를 굴복시키기로 결정했다. 젤렌스끼를 치명적인 위험에 빠뜨려 굴복시키려는 것이다. 치명적인 위험은 미 제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군사원조를 전면 중단하는 것이다. 

 

2025년 3월 4일 오전 3시 30분 트럼프의 긴급 명령에 따라 미 제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모든 원조물자 수송이 전면 중단되었다. 미 제국 국방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트럼프는 젤렌스끼가 “평화를 향한 성의 있는 노력(good-faith commitment to peace)을 보여주었다고 판단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전면 중단한다고 했다. 그로써 무장 장비, 탄약, 군수 지원물자, 군사정보를 포함한 10억 달러 이상의 군사원조가 모조리 끊겼다.

 

미 제국이 무기와 탄약을 보내주지 않으면, 우크라이나군은 전투기, 미사일, 야포 같은 무장 장비들을 사용하지 못한다. 또한 미 제국이 군사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군은 군사작전을 할 수 없다. 미 제국의 군사원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온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게 되었고, 로씨야군의 공격을 저지할 방어력을 상실했다. 우크라이나는 치명적인 위험에 빠졌다. 당황망조한 젤렌스끼는 미 제국이 군사원조를 중단한 시각으로부터 불과 몇 시간 뒤에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그가 발표한 성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 

 

“우크라이나는 지속적인 평화에 접근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 (중략) 나와 보좌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 아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중략) 우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을 유지시켜 주기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해 정말 감사한다. (중략) 백악관 정상회담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진행된 것은 유감이다. 이제는 일을 바로잡아야 할 때다. 앞으로 건설적인 협력과 소통이 있기를 바란다. 우크라이나는 광물 및 안보에 관한 협정을 언제든지 편리한 방식으로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 

 

위의 성명은 굴복 성명이다. 트럼프가 군사원조를 전면 중단하자 젤렌스끼는 몇 시간 만에 굴복한 것이다. 하지만 젤렌스끼의 굴복 성명은 트럼프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왜냐하면 굴복 성명에서 젤렌스끼는 정상회담 모두발언 중에 트럼프에게 대들며 백악관을 모욕한 자신의 경거망동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그저 유감이나 표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굴복 성명에서 젤렌스끼는 광물협정(기금 합의서)을 언제든지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지 않고, 광물 및 안보에 관한 협정을 언제든지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젤렌스끼는 트럼프가 대꾸하기조차 싫어하는,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 요구를 여전히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는 젤렌스끼의 굴복 성명 발표를 “평화를 향한 성의 있는 노력”을 보여준 행동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젤렌스끼가 자신과 백악관을 모욕한 경거망동에 대해 사과하고,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포기할 때까지 군사원조를 중단할 것이다. 트럼프의 군사원조 중단으로 손발이 묶이고, 눈 귀가 어두워진 우크라이나군은 로씨야군의 맹렬한 공격을 받고 있다. 로씨야군 주력부대가 우크라이나 방어선을 돌파하고 드니프로강을 도하해 진격하면, 절망에 빠진 젤렌스끼는 트럼프에게 무릎을 꿇고 “제발 살려달라”라고 애원할 것이다.  

 

5. 공격적 대외 정책을 추진하는 네 갈래 방향

 

트럼프가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추진하는 방향은 다음과 같다.  

 

1) 제재 공세다. 미 제국의 이전 행정부들이 적국에 가했던 제재 공세를 계승한 트럼프는 조선, 중국, 로씨야, 이란, 벨라루씨, 수리아, 꾸바, 니까라과,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들에 대한 제제 조치를 유지하면서, 때로 제재를 더 가중시키는 악랄한 적대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전에 유엔안보리는 미 제국의 제재 공세에 가담했지만,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인 중국과 로씨야가 미 제국과 첨예하게 대결하면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지금 유엔안보리는 미 제국의 제재 공세에 가담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 제국은 독자적으로 제재하거나 동맹국들을 동원해 집단적으로 제재하는 수법에 매달리고 있다.

 

2) 관세 공세다. 트럼프는 2025년 3월 4일 0시를 기해 중국, 캐나다, 메히꼬(멕시코)에 관세 공세를 개시했다. 트럼프는 유럽연합에도 관세 공세를 가하겠다고 예고했다. 미 제국이 중국 같은 적국에 관세 공세를 가하는 것은 예상할 수 있지만, 캐나다, 메히꼬, 유럽연합 같은 동맹국들에 관세 공세를 가하는 것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트럼프는 관세 공세를 확대해나가면서 세계 무역 질서를 개편할 것이다. 관세 공세 대상은 2024년을 기준으로 미 제국이 무역에서 적자를 보는 9개 나라와 1개 지역이다. 무역 적자는 다음과 같다.

 

중국 – 2,954억 달러

메히꼬 – 1,718억 달러

윁남 – 1,235억 달러

아일랜드 – 867억 달러

도이췰란드 – 848억 달러

중국 대만 – 739억 달러

일본 – 685억 달러

한국 – 660억 달러

캐나다 – 633억 달러

인디아 – 457억 달러

 

트럼프는 위에 열거한 10개 대상 중에서 우선 중국, 메히꼬, 캐나다에 관세 공세를 가하고, 다음에는 윁남, 중국 대만, 일본, 한국, 인디아, 도이췰란드, 아일랜드에 관세 공세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제국의 대한무역 적자는 2020년 166억 달러, 2021년 227억 달러, 2022년 280억 달러, 2023년 444억 달러, 2024년 557억 달러로 해마다 급증했다. 트럼프의 관세 공세는 미 제국에 수출해야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한국에 심각한 위기로 된다. 그러지 않아도 성장 동력을 상실한 한국 경제는 트럼프의 관세 공세로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3) ‘보호비’ 증액 공세다. 트럼프는 자국 군대가 주둔하는 동맹국에게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명목으로 ‘보호비’를 더 많이 갈취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보호국’이 ‘보호비’를 대폭 증액해 상납하지 않으면, ‘보호’ 받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2024년 10월 15일 대선 기간에 시카고에서 지역의 대자본가들을 불러 모아놓고 자신의 정책구상을 설명하면서 한국을 ‘현금인출기(money machine)’라고 불렀고, 자신이 4년 전에 집권했었더라면 한국으로부터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6,550억 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받아냈을 것이라고 하면서 기염을 토했다. 

 

트럼프 집권 1기의 마지막 해인 2020년에 미 제국이 한국으로부터 갈취한 ‘보호비’는 약 1조389억 원이었고, 2025년에 갈취하게 되는 ‘보호비’는 1조4,028억 원이다. 2024년 10월 4일에 타결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재협상에 의하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미 제국이 한국에서 갈취할 ‘보호비’는 연간 1조5,192억 원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합의를 파기하고, 연간 ‘보호비’를 대폭 증액해 갈취하려는 흉심을 품었다.  

 

만일 한국이 트럼프가 요구하는 ‘보호비’를 상납하지 못하겠다고 버티면, 트럼프는 한국이 미 제국의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하면서 한국에 주둔하는 자국 군대를 철수하겠다고 압박할 것이다. 트럼프가 철군문제를 들고 나와 압박하면, 한국은 트럼프가 요구하는 천문학적인 ‘보호비’를 상납해야 한다. 

 

4) 철군 공세다. 만일 트럼프가 조선과 비핵화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조선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고 철군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왜냐하면 조선의 비핵화도 영원히 없을 것이고, 조미협상도 영원히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가 ‘보호비’를 더 많이 갈취하기 위해 한국에 철군 공세를 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빗나간 예상이다. 트럼프의 철군 공세는 ‘보호비’를 더 많이 갈취하려는 철군 압박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 문제를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25년 2월 12일 미 제국 국방장관 핏 헥세스(Peter B. Hegseth)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 방위연락집단(UDCG) 회의에서 로씨야-우크라이나전쟁을 끝내기 위한 3대 방침을 천명했다. 미 제국의 3대 방침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 우크라이나가 2014년 이전의 국경을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배치될 평화유지군에 미 제국군이 참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미 제국군을 배치하지 않겠다는 방침은 우크라이나를 버린다는 뜻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는 로씨야와 대결하는 최전선으로서 전략적 가치를 가졌으나, 로씨야와의 전쟁에서 사실상 패한 우크라이나는 그런 전략적 가치를 상실하고 미 제국이 내버리는 유기국으로 전락했다. 미 제국은 군사원조를 제공해주는 나라라도 그 나라가 미 제국의 이익과 안보에 도움을 주지 않으면 가차없이 내버린다. 제국주의의 야수적 본성은 그렇다. 

 

미 제국의 판단기준은 어떤 나라가 미 제국의 이익과 안보에 도움을 주는 전략적 가치를 가졌는가 또는 갖지 못했는가 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런 판단기준에 따라 동맹국과 유기국을 갈라놓는다. 

 

의문이 떠오른다. 트럼프의 판단기준으로 보았을 때, 한국은 미 제국의 이익과 안보에 도움을 주는 전략적 가치를 가졌을까 아니면 갖지 못했을까? 이 의문에 해답을 준 사람은 마크 에스퍼(Mark T. Esper)다. 그는 트럼프 집권 1기인 2019년 7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국방장관으로 재직했다.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이 2023년 12월 29일 대담기사에서 “트럼프가 어떤 맥락에서 주한미군 완전 철수를 언급했었나?”라고 묻자, 에스퍼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트럼프가 실제로 명령(철수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다. 그는 (회의석상에서) 완전 철수 혹은 부분 철수가 필요하다는 말을 종종 꺼냈다. 미군의 해외 주둔 문제가 회의 의제로 나왔을 때마다 (트럼프는) 그런 말을 불쑥 꺼내곤 했다. 철수 대상은 한국일 때도 있었고, 아프리카나 도이췰란드일 때도 있었다. 그는 세계 각지에서 미군을 철수하고 싶어 했다.”  

 

6. 트럼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에스퍼는 2022년 7월 12일 ‘미국의소리(VOA)’ 기자와 화상 대담을 하는 중에 주한 미 제국군 철수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결심은 단호했고, 끊임없이 그 문제를 언급했다”라고 회고하면서, “트럼프가 재선됐더라면 미군 철수를 추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퍼는 트럼프가 왜 철군하려고 했는지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2024년 10월 15일 대선 기간에 시카고에서 지역의 대자본가들을 불러 모아놓고 자신의 정책구상을 설명하면서 자신이 왜 철군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북조선이 엄청난 핵무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 40,000명(실제는 28,950명)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 말해주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한국에 주둔하는 미 제국군이 조선의 전술핵공격을 받을 수 있는 심각한 위험에 빠졌다는 뜻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주한 미 제국군만 심각한 위험에 빠진 게 아니라 주한 미 제국군 가족 약 11,000명, 그리고 한국에 체류하는 미 제국 국적자 약 170,251명(2024년 12월 기준)도 조선의 전술핵공격 위험에 노출되었다. 다시 말해서, 한국에 머무르면서 전술핵공격 위험에 빠져버린 미 제국인이 약 200,000명이나 되는 것이다.

 

2022년 5월 10일 미 제국에서 출판된 에스퍼의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담겼다. 트럼프 집권 1기에 트럼프는 전술핵공격 위험에 빠진 주한 미 제국군을 철수하자고 주장했으나 각료들이 완강히 만류해 실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트럼프는 한국에서 미 제국군을 철수하지 못하겠으면 미 제국군 가족(약 11,000명)이라도 일본으로 대피시키자고 주장했으나, 각료들은 주한 미 제국군 가족을 일본으로 대피시키는 것은 전쟁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징후이므로 더 위험하다고 하면서 만류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자국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겠다고 결정한 까닭은, 우크라이나가 로씨야의 전술핵공격 위험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자국 군대를 한국에 주둔시키지 않겠다고 하는 까닭은, 한국이 조선의 전술핵공격 위험에 빠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집권 1기에 각료들은 트럼프의 철군 주장을 극력 만류했지만, 트럼프 집권 2기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각료들은 트럼프의 철군 의사를 존중한다. 2025년 2월 14일 미 제국 부통령 제임스 밴스(James D. Vance)가 사회적 소통 매체 엑스(X)에 올려놓은 글에서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미국 군대가 미국의 이익과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곳에서 위험에 빠져서는 안 된다”라고 썼다. 이 말은 전략적 가치를 상실한 한국에서 조선의 전술핵공격 위험에 빠진 미 제국 군대는 한국에 주둔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미 제국 군대가 주둔하는 도이췰란드, 일본, 한국 중에서 적국의 전술핵공격 위험에 빠진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또한 미 제국 군대가 주둔하는 나라 중에서 적국의 전술핵공격 위험으로 전략적 가치를 상실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보면, 트럼프가 왜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하려고 했는지를 알 수 있다. 

 

만일 트럼프가 철군을 결정하면, 한국은 자체 핵무장을 선택할 것이다.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선택하는 것은 미 제국이 용납할 수 없다. 만일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선택하면, 조선, 중국, 로씨야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서 한국의 핵무장을 저지할 것이다. 조선은 정밀타격 미사일로 한국의 핵시설을 파괴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핵무장 기도는 동아시아 전쟁을 촉발해 미 제국이 그 전쟁에 말려들게 된다는 뜻이다. 트럼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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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해진 검찰 개혁 "민주공화국 살리기 위한 필수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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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 기자
  •  
  •  승인 2025.03.09 22:17
  •  
  •  댓글 0
 
 

긴급 집중행동 첫날에만 10만 명
깃발·발언에 담긴 검찰 향한 분노
심우정 사퇴 안 하면 탄핵안 발의
“검찰 개혁, 이제 선택 아닌 필수”

9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긴급집중행동 매일집회 첫날' ⓒ 김준 기자
9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긴급집중행동 매일집회 첫날' ⓒ 김준 기자

이제 검찰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가 됐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의 긴급 비상행동 주간 첫날부터 많은 시민이 몰렸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깃발과 발언을 통해 검찰을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비상행동이 윤석열 파면 선고까지 매일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선언한 첫 집회가 9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분개한 시민들이 계속 몰려들어 경찰은 예정된 차선 외에도 추가로 더 개방해야 했다. 그만큼 검찰을 향한 분노는 대단했다.

‘법 벌레 광견’, ‘검찰은 기어 다녀라’ 등 참석자들이 들고 온 깃발에도 검찰을 향한 적개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발언대에 올라선 시민들도 저마다의 분노를 표출하며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설마 대한민국이 망하겠어?” 라고 생각했다던 한 시민은 “내란 수괴 윤석열이 석방된 어제,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대한민국 검찰 수준이 바닥을 기어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대로 가다간 진짜 나라가 망할 것 같다”며 “윤석열과 검찰, 국민의 힘 무리들은 자기들이 깨부시려고 하는 헌법, 민주주의 체계와 국민들이 없으면 자신들도 존재하지 못한다는 걸 인지조차 못 할 정도로 아둔하다”고 일갈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는 학생은 “분명 내란을 일으킨 죄인인데, 구속이 취소된 것은 이제 막 고등학교에서 나와 사회로 들어온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대로 집행했다고 하는데, 구속취소는 윤석열이 권력 있는 자이기 때문에 그를 따르는 극우 세력들로 인해 성립된 것이 아니냐”고도 꼬집었다. 

9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긴급집중행동 매일집회 첫날' ⓒ 김준 기자
9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긴급집중행동 매일집회 첫날' 왼쪽 박범계 민주당 의원, 오른쪽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 김준 기자

일반 시민들 외에 야당 의원들도 발언대에 올라 힘을 보탰다. 야당은 오늘, 심 총장의 탄핵소추안 발의를 예고했다. 윤석열 파면 위원단의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번 구속취소에 대해 ‘검찰이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난데없는 검사장 회의를 열어서 촌각을 다투는 구속 기소 시한을 넘기기 위해서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을 유도한 장본인이 누구냐”고 따지며 “저는 심 총장이 직권 남용의 내란 세력 공범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응원봉으로 내란을 막아내신 국민의 뜻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과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검찰 개혁은 이제 선택 사항이 아닌,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한 필수 사항”이라고 말하며 “검찰의 수사관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차 의원은 “야당과 함께 심 총장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더 이상 늦추지 말고 바로 선고 기일을 지정해 이번 주중으로 내란 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9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긴급집중행동 매일집회 첫날' 발언하는 진영종 참여연대 공동대표 ⓒ 김준 기자
9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긴급집중행동 매일집회 첫날' 발언하는 진영종 참여연대 공동대표 ⓒ 김준 기자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진영종 참여연대 공동대표가 마지막으로 발언대에 올랐다. 그는 구치소에서 나온 윤석열이 김치찌개를 먹었다는 소식에 대해 “그래 먹어라, 곧 먹지 못하게 될 테니까”라며 다시 구치소에 들어가게 될 것을 예고했다.

그는 “분노한 시민들이 똘똘 뭉쳤다”면서도 “분노로 끝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분노가 새로운 각오로 발전해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는 윤석열 파면, 둘째는 윤석열 구속, 세 번째는 확실한 내력 세력 심판”이라고 말하며 “수괴뿐만이 아니라 내란에 동조했던 그 많은 자를 모두 그 진상을 낱낱이 밝혀서 벌을 줘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9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긴급집중행동 매일집회 첫날' ⓒ 김준 기자
9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긴급집중행동 매일집회 첫날' ⓒ 김준 기자
9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긴급집중행동 매일집회 첫날' ⓒ 김준 기자
9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긴급집중행동 매일집회 첫날' ⓒ 김준 기자
9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긴급집중행동 매일집회 첫날' ⓒ 김준 기자
9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긴급집중행동 매일집회 첫날'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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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 검찰총장이 수상하다

[이충재의 인사이트] 즉시항고 포기로 '내란 우두머리' 석방...비화폰·명태균 수사 힘빼기, 윤석열 부부 비호

25.03.10 05:50최종 업데이트 25.03.10 06:46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9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내란 수괴 우두머리 윤석열이 끝내 풀려나면서 '친윤 검찰'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이 분출되는 양상입니다. 법원의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에 빌미를 제공한데다 검찰이 당연히 해야 할 즉시항고 포기를 주도한 게 심우정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지휘부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란 국면 고비마다 드리운 검찰의 수상쩍은 행보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검찰 수뇌부의 내란 관련 여부와 석연찮은 수사 과정도 향후 내란 특검을 통해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검찰의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행태는 즉시항고 포기 이유입니다. 심우정 등 대검 수뇌부는 2012년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권을 위헌이라고 본 헌재 결정을 따랐다는 입장으로 전해집니다. 구속집행정지 즉시항고가 위헌이니 비슷한 제도인 '구속취소'도 마찬가지라고 여긴 겁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이전의 검찰 입장과는 배치됩니다. 헌재 위헌판단 이후 국회가 '구속집행정지'뿐 아니라 '구속취소' 즉시항고권도 함께 삭제하는 내용의 법개정을 추진하자 법무부와 검찰은 두 사안은 상황이 다르다며 반대했습니다. 이때문에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 규정은 형사소송법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엄연히 합법적인 규정인데 판단을 받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자기부정이라는 비판이 따릅니다.

법원의 윤석열 구속취소 판결에는 검찰 수뇌부의 안이한 태도가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지난 1월 23일 공수처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윤석열 직접 수사를 고집하며 구속기간 연장을 두 차례 신청했지만 모두 불허됐습니다. 1차신청이 불허됐을 당시 수사팀 내부에선 "그대로 기소해도 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심우정은 갑자기 전국 검사장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기소를 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시간을 허비하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법조계에선 현직 대통령의 내란혐의를 수사하는 중대사건인만큼 보수적으로 판단해 수사절차를 엄격히 지켰으면 이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검찰 수사팀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사권 논란이 불거진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하기로한 것도 심우정입니다. 당시 갑작스런 사건 이첩에 수사팀은 강력히 반발했고, 심우정은 이첩 결정 설명을 위해 전국 검사장들에게 서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심우정은 공수처의 이첩 요청에 법률적 논란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는데다, 내란죄 직접수사에 대한 권한이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설득력이 없습니다. 결국 이번 법원의 구속취소 판결은 심우정의 판단 잘못이 단초를 제공한 셈입니다.

비상계엄 연루 의혹 끊이지 않았던 검찰 수뇌부

심우정 등 검찰 수뇌부는 내란 수사 초기부터 비상계엄 연루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계엄령 해제 직후 김용현을 향한 경찰의 강제수사가 임박하자 심우정이 직접 나서 김용현의 신병을 경찰이 아닌 검찰에서 확보하려 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검찰이 비상계엄의 스모킹건인 '비화폰'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최근엔 비상계엄 당일 대검 간부의 방첩사 통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비상계엄 국무회의에서 윤석열이 주요 장관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한 점으로 미뤄 심우정 등 검찰 수뇌부에 모종의 역할을 맡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옵니다.

내란 수사뿐 아니라 윤석열 부부의 아킬레스건인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도 심우정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당초 윤석열의 공천개입 녹음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커지는데도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창원지검에 맡겨 사건을 축소하려한 것은 심우정 '작품'입니다. 창원지검이 명태균 '황금폰' 등을 포렌식해 찾아낸 명백한 김건희 공천 개입 증거를 수사보고서로 작성해 상부에 보고했지만 검찰 수뇌부는 수 개월 동안 숨겼습니다. 파문이 커지자 심우정은 뒤늦게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맡도록 했지만 김건희는 사정권에서 제외한 채 변죽만 울리는 양상입니다.

심우정 임명 당시 법조계에선 "윤석열의 마음에 쏙 드는 꼭두가시"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특수통'이 아닌 법무·검찰 행정에 정통한 '기획통'으로 윤석열을 보호할 정무감각이 탁월하다는 게 발탁 이유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심우정은 지난해 10월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려 야권으로부터 탄핵 대상에 올랐지만 막판에 제외됐습니다. 검찰이 조직 보호를 위해 윤석열을 희생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심우정 등 친윤 수뇌부는 여전히 윤석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의 그림자는 짙고도 깊습니다.

#심우정 #김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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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과 국정원장의 12.4 미국 출장

국정원장의 12.4 미국행 티켓예약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이유
 
신상철 | 2025-03-09 12:51:47  
 


 

12.3 비상계엄과 국정원장의 12.4 미국 출장
국정원장의 12.4 미국행 티켓예약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이유


12.3 내란에 대한 진실을 규명함에 있어 조태용 국정원장이 전혀 다른 각도에서의 또 다른 열쇠(Key)를 쥐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첫째, 조 원장은 비상계엄세력에 적극 가담한 것 같지도 않고, 둘째, 병력동원에 적극 참여하지도 않았으며, 셋째, 사전 모의에서 (부분적으로 동의한 흔적은 있지만) 적극 동조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조태용 국정원장은 그 중요한 자리에 있으면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에 대한 속시원한 해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꾸로 한 번 물어보자. 국정원의 적극적인 도움과 협조없이 비상계엄 실행이 가능할까? 국가정보원은 과거의 안전기획부다. 그 이전에는 중앙정보부였고. 가히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정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꿰뚫어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정보기관이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거다. 국정원의 적극적인 개입 정황이 잡히지 않는다. 국정원장이 계엄 당일 대통령실로부터 전화를 받고 달려가긴 했지만, 개별 지시를 받은 것도 없고 계엄 지시 문건도 없다.(받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받은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구체적 지시내용도 없다. 게다가 국정원 2인자인 1차장이 내부자 폭로를 해버렸다.

국회측 변호인(왼쪽)과 조태용 국정원장 @MBC 뉴스 갈무리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변호인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추가 변론을 갖기로 결정하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을 다시 증인으로 소환하였다. 홍 전 차장은 헌재 증인석에 두 번 서는 유일한 증인이 되었다. 서로 날카롭게 대립각을 이루고 있기에 국정원 1인자와 2인자의 증언이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뼈속까지 외교관, 조태용 국정원장

조태용 국정원장은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서울대학교 정치학 전공, 1980년 외무고시 합격 후 본격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이후 주미대사관 1등서기관, 외무부 북미2과장, 북미1과장, 북미국장, 외교통상부 제1차관 의전장 등 핵심 요직을 거친 '미국통'이다.

조태용 원장은 참여정부 시절 2005년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로 참여하며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2011년 주호주 대사,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3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이후 외교부 제1차관과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을 역임했다. 21대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비례대표로 뱃지를 달면서 정치권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6월 주미대사로 임명되면서 비례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2023년 3월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돼 명실공히 윤 정부의 외교·안보·대미·북핵 사령탑이 된다. 2024년 1월 공석중이던 국가정보원장에 올라 현재에 이른다.

블랙요원 출신 정보통, 홍장원 1차장

조 원장이 외교통인 반면, 홍장원 1차장은 골수 정보통이다. 1987년 육사 졸업, 소위 임관 후 중위 진급과 동시에 특전사 707특임단에 선발되어 중대장을 맡았고 대위 전역 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 특채된다. 육사 대표화랑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내에서 가장 험하고 기피 대상인 대북공작국에 지원했고, 이후 수십년 간 ‘블랙요원’으로 요원 경력을 쌓았다.

안기부 및 국정원 재직시 주 영국 대사관 정무공사, 국정원 비서실장, 대북특보 등을 지냈고 미국 보스턴대 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영국 런던대 대학원 전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윤 정부 출범 후 2023년 국정원장과 1차장이 동시에 경질되자 후임 1차장으로 임명되었고, 2024년 1월 조태용 국정원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국정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국정원 역대 원장들이 모두 홍장원을 중용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책임감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차장의 부친은 황해도에서 월남해 6.25전쟁에 해군제독으로, 어머니는 간호장교로 참전한 분들이다. 그는 지난 1월 22일 국회 내란국조특위에 출석해 계엄 당일 윤 대통령 측이 시도한 작업들은 북한(평양)에서나 실제 벌어지는 일이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진실게임 : 조태용 국정원장 vs 홍장원 1차장

(1) 홍장원 1차장의 주장(폭로)

2024년 12월 6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계엄 선포 직후인 3일 오후 10시 53분쯤 윤석열 대통령이 전화를 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홍 전 차장은 곧 육사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으로부터 방첩사를 도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하니, 여인형 사령관이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었다고 폭로했다.

(2) 윤석열 피청구인 및 조태용 국정원장의 주장

● 피청구인의 주장 : “그런 말 한 사실 없고, 격려 전화를 한 것”
● 국정원장의 주장 : “홍장원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

(3) 쟁점

홍장원 1차장의 폭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홍 차장에게 전화를 한 것은 조태용 국정원장이 해외에 있는 줄 알고 한 것이고, 별 특별한 내용없는 격려전화였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쟁점이다.

조태용 국정원장과 홍장원 전 1차장의 대립 @연합뉴스 갈무리

2024. 12. 3. 사건의 재구성

(1) 20:00 - 윤 대통령,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전화

윤석열 대통령이 헌재심판에서 홍장원 차장에게는 격려만 했다며, 홍 차장의 발언내용을 부정한 것에 대해 국회쪽 변호인단은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집요하게 심문했다.

[청구인측 변호인] 증인(조태용 국정원장)의 경찰 조서를 보면 증인은 20:00 대통령으로부터 보안폰으로 전화를 받습니다. (윤)어디세요? (조)여기 있습니다. (윤)미국안가셨어요? (조)내일 떠납니다. 방금 미국대사와 송별만찬을 했습니다. (윤)알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요, 피청구인(윤대통령)은 20:00경에 증인과 통화를 하고도 증인이 해외에 있는 줄 알고 홍장원 차장에게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 증인의 진술과 다릅니다. 증인과 피청구인 중 누구의 말이 맞습니까?

[조태용 국정원장] 제가 “여깁니다”라고 대답을 해서 저는 여기 있으니까 여기라고 대답을 한 건데 대통령께서는 미국으로 오해하실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인] 본인의 조서를 한 번 보세요. (조: 보고 있습니다.) (조)공관에 있습니다. 미국 대사 송별만찬을 했습니다. (윤)미국 안가셨어요? (조)내일갑니다. 이런 문답이 있었다는데 이걸 잘못 알아들을 여지가 있습니까?

[조원장] 경찰조사와 검찰조사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아까 보여주셨던 걸 보면 제가 여깁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변호인] 네, 검찰조서도 한 번 보시죠. 경찰 조사받은 날과 검찰 조사받은 날이 하루차이였죠? (조: 그렇습니다) 그런데 다르게 대답할 여지가 있습니까?

[조원장] 저는 대통령께서 잘못 생각한다고 생각을 못하니까. ‘여깁니다’라고 대답하는 거나, ‘공관에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거나 똑같죠. 그래서 그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변호인] 자, 검찰조서에도 증인이 20:00경에 만찬자리가 끝나고 전화를 받았고 “공관에 있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셨고 대통령이 “미국 안가셨어요?”라고 질문을 했고, “제가 내일 갑니다.”라고 문답을 하셨다고 진술을 하셨습니다. 경찰 진술과 검찰 진술이 동일합니다.

[조원장] 맞습니다. 저는 그렇게 말씀드린 걸로 기억합니다. 들은대로 설명 한거고요. 근데 인제 그날은 경황이 없는 날들 아니겠습니까. 대통령님께서 여기다. 그냥 미국이라고 생각하시면 뒷부분은 깊게 안들으실 수도 있다. 그렇게.. 제 생각입니다.

[변호인] 5분 뒤에 강의구 부속실장이 전화가 오죠. (조: 네)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조: 네) 근데, 대통령이 5분 전에는 증인이 미국에 있는 줄 알고 전화를 끊었다면, 5분 뒤에 강의구 부속실장이 들어오라고 전화를 한 건 어떻게 설명이 가능하죠?

[조원장] 대통령께서 장관들 모두 직접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그런데 저한테는 통화를 하셨는데 들어오라고 말씀을 안하셨어요. 그러고 부속실장이 전화를 한 걸 보니까 조금 갭이 있었지 않았나 생각이 드는데 왜그런가 하면 국정원장은 해외를 갔다온 다음에도 보안을 지켜서 비밀로 남습니다. 제가 대통령님 외에는 누구한테도 미국으로 출장간다고 보고드린 바가 없습니다.

[변호인] 갭이라는게 그러면.. (조: 부속실장이 잘못 알았을 수도 있죠) 잘못한 것이 아니고 제대로 안거죠. 증인이 국내에 있는 줄 알고 전화를 했고, (조: 제 말꼬리 잡으시는 것 같습니다.) 아뇨아뇨, 대통령은 지금 증인이 국내에 없는 줄 알고 전화를 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원장] 저는 제 기억대로 ‘여깁니다’ 설명하고 미국 내일간다고 말씀드렸고, 대통령께서 장관들을 다 불러들이시는데 (저한테는) 바로 들어오라고 말씀안하셨거든요. 부속실에서 연락이 와서 들어와서 보니... 저로선 알기가 좀 어렵습니다만은...

[변호사] 네, 알겠습니다.

(2) 20:50 - 조태용 국정원장 대통령실에 도착

윤 대통령이 계엄전에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계엄과 관련하여 지침이나 지시를 내린 것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윤 대통령은 다 얘기했다고 하고 조 원장은 들은 것이 없다고 한다.

[청구인측 변호인] 20시50분경에 대통령실에 도착하셨죠. (조: 네) 21:00경에 조태열 외교부장관과 들어가셨을 때 한덕수 국무총리, 김용현 국방부장관, 법무부장관, 행안부장관, 통일부장관이 원탁형태의 탁자에 앉아 있었죠. (조: 그렇습니다.) A4용지 못봤고, 비상계엄문건 못봤고, 개별지시메모도 없었고, 김용현이 나눠주는 것도 못봤고... 그런데 피청구인(윤석열)은 2월4일 심판정에서 피청구인이 국정원장인 증인에게 계엄사무에 관해 다 얘기했다 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증인은 피청구인으로부터 계엄사무에 대해서 아무 설명을 못들었다고 하는데 이건 또 누구의 말이 맞습니까?

[조태용 국정원장] 그래서 제가 아까 설명드린 것처럼 계엄발표를 하고 다시 돌아오셔서 저까지 포함해서 국무위원들 계셨는데 그때 각 부처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자 그정도 취지의 말씀이 있었고 어느 부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고 언론에서 봤습니다만, 저는 그게 없었습니다.

[변호인] 여기 위딩 그대로 함 보시죠. 이미 관련된 문제는 원장하고 다 얘기를 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조원장] 그날 밤 1:1로 대통령님과 얘기한 게 없습니다.

(3) 22:53 – 윤 대통령이 홍장원 1차장에게 전화

윤 대통령은 22:53 홍장원 1차장에게 전화를 한다. 정형두 재판관은 “통화시간이 1분 24초였다. 꽤 긴 시간”이라고 했다. 윤대통령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는 것이 홍 차장의 주장이다.

[홍장원 1차장] 윤석열 대통령은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 거 봤지?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고 지시했고 이에 육사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으로부터 방첩사를 도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하니 여인형 사령관이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었다

(4) 22:55 – 윤 대통령이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전화

조 국정원장은 22:45경 대통령실을 나와 국정원으로 가는 중 22:55경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한다.

정형두 재판관은 조 원장에게 물었다. 윤 대통령이 홍장원 1차장과 1분 24초 통화를 하고 난 직후 바로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전화를 했다며 “그 갭이 30초 밖에 안된다”고 지적하자 조 원장은 “통화시간은 짧았다”고 답변한다.

[조 국정원장] 통화기록은 22:55~22:57이라고 저도 봤는데 통화는 30초가 안되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짧았습니다. 사실은..

[정형두 재판관] 제 말은 뭐냐면, 대통령이 홍장원 차장한테 굉장히 많은 지시를 했는데 그러구 나서 바로 국정원장에게 전화를 해가지고서는 참 한가한 얘기를 한 거예요. 미국 출장 어떻게 하실래요? 그게 좀 이해가 가지 않거든요?

[조 원장] 그래서 저는 대통령께서 53분에 홍차장에게 그런 얘기를 한 것에 대해 확신이 안갑니다.

불과 2분 간격으로 윤 대통령은 홍장원 1차장과 조태용 국정원장 두 사람과 통화를 했다. 그런데 조태용 원장은 미국 출장 외에 아무런 얘기를 나눈 사실이 없다고 하고, 홍장원 1차장이 밝힌 대화의 내용은 윤 대통령이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부정하는 기가막힌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누가 옳고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이 지점에서 유추해 볼 때, 홍장원 차장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거짓말을 하고 있고, 조 원장 역시 대화의 상당 부분을 감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살펴 보자.

(5) 23:30 – 국정원 : 국정원장, 1·2·3차장, 기조실장 회의

조태용 국정원장이 국정원으로 돌아온 후 정무직 회의를 연다. 이때 홍장원 1차장은 조 원장에게 “원장님은 비상계엄 언제 아셨냐?”고 묻자, 조 원장은 “뭘 그런 걸 물어보냐?”고 답한다.

[변호인] 그날 밤 23:30 증인은 1, 2, 3차장, 기조실장 등 정무직들과 함께 비상계엄에 관한 긴급회의를 약 10분~15분 정도 하셨죠? (조: 네.) 2차장은 계엄이 선포되면 합동수사본부가 차려지고 국정원이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이런 말도 하셨죠? (조: 네.) 증인은 합동수사본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군가를 조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셨죠?

[조원장] 전 국민이 계엄이 되면 방첩사에서 합동수사본부가 생기고 모든 정보기관이 협조해야 한다는 것은 알 거 같구요,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변호인] 증인은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정무직 회의할 때 홍장원 1차장이 증인에게 “원장님, 이거 언제 아셨나요?”라고 물었고 증인은 “뭘 그런 걸 물어봐요”라고 대답했다고 진술하셨죠? (조: 네, 맞습니다.) 만약 증인이 비상계엄을 사전에 몰랐다면 “저는 몰랐습니다. 비상계엄 직전에 알았습니다.”라고 대답해야 할텐데 언제 알았는지 대답하지 않고 물어보지 말라는 식으로 대답한 이유가 뭔가요?

[조원장] 차장이, 제 하급잔데 하급자가 첫 마디로 이거 언제 알았냐고 물어보는게 제가 보기에 썩 적절치 않아서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대답해 주지 않은 것입니다.

[변호인] 증인은 다른 정무직 분들에게 대통령실에 갔다는 말씀도 안하셨죠 (조: 네, 안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씀안하고 숨긴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조원장] 숨긴 건 아니고 경황이 없어서 얘길 못했는데, 금방 제가 갔다는게 나왔기 때문에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숨길 의도는 없었습니다. 얘기 안한 거는 맞습니다.

( 국정원장과 1.2.3차장, 기조실장 모두 TV로 국회 의결을 모니터링 )

조태용 국정원장은 거짓말을 하는데 그리 능숙한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전에 몰랐다”고 딱 잡아뗐다면 거짓말일 텐데, “뭘 그런 걸 물어보느냐?”는 말에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태용 국정원장은 청구인측 변호인이 비상계엄 사실을 언제 처음 알았느냐고 질문했을 때, “대통령실에 도착해서 대통령님하고 다른 분들 계실 때 처음 알았다”고 답변했는데, 이것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조 원장은 2024년 3월 안가 회동에서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6) 정무직 회의 마친 후 – 홍장원 1차장이 국정원장과 독대

정무직 회의를 마친 후 홍장원 1차장이 국정원장실로 가서 조 원장과 독대를 한다. 홍 차장은,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방첩사 도와주라고 하더라. 정무직 회의 때 원장님 안색을 살펴봤는데 원장님 생각이 많으신 것 같다. 오늘 밤부터 방첩사가 이재명 한동훈을 잡으러 다닐 것 같다.”라고 하니 조 원장은 “내일 아침 이야기 하시죠.”라고 답변한다.

[조원장] 홍장원 차장이 독대를 하자고 왔을 때 뭔가 중요한 얘기가 있을 거라고... 그런데 그렇게 말해선 안된다. 보고를 하려면.. 대통령 전화가 왔다. 방첩사 도우라고 하더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래야 한다... 그리고 방첩사를 도우라는 얘기는 예전부터 많이 듣던 얘기다.. (중략 : 방첩사 관련 얘기들..) 새삼스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홍장원 1차장이 국정원장실로 가서 독대를 한 것은 불과 1시간 전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로 받은 지시와 관련하여 국정원장과 의논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홍 차장은 그 사실을 23:30 정무직 회의에서는 오픈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정원장과의 독대에서 처음 얘기를 꺼낸 것이다.

한편으로 홍장원 1차장은 만약 자신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지시사항과 같은 내용을 국정원장도 지시를 받았다면 정무직 회의 때 국정원장이 지침을 내리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국정원장이 그에 대해 아무 말도 없으니 그 부분을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찾아가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그런데 국정원장의 반응은 전혀 달랐고,“내일 아침에 이야기 하시죠”였다.

국정원장의 헌재 증언을 보면, “방첩사를 도우라는 얘기는 예전부터 많이 듣던 얘기”라면서 그 부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한다. 그런데 그 얘기는 너무 일상적인, 말하자면 평화롭던 시절의 얘기여서 비상계엄이 터진 상황과는 괴리감이 큰 얘기다. 그 말은, 국정원장이 엉뚱한 증언을 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며, 대통령의 지시내용을 사전에 충분히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여기까지가 12.3 비상계엄 당일 국정원을 중심으로 발생한 사건의 재구성이다. 그러면 그 외 분석을 도와주는 정황을 살펴본다.

(7) 2024년 3월말 – 안가 회동 : 신원식 국방장관 경질의 단초

2024년 3월 말 안가회동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날 회동의 정황이 비상계엄 전체의 모습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원식 안보실장(전 국방장관)의 헌재 증언은 다음과 같다.

정형두 헌법재판관(왼쪽)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전 국방부장관)

 

[정형두 헌재 재판관] 2024년 3월 말, 대통령 안가 만찬 모임이 열렸죠? 누구누구 참석했나요?

[신원식] 윤 대통령과 김용현 경호처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조태용 국정원장과 제가(신원식 국방장관) 참석했습니다.

[재판관] 삼청동 안가인가요?

[신원식] 청와대 근처인데, 그때 처음 가봤습니다.

[재판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한 조치에 대해 언급을 했죠?

[신원식] 네

[재판관] 그거에 대해서 증인은 반대하셨다고 했죠?

[신원식] 네, 저를 보고 그렇게 하신 것 같아서 저는 군을 책임진 국방부장관으로서 그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재판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김용현, 조태용, 여인형은 그 말을 듣고 다른 얘기 안했나요?

[신원식] 네, 그때 저와 국정원장의 다른 의견표명 외에 대통령께서 다른 주제로 전환을 하셨습니다. 그 외 두 분은 말씀할 기회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재판관] 조태용 국정원장은 찬성했나요, 반대했나요?

[신원식] 조태용 국정원장은 다른 의견을 냈던 거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만찬 이후 신원식, 김용현, 여인형 세 사람은 국방장관 공간으로 간다. 신원식이 “가는 길이니까 우리 집에 가서 차나 한 잔 하자”고 했단다. 그런데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하신 말씀이 화제에 올랐고 신원식은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은 아무리 술자리라도 사람들에게 하는 게 좋지 않겠다”라고 두 사람에게 당부를 했다고 한다.

[재판관] “증인이 대통령께서 혹시라도 그런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해야 된다. 나는 국방부장관으로서 절대 반대한다. 반드시 내 뜻을 전해 달라.”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 맞습니까?

[신원식] 네, 그 조치를 저를 보고 하셨는데, 사실은 제가 거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그런 생각을 아예 안하실라고 그러면 제 입장이 중요하겠다라는 생각하에서 조금 예의에 벗어나지만 제가 경호처장한테 제 뜻을 대통령님께 전해달라고 얘기했습니다.

신원식 안보실장(前 국방장관)의 헌재 증언은 매우 중요한 많은 사실들을 담고 있다.

첫째, 비상계엄 최초 담합자는 윤석열+김용현+여인형 3인방이며 2024년 3월말 삼청동 안가 회동은 신원식이 그날 처음으로 안가회동에 참석했다. 이런 사실로 비춰볼 때 삼청동 안가 회동은 신원식 국방장관과 조태용 국정원장을 설득하여 비상계엄 동참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모임으로 보인다. 그런데 신원식과 조태용이 동의하지 않았다.

둘째, 안가만찬 후 신원식 국방장관을 따라 김용현과 여인형이 국방장관 공관으로 따라갔던 것은 국방장관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비상계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김용현과 여인형이 (윤석열의 암묵적 지시 하에) 신원식을 재차 설득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동의하면 같이 가고 반대하면 경질해야 한다.)

셋째, 조태용 국정원장이 안가 회동 후 3인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은 조 원장이 국정원장이 된지 불과 2달 밖에 되지 않은 상태여서 사실상 국정원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이기도 하고, 국정원장의 경우 매주 대통령 정보보고가 있기 때문에 설득이나 회유는 윤 대통령에게 맡겨놨을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판단한다.

결국 3월 안가 회동 후 6개월 뒤인 2024. 8. 13일자로 신원식 국방장관은 경질되어 국가안보실장 자리로 옮기고, 김용현 경호처장이 인사청문회를 거쳐 9월 6일 국방부장관이 된다. 신원식 국방장관은 자신이 경질될 수밖에 없는 이유와 함께, 김용현 경호처장이 국방장관에 기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비상계엄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원식을 국방장관직에서 물러나게 하면서도 그를 안보실장 자리에 묶어 둠으로써 최대한 보안을 유지하려 했음을 엿볼 수 있다.

(8) 국정원장 정례보고 - 조태용 국정원장의 대통령 정보보고

[변호인] 증인은 주1회 피청구인에게 정보보고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보통 몇 분정도 보고를 하셨습니까?

[조원장]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만, 아주 간단히 할 때는 2,30분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으나 한 시간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정원장이 주1회 대통령에게 정보보고를 하면서 20분~1시간 정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자주 많은 대화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의 성격상 조태용 원장에 대해 매우 집요하게 설득하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국가의 상항이 어떻고, 야당이 어떻고, 반국가세력이 어떻고, 북한에서 날아오는 풍선이 어떻고 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설교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조태용 원장이 선뜻 동의하지 않으니 미칠 지경이었을 거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뼈속부터 외교관이다. 외교라인의 대부 반기문의 별명은 ‘기름장어’다. 장어만 해도 미끄러워 손에 잘 잡히지 않는데, 기름까지 발랐으니 말해 무엇하랴. 조 원장은 국정원의 정치중립 의무, 국제외교관계, 무엇보다 대미외교통으로서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 등등을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 성질 돋구지 않으면서 강력한 거부가 아닌 차분하고도 완곡하게 동의하기 어려움을 설득하려 했을 것이다.

2024. 12. 4 - 조태용 국정원장의 미국 출장 계획

오늘 글의 핵심부분이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12. 4 미국으로 출장 갈 계획이었다. 무슨 출장이었을까? 국장원장의 미국 출장계획이 12.3 비상계엄일 다음 날로 잡혀 있었다?

국정원은 엄연히 중대 권력기관이고, 비상계엄은 국가중대사다. 비상계엄이 하루아침에 기분에 따라 뚝딱 던질 수 있는 카드가 아닌 이상, 비상계엄 예정일은 사전에 확정되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 비상계엄 다음 날 국정원장이 미국출장을 계획해 놓았다? 이해가 되나?

일단, 날짜관계는 잠깐 미루고, 비상계엄과 국정원장의 역할만 놓고 생각해 보자. 국정원의 협조를 전폭적으로 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계엄세력이 국정원을 계엄핵심세력에서 조금 비켜두되 소극적 역할로 묶어두려 했을 가능성, 즉 국정원장은 계엄세력이 권력장악에 성공한다면 미국을 설득할 목적으로 미국에 가 있어야 할 필요성이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계엄세력은 사전에 미국과 교신도 없었고 통보도 없이 감행을 계획했기에 어떻게든 미국을 설득할 수단이 필요했을 터다. 그렇다면 정통외교관료로 미국통이고 윤 정부 출범 후 초대 미국대사와 안보실장, 국정원장을 두루 맡았던 조태용 국정원장이 가장 적임자였을 터다. 조태용 국정원장 또한 계엄세력에 적극 가담하긴 부담스럽지만, 사후 수습의 역할마저 마다하긴 어려웠을 터이니 말이다.

만약 그러한 추론이 가능하다면, 국정원장은 비상계엄일 전에 미국에 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출장일이 12월 4일이었다면 비상계엄 예정일은 12월4일 혹은 그 이후에 계획되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국정원장이 스케줄을 바꿀 겨를도 없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 그것은 비상계엄 실행일이 12월 3일로 갑작스럽게 당겨졌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이 갑작스럽게 대두된 주술적인 택일이었든,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000일이 되는 날짜에 맞추기 위해서였든 다급하게 12월 3일로 앞당겨졌을 가능성 말이다.

어쩌면 하루 전날인 12월 2일 명태균의 변호사가 소위 황금폰을 검찰이나 민주당에 넘길 수 있다고 기자회견을 한 탓에, 혹은 민주당의 검사3인 탄핵에 열폭한 윤석열이 황급히 당겼을 가능성 등,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국정원장이 일찌감치 12월 4일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일찌감치 예약해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는 분명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 홍장원 1차장에게 왜 전화했을까?

조태용 국정원장은 어쩌면 윤석열 정부내에서 가장 윤 대통령이 대하기 조심스러운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김용현 국방장관은 윤 대통령 1년 선배이긴 하지만 고등학교 선배다. 그래서 막 대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법대는 아니지만 서울대 3년 선배다. 1년 가까이 여러 차례의 설득에도 적극 동의하지 않으니 소극적인 범위 내에서 협조를 구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것이 불안한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정원을 어떻게든 계엄세력 내에 두어야 한다는 조바심은 1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Mission을 주는 방법을 택하였고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함으로써 거부할 수 없는 압력으로 느끼게 했다. 22:30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은 22:53 국정원장에 앞서 국정원 1차장에게 먼저 전화를 했고,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계엄세력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인 패착이 된 셈이다

영부인과의 문자 – 조태용,“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비상계엄 전날 김건희로부터 문자를 받는다. 조 원장은 계엄 전날엔 답신을 하지 않았고, 계엄 당일 답신을 했다. 어떤 내용이 오고 갔을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는 의미는 가끔은 문자를 주고 받았다는 뜻이다.

계엄날짜 변경 추론과 연결지어 본다면, 누군가는 국정원장 미국 방문 스케줄이 흐뜨러진 것에 대해 통보해주긴 해야 한다. 그 통보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 그리고 계엄선포를 앞둔 두 부부 모두에게 마뜩치 않은 존재로 여겨진 조 국정원장의 마음을 다잡기 위한 문자를 보냈고 조원장은 장고 끝에 다음 날 아침 NCND의 답신을 보내지 않았을까 추론해 본다.

새로운 태풍의 눈, 자승과 용산의 관계

이번 사태와 관련 증인석에 두 번 서는 유일한 증인이 되었던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일체의 흔들림이 없었다. 뼈속부터 정보요원인 홍장원 1차장은 재외 대사관에서 직함도 없이 현장 블랙요원으로 30년 근무했다고 한다. 홍콩 시장통에서 반바지에 '쓰레빠'를 신고 다니며 은밀히 임무를 수행했다고도 한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80년대 707에서 중대장으로 복무할 당시 부하들 중엔 1980년 광주에 다녀온 대원들도 있었고 그는 그 대원들이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한다. 계엄 당시 국회로 출동했던 후배 707대원들을 다시 과거의 악몽 속으로 몰아넣지 않기 위해 그는 일생일대의 중대한 결심을 해야 했다.

홍장원 1차장이 추가로 던진 화두, 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 사망 당시 국정원 요원 7~80명 투입을 용산이 지시했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렸다. 머지않아 사건으로 증폭될 ‘빙산의 일각’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맺는 말

조태용 국정원장은 결국 12월 4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12.3 내란의 진실을 추적하는 데에 국정원장의 12.4 미국행 비행기 예약일이 언제인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한 단초가운데 하나라 생각한다.

이상과 같이 조태용 국정원장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는 적극 가담자는 아니다. 따라서 그를 계엄 핵심세력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그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 누락된 진실의 흔적이 보인다.

헌재 증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의 증언들 대부분 무척 한가하고 평상적인 얘기들로 가득차 있다. ‘방첩사를 도우라는 얘기’는 늘상 듣던 얘기라며 장황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그는 적극적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있고 엉뚱한 방향으로 호도하고 있다.

조태용 국정원장 그가 ‘비상계엄 진실규명의 또 다른 축’이라고 보는 이유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1003&table=pcc_772&uid=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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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행동주간 선포 “광장의 크기가 윤석열 파면·재구속 결정한다”

기자명

  •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5.03.09 15:23
  •  
  •  댓글 0
 
 

윤석열 파면 재구속 촉구 긴급 비상행동 선포
광화문서 파면 결정 때까지 철야 단식 농성 돌입
긴급 비상행동 계획, “파면 선고까지 광장 사수”
검찰도 내란 공범… 심우정 검찰총장 사퇴하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서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파면 촉구 비상행동 주간 선포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서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파면 촉구 비상행동 주간 선포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이 9일 서울 광화문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파면 촉구 긴급 비상행동’을 선포했다. 이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의 구속 취소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탄핵 인용과 재구속을 촉구했다.

특히 “검찰마저 내란에 동조한 조건에서 믿을 곳은 오로지 광장뿐”이라며 “파면을 촉구하는 광장의 크기가 윤석열 파면과 재구속 여부를 결정한다”라고 광장 결집을 호소했다.

“헌법 파괴 행위, 즉각 파면해야”

비상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등 내란 행위는 명백한 헌법 파괴 행위”라며,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이 무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함으로써 내란 공범임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승훈 공동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비상행동 공동의장들의 발언과 비상행동 계획 발표, 기자회견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박석운 공동의장은 “윤석열 석방이 헌재의 파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우려하면서 “즉각 파면만이 정국의 혼란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검찰도 공범… 심우정 검찰총장 사퇴하라”

비상행동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도 문제지만, 검찰이 항고를 포기한 것은 더 큰 문제라며 출석을 지휘한 심우정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검찰은 윤석열의 하수인이 되어 헌법과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며 “법원은 윤석열을 신속히 재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9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대표들이 심우정 검찰총장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9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대표들이 심우정 검찰총장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을 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석방 지휘를 내린 심 검찰총장에 대해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며 “심 총장에 대해 즉시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심 총장은 즉각 사퇴하라”며 “사퇴하지 않으면 탄핵 포함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상행동은 “내란세력의 준동이 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라며 “내란 세력 청산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시민들과 연대하여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긴급 비상행동 계획… “파면 선고까지 광장 사수”

비상행동은 이날부터 1주일간(3월 9일~3월 15일) ‘긴급 비상행동 주간’으로 선포하고 다양한 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주요 계획은 다음과 같다.

▲비상행동 공동의장 철야 단식농성 (3월 8일부터 광화문 농성장에서 진행)

▲윤석열 파면 촉구 매일 집회 (3월 9일~14일, 매일 오후 7시 광화문 광장)

▲내란세력 청산을 위한 정당 연석회의 (3월 10일 예정)

▲비상행동 전국대표자 비상총회 (3월 11일, 향린교회)

▲윤석열 파면 촉구 전국 동시다발 1인 시위 (3월 12일부터 진행)

▲3월 15일, 전국 집중 15차 범시민 대행진 개최

비상행동은 “윤석열이 파면될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광장을 지킬 것”이라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윤석열이 파면될 때까지 우리는 광장을 지킬 것이다 

어제 8일, 내란수괴 윤석열이 제발로 서울구치소를 걸어나왔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총부리를 시민들에게 향한 모습을 모든 사람이 화면을 통해 똑똑히 보았고, 군대가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관위를 짓밟는 장면을 생중계로 보았습니다. 내란의 증거가 차고 넘치며 겹겹이 쌓여 있는데,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법원이 피의자의 구속을 취소하는 몹시 이례적인 일이 발생하더니, 윤석열의 하수인을 자임하는 검찰은 윤석열을 풀어주었습니다. 법원이 제시한 구속취소의 이유는 법 문언에도 반하는 것이며 왜 유독 피고인 윤석열의 경우에만 선례와 다르게 판단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속취소 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법원은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즉시항고를 통해 구속취소를 막고 상급심에서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심우정 검찰총장은 수사팀의 반발에도 결국 항고를 포기하고 윤석열을 석방했습니다. 10년도 더 지난 다른 사안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끌고 와서 불복을 포기한 심우정 검찰총장은, 스스로 내란공범임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법원과 검찰의 합작으로 헌법은 훼손되었고, 민주주의는 파괴되었으며, 법치는 무너졌습니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서울구치소를 나오며 오직 자신의 지지자를 향한 메시지만을 냈습니다. 위헌적인 비상계엄에 항거하고 민주주의의 회복을 바라며 지금도 광장에 있는 수많은 시민들을 윤석열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저희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은 민주파괴, 헌법훼손, 법치붕괴의 모습을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 없기에 굳은 마음으로 철야 단식 농성에 나섰습니다. 

우리 시민들은 위기 때마다 광장을 메우며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12월 3일 내란의 밤에 가장 먼저 군인들의 국회 진입을 막아냈고, 12월 14일 여의도를 가득메운 200만의 인파 앞에 마침내 국회는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습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남발했을 때, 농민들과 시민들은 남태령에 모여 영하 14도의 추운밤을 이겨내며 투쟁했고,  경찰을 뚫고 한남동까지 행진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또한, 윤석열이 경호처를 사병처럼 부리며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고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려 할 때 노동자가 앞장서고 시민들이 결합하여 한남동을 사수했고, 결국 윤석열을 체포하여 서울구치소에 가두는 성과를 이끌어냈습니다. 

12. 3. 내란 이후 시민들은 모든 위기의 순간마다 주권자로서 더 큰 힘으로 광장에 모여 민주주의를 회복해 왔습니다. 이제  다시 헌법과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싸움을 시작해야 합니다. 윤석열의 즉각 파면과 내란 세력의 완전한 청산을 위해, 민주주의와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다시 광장에 모여 주실 것을 호소 드립니다. 

오늘부터 매일 저녁 7시 이곳 광화문 광장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즉각파면을 요구하는 시민대행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12일 부터는 각 거점에서의 동시다발 1인 시위도 진행합니다.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윤석열 재구속과 파면, 내란세력 청산을 위해서는 이에 동의하는 세력의 총 결집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각 정당에게도 요청합니다. 내란세력 청산을 위해 비상행동과의 연석회의를 제안 드립니다. 가능한 빠른시일 안에 시민사회,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어 내란종식을 위해 진지한 논의를 이어갔으면 합니다. 

우리의 투쟁은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함께 모인 시민들의 힘으로 머지 않아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을 파면시킬 것입니다.  나아가 윤석열을 다시 구속하고 내란 세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윤석열과 내란세력을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사회대개혁을 이룩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광장을 지킵시다.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검찰도 공범이다. 심우정 검찰총장 사퇴하라

내란수괴 윤석열의 하수인 검찰을 규탄한다

법원은 윤석열을 신속하게 재구속하라 

헌재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시민의 힘으로 내란세력 청산하자

2025년 3월 9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강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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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석방 아닌데…윤석열 지지자들 ‘축제 분위기’ [포토]

김영원기자

수정 2025-03-08 21:37등록 2025-03-08 21:29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들머리에서 윤 대통령 석방을 기다리며 춤을 추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로 돌아갔다.

전날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임에 따라 검찰은 장고 끝에 석방을 지휘했다. 윤 대통령은 구치소 들머리에서 경호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인사하며 걷다가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이날 오전부터 윤 대통령을 기다렸던 지지자들은 환호하고 북을 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경호처는 윤 대통령의 석방 여부가 불확실하던 오후 일찍부터 지지자들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곧바로 한남동 관저로 돌아간 윤 대통령을 반기듯, 지지자들은 집회를 열어 환한 웃음을 지으며 깃발을 흔들고 노래했다. 이날 저녁 대통령 관저 들머리는 경찰과 경호처 직원들의 경계가 강화된 모습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손인사하며 걸어 나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걸어 나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걷는 가운데 그 옆을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지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국민의힘 김기현(왼쪽 셋째) 등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8일 오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걸어가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8일 저녁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들머리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8일 저녁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들머리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8일 저녁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들머리에 경찰과 경호처 등 관계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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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간에 목숨 걸었다는데, 침묵하는 조선일보

[기자수첩]

기자명정철운 기자

  • 입력 2025.03.08 23:51

▲조선일보와 김건희 여사.

2월26일 “조선일보 폐간에 난 목숨 걸었어”라는 김건희 여사 육성이 공개되고 10일이 지났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월27일 논평에서 “특정 언론사를 겨냥해 폐간을 언급한 것은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이자, 권력을 이용해 비판적인 언론을 억압하려는 권력 남용”이라며 “폐기시켜야 하는 것은 특정 언론사가 아니라 김건희와 윤석열의 언론관”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2월28일 사설에서 “아마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면 자리를 내놨어야 할 것이다. 사적 대화였다고는 하나 대통령의 부인이 어떻게 ‘폐간’을 입에 올리나”라고 개탄한 뒤 “비상계엄 당시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계획까지 오버랩되면서 대통령 부부가 대체 어떤 언론관을 갖고 있었던 건지 혀를 차게 된다”고 했다.

이렇듯 조선일보 경쟁사에서 김 여사 비판 사설을 쓰고, 조선일보에 매우 비판적인 야당에서조차 김 여사의 시대착오적 언론관을 비판했음에도, 정작 당사자인 조선일보는 침묵하고 있다. 이 침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간 김 여사 비판에서만큼은 거침없었던 조선일보가 돌연 김 여사가 두려워 입을 닫고 있을 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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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침묵도 이해하기 어렵다. ‘V0’설까지 돌며 윤석열정부 권력 실세로 불리는 영부인이 폐간을 언급했는데, 기자협회 차원이든 노동조합 차원이든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을 수 있나. 조선일보 기자들은 김 여사 발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는 걸까. 아니면 무시해도 된다고 보는 걸까. 조선일보는 아직까지 김 여사 발언에 대한 기사 한 건도 쓰지 않았다. 세상에 자기 신문사를 없애버리겠다고 말했는데 잠자코 있는 신문사가 어디 있나. 여기까지 오면 조선일보가 김 여사와 각을 세울 경우 조선일보에 발생할 리스크가 있어 입을 다물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명태균씨가 용산 대통령실에 USB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던 조선일보 김아무개 기자는 과거 법조 출입 때부터 윤석열 검찰총장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기자와 조선일보는 ‘명태균 USB’를 확보한 뒤 그저 명태균의 보도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을까. 김 여사는 단지 ‘명태균 USB’를 조선일보가 입수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폐간을 다짐할 정도로 화가 났을까. 조선일보가 ‘명태균 USB’를 입수한 10월 중순 무렵부터 김 여사가 “조선일보 폐간”을 언급한 12월 말까지 양쪽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만약 어떤 일이 있었다면 조선일보는 그것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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