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기사 보강 최종 : 25일 0시 37분]
법원이 24일 밤 검찰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 허가 신청을 불허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기소 시계가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1차 구속기한인 열흘 안에 검찰이 재판에 넘기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석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구속기간 연장을 허가하지 않은 건 내용이 아니라 형식적인 이유 때문이다. 법원이 밝힌 구체적인 불허 사유는 다음과 같다.
고위공직자 등의 범죄를 독립된 위치에서 수사하도록 수사처를 설치한 공수처법의 입법취지,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이를 수사처와 검찰청 사이에도 적용시키는 공수처법 제26조의 규정취지, 검찰청 소속 검사의 보완수사권 유무나 범위에 관하여 공수처법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수사처 검사가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을 수사한 다음 공소제기요구서를 붙여 그 서류와 증거물을 검찰청 검사에게 송부한 사건에서, 이를 송부받아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청 검사가 수사를 계속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
즉,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지 말고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라는 취지다. 법원이 언급한 공수처법 제26조에 따르면, 공수처로부터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받은 검사는 "처장에게 해당 사건의 공소제기 여부를 신속하게 통보하여야 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23일 윤 대통령 사건을 검찰에 넘기면서 내란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소제기를 요구한 바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1차 구속기한은 27일 새벽
법원이 구속기한 연장을 허가하지 않음에 따라 이제 검찰에게는 약 이틀 정도 시간만 남았다. 다행히 공수처가 당초 합의보다 일찍 검찰에 사건을 넘긴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공식적인 체포 시각은 1월 15일 오전 10시33분이고, 구속기한은 체포 시점부터 열흘이다. 다만, 그 사이 체포적부심과 구속영장실질심사 기간은 제외되는데, 이 시간을 모두 합하면 대략 43시간 30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를 모두 감안하면 오는 27일 새벽까지는 재판에 넘겨야 한다. 결국 26일에는 공소장을 제출해야 안전하다.
시한 내에 기소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석방된다. 물론 석방 이후에 재판에 넘겨져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매우 중한 내란우두머리 혐의라는 점과 다른 관련자들은 그보다 급이 낮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인데도 모두 구속기소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이 기한을 그냥 넘겨 석방되는 상황은 상정하기 힘들다.
법원은 왜?... "검찰의 윤 대통령 직접 수사권 사라졌다는 의미"
영장을 불허한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오늘 불허결정은 '공수처로부터 사건 송부를 받은 검찰청 검사가 구속기간 연장에 의한 구속수사와 같은 적극적, 전면적 강제수사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법적 근거나 상당성이 부족하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형사소송법 205조는 수사를 계속할 이유가 있을 때 구속기간을 연장하는데, 이번 경우는 공소장대로 기소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속 기간 연장이 되어서 보완 조사를 하면 좋지만 공소사실은 이미 나와 있다. 구속영장에 범죄사실이 기재됐고, 그게 사실상 공소장"이라며 "이 자체로도 어느 정도 완결성을 갖췄고, 공수처도 '공소제기요구'를 결정했다. 또 윤 대통령 쪽에선 조사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니 공개재판에서 다투면 된다"고 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수처법 26조 2항을 엄격하게 해석한 감은 있다"면서도 다만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한 상태에서 김용현 전 장관 등과 달리 검찰의 윤 대통령 직접 수사권은 사라졌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그동안 체포영장 등이 발부되어온 것과 같은 취지"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우 의원(변호사)은 "윤석열을 석방하라는 것이 아니라 공수처의 수사가 충분하므로 검찰이 또 다시 수사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며 "이제 검찰은 이미 충분히 확보된 증거 등을 바탕으로 윤석열의 내란수괴죄와 직권남용죄에 대하여 1차 구속기간이 만료되기 전 신속하게 기소를 하면 된다"고 자신의 SNS에 올렸다.
당황한 검찰, 연장 재신청 검토중... 당장 공소장 작성에 무리는 없을듯
윤 대통령 직접 조사를 준비해오던 검찰은 당황한 분위기다. 법원의 연장 불허 결정이 나오자 검찰은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내부 논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검찰은 법원에 연장 신청을 다시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검찰은 저녁부터 서울중앙지검 청사 내부 경비 상황을 강화하는 등 조사를 위한 사전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다시 불허되거나, 또는 구속기한 만료 내에 법원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그대로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많은 건 아니지만, 검찰이 윤 대통령 공소장을 작성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검찰은 이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필두로 여인형, 이진우, 박안수, 곽종근 등 이번 내란사건과 관련해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의 공소장은 흡사 윤 대통령 공소장으로 보일 만큼 윤 대통령의 비중이 높았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즉시 석방하라"
법원의 연장 불허 소식이 알려지자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올바른 결정"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윤 대통령 즉각 석방을 요청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더이상 공수처의 불법과 꼼수에 편승하여 대통령의 불법 구속 상태를 유지하지 말고 즉시 대통령을 석방하여 공수처의 불법행위에 공범이 되지 말라"면서 "검찰은 대통령을 즉시 석방하고, 인권보호 감독기관으로서 지위를 무겁게 받아들여 지금까지 자행된 모든 불법행위를 해소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분노한 이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경찰 방패, 소화기 등을 휘둘러 유리문을 부수고, 서버에 물을 붓고,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다녔다. 경찰과 취재진에게도 무차별 폭력이 가해졌다. 3시간여 지속된 폭동은 현행범 90명이 체포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사상 초유의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무력 장악 시도가 발생한 지 불과 한 달 반 만에 벌어진 미증유의 법원 습격 사태에 한국 사회는 다시 한 번 충격에 빠졌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단순 통치 행위만으로 볼 수 없듯, 서부지법 폭도들의 행위 또한 내란 수괴 혐의자에 대한 과격한 옹호 수준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윤석열 지지자'들을 '폭도'로 만든 것일까.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윤석열과 그 일당이 신호를 줬다"
1.19 법원 폭동과 관련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가진 폭력성이다. 미디어사회학자인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군인이 국회에 침입해 유리창을 때려 부수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그런 폭력성이 날 것으로 보여진 것이 일종의 방아쇠처럼 신호를 줬다고 생각한다"며 "결과적으로 윤석열과 그 일당이 신호(signal)를 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사회비평가는 "대통령 같은 공인이 정말 중요한 신호를 주는 사람인데, 양극화된 정치 환경 속에서 사회를 아슬아슬하게 묶여 있던 고삐를 내란으로 풀어버렸다. 겨우 묶인 고삐가 풀리면서 폭력과 광기로 흘러간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거부로 법적 절차가 지연되면서 비상계엄 사태 옹호 여론이 서서히 퍼졌고, 결과적으로 과격한 행동이 일어날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도 있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12.3 비상사태 이후 정파를 초월해 모든 사람이 쇼크를 먹은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윤석열이 내란을 벌였음에도 한 달 넘게 지지부진한 상황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리둥절함에서 벗어나 내부적으로 보수가 결집하고 외부적으로 민주당과 이재명이라는 잠재적 대권후보를 공격하고자 대오를 정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면서 서부지법이 전쟁터가 될 여건이 차근차근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군인들이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튜브·커뮤니티 올라 탄 음모론, 직접행동의 배경으로"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부정선거, 중국 배후설 등 음모론을 꾸준히 설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사법기관을 공격하며 사실상 이 음모론 확산의 지원 사격에 나섰다. 그러는 동안 탄핵에 반대하는 일부 극우 유튜버와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음모론을 적극 확산했다. 음모론은 탄핵 반대 여론전의 핵심요소로 작용했다.
<음모론의 시대>(2014, 문학과지성사)의 저자이기도 한 전 교수는 "보수진영에서 폭동, 여론조사 참여, 시위 참여라는 행동이 나타나는 데에 음모론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며 윤 대통령 옹호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음모론적 정치"의 세 가지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세 가지 특성은 △ 행동과 지지자 동원 등에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허구적 대의명분의 형성 △ 음모를 벌이고 있는 이들이 나를 박해한다는 식의 피해자 지위 착취 △ 상대방에 대한 악마화다.
전 교수는 "음모론으로 대의명분이 확보되고 대통령이 악마들에게 괴롭힘당하는 피해자라는 인식에 사로잡히면, '악마들로부터 대통령과 우리를 지켜야 된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인식에 사로잡히기 쉽다"며 이 점이 시위와 여론조사 참여, 폭동 등 직접행동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공신력 있는 자료로는 도저히 증명할 수 없는 음모론적 주장이 보수진영에 확산하는 데는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의 특성도 작용했다고 짚었다.
전 교수는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퍼지는 정보의 특성은 값 싸고 맛있지만 영양적으로 문제 있고 위생적으로 더러운 음식과 같다"며 "접근이 쉽고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언제든 볼 수 있지만, 기성 언론이 수행하는 데스킹이나 팩트체크가 되지 않은 정보가 흘러 다닌다.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떡볶이만 매 끼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한 달만 해도 유튜브 소비가 전보다 훨씬 늘어났다"며 "다들 마찬가지일 것 같다. 유튜브가 이 국면의 여론 형성에서 한동안 평소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 사회비평가도 "원하는 정보만 계속 보면서 반대되는 증거나 정보는 보지 않는 식으로 확증 편향을 강화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이다 보면, 자기가 하는 생각이 진리라고 확신하게 된다"며 이 점이 극단적 행동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2030 남성, 세월호 폭식 투쟁 등 통해 혐오와 폭력 '연습'해 왔다"
1.19 법원 폭동에 있어 또 하나 주목받는 점은 20~30대가 체포된 현행범의 절반을 넘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들의 성별을 밝히지 않았지만, 기록된 영상에 비춰보면 남성이 절대다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백골단'을 자처한 이들도 2030 남성이 주축이었다.
고상균 남다른성교육연구소 소장은 2030 남성 일부의 탄핵 반대 여론에 대해 "(정치권의) 지속적인 갈라치기의 결과, 적지 않은 남성 청년이 국민의힘에 상대적으로 온정적 태도를 보이게 됐다"며 "'대통령 권력 찬탈'에 대해 2030 남성이 일부 남성이 자신이 가진 사회적 상실감을 투영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소장은 "'남자답다', '터프하다' 이런 것과 연결된 비뚤어진 남성성으로 인한 폭력성"도 이번 폭동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며 "그렇게 움직일 때 스스로 '멋있다', '영웅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30 여성 다수가 모였을 때 비슷한 폭력 사태가 일어났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김연웅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공동대표는 2030 남성 일부의 탄핵 반대 여론과 관련 "전광훈 목사나 신남성연대 같은 곳의 가짜뉴스 전파와 사이버 렉카, 선동을 국민의힘을 비롯한 극우보수가 방치해왔다"며 "이준석의 이대남 호명을 극우가 반복하면서 세를 불리고 정치적 이익을 얻어온 면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런 여론이 폭동까지 번진 데 대해서는 "커뮤니티에서 2030 남성들은 세월호 폭식 투쟁 등 혐오와 젠더 폭력을 '연습'해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뒤에서 선동한 정치인들은 밖에서 또 새로운 집단을 만들 텐데, 잡혀간 사람들만 덜덜 떨고 있다. 너무 큰 비극"이라고 말했다.
다만 폭동에까지 나선 이들의 문제를 2030 남성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는 데 대한 우려도 있었다. 사회학 연구자인 최태섭 <한국, 남자> 작가는 "법원에 난입한 이를 다 합쳐도 100명 대일 텐데 이들이 2030 남성 전체를 대표하는 행동을 했다고 볼 수 없다. 소위 '안티 페미'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펨코(fmkorea) 같은 커뮤니티에서도 윤석열을 싫어하고 찬동하지 않는다"라며 "광범위하게 남성성의 문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 사건에 곧바로 연결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폭동이 벌어진 시간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새벽 3시였다. 현장에 남아있는 고령층이 얼마나 됐겠나. 그것도 담을 넘고 유리창을 부수는 건 격렬한 활동"이라며 "폭동에서는 TPO(Time, Place, Occation)가 굉장히 중요하다. 시위 문화가 폭동으로 제도화된 유럽의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폭동 참여자 중에는 젊은이가 많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가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연결'의 경험이 '탈진실'에 맞선 진지 구축한다"
헌정사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 그리고 뒤이은 법원 폭동 사태를 마주한 한국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12.3 비상계엄과 그 이후 벌어진 불법 행위를 단죄하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소통과 설득의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작가는 "폭동이 재발하지는 않을 것 같다. 반복되면 사회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다. 경찰과 법원도 강하게 처벌할 것"이라며 "다만 내란 사태를 빨리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란수괴를 빨리 탄핵하고 빠르게 재판을 진행해 정확하게 처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박 사회비평가는 "극우적 에너지를 면밀히 주시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저들과 싸워 이겨야 한다'는 선악 이분법적 방식, 아니면 '저들을 합리적 이성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계몽적 방식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며 "설득과 소통의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감이나 돌봄 같은, 좋은 마음과 감정을 어떻게 이성적인 설득으로 나아가는 데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응원봉을 들고 탄핵을 이야기하던 젊은 여성들이 생전 처음 보는 농민들의 남태령 트랙터 시위에 합류해 이야기를 나눈 것은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연대하고, 이어지고, 연결(networking)하는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이 혐오나 극우, 탈진실에 맞설 진지를 구축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시민 교육의 강화를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김누리 중앙대 독문학과 교수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국 교실에서 12년 동안 교육을 받으면 성숙한 민주주의자가 될까. 잠재적 파시스트가 될까"라며 "과거에 이어져 온 교육은 기본적으로 파쇼 교육"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파쇼 교육의 "세 가지 원리"를 "첫째, 이 세계를 무한 경쟁의 세계로 본다. 둘째 끊임없이 우열을 나눈다. 셋째,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를 지배하는 지배-복종 관계를 인간의 자연스러운 관계로 여긴다"로 제시한 뒤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일수록, 전교 1등일수록 한국 교육의 정신을 완전히 체화해 완벽한 파시스트가 돼 있다. 이걸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고 밝혔다.
※ <프레시안>은 기사에 담긴 취재원들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해 독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 15일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상황. ⓒ프레시안(최용락)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헌재의 탄핵안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3일 경기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에 출근하며 미소 짓고 있다. 2025.1.23. 연합뉴스
내란 사태 와중에도 윤석열의 대표적 분신(分身)이자 '보수 여전사'라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기어이 되살아났다. 많은 국민과 야권은 '헌법재판소가 이번엔 설마' 했지만 요지부동인 헌재 내 보수파에 의해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보수 4인방'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이 이진숙 탄핵을 기어이 가로막고 직무에 복귀시킴으로써 이러다 윤석열도 대통령 직무에 복귀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싹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현 정권과 강한 동질성을 갖고 있으며 수구보수 엘리트층의 일원인 이들 4인방이 그 경향성을 다시금 확인시킴으로써 '헌법재판관 만장일치 윤석열 탄핵'을 갈망하는 시민들은 다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 됐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이 위원장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174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반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하여 피청구인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하여야 할 정도로 중대하다"면서 파면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법규범의 문리적 해석에만 집착해 "방통위의 재적 위원은 피청구인과 김태규 2인뿐"이라며 '방통위 2인 체제'가 적법하다고 이 위원장 손을 들어줬다.
이 위원장이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후보자를 부실하게 심사해 부적격 후보자를 임명했다는 소추 사유에 대해서도 '보수 4인방'은 "후보자 면접을 실시하지 않았다거나 회의에 소요된 시간이 1시간 45분 정도였다는 것만으로는 추천·임명 과정에서 대표성과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상식과 논리에 맞지 않는 비합리적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설시했다. 이 위원장이 취임 당일 곧바로 비공개 회의를 열고 김태규 부위원장과 함께 단둘이 KBS 52명, 방문진 31명 등 무려 83명의 이사 후보자에 대해 1시간여 만에 그야말로 날림으로 심사를 마친 게 '대표성과 전문성이 고려'된 과정이라는 것이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왼쪽)과 조한창, 정형식, 김형두 등 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에 입장하고 있다. 2025.1.23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 같은 탄핵 기각 사유는 사실관계와 법리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 위원장을 앞세운 윤석열 정권의 조직적인 언론 탄압과 방송 장악이라는 전체 맥락을 도외시하고 나아가 이를 헌법의 이름으로 용인해줬다는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방통위를 독임제가 아닌 합의제 기관으로 만든 입법 취지가 명백함에도 헌재의 보수파 재판관들이 현 정권과 동일한 인식을 갖고 이미 정해진 결론에 따라 이번 탄핵 사건 심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다. 차기 방문진 이사 6명의 임명을 효력 정지하는 등 법원의 잇따른 제동으로 동력이 상실되는 듯했던 방통위 2인 체제에 헌재가 다시 날개를 달아줌으로써 방송 농단이 전방위적으로 재개되는 건 시간 문제가 됐다.
더욱이 이 위원장은 헌재의 탄핵심판이 한창 진행 중인데도 극우 유튜브 채널에 잇따라 출연해 "가짜 좌파들과 싸우는 전사들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처음부터 안중에 없었다. 12‧3 비상계엄 이후에는 자신의 SNS에 "현직 대통령은 오직 한 명뿐"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진 무죄" 등의 게시글을 올리며 윤석열을 옹호해왔다.
이 때문에 언론노조 MBC 본부는 <윤석열 정권의 방송 장악에 눈감은 헌재 결정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한동안 잠잠했던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망령을 다시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짓밟고 유례없는 극도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에서, 윤석열 정권의 방송 장악 선봉이자 극우 편향성의 끝판왕인 이진숙의 방통위원장 복귀는 더욱 심각한 사회적 비극을 야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이번 헌재의 결정은 윤석열 정권의 위헌적인 방송장악 음모의 맥락을 외면하고, 그로 인해 벌어질 위헌적 상황에 대한 고려도 부족했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에 대한 지적은 유사한 거의 대부분의 재판에서 지적해왔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지금까지의 사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동시에 법률 해석에 대한 혼란만 키우게 됐다"면서 "이진숙‧김태규 방통위는 이 혼란을 악용해 말도 안 되는 의결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이진숙은 물론 방송 장악에 목매고 있는 적폐 세력들, 그리고 극우 세력에 의지해 정권 연장을 기대하고 있는 윤석열 일당에게 헌재가 불러온 이 혼란은 반갑기 그지없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성명을 통해 "내란 세력이 준동하는 가운데 이번 탄핵 기각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협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것으로 크게 우려된다"며 "탄핵 기각 의견 재판관들은 이진숙 이전부터 윤석열 대통령 지명 2인 체제가 헌법이 보장하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독립성을 파괴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살펴봤어야 한다. 그 맥락에서 이진숙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저지른 만행을 판단하는 게 마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진숙 위원장의 심각한 헌법 및 실정법 위반 행위를 외면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에 대해서는 언론 자유의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오른쪽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조한창, 김형두, 문형배, 정형식, 이미선, 정정미, 김복형, 정계선 헌법재판관
헌재의 윤석열 탄핵심판이 만에 하나 기각으로 결론 날 가능성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주심을 맡은 정형식 재판관에게 주로 초점이 맞춰져 왔으나 김형두‧김복형 재판관도 그 못지않은 복병이라는 시각 또한 적지 않게 존재한다. 모두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이들 재판관 중 김형두 재판관은 대법원장 지명이 유력하게 거론됐을 정도로 현 정권의 신임을 받으며 헌재 결정에서 강한 보수성을 표출해왔다. 그는 '이적행위 찬양·고무'를 금지한 국가보안법 7조에 합헌 의견을 냈고, 공소권을 남용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 씨를 '보복 기소'했던 안동완 검사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정형식 재판관과 함께 안 검사의 '결백'을 주장했다.
김복형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에 의해 지명된 인물이다. 보수적 정체성과 관련해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건국절' 관련 질문에 17초나 침묵한 장면은 상징적이다. 김 재판관은 당시 "대한민국은 1919년 4월에 수립된 나라냐, 1948년 8월에 수립된 나라냐"라는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의 간단한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법사위 야당 의원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보다 못한 이 의원이 "헌법상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게 맞지 않느냐"고 거듭 물었지만 김 재판관은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석하는 것으로 안다"고 남 말하듯 대꾸해 이 의원이 "본인의 생각을 묻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제야 김 재판관은 "뭐 그런 견해에 동의는 한다"고 마지못한 듯 건성으로 수긍했다.
조한창 재판관은 윤석열 정권 들어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최종 후보로 여러 차례 하마평에 오르다 국민의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이 되더니 역시나 보수 본색을 곧바로 드러냈다. 그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전력 때문에 재판관 지명 때부터 논란이 컸는데,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던 2015년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정당 해산 결정 이후 낸 행정소송과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의 판사 재임용 탈락 불복 소송 등에 개입해 각 재판부에 원고 쪽에 불리하게 재판을 진행하라는 법원행정처의 지침을 전달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 공직자 가운데 헌재에서 인용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됐던 이진숙 방통위원장 사건마저 이들 4인방이 기각함으로써 한덕수 총리, 박성재 법무장관,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도 줄줄이 되살아나 직무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란 수괴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사안의 중대성과 위헌·위법성이 확실해서 다른 사건들과 다를 것이라고는 하지만 윤석열 측과 정부‧여당, 보수 진영 및 극우 세력의 '백래시'가 갈수록 거세지는 국면에서 이들 재판관이 시류와 압력에 영향받지 않고 평소 성향과도 상관없이 법과 원칙에 따른 판단만 좇을지는 알 수 없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지도부가 앞장선 채 "헌재가 야당과 짬짜미를 하고 있다" "소장 권한대행이 이재명과 친분을 굉장히 과시하고 이재명 모친상에도 갔다" 등 작정하고 마타도어를 쏟아내며 헌재 내부 갈라치기를 집요하게 시도하고 있어 여권 친화적인 재판관들이 내심 동요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헌법재판관 현황은 진보 성향 3명, 중도·보수 성향 5명으로 구도만 보자면 윤석열 탄핵을 장담하기 어렵다. 과연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때처럼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윤석열 파면 결정이 나올 수 있을지, 이번 이진숙 탄핵 기각으로 국민들 사이에 일말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대통령경호처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비화폰(도·감청 방지용 전화기)을 지급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는 장관들에게 김 여사의 비화폰 번호를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호처는 번호를 제공하면서 ‘김 여사로부터 연락이 올 수 있으니 잘 받아달라’는 당부를 전했다고 한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호처가 윤석열 정부의 장관급 각료에게 비화폰을 지급하면서 윤 대통령을 포함해 비화폰을 지급받은 여러 장관의 명단과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 두장을 줬다고 한다. 종이 맨 위에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이름과 비화폰 번호가 적혀 있었는데, 이를 전달받은 장관급 각료는 ‘두분(대통령 부부)한테서 연락이 올 수도 있으니 잘 받으라’는 말을 (경호처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민간인 신분인 대통령 부인에게 비화폰을 준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만일의 상황 발생을 가정한) 대비 차원에서 지급했을 수는 있다. 그런데 왜 장관한테 김 여사의 비화폰 번호를 주며 전화를 잘 받으라고 하나. 황당하고 충격적인 일이다”라고 했다. 경호처는 사실 확인에 나선 한겨레에 “보안 사항이라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했다.
국가정보원이 제작하는 비화폰은 수·발신 내역은 기록되지만 음성이 암호화돼 도·감청이 불가능하다. 역대 정부에선 대통령을 비롯해 기밀을 다루는 군과 국가정보원,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 지급돼왔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대부분의 장관에게 비화폰이 제공돼온 사실이 ‘12·3 내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윤건영 의원실이 이날 한겨레에 공개한 정부 관계자들의 비화폰 지급·보유 현황을 보면, 국방부나 외교부뿐 아니라 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법무부·환경부 등 안보 기밀 취급 업무와 관련이 적은 부처도 ‘국무위원·대통령 소통’ 목적으로 비화폰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김 여사가 비화폰을 지급받아 사용해온 정황이 이번에 드러나면서 그가 국정 전반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에도 한층 무게가 실리게 됐다.
수사기관 안팎에선 지급된 비화폰이 내란 전후 소통 과정에서 중요하게 사용된 만큼 서둘러 경호처의 비화폰 서버를 확보해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화 기록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내란에 관여한 인물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구속된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계엄 선포 한달 전 경호처로부터 비화폰을 받았다고도 했다.
지난 22일 <전자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입니다. 반도체에 관심 없는 독자들이 제목만 보면 삼성전자가 최신 반도체 메모리의 성능과 수율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전 이 기사를 보고 왜 지난 6개월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이 22조 원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는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사가 보여주는 삼성전자의 현 상황에 대해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세대 구분
우선 제목에서 언급한 "5세대 D램"이 뭔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TSMC와 삼성전자가 서로 3나노 혹은 2나노 공정을 가지고 경쟁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을 겁니다. 여기서 나노란 반도체 칩 안에 새겨진 회로의 폭으로, 1나노는 10억 분의 1미터이며 현재 2나노 공정까지 상용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팹의 경우에 한합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는 아직 10나노대 공정이 최신입니다. 단순화해 설명하면 트랜지스터를 최대한 작게 만들면 되는 시스템반도체와는 달리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커패시터)까지 촘촘히 집어넣어야 하므로 물리적으로 미세하게 만들기가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메모리 반도체 회사별로 선폭에 따라 66나노, 44나노, 30나노…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였는데, 20나노대가 되면서 정확한 숫자 대신 20나노대에서 x, y, z 등으로 세대를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x를 20나노 1세대라고 부르며 y는 2세대, z는 3세대가 됩니다. 공정 미세화가 진행되면서 10나노대로 들어선 이후에도 x, y, z로 명명했지만, z 이후 한 자릿수 공정으로 내려가지 않고 10나노대에서 더 줄어들 여지가 생기는 바람에 a, b, c라는 이름이 더 생겼습니다. 여기서 b가 바로 5세대입니다.
5세대 D램은 2022년 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2023년 5월에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SK하이닉스도 그해 5월 말에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2024년까지는 그 전 세대인 1a가 D램 시장의 주력 모델이었으나, 2024년 4분기부터 1b가 주력 모델로 바뀌었습니다. 이 1b로 그래픽 D램(GDDR), 모바일 D램(LPDDR) 등을 생산하고 있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역시 1b 메모리를 위로 쌓아 올린 겁니다. 1b 메모리의 성능이 곧 메모리 반도체 회사의 주력 제품의 성능이 되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설계부터 다시 해야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내 미셀로브 울트라 아레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7일,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의 HBM은 새로운 설계(design)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려는 HBM은 5세대 제품인 HBM3E이며, 여기 사용되는 메모리는 4세대 제품인 1a입니다.
여기에 더해 <전자신문> 은 1b 메모리의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만약 젠슨 황이 언급한 HBM3E의 설계 문제가 HBM조립이 아니라 1a 메모리 자체에 대한 것이라면 현시점에서 삼성전자 주력 메모리인 1a와 1b 모두 설계 문제가 있다는 게 되고, 이는 향후 1c 개발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만듭니다.
삼성전자 1b의 수율, 즉 완제품 중 불량을 제외한 제품의 비율은 60% 정도로,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양산 수율이라는 80~90%에 한참 모자란다고 합니다. 수율이 낮으면 그만큼 제품 원가가 높아지게 되므로 판매하더라도 이윤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발열은 휴대전화처럼 들고 다니는 전자제품에는 치명적일 뿐 아니라, 대용량 서버를 구성하면 추가 냉각이 필요하므로 고객사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삼성전자 스스로 문제가 된다고 판단하고 재설계에 들어간 제품을 구매할 고객은 없을 테니까요. 고객사 입장에서는 대체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 역시 1b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니까요.
다른 고객사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삼성의 새로운 휴대전화인 갤럭시 S25에 사용될 메모리의 1차 공급사가 삼성전자가 아닌 미국의 마이크론으로 결정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를 거부하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의 새 휴대폰 갤럭시 S25에 삼성의 메모리가 아닌 마이크론의 메모리가 탑재된다는 언론 보도SBS
그렇다면 1b만 최대한 빨리 재설계해 생산을 재개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요? 지난 20일 <머니투데이>는 삼성전자가 10나노급 6세대 D램 개발 목표를 6개월 미뤘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1b가 5세대고 1c가 6세대입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인 HBM4에는 1c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1c의 개발이 6개월 뒤로 밀리면 HBM4의 개발 역시 그만큼 뒤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주력 제품인 1b 메모리는 재설계를 해야 하고, 차세대 제품인 1c 메모리는 개발이 지연되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삼성전자가 1b를 개발한 건 2022년 12월이었습니다. 지금 1b를 재설계하겠다는 건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2년 전으로 되돌아갔다는 뜻입니다.
반면에 SK하이닉스는 이미 작년 8월에 1c 개발에 성공했고, HBM4 역시 TSMC와 손잡고 곧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마이크론은 올해 4월을 목표로 1c를 개발하는 중이며, 올해 초에는 싱가포르에 10조 원을 투자해서 HBM 공장을 짓겠다며 착공식을 가졌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문제라는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뒷걸음질하는 중에 경쟁회사들은 저 멀리 뛰어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삼성전자가 전사적인 역량을 동원해 집중하고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에 대한 노동 시간 규제 완화를 위해 법으로 정해진 주 52시간 근무제에 예외 조항을 둬야 한다며 정부와 여야 정당을 대상으로 설득하고 있는 겁니다.
삼성전자의 어처구니없는 이런 행보를 두고 많은 반도체 종사자는 반도체 분야에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을 두면 안 그래도 의대나 법대를 선호하는 학생들이 반도체 관련 전공으로 지원할 것 같냐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 마이크론이 HBM 생산 확대를 위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한국 반도체를 따라잡기 위해 각각 한국의 반도체 종사자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유치경쟁을 하는 와중에 삼성전자에서 하는 일이 고작 직원들 일을 더 시키기 위해 법을 바꾸는 일이라는 걸 바라보는 맘은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삼성전자 제품에조차 삼성전자 반도체를 쓰지 않는 지금의 상황이 과연 52시간 이상 일하지 않아서 생긴 일일까요? 혹시 기어코 52시간 이상 일을 시켜야겠다는 최고경영자의 생각이 지금의 삼성전자 문제를 만들어 낸 건 아닐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주장한 데 대해, 국민의힘 내 탄핵 찬성파로 '보수의 양심'으로 불리는 김상욱 의원이 "앞뒤가 맞지 않거나 말씀이 바뀐 부분들이 많이 있다"며 "법적인 방어라기보다 힘으로 방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22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방어 방법으로 택한 것이 법리적 방어라기보다는 여론을 동원한 정치적인 방어의 길"이라며 "여론전으로 본인 지지세를 확장해서 힘으로 막아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나아가 "언제부터인가 윤 대통령이 힘으로 무엇인가 자꾸 관철하려고 하는 성향이 생긴 것 같다"고 꼬집으며 "12월 3일 비상계엄 자체도 상식적인 법률가라면 '계엄 조건이 법적으로 충족되지 않았다', '위헌적이다'라는 것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도 검찰총장까지 하셨음에도 그런 판단 없이 밀어붙였다는 것이 결국 힘으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려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탄핵 과정에서도 대통령께서 법적인 방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힘을 키우고 여론전을 통해서 힘으로 방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느낌"이라며 "윤 대통령이 힘에 취해서 힘으로 모든 것을 하려고 한 것 아닌가. 힘으로 모든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반법치고 반민주"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실 이것은 법치에서는 심각한 위협"이라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양대 제도가 선거제도와 법치주의인데, 법치는 말 그대로 판사들이 정치적 고려 없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되는데 윤 대통령께서는 힘으로 자신을 변호하는 것 같다. 이것은 또다른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규탄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전날 헌재에서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 '비상입법기구 예산을 확보하라'는 등의 지시를 한 일이 없다고 전면 부인한 데 대해 "하셨던 말씀과 앞뒤가 맞지 않거나 말씀이 바뀐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며 "대통령께서 말이 앞뒤가 다르면 안 되고, 그런 부분에서 많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예를 들어 '계엄 집행 의사가 없었다'는 말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며 "당일인 12월 3일 국회에 실제 무장군인들이 들어왔다. 전 국민께서 다 보셨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천만다행으로 계엄이 빨리 해제됐으니 망정"이라며 "국회에서 계엄을 해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무장 군인을 투입했고, 끌어내라는 말도 나왔고, 헌법기관의 기능을 못 하게 막으려고 했고, 국회를 해산하고 헌법에 없는 새로운 입법기구를 만들려고 했지 않느냐. 그런데 '집행의사가 없다'는 말이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 말이지 않느냐"고 윤 대통령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또 "대통령께서는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다 지시했다고 지금 여러 증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말이 엇갈리는 게 지금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어 '국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입법기구를 만들기 위해서 예산을 배정하라'는 쪽지를 경제부총리에게 줬다고 경제부총리는 얘기를 하는데, 대통령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또 포고령 관련해서도 대통령께서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베꼈다'고 하는데 (김 전 장관은) 또 다른 얘기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말씀이 맞는다면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는 얘기인데,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런 구체적 거짓말을 대통령과 가까웠던, 또 12.3 사태의 주역이었던 사람들이 전원 다 맞춰서 한다는 게 가능할까?"라며 "대통령께서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개연성이 더 크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의 재판·여론 대응 전술에 대해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잃을 게 없다. 어차피 '잘못했습니다' 해도 내란수괴로 최소 무기징역과 파면이고, 싸워서 잘못돼도 파면과 무기징역"이라며 "그래서 거짓말이어도 좋다, 지지자에게 '뭉쳐라', 마지막 희망이다, 힘으로 눌러보자 (이런) 선택이 본인 입장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물론 "국가적으로는 비극"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같은 윤 대통령의 언행에 국민의힘이 손을 끊어야 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는 맞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은) 보수당이니까 당연히 보수의 가치를 추구해야 되지 않겠나. 법질서 존중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최근 당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고 이런 부분들을 좋은 시그널로 받아들이다 보니까, 특히 그것이 보수결집 때문이라고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윤 대통령 언행이) 보수 결집 소재가 되지 않나' 하고 기대하는 분들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다"며 "당의 일부 의원들께서는 어쨌든 대통령께서 저렇게 본인 방어를 정치적으로 함으로 인해서 보수 결집의 효과도 있고, 또 일부 강성지지층을 끌어안는 효과도 있고 해서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반기는 분도 계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득이 된다 하더라도 틀린 방법을 택하면 장기적으로는 더 큰 해로 돌아온다. 당장 손해가 되더라도 바른 방법, 바른 방향성을 가져야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며 "당장 지지율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거짓말도 괜찮다', '선동도 괜찮다', '강성지지층과 극우 다 안아야 된다'고 한다면 장기적으로 우리 보수의 가치가 무너지고, 당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중도층이 이탈하고, 강성지지층만 남게 되는 결과가 돼서 당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오른쪽)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2.3 계엄에 따른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다시 시도하기로 한 2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를 출발한 승합차가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앞 도로로 진입하고 있다. 2025.1.22. 연합뉴스
"검사 출신이라 그런지, 검사가 만나기 싫은 최악의 피의자가 어떤 유형인지 윤석열 대통령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서초구의 변호사가 윤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를 받는 태도에 대해 한 말이다. 법 위에 군림하려는 윤 대통령의 태도에 대한 푸념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피의자 윤 대통령이 공수처 강제구인·현장조사를 모두 거부해 3번째 강제구인 시도도 불발됐다. 공수처가 3차례나 구인에 실패하면서 강도 높게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공수처는 22일 오후 3시 18분에 언론 공지로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이 피의자 윤석열 조사를 위해 서울구치소를 방문했으나, 피의자(윤석열) 측이 현장조사와 구인 등 일체의 조사를 거부해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향후 조사나 절차에 대해선 논의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수처는 오전 10시 20분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을 통과해 서울구치소로 들어갔다. 이후 5시간 동안 윤 대통령 측을 설득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 쪽은 강제구인과 현장조사 모두 응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오전 9시 출근길에 취재진에게 보인 태도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오 처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측도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의가 있으면 법질서 테두리 안에서 따르면 된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한 사람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수사 의지를 내비쳤다.
오 처장은 특히 윤 대통령 강제구인에 있어서 "여러 가지 구속영장 심사 소환에 불응하고 있어서 불가피하게 강제구인을 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작년 12월에는 소환에 불응했고, 1월에는 체포영장을 불응했다. 지금은 구속영장 소환에 불응하는 상태이니 공수처가 법질서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다 취재진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 수사와 관련한 공수처의 입장을 밝힌 뒤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2025.1.22. 연합뉴스
오 공수처장은 윤 대통령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지난 21일 윤 대통령이 서울구치소 대신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이동한 것을 두고 "(병원 방문을) 미리 인지한 것은 아니"라며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됐다. 병원까지 가는 것은 인권 차원에서 맞지 않다고 생각해 수사진이 밤 9시까지 구인을 위해 기다렸다. 그런 점에 있어선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강제구인을 피하기 위해서 전날인 21일 자신의 탄핵 심판에 출석한 뒤 헌법재판소(헌재)에서 나오자마자,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이동했다. 병원 방문은 안과 진료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수처의 강제구인을 피하기 위한 면피성 진료인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새벽 구속된 뒤 당일 오후 2시와 지난 20일 오전 10시 출석하라는 두 차례 요구에도 불응했다.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 요청에는 대놓고 불응하면서도 헌재에는 자발적으로 나가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재차 주장하며 궤변을 내뱉고 있는 것은, 내란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아스팔트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전에 준하는 소요 사태를 의도하는 듯한 태도처럼도 보인다.
실제 윤 대통령의 궤변은 극우 세력의 시위를 과격하게 만들고 있다. 대표 사례 중 하나가 서부지방법원의 폭동 사태다. 윤 대통령은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의도적으로 수사기관의 허점을 이용해 수사에 불응하면서, 현재 국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윤 대통령의 정치 행위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헌재 3차 변론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피청구인이) 앞으로 계속 출석하겠다는 것은 자신의 지지자, 아스팔트 극우 지지자들에게 선전 선동일 수 있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서 국가 혼란을 일으키려는 것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고 걱정된다"며 "국회 소추단은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반에 대해서 빠짐없이 입증하고 반드시 파면에 이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 [헌법재판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공수처의 1차 구속 기한이 오는 28일로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 혼란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공수처가 강경 대응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강제구인에 3번째 실패한 공수처를 두고 '대기처'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 출신인 이지은 변호사(민주당 마포갑 지역위원장)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강제구인에 응하지 않는다는 말 자체가 맞지 않는다"며 "강제구인은 싫다고 거부해도 강제로 데리고 오는 것이다. 공수처에서 현직 대통령을 강제구인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윤 대통령은 강제구인을 해도 진술 거부권을 쓸 것"이라며 "그래도 그 사람의 표정 변화나 태도 변화를 관찰할 수 있고, 윤석열 같은 경우는 못 견뎌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식으로 가면 공수처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윤석열을 검찰에 넘기게 되어 있다"며 "체포 영장 집행하듯 강제로 윤석열을 데리고 나와야 한다. 아니면 서울구치소 조사실에서 하면 된다. 공수처가 부담감을 느낄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22일 조태용 국정원장이 ‘정치 중립의무 위반’을 이유로 자신을 경질한 것과 관련해 “국정원장이 저에 대해 인사권자(윤석열 대통령)에게 허위보고한 것”이라며 “무고이며 인사제청권의 남용”이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 종료 직전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제 이야기가 아니라 국정원장과 관련되고, 국정원의 앞날과도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귀 기울여주시면 좋겠다”며 작심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국정원장께서 (제가) 야당 대표에게 전화하라고 말한 것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판단한 것은 국정원법에도 없고 국정원직원법에도 없고, 규정에도 없는 것”이라며 “(국정원장이) 임의적,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법 제11조2항에 정치활동 관여 행위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는데 자신의 발언은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 전 차장은 이어 “12월6일 있었던 저에 대한 경질은 원천 무효이고 불법”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국정원장을 고발하거나 행정소청을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조 원장을 쳐다보며 “원장님이 ‘아침 티타임에서 의견을 달라’고 해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말한 걸로 저를 정치관여 금지 위반이라고 해서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한다면), 앞으로 국정원이 창의적이고 자율적 사고(에 바탕한) 대화를 나눠서 소통할 수 있는 문화로 발전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홍 전 차장이 말한 ‘아이디어’란 그가 비상계엄 다음날인 12월4일 조태용 원장에게 “야당 대표에게도 ‘한반도 안보상황을 국정원이 잘 관리하고 있고, 해외 쪽과도 소통하고 국내 사회질서 잘 관리하고 있다’고 전화 한번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을 가리킨다. 홍 전 차장의 말은 ‘조 원장이 매일 아침 티타임 때 아이디어를 내라고 해서 브레인스토밍 차원에서 말한 것인데, 이를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한 번 조 원장을 쳐다보며 “원장님, 국정원을 사랑하시잖아요. 우리 국정원을 위해서 ‘넘버2’를 이런 식으로 경질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국정원 발전을 위해서 (청문회 끝나고) 돌아가시는 길에 (제 말을) 충분히 고민해보셨으면 좋겠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러자 조 원장은 “저한테도 발언 기회를 꼭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안규백 특위 위원장은 “홍 전 차장에게 발언 기회를 주기 전에 조 원장에게도 발언 기회를 줬다”며 “2차 청문회에 나와서 발언하라”고 한 뒤 청문회를 산회했다.
첫째로 미국이 한덕수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지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한덕수와 최상목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이 두 사람을 탄핵하지 말라는 의미인가 ▲두 사람이 내란 특검법을 거부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은 미국이 지시한 것인가 ▲미국은 한국에서 내란이 지속되기를 원하는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둘째로 미국은 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지 물었다. 이어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의 내용이 윤석열과 검찰, 국힘당이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던 논리와 같은 것이 아닌가 ▲미국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격을 지시한 것인가 ▲미국의 입장은 친중·친러·친북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인가’라고 구체적으로 질의했다.
셋째로 미국은 왜 친일 반북 정책을 강요하는지 물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친일 반북 정책이 대한민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미국의 친일 반북 정책 강요는 무너지는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고 한국 국민을 희생시키려는 것 아닌가 ▲미국은 한국을 북한·중국과의 대결에서 앞잡이, 돌격대로 쓰려는 것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촛불행동은 공개질의서를 23일 주한 미국 대사관에 팩스로 보낼 계획이다.
아래는 촛불행동 공개질의서 전문이다.
[촛불행동 공개질의서] 미국 정부에 보내는 공개질의서
윤석열 탄핵안이 가결된 후 한국에 대한 미국 정부와 정치권의 내정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 이에 우리 한국 국민들이 미국 정부에 내정간섭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변화가 없다.
이에 우리는 미국에 다음과 같이 공개 질의한다.
1. 미국은 왜 한덕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지했는가?
윤석열 탄핵안이 가결된 후,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 등 행정부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여러 차례 한덕수와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덕수와 최상목은 내란수괴 윤석열을 비호하며, 내란 대행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으며, 한덕수는 결국 탄핵당했다.
* 대한민국 국민은 미국에 묻는다.
1) 한덕수와 최상목을 지지한다는 것이 이 두 사람을 탄핵하지 말라는 의미인가?
2) 한덕수와 최상목은 내란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 이것도 미국이 지시한 것인가?
3) 미국은 한국의 민주적 질서를 파괴하는 내란이 지속되기를 원하는 것인가?
2. 미국은 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가?
미국 의회 조사국(CRS) 보고서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부패 혐의, 공직 선거법 위반, 북한에 대한 불법 자금 송금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이재명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한 것이다. 또한 이재명 대표가 ‘미국의 한·미·일 공조 체제를 반대했고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수치스럽다’고 했다고 기술했다.
* 대한민국 국민은 미국에 묻는다.
1) 미국 의회 조사국 보고서의 내용은 윤석열과 검찰, 국힘당이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던 논리와 같은 것이 아닌가?
2) 미국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격을 지시한 것인가?
3) 이러한 미국의 입장은 친중·친러·친북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인가?
3. 미국은 왜 친일 반북 정책을 강요하는가?
윤석열 정권은 동북아시아 평화를 훼손하는 한·미·일 동맹을 위해 굴욕적인 대일 정책을 추진했으며,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대립하며 한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켰다.
미국이 한덕수, 최상목을 지지하고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새로 들어설 대한민국 정부도 친일, 반북적이어야 한다는 자신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하원 인도·태평양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영 김 연방 하원의원이 ‘윤석열 탄핵을 주도한 이들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 협력을 훼손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대한민국 국민은 미국에 묻는다.
1) 친일 반북 정책이 대한민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2) 미국이 친일 반북 정책을 강요하는 것은 무너지는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 국민들을 희생시키려 하는 것이 아닌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최근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뒤진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자 더불어민주당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지도부는 ‘가짜 뉴스’와 ‘보수층 과표집’에 따른 ‘일시적 착시현상’임을 강조하며 ‘탄핵심판과 내란범 재판이 본격화하면 바로잡힐 것’이라고 안심시키지만, 이런 흐름이 2주 넘게 지속되자 당내에선 지도부의 ‘무사안일’과 ‘전략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21일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나와 최근 여당 지지율 상승세를 두고 “정치 고관여층이라고 할 수 있는 우파 세력이 결집하면서 여론조사에 적극 참여했다. 보수 지지층이 과표집되는 부분이 있는 거지 민심 저변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당 지도부의 이런 인식은 당 차원에서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개선 특별위원회’(여론조사 특위)를 꾸린 데서도 드러난다. 정치적 의도를 갖고 편향되게 설계된 여론조사들의 확산력을 차단하면 여론 흐름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란 인식이 읽힌다. 이날 첫 회의를 연 여론조사 특위에선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표본 표집 정보를 더 엄격히 명시하게 하고, 조작·왜곡이 의심되는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적극적으로 이의 신청을 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최근의 예상 밖 여론 흐름을 ‘편향된 조사’나 ‘보수 과표집’ 탓으로 돌리는 지도부에 대해 “지엽적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수도권 다선 의원은 “편향이니, 과표집이니 하다가 결과가 갑자기 좋게 나오면 그때는 뭐라고 할 건가? 더 잘하라는 질책으로 받아들이고 실력 있고 신뢰할 만한 수권정당의 비전을 제시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당 지지율이 흔들리자 비이재명계도 참았던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지지율이 정체된 건 중도층이 느끼는 이 대표의 스타일과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불안 때문인데, 당이 이 문제를 직시하길 꺼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명계는 이런 문제제기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의원 텔레그램 방에선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고민정 의원이 “일시적 출렁임일 수 있지만, 이런 결과가 지속되는 것에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자 한 친이재명계 의원이 비꼬는 투로 맞받아치면서 신경전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친명계 안에서도 자성론이 나온다.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여당은 위기가 닥치니 본능적으로 뭉치는데, 우리는 이 대표 지지율은 30%대고 나머지는 다 한자릿수로 나오니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당 전략기구에서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상대로 실시해 17일 결과를 공개한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6.3%)에선 국민의힘이 39%, 민주당은 36%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했다(여심위 누리집 참조).
윤석열 어찌 법치와 애국 운운할 수 있나?
윤석열과 그 지지 세력은 법치와 애국을 거론할 자격이 없다
윤석열과 그 지지 세력은 법치와 애국을 거론할 자격이 없다
1. 윤석열이 어떻게 법치와 애국을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2. 물타기를 통해 논점을 흐리게 하면서 정쟁화시키는 방식은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하게 하는 상투적 수법이다
3. 내란 폭동의 가담자들과 공범들을 처벌하여 법질서를 확고히 수립함과 동시에 애국과 개혁의 이름을 정명(正名)에 걸맞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1. 윤석열이 어떻게 법치와 애국을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윤석열은 내란 범죄를 저질렀으면서도 말끝마다 법치를 운운합니다. 심지어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애국심에 호소하여 마치 자기 행동이 애국적 행위에 기반한 양 호도하는 이상야릇한 궤변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듣다 보면 도무지 기가 막혀 어안이 벙벙할 뿐입니다.
실상 한국 사회에서 법치가 무너지게 된 것은 윤석열이 내란 사태를 일으켰기 때문이고, 법질서를 통해 국정을 안정시키고자 해도 그 자신이 법원에서 발부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마저도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법질서의 확립을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윤석열의 선동으로 인해 정당한 법질서에 의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마저 난입 당하는 폭력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게다가 대통령이라고 한다면 누구보다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며 민의 생명과 재산, 권리를 지키기 위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윤석열은 그러기는커녕 한미일동맹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요구만 앞세워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격화시켰습니다.
그뿐 아니라 한국의 경제는 주변의 여러 나라와 교역 관계를 원만하게 맺어가는 것이 중요한데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대항하지 못하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를 단절시켜 나갔습니다. 더욱이 한국 경제가 어려우니 재벌과 대기업이 한국에 재투자하도록 독려해야 하건만, 미국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개했으니 한국 경제의 내수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더욱 어려워지면서 민생 또한 파탄 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울러 이태원 참사, 채 해병 사건, 노란봉투법, 김건희 특별법 등 한국 사회에서 잘못 벌어진 사태를 제대로 조사하고 바로 잡아가려는 민의 요구를 번번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가로막았습니다.
이렇듯 민의 요구를 한사코 거부하고 나라와 민족 단위에서의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였기에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물론 경제적 위기도 초래되어 민생이 파탄되었고, 급기야 나라의 주인인 민에게 총부리까지 겨눔으로써 법치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위기에 치닫게 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권이 매국파쇼의 모습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기에 이 모든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아닌 윤석열의 입에서 어떻게 법치와 애국을 운운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2. 물타기를 통해 논점을 흐리게 하면서 정쟁화시키는 방식은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하게 하는 상투적 수법이다
상식적인 이치에서 볼 때 윤석열이 법치와 애국을 거론하는 것은 모순된 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방식으로 나오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를 분명히 파악해야만 이런 잘못된 현상을 고쳐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이런 왜곡된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사회의 법질서를 확립해 정의를 세워가는 것을 한사코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이 쓰는 상투적 수법이 바로 물타기를 하면서 논점을 흐리게 하여 정쟁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정의에 맞게 사회 질서를 세우자면 그 원칙이 명확히 확립되어야 합니다. 원칙이 확립되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정의로운 사회 질서가 수립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가로막으려는 세력은 정의로운 사회 질서의 원칙이 처음부터 확립되지 못하도록 훼방하고 나옵니다. 그런데 정의로운 사회 질서의 수립 자체를 방해하는 방식이 되면 자신들의 정체가 들통나기에 그 속내가 실현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나온 방식이 자신들도 정의 자체의 수립은 반대하지 않지만, 거기에는 여러 입장이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물타기 하여 논점을 흐리게 하면서 정쟁화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정쟁화되는 방식으로 되어 도저히 서로 합의할 수 없는 상반된 주장이 대립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결국 정의의 원칙은 세워지지 못하고 계속 혼란만 겪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백날 가도 정의로운 사회 질서는 세워지지 못할 것입니다.
윤석열이 법치와 애국을 들고나온 이치도 여기에 있습니다. 법치와 애국을 부정할 수 없으니 자신도 법치와 애국을 반대하지 않는 척합니다. 그러고는 자신과 같은 입장도 있다면서 물타기 하며 논점을 흐리면서 정쟁화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치라고 한다면 말 그대로 법질서에 따라야 하건만 그것을 부정하고 법 위에 군림하려는 자가 누구입니까? 바로 윤석열입니다. 그리고 애국이라고 한다면 나라와 민족 단위에서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민족이 분단되어 있다면 조국을 통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제사회에서 나라의 주인인 민의 생명과 재산, 권리를 지키자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 민족이 분단되어 있다면 외세의 침략과 분열 책동에 대응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고, 또 전민족적 차원에서 주권 행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기에 조국통일을 이루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윤석열은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고 한미일의 동맹관계의 형성이라는 미국의 요구만 충실히 따르면서 조국통일로 나아가기는커녕 한반도에 전쟁 위기만 가중시켰는데 어떻게 그것이 애국적 행위일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것은 상식에 통하는 이치이건만, 어떻게 미국과의 동맹관계만 추구하는 게 애국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동맹관계를 맺더라도 주권부터 찾고 맺으라는 것입니다. 미국과의 불평등한 조약과 협정 때문에 주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데, 동맹관계만 외친다면 이것은 결국 미국의 앞잡이인 매국노가 아니고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주권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고 미국이 영원한 우방이나 되는 것처럼 여기는 행위는 결코 애국적 행위가 될 수 없고 매국노 짓거리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주권을 먼저 찾고 난 다음에 동맹관계를 어떻게 맺을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미국과의 동맹관계만을 주창하며 한국 땅에서 성조기를 들고나와 흔드는 자들은 미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한국 땅을 떠나서 미국 땅에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한국 땅은 한국 민의 이익을 앞세우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지 미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매국노들이 사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치가 분명하건만 정의로운 법질서의 확립을 방해하는 자들은 법치와 애국이라는 말만 정쟁화하는 데에서 머물지 않습니다. 그들은 민에 반하는 반민적, 반민주적 매국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들이 그 무슨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이자 민생 문제에 관심이나 있는 듯 포장하면서 자신들과 반대되는 입장을 견지하는 상대방을 도리어 사회 질서의 파괴자이자 반국가세력, 종북좌파 세력, 사회폭력 세력이라고 매도합니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사회 질서의 파괴 세력이자 반국가세력이면서 도리어 적반하장격으로 상대방을 그런 세력인 것처럼 공격합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뒤죽박죽 시켜 놓음으로써 서로 정쟁화되는 방식으로 되다 보니 도대체 무엇이 애국인지, 매국인지는 물론이고 어느 누가 반국가세력이자 사회 질서의 파괴 세력인지 헛갈려 버리고 서로 합의를 볼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의 내란 범죄자들의 탄핵에 반대하며 그 무슨 정쟁인 양 물타기 하고 논점을 흐리면서 공권력의 집행을 무력화시켜 한사코 훼방을 놓았던 것도 서로 합의하여 정의로운 법질서의 확립 마련을 사실상 방해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의로운 법질서의 수립을 한사코 반대하는 세력이 겉으로는 법치와 애국의 기치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 척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물타기 하고 논점을 흐리면서 정쟁화하는 방식이 통용된다면 언제 가더라도 서로 합의할 수 없을 것이며, 그러면 사회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고, 결코 개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3. 내란 폭동의 가담자들과 공범들을 처벌하여 법질서를 확고히 수립함과 동시에 애국과 개혁을 정명(正名)의 이름에 걸맞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윤석열의 내란 범죄자들을 한시바삐 단죄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내란 범죄의 가담자들과 공범들이 내란 범죄 행위를 물타기 하고 논점을 흐리면서 그 무슨 정쟁인 양 호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이름에 걸맞게 사용하는 정명(正名)의 원칙을 확립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매국노가 애국의 신성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반개혁적 세력이 개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지금껏 한국 사회에서 애국의 기치가 확립되지 못하고 사회 대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은 애국과 개혁의 이름이 정명의 원칙에 걸맞게 사용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이완용이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고서도 우리 민족을 살리기 위한 애국심 때문에 그리했다는 식의 주장이 용인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만약 그리된다면 자신의 욕망을 위해 나라와 민족을 배반하는 모든 행위들이 용인되고 말 것입니다. 그러면 애국이라는 신성한 이름은 더 이상 이 땅에서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입니다.
그 때문에 매국적 주장이 애국적 주장으로 둔갑되어서는 안 되고, 반개혁적 입장이 개혁적 입장인 양 호도되어서는 안 되도록 이름에 걸맞게 사용되는 정명의 원칙을 확립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진정한 자유가 보장되자면 남의 자유를 억압할 자유를 허용해서는 안 되듯 애국적 입장이나 개혁적 입장은 매국적 입장과 반개혁적 입장과 양립되는 방식으로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애국과 개혁에 대한 정명의 원칙을 확립하자면 우선 이번 기회에 내란 범죄의 가담자들과 공범들을 단호히 응징하는 법질서의 확립을 확고히 세워가야 합니다.
나라의 주인인 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행위는 그 어떤 말로 호도하더라도 대역죄이자 국가반역죄입니다. 그런데 이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으며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그 무슨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이가 있다면 이들이야말로 법질서의 파괴자이자 국정 문란 세력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정의는 부정의를 용인하지 않는 데에서 세워지는 것이지 용인하게 되면 정의는 무너지게 됩니다. 그래서 정의의 원칙을 세우자면 이번 기회에 내란 범죄의 가담자들과 공범들을 단호하게 응징함으로써 법질서의 확립을 공고하게 세워내야 합니다.
내란 범죄의 가담자들과 공범들을 확고하게 처벌하면서 정의로운 사회 질서를 확립하자면 또한 사회 대개혁을 추진해가야 합니다. 그런데 사회 대개혁을 추진하는 입장에는 여러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하게 따져보아야 할 점은 사회 대개혁을 정말로 원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갈라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회 대개혁을 바라는 입장이 아니라면 사회 대개혁을 훼방만 놓을 뿐이기에 사실상 사회 대개혁을 이룩할 수 없게 하는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혁적 입장인가, 아니면 반개혁적 입장인가를 갈라볼 수 있는 기준점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기준점이 마련되지 않으면 앞에서 말했듯이 물타기 하고 논점을 흐리게 하면서 정쟁화하기에 서로 원칙을 합의하지 못할 것이며, 그러면 결국 사회 대개혁을 이룩할 수 없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회 대개혁은 광범위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제기함으로써 그것들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개혁적 입장인가, 아니면 반개혁적 입장인가의 기준점이 도출됩니다. 즉 광범위한 사람들의 이해와 요구가 자유롭게 제기되고 반영되어야 하니만큼 다른 사람의 권리를 억압할 자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반개혁적 입장이기에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국 사회를 개혁하자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권을 행사할 수 없는 조건에서 사회 대개혁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남의 자유를 억압하는 주장과 함께 미국과의 불평등한 조약과 협정을 바로 잡아 주권을 찾으려고 하는 애국의 기치가 아닌 매국적 입장은 반개혁적 주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회 대개혁을 추진하여 정의로운 사회 질서를 확립하려고 하는 세력은 바로 두 지점만큼은 확고히 견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물타기 하여 논점을 흐리면서 정쟁화시켜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게 하는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여러 기준도 있겠지만 최소한 이 두 지점만큼을 견지한다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면서 누구나 다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제기하고 주장할 수 있다는 합의의 지점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합의의 지점이 마련된다면 여러 우여곡절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기초로 일치와 입체, 통일의 방법론을 통해 풀어나간다면 궁극적으로 개인과 집단, 나라와 민족 단위의 모든 부분에서 주인의 권리를 누리고 사는 세상으로 한국 사회를 개혁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故조성우 선생 민주통일사회장’ 추도식이 21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서 열렸다. 박석운 상임장례위원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선배님께서 각종 거악에 대해 포효하시던 그 늠름한 기상과 호방한 웃음, 그리고 따뜻한 목소리가 벌써 그리워지기 시작합니다.”
‘故조성우 선생 민주통일사회장’ 추도식이 21일 오후 7시 고인이 안치되어있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서 열렸다. 이날 추도식에는 빈소는 물론 복도까지 300여명의 추도객들로 꽉 차, 평소 고인이 입버릇처럼 밝힌 ‘사람은 남길 수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이날 추도식에는 빈소는 물론 복도까지 300여명의 추도객들로 꽉 찼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박 공동대표는 “선배님께서는 폐암 4기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내색하지 않으시고 지난 연말경까지도 빛의 광장에 직접 참여하시는 투혼을 발휘했었다”면서 “그러시던 선배님께서 윤석열 퇴진이라는 투쟁의 결실을 미처 보시지 못하고 그만 우리 곁을 떠나시게 된 것이 너무나 억울하다”고 분을 삭혔다.
이날 추도식에는 고인의 활동 역사와 영역을 보여주듯 노동자, 민중, 시민, 정치, 학생운동, 동문회, 통일, 진보 영역 등 각 분야의 인사들이 나서 추도사 행렬을 이어갔다. 추도사에서는 고인에 대해 이처럼 ‘거악에 포효하던 늠름한 기상’을 비롯해 ‘천하의 조성우’, ‘시대정신을 맘껏 살다간 사람’, ‘우리 시대의 호걸’ 그리고 ‘백두산 호랑이로 태어났어야 할 사람’ 등 말의 상찬이 이어졌다.
상임장례위원장인 진영종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상임장례위원장인 진영종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제가 사회운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소문으로 그 이름을 많이 들었다”면서 고인에 대해 “참 좋은 형이다, 그런데 좀 무섭다.”, “그 형 따라서 함께 운동을 하면 고생은 엄청하고 되는 일은 없다. 그래도 고집스럽게 끝까지 하니까, 조심해라.”, “잘못하면 한 대 주어 터진다.” 등의 세평을 전했다.
진 공동대표는 “윤석열이 구속되었고, 파면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는데, 형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윤석열이 파면되는 모습을 어디서 지켜본단 말입니까? 사회대개혁이라는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형은 어디 계십니까?”하고 숨가쁘게 재촉하고는 “이렇게 웃는 모습으로 ‘니들이 알아서 해라’ 이래도 되는 겁니까?” 하며 원망을 가장한 진한 아쉬움을 전했다.
추도사를 하고 있는 국회부의장인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국회부의장인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인에 대해 “언제나 호탕하게 웃던 ‘천하의 조성우’”라고 부르고는 “지금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중대한 시기에 있다. 선생이 평생 추구한 민주, 통일, 평화의 가치는 우리 가슴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면서 “선생이 추구했던 민주와 통일, 평화는 이상이 아니라 실현될 것”이라고 기렸다.
이해학 겨레살림공동체 이사장은 고인에 대해 ‘시대정신을 맘껏 살다간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 이사장은 고인이 2003년 평양 개천절 행사에서 던진 폭탄선언 “나는 단군이다. 너도 단군이다. 우리는 모두 단군이다”를 상기시키고는 이 일로 고인을 북쪽에서도 껄끄러운 존재로 좋아하지 않았고, 남쪽에서는 “아예 무시하고, 겁내고, 구속하고, 추방하고, 또 구속하고 패대기쳐도 되는 줄 아는 구박데기였다”고 알렸다.
이 이사장은 “그래서 조성우는 남과 북에서도 대접받지 못하는 ‘되는 일이 없는 일만 하다가 갔다’라고 스스로도 이야기한다”면서 “그러나 나는 감히 증언한다. 누가 뭐래도 조성우야말로 시대정신을 당당하게 살고 간 멋진 놈이라고!”하며 반전을 일으켰다.
도천수 긴급조치7호동지회 회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도천수 긴급조치7호동지회 회장은 “형은 이 땅의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네 차례나 징역을 사는 고초를 겪으면서 평생을 투쟁해 오셨다”면서 “그런 형의 투쟁이 밑거름이 되어, 이제 K민주주의는 자랑스러운 MZ세대의 폭발적인 참여로 기어이 내란수괴 윤석열을 감옥에 처넣었다”고 고인의 공을 기렸다.
김남수 고려대민주동우회 회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김남수 고려대민주동우회 회장은 고인의 전국비상시국회의에서의 왕성한 활동을 상기하고는 “이제 쉬셔야 할 나이에 젊은 우리 못지않은 활동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고 감탄을 표했다.
고인이 타계하기 직전까지 이사장으로 있던 ‘겨레하나’가 개칭한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의 이연희 공동대표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고인이 타계하기 직전까지 이사장으로 있던 ‘겨레하나’가 개칭한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의 이연희 공동대표는 “조성우 선생님께서 2015년 겨레하나 이사장을 맡게 되신 후 지금까지 10여년. 선생님은 항상 우리 후배들의 기둥이고 어른이셨다”고 회고했다.
특히 이 공동대표는 “선생님은 지난해 북의 대남노선 전환에 대해 유독 마음 아파하셨다. 평화통일을 위해 바친 당신의 삶 전체를 흔드는 것일 수 있었겠다, 짐작한다”면서 “그러나 선생님 사전에 중단과 좌절은 없었다”고 고인의 의지를 기렸다.
이 공동대표는 “겨레하나가 조직혁신을 준비할 때 ‘겨레하나’라는 이름에 담긴 숭고한 뜻, 20년 역사에 담긴 헌신을 계승해야 한다며 안타까워하셨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데 힘을 실어 주셨다”면서 “그렇게 함께 준비한 총회 당일,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다”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기나긴 추도사가 끝난 뒤 유족인사와 호상인사가 이어졌다.
유족인사를 하고 있는 고인의 큰딸 정연 씨.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고인의 큰딸 정연 씨는 유족인사에서 “아빠는 누군가에게는 투사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리더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욕쟁이 꼰대일 수도, 이상주의자로 기억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빠는 내게 허당 아빠였다”고 정리했다. 허당(虛堂)은 고인의 호로 ‘어설프고 엉뚱하지만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어 정연 씨는 “아빠가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은 남길 수 있다’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오늘 정말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다. 너무 고맙다”면서 울먹였다.
호상인사를 하고 있는문국주 전국비상시국회의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호상인사로 나선 문국주 전국비상시국회의 운영위원장은 “워낙 건강하고 의지가 강했던 분이다. 최근엔 술도 안 마셨다. 그런데 이렇게 급하게 가셨냐는 질문들이 많다”고는 “작년 말에 ‘잠이 잘 안 온다. 몸이 쉽게 피곤해진다’고 말해왔다. 여기에다 탄핵집회에 나가 찬바람을 맞아 더 상했다. 병원에 가니 폐암으로 나왔다. 그 이후 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악화됐다”고 저간의 사정을 알렸다.
문 운영위원장은 “오늘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장례위원회에 속한 단체와 개인들이 실무를 해줘서 일련의 절차를 큰 어려움 없이 잘 치르고 있다”며 감사를 표하고는 “고인이 황망하게 빨리 떠나 너무 슬프다”며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을 삭혔다.
이날 최은아 자주통일평화연대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추도식은 행사 사이사이에 추모영상, 약력소개와 추도시 낭독, 추모공연이 진행됐다.
‘우리 시대의 호걸’이라는 제목의 추도시를 낭독하고 있는 서해성 시인.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서해성 시인은 ‘우리 시대의 호걸’이라는 제목의 추도시에서 “김대중내란음모조작사건 때 고문하는 신군부 수사관에게 왜 이런 말을 했소. / ‘니들 90년대 통일 대통령 될 사람을 이렇게 패다가 나중에 어쩌려고 이러냐.’ / 그런데 어쩌다 면서기 한 번 못 해보았소.”라고 따졌다.
시인은 계속해서 “어째서 어째서 가막소를 그리도 자주 갔소. 베를린 남북 해외실무회담 남측 대표로 / 범민족대회로 / 바르샤바 남북회담으로 / 또 무얼로 쫓겨다녔소. 짧은 한 생을 줄기차게 가막소와 수배와 항쟁으로 산 이유가 대체 뭐요.”라고 재차 따졌다.
이어 시인은 “내 삶이 노선이다! / 내 삶이 가장 뜨거운 노선이다! / 외치던 혁명가 조성우, 어째서 이렇게 함부로 길을 떠나는 거요.”라고 끝까지 따졌다.
추모공연을 하고 있는 가수겸 작곡가인 이지상 씨.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추모공연을 하고 있는 가수겸 작곡가인 손병휘 씨.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추모공연에는 가수겸 작곡가인 이지상 씨와 손병휘 씨가 나섰다. 이지상 가수는 “백두산 호랑이로 태어났어야 했다”며 고인의 기상을 기리면서 ‘흐린 눈빛으로는’과 ‘기차는 그 새벽을 떠났다’ 두 곡을, 손병휘 가수도 ‘그날이 오면’과 ‘언젠가 우리는’ 두 곡을 각각 열창해 추모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영결식은 22일(수) 오전 10시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진행되며, 영결식 후 오후 1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내란 우두머리는 결국 구속됐다. 그러나 윤석열이 열어젖힌 내란의 문은 좀처럼 닫히지 않는다. 우두머리의 구속이 확정된 그날 밤, 파시스트 폭도들이 법원을 습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것은 혹시 기나긴 밤의 시작은 아닐까?
이런 어둠의 기운을 떨쳐내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새날의 여명을 맞이하려면 과연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친위쿠데타가 벌어진 직후에 그 방법 중 하나로 '개헌'이 입에 오르내렸다. 나도 일단, 시점을 정해놓지 않고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논의가 진지하게 시작되기 전에 오염부터 되고 말았다. 내란 진압을 방해하며 파시스트들을 비호하는 '내란동조정당' 국민의힘 인사들이 '개헌'을 꺼내들었고, 극우 언론에도 비슷한 주장이 실린다. 처음에는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눈길을 돌리려고 '개헌' 운운하더니 요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선될 가능성이 큰 조기 대선을 어떻게든 피해보자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헛갈릴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에서 '개헌'은 그저 불순한 정치 공작의 산물은 아닌가? 그렇다면 이를 과연 탄핵 이후의 과제로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겠는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후문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내로 진입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3시께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극도로 흥분해 법원 후문에서 경찰 저지를 뚫었다. ⓒ연합뉴스
개헌 필요성이 커졌지만, 어려움도 커졌다 - '단기' 개헌론의 맹점과 한계
12. 3 친위쿠데타를 겪으며 개헌의 필요성이 커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지난 50여 일 동안 우리가 목격한 황당한 일들만으로 충분하다. 가령 윤석열이 선포한 비상계엄(제77조)부터가 그렇다. 이제는 '계엄'이라는 제도 자체가 미래에도 꼭 필요한지 따져봐야 하고, 비록 존치하더라도 12. 3을 경험한 바에는 선포 '이후'가 아니라 '이전'에 국회의 동의(그것도 과반수 찬성이 아니라 최소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를 얻도록 바꿔야 한다.
여러 논자가 지적했지만, 대통령 궐위나 유고 시에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하게 한 조항(제71조)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대통령이 정말 중요한 직책이라면, 대통령과 같은 선출직이 아니라 임명직인 국무총리나 부총리, 장관들이 권한대행을 맡아서는 안 된다. 현 헌법 구조에서는,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선거로 당선됐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가운데에서 다시 한 번 선출과정을 거친 국회의장이 권한대행을 맡는 게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다. 역시 개정이 필요하다.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도 그렇다.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인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지 못해 내란 진압이 한참 지체됐다. 아직도 최상목 권한대행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1인에게 임명장을 주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을 던져야 한다.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이 왜 굳이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더 거쳐야 하는가? 국회가 선출했으면 그것만으로 이미 헌법재판관이다. 다른 나라 헌법들은 실제로 그렇게 돼 있다. 국회가 '선출'하면 그만이지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 따위는 덧붙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헌법이 대통령의 위상과 권한을 쓸데없이 높고 넓게 잡은 탓이다. 권력분립 원리에 맞게 뜯어 고쳐야 할 대목이다.
이런 것들이 우리 눈에 훤히 드러난 현 헌법의 문제점들이라면, 전 국민적 토론을 통해 새로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보다 근본적인 쟁점들도 있다. 우선, 한국식 대통령제를 과연 계속 유지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12. 3을 통해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은 그 위험성이 충격적으로 드러난 반면 국회, 법원 같은 다른 헌법기관들은 그 중요성이 새삼 재발견됐다. 대통령이 이런 다른 헌법기관들보다 우위에 있고 그래서 다른 모든 기관을 통할한다는, 그래서 감히 국가 전체와 한 몸이라는 '환상'(이게 윤석열의 경우는 '망상'으로까지 발전했다)을 조장하는 한국식 대통령제는 21세기 현실과 맞지 않는다. 현행 대통령제는 어떻게든 개혁되어야만 한다.
또한 이런 대통령제가 승자독식 선거제도와 결합함으로써 굳어진 양당 독점 구조도 이제는 타파해야 한다. 이 구조에서 제도정치의 한 쪽 절반을 장악해온 정당(국민의힘)은 21세기 들어 배출한 대통령 세 명 모두 법의 심판을 받거나 받고 있다. 나머지 절반을 차지해온 정당(더불어민주당)이 배출한 대통령들은 모두 선거 중에 약속한 '개혁'에 실패하거나 이를 제대로 추진하지 않은 탓에 거대한 퇴행에 길을 내주고 말았다. 그럼에도 양쪽 모두 자기 한계를 넘어 좀비처럼 명줄을 이어간다. 이것이 제6공화국 정치가 도달한 막다른 골목이다. 선거법의 일부 개정 수준을 넘어서는, 이를테면 개헌 같은 충격을 통해 이 낡은 구조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내야 한다.
이렇게 개헌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러나 개헌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양대 정당이 정치를 독점하는 지금 한국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아니, 12. 3 이후에 어려움이 더 가중된 측면마저 있다.
▲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계엄군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프레시안(박정연)
우선 시민 사이에서 여전히 개헌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다. 그간 정치인들이 간헐적으로 '개헌' 이야기를 꺼내기는 했지만, 대중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적은 거의 없다. 더구나 개헌의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일 수밖에 없는 대안적 정부 형태, 즉 의회제(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에 관해서는 논의가 축적돼 있지 못하다. 과거의 부정적 경험들(제2공화국, 전두환 정부-민주정의당의 내각제 개헌 시도, 김종필의 내각제 개헌론 등)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만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양대 정당 역시 개헌에 그다지 적극적이거나 진지하지 않다. 현실은 냉혹하다. 양당의 정치 독점을 바꿔보자고 개헌이 제기되지만, 그렇게 정치를 독점하는 두 정당이 개헌을 현실적 선택지로 고려하지 않는 한 개헌은 결코 성사될 수 없다. 물론 국민의힘이 12. 3 이후에 '개헌'을 떠들고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개헌'을 공약하곤 했다. 그러나 둘 다 꼼수나 수사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조기 대선 이전에 이런 상황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점에서 단기적 성과를 염두에 둔 개헌 구상이나 기대, 논의는 현실성이 없다. 그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개헌은 그 성과만이 아니라 과정이 참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가장 뼈아픈 반면교사는 다름 아닌 현행 헌법이다. 제6공화국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 뒤에 당시 국회 내 주요 정당들이 주도하여 입안됐다. 그 주요 정당들 중 최대 세력은 6월의 거리에서 시민들이 맞서 싸운 대상인 군부독재 여당이자 광주학살 원흉, 민주정의당이었다. 타도돼야 할 반민주 세력이 새로운 민주공화국 질서에까지 긴 그늘을 드리운 것이다.
만약 지금 단기간에 헌법을 개정한다면, 이는 1987년 개헌의 판박이가 될 수밖에 없다. 비록 부분적 개헌이라 하더라도 현 국회가 몇 달(실은 몇 주)만에 개헌안을 마련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럼 실질적인 입안 주체는 양대 정당이 된다. '내란동조정당'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국민의힘이 절반의 저자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에서 개헌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라면, 개헌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나부터 앞장서서 반대할 것이다.
그러니 현 국면에서 일단 필요한 정치적 과제는 탄핵 인용 이후 현행 헌법에 따라 조기 대선을 안정적으로 치르는 것이다. 이 정도의 '단기'만을 염두에 두고 개헌을 제기한다면, 이는 현실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장기' 개헌론 또는 '개헌의 정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한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단기'를 전제로 한 이야기다. 조기 대선을 넘어 차기 정부까지 염두에 둔 '장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정도 시간 지평을 바라보는 '개헌의 정치'는 충분히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내란 이후에 열어갈 새로운 민주공화국 질서에 반드시 필요하기까지 하다.
차기 정부가 들어선 뒤에 개헌이 추진된다면, 무엇보다 현 국회의 한계를 넘어서는 개헌 논의 과정을 실험할 가능성이 현재보다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다음에는, 급박한 정치 일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간표에 따라 개헌 논의를 전개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최근 아이슬란드나 아일랜드, 칠레의 전례처럼 국회가 개헌 과정 전체를 책임지되 별도의 숙의 기구(가칭 '헌법개정 시민회의')를 소집해 개헌안의 구체적 내용을 마련하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도 열린다. 국회를 넘어 시민사회로, 시민들에게로 개헌 논의 과정을 개방하는 실험을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21세기형 실험을 통해 헌법과 같은 '단단한' 근본적 제도들에 대한 개혁이 일상적으로 논의되는 '개헌의 정치'가 시작될 수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열리려면 조건이 있다. 조기 대선에서 전면 개헌을 주창하는 흐름들이 정치적 선택지로서 가시화되어야 한다. 양대 정당 후보가 먼저 그렇게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승리 가능성이 큰 후보일수록 그럴 것이다. 오직 좌든 우든 개헌을 주장하는 정치 세력들이 경쟁에 뛰어들어 양당 후보를 압박할 경우에만 두 정당도 집권 후 개헌 논의에 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내란을 진압하기 위해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희망과 열의를 지속시켜 사회대전환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흐름에서 이런 정치적 압력이 출현하는 것이다.
사실 사회대전환을 바라는 사회운동들에게 중요한 것은 좁은 의미의 개헌이라기보다는 '제7공화국' 건설이다. 서로 엇물려 있는 제6공화국의 정치 체제와 사회경제 체제를 함께 극복하는 새로운 민주공화국, 생태사회국가로서 제7공화국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7공화국은 개헌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 헌법이 아니면서도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준헌법적 법률들(선거법, 정당법, 노동법, 각종 기본법 등등)이 하나하나 바뀌어야 하고, 돈의 흐름을 실제로 움직이는 일상적인 개혁 또한 필요하다. 내란 진압 이후 이 모든 노력이 열정적으로 펼쳐져야 한다.
하지만 개헌이 제7공화국 건설의 '전부'는 아니어도 '필수적 부분'인 것만은 틀림없다. 개헌만으로 제7공화국이 열리지는 않지만, 제7공화국을 열려면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 굳이 의회제나 이원집정부제 개헌까지 안 가도 좋다. 이 정도 개정은 몇 년 안에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초집중적인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고 결선투표제 같은 당연한 제도를 뒤늦게나마 갖추기 위해서도 현 헌법은 개정해가야 한다. '개헌의 정치'가 일단 시작되어야 한다.
더구나 이렇게 '개헌의 정치'가 열린다면, 제7공화국 건설 운동도 전에 없던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제6공화국을 살아가는 보통 시민들은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숱한 제도들이 헌법만큼이나 바뀌기 힘들다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이면서 제6공화국 질서를 어쩔 수 없이 이어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헌법을 바꾸는 논의의 시작은 이런 일상적 체념을 뒤흔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어떤 '단단한' 제도든 변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열릴 수 있다.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개혁의 정치'는 '개헌의 정치' 정도는 동반돼야 시동을 걸 수 있는 것인지 모른다.
한데 12. 3뿐만 아니라 1. 19 파시스트 폭동까지 겪은 지금은, '개헌의 정치'가 필요한 이유를 한 가지 더 덧붙여야 하겠다. 오늘날 극우 반민주 세력은 스스로 노골적인 폭력을 자행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폭력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음으로써 자신들의 행위와 집권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한다. 이들에 맞서려면 과거의 변혁 세력처럼 대항폭력이나 비폭력에만 머물 수 없다. 저들이 의도적으로 고양하는 사회 전체의 폭력적 분위기를 사려 깊게 진정시켜가는 '시민다움/시민윤리(civility)'의 정치 또는 '반폭력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여러 현대 정치철학자의 진단이다(E. 발리바르 등).
'반폭력의 정치'는 다양한 전략과 경로를 통해 추진되어야 하겠지만, 시민 참여형 숙의 과정을 중심에 둔 '개헌의 정치'는 분명히 이런 전략과 경로 중 중요한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개헌의 정치'를 통해 '정치의 중심이 무엇이고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하는 정치'(N. 프레이저가 말한 '또 다른 정치', 혹은 '메타정치'라 불릴 수 있을)가 작동하기 시작할 때에 각 진영 지도자에 대한 애정과 증오에 지배되는 정치, 관성적 프레임에 갇힌 채 쳇바퀴 도는 정치의 위력이 그래도 전보다는 덜해질 수 있다. '개헌의 정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여러 필수 처방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그래서 강조하는 것이다. 긴 호흡으로 우리의 민주공화국을 치유하는 과정으로서 개헌을 바라보자고, 개헌 자체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더 긴요한 것은 '개헌의 정치'라고 말이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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