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 게임 . ‘ 미국에 방위비 분담금 5 배 정도 올려주기 VS 주한미군 대폭 감축 수용하기 .’ 이 게임은 더 이상 재미의 영역도 상상의 영역도 아니다 . 2 기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한국이 피하기 힘든 딜레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 물론 선택지가 이 두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 대미 협상력을 발휘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폭을 최대한 낮출 수도 있고 , 방위비 대폭 인상의 반대급부로 미국으로부터 자체 핵무장을 용인받거나 주한미군의 대안으로 자체 핵무장을 선호할 수도 있다 .
한국의 딜레마가 심해지고 있는 까닭은 한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는 데에도 있다 . 중국의 부상과 미중 전략 경쟁의 격화 , 그리고 북러 동맹의 재결성은 그 핵심에 해당된다 . 이 와중에 조선의 김정은 정권은 ‘ 불가역적 핵보유국 ’ 추구와 ‘ 적대적 두 국가론 ’ 을 들고 나와 남북관계에 관한 기존 문법을 완전히 뒤집어 놓고 있다 . 이러한 상황 전개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 한미동맹 강화 및 한미일 군사협력 추구의 핵심적인 동인으로 작용했었다 . 그런데 트럼프는 ‘ 한미동맹 브레이커 ’ 로 불릴 법한 인물이다 .
주한미군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의 선택지는 길게 펼쳐져 있다 . 대선 유세 때 한국을 “ 머니 머신 ” 이라고 부르면서 “ 내가 백악관에 있으면 그들은 ( 주한미군 주둔비로 ) 연간 100 억 달러를 지출할 것 ” 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 터무니없는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 . “ 언젠가는 미군을 데려오고 싶다 ” 고 말했던 것처럼 , 주한미군의 대폭 감축을 추진할 수도 있다 .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미동맹의 역할을 대북 억제에서 중국 봉쇄로 이동하자고 압박할 수도 있다 . ‘ 안보의 경제성 ’ 을 주창한 아이젠하워 행정부처럼 ,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대신에 핵무기를 한국에 전진 배치하려고 할 수도 있다 .
이에 반해 한국의 선택지는 매우 좁다 . 대규모의 주한미군의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 기본값 ’ 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 기본값을 바꾸지 않으면 , 미국의 부당하고 위험한 요구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 그래서 우리의 선택지를 넓히려면 기본값도 바꿀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 이와 관련해 싱가로프 외교부 상임장관을 지낸 빌라하리 카우시칸은 미국 외교전문지 ‘ 포린어페어즈 ’ 1·2 월호 기고문을 통해 “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은 지나간 시대의 상상 속의 공통 가치들을 갈망하기보다는 , 2 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미국의 자연스러운 위치로의 회귀로 간주하는 것이 좋을 것 ” 이라고 충고한다 . 소련이라는 실존적 위협이 사라진 지 사반세기가 지났는데도 냉전 시대와 같은 미국의 개입주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
일단 트럼프는 주한미군 감축을 압박 카드로 삼아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 받는 것을 1 차적인 목표로 삼는 것 같다 . 10 배 정도로 불러놓고 5 배 안팎의 인상을 목표로 할 수도 있다 . 하지만 이는 가당치 않다 . 미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비의 상당 부분은 인건비이다 . 약 70% 에 달하는 이 비용은 미군이 어디에 있던 들어가는 돈이라는 뜻이다 . 또 한국이 주는 방위비 분담금도 남아돌아 불용액이 쌓여 있다 .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 그런데도 트럼프는 막무가내이다 . 주한미군을 용병 취급한다는 비판이 나와도 “ 한국이 돈을 많이 내야 한다 ” 는 말만 되풀이한다 .
미국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르면 , 미군 인건비는 미국 의회가 승인한 국방 예산에서만 지출할 수 있고 , 외국 정부나 단체로부터 미군 인력에 대한 직접적인 보수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 또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SMA) 의 적용 범위는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 군사건설비 , 군수 지원비로 한정되어 있다 . 이는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 한국이 분담금을 대폭 올려주면 어디에 쓰는 것이냐 ’ 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
하나는 인건비를 제외한 ‘ 비인적비용 (Non-Personal Cost)’ 을 한국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 2020 년 기준으로 이 비용은 약 24.3 억 달러였고 한국이 39% 를 부담했다 . 또 하나는 한미연합훈련비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는 것이다 . 연합훈련비와 관련해 지금까지는 한국은 한국군과 관련된 비용을 , 미국은 미군 관련 비용을 부담해왔다 . 전략 자산 전개 비용은 미국이 대부분 부담해왔다 .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SMA 개정을 통해 관련 항목을 신설해 한국에 비용 전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 특히 미국 선박업의 퇴조로 해군 함정의 유지 · 보수가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 미국의 전략자산에 해당하는 항공모함 등 대형 함정 및 잠수함의 유지 · 보수를 한국에 떠넘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
비인적비용 , 연합훈련비 , 미국 전략자산 전개 및 유지 · 보수 비용을 합쳐 대략 50 억 달러라고 가정해보자 . 또 한국이 이들 비용의 전체를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 현재보다 방위비 분담금은 5 배 가까이 늘어난다 . 대선 유세 때 10 배를 부른 트럼프의 요구에 비하면 선방하는 것일까 ?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주한미군을 붙잡아두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까 ? 만약 트럼프의 요구를 거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쉽게 답을 내놓을 수 없지만 ,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주한미군 존재 자체에 대한 공론화는 필요하다 . ‘ 창조적 파괴 ’ 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
딜레마는 줄이면서 한국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는 북미관계에 있다 . 트럼프는 한국을 상대로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 조선을 상대로는 5 년 넘게 단절된 북미대화 재개에 방점을 찍을 공산이 크다 . 하지만 이는 어울리는 짝이 아니다 .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은 한미 ( 일 ) 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한 한미동맹 강화와 궤를 같이 한다 . 그런데 이렇게 될 경우 조선이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 이에 따라 트럼프의 야심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보다 더 근본적인 방향을 향할 개연성도 있다 . 그것은 바로 조선과 적당한 타협을 이루고 주한미군의 감축을 추진하는 것이다 .
여기서 적당한 타협이란 비핵화는 사실상 내려놓고 북핵 동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제한을 비롯한 군비통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북미관계 개선과 남북관계 중재를 통한 한반도 긴장완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 이렇게 할 경우 트럼프로서는 ‘ 조선의 ICBM 위협으로부터 미국은 안전해졌다 ’ 고 주장할 수 있다 . 주한미군의 감축 , 한미연합훈련 및 미국 전략자산 전개 축소나 중단으로 ‘ 미국 예산을 대폭 아낄 수 있게 된다 ’ 고 주장할 수도 있다 . ‘ 조선 - 중국 - 러시아 - 이란의 반미 연대를 약화시키고 미국의 힘을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게 된다 ’ 고도 할 것이다 . ‘ 긴장완화를 통해 한반도 전쟁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 며 노벨상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 아울러 조선의 ICBM 제한으로 미국의 확장억제의 신뢰성이 높아졌다며 한국을 설득하려고도 할 것이다 .
트럼프가 이렇게 접근해올 경우 김정은이 호응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 그리고 국내에선 진보와 보수를 초월해 ‘ 최악의 시나리오 ’ 가 다가오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 그런데 이게 한국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인지는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 비핵화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 절대적인 목표 ’ 이고 주한미군은 한국 안보를 지키는 ‘ 절대적인 존재 ’ 라는 시각에 머문다면 , 그렇게 볼 수도 있다 . 하지만 한국이 도그마에 빠져있을수록 진짜 최악의 시나리오를 자초할 수도 , ‘ 패싱 ’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 진짜 최악의 시나리오는 방위비 분담금은 대폭 인상되고 북미대화의 결렬로 조선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전쟁 위기가 일상화되거나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
그렇다면 트럼프가 주한미군의 감축을 추진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려주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라는 점은 앞서 지적한 바 있다 . 1 기 트럼프 행정부 때엔 미국 의회가 방패막이 역할을 했었지만 , 2 기 때엔 어려워졌다 .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엔 주한미군을 2 만 8 천 500 명으로 유지한다고 하면서도 법적 강제력이 없어져 트럼프의 재량권이 커진 것이다 . 또 1 기 때엔 “ 어른들의 축 (Axis of Adults)” 이 주한미군 철수 논의를 막았지만 , 2 기엔 트럼프의 ’ 충성파 ‘ 로 채워지고 있다 . 그런데도 방법은 있을 수 있다 .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미동맹의 성격을 대중국용으로 보다 명확히 하는 것이다 . 미국의 초당적인 목표이자 2 기 트럼프 행정부가 더더욱 의지를 다지고 있는 대중 봉쇄와 견제에 한국이 적극 동참할 테니 주한미군을 감축하지 말아달라고 미국에 요구할 수 있다 . 한국이 이런 입장을 표명할수록 트럼프 행정부의 수용성도 높아질 것이다 .
하지만 이는 ‘ 가능한 최악 ’ 에 해당된다 . 기로에 선 한중관계는 파탄을 면치 못하고 , 북중 · 북중러의 결속을 야기할 것이며 , 한국이 동아시아 신냉전의 최전선으로 내몰릴 공산이 크다 . 무엇보다도 대만 해협 등에서 미중 무력충돌 시 한국이 원하는 않는 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 특히 한미 · 미일동맹과 북중 · 북러동맹을 고려할 때 , 자칫 ‘ 동맹의 체인 ’ 에 엮여 몽유병자처럼 전쟁으로 빠져들어간 1 차 세계대전과 유사한 상황이 한반도와 대만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에서 벌어질 수 있다 .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주한미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게 현명한 선택일까 ? 트럼프가 ‘ 미국 우선주의 ’ 를 앞세우면서 주한미군 감축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인 만큼 , 우리도 ‘ 한국 우선주의 ’ 의 시각에서 미국과 상호 만족할 만한 논의를 해볼 수는 없는 것일까 ? ‘ 주한미군이 줄어든 한미동맹 ’ 을 설계해볼 수는 없는 것일까 ?
나는 ‘ 주한미군 50% 감축과 확장억제 유지 ’ 가 한미동맹의 현실적이면서도 바람직한 미래라고 본다 . 세계 5 위 수준에 도달한 한국의 군사력과 미국의 중장거리 투사 능력을 고려할 때 , 이렇게 해도 한미동맹 본연의 임무는 수행할 수 있다 .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해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미국은 한국 방어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주한미군을 줄이면 한미 모두 관련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 수원 등 군공항을 주한미공군 기지로 이전해 관련 지역의 숙원을 해결할 수도 있다 . 조선과의 군비통제 및 군축 협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극심한 군비경쟁과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 ‘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합의 ’ 란 이런 것이 아닐까 ?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l.com
2019년 6월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DMZ 지역인 파주 캠프 보니파스 북쪽의 최북단 오울렛 초소를 찾아 북한쪽을 살펴보고 있다. 파주/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범시민총궐기대회가 열린 1월 11일 저녁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명동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대 법대 출신 엘리트 경제 관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3년 후배입니다.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뒤 기획재정부와 청와대를 오가며 핵심 요직을 거쳤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 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았지만 처벌은 피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었을 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상목 대행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 간사로 발탁했습니다. 그때부터 대통령실 경제수석,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승승장구가 예정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최상목 대행이 1월10일 오후 느닷없이 기획재정부 대변인실을 통해 ‘체포영장 집행 관련 메시지’라는 제목의 공지를 내놓았습니다.
“탄핵심판 중인 현직 국가원수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호처가 극하게 대립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여, 국민들이 적지 않은 불안과 고통을 겪으신 것을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지 않도록 현명한 해법을 고심해 왔습니다만, 안타깝게도 현행 법률 체계 안에서는 쉽사리 두 기관 간 갈등의 출구를 뚫기 어렵습니다.
여야가 합의하여 위헌적인 요소가 없는 특검법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수처와 경호처가 극한 대립을 하는 작금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은 법원이 발부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최상목 대행은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경호처의 불법을 ‘현행 법률 체계’ ‘기관 간 갈등’이라며 옹호했습니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야당과 내란 특검법을 합의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의원총회를 열어도 내란 특검법 무조건 반대가 더 많을 것입니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여야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막거나 늦추려는 꼼수에 불과합니다. 전임자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마찬가지입니다. 여야 합의를 핑계로 윤석열 대통령과 극우 세력을 편드는 기회주의적 처신은 엘리트 경제 관료들의 주특기인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최상목 대행은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대통령 권한대행 이력을 추가하고 자신이 회의를 주재하는 장면으로 프로필 사진을 바꿨습니다. 그를 잘 아는 전직 공무원은 “최상목 대행의 정치적 야심을 가볍게 보지 말라”고 충고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 1분야 주요현안 해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다행히 공수처와 경찰은 최상목 대행의 궤변을 귓등으로 흘려듣고 윤석열 대통령 체포 준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윤석열 대통령 처벌 및 탄핵을 막거나 지연시키려는 극우 세력과 기득권 세력의 버티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덕수 대행과 최상목 대행의 기이한 언행도 그 연장선입니다.
언론에서는 조선일보가 그런 흐름을 대표하는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는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그리고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양쪽에 다 문제가 있다는 식의 양비론을 취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잘못을 희석하는 물타기입니다.
1월11일치 신문 1면 머리기사에 “현행법으론 파국 못 막아…특검으로 풀어달라”라는 최상목 대행의 주장을 그대로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사설 제목은 “경찰과 경호처 유혈 충돌 때 여야는 사태 감당할 수 있나”였습니다.
요즘 극우 세력과 기득권 세력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의견과 국민의힘 지지도가 상승세를 보이는 여론조사가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1월10일 발표한 1월 둘째주 정례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은 64%, 반대는 32%였습니다. 한 달 전인 12월 둘째주에 탄핵 찬성 75%, 반대 21%와 비교하면 찬성은 줄고 반대는 늘었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6%, 국민의힘 34%로 비상계엄 이전으로 되돌아갔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그런데 이런 조사 결과를 읽을 때는 조심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한국갤럽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에 따라 지역, 성별, 연령에 가중치를 적용합니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은 가중 처리하지 않습니다. 조사 때마다 보수, 중도, 진보 성향이 다르게 나옵니다.
12월 둘째주 조사에서 보수 245명, 중도 326명, 진보 330명이었습니다. 1월 둘째주 조사는 보수 331명, 중도 274명, 진보 293명이었습니다. 보수는 늘고 중도와 진보는 줄었습니다. 응답자들의 정치적 성향이 갑자기 뒤바뀔 리는 없으니 보수 성향 응답자들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응답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이런 흐름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요?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소속 의원은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등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고 가는 것에 대한 반감이 반영된 결과다. 이재명과 대결하는 구도에서 반대쪽이 결집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나오지도 못하는데 지지해봐야 뭐하겠나.”
민주당 전략통 의원은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쿠데타를 정쟁화하는 저들의 의도가 일정 부분 먹혔다. 내란 국면이 대선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은 지금도 ‘이재명 대통령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은 지나갔고 ‘그래서 누가 대통령 되냐’를 사람들이 보기 시작했다.”
여야의 진단과 분석이 일치합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입니다. 보수 세력 결집은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몇 가지 궁금증을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체포·구속될까요? 체포·구속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비상계엄을 실행한 군과 경찰 간부들이 내란 혐의로 줄줄이 구속 기소됐습니다. 그들보다 죄가 무겁고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는 내란 우두머리를 체포·구속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전 세계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 여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이 왜 집행되지 않는지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구속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를 법치국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까요? 유죄 판결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쿠데타를 내란죄로 처벌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의 12·12 군사 반란과 5·18 쿠데타를 김영삼 대통령 때 처벌했습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1953년 제정된 형법 91조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국헌문란으로 정의했습니다.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의 부산 정치파동 같은 사태가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집어넣은 조항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 정확히 여기에 해당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파면될까요?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결정으로 파면될 것입니다.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입니다. 헌법재판관들의 이념적 성향과 관계 없이 재판관 전원이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찬성할 것입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그랬습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1월 2일 신임 재판관 취임식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김복형·정정미·이미선 헌법재판관, 조한창 신임 헌법재판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정계선 신임 헌법재판관, 김형두·정형식 헌법재판관이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당선될까요? 그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점점 더 크게 만드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입니다. 정확히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이재명 포비아(공포증)’ 때문입니다. 포비아의 특징은 포비아를 억지로 떨쳐내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더 포비아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부정하면 할수록 프레임이 활성화된다고 설명합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반이재명’은 하나의 강고한 프레임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하면 말할수록 이재명 대통령을 점점 더 생각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 헌법재판소 파면, 조기대선 패배, 내란죄 확정판결’은 정해진 수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앞에 놓인 운명의 길입니다.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12·3 비상계엄의 죄과와 책임이 너무나 무겁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4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2024평화통일시민강좌는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변화하는 세계정세를 깊이있게 들여다 보고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과 군사력, 유엔사 부활의 문제점 및 5.18광주 항쟁과 미국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3월 30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매월 1회, 서울시청 시민청 혹은 복합문화공간 종로 nuguna에서 진행됩니다.
아래는 지난해 10월 26일 서울 종로구 스터디 카페 '누구나'에서 '전쟁기구 유엔사의 부활음모를 고발한다'를 주제로 이시우 사진가·평화활동가가 진행한 강연의 주요 내용입니다.
주일미군기지와 주한미군기지, 한국군을 연결하는 유엔사
한국군이 비무장지대를 관리하고 있지만, 비무장지대에 대한 법적 권한은 없다. 모든 법적 권한은 유엔사에 있다.
한국 기지인 대구 공군기지 입구에는 성조기와 유엔기가 같이 걸려 있다. 미군은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에서 대구기지로 아무런 확인절차 없이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미군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국경이 없는 셈이다.
부산에서 제일 가까운 주일미군기지 사세보에도 유엔 깃발이 걸려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 때 미군 함정이 가장 먼저 출발했던 곳이다. 오키나와 카데나 공군기지, 화이트 비치 미 해병대 기지에도 성조기와 함께 유엔기가 게양되어 있다. 유엔사는 한국에 있지만, 주일미군 기지에는 어김없이 유엔기가 있다. 유엔사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유엔 차원에서도 굉장한 골칫거리이며 한국보다도 일본에서 더 심각하다.
캠프 화이트 비치에는 미 핵잠수함이 기항한다. 하와이를 출발해 괌을 거쳐 이곳 캠프 화이트 비치를 거쳐 보통 진해로 들어온다. 최근에는 제주 강정을 거치기도 하는데 미 핵잠수함은 위 기지들을 기항지로 모두 활용하고 있다.
미 핵잠수함이 이동할 때 보통은 국경을 따라 구분하게 되지만 유엔사라는 이름을 쓰게 되는 순간 국경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미국이 볼 때 유엔사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주한미군의 임무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상 한국 방위에만 국한되어 있고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은 법적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유엔사 깃발 아래에서는 아무런 문제없이 한국과 일본을 오갈 수 있다.
오키나와에서 미군기지 반대투쟁으로 가장 유명한 '헤노코'라는 지역이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게, 가장 오랫동안 미군기지 반대 운동을 해 온 곳이다. 헤노코에는 미 해병대 사령부 캠프 슈와브가 들어올 예정이고 주민들은 이를 막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 반대싸움은 한일 공동의 문제로, 한국과 일본이 연대를 넘어 연합해서 싸워야 한다.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은 수식어가 아니다. 한미일은 유엔사라는 군사지휘기구로 통합되어 있다. 이미 일체화되어 있는 것이다. 아시아판 나토는 새로 만들 필요가 없으며 유엔사라는 이름으로 이미 굴러가고 있다. 현재 유엔사는 일본을 제외하고 18개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다.
동일한 표식, 동일한 부두 구조
판문점으로 가는 길목에 미군기지 캠프 보니파스가 있다. 여기 탄약고에 3가지 표식이 부착되어 있는데 맨 왼쪽에는 주황색 팔각형 안에 숫자 '1'이 표시되어 있다.
이 표식은 화재표식으로 대량폭발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화재 발생시 소화 작업을 단념하라는 뜻이다. 숫자는 1부터 4까지 표시하여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가운데에는 파란색 바탕에 노란색 전신 방호복 표시가 되어 있다. 화학위험도를 나타내는 표식으로 방호복의 색깔에 따라 3가지 종류로 나뉘어진다.
▲ 캠프 보니파스의 표식. ⓒ이시우
빨강색은 사린가스와 신경가스 등 가장 유독한 화학무기를 나타내는데,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에는 빨강색 표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미국은 1972년 하와이 존스톨 산초에서 전량 폐기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노란색은 사린가스보다는 치사성이 떨어지지만 여전히 생명에 치명적인 아담사이트 등이 포함된 화학무기를 나타내며 흰색은 백린탄 등의 무기를 나타낸다. 현재 주한미군기지와 한국군 기지 대부분의 탄약고에는 이 표식이 흰색으로 되어 있다. 한국은 1997년 화학무기 금지협약(CWC)을 비준하였으므로 이런 표식이 있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맨 오른쪽 표식은 양동이로 물을 붓지 말라는 표식으로 마그네슘이나 나트륨처럼 물을 만나면 폭발하는 성질이 있다는 뜻이다. 캠프 보니파스에 구체적으로 어떤 폭발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표식으로 어떤 종류의 무기들이 보관되어 있는지 추정해 볼 수 있다.
일본 이와쿠니의 주일미군 해병대 기지의 탄약 표식을 보면 노란색 방호복이 있다. 이와쿠니의 미해병대는 보통 한미연합훈련 할 때 전방으로 와서 연습하는 부대다. 연관이 있다는 뜻이다. 지금도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유엔사로 통합되면 아무런 장애 없이 왔다 갔다 하며 훨씬 더 편하게 연동되게 될 것이다.
핵잠수함이 기항하는 부두에는 몇 가지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 우선 큰 튜브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핵잠수함이 부두에 들어 올 때 쿠션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를 캐몰이라 한다. 또 핵잠수함이 한 나라의 영해 안으로 들어올 때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원자로를 끄고 전기를 동력으로 쓰므로 부두에는 축전지를 충전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핵잠수함이 기항하는 일본 오키나와의 캠프 화이트, 진해, 제주 강정기지에는 이런 동일한 구조물이 있다.
유엔사의 점령지, 대성동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민간인 마을인 대성동 마을에는 유엔기가 있다. 대성동은 유엔사가 관리권을 가진 지역으로 유엔사의 점령지다. 대성동의 '민사행정에 관한 유엔사 규정'을 보면, 민사행정을 '미국 정부가 아군 지역에 있는 정부에서 행정을 수립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즉, 한국 정부의 행정권을 무시하고 미국정부가 대성동 마을의 행정권을 수립하는 것이 민사행정이다. 또한 적국지역, 즉 38선 이북지역에 대해서는 행정권뿐만 아니라 입법권과 사법권까지 수립하는 것이 적국에서 시행하는 미국의 점령정책이다.
1943년 12월 22일 간행된 '미 육해군 야전교범 27-3(FM27-3)'은 민정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민정은)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것이며, 국가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며, 국제법 아래에서 점령군의 의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위의 세 가지 목적 가운데 첫 번째 고려해야 할 점은 성공적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군사작전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군사적 필요는 군정의 운영보다 기본적으로 우선하는 정책이다.'
민정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민간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군사작전의 일환으로 민간인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1907년 헤이그 국제법의 지상전에 관한 규칙에서 '점령'은 적국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과 독일은 항복했기 때문에 세계대전 종결 당시 적국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일본과 독일에 대해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군정을 실시했다.
이것은 국제법 위반이었고 미국도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 미국은 자신들만의 해석을 가지고 독일은 1955년까지, 일본은 1951년까지 점령을 실시했다. 미국은 이 관행을 가지고 아군지역인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점령정책을 실시했다.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유엔사는 대한민국의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민사행정을 실시하고 있으므로 한국의 헌법체계로 봤을 때 반국가단체다. 헌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하려고 했지만, 헌법재판소는 국내 단체에 대해서만 관할권이 적용되어 이를 포기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2조는 반국가단체의 범위를 '국내외 단체'로 정하고 있다. 유엔사는 헌법이 아닌, 국가보안법에 의해서만 '반국가단체'로 규정할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전투기구로서의 유엔사
전투기구로서의 유엔사는 1975년 유엔총회에서의 유엔사 해체 결의 이후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군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사라지게 되므로, 미국은 한미연합사를 창설해 전쟁기구로서의 기능은 한미연합사로 넘기고 유엔사에는 정전협정 관리 권한만 남기게 된다. 한미연합사는 현재 용산과 평택에 분산되어 있으며 미군이 사령관을, 한국군이 부사령관을 맡고 있다.
그러나 미 합참과 유엔사는 전쟁기구로서의 유엔사를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 1983년 미 합참이 유엔군 사령관에게 하달한 '"유엔군" 사령관을 위한 관련 약정'을 보면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유엔사"는 예속된 모든 부대에 대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가용할 경우 제3국군을 "유엔사" 구성군 사령부에 예속하고 필요시 적절한 미군부대에 배속시키며, 적대적 분위기가 다시 고조될 경우 "유엔사"와 연합사를 독립된 법적, 군사적 기관으로 유지하며 "유엔군"을 활용한다.
이 약정은 이후 조금씩 추가되어 왔으며 내용은 비공개이다. 하지만 큰 틀은 유지하고 있다. 위 약정을 보면 유엔사가 전쟁기구로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유지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미연합사가 작전권을 한국군에 이양한다 해도, 유엔사가 한국군을 지휘통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전작권 환수 노력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
2005년경, 노무현 정부에서 전작권 환수를 추진할 당시, 연합사를 해체하고 전작권을 돌려받을지, 유엔사를 해체하고 전작권을 돌려받을지 논쟁이 있었다. 결국 연합사 해체로 전작권을 돌려받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현재 유엔사가 전쟁기구로 부활 되면서 전작권 환수 노력은 헛수고가 되고 있다.
정전시 유엔사의 관할권 ① 영토
유엔사의 관할권은 정전시, 위기시, 전시 3개로 구분한다. 정전시는 현재의 상태다. 흔히들 전시와 평시로 구분하나, 한국은 정전상태이기 때문에 '평시' 는 틀린 개념이다. 평시는 평화조약이 체결되었을 때를 말하므로,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우리는 정전 상태에 있다.
정전시 관할권에서는 영토와 영해, 영공에 관한 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영토는 38선 이북, 군사분계선 이남이 문제가 된다. 38선은 1945년 해방 당시, 미소가 합의한 위도 38도 선을 말하며 군사분계선은 휴전선, 즉 1953년 정전 당시 쌍방군이 접촉하고 있는 선을 일일이 조사해 연결한 선이다.
1950년 10월 1일, 38선 이북으로 유엔군이 진격하게 되자 유엔은 10월 7일, 유엔이 만든 언커크(UNCURK,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단)를 통해 38선 이북지역을 통치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킨다.
언커크 구성에 한 달 정도 소요되었고 유엔군은 압록강까지 가 있는 상태였으므로 언커크가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북한지역 점령통치자가 필요했다. 이때 미국이 언커크의 한국 도착 전에는 유엔사가 점령통치 할 것을 결정해 버린다. 이를 통해 유엔사는 38선 이북지역, 현재의 북한지역에 대해 유엔사령관이 통치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엔사의 이러한 주장은 잘못된 주장이다. 언커크는 11월 21일에 한국에 도착하였고, 언커크가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만 유엔사가 점령권을 가지기로 하였으므로 21일 이후 유엔사의 점령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엔사는 여전히 38선 이북지역에 대한 통치권을 주장하고 있다.
군사분계선 이남, 38선 이북지역을 '수복지역'이라고 한다. 전쟁 전에는 북한 주민들이 살고 있던 지역이다. 전쟁 기간 이 지역 주민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문제가 생겼고 일단 모두 내려보냈다. 전쟁이 끝나고 나니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주민들이 생겨났고 대규모 민원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호적정리나 토지문제 등이 생기는 것이다. 유엔사는 이런 행정업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1954년 11월 한국정부에 행정권을 이양한다.
당시 한국정부로의 행정권 이양시 유엔사령관 헐(J.E. Hull)이 이승만에게 보낸 공문은 다음과 같다.
'"유엔사"는 지금 "유엔사"의 군사점령아래(under military occupation by the UNC) 있는 38선 북쪽지역을 한국의 행정권(administrative control)아래 이양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
유엔사는 수복지역을 점령하고 있으며, 이때 당시 행정권만 이양하고 입법, 사법권은 넘겨받지 못했다. 이 지역은 1957년까지 국회의원 선거도 시행되지 않았으며 국민이 대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인 사법권도 없었다. 당시 강원도지사가 최종 대법관 역할을 했는데 다른 지역의 도지사는 이승만이 지명했지만 강원도지사는 유엔사가 지명했다.
1954년 11월 17일의 행정권 이양은 군사분계선 이남 2km의 비무장지대는 빼고 비무장지대 남쪽부터 38선 이북지역에 해당했으며 비무장지대 안쪽의 대성동은 행정권을 이양받지 못했다. 대성동 주민들은 67년까지 대성동 마을에서 투표 하지 못했다. 그전까지 주민들은 군용트럭을 타고 문산까지 나와서 투표를 하고 다시 들어가야 했다. 투표율이 100%였다.
1967년부터 대성동 마을에 투표함이 설치되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입법권과 사법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유엔사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경찰이 바로 출동할 수 없다.
▲ 이시우 사진작가‧평화활동가. ⓒ평화통일시민행동
정전시 유엔사의 관할권 ② 영해
미군이든 유엔사든 NLL을 그은 적이 없다. 한국 정부만 NLL을 주장하고 있다. 영해에는 작전허가구역이라는 것을 통해 유엔사가 허가하지 않으면 작전을 못하게 되어 있다. 현재, 작전허가구역은 한국군한테 모두 넘어와 있는 상태로 영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전시 유엔사의 관할권 ③ 영공
유엔사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있다. 정전협정 17항에 따르면 비무장지대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사령관, 남측의 경우 유엔사령관한테 있다. 비무장 지대 아래쪽의 민통선은 한국군이 관리한다.
그러나 유엔사는 군인수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비무장지대 상공을 다 관리할 수 없으므로 1군단과 3군단에 위임하고 있다. 군사분계선 이남부터 민통선 상공까지 비행금지구역이 P518이다. 대북 전단 풍선은 민통선 아래, 즉 접경지역에서 날린다. 민통선은 검문을 통과해야 하므로 들어가지 못한다. 접경지역은 군인이 아닌, 정부가 관리한다. 접경지역은 경찰이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 몰래 전단을 날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북전단 풍선은 3개 지역을 통과해야 한다. 민통선에 있는 P518 비행금지지역,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을 통과해야 북한으로 진입할 수 있다. 따라서 경찰 직무법만 개정해서는 대북전단을 막을 수 없다. 군대가 민통선 상공을 날아가는 풍선은 조준해서 떨어뜨릴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민통선을 통과하여 비무장지대로 날아가면 유엔사가 떨어뜨려야 한다. 1군단, 3군단에 위임을 하였으나 최종책임은 유엔군사령관에게 있다.
현재 상임위에 올라와 있는 대북전단 금지법은 접경지역 하늘만 다루고 있고 민통선, 비무장지대 하늘은 다루고 있지 않다. 대북전단 살포를 경찰이 통제하게 하느냐, 통일부 장관이 통제하느냐만 다루고 있지 정작 군을 통제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 유엔사는 국내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유엔사를 통제하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유엔사가 최종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유엔사의 위기시 관할권
유엔사는 위기시 관할권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이 '위기'라는 시기를 따로 구분하고 있는지 우리는 몰랐었다. 전시와 정전 사이에 '위기시'가 있고 미군은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위기시'를 일관되게 적용해 왔다.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을 뿐이다.
정전 이후 한국에서 터졌던 군사위기 사건은 '위기시'에 해당한다.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 1.21 김신조 부대 침투건, 69년 EC-121 정찰기 격추사건, 1976년 판문점 미루나무 벌채사건은 모두 위기시 사건이다. 전시가 아니라 전시로 넘어갈 뻔한 '위기시' 사건이었다.
'전시'는 사령관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전쟁을 수행하면 되지만 '위기시'는 위기 상태가 전쟁으로 발전될지, 평화상태로 수습될지에 대해 군사적 시스템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시스템이 모두 작동한다. 위기조치 향방에 따라 미 국방부, 미 국무부를 거쳐 백악관까지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정치적 판단과 군사적 판단을 모두 검토하는 매우 복잡한 시기가 '위기시'이며 위기 관리권이 유엔사령관에게 있다. 만약 연평도에서 남북 충돌이 발생하면 일단 위기조치를 하고 그 다음에 발전된 위기조치, 더 발전하면 전시로 가게 된다. 여기에서 맨 처음의 위기 조치를 취하는 권한이 유엔군사령관에게 있다.
2002년 6월 18일 연평해전이 터졌을 때 김대중 대통령은 벌써 전쟁이 나서 남북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국군 통수권자라고 해도 이미 벌어진 전투를 당장 멈추라고 할 수는 없다. 한번 시작된 전쟁은 막기 어렵다. 그냥 굴러가는 것이다. 전쟁 시스템이 그렇다. 위기조치가 시작되면 대통령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반환받으려고 했던 것은 전시 관할권이 아닌 위기시 관할권이었다. 전시는 연합사 구조에 따라 한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사인하면 된다. 형식적으로는 공평한 구조다. 문제는 위기시다. 한국의 대통령이 모르는 상태에서 미국이 위기시를 규정하고 위기 조치를 취하게 되어 있었으므로 위기시 관할권을 한국군이 가져가는 것이 전작권 반환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전작권 반환 과정에서 위기관리권을 누가 가지느냐는 합의가 되지 않았다.
한국군은 위기절차가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미군만 쳐다보다가 미국이 결정하는 대로 움직였다. 그 후 위기시에는 백악관과 대통령실이 각각 회의를 연다. 미국이 공개한 외교문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위기조치에 들어갔을 때 백악관에 누가 참석하고 무슨 과정이 논의되는지, 어떤 법적 검토를 통해 위기조치를 통제하는지 알 수 있다.
과거 푸에블로호 사건이나 EC-121 격추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헨리 키신져가 국무장관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당시 일본 기지 사용 여부를 검토했었다. 현재는 백악관이 위기초지를 결정하면 유엔사, 한미연합사를 통해 미군들이 조치를 취하게 되고 이 과정에 한국이 개입하거나 논의할 수 있는 구조는 전혀 없다.
2022년 12월, 용산 상공으로 북한의 드론이 날아왔다가 돌아갔을 때, 남한이 즉시 평양으로 무인기를 보냈다고 공표한 적이 있다. 그 뒤로 유엔사가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북한이 평양 상공에 남한이 드론을 침투시켰다고 밝히자 유엔사가 또 조사에 들어갔다. 한국군이 전방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여 자기 판단 기준으로 조치를 했을 때, 유엔사가 조치를 못하게 막는 것이다.
전시작전권을 돌려 받으면 위기시 대처에 대해 한미 각각의 메뉴얼을 통합시켜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시작전권이 반환되면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는다. 2020년 용산 벙커에서 한미가 시뮬레이션으로 한국군이 미군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지 검증하는 훈련이 진행되고 있을 때,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이던 에이브럼스가 자신은 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이기도 하지만 유엔사령관이기도 하므로 한국 사령관한테 지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말기였던 이때부터 전작권을 두고 한미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미국은 유엔사 재활성화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유엔사의 전시관할권 ① 개전권
우리에게는 개전권이 없다. 1900년대 이전까지는 전쟁선포를 하고 전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1945년 유엔 창설 이후로는 전쟁을 선포하고 전쟁을 시작하면 그 나라는 전범국가가 된다. 유엔은 전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유엔헌장은 부전(不戰)조약 전통에 입각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유엔은 2조 7항에서 유엔 안보리가 군사조치를 결정했을 때에만 헌장에 따라 합법적인 전쟁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1945년부터 현재까지 유엔 안보리는 군사적인 조치를 결정한 적이 한번도 없다. 유엔이 조치하는 '제재'가 가장 강력한 조치다. 그러나 유엔사는 1950년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한 참전 결정이 아직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논리에 의하면 유엔사는 유엔 결의 없이 정전상태인 한반도에서 당장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유엔사의 전시관할권 ② 일본기지 사용권
유엔사령관은 전쟁에 돌입하면 주한미군과 한국군뿐만 아니라 주일미군까지 자기 휘하에 편입시키게 된다. 주일미군사령관은 평시엔 태평양사령관의 지휘를 받지만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하면 "유엔사령관"의 지휘를 받게 된다.
유엔사령부는 평택에 있지만 일본에 7개의 후방기지가 있다. 한국은 유엔사의 전방기지이다. 7개의 후방기지 사령부가 움직이면 예하의 모든 부대들이 함께 움직이게 되어 있다. 작년 윤석열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유엔사 후방기지를 두번이나 언급했다. 유엔사를 활용해 일본까지 끌어들이면 북한을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다고 누군가가 확고하게 심어주었다.
1951년 9월 8일, 일본의 요시다 수상과 미국의 애치슨 국무장관 사이에 '요시다-애치슨 교환공문'이 체결되었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미일 안보조약과 함께 체결된 '요시다-애치슨 교환공문'은 일본정부가 한국에서의 유엔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시설과 건물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약에 따라 1954년 "유엔사" 행정협정이 체결되었고 이에 따라 7개 후방기지 사령부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요시다 애치슨 교환공문의 대전제인 한국에서의 군사작전은 '유엔의 활동'이 아니며, 유엔의 군대라는 의미에서 "유엔사령부"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유엔의 활동이 아닌 회원국의 활동일 뿐이며, "유엔사"가 아닌 미국통합사령부일 뿐이다. 따라서 요시다-애치슨 교환공문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합의한 유엔 활동의 지원의무와 일치하지 않는다.
유엔사의 전시관할권 ③ 자위대 동원권
유엔사 통제 아래 일본 자위대가 한국전쟁에 동원, 개입할 수 있다. 이 역시 요시다 애치슨 교환 공문에 의해 규정된다. 일본은 유엔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시설'뿐만 아니라 '역무(Service)'까지도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군대병력이라 하지 않고 역무라고 한 것은 자위대가 군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50년 원산상륙작전 때 일본의 소해부대가 맥아더의 명령으로 파견되어 전투에 참가했다. 1950년대 당시 일본은 군대가 없었다. 맥아더 사령관이 2차 대전 이후 흩어졌던 군인들을 끌어모아서 소해부대를 만들었다. 소해부대는 기뢰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위대가 유엔사를 통해서 얼마든지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유엔사의 전시관할권 ④ 점령권
대한민국 헌법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규정하고 있고 이 헌법에 따라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은 반국가단체가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는 상태가 된다. 이것이 국가보안법의 근거다. 헌법에 따르면 북한지역을 점령하게 되면 당연히 한국정부가 각 도시의 행정권을 접수해야 한다. 서울은 평양을 접수하고 부산시는 함흥시를 접수하는 식이다.
매년 8월 시행되는 '을지훈련'은 남한의 각 도시들이 북한의 도시들을 하나씩 선정하여 행정권을 접수하는 절차를 훈련하는 것이다. 한국 법체계에 따르면 통일부 장관이 충무계획을 총괄하므로 북한지역의 총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유엔사는 한국전쟁 때나 지금이나 북한 점령지역에 대한 총독은 유엔사령관이라 주장한다. 일본도 유엔사의 논리에 따라 1965년 한일협정에서 북한은 한국정부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므로 일본정부는 대한민국 정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북한과 협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희는 이를 반대했고 그 결과 한일협정에는 애매하게 내용을 넣어놓았다.
만약 유엔사가 한국전쟁에서 자위대를 끌고 들어오면 유엔사뿐만 아니라 자위대도 북한지역에 대한 통치권을 주장할 수 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유엔사가 전쟁기구로 부활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한국 헌법에 배치된다.
유엔군의 법적 지위 문제
유엔사와 일본은 소파(SOFA, 주둔군 지위협정)를 맺었다. 한국은 미군과는 소파를 체결했으나 유엔사와는 소파를 체결하지 않았다. 캐나다나 호주가 유엔사에 군인을 보내거나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유엔사의 이름으로 미군 이외에 나라들이 참가하기도 한다.
미군의 핵잠수함이 부산에 기항하여 미군이 부산시를 돌아다니면 방문군지휘협정에 의해 문제가 생기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엔사와는 이런 협정이 없기 때문에 캐나다, 호주군이 한국을 돌아다니다 문제가 생기면 다 불법이 된다.
일본과 유엔사가 맺은 주둔군 지위협정, 미일 안보조약은 대상을 한반도뿐 아니라 극동지역으로 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대만 위기시 주일미군이 출동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 올림픽 개막 하루 전에 캐나다 벤쿠버에서 유엔사 소속 외무장관이 모여 대북제재 강화를 주장하며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적이 있다. 당시 중국은 이 회의가 북한에 대한 무력동원 신호나 다름없다며 극렬하게 반응했다.
사실 1950년 1월은 한국전쟁보다 중국에서 전쟁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일본 사세보에 미 7함대 항공모함 3대가 들어왔고 이때 미중간 긴장이 매우 높았다. 중국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중국과 무관하지 않게 될 것임을 알았다. 중국은 전쟁기구로서의 유엔사의 부활을 아시아판 나토로 보고 있고 이를 매우 경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률대리인단에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태블릿PC 조작 의혹'을 제기했던 차기환 변호사가 합류했다. 검찰 출신에, 국정농단 당시 박근혜씨 탄핵심판 또는 형사재판에 참여했던 이들에 더해 '극우' 행보를 보여온 인물까지 들어가면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색깔은 더욱 확실해졌다.
최근 이들의 행보는 단순한 변호사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10일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국가수사본부에 출석하자 "경호차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고 마치 대통령실같은 공지를 띄웠고, 11일에는 "민주당의 '카톡 검열'이 헌정질서를 문란케 하는 내란"이라는 정당의 논평과 같은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내란정국의 최전선에 서있다. 이들은 누구일까? 한 명 한 명 짚어봤다.
[차기환] 세월호 유족 비하, 일베 공감… 일관된 행보
▲세월호 유족 모욕, 5.18 북한군 개입설 주장 등 꾸준한 '극우' 행보를 보여온 차기환 변호사.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태블릿 PC' 조작설을 제기하며 국정농단의 실체를 부정했던 그는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률대리인이 됐다. ⓒ 연합뉴스
10일 천재현 헌법재판소 공보관은 "윤 대통령 측 대리인으로 차기환 변호사 1명이 추가됐다"고 공지했다. 차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유족 비하, 5.18광주민주화운동 왜곡 등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 "경악! 북한군 광주 5.18 남파 사실로 밝혀져"라는 기사를 소셜미디어에서 퍼뜨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유족들의 요구가 지나치다"며 비난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선임, 보수정권의 언론 장악에 기여했다.
차 변호사는 국정농단 당시 최서원씨의 비선활동이 담겨있던 태블릿PC 조작설을 적극 주장하기도했다. 그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태블릿 PC의 감정을 신청하기도 했고, 변희재 미디어워치 고문이 태블릿PC 조작설을 유포해 JTBC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맡았다가 2023년 8월 방문진 이사로 선임되면서 그만뒀다. 국정농단의 실체를 부정했던 인물이,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편이 된 셈이다.
▲검찰 출신 윤갑근 변호사는 '윤석열의 입'으로 종횡무진하고 있다. 그는 대검찰청 강력부장 시절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 수사에서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몰고가고자 증거를 조작한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간첩이라고 믿었으면 날조가 아니다'란 논리를 적용,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 연합뉴스
공보 역할을 맡고 있는 윤갑근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검찰 선배'다. 그는 2014년 윤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로 대구고검에 좌천된 이듬해 대구고검장으로 부임해 한 달 정도 같이 근무했다.
대구에 가기 전, 대검찰청 강력부장이던 윤 변호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유우성씨의 간첩죄 증거를 위조한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유씨가 북한에 들어갔다고 믿고 위조했다면, 날조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이들에게 국가보안법 12조 날조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윤 변호사는 이후 정치인으로 변신을 꾀했다. 충북 출신인 그는 청주 상당구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를 노렸으나 현역 정우택 의원에게 밀렸다. <중앙일보>는 이 과정에서 불거진 정 의원의 돈 봉투 논란에 윤 변호사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윤 대통령에게 '미운 털'이 박혔지만, 두 사람 모두와 가까운 정점식 의원의 추천으로 변호인단에 참여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검찰 재직 당시 공보 경험이 많기 때문인지, 현재 '윤석열의 입'으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 공보관이었던 배보윤 변호사는 퇴직 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탄핵소추의결서는 부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회 탄핵소추인단이 '내란행위의 형법 위반이 아닌 헌법 위반만 판단받겠다'고 하자 "국회의 새로운 의결을 받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배보윤 변호사는 1991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부터 줄곧 헌법재판소에서 일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있던 2016~2017년에는 헌재 공보관도 맡았다. 퇴임 후인 2018년 1월, 그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탄핵소추의결서는 부실했고, 판단 근거가 된 공식 문서로는 최순실 등을 기소한 검찰 공소장뿐이었다. 혼동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다"며 "재판부 판결이 났고 존중해야 되겠지만, (파면 결정과)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3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국회 쪽 법률대리인단이 '내란행위의 형법 위반이 아니라 헌법 위반을 판단받겠다'고 밝히자 "형법 위반을 철회한다면 국회의 새로운 의결을 받아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 행위에 관한 사실 등을 설명하는 답변서를 제출하라'는 헌재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 정형식 재판관으로부터 "(국회에) 군경을 투입한 경위라든지 그런 것들은 답을 해야하는데 답이 없다"는 질책을 받았다.
[배진한] 윤석열의 '찐친'… "대통령은 고립된 약자" 주장하기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자 정치 입문을 권유하고, 대선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던 배진한 변호사는 지난 3일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에서 "언론이 워낙 저희를 적대적으로 대한다"며 "대통령은 고립된 약자"라는 논리를 펼쳤다. ⓒ 연합뉴스
배진한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서울대학교 법대에 1979년 함께 입학, 4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찐친'이다. 그는 윤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로 좌천당했을 때부터 출마를 권했고, 대선 당시 경제 공약 수립에 참여했다. 배 변호사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을 두고 "맞다고 판단하면 약간 과격하게 추진하는 편이다", "고집이 세고 검찰 업무를 했기 때문에 실무와 효율을 중시한다"며 친구들과 '쓴소리방'을 만들어 윤 대통령을 돕겠다고 밝혔다.
배 변호사는 탄핵심판 준비절차가 두 차례로 끝나자 취재진에게 "국민이 다 투표해갖고 한 대통령을 요 짧은 기간 동안 파면시키려는 것"이라며 헌재를 향해 불만을 터뜨렸다. 또 "아시다시피 세 시간 만에 (비상계엄은) 해제됐다. 국회는 전혀 방해받지 않은 상태에서 해제했다"며 경고성 계엄이었을 뿐이며 내란이 아니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을 거듭 반복했다. 그는 심판정에서 "언론이 워낙 저희를 적대적으로 대한다", "대통령은 고립된 약자"라고도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법률대리인이었던 서성건 변호사는 국정농단 수사를 총괄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률대리인이 됐다. 그는 2020년 1월 20일 우리공화당 '영입인재 3호'였다. ⓒ 연합뉴스
서성건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법률대리인단에 참여했고, 검찰 조사 때 입회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공화당에 영입된 그는 기자회견에서 "용기 있는 우리공화당과 함께 불법탄핵의 잘못을 바로잡고 대한민국의 법치를 바로세우겠다"고 말했다. 18대 총선에는 경북 고황령·성주·칠곡에, 19대 때는 대구 달서갑에 공천을 신청했다. 2011년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보수 쪽이 대항하고자 만든 <그래 너는 꼼수다> 출연진이었다.
서 변호사가 법조윤리협의회 사무총장이던 2015년,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로 재직했을 때 수임 내역 일부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뒤늦게 수임내역이 공개되면서 '사면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그는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변호사법) 89조 9항은 수임사건만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9건의 자문사건은 수임사건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황 후보자를 방어했다. 황교안 전 총리는 현재 지속적으로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등 누구보다 오른쪽으로 가 있다.
▲박근혜씨 형사재판을 변호하고, 독일까지 날아가 탄핵반대집회에 참가하는 등 열렬한 '태극기 부대' 도태우 변호사는 2024년 총선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뻔했지만 '5.18 망언'으로 공천을 취소당했다. ⓒ 조정훈
도태우 변호사는 박근혜씨 형사재판의 변호인이었다. 2017년 1월 정광용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은 홈페이지에 "오는 31일 독일 프랑크에서 태극기 집회가 열린다"며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도태우 변호사 등을 파견한다"고 공지했다. 도 변호사는 이후에도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공동 대표를 맡고 "태극기 혁명으로 문재인·김정은을 박살 낼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아스팔트 우파'로 공공연하게 활동했다.
그는 유튜브 등에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며 5.18민주화운동 폄훼에도 앞장섰다. 22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대구 중·남구 공천을 받은 뒤 이 일이 문제가 되자 "오보"라며 "5.18 당시 북한의 왜곡 방송, 조총련의 활동 등 북한의 개입 시도에 대해 위원회가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또 다른 '막말'이 계속 드러났고, 결국 국민의힘은 도 변호사의 공천을 취소했다. 그는 "거침없는 보수의 일꾼"을 자처하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지만, 낙선했다.
▲최거훈 변호사는 2009년 '미디어법' 논란 당시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선 이례적으로 야당을 공개 비난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3일 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헌법재판'이 아닌 "투쟁의 장"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쪽이야말로 헌법재판을 정쟁화하던 순간이었다. ⓒ 연합뉴스
검사 출신 최거훈 변호사는 2004년과 2008년 연이어 부산 사하을 한나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지만 매번 맞붙었던 조경태 의원에게 패했다. 김형오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그는 미디어법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은 국회의장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민주당이 단체행동을 취할 경우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하는 등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선 이례적으로 야당과 전면전을 벌였다.
최 변호사는 지난 3일 재판관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10분 간 장황하게 국회 탄핵소추 의견을 반박하는 한편 "이 사건 계엄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무차별 탄핵이 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헌정 질서를 진정한 내란 상태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또 "탄핵심판의 실질상 구도는 야당과 대통령 및 여당 구도,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다툼이고 탄핵심판은 집단과 집단의 대결의 장이고 이념 투쟁의 장, 결전의 장"이라며 헌법재판 자체를 정쟁으로 치부했다.
▲김계리 변호사(왼쪽 두번째)는 윤 대통령이 탄핵 직전 임명한 박영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의 2022년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캠프에 대변인으로 참여했다. 박영선 위원장은 정형식 재판관의 처형이기 때문에 야당은 윤 대통령이 정 재판관을 '회유'하려고 한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 연합뉴스
김계리 변호사는 다른 변호인들과 달리 정치적 행보가 알려진 것도 드물다. 다만 그는 윤 대통령이 탄핵 직전 임명한 박영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의 2022년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캠프에 대변인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박 위원장은 정형식 재판관의 처형이다. 김 변호사는 2017년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공직자와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내용을 보고한 혐의로 기소됐던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의 변호인이었다.
김 변호사는 2023년 한덕수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진상조사보고서작성기획단원으로 위촉됐다. 여순사건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역사학자 주철희씨는 그해 12월 <여수넷통뉴스> 기고문에서 김 변호사가 여순사건은 물론 민간인 학살사건 등 과거사 및 국가범죄 관련 사건의 전문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홍일과 석동현] '석박지 선배'와 '40년 지기'도 역할 분담
▲윤석열 대통령은 '김홍일 선배'에게 국민권익위원장에 이어 방송통신위원장을 맡기는 등 각별한 신임을 보냈다. 그는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이명박씨의 BBK 주가조작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2018년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이 지휘한 검찰 수사팀이 이씨를 기소했던 바로 그 사건이다. ⓒ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과거 '석박지(깍두기의 비표준어)를 보면 떠오르는 선배'라던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에 이명박씨의 BBK 주가조작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일로 탄핵소추될 뻔했다. 당시 그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항변했지만, 2018년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이 지휘한 검찰 수사팀은 재수사를 진행해 이명박씨를 기소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방송통신에 전혀 전문성이 없는 그에게 방통위원장을 맡겨 논란을 일으켰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린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3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11. 사진 이호 작가
"푹 주무셨나요? 저도 아침에 '체포됐나'하며 벌떡 일어납니다. 몇 날 며칠 시달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명백한 내란 혐의에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가 지연돼 '내란성 수면장애'라는 신조어까지 나오는 지친 일상에도 수십 만의 시민이 다시 광장에 집결했다. 영하의 날씨를 잊을 만큼 뜨거운 열기였다. '백골단' '반공청년단'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정치깡패 집단까지 등장하는 퇴행에도, 광장에서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목소리가 응원봉의 색상만큼이나 다채롭게 펼쳐졌다.
11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인근에서는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3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주최 쪽 추산 1만 2000여 명의 시민들은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고 구속하라" "특급 범죄자 김건희를 구속하라" "내란정범 국힘당을 해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백골단 부활하겠다는 정신나간 사람들"
초등학생 5학년 딸과 함께 연단에 오른 임그린 씨는 윤석열 체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서 "국민들에게 체포하라고 했으면 진작 잡았을 것"이라며 "체포가 지지부지한 이유는 '모피아'인 최상목이 있고, 검토처인지 공손처인지 모를 공수처가 있고, 백골단 창단 기자회견을 열어주는 내란동조 국민의힘이 있고, 전광훈 집회를 우리들과 동급인 양 보도해주는 언론이 있어서"고 했다.
임 씨는 "국민의힘의 꼬락서니를 보라. 너무 창피하지 않나. 보수는 사라지고 극우 매국노만 남았다. 다시 이들에게 국회 권력을 줘서는 안 된다"며 "촛불집회에 나온 우리에게 중국 사람 아니냐고 정신나간 소리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나라를 맡기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내란 종식 1단계인 체포조차 못했다"며 시민들을 향해 "서로 응원하며 같이가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딸 박서영 양은 "지난주에 엄마가 키세스 초콜릿처럼 생긴 언니들 사진을 보여줬다. 눈도 오고 추운 데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공수처는 왜 체포 안하냐는 생각들었다"며 "초등학생인 저도 아는 걸 왜 어른들은 모르나요?"라고 반문했다. 박 양은 "윤석열이 빨리 탄핵돼서 친구들과 놀고 싶고 엄마랑도 집회가 아닌 다른 데서 놀고 싶다"며 "초등학생에게 나라 걱정시키는 윤석열은 필요 없다"고 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린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3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1. 사진 이호 작가
'아이돌 덕후'라고 자신을 소개한 시민은 "남태령에서 밤샘 집회하다가 반대 집회 사람들에게 머리를 가격당했다. 그런데 경찰은 방관했다"라며 "이게 정의인가"라고 했다. "거기다가 백골단을 창단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역사 공부를 했다면 백골단이라는 집단은 나와선 안 된다. 피해자와 유가족이 살아있는 데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는 "국민들 때려잡겠다는 저들을 가만둬서 안 된다"며 "윤석열은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했다.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벼랑 끝에 몰린 저들은 계속 치졸한 술수를 쓰고 있다"며 "윤석열 변호인 석동현은 체포 구금이 시작되면 내전 상황이라면서 극우세력에게 폭동을 선동하고 독재정권 시절 정치깡패 조직인 백골단을 부활시키겠다는 정신나간 자들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급기야 천공까지 등장해서 국민적 저항과 국회 해산을 주장하고 있다"고 통탄했다.
구 공동대표는 "시간끌기 꼼수에 내란도 모자라 내전까지 획책하며 설쳐대는 걸 보니 윤석열 체포가 임박한 거 아니겠느냐"며 "더 몰아붙이자, 며칠 내로 윤석열을 체포 구속시키자, 2월 안에 헌재 파면 결정을 이끌어내자"고 외쳤다. 그러면서 "매일 매주 총력 집중"이라며 "많이 모여서 압도적인 힘으로 저들을 완전히 제압하자, 올 겨울 안에 내란수괴 윤석열을 끝장내자"고 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린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3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에서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1. 사진 이호 작가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의원은 "말도 안 되는 백골단을 끌어들여 윤석열을 지키겠다는 김민전에 대해서 야당이 제명안을 올렸다"며 "김민전은 곧 제명될 것"이라고 했다. 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란 상설특검 관련해 계속 부정하고 있고,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에 다음 주까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박종준 경호처장 등의 경찰 출석에 대해 "저들은 이미 붕괴 직전"이라며 "박종준은 더 강성파인 경호차장과 본부장에 밀렸다. 그래서 이들에 밀린 결과 스스로 항복하고 나오게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경호처 안에는 엄청난 분열이 있다"며 "아마도 다음 주 초반에 공수처가 대통령 관저에 들어가서 윤석열 체포해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체포 소식에 박수를 보냈다.
"군대 대장 노릇한 윤석열 끌어내려야"
공군 군트럭 사고 관련 병사의 아버지도 연단에 올랐다. 앞서 지난해 12월 19일 충주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서 군용 트럭이 길 옆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화물칸 밖으로 튕겨나간 병사 2명 중 1명이 당일 숨졌고, 나머지 병사 1명도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던 중 지난 1일 사망 판정을 받았다. 운전병은 경찰에서 "30∼40㎞로 주행했는데 차량이 한쪽으로 쏠려 핸들을 틀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차랑 결함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으로 전해졌다.
공군 병사의 아버지는 "도축장에 끌려가 곧 고기가 되는 소나 돼지도 사방을 안전하게 철망으로 보호해석 운송한다. 유모차, 카시트에 태우고 그렇게 귀하게 키워낸 우리 아들들이 어찌하여 돼지나 소만도 못한 짐짝 취급 당하는가"라며 "부동시라는 그럴듯한 핑계대고 차렷, 경레 기본적인 자세도 잡지 못하는 관저에 있는 쥐새끼 같은 윤석열은 본인 대장 노릇을 위해 작년 국군의날 하루에 79억을 썼다. 그 정도면 옵션없는 미니밴 160대 살 수 있다"고 참담해했다.
그는 "윤석열은 어린 군인들까지 동원해 자신만의 보호와 안위를 위해 법 시행절차까지 무시하며 경호처 뒤에 숨었다. 윤석열을 이제 끌어내려 체포해야 한다"며, 아울러 "21살 너무나도 안타깝게 짧은 생을 살다가 하늘나라로 떠난 어린 병사를 위해 다시는 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허망하게 다치거나 죽는 일이 없도록 국민청원에 동의해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공군 군트럭 사고 관련 국회국민동의 청원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열린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3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이해천 대청 대진연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1. 사진 이호 작가
미 대사관 면담 요청을 하다가 경찰에 구금된 대학생 석방 촉구 탄원도 이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낮 12시 5분쯤 서울 종로구 미국 대사관 앞에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학생들이 대사관이 면담을 요구하며 "내란대행 한덕수 지지한 미국은 사죄하라" "이재명 대표를 범죄인 최급한 미국은 취소하고 사죄하라"고 했다. 경찰은 대사관 앞에서 농성하던 대학생 12명을 집시법 위반 혐의로 연행했다.
이해천 대청(대전충청) 대진연 대표는 "국민에게 총을 겨눠 학살을 자행하려고 했던 자가 윤석열이라는 사실을 5000만 국민이 안다. 이런 내란수괴 윤석열을 비호하고 체제를 지속하는 공범 한덕수, 최상목 등을 모조리 뽑아내자고 국민은 목놓아 외친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한덕수를 지지하고 이재명을 범죄인 취급하는 발언까지했다. 우리 국민 의사를 무시한 것 아니냐. 이것이 내정간섭"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 청년 학생들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대사관에 갔다. 그러나 경찰은 학생을 연행하고 말도 안 되는 폭력을 자행했다. 남성 경찰이 여학생 연행하고 옷이 찢어지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상했다"며 "애국적인 대학생이 아니라 내란수괴 윤석열을 잡아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생 석방 촉구 탄원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미 대사관 면담요청 대학생 석방 촉구 탄원서
지역 활동들도 소개됐다. 민소현 대구촛불행동 운영위원장은 대구에서 매일 국민의힘 의원들을 상대로 '도장깨기'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추경호·권영진·윤제옥·유영하 의원 등의 지역구 사무실을 방문해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등 항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 위원장은 "당직자놈들은 윤석열과 똑같이 경찰에 모든 걸 떠넘기고 퇴근했다. 정말 끼리끼리 잘 놀고 있다"며 "덕분에 국힘을 해산해야 한다는 우리의 정당성이 더욱 강해졌다"고 했다. 시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3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2025.1.11. 사진 이호 작가
이날 집회에서는 시민들의 자유 발언과 함께 문화 공연도 이어졌다. 가수 성국은 <사람이 꽃보다아름다워> <질풍가도> <그대에게> <흰수염고래> 등을 불렀으며, 백금렬과 촛불밴드가 <뱃노래> 공연을 하며 추위를 녹였다. 부산에서 온 시민 이주호 씨는 해바라기의 <어서 말을 해>를 개사한 <어서 체포 해>를 불러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시민들은 촛불문화제를 마친 뒤,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집회에 참가했다.
"곧으면서도 다채로움이 병존하는 광장"
오후 4시부터 서울 광화문 앞에서는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총궐기대회'(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주최 쪽 추산 20만 명의 시민들은 동십자각부터 시작해 경복궁역과 광화문 광장 방면까지 가득 자리를 메웠다. 시민단체와 정당 등에서 무료로 커피와 먹을 거리 등 나눔했다. <시민언론 민들레>도 경복궁 고궁박물관 방면에서 시민들과 함께 연대하기 위해 초코파이를 나눠주는 행사를 가졌다.
총궐기대회는 종합예술단 '봄날'의 문화 공연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각종 집회 현장에서 노래를 불러온 '봄날'은 <임을 위한 행진곡> <내 나라 내 겨레> <일어나> 등 노래를 불렀다. 한파에도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핫팩과 담요 등으로 추위를 막으며, 다함께 노래를 따라불렀다. 문화 공연에 이어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다채로운 시민들의 목소리가 광장에 한 목소리처럼 어우러졌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6차 시민대행진이 진행된 11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받은 영치금으로 운영되는 커피트럭에 시민들이 줄 서 있다. 2025.1.11. 연합뉴스
방송 제작 환경의 열악한 실태를 사회에 알리고 세상을 떠난 이한빛 PD의 친동생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활동가는 "8년 전 형의 죽음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해 방송국과 투쟁하던 시기 시민들과 제일 많이 나눈 말이 있다. 바로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였다"면서 "원래 미안하다와 고맙다는 같이 붙기 어려운 말이다. 비정상적인 사회이기에, 일상의 비극이 가득하기에 이 모순이 허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전히 너무나 미안한 세상이다. 태안화력 김용균, 구의역 김군 등의 노동자에게 이태원, 세월호 그리고 이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에게 많이 미안하다. 하지만 이제는 미안함과 고마움 모두를 품고 미래를 보고자 한다"며 "곧으면서도 다채로움이 병존하는 그 어려운 일을 바로 여러분이 직접 이 자리에서 하고 있다. 모두가 충분히 감사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골단 까지 등장한 이 세상에 한탄만 하지 않겠다"며 "내일의 청년들에게 불평등과 차별없는 세상이 도래하도록 온 마음을 다해 투쟁하겠다"고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윤 대통령의 불법적인 수사 외압 지시에 항거한 해병대 박정훈 대령의 1심 무죄 선고 사실을 전하면서 "이제 불법 수사 외압에 부역하며 박 대령을 탄압해 온 국방부 검찰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 관계자들을 모두 감옥에 보내자"면서 "무엇보다 이 사태의 원인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처벌할 때가 됐다"고 했다.
임 소장은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서도 "박 대령에게 사죄하고 항소 포기를 천명하고 수사단장에 복직시키라"며 "항소는 곧 불법수사외압에 동조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박정훈이 무죄면 윤석열은 유죄다. 명백한 탄핵사유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라며 "이제 채 상병 부모의 절절한 바람대로 사망 책임 규명하고 수사외압 진실을 밝힐 시간이다. 윤석열이 3번이나 거부한 특검법을 다시 추진하자"고 했다. ☞ 박정훈 대령 무죄 선고에 대한 군검찰 항소 포기 촉구 서명
11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6차 시민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2025.1.11. 연합뉴스
지난주 16시간 동안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키세스 시위대'로 투쟁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예지 씨는 "언론은 민주주의 수혜자이고 헌법으로 표현의 자유 보장받는 특권층"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유일한 권력집단"이라고 했다. 이어 "언론이 가짜뉴스를 만들고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 반복되면 또다른 정치권력과 언론이 손을 잡고 민주주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며 "윤석열의 죗값을 치르는 동시에 우리가 저항하고 뜯어내 고칠 것은 언론"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숨진 고 문유신 씨의 딸 문혜연 씨는 아버지의 그림을 가슴이 안고 연단에 올랐다. 문 씨는 "아버지께서는 작년 1월 22일 마포구 소재 건설현장에서 미장 작업 중 2m 높이 구조물에서 추락하여 세상을 떠나셨다"며 "건설사는 위험한 작업에도 추락방지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았고 가장 기본적인 안전모조차 지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은 후보 시절부터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를 시도하며 50인 미만 확대 적용을 유예시키고 산재 피해자들을 산재 카르텔로 매도했다"며 "윤석열을 퇴진시키고 새로운 사회, 대개혁 시대에는 생명과 안전이 기본권으로 지켜지는 나라가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제주 대안학교인 보물섬학교 9학년에 재학중인 현채희 양은 친구들과 함께 졸업여행을 왔다가 무대에 올랐다. 한 양은 "윤 대통령은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에 대해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디 사람은 부끄러움과 미안함, 고마움을 느껴야 하는 존재로 안다. 학생인 저도 성찰하고 부끄러워할 줄 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왜 부끄러움을 모르느냐"며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고 했다.
영화인 연대의 정지영 감독은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에 윤석열이 탄핵 당할 만한 말도 안되는 발언 혹은 거짓말 10가지만 말해보라고 해서 답을 받아왔다며 내용들을 소개했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 폭소를 하거나, 윤 대통령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1. 내 장모가 사기 당한 적 있어도 누구에게 십(10) 원 한장 피해준 적 없다.
2. 김건희의 계좌과 김건희 모르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활동됐다.
3.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참 잘했다.
4. 주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이라도 일해야 한다.
5.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라도 가난한 사람들은 그걸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6. 이 시대는 사람이 손과 발을 쓰는 노동으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건 아프리카나 하는 짓이다.
7. 후쿠시마 원전 폭발한 게 아니다. 방사능 유출도 안 됐다.
8. 여자분들은 점보러 다니지만, 나는 점쟁이 안 만난다.
9. 이명박 정권은 상당히 쿨했다.
10. 북한의 핵 위협을 막는 방법은 선제타격밖에 없다.
11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6차 시민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2025.1.11. 연합뉴스
"다정함과 연대야말로 우리의 강력한 무기"
20대 예비 노동자라고 소개한 이명주씨는 "우리 사회는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저 사람은 변호사고 검사야, 하버드 나왔데, 역시 서울대 출신은 달라, 네가 욕할 자격이나 되냐' '부자들이 오히려 예의 바르고 착하다. 가난한 동네 진상이 더 많은 거 몰라? 날때부터 차이난다니까. 넌 얼마버는데'"라며 "비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정치성향 가리지 않고 모두가 조금이라도 가진 이 인식이 우리 스스로 만든 이 계급의식이 지금의 끔찍한 상황 만든 원인 중 하나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더이상 과거가 반복되질 않길 바라고, 기득권자 환상에서 빠져나오길 바란다"며 "우리 사회가 부디 잘못된 답을 반복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1991년 백골단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고 강경대 열사와 같은 학번이라고 소개한 최은아 씨는 "내란 주범과 공범들, 저 분단 냉전에 찌든 정치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면 저들은 다시 공권력을 장악해 국민들에게 총부리 겨누고 전쟁까지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4년 전 강경대를 죽인 백골단의 이름으로 내란 공범이 준동하는 것을 내버려둘 수 있겠나. 반공의 폭력으로 주권과 평화, 민주주의와 민생, 인권과 평등의 열망을 짓밟는 사회로 시대로 되돌아갈 수 있는가"라며 "내란과 외환 주범 윤석열을 당장 체포하라"고 외쳤다.
파리파게트 제빵 노동자 임종린 씨는 "당연한 권리인 노동조합할 권리를 위해 오래 싸웠지만 SPC는 노동혐오 윤석열을 등에 엎고 민주노총 0% 클린사업장 만들겠다며 더 세게 탄압했고 결국 단식투쟁이라는 극단적 투쟁했다"며 "우리의 절규에 많은 동료시민들이 적극 연대힌 결과, 소비자를 두려워한 회사가 대화하러 나왔고 승리로 끝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헌법을 무시하고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기까지 하는 자본과 윤석열은 한몸"이라면서 "민주주의 회복 투쟁을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장서려고 한다. 오는 17~18일 비정규직 1박2일 대행진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11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6차 시민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2025.1.11. 연합뉴스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밝힌 공공노동자(공무원)는 '커밍아웃'할 용기가 없다며 머리에 가방을 쓰고 무대에 올라왔다. 그는 "최근에 박정훈 대령 항명이 크게 와닿았다. 여기(무대)에 올라오는 데만 한 달을 고민했는데, 이분은 이름과 얼굴을 내보이고 항명을 하는구나, 그런데 소신껏 행동했다고 재판장에 서야 하는구나, 이것이 우리 공무원이구나"라면서 "올바름 행하기 위해선 지금 부조리한 명령 내리는 이들이 내려와야 한다. 공공노동자에게 정치적 자유를 줘야 한다.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쳤다.
직장인 안민하 씨는 "혐오하기는 쉽고 다정하기는 어렵다. 일상이 위협 당하는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 순간이야말로 다정해야 한다. 인류는 손을 잡고 보호하고 연대해 나아갔기 때문"이라며 "다정함은 그 무엇도 깎아낼 수 없는 우리의 본능이자 강력한 무기다. 다정한 삶이야 말로 가장 인간다운 삶"이라고 했다. 안 씨는 "내란 수괴와 동조자들은 결속와 연대를 두려워한다"며 "스스로 인간답지 않은 삶을 선택한 그들은 타인의 선의와 다정함을 두려워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일이 마무리된 후에도 우리가 쌓은 연대와 유대가 쭉 나아가길, 수많은 불빛과 응원봉이 한 줄기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인권운동을 하는 장예정 씨는 "며칠 전 국가인권위원회 5명이 공동발의로 '긴급계엄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회의 의결 안건으로 상정했다"며 "한덕수 탄핵소추 철회, 탄핵소추 남용 방지, 윤석열 탄핵 심판 시 방어권보장, 계엄관련자 영장청구 자제 같은 내용을 담았다"고 탄식했다. 장 씨는 "비상계엄 사태로 민주주의와 시민 존엄이 무참히 짓밟혔고 윤석열 체포거부로 온사회가 혼란에 빠진 이때 인권위가 윤석열과 내란동조범을 비호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표명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장 씨는 "윤석열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국가위원장을 임명했을 때부터 인권위의 처절한 붕괴는 예견된 일이었다"며 "한국이 처한 위기는 윤석열 단 한 사람이 몰고온 문제가 아니라 그와 함께 등장한 극우 정치세력이 때로 등장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인권위는 극우세력 입장과 요구에 적극 동조했고 급기야는 내란세력 옹호에 평등과 인권을 들먹이는 기구로 전락했다"며 "인권과 평등을 중요시하는 마지막 국가기구가 붕괴되는 것은 매우 엄중한 일"이라면서 시민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11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6차 시민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2025.1.11. 연합뉴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30대 청년이라고 소개한 '수수감자'(익명)는 "극우세력은 간첩이나 빨갱이에 세뇌대됐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런가"라며 "세뇌된 사람들은 똑같은 말만 반복하지만, 여기 이야기는 알록달록하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윤석열 체포 퇴진 외치는지 우리의 다양한 분노를 계속 모아가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기후위기는 민주주의도 모든 존재의 삶도 모두 천천히 아래에서 파괴한다"며 "온세상 작동방식을 민주적, 생태적으로 바꾸어 갈 기후정의 투쟁에 함께 해달라. 기후악당 윤석열 당장 체포하라"고 했다.
윤석열 아웃(out) 청년학생공동행동 집행위원 강새봄 씨는 "이 모든 혼란을 끝내는 길은 오직 체포와 파면뿐이다. 더 늦으면 안 된다"며 "이번 주에 해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저들이 윤석열을 해줄 수 있는 일이 고작 여론조작이라면 우리는 여론을 감동시킬 연대의 힘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주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과 국가인권위, 국힘을 비롯한 내란동조 세력의 준동을 막아내는 싸움에서 꼭 이기자, 윤석열 이 번 주에 체포하자"고 외쳤다.
이날 총궐기대회에서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각종 공연이 이어졌다. '꽃다지' 출신으로 제주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조성일은 <아침이슬> <망치와 칼날> 등을 노래 불렀고, 밴드 '스카웨이커스' <우리가 왔다> <This is ska> 등의 곡으로 흥을 돋웠다. 밴드 '옥상달빛'은 <달리기> <수고했어 오늘도> 등의 곡으로 윤석열 체포와 집회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했다.
11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6차 시민대행진이 열리고 있다. 2025.1.11. 연합뉴스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동십자각에서 종각역을 지나 명동 방면으로 행진했다. 집회 18번 곡이된 에스파 <위플래시>를 비롯해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로제 <아파트> 윤수일 <아파트> 무한궤도 <그대에게> GOD <촛불하나> 김현정 <멍> 등 남녀노소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를 부르며 "윤석열 체포" "윤석열 구속"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리 집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행진 차량에 올라 시민들에게 "여러분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더 힘차게 싸우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등 노래를 다함께 부른 뒤,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진 해산했다.
민소원 씨는 “세계 어느 나라 정부도 다른 나라의 정부나 정당, 정치인을 향해 지지한다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정 간섭이며 외교적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라며 “그렇기에 미국의 행동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주권을 빼앗는 행위이며 파렴치한 내정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땅의 운명과 정책을 비롯한 모든 것은 우리 손으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그러니 경찰은 우리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싸운 애국 대학생들을 하루빨리 석방하라”라고 촉구했다.
김용환 씨는 “이 땅을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너무나 당연히 외칠 수 있는 말이었고, 정의롭고 용감한 투쟁이었다”라며 “그러나 경찰들은 구호가 담긴 학생들의 펼침막을 빼앗고 학생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했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지금 전 세계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윤석열 탄핵 투쟁에 주목하고 있다”라며 “역사의, 시대의 흐름을 똑바로 읽고 애국 대학생을 즉각 석방하라”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현채 씨는 “대학생들은 우리나라를 내정 간섭하며 이익을 보고자 했던 미국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미 대사관을 찾은 것”이라며 “지금도 수많은 20대 대학생은 더 이상 윤석열 정권에 의해 나라가 망가지는 꼴을 두고 볼 수 없기에,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추운 길거리에서 밤을 새우며 응원봉을 들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리 미국과 윤석열 정권이 발악한다고 한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국민과 미 대사관 저 앞에서 목소리 내는 대학생이 있는 이상 반드시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며 “윤석열을 파면하고 미국이 내정 간섭을 중단할 때까지 대학생들은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다.
구호와 함께 첫 번째 기자회견이 마무리됐다.
저녁 6시에 두 번째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근하 씨는 “우리 국민은 한덕수도 최상목도 모조리 청산하고 처벌하라고 외치고 있다. 저들은 우리의 적이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미국이 뭔데 개입하는가. 이건 명백한 내정 간섭, 자주권 침해, 더러운 수작질이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미국의 내정 간섭은 참 오랫동안 끈질기게 이어져 왔다. 이제 이 치욕스러운 역사, 분노스러운 굴레를 끊어내야 할 때”라며 “우리 역사는 우리 국민의 손으로 만든다. 아무런 권한도 없는 미국은 대한민국 정치에 내정 간섭 말고 손 떼라”라고 경고했다.
김수형 씨는 미국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을 ‘범죄자 취급’한 것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차기 유력 대선 주자”라면서 “우리나라의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우리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다. 미국이 뭐라고 우리나라 대통령의 성격과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을 규정한단 말인가”라고 규탄했다.
이어 “내란 수괴 윤석열과 부패의 본산 김건희에 대한 얘기는 쏙 빼고서 오롯이 이재명 대표만 저격한 미국은 그들의 본심이 국힘당, 검찰, 조중동과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자인했다”라며 “미국은 한국의 내정에 간섭할 그 어떤 권한도, 권리도 없음을 똑똑히 알길 바란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연속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소원 씨는 “대학생들에게 잘했다고 박수는 쳐주지 못할망정 어떻게 폭력적으로 연행할 수 있는가”라고 분노했다.
이어 “경찰은 인권이 무너져 내린 폭력적인 연행과 관련해 반드시 사죄해야 할 것”이라면서 “경찰은 학생들을 잡아끌고 가서 조사할 것이 아니라 내정 간섭을 일삼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권을 침해하는 미국을 조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연행된 대학생들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연행됐는지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관해서는 대학생들을 면회한 이들이 전했다.
여학생들은 대부분 남경에 의해 체포됐는데, 끌려가는 도중 상의가 사라지고 바지가 벗겨질 뻔했다고 한다.
또 연행 과정에서 경찰이 학생들의 목을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경찰이 팔꿈치로 학생들의 얼굴을 짓눌렀고, 이 충격으로 입안이 터진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대학생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윤경황 종로성북동대문촛불행동 대표는 “내정 간섭을 일삼아온 미국은 겉으로는 동맹국임을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이 계엄 사태 수습 처리 국면이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임에도 자국의 이익만을 계산하고 있었다”라며 “이미 우리 국민은 내란 수괴 윤석열과 한덕수를 공범이라고 결론 내리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반일행동 대표는 “지금 공권력이 체포해야 할 대상은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 공범들이지 무고한 대학생들이 아니다”라며 “공권력은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반일행동은 학생들의 애국적인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윤석열을 체포하고 이 땅에서 진정한 자주와 민주를 실현하는 그날까지 함께 싸워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내란수괴 윤석열 1차 체포영장 만료일이던 지난 6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으로 몰려간 국민의힘 45명의 의원들. 국민을 지키는 것이 아닌 내란수괴를 지키는 ‘인간방패’를 자처해 공분을 샀다.
성난 시민들은 10일, 국민의힘 각 지역 당사 앞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외쳤다. 전국 각지에서 ‘국민의힘 해체의 날’ 동시다발 행동전을 벌인 것.
▲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방패막이 자처 국민의힘 해체'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전환 서울비상행동’은 서울 동작구 나경원 의원 사무실을 찾았다. 서울 지역구 출신으로 6일 관저 앞에 나타난 의원은 나경원(서울 동작구을), 조은희(서초구갑) 의원이다.
서울비상행동은 이날, 2019년 나경원 의원 ‘빠루 사건’을 빗대 나 의원을 향해 “지금 나경원이 들어야 할 것은 ‘방패’가 아니라 한남동 관저 문을 열 ‘빠루’”라면서 “내란수괴 윤석열 인간방패 나경원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권력자의 자의적 횡포가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게 하는 것이 법치의 기본이거늘, 나경원 의원은 6일 관저에 나타나 ‘불법 영장을 방치하는 건 대한민국의 법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판사 출신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망언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서울비상행동은 “법치를 무너뜨리고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것이 내란수괴 윤석열이다. 불법 영장 같은 말장난으로 내란수괴를 비호하는 나경원은 이미 국회의원 자격상실”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윤석열퇴진 서울비상행동
ⓒ윤석열퇴진 서울비상행동
뒤이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으로 자리를 옮긴 서울비상행동은 참여연대와 함께 윤석열의 방패를 자처한 ‘국민의힘 해체’와 ‘국회의원 45인 사퇴’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충목 서울비상행동 상임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인간 방패라는 말도 모자라다. 내란 공범이자 내란 수괴를 비호한 인간 쓰레기들”이라고 규탄했다.
참여연대와 서울비상행동은 “헌정질서를 파괴해 민주주의를 뿌리째 무너뜨리려는 내란 행위를 자행한 윤석열이 자당 소속임에도 반성과 사죄는커녕,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정당한 영장 집행을 막겠다고 나서며 법치주의까지 부정하는 이들을 국회의원이라 할 수 없다”, “이를 방조하는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국민의 뜻을 거스른 내란동조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면서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체포를 막아선 국민의힘 국회의원 45명을 반드시 기억해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날까지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지난 2024년 12월 27일부터 ‘내란주범 국민의힘 해체의 날’ 전국동시다발 행동을 벌여왔다.
지난 12월 3일, 계엄해제안 표결 불참부터 탄핵소추안,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까지 표결을 거부하거나 반대로 일관해 온 국민의힘은 지난 8일, 또다시 ‘부결 당론’을 내세워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8개 거부권 법안을 폐기시켰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심지어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결성된 ‘반공청년단’, 이른바 ‘백골단’ 발족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열도록 주선하는 등 내란지지 세력 결집과 폭력 행사를 부추겼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 주범을 자처하고 나선 국민의힘 행태가 날이 갈수록 가관인 상황.
윤석열퇴진 비상행동은 9~10일 “내란수괴를 지키겠다고 망동하는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 국민의 대표로서 자격을 잃은 지 이미 오래이며, 이제는 해체만이 답”이라며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 행동을 펼쳤다.
서울, 경기, 강원, 대전, 대구, 경남, 울산, 부산 등지에서 ‘국민의힘 해체의 날’ 행동전을 벌였다. 서울비상행동 소속 단체들은 25개구, 그리고 38개 지하철역 등지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 ‘내란공범 내란비호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는 동시다발 행동전을 벌였다.
특히, 나경원 의원뿐 아니라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에 나타난 45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소속된 지역구(서울·강원·대구·울산·부산·경남)는 의원 사무실을 찾아 1인시위 및 항의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윤석열퇴진 비상행동은 “국민의힘이 해체되고 역사 속에 사라지는 날까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은 인질이나 피해자였던 사람이 인질범이나 가해자에게 공포나 증오가 아닌 연민과 온정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질병으로 인정된 것은 아니지만, 널리 사용되는 말이다.
1973년 8월 23일 2인조 강도가 기관총으로 무장한 후 스웨덴 스톡홀름 중심가 노르말름스토리에 있는 한 은행에 들이닥친다. 이들은 은행 직원 네 명을 인질로 잡고 6일간 경찰과 대치했다. 범인들이 체포된 후 인질들을 조사한 범죄심리학자 닐스 베예로트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인질들이 범인에게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하고, 이를 '노르말름스토리 증후군'(스톡홀롬 증후군)이라 불렀다. 오해를 피하자면, 일부 유명 사례들을 제외하곤 모든 인질이 스톡홀롬 신드롬의 모습을 보이는 건 아니다.
비유로서 스톡홀롬 증후군은 학대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 상황을 설명할 때 단골로 소환되는 '소셜 클리셰'다. 폭력을 두고 '사랑의 매'라 강변하는 가해 선생 혹은 부모와, 그들을 옹호하는 피해 학생 혹은 자녀들에게 단골로 붙여지는 비유다.
미국의 대테러 전략 기구의 심리학자 프랭크 오크버그 박사는 스톡홀롬 신드롬을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 사람들은 갑자기 찾아온 무서운 일을 경험하고 자신이 죽게 될 것을 확신하는 심리 상태를 겪는데, 그렇게 되면 일종의 '유아화(infantilisation)'를 체험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말하기, 먹기, 화장실 가기)가 통제된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빵 한조각을 주는 가해자의 행위는 마치 절대자의 시혜처럼 느껴지고 원초적인 '감사'를 느끼게 된다. 프랭크 박사는 말한다.
"인질들은 포로에 대해 강력하고 원시적인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합니다. 그들은 이 사람이 자신을 그 상황에 처하게 한 사람이라는 것을 부인합니다. 그들의 마음속으로는 이 사람이 자신을 살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스톡홀롬 증후군의 특징을 이렇게 본다. 첫째,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는다. 둘째,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는다. 셋째, 자신을 구해주려 한 사람(공권력 등)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다.
지금 윤석열과 국민의힘 사이에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계엄 포고령 1호의 제일 첫 머리는 이렇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 이를 어길 시에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당할 수 있고, 계엄법 제14조에 의해 처단된다. 징역 3년 이하 징역이다. 미수범도 처벌된다. 정치하는 시늉만 해도 끌려간다.
정치를 업으로 삼는 결사체 국민의힘은 당대표가 체포될 뻔한 일을 겪었다. 소속 의원들의 본회의장 입장도 막혔다. 윤석열은 본회의장에 있는 의원들을 향해 총으로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끄집어 내라는 명령을 계엄군에 직접 하달했다. 최상목에게는 국회 자금과 국회의원 월급을 끊으라고 지시했다. 아예 대체 입법 기관을 만들려고 했다. 국회 해산이다.
이 모든 일을 겪고도 국민의힘 국회의원 45명이 윤석열이 머무는 관저 앞으로 달려갔다. 자신들의 밥줄을 끊고, 자신들이 뽑은 당대표를 체포하려 한 사람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상규 국민의힘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이런 말도 했다.
"대통령 지금 사실은 연금 상태 아닙니까? 지금 어디도 가지도 못 하고 관저에만 계시고 있고. 근데 그런 분을 체포해서 뭘 할 겁니까? 너무 불쌍하지 않습니까?"
입법권과 함께 3권 분립의 또다른 한 축인 사법 시스템을 부수기 위해 판사 체포까지 검토했던 자가 윤석열이다. 계엄 이틀 전 열린 '롯데리아 회동'에서 내란 우두머리의 '비선'으로 지목된 역술인 노상원은 현직 대법관 노태악을 거론하며 "노태악이는 내가 확인하면 된다. 야구방망이는 내 사무실에 가져다 놓아라. 제대로 이야기 안 하는 놈은 위협하면 다 분다"고 했다. 윤석열이 하달한 체포 대상 명단에는 이재명 위증교사 혐의 무죄를 선고한 판사도 포함돼 있었다. 이건 아주 사적인 계엄이다.
3권 분립을 휴지통에 처박은 자를 두둔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뻔뻔하게도 '3권 분립 위태' 운운하며 오히려 판사들을 공격하고 있다. 윤석열의 '영장 쇼핑'을 옹호하며 '법원 쇼핑'엔 침묵한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불법' 딱지를 붙이고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공권력과 시민을 '내란 세력'으로 공격한다. '내란'이란 말까지도 훔쳐다 버젓이 쓰는 게 그들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스톡홀롬 증후군에 관한 현대적 해석은 "외부적으로 고립된 극한 상황에서 피해자가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방어 메커니즘"이다. 즉 피해자가 가해자에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사실 가해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방어 기제'의 일종이란 것이다.
국민의힘은 '극우 태극기 세력'에 의해 고립된 상태에서 윤석열에게 인질로 붙잡혀 있는 형국이다. 인질범의 심기를 건드릴 경우 '태극기 세력'의 보복이 두려운 상황이다. 또한 인질범이 자폭함으로서, 보수 정당이 완전히 망할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인질범을 제거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공격성을 보인다. 그래서 당대표를 납치하려 했던, 자신들의 의원직을 박탈하려 했던 범죄 용의자 윤석열에게 기괴한 연민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건 정치 생명의 끝, 즉 국회의원직의 상실이다. 이들은 국회의원직을 자신이 소유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윤석열이 위헌적인 방식으로 제거하려 했던 그 국회의원직의 주인은 본인들이 아니다.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것이며, 단지 그들은 위임장을 받았을 뿐이다.
스톡홀롬 증후군은 당국과 국가가 인질을 보호하지 못할 때 인질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관한 개념이다. 피해자에게 나타나는 심리 장애이자 착각 현상이다. 윤석열이 이미 보수 정당을 망쳤는데, 그들은 윤석열과의 관계가 깨질 때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두려워하면서 학대자를 연민하고 학대자에게 의존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스톡홀롬 증후군에 시달릴 때 권고되는 사항이 있다.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훈련된 전문가를 찾고, 경찰 등 신뢰할 수 있는 국가 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것!
스톡홀롬 증후군에 시달리며 윤석열에 유대감을 느끼는 44명의 의원들을 제외한 절대 다수의 피해자 시민들은 여전히 인질범의 처벌을 바라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 생명을 끝장내려 한 자를 보호하려는 국민의힘의 방어 기제는 결국 자리 욕심의 발로에서 비롯된다. 그걸 우린 '국민의힘 증후군'이라 불러도 될법 하다.
▲내란 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25.01.10 22:26l최종 업데이트 25.01.11 08:41l김성욱(etshiro)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내란죄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발부 나흘째를 맞은 10일, 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대치를 이어오던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전격 사퇴하고 경찰에 자진 출석하면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일 1차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찰·공수처가 관저 경내까지 진입하고도 경호처에 막혀 5시간 30분만에 철수하면서 준비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과 달리, 최근 경찰이 사상 초유의 '형사 1000명' 동원령을 내리는 등 대대적인 압박에 들어가자 경호처의 수장부터 꼬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경찰은 당초 경호처 서열 1위 박 처장과 2위 김성훈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뒤 윤 대통령 체포에 돌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처장과 김 차장은 지난 3일 직원들을 시켜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막았다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로부터 3번째 최후 통첩을 받은 상태였다. 이미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던 박 처장의 3차 출석 시한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김 차장의 출석 시한은 11일 오전 10시까지였다. 만일 3차 소환마저 거부할 경우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앞서 윤 대통령 역시 3차례 출석 요구를 모두 무시해 체포영장이 떨어진 바 있다.
그런데 이날 예상을 깨고 박 처장이 출석 시한 종료 직전인 오전 10시께 경찰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경찰 쪽에선 "박 처장이 어제 저녁 변호인을 선임했다는 얘기를 듣고 출석 가능성도 있다"(수도권 현직 경찰)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뜻밖이라는 기류다. 경찰은 오후 2시께 수도권 광역수사단 책임자들을 한데 불러모아 작전 회의를 진행했다. 이후 박 처장이 경찰에 출석하기 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사직서까지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경호처는 이날 오후 4시 30분 "박 처장이 오늘 오전 경찰 소환 조사에 출석하며 비서관을 통해 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최상목 대통령 권행대행의 입장을 전하는 기획재정부는 오후 4시 50분에 박 처장 사직서가 수리됐음을 공개했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한 전직 경찰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며칠 전만 해도 '상황이 엄중해 잠시도 경호 구역을 벗어날 수 없다'던 수장이 제일 먼저 대통령 경호처를 이탈한 것"이라며 "각자도생 하겠다며 박 처장이 백기 투항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박 처장은 지난 4일 경찰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대통령 경호 업무와 관련해 엄중한 시기로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전직 총경은 "침몰하는 배에서 선장이 가장 먼저 도망친 꼴"이라고 했다.
경찰 엘리트 코스를 밟아 지난 2010~2011년 경찰청 차장까지 지낸 박 처장이 그간 경찰과 경호처 양측에서 압박을 받아왔다는 얘기도 있다. 대통령실 파견 이력이 있는 한 현직 경찰은 "박 처장은 경찰 상황을 훤히 잘 아는 인사"라며 "현재 경찰이 준비하는 경력 규모 등을 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했다. 과거 박 처장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는 전직 경찰은 "박 처장은 결코 본인이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는, 손익 계산이 빠른 유형"이라며 "특수공무집행방해는 7년 6개월 이하 징역이고, 만일 사람이 다치면 3년 이상 징역까지 가중되기 때문에 '나는 여기서 빠지겠다'고 한 것"이라고 봤다.
박종준은 왜? "계산 빠른 엘리트 경찰... 제일 먼저 도망간 것"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지난 5일까지만 해도 대통령 경호가 경호처의 존재 가치라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 대통령경호처
실제 박 처장 입장에서는 경호처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경찰 조사에 응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체포와 구속 가능성을 크게 낮춘 측면이 있다.
만약 박 처장이 경호처에 그대로 남아 경찰 조사에 끝까지 불응했다면 체포영장이 나왔을 것이고, 만에 하나 체포영장이 나오지 않았다 해도 추후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 처장 체포 확률은 100% 였는데, 아침에 자진 출석하면서 발생한 '긴급체포' 가능성은 그보다는 적은 것이었다"라며 "그런데 거기다 사표까지 낸 게 나중에 알려지면서, '재범' 우려도 사라져 긴급체포 가능성이 또 낮아진 것"이라고 짚었다.
박 처장 사직 소식이 알려지지 않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경찰에선 "적장이 두 손 다 들고 항복했는데 긴급체포도 하지 않고 순순히 돌려 보내줬다간 경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며 박 처장을 긴급체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다만 한 경찰 관계자는 "박 처장은 윤 대통령의 안가(안전가옥) 회동에 경찰 후배인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을 데리고 간 점 등 계엄과 무관하지 않은 인물"이라며 "법적 처벌은 시간 문제일 수도 있다"고 했다. 박 처장은 계엄 선포 직전 경찰 수뇌부에게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하라고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박 처장은 이날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지만, 긴급체포를 피하고 오후 11시 10분께 귀가했다.
'김건희·김용현 라인' 김성훈·이광우·이진하·김신·김태훈·장종현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모습. ⓒ 남소연
대통령경호처 수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경호처 내부 동요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경호처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일부 강경파 지휘부를 제외하고 부장급 이하 경호처 직원들의 동요가 심해지고 있다"면서 "본래 경호처는 'NO'가 없는 상명하복 문화가 철저한 조직이지만, 경호처장부터 탄띠 풀고 내빼는 뒤꽁무니를 보면서 부하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나"라고 했다.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는 현직 경호처 직원이라고 밝힌 이가 "현재 근무 중이다. 춥고 불안하다. 공조본에서 올 것 같은데,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 대다수 직원들은 명령이라 마지못해 여기에 있다. 그냥 열어줄 수 없으니까 서있는 정도다. 지휘부와 김용현·김건희 라인만 살아있고, 일반 직원들은 동요가 크다. 지휘부는 어차피 무너지면 자기들도 끝이라 발악하는 것 같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운영위 관계자는 "경호처 직원들도 일반 '늘공(늘 공무원)'"이라며 "후에 책임소재가 생길 것을 우려해 보낸 메시지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경호처 내 일부 김건희 여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가까운 지도부는 여전히 한남동 관저를 요새로 만드는 데 앞장서는 등 강경한 태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경호처 직원들의 인적사항은 보안에 부쳐지지만, 현재 국회 운영위와 경찰 등에 모인 정보를 종합하면 경호처 내 '김건희·김용현 라인'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광우 경호본부장·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김신 가족부장·김태훈 수행부장·장종현 수행부장 등 6명 정도가 거론된다.
이중 특히 박 처장보다 '실세'로 불렸던 2인자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이날 박 처장이 사퇴하면서 경호처장 직무대리를 맡게 됐다. 경찰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뜨뜻미지근했던 박 처장보다는 본인에게 더 맹성한 김 차장을 중심으로 경호처의 최후 진지를 꾸리려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특히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이날 오전 박 처장의 경찰 출석 사실이 전해진 직후 "경호처장이 경호구역 밖에 있으므로 경호처장이 조사를 마치고 복귀 시까지 규정에 따라 경호차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는 입장을 내자, 경찰에서는 "짜고 친 티가 너무 난다"는 말이 나왔다.
경찰 쪽은 김건희·김용현 라인 강경파로 꼽히는 김성훈 차장이 경호처장 대리를 맡는다 해도 대세에 큰 영향은 없다는 분위기다. 한 현직 경찰은 "기본적으로 윤 대통령 체포 작전은 비밀 작전이 아니다"라며 "장수(박 처장)가 하나 꺾인 만큼 시점이 앞당겨지면 앞당겨졌지, 뒤로 밀려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경호처 사정을 잘 아는 경찰 관계자 역시 "김성훈 체제로 경호처가 바뀐다 해도 하위 경호원들이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라며 "무엇보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이번처럼 형사 1000명이 한 작전에 투입된 적이 없다. 형사들은 수색과 체포의 달인이고 일당백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중화기를 우려하기도 하던데, 군과 경찰이 빠지겠다고 했다면 사실 경호처에서 가용할 수 있는 중화기도 제한적이다"라고 전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윤석열퇴진행동)은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앞에서 '제2의 내란범 박종준 경호처장 및 주요간부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수사본부의 3차 출석요구(1.7)에도 불응하는 경호처장 등 주요간부들을 즉각 체포해 수사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벌할 것을 촉구하는 수사촉구서를 제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두 번째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시민사회가 지난 3일 경호처 직원들을 내세워 1차 영장 집행을 막은 박종준 경호처장과 주요 간부들을 즉각 체포해 엄정하게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윤석열퇴진행동)은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앞에서 '제2의 내란범 박종준 경호처장 및 주요간부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수사본부의 3차 출석요구(1.7)에도 불응하는 경호처장 등 주요간부들을 즉각 체포해 수사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벌할 것을 촉구하는 수사촉구서를 제출했다.
박 경호처장은 지난 3일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되었으며, 5일 내란 혐의 고발건으로 추가 입건된 상태이다.
윤석열퇴진행동 공동의장인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내란수괴 윤석열을 비호하고 수사를 방해한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차장 등 주요간부들이 7일 국수본 특별수사단의 3차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며, "국가수사본부는 즉각 경호처 주요간부를 체포하고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7일 법원이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급하였으나 이번에도 경호처는 영장집행을 방해하고 내란수괴를 비호하려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더 이상 시민들은 법치주의가 훼손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길 원하지 않는다"며, "공조본은 신속하게 체포영장을 재집행하라. 이를 방해하는 이들 역시 즉각 체포하여 사법처리하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윤석열퇴진특위 백민 변호사는 "지난 3일 이미 경호처장과 경호차장, 그 지휘에 따르는 경호처 공무원들, 군인들을 특수공모집행방해죄로 고발한 바 있다"며, 피고발인은 △박종준 경호처장 △김성훈 경호차장 외 △경호처 기획관리실장 △이광우 경호처 경호본부장 △경호처 경비안전본부장 △경호처 지원본부장 등 2급 경호공무원 4명과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장 김진성 대령 △수도방위사령부 33군사경찰경호대장 이돈엽 중령 등 군인 2명이라고 특정했다.
백 변호사는 "지금 영장의 적법성에 문제가 있다는 등 온갖 황당한 말들을 하고 있는 윤석열의 변호인들은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은 가짜 변호사들"이라며, "이들의 말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이므로 공수처와 경찰은 공조본 수사 체계 아래 신속하게 대통령 체포와 그 영장을 방해하는 모든 사람들을 엄정하게 체포해서 우리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지연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법원 영장에 이처럼 조직적으로 불응하는 공직자들이 없었다"며, "경호처가 윤석열 개인의 사병으로 전락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상 무법집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란수괴 윤석열의 체포영장을 다시 집행할 때 이들이 또 가로막는다면 법대로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특히 박 경호처장에 대해서는 "불법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본인은 물론이고 경호처 직원들까지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범법자가 되는 것이며 형사책임은 물론 내란의 핵심부역자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에서 지난 3일 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경호처 제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로 입건된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10일 오전 10시 경찰에 출석한다.
대통령경호처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기자들에게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은 경찰의 요구에 따라 10일 오전 10시 출석하여 조사에 임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지난 3일 경찰은 박 처장을 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것과 관련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박 처장은 경찰의 지난 4일 1차 출석 요구에 “대통령 경호업무와 관련, 엄중한 시기로 대통령 경호처장과 차장은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만큼 추후 가능한 시기에 조사에 응하기 위해 경찰과 협의중”이라고 밝히고 불응했다. 이후 경찰은 7일 2차 출석을 요구했는데 당시 박 처장은 “변호인 선임이 안 되어 출석이 어렵고 변호인을 선임해서 일정을 (경찰과) 조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처장은 지난 5일 입장문을 내어 “편법, 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를 존재 가치로 삼는 경호처가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이러한 판단에 오류가 있다면, 어떠한 사법적 책임도 감수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민들의 삶은 한순간 비상 국면에 접어들었다. 영문도 모른 채 맞이한 계엄에 당황하던 시민들은 '경고성'이었다는 대통령의 납득 못할 설명에 곧바로 광장으로 모여 대통령 탄핵을 외치기 시작했다.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탄핵 집회를 가장 많이, 가장 오래 지키고 있는 이들은 청년 여성들이다. 여의도, 남태령, 한남동 등 탄핵을 외치는 자리라면 어디든 형형색색의 응원봉으로 무장한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청년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집회를 상징하는 물품은 촛불에서 응원봉으로 바뀌고, 광장에 쌓여온 성차별적 요소들은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청년 여성들은 무엇을 위해 광장에 나왔을까. <프레시안>이 만난 5인의 20대 여성들은 저마다 다른 계기로 광장에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5.18민주화운동을 떠올리며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의식으로 무장한 여성이 있는가 하면, 목소리를 내는 동료 대학생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껴 광장에 나왔다는 여성도 있었다.
아이돌 응원봉을 둘러싼 해석도 다양했다. 두 달간 모은 용돈으로 구매한 응원봉에 애틋함을 갖는 사람도, 단순히 촛불보다 흔들기 좋아 들고 나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응원봉을 두고 과도한 해석을 내놓는 외부의 시선을 거부하는 이도 있었다.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뭉갤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윤석열 정부와 한국 사회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지워온 점에는 모두가 공감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두고 청년 여성들을 공격하는 정책을 내놓는 동안 디지털성범죄, 교제폭력 등 여성을 향한 공격이 줄지어 벌어졌다고 했다. 그럼에도 미디어에서는 여전히 20대 여성들을 대변하는 '스피커'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이에 분노한 여성들이 비상계엄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 사회가 청년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특별하게 바라보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탄핵광장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을 '기특한 존재'가 아닌 동료시민으로 바라봐달라고, 그리고 탄핵광장 밖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 또한 존중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만난 20대 여성 5인과의 좌담회 내용 전문이다.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스스로를 함함(26, 불교 신자), 아몰(22, 수도권 대학 재학생), 덕수(24, 아르바이트 노동자), 라이츄(21, 본관점거에 참여한 동덕여대생), 리본(23, 한신대 민중가요노래패)으로 소개했다. 첫 편에선 이들이 광장에 나온 까닭을, 두 번째 편에선 이들이 농민, 장애인 등과 연대하게 된 이유와 과정을 소개한다.
▲2024년 12월 28일 서울 마포구 모 사무실에 모인 20대 여성 5명이 각자 집회에 들고 다닌 응원봉을 소개했다.ⓒ프레시안(박상혁)
"계엄 당일, 비상식량 사러 편의점 가…사장님이 '절대 밖에 나오지 말라'시더라"
프레시안 :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각자 무엇을 하고 있었나. 계엄 소식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도 궁금하다.
함함 : 친구들과 게임하고 있다가 비상계엄 소식을 접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우리 전쟁 났나?'하고 뉴스를 보니 계엄 선포 속보가 뜨고 있더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초조하고 다급한 마음이었다. 새벽에 대통령이 계엄을 해제한 뒤에야 겨우 잠에 들었다.
아몰 : 그날 학과 행사가 있어 하루 종일 일하다 계엄 소식을 접하니 현실 감각이 들지 않고 빨리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집에서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뒤집어져 있더라. 새벽 내 벌어진 타임라인을 정리하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박근혜 탄핵집회와 같이 이번 사건으로도 집회가 열릴 거라 생각해 바로 집회 일정을 찾기 시작했다.
라이츄 : 지금 생각해도 심장이 떨린다. 대학 본관을 점거하던 중 비상계엄 소식을 들었다. 11시 이후 통행금지라는 걸 보고 밖에 있으면 총을 맞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정신 없이 짐을 챙겨 나온 뒤 대통령 담화가 나온 새벽까지 뉴스를 보다 잠들었다. 아침에 돌아가 보니 학교측이 우리가 대피한 새 본관에 들어가 증거자료들을 옮기고 있더라. 그날 이후로는 본관을 학교측에 빼앗긴 상황이다.
리본 : 아르바이트하고 귀가해 애니메이션을 보려는데 애인한테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올해 5월 광주에 가서 5.18민주화운동 유족 분들에게 당시 계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고 잔인하게 죽었는지 배웠는데 그게 지금의 문제가 된 것이다. 군인들이 헬기를 띄우고 국회에 간다는데 광주에서 헬기 띄워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한 일이 생각나 더욱 충격이었다. 편의점에서 비상식량을 사는데 사장님이 과거 계엄을 겪었던 경험을 말해주며 절대 밖에 나오지 말라고 하시더라. 서로 다독인 뒤 대통령 담화 발표까지 계속 뉴스만 봤다.
덕수 : '지금이 2024년인데, 과거처럼 총을 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당장 국회로 달려가 새벽 동안 국회 앞에서 '탄핵하라' 구호를 외쳤다. 오후 2시에 더불어민주당이 결기대회를 연다길래 국회에서 대기하다 참여하고, 오후 다섯 시에 열린 민주노총 집회에도 참석한 뒤 밤에야 집에 돌아갔다.
프레시안 : 각자 집회에 나선 배경이 궁금하다. 특히 탄핵 정국 초기에는 계엄이 다시 선포될 수도 있다는 말이 있었는데 두렵지는 않았나.
덕수 : 계엄 선포 몇 달 전 좋아하는 아이돌이 가짜뉴스와 괴롭힘에 시달리다 결국 활동을 중지한 사건이 있었다. 그에게 가해지는 괴롭힘을 말리는 사람이 있었음을 적극적으로 보여줬어야 했는데, 엉덩이가 가볍지 않아 그러지 못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계엄이 터지고 나서는 누군가의 권리가 밟혔을 때 뒤늦게 움직여서 또다시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는 감정이 강하게 들었다. 박근혜 탄핵집회 당시에는 집회 참여를 못해서 이번에는 역사의 한 장면을 목격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계엄이 선포된 날 바로 여의도로 달려갔다. 겨울철 배달 일을 하며 구비한 방한용 유니폼과 보호장구, 핫팩이 집회 참여에 요긴하게 쓰였다. 노동자의 보호구가 집회의 보호구가 된 셈이다.
아몰 : 우리 학교 신입생들이 이름을 담은 시국선언문을 학교 담벼락에 붙이는 모습을 보고 선배로서 부끄러웠다. 새내기들이 목소리를 내는데 선배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 학교 시험을 마친 직후 집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라이츄 : 탄핵 정국 초기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집회 참여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학교에서 시위 중인 만큼 정치권과 엮이게 되면 학교 문제에 공권력이 개입해 우리를 어떻게 할지 모른다거나, 온라인상에서 사이버불링을 당하는데 집회 현장에서도 괴롭힘을 당할 수 있으니 집회에 가지 말자는 의견도 나왔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학교 문제는 아무 일이 아니게 되기 때문에, 무섭더라도 '민주동덕' 깃발을 들고 집회에 나갔다. 실제로 우려하던 공격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많은 분들에게 응원을 받았다.
함함 : 대학이라는 집단에서 내 주장이나 신념을 드러내는 일에 굉장한 공포가 있었다. 내 생각을 드러내면 '꼴페미' 소리를 들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다니는 혜화에서 벌어지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를 보거나,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을 자주 지나치면서도 해당 이슈들에 항상 침묵해왔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집회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회에 한 사람이라도 더 있어야 강압적 진압이 없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리본 : 평소 집회를 많이 참여했고 주위에는 시위하다 잡혀간 분들도 있다. 빌딩이 빽빽한 여의도에서 하는 집회는 처음이라 빌딩 옥상에서 군인이 총을 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모이면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고, 현장에서 동아리 선배들을 만나 사탕이나 현금을 받기도 해 따뜻함을 느꼈다.
프레시안 : 각자 다른 이유들로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자주 참여했는지도 궁금하다.
함함 : 계엄 터진 뒤 6일, 14일, 24일 세 차례에 걸쳐 참석했다. 혼자 가는 날도 있는가 하면 친구들과 함께 가는 날들도 있었다.
아몰 : 7일, 14일, 21일 참석했고 지금 진행하는 좌담회를 마친 뒤에도 집회에 참석하러 갈 예정이다.
덕수 : 계엄 발표 당일 국회 앞으로 간 뒤부터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열리는 집회에 대부분 참여했다. 앞으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나 팔레스타인 집회도 참여해볼까 한다.
라이츄 : 11일과 14일 두 차례 참여했다.
리본: 계엄이 선포된 주간에는 금요일(6일)과 토요일(7일) 참여했고, 그 뒤로는 매주 토요일 집회에 갔다. 오늘(28일) 열리는 집회도 참여할 예정이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2024년 12월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는 30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이 모였다. ⓒ프레시안(박상혁)
응원봉은 '나 여기 있어요' 알리는 수단…청년 여성들 한 목소리로 묶는 도구 아냐
프레시안 : 탄핵정국의 모든 집회에서 정치와 무관해 보이는 응원봉 및 깃발들이 다수 등장해 주목 받았다. 특히 아이돌 응원봉의 경우 대중이 보기에는 '덕후'들의 아이템으로 비치곤 했는데 어떻게 광장의 핵심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보나.
아몰 : 근본적으로 이번 집회에 청년 여성들이 많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청년 여성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그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니 응원봉도 많이 보이는 거다. "XX야 살기 좋은 나라 만들어 줄게"라거나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물건"이라는 등 응원봉을 둘러싼 몇몇 표어들이 좋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져 대중에게 채택됐다고 본다.
덕수 : 응원봉은 확실히 집회의 주 세대가 청년 여성으로 교체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지만, 언론에서 멋들어지게 포장해 주듯이 투쟁의 상징, 다양성의 표상이 됐다고 보지는 않는다. 응원봉이 촛불보다 다루기 쉬운데 불도 꺼지지 않는 효율적인 도구이고, 박근혜 탄핵 집회 이후 8년간 K팝의 상업화가 발달하면서 절대적으로 팔려나간 응원봉의 개수가 많아 이번 집회에 촛불 대신 들고 나왔을 뿐이다. 물론 응원봉에 의미를 두고 고양감을 얻는 사람들도 있지만, 응원봉을 든 사람들을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리본 : 박근혜 탄핵집회 때에도 LED촛불이 많이 팔렸다. 하지만 LED촛불은 밝기가 약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더 밝고 눈에 띄는 물품을 가져온 게 응원봉 아닐까. 나는 아이돌 응원봉은 아니지만 막대형 LED 봉을 들고 다녔고, 참여자 중엔 무드등을 들고 온 사람도 있었다. 촛불이건 횃불이건 응원봉이건 '나 여기 있어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걸 들고 오는데 그중 응원봉이 가장 많았던 거라고 본다.
라이츄 : 무봉(마마무 응원봉)을 들고 나왔던 나는 언론에 무봉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엄청 기분 좋았다. 용돈이 3만 원이던 10대에 4만 원짜리 무봉을 사려고 두 달 동안 용돈을 모아 엄청 소중하게 보관해왔다. 촛불처럼 뜨겁지고 않고 흔들기도 좋아 응원봉을 가져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너네는 부끄럽지 않은 가수가 될 거고, 나는 부끄럽지 않은 팬이 될 거야'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함함 : 내 경우 투모로우바이투게더(투바투) 팬덤에 성인 팬도 있다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집회에 응원봉을 들고 간 측면이 있었다(웃음). 투바투 팬덤은 10대가 대다수고 성인 팬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사실 많은 사람들은 응원봉에 특별한 애틋함을 가지고 구매하지는 않는다. 구매할 때에도 "왜 이렇게 비싸게 주고 파느냐"며 회사를 욕하곤 한다.
프레시안 : 계엄은 모두가 함께 겪었는데 왜 청년 여성들이 가장 많이 광장에 나왔을까.
아몰 : 이 문제는 윤석열의 여성혐오 정책과 연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윤석열이 벌여온 정치적 맥락에서 여성들이 가진 분노가 가장 클 수밖에 없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항상 남성을 위한답시고 여성을 공격하는 정책을 내고, 청년을 위한답시고 노인을 공격하는 발언을 하는데, 그런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를 지지했다. 이후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놨고, 당선 후에도 현재까지 여성 의제와 관련한 일련의 정책들로 여성들을 분노케 했다.
라이츄 :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게 최근 몇 달간 연쇄적으로 벌어진 여성혐오 범죄와 교제폭력이다. 심지어 지난 크리스마스날에도 10대 여학생이 남학생으로부터 공격당했다. 끊이지 않는 여성폭력이 여성들을 더욱 분노케 만들었다.
덕수 : 유독 정치권이 목소리를 들어주고 있다는 신호를 전혀 보내지 않는 대상이 20대 여성이다. 예컨대 중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김어준이란 효과적인 스피커가 있고, 우리나라 인터넷 커뮤니티는 우파적 성향이 강한데 언론이 스피커가 되어준다. 이대남은 이준석이라는 스피커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데 여성들에게는 이런 스피커가 없던 점이 이번 시위에 표출된 것이다.
함함: 여러 이유들로 20대 여성들은 광장에 나와 목소리 내는 경험을 많이 해왔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 집회에 같이 가자고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14일에는 내 생일파티를 위해 모인 친구들과 함께 여의도 집회에 갔다. 청년 여성들 사이에서의 작은 연대들이 모여 이렇게 큰 연대가 된 게 아닐까 싶다.
▲2024년 12월 28일 서울 마포구 모 사무실에서 20대 여성 5인이 탄핵집회에 나온 이류를 밝혔다.ⓒ프레시안(박상혁)
"광장 내 성차별은 줄었지만 장소 따라 여성에 대한 시선 달라, 갈 길 멀다"
프레시안 : 여성들의 참여가 주목을 받으면서 광장의 문화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동시에, '페미니스트를 끌어내리라'는 함성이 나오는 등 여전히 광장 내 성차별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여러분은 광장의 분위기를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덕수 : 광장 안에서 성차별보다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페미니스트에 대한 존중이 정말 많이 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차별금지가 대중의 의견인데도 정치권과 언론은 그동안 익명 커뮤니티나 우파 유튜버, 이준석같은 사람들의 소수의견을 너무 확대해서 들어온 것이다.
아몰 : 우리 목소리가 커지고 우리가 주목을 받으니 광장 내 자정작용이 일어나는 점이 신기했다. 민주당도 한 패널이 방송에서 물의를 일으키자 입조심하라는 강령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 생경했다. 여성들은 가장 최근 집회까지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정치와 최대한 엮이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정치가 우리 목소리를 주목하고 바뀌는 모습,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하며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거나 커밍아웃하는 모습을 보여 좋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함 : 2016~2017년도부터 시작한 여성들의 행동들이 이어져 이런 표면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게 아닐까. 이전에는 성차별적 발언을 하지 말라고 해도 묵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성평등을 외치는 목소리가 더 커졌고 오랫동안 이어지니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하는 거다. 위선도 선이라고,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하는 건 분명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한편으론 그동안 광장에서 항상 존재했음에도 주목받지 못해온 여성들이 갑자기 등장한 것처럼 생경해하는 시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아몰 : 여성들은 전부터 촛불소녀나 유모차부대처럼 여러 이름으로 항상 광장에 나오는 사람들이었다. 촛불소녀와 관련한 논문을 찾아보니 당시 그들을 집회의 마스코트로 여기거나 "우리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대상화했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국면 동안 시국선언문을 올리는 청소년들에게 기특하다고 하지 말고 동료 시민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자정작용이 일었다. 반면 혜화에서 대학본부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는 '철없는 애들', '왜 이런 거나 하고 있지'라는 비난이 나온다. 모이는 장소에 따라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모습에 갈 길이 멀다고 느껴졌다.
리본 : 탄핵정국에서 청년 여성들을 부각하는 이유는 이들을 동등한 시민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아무런 차별과 혐오가 없었다면 그저 많은 시민이 참여했고 청년 여성도 많았다는 설명 정도로 끝났을 거다. 여성들은 항상 광장에 많았기 때문이다. 집회 참여자 중에는 아이도 있고 나이도 많은 분들이 있었는데, 그분들은 모든 매체가 청년 여성만 주목하니 외로웠다고 하더라. 앞으로는 젊은 여성들의 시위 참여가 당연한 사회였으면 좋겠다.(下편에서 계속)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반공청년단 및 백골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소개말을 하고 있다. KNN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국 민주주의 암흑기에 독재정권의 돌격대로 악명을 떨치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반공청년단'과 '백골단'이라는 이름이 2025년에 부활했다. 그것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출범을 공식화했으며,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체포 저지를 대놓고 명분으로 내세웠다.
음지에서나 암약할 이런 극우 조직에게 국회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해준 것은 여당 국회의원이었다. 얼마 전까지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에 속했던 김민전 의원이 이들을 양지로 이끌어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내란 잔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윤석열 방탄을 도모하다 급기야 정치깡패의 망령까지 되살리려는 움직임은 충격적이고 엽기적이다. 특히 이런 극우 집단에 일부 2030 청년층이 주축으로 참여하고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 깊게 하고 있다.
'찐윤'(진짜 친윤)을 넘어 '맹윤'(맹렬한 친윤)으로 불리는 김민전 의원은 이날 오후 1시 '현안 관련 시국선언 기자회견'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예약했다. 이 회견장은 현직 국회의원만 빌릴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자리에 백골단의 상징인 하얀 헬멧을 쓴 젊은 남녀 여섯 명이 등장하리라곤 현장 기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인사말에 나선 김 의원은 "이들이 왜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도, 눈보라가 휘날리는 밤에도 한남동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지 그들의 목소리를 여러분께 전해드리려고 한다"면서 "우리 젊은이들의 정당한 분노"라고 치켜세웠다.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가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반공청년단 및 백골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TV조선 현장 영상 갈무리
이어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가 마이크 앞에 섰다. 1983년생인 김 대표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복수국적자로 캔자스 주립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를 졸업하고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주간조선과 월간조선에서 기자로 일했던 인물이다. 월간조선 기자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JTBC가 보도했던 최순실 태블릿 PC의 조작 의혹 등에 관한 기사를 썼다. 퇴사 후에는 구독자 14만여 명의 유튜브 채널 '백서스(BEXUS)'를 운영하며 21대 총선 투표 결과가 조작됐다는 부정 선거론을 제기하고, 문재인 정부의 정치 방역인 코로나 백신 접종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 등을 펼쳤다. 현재 '백서스 정책연구소'라는 개인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22대 총선 때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용산구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부로 등록한 바 있다. 당시 출사표에서 그는 "586 운동권 청산에 총 역량을 동원할 것을 약속한다"며 "이번 총선은 기득권 카르텔을 위해 국민의 주권을 유린하고 국가를 망가뜨리려는 세력과 이를 바로 잡으려는 세력의 대결이다. 국가의 존망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양보할 수 없는 총선"이라고 주장했다. 당선되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수업을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연간 30시간 받도록 법제화하고, 부정선거 사례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발의하겠다고 공약했다.
권영세 의원이 단수공천되면서 탈락하자 이에 불복하고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3위(득표율 1.19%, 1536표)로 낙선했다. 그때도 "사전투표에서 이미 결과가 정해졌다"며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기자회견까지 열고 선거 무효 소송을 직접 제기했다.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는 지난해 22대 총선 때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용산구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부로 등록한 바 있다. 백서스 네이버 카페 사진 갈무리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희는 최근 민주노총의 대통령에 대한 불법 체포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 공관 옆 한남초등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인 청년들"이라며 "저희 지도부는 조직의 공식 명칭을 반공청년단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백골단은 반공청년단의 예하 조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스스로 소개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위협하고 국론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졸속 탄핵 절차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무리한 체포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면서 "중화기로 무장한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를 하는 것은 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위험한 행위"라고 말했다.
헌정 질서를 위협한 장본인이 바로 윤 대통령이고,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나서 법치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 또한 자신들임에도 '내전'까지 거론하며 국민과 수사기관을 사실상 협박한 것이다. 김 대표는 "탄핵 과정은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다"면서 "저희 반공청년단은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앞으로도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골단'의 부활을 알리는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의 페이스북 글과 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던 지난 3일 오전 이른바 '백골단' 단원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겠다는 이들은 반공청년단이란 이름으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출범을 선언했다. 2025.1.9. 연합뉴스
이어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김 대표는 "저희는 1월 1일부터 1월 6일까지 한남초등학교 앞에 자발적으로 모인 2030 청년들이 주를 이뤘다. 1월 6일 새벽 4시에는 민주노총과 공수처가 대통령 관저로 기습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가 있어 청년들이 그 소식을 듣고 현장에 나와서 인간 벽을 쌓았다"며 "하얀 모자를 쓴 청년들이 (군가) '멸공의 횃불'을 부르면서 민주노총이 오기를 기다리는 일이 있었다. 용기를 갖고 물러서지 않은 300명의 청년이 백골단 같은 용맹스러운 모습을 보여서 백골단으로 알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하얀 헬멧을 쓰고 대통령 관저 주변에서 자경단으로 감시 활동을 하는 분들을 백골단 대원으로 부르도록 하겠다"며 "방검복, 무릎 보호대, 팔꿈치 보호대 이런 보호 장비들을 스스로 착용하고 나오도록 권고한다. 1월 10일에도 민주노총의 대규모 시위가 공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강화된 방어구를 착용하고 나오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공수처의 대통령 체포도 위법하다고 판단하지만 특히 경찰특공대 투입은 대한민국을 내전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거듭 '내전'을 부각시켰다.
취재진이 "백골단은 과거 대학생들을 폭행하거나 시신을 탈취해 악명이 높은데 굳이 이 명칭을 붙인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김 대표는 "백골단 명칭에 대해 많은 분의 호불호 의견이 나뉘어 있다"면서 이를 '호불호'의 문제로 물타기를 한 뒤 "지금 대한민국은 법치가 무너지고 약육강식의 세계가 됐기 때문에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만 지금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그래서 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백골단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정당화했다.
시위 참가자를 연행하는 백골단. 1990.9.22..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서울 대학로에서 제1기 출범식을 마치고 종로3가 등 도심에서 시위를 벌이다 '백골단'으로 불리는 진압 경찰들에게 끌려가고 있다. 1993.5.29.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종일관 내란수괴 윤석열을 빼닮은 김 대표의 궤변과는 달리 백골단은 '호불호'의 가치중립적인 평가가 가능하지 않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흑역사를 상징하는 존재다. 1980~90년대 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 정권 시기 시위대를 진압하고 체포했던 사복 경찰 부대를 지칭하는 백골단은 특유의 오토바이 헬멧과 청바지, 청재킷, 운동화 차림에 곤봉이나 쇠파이프 등을 이용한 무자비한 폭력으로 시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1991년 명지대 1학년 강경대 학생을 쇠파이프로 때려 숨지게 했으며, 의문사를 당한 박창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 빈소에 쳐들어가 영안실 벽을 깨부수고 시신을 탈취하는 등 갖은 만행을 일삼았다.
이번에 윤석열 사수를 위해 다시 등장한 백골단의 상위 조직 반공청년단도 이승만 정권 시절 관변 폭력단체인 '대한반공청년단'을 연상케 한다. 이승만 대통령이 총재, 이기붕 부통령이 부총재, 신도환 의원이 단장, 정치깡패 임화수가 종로구 단장을 맡았던 대한반공청년단은 1960년 자유당이 3·15 부정선거를 획책하면서 전국의 정치깡패 조직들을 규합해 만든 '선거 전위대'였다. 윤석열 정권 들어 모든 분야가 퇴행하더니 이젠 일부 청년들이 시대를 완전히 거꾸로 거슬러 어디서 못된 명칭이나 차용하면서 반민주‧반역사적인 조직을 만든 것이다.
백골단 창설에 반대하는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의 긴급 선언문 게시글. 신남성연대 유튜브 커뮤니티 갈무리
김정현 대표가 이끄는 반공청년단과 백골단에 대해서는 같은 극우 진영 안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윤석열 체포 저지의 방식을 두고 자기들끼리 내분을 벌이는 양상이다.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는 유튜브 채널 커뮤티니에 올린 '백골단 창설 강력 반대' 긴급 선언문에서 "현장에서 청년들에게 '민노총이 0시에 쳐들어온다' '4시에 온다' '6시에 샛길로 온다'는 허위정보를 반복적으로 전달하며 불필요한 긴장감을 조성한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면서 "청년들은 이 허위정보를 믿고 극도의 긴장 상태에 몰려 추운 날씨에도 계속해서 대기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뿐만 아니라 특정 인사(김정현 대표를 가리키는 듯)가 이 청년들에게 애국가를 부르게 지시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이는 청년들의 자발적 행동이 아닌, 허위정보로 긴장감을 고조시킨 뒤 연출된 상황이었다"며 "청년들에게 헬멧을 씌우고 길에 서 있는 모습을 연출한 뒤 이를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해 특정 인사의 페이스북에 게시하는 일까지 이어졌다. 이는 청년들의 순수한 의도를 훼손하고, 이들을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삼는 행위에 불과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샛길을 막고 헬멧을 씌워 무장을 시키는 모습은 민노총과의 충돌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폭력 사태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다. 저는 이러한 무모한 행동이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인사가 자신의 사조직을 만들려는 의도가 느껴지는 상황이다. 저는 이러한 움직임에 반대하고, 남성연대와 백골단이 엮이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백골단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한 김민전 의원은 명색이 정치학자 출신임에도 22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극우적 망언과 기행을 일삼아 왔다. 최근엔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한남동 관저 앞 집회의 연사로 나가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소추에 찬성한다고 나서지를 않나, 한 번도 농사짓지 않은 트랙터가 대한민국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지 않나. 이것이 바로 탄핵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통령은 정말 외로웠겠다" "법에도 없는데 대통령을 체포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사기 탄핵 아니냐" 등의 발언을 했다. 지난 6일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관저 앞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 45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지난 2일 서울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윤상현 의원과 함께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JT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점입가경인 국민의힘 행태에 경악하며 김 의원 제명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통해 "원희룡 전 장관을 필두로 한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60여 명이 조직을 꾸려 매일 한남동 관저 앞을 지키겠다고 한다. 심지어 김민전 의원은 '백골단'을 자처하는 조직을 국회에 끌어들여 내란을 선전·선동했다"면서 "국민의힘은 내란 수괴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법 집행을 막는 폭도의 길을 가려고 하나? 까마득히 잊혔던 정치 깡패의 망령을 되살릴 작정인가?"라고 개탄했다.
박창진 부대변인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백골단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내걸고 옳고 그름도 구분하지 못하는 미치광이, 바보 같은 사람들을 누가 국회 기자회견장에 세웠나? 말을 한다고 다 말이 아니다"라며 "윤석열의 공천 개입이 이런 무자격 국회의원을 양산한 것 같아 비통하기 그지없다. 김민전 의원은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내란 부화수행을 당장 멈추기 바란다"고 했다.
참여연대, 경실련, 민변, 민주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54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입장문을 내고 "김민전 의원은 어떻게 시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화운동을 탄압한 백골단을 국회에 세울 수 있단 말인가.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백골단을 앞세운 것은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것이자, 독재와 폭력을 옹호함으로써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정치 폭력집단을 상징하는 백골단을 국회에 세운 김민전 의원을 즉각 제명하고 피해자들과 시민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BEST 햐~ 백골단? 반공청년단? 창설 기자회견? 이 말도 안되는 독재망령같으니라고. 그것도 대한민국 2030으로 구성된 청년조직이라고? 캬~ 기막히고 코막힌 어이없는 놈들같으니라고! 그 조직의 대표 김정현이라는 작자가1983년생이면 43세쯤 되는 거 같은데 왜 40대가 2030대표를 하지? 첨부터 모든 것이 어설프고 계속 어이없고 우스워 웃음도 안나온다. 이런 발상은 도대체 왜 나왔을까? 광기광기 참 여럿 봤는데 이 정도로 정신외출한 애들은 처본다. 멍멍이 자식들아 참말로 이건 아니자나!!!
BEST 폭력을 조장하는 김민전 이런게 국회의원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다.당장 제명하라! 어찌 이런물건이 그것도 버젓이 국회서 기자회견을? 이것들이 막장 물건들 아닌가? 역사적 판단이 끝난 폭력조직단을 21세기 민주주의를 외치는 자들의 정체야말로 반국가세력 아닌가? 대한민국 공권력과 법치는 이들을 그냥 놔두는 저 내란공범 최상목을 탄핵하라! 그리고 언제까지 내란수괴를 국민혈세로 경호할 것인가? 대한민국 공권력이 이것밖에 안되는가? 분열을 조장하고 나라를 이꼴로 만든 저 악의축 앞잡이 좃 선을 폐간하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2025.01.09. ⓒ뉴시스 고 채 상병 순직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정훈 대령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채 상병 순직사건 기록에 대한 이첩 보류 명령이 부당했으며, 이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은 박 대령이 옳았다는 게 군사법원의 판단이다. 이제 관심은 이번 사태의 시작으로 지목된 ‘VIP 격노설’을 비롯한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규명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9일 박 대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열고 박 대령이 받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언했다.
군검찰은 2023년 10월 6일 박 대령을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박 대령이 수사 기록 이첩 보류 및 중단 명령 등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으며,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상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군검찰의 주장이었다. 군검찰은 박 대령의 이러한 혐의가 “군 지휘 체계를 거부한 중대 범죄”라며 군형법상 평시 항명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군검찰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개정 군사법원법은 군 사망사건 등 군사법원에 관할권이 없는 사건은 범죄를 인지한 경우 관련 기관에 지체없이 이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에, 해병대 수사단은 이 사건 기록을 지체없이 관계기관에 이첩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해병대 사령관에게는 오히려 지체 없이 기록을 이첩할 수 있도록 지휘·감독해야 할 법령상 권한 및 의무가 있는 것”이라며 “이 사건 기록을 특별한 이유 없이 이첩 중단할 것을 명령할 권한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 목적은 박 대령이 보고한 해병대 1사단 고 채 상병 사망원인 수사 및 사건 처리 관련 보고서 결과 내용과 다른 내용으로 기록이 이첩될 수 있도록 사건 인계서의 내용을 수정하기 위한 목적에서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며 “해병대 사령관이 이첩 중단 명령을 하게 된 동기와 목적, 국방부 장관의 지시와 의도, 그 방법 등에 비춰볼 때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판시했다.
이 밖에도 박 대령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수사 외압을 폭로한 것을 두고 ‘상관 명예훼손’이라는 군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보여진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해병대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1.09. ⓒ뉴시스
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이제 군검찰이 항소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았다”며 “이 시국에 (국방부 장관 대행인) 국방부 차관이 항소 포기를 지휘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규현 변호사 역시 “박 대령이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이 정의롭고 공정하고 법에 따라서 이뤄졌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국방부 장관 대행인 김선호 차관은 당장 박 대령을 복직시키고, 군 검찰에서 항소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지금부터 위증한 사람들을 모두 고발조치하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빨리 구속해야 한다”며 “임성근 전 사단장을 비호한 윤석열 대통령은 범죄행위가 하나 더 추가됐다. 이것에 대해서도 조속히 특검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정훈 대령은 고 채 상병에게 한 약속을 지키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그는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기도 하고 험하기도 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저는 결코 흔들리거나 좌절하거나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채 상병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헌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의고 법치를 살리는 길”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2025.01.09.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하고 있다. 맨 왼쪽이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9일, 윤석열 대통령 추정 인물이 전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경비 상태를 점검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된 것과 관련해 “도주 우려가 직접적으로 인정되는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이 만약 맞다면, 이미 관저를 요새화시켜놨고, 그 요새화시킨 현장에 점검을 나와서 지시한 것이고, 경호처 직원들을 격려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도주 우려와 증거인멸 우려가 어제 윤석열로 추정되는 인물이 그 현장을 나와서 점검했다는 사실로 입증된 것”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경호처 직원이, 경호처장이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지시한 거로 알았는데, 어제 (인물이) 윤석열이 맞으면 직접 지시한 거랑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서울중앙지법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응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내란까지 저지른 사람이 구속영장에 순응하겠냐”며 “다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은 내란 후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나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이미 모두 거부하겠다는 걸 사실상 밝힌 것”이라며 “도주 우려가 없으니 구속영장이 기각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는 것 같은데, 착각을 깨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오마이티브이(TV)는 전날 낮 12시53분께부터 약 7분 동안,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윤 대통령과 흡사한 인물이 경호원 등과 함께 관저 진입로 주변을 살펴보는 모습을 촬영해 보도했다. 이 인물이 살펴본 곳은 관저에서 200m가량 떨어진 곳으로,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을 당시 경호처가 차량과 직원들을 동원해 3차 저지선을 쳤던 장소다. 이 인물은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손으로 뭔가를 가리키며 지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 인물이 윤 대통령인지는 확인해주지 않은 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으로 오마이티브이를 고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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