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미국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초기 단계에서 유럽을 배제하려 하고 JD 밴스 미 부통령이 유럽의 극우 "방화벽"을 비판하며 관세나 방위비 등 금전적 문제를 넘어 유럽인들의 동맹 인식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이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16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 기고를 통해 "유럽은 그 자신의 안보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더 나아가야 한다"며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한 방어 및 부담을 지는 데 얼마나 진지한지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에 대해 너무 오래 얘기해 왔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에게 이를 계속해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고 했다.
이어 "영국은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가속화하는 작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준비가 됐다"며 "필요하다면 우리 군인들을 현지에 투입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 기여할 의지와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병력 파견이 "영국 군인들을 잠재적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깊은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돕는 모든 역할은 우리 대륙(유럽), 우리나라 안보 보장을 돕는 것"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이 "우리 대륙의 집단 안보를 위한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순간"이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미래에 대한 문제일 뿐 아니라 유럽 전체에 대한 실존적 문제"라고 덧붙였다.
스타머 총리는 다만 유럽이 더 강화된 조치를 취하더라도 "미국 지원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오직 미국만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재공격을 저지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안보 보장은 평화 지속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까운 시일 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및 모든 주요 7개국(G7) 파트너들과 우리에게 필요한 강력한 합의를 확보하기 위해 함께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 협상에서 반드시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분명히 하고 그렇지 않으면 "우크라이나가 진짜 국가가 아니라는 푸틴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크라이나가 동맹에 가입하는 불가역적인 길을 계속해서 지지해야 한다"고 했다.
스타머 총리의 유럽의 자체 방어 부담 강화 및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서의 주도적 역할 필요성, 영국의 평화유지군 파병 언급은 지난 3년간 우크라이나전에서 함께 러시아에 대항했던 미국과의 관계를 유럽이 재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16일 <뉴욕타임스>(NYT)는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기독교민주연합(CDU·기민당) 의원 또한 유럽인들이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알아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뢰트겐 의원은 "이는 새로운 현실이고 유럽의 안보가 미국의 진정한 국익이라는 전통적 정책과의 단절"이라며 "이 행정부는 이를 미국의 주요 국익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이는 근본적 변화"라고 짚었다. 기민당은 23일 독일 총선에서 집권할 것이 유력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양쪽의 삐걱거림은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과 상의 없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주말 뮌헨안보회의를 거치며 분명해졌다. 15일 키스 켈로그 트럼프 정부 러시아·우크라이나 특사는 사우디에서 열릴 미·러 간 우크라전 종전 협상에서 유럽의 참여를 배제했다. 미 CNN 방송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회담이 18일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럽이 우크라전 관련 몇 달간 켈로그 특사와 소통하고 관계를 쌓으려 애써 왔지만, 막상 이번 사우디 회담에 켈로그 특사가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변화하는 결정으로 인해 좌절을 맛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AP> 통신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사우디 회담에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가 참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6일 윗코프 특사는 월츠 보좌관과 함께 이날 사우디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미 폭스뉴스에 밝혔다.
이에 더해 JD 밴스 미국 부통령으로부터의 공격도 나왔다. 그는 지난 주말 뮌헨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은 채 유럽의 혐오 표현 및 행위 대응이 "내부로부터의 위협", "검열"이라며 비난하고 극우 정당과 협력하지 않는 "방화벽"을 거두라고 촉구해 유럽을 당혹스럽게 했다. 독일 총선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극우 알리스 바이델 독일을위한대안(AfD) 지도자를 만나기까지 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밴스 부통령이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유럽 상황을 일부 권위주의 정권에 만연한 상황과 비교하는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수일 간 트럼프 당국자들을 지켜본 뒤 "유럽 지도자들이 미국에 의지하기 어려운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포함한 많은 문제들이 불확실하게 남아 있지만 "서방 동맹에 획기적 균열이 열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신문은 지난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을 만난 뒤 유럽 당국자들이 관세 등 경제적 문제를 넘어 미국이 유럽에서 수만 명의 미군을 철수할 것으로 예상되며 문제는 속도와 규모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동맹국 회의에서 미국이 더 이상 유럽 안보에 주력하고 있지 않으며 "유럽의 주요한 안보 보증국"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국경을 2014년 이전으로 돌리는 것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일단 17일 프랑스 파리에 모여 긴급 회의를 연다. <뉴욕타임스>는 프랑스 당국자를 인용해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유럽연합(EU) 및 나토 지도자들이 이 회의에 참석해 유럽이 배제된 채 진행될 미국과 러시아 간 회담에 대한 대응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이 회의에서 휴전 보장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유럽군을 배치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5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유럽을 당연히 지원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유럽 군대" 창설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도 사우디 회담에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1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회의도 계획도 없었다"며 사우디 회담 불참을 확인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참여 없인 어떤 합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안보 보장엔 반드시 미국이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쪽 참석자에 대해 16일 미 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후 17일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라브로프 장관과 주미대사를 지냈던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정책보좌관이 오는 1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미국 대표단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16일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우크라이나 종전 회담에서 완전히 배제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 것도 확정되지 않은" 현 단계를 넘어 "진짜 협상"이 시작되면 "우크라이나가 참여해야 할 것"이고 "유럽도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초기 단계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틀을 마련하고 이후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참여한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루비오 장관은 밴스 부통령의 뮌헨안보회의 연설이 동맹을 화나게 하는 것 외에 어떤 성과를 거뒀냐는 질문을 받고 "그들이 밴스 부통령의 말을 듣고 화를 냈다면 그게 바로 그(밴스 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역사적 연설"이라며 "80년 동안 함께 해 온 동맹, 친구, 파트너는 공개 포럼에서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뉴키 지역을 방문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기자회견 및 헌재 사무처장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사법 체계 파괴하는 문형배는 사퇴하라!"
"대한민국 법치 파괴 헌법재판소 각성하라!"
헌법재판소 앞에 모인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구호를 외쳤다. 헌법재판소를 향한 국민의힘의 공격이 연일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헌법재판소의 '존폐' 여부까지 따져 묻더니, 사실상 겁박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변론 기일이 막바지를 향해 가는 가운데, 친윤석열계 의원들은 이처럼 지도부의 묵인 아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헌법재판소를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도를 지나쳤다는 당 안팎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이다.
17일 오후 친윤계 국민의힘 국회의원 36명이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 모였다. 김기현 국회의원은 "우리는 오늘 부당하고 편향된 헌법재판소의 행태를 규탄하고, 차가운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일 길거리와 광장에서 헌재의 부당함을 외치고 있는 국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를 찾아왔다"라고 입을 열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기자회견 및 헌재 사무처장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마이크를 잡은 그는 "도대체 이렇게 편향되고 불공정한 재판은 일찍이 보지 못했다"라며 "이렇게 헌법적 가치를 흔들며 스스로 권위를 무너뜨리는 헌법재판소가 또 있을까 싶다"라고 비난했다. "오죽하면 헌재의 반역사적·반헌법적 행태를 보다 못해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라는 목소리가 법조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정작 탄핵해야 할 대상은 헌법재판소'라고 하는 국민적 목소리까지 나오겠느냐?"라고도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절대 다수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과 국정 혼란을 목적으로 마구잡이로 내지른 '아니면 말고'식 탄핵 소추 사건에 대하여,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보여준 가히 악행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편향성과 불공정, 무능과 졸속은 국민적 공분을 초래하고야 말았다"라고 공격했다. 특히 "헌재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건에서 대통령 측 변호인과 아무런 협의 없이 8번의 따발총식 변론 기일을 일방적으로 지정하였고, 민주당과 마치 약속 대련이라도 하듯 탄핵 소추서의 핵심이었던 내란죄 철회를 유도했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길거리 잡범에 대한 판결도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하지는 않는다"라며 "최근에는 탄핵의 트리거라고 알려졌던 이른바 체포 명단 메모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증인들의 말 바꾸기와 거짓 진술, 심지어 민주당의 증인 회유설까지 등장했다"라고 빌미를 잡았다.
결국 "오염된 증거, 회유로 만들어진 거짓 증거에 대한 진위를 가리는 것이 순리임에도 헌재는 이조차도 무시하고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듯 무조건 돌진하고 있다"라며 "헌법재판소가 더는 국민 위에 군림하며 위헌적 행태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라는 힐난이었다.
이들은 "국민을 대신"한다며 ▲헌법재판소는 탄핵 심판에 있어 형사소송법 준용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고, 오염 증거의 증거 능력을 배척하여 적법하고 공정한 증거 조사 절차를 진행하라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정족수 권한쟁의 심판 사건을 최우선으로 처리하라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적격 품결 사실이 명확한 마은혁 관련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즉시 각하하라 등 3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나경원 "헌재는 국정마비 공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기자회견 및 헌재 사무처장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마이크를 이어 받은 나경원 의원은 "헌법재판소는 그 구성에 있어서의 이념적 편향성으로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게 됐다"라며 "막상 시작된 그 헌법재판소의 재판 과정에서 자의적 절차 운영, 소송, 지휘권의 남용 그리고 편향적 예단을 보면서 그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는 것 같아서 저희는 또 다른 깊은 우려에 빠졌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의 이러한 혼란을 가져온 국정 마비에 헌법재판소도 사실상 동조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까지 든다"라며 "주관적·이념적 양심이 아닌 객관적·법률가적 양심으로 돌아오셔서 이번 대통령 탄핵 재판을 공정하게 진행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라고 외쳤다.
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도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 공격에 열을 올렸다. 그는 "헌재는 국정마비의 공범"이라며 "정치편향 재판소"로 규정했다. "법복 입은 정치재판관들의 재판소, 미리 탄핵의 답을 정해놓고 마구 찍어내는, 탄핵 공장이라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라는 비난이었다.
그는 "헌법재판소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라며 "'대본 운운'하며 재판의 신뢰 위기를 가중시키지 말고, 남은 재판만이라도 공정하게, 오로지 헌법과 법치주의에 따라 진행하길 바란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존폐의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라고도 겁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분수대 앞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기자회견 및 헌재 사무처장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번 계엄탄핵 정국은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던 좌파 사법 카르텔의 민낯을 드러냈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라며 "이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검은 세력, 기생세력, 좌파 카르텔을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라고도 날을 세웠다.
이후 기자들은 나 의원의 '좌파 카르텔 엄단'이라는 표현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 역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으로 '좌파 카르텔 엄단'을 내세웠던 탓이다. 비상계엄을 합법적 조치로 보는지, 이후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다면 재차 비상계엄을 선포해야 한다고 보는지 질문이 나오자 나 의원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는 "저희가 지금 계엄을 옹호하는 것이 아닌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아직도 그런 질문을 하느냐?"라며 "좌파 카르텔을 엄단하는 것이 계엄을 통해서 엄단하자는 것인가? 계엄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계엄 이후에 모든 것이 헌법과 법에 맞추어서 진행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국론은 통합될 수가 없다"라며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임을 강변한 것이다.
작가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Why I Write)』라는 산문에서 글을 쓰는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했는데, 그중 하나가 ‘정치적 목적’이다. 오웰의 ‘정치적 목적’은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를 의미한다. ‘정치적 목적’ 없이 쓰면 자신의 글이 엉망이 되곤 한다고 그는 말했다. 첫 책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부터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동물농장』을 거쳐 마지막 작품 『1984』까지, 그가 쓴 모든 글은 분명한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었다.
“자유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말해 줄 권리”
나는 오웰처럼 치열하게 살지는 않았다. 인간 존재의 심연을 탐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은 같다. 그가 언제나 옳은 견해를 말했던 건 아니다. 비평과 에세이와 소설 등 여러 장르의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을 뿐이다. 그게 다 옳았다는 증거는 없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오웰의 글을 읽으면서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였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주었겠는가.
비비시 사옥 앞에 세워진 조지 오웰 동상.
오웰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지 않았다. 인간과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려고 했다. 긴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당시 독자들은 더 그랬을 것이다. 뛰어난 작가였다는 증거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조지 오웰 동상 뒤의 사옥 외벽에 그가 냉소를 섞어서 했던 말을 새겨두었다. “자유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말해 줄 권리를 의미한다.(If liberty means anything at all, it means the right to tell people, what they do not want to hear.)” 오웰은 그 말을 실천했다. 그가 철학적 정치적으로 옳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걸 따지려면 자기 머리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발언 맥락 제거하고 조롱하고 비난한 평론가와 정치인들
나는 지난 번 칼럼에 이렇게 썼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서 일제히 활동을 개시한 민주당의 자칭 타칭 대선주자들은 22대 총선의 ‘반명’ 정치인들과 비슷한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언론이 많이, 크게, 좋게 보도해 준다고 해서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재명과 민주당을 비방해온 언론이 띄우는 정치인을 민주당 지지자들은 오히려 배격한다. 그런 언론의 보도를 정치적 독극물로 여긴다.” 또 김경수·김부겸·임종석·김두관·김동연 등을 거명했다. 민주당이 아니라 그들이 몰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987년 창당한 평화민주당을 계승한다. 지금처럼 안정되고 강력하고 훌륭한 민주당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지난 번 칼럼에 대해 누구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줄이라도 보도한 언론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매불쇼>에서 같은 이야기를 조금 구체적으로 했더니 달라졌다. 신문 방송이 제법 보도했다. 하지만 내 말의 취지와 맥락을 제대로 다룬 보도는 거의 없었다. 다들 전후 맥락을 제거하고 ‘비명’ 정치인을 인신공격한 것처럼 보도했다. 여러 종편 시사 프로그램에 출몰하는 평론가들은 나를 비웃고 조롱하고 비난했다.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공격했다. 민주당의 일부 정치인과 당직자들도 야당 패널로 방송에 나와서 나를 이재명의 하수인으로 격하했다. 내 비평의 맥락을 고려하면서 말한 이도 없지는 않았지만 극히 드물었다. 김부겸·김경수 두 정치인이 나름의 의견을 밝혔지만 내가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다. 정치비평은 내가 쓰는 여러 장르의 글 중 하나다. <시민언론 민들레>에 칼럼을 쓰고 <뉴스공장>과 <매불쇼> 등에서 말로 비평한다. 가끔 <MBC>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 말고는 신문 인터뷰를 하지 않고 방송 출연도 삼간다. 말로 하든 글로 쓰든 비평은 똑같은 비평이다.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민주당에서 벌어진 정파 대립과 경쟁을 언론 현실과 연계해서 분석하고 해설했다.
왼쪽부터 김경수, 김동연, 김두관, 김부겸, 임종석.
비판하되 제대로 알고 비판하는 기본을 갖추라
비평도 비평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평론가는 자신이 한 비평에 대해 ‘지적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평론가로서 다른 평론가들이 내 비평을 정확하고 매섭게 비평해 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내가 말하지 않은 것을 말한 것처럼, 실제로 한 것과 다른 말을 한 것처럼 왜곡 비평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과 다투기 싫어서 못 본 척하지만 누가 어떻게 내 주장을 왜곡하는지 잘 안다. 내가 했던 민주당 비평의 요지를 다시 말하겠다. 내 비평을 비평하는 정치인과 평론가와 기자들은 읽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비평을 통해 내 견해를 알게 되는 독자들을 위해 분명하게 정리하겠다.
“조사 연구하지 않은 자는 발언하지 말라.” 마오쩌둥이 한 말이다. 공산당 말을 인용한다고 타박하지 말라. 공산당도 이 정도는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인용했다. 누군가를 비판하려면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있는 그대로 알아보는 게 기본이다. 기본조차 하지 않는 기자를 저널리스트라 할 수는 없다. 그런 평론가를 평론가라 할 수도 없다. 그런 정치인을 정치인이라 하기는 싫다. 정신 차리기 바란다. 공산당만도 못해서야 되겠는가.
다가올 대선 앞두고 많은 인간관계와 ‘헤어질 결심’
요즘 나는 정치인을 만나지 않는다. 민주당이든 조국혁신당이든 정당이 관련되어 있는 행사 초대나 강연 요청은 모두 거절한다. 사람을 상대로 취재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근거로 삼아 비평한다. 이른바 조국사태 때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을 상대로 적극 취재했다. 그런데 전화로 사실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어떤 총장과 어떤 교수가 내가 하지 않은 말을 지어내 모함했다. 증거로 사실을 밝힐 수 없는 일이라 다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일을 겪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취재를 그만두었다. 앞으로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소위 ‘친노’다. 노무현 정부의 장관이었고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다. 참여정부 인사들을 대부분 안다. 인간적으로 친밀하다. 나는 또 ‘친문’이다. 정치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정부에 몸담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존경했고 지금도 존경한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두루 안다. 나는 ‘친명’이다. 당원은 아니지만 민주당을 지지하며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국정을 잘 이끌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확고한 민주주의자이고 유능한 행정가이며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가졌다고 본다. 누가 이재명의 측근인지는 모른다. 소위 ‘친명’ 정치인·비평가와 교류하지 않는다.
개인적 친분을 맺으면 객관적으로 비평하기 어렵다. 평론가로서 공사를 구분하려면 사적인 교류를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 ‘친노’든 ‘친문’이든 ‘친명’이든, 나는 정치를 하던 시기에 인연을 맺었던 정치인들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고 함께 정치를 했던 사람들 가운데 이미 마음에서 떠나보낸 이가 적지 않다. 지난해 총선에서 떠나보낸 이도 많다. 다가올 대선에서 또 그래야 할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그들과의 인간관계보다 글 쓰는 일이 내겐 더 중요하다. 그들 없이는 살 수 있지만 글을 쓰지 않고는 살지 못한다.
지금 민주당 지지자들 선택이 2002년이나 지난 총선 때와 다를까?
최근 민주당 상황을 보면 일종의 기시감을 느낀다. 2002년이 생각난다. 노무현을 적대하는 언론이 노무현을 공격하는 민주당 정치인을 띄웠다. 그러나 민주당 당원과 시민들은 언론의 공작에 넘어가지 않고 노무현을 선택했다. 2024년 총선도 떠오른다. 언론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주문을 외면서 이재명을 공격했다. 표본이 오염된 여론조사 결과를 퍼뜨리면서 민주당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단정하는 방식으로 민주당을 흔들고 ‘반명’ 정치인들을 비호했다. 그러나 민주당원과 시민들은 그들을 남김없이 정치무대에서 끌어내렸다. 자신이 속한 정당의 대표를 윤석열 검찰독재의 손아귀에 넘겨준 배신행위를 용서하지 않은 것이다.
거듭 말한다.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를 내놓고 입에 올리거나 은근히 부각시키는 민주당 정치인은 그들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다. 민주당 당원들은 윤석열의 검찰 사유화와 민주주의 파괴행위를 승인하는 정치인을 용납하지 않는다. 법에, 칼에, 계엄령에, 세 번이나 죽을 뻔했던 당의 대표에게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라고 요구하는 행위를 승인하지 않는다. 당의 주권자가 당원이라는 원칙을 공공연하게 부정하는 정치인을 지도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란세력과 민주세력 사이에서 중립을 취하는 방식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으려는 정치인한테 국정 운영 권한을 맡기지 않는다.
민주당의 대표가 이재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상황이 동일하다면 나는 같은 진단을 내릴 것이다. 내 주장이, 내 전망이, 내 판단이 옳다는 증거는 없다. 나는 그저 내 생각을 말할 따름이다. 나는 말과 글 말고는 가진 무기가 없다. 내 말과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으면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최소한 일리는 있는 견해를 말해야 평론가로서 존재할 자격을 얻는다. 나는 내가 아직은,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일에 대해 생각하도록 북돋우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 믿음을 잃으면 ‘정치적 목적’의 글쓰기를 스스로 그만두려고 한다.
이쯤 되면 분석이 무의미하다. 윤석열에 대해 내가 정색을 하고 칼럼을 쓰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있나 싶을 지경이다. 13일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 윤석열이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 목소리를) 딱 들어보니 술을 마신 것 같았다. 나도 반주를 즐겨서 딱 알아차렸다”고 말한 대목에서 나는 진심으로 피식 하고 웃었다.
윤석열 따위의 말에 내가 웃다니.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웃음을 취소하고 싶었으나 생각할수록 너무 웃겨서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 그래, 윤석열 네가 이겼다. 넌 정말 내 상상을 초월하는 인간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가 그럴 때 쓰이는 밈인가?
독자분들도 기억하시겠지만 “내가 해봐서 아는데”는 이명박의 전유물이었다. “내가 예전에 데모 해봐서 아는데”, “내가 예전에 노점상 해봐서 아는데”, “내가 서울시장을 해봐서 아는데”, “내가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 “나도 비정규직이었던 때가 있어서 아는데”, “내가 비즈니스를 해 봐서 아는데”, “나도 환경미화원을 해봐서 아는데” 등등은 이명박이 해야 웃긴 밈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전형적인 허세다. 허세란 자기가 갖고 있지도 않은 능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과장을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윤석열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는 내가 지금까지 봐온 허세 중 제일 멍청했다. 자기 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허세를 부렸는데 그 내용이 “내가 반주를 많이 처마셔봐서 아는데”란 말이냐?
음주는 윤석열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다. 오죽했으면 구글에 ‘윤석열 음주’를 치면 ‘윤석열 술 먹고 계엄’이 연관 검색어로 나오겠나? 지난달 일본 아사히신문은 “윤석열은 습관적으로 술을 마셨고 취하면 여야 정치인을 막론하고 비난했다. 동 트기 전까지 술을 마시는 바람에 삼청동 안가 경비 담당자들이 밤샘 근무에 푸념을 늘어놓았다”고 보도까지 했다.
그래서 윤석열은 지금 필사적으로 자기의 행위가 술과 무관한 일임을 강조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지 입으로 “내가 밥 먹을 때마다 술을 처마셔봐서 아는데”라고 헌재에서 고백을 하다니! 도대체 저 머리(대가리라고 쓰려다가 간신히 참았다)는 어떤 구조로 작동하는 거냐?
내가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사악함과 멍청함은 같은 말이 아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악함과 멍청함을 동일시하면 사악한 놈의 행동을 잘 못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은 사악한 놈이지 멍청한 놈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윤석열에 대해서도 사악한 것은 분명하지만 멍청하지는 않을 것이라 가정하고 그를 비판했다. 멍청한 놈이었으면 대통령까지 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신뢰(?)가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번에는 내가 틀렸다. 이 정도 두뇌 작동 구조라면 이건 진짜 멍청한 거다. 윤석열을 갖다대보니 이명박이 천사로 보일 지경이다.
자괴감이 드는 상대
경제학에는 ‘주지의 사실’이라는 개념이 있다. 영어로는 ‘Common Knowledge’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 때에는 그 선택을 할 만한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A와 B 두 나라가 전쟁 중이다. 그런데 피곤에 지친 두 나라 모두 오늘 하루만큼은 전쟁을 멈추고 쉬고 싶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절대 쉬지 못한다. 상대가 쉬고 싶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나 혼자 쉬다가 상대가 쳐들어오면 낭패를 겪지 않겠나? 그래서 A나라가 B나라에게 “우리는 오늘 쉬고 싶어요”라고 쓴 편지를 비둘기로 보냈다. 이러면 문제가 해결될까?
안 된다. A는 쉬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B 역시 쉬고 싶은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B는 “잘 됐네요. 우리도 쉬고 싶었어요. 오늘은 우리 둘 다 그냥 쉬어요”라고 비둘기 메시지를 보냈다. 이러면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이 돼 둘 다 쉴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눈을 질끈 감고 있다. 2025.2.6 ⓒ뉴스1
아직 안 된다. B는 답장을 보냈지만 비둘기가 그 답장을 제대로 A에게 전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A는 다시 “쉬고 싶다는 메일 잘 받았어요. 그러니 우리 이제 진짜로 쉽시다”라고 비둘기 메시지를 B에게 보냈다.
이러면 문제가 해결이 됐을까? 아직도 안 됐다. 왜냐하면 A가 보낸 비둘기 메시지가 B에게 전달이 됐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두 나라는 절대 쉬지 못한다. 그래서 합리적 선택을 위해서는 둘 다 확고하게 믿을 수 있는 ‘주지의 사실’이 필요하다.
이게 뭐냐?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네가 알고 있고, 네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고,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네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고, 네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네가 알고 있고,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네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네가 알고 있고···. 이런 식으로 양쪽이 충분히 알고 있다는 주지의 사실이 있어야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이명박이나 윤석열 같이 나쁜 놈들과 싸울 때에도 최소한 이 정도 주지의 사실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명박이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씨불이면 ‘저건 나쁜 의도가 있어서 또 사기를 치려는 거다’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명박 역시 우리가 이명박이 사기를 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우리가 이명박이 사기를 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이명박이 알고 있을 거라고 추측한다. 나쁜 짓을 하려는 놈들도, 그 나쁜 짓을 막으려는 우리도, 상대가 최소한 이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는 합리적 추측 하에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윤석열은 이게 안 된다. ‘윤석열 술 마시고 계엄’이 구글 연관 검색어에 나올 지경인데 지 입으로 “내가 반주를 많이 처마셔서 아는데”라고 고백하는 놈한테 무슨 상식적 인지 능력을 기대한단 말인가.
윤석열은 나쁜 짓을 했고 앞으로도 나쁜 짓을 할 것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이 최소한 인간 수준의 두뇌를 갖췄다면 윤석열이 나쁜 짓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윤석열이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이미 파토다. 윤석열은 그걸 알 두뇌가 없다. 이러면 피차 행동을 유추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지금까지 나쁜 놈들과 싸우면서 나는 ‘어떻게 저들과 잘 맞설까?’를 고민해왔다. 저들은 나쁜 놈이지 멍청한 놈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그런데 윤석열을 만나고 나니 내 이런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기분이다. 내 평생 이렇게 머리가 나쁜 놈과 이렇게 진지하게 싸워야 한 적은 정녕 처음이다. 지금처럼 머리 짜내서 윤석열을 비판하는 칼럼을 쓰는 게 무슨 소용인가? 읽지도 않겠지만 윤석열이 읽는다 한들 해석도 못 할 텐데! 자괴감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정녕 실감이 나는 밤이다.
12·3 계엄 사태 당시 국회 안으로 진입한 계엄군이 계엄 해제가 가결된 직후 국회 본관 일부의 전력을 실제로 차단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만약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국회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부터 취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사무처에서 제공받은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12월 4일 새벽 국회 안에 진입했던 계엄군이 새벽 1시6분 지하 1층 분전함을 열어 일반 전력과 비상 전력을 차단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실제 국회 본관 지하 1층 공간 절반가량의 조명이 꺼지기도 했다.
단전이 시행된 시점은 당시 새벽 1시1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직후였고, 단전 상황은 5분48초가량 지속됐다.
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2월4일 새벽,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이 국회 본관 일부 전력을 차단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며 "계엄 문건과 일부 증언으로만 언급됐던 단전 조치가 비상계엄 당시 실제로 이루어졌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기 위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저지하려 한 것을 뒷받침할 주요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만일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평일이 아닌 주말을 기해서 계엄을 발동했을 것이다. 국회 건물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부터 취했을 것이고, 방송 송출도 제한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단전 조치가 이뤄진 게 확인되면서 윤 대통령의 주장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추정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게 단전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한병도 의원 등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의 국회 단전 조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검찰 특수활동비를 추적하면서 알게 된 이름들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총장 비서실에 근무했던 인물들이다. 그들은 윤석열 당선과 함께 대통령직 인수위에 들어갔다가 취임 이후에 대다수가 고스란히 용산 대통령실로 옮겨갔다.
이들은 검찰에서의 직급보다 파격적인 수준의 직책을 맡았다. 검찰총장 비서실에서 4급이었던 강의구 전 비서관은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1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총장 비서실에서 수행비서(6급)였던 김정환 수사관은 대통령비서실 3급 행정관 자리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특수활동비 관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이기도 하다. 현금화해서 검찰총장 비서실로 옮겨진 특수활동비 관리에 관여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당시 윤석열 총장이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특활비를 줬는지 정확히 아는 검찰 직원은 비서실에 근무한 이들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윤석열은 이들을 매우 신임한 것 같다. 그러니 인수위를 거쳐서 대통령실로 데리고 갔을 것이다.
내란 공소장을 보며 떠올린 검찰 특활비 관리자
그리고 이번 내란 사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보면서, 이들이 생각났다. 대통령 경호처의 김성훈 차장 등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내란의 과정에 관여되었거나 내란의 준비·진행 과정을 소상하게 알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의 최측근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대통령 경호처는 대통령 가장 가까이에 있으므로 내란을 모의·기획·추진 과정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아는 차원을 넘어서서 더 깊숙이 관여한 인물도 있을 수 있다.
대통령비서실 역시 마찬가지다. 설사 대통령비서실이 조직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고, 개별적인 인물들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내란을 모의하고 계획·실행하는 과정에서 군과 경찰만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군과 경찰 외의 정부 조직들을 어떻게 움직이고, 국회를 대체할 비상 입법기구는 어떻게 할지 등등에 대한 정무적 계획을 누군가가 만들었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국무위원들에게 연락도 해야 하고 지시할 문서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내란이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역할들을 수행한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공소장에 언급된 대통령부속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강의구 부속실장.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
윤석열을 기소한 검찰 공소장을 보니, 부속실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내란이 일어난 12월 3일 국무위원들과 국가정보원장을 대통령실로 불러들일 때 윤석열과 김용현이 연락을 했지만, 부속실에서도 일부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즉 부속실이 사람들을 대통령실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 셈이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도 12월 3일 밤 8시가 좀 넘어서 강의구 부속실장의 연락을 받고 대통령실로 들어갔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부속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국무위원들에게 연락해서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했을까?
개별 국무위원도 아니고, 여러 명을 한꺼번에 갑자기 대통령실로 불러들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일과시간도 아닌 밤중에 말이다. 따라서 대통령 부속실은 최소한 계엄 선포 전에 비상계엄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윤석열 공소장에는 이상한 대목이 있다.
윤석열과 김용현이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각 부처 장관들인 국무위원들이 취해야 하는 조치사항들을 문서로 작성‧출력하여 소집 연락을 받고 대통령실로 모이는 국무위원들에게 교부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는 대목이다.
그런데 윤석열과 김용현이 직접 문서를 출력했을까?
윤석열과 김용현이 직접 컴퓨터로 문서를 출력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김용현의 경우에는 수행하던 보좌관이 '컴퓨터 작업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할 정도다. 그렇다면 국무위원들에게 전달됐다는 문건은 누가 출력했을까?
국무위원들에게 건넨 문서만이 문제가 아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박안수 전 육군 참모총장에게 전달한 포고령이 담겨 있었다는 노란색 봉투에도 대통령실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는 진술이 있다.
그렇다면 문서들을 출력한 사람은 대통령실 내부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여러 정황을 보면, 대통령비서실, 특히 부속실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고 시급하다.
김준형 의원은 “윤석열은 대일 굴종적이었고 친일 매국이었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미국 추종이었다”라며 “윤석열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트럼프가 군대를 보내서 윤석열을 구출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국격이 땅에 떨어지고 우리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진다. 우리가 용납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자주가 민주주의다. 극우가 준동하는 세계 속에서 그리고 트럼프의 압력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주”라고 주장했다.
김준형 의원은 윤석열의 외환죄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준형 의원은 “윤석열은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켰고,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군의 공격을 유도하였고, 전쟁을 유도한 전쟁광”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윤석열이 내세운 말 대부분은 전쟁을 선동했다. (윤석열은) 선제공격을 불사하고 전쟁을 불사했다”라며 “(윤석열은) 국민을 지키라고 준 권력을 가지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했던 사악한 자”라고 일갈했다.
김준형 의원은 “내란 심판 후에 반드시 외환죄를 밝혀야 하고 관련자를 심판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는 김준형 의원 연설 영상과 발언 전문이다.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김준형입니다.
민주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빛의 혁명가 여러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이제 내란세력의 최후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게 되었고, 여러분들 덕분에 헌법을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12월 3일 감행한 내란을 심판할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바로 저곳, 헌법재판소에서 헌법 수호의 준엄한 심판이 내려질 것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탕탕탕 내려칠 것입니다.
내란죄를 심판한다 탕!
외환죄를 심판한다 탕!
윤석열을 파면한다. 탕!
탄핵 인용은 모든 의문의 실마리를 풀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 시점에서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윤석열 내란세력들이 비상계엄 요건을 만들기 위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뒤엎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키고, NLL에서 북한 공격 유도를 통해 전쟁을 일으키려 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고 군대를 파병하려 했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6월 윤석열의 한국전쟁 기념사는 전쟁을 기념하고 재발도 불사하는 논조였습니다. 힘에 의한 평화를 부르짖고 선제공격을 나불거리던 위험한 자를 우리는 국민의 이름으로 처단해야 합니다.
윤석열은 너무도 시대착오적인 인간입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비상계엄을 하고, 지금이 어느 때인데 북풍 공작을 하고, 전쟁을 유도합니까?
한 줌 권력을 위해, 윤석열 한 사람의 권력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짓밟으려 한 충격적인 음모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노린 사악한 자들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라고 준 권력을 도리어 국민을 해치려고 했습니다. 이것이 역적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까?
내란죄만으로도 탄핵은 인용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인용 이후에도 반드시 진상조사를 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수년 전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가진 자들이 전쟁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전쟁에서 죽는 것은 오직 가지지 못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늙은 자들이 결정해서는 안 된다. 죽는 것은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
여러분 윤석열을 파면하고 민주주의도 회복해야 하지만, 민주주의를 지켰듯이, 평화도 지켜야 합니다. 우리는 평화로울 권리가 있습니다.
윤석열은 친일 매국세력이었고, 절대적인 친미 굴종 분자였습니다. 그를 지지하는 자들이 말합니다. 트럼프가 군대를 보내 윤석열을 구출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국격을 떨어뜨리고, 자존심을 건드립니다. 용납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파면시키고 세울 새로운 정부는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보다 더 자주적인 민주정부를 세워야 합니다. 극우가 판치는 세계 질서 속에서 트럼프라는 괴물에 맞서기 위해서는 주권자 여러분의 단결된 지지가 필요합니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 11차 집중행동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15일, 광화문 광장은 30만 시민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추운 겨울밤을 뚫고 모인 시민들은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을 외치며, 내란 세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결의를 불태웠다. 이날 행사는 윤석열 정권의 내란 모의와 국민의힘의 동조를 규탄하며,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권력의 폭정에 맞선 분노
전국농민회총연맹 하원오 의장은 “노상원 전 국군사령정보관의 수첩에서 500명 처단 계획이 드러났다”며 분노를 쏟아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윤석열의 ‘방어권’을 운운하며 내란 세력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내전 상태”라고 일갈했다. “윤석열의 뿌리는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 친일 매국 세력”이라며,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자!” 호소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최종연 변호사는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헌법과 법률을 무시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포고령 제1호는 국회 기능 정지, 언론 통제를 통한 독재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재판소는 반드시 만장일치로 탄핵을 결정할 것”이라며, “시민의 목소리가 마지막까지 힘이 될 것”을 확신했다.
“광장에서 배운 희망”, 시민의 연대가 답이다
중학생 박중현 군은 “작은 물고기라도 뭉치면 천적을 이긴다”는 비유로 시민 연대의 중요성을 전했다. “윤석열 파면은 물론, 국민의힘 해체까지 함께 이루자”는 그의 구호에 광장은 함성으로 응답했다. 그의 발언은 광장을 가득 채우며, 모든 이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김정태 목사는 “교회가 오히려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모습이 부끄럽다”며, “이 광장에서 진정한 생명과 사랑을 배운다”고 말했다.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그의 당부는 광장을 가로지르는 바람에 실려, 모든 이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
교대생 박정민 씨는 “갈등을 넘어 존중과 대화로 사회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교육 현장에서조차 혐오가 판칠 때, 광장의 연대가 해답”이라며, “우리가 함께라면 성숙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희망을 밝혔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 11차 집중행동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결의를 담은 행진, “우리가 주인이다”
집회 후 시민들은 동십자각에서 명동역까지 행진하며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하라!”, “국민의힘 해체하라!”를 외쳤다. 세종호텔 앞에서는 해고 노동자들과 연대하며 “노동 탄압 중단하라”는 구호를 이어갔다. 한 참가자는 “추위도 두렵지 않다. 광장의 열기가 내란 세력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그의 말은 광장을 가로지르는 바람에 실려, 모든 이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
비상행동은 “천만의 연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들의 사회개혁 아이디어를 수렴할 계획임을 밝혔다. “윤석열 퇴진은 시작일 뿐, 모두가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이면 이깁니다. 광장에서 만납시다!”
시민들의 함성은 여전히 광화문에 울려 퍼지고 있다. 불법 계엄을 막아낸 시민의 힘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맞서, 시민들은 하나가 되었다. 광장의 힘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전한길 한국사 강사가 15일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보수성향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의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스1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몽령’이라며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15일 오후 보수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개최한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한 전씨는 윤 대통령의 지난해 12월3일 선포한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추켜세우며 “계몽령을 통해 국민을 일깨워주신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하라”고 말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전씨는 자신이 붉은색 옷을 입고 온 이유에 대해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인 1980년 광주시민들께서 이 자리 금남로에 모여서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피 흘려 희생하신 것을 잊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대해선 ‘계몽령’이라고 옹호했다.
‘12.3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판단한 근거의 대부분은 윤 대통령 측 주장이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는 극우 유튜버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가져왔다.
먼저 공수처와 사법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전씨는 “아시다시피 공수처는 내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 수사권도 없는 공수처에서 수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또 관할인 중앙지법이 아니라 서부지법에 영장을 신청한 것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알고 보니 공수처장과 서부지법 영장 담당 판사 모두가 좌파 사법부 내에 하나회 같은 좌파 카르텔 ‘우리법연구회’ 소속이었다”며 “향후 이들은 처벌받게 될 것이고, 우리 윤석열 대통령이 복귀해서 공수처는 없어질 것”고 했다.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전씨는 “1,200여건의 인사비리, 선거망 관리부실, 서버관리 부실 등 부실 투성이”라며 “또 ‘선관위 형상기억종이’라고 다들 들어보시지 않았느냐”고 했다.
‘형상기억종이’는 대법원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입증된 부정선거 음모론 중 하나다. 윤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헌재) 변론 때도 제기한 의혹이기도 하다. 형상기억종이는 선관위가 ‘21대 총선 개표 당시 접힌 자국이 없는 빳빳한 종이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극우 세력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선관위는 당시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에서 “투표용지는 종이 걸림 방지를 위해 원상복원기능이 있는 특수 재질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이를 극우세력이 ‘형상기억종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유래다
또 전씨는 “헌재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차장의 증언에 의하면 서버 부실관리로 해킹 가능성이 컸다”며 ”제가 제안했던 대만식 수개표를 적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전씨는 “우리나라도 이미 수개표를 하고 있지 않냐고 비판하던데, 제가 제안한 것은 초등학교 반장 선거할 때처럼 개표장에서 투표하고 참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투표함을 이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개표까지 다 해야 하는 것”이라며 “단 한 표라도 속임 없이 있는 그대로 국민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것이 진정한 직접 민주주의, 주권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강변했다.
그동안 부정선거 관련 소송이 모두 패소한 데 대해서는 법원과 중앙선관위가 한통속이라는 논리를 폈다. 전씨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그걸 재판하는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을 겸업하고 있다”면서 “즉 재판관이 선관위와 한통속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결정하는 헌재 재판관들 성향에 대한 문제 제기도 기존 극우 유튜버 등의 주장과 판박이다. 전씨는 “헌법재판소에 대해서 모든 국민이 분노에 차 있다”면서 “헌법재판관들은 가장 능력 있는 헌법 전문가로서 오직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서 심판한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우리 5천만 모든 국민은 완전히 속았다는 것을 알고 계시냐”고 했다.
이어 ‘우리법연구회’ 소속 헌재 재판관들을 언급하며 “이렇게 엉터리 헌법재판소, 엉터리 헌법재판관 이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어떻게 이 정도의 순리가 있는지 참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이런 불의한 재판관들이 이렇게 기울어진 재판관들이 과연 우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 탄핵 심판한다는 것을 과연 허락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전 씨는 “만약에 현재 우리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50% 넘었고 60%가 넘을 건데 이런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 인용하고 파면하게 된다면 우리 국민들은 모두 들고 일어나 국민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며 재판관들은 제2의 을사오적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27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2025.02.15. 이호 작가
민주화 성지인 광주에서 극우 세력이 '윤석열 지지' 집회를 여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내란에 가담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체포 명단' '윤석열 장기 집권 계획' 등 충격적인 내용이 공개됐다. 이를 두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촛불 시민들이 다시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광장을 찾아 "윤석열 즉각 파면"을 외쳤다.
15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는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27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촛불행동이 주최한 집회에는 1만 4000여 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시민들은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특급범죄자 김건희를 구속하라!" "내란정범 국힘당을 해산하라!" "내란범들을 철저히 단죄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5·18 민주화 운동의 도시 광주에서는 극우 세력의 광기에 가까운 난동이 있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광주에서는 차마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지른 것이다. 이들 극우 집단은 친위 쿠데타로 장기 집권을 꿈꿨던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를 광주 금남로에서 열었다. 촛불문화제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내란 선동 세력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주로 달려가고 있다"며 "서울에서도 버스를 대절해서 광주로 갔다. 우리는 헌재를 맡겠다"고 말하며 집회의 문을 열었다.
대학가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여는 비정상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연세대학교 24학번 정치외교학과 김이수 학생은 "일주일 전 연세대 앞에서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이 있었다"며 "대다수 학생은 윤석열 파면을 원한다. 그런데 일부 옹호 세력과 언론이 2030 민심이 바뀌었다고 호도한다. 이에 나는 '착각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법치를 믿기에 화가 나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연세대 시국선언도 겨우 13명이었다.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도 단호하게 행동하자"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국회의원이 127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에 참가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2.15. 이호 작가
자신을 중학교 2학년이라고 소개한 학생은 "우리는 이 비극의 반복을 지켜볼 수 없다"며 "아이들을 위해 이제 바뀌어야 한다. 껍데기만 대통령인 윤석열을 파면하고 처벌하자. 국민에게 이런 소리 듣기 쪽팔리지 않냐"고 소리쳤다.
남대진 군산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자신을 '내란 세력에 의해 특히 조심해야 할 성질 더럽고 욕 잘하는 좌빨 목사로 인정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국힘당은 왜 이렇게 지랄 발광을 하는 것일까"라며 "정말 탄핵이 기각되고 윤석열이 복귀할 거라고 믿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도 윤석열이 파면된 뒤 이어질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사망해 버린 윤석열을 앞세워 선거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정권을 잡으면 윤석열을 사면할 수 있다. '좌파 정권을 막겠다'는 논리로 표를 얻겠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주호 부산촛불행동 회원은 대중가요 '모나리자'를 개사해 부르면서 집회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국회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의 처벌을 촉구했다. 강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실체는 김건희 정권"이라며 "명태균 게이트의 실상도 김건희다. 윤석열 탄핵은 윤석열의 몫이고 김건희가 저지른 범죄는 김건희가 처벌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또 "우리는 힘이 없어 화내려다가도 한 번 더 참는다"며 "육아휴직에 복귀하려고 하니 승진이 안 되고, 사용자가 안전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일하다 죽어도 산업 재해 인증을 받으려면 법정에 서야 한다. 이런 것을 바꿔 달라고 대통령에게 권력을 빌려준 것이다. 좀 잘 살게 해달라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권력을 빼앗아 오자"며 "대한민국 국민은 윤석열과 김건희가 생각한 것처럼 만만하지 않다. 그들은 명태균 특검법으로 쓰러질 것이다. 딱 그만큼 고통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11차 범시민대행진을 열자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2.15. 연합뉴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고 있는 자들을 '방화범'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첫 번째 방화범은 유승수 변호사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단"이라며 "헌재 재판관을 좌익 빨갱이라고 했다. 윤석열의 파면을 재촉하는 발언"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두 번째 방화범으로 이영림 춘천지검장을 지목했다. 그는 "이 지검장은 현재 헌재 재판관이 일본 헌법 재판관보다 못하다고 했다. 이런 사람이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세 번째 방화범은 '집단 연쇄 말잔치'를 하고 있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라며 "문형배 재판관을 탄핵한다느니, 형사처벌을 받게 한다느니, 재판 독재라고 하고 있다. 과연 합당한 발언인가. 우리 국민이 먼저 이 방화범들을 탄핵하고 내란 선동죄로 형사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파면 결정을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윤석열은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공격과 전쟁을 유도했다"며 "우크라이나에는 살상 무기를 보냈고 파병할 뻔했다. 내란 심판을 한 후에 외환죄 심판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 발언이 끝난 뒤 '대동한마당'의 공연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본행사장인 안국역 1번 출구에서 광화문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집회를 준비하고 있던 '10차 범시민대행진'에 합류했다.
오후 5시부터 광화문(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서는 주최 쪽 추산 30만 명이 모여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0차 범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집회는 민주연합정읍지부 노조에 속한 정읍시민국악단의 공연으로 시작했다.
하원오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첫 발언으로 "대한민국은 내전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극우세력은 세력을 늘려가고 있다. 정권 교체는 고사하고 윤석열이 복귀할까 걱정이다. 설사 파면이 되더라도 '제2의 윤석열'이 다시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 공동의장은 "저들의 뿌리는 박정희·전두환 군부독재 세력"이라며 "이 나라의 자주성을 짓밟는 세력으로, 자신들의 간판을 바꿔가며 권력을 유지했고 우리의 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국회의원이 127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2.15. 이호 작가
시민 발언도 있었다. 자신을 '도토리'로 소개한 한 시민은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추워도 집회에 나오는 것은 불안했기 때문"이라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데 무엇을 하고 있냐. 기후 위기는 약한 곳부터 파고드는데, 건설업계 온열 질환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수명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구조되는 것으로, 내가 꿈꾸는 사회는 기후 재난에서 안전한 사회"라고 호소했다.
최종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윤석열 측은 부정선거를 이유로 군인을 투입했다고 한다"며 "문제가 있으면 수사를 해야지 군인을 왜 투입하냐. 선거관리위원회에 군인을 투입한 것은 헌법 기능을 무력화한 것으로 그 자체로 탄핵 사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 봉쇄와 의사 방해도 증명됐다"며 "탄핵심판은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이 찬성하면 된다. 내란과 불법에는 이념이 없고 옳고 그른 것만 있는 것이다. 헌법 재판관 전원이 탄핵을 만장일치로 찬성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자고 했다.
종교계에서도 윤석열 탄핵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태 목사는 "요즘 부끄러워서 목사라고 소개를 못 하겠다"며 "국민을 죽이려 했던 권력을 위기 때마다 지탱한 것이 목사다. 내란수괴를 찾아가 위로하고 성경을 넣어줬다. 일상을 강탈당한 시민들을 위로하지 않고 궤변을 주장하는 일상을 돕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교육대학교 학생인 박정민 씨는 학교에서 교사에게 살해당한 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을 추모하면서 "나는 윤석열 탄핵 이후 이 나라 청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토론하고 합의하는 세상이 만들어지길 원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윤석열도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탄핵하라고 했지 사형하라고 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대체 인권이 뭔지 배운 게 맞냐"고 되물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11차 범시민대행진을 열고 있다. 2025.2.15. 연합뉴스
발언 이후 시민들은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고, 밴드 <단편선 순간들>의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이 끝난 뒤 시민들은 "전쟁 조장 진상을 규명하고 윤석열은 퇴진하라!" "시민의힘으로 사회대개혁 실현하자!"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하라!"고 다함께 외쳤다. 사회자는 "헌재에도 우리의 함성이 들릴 것"이라고 전했으며, 시민들도 이에 동조했다.
안산 시민인 정세경 씨는 "안산에 세월호 추모공원이 생긴다"며 "그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참사를 대하는 태도가 바뀔 것이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과거 청산을 하지 못해서 내란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은 형태만 바뀌었지 그 뿌리가 같다"며 "군복에서 양복으로 이제는 검찰 독재로 변해 윤석열 정권이 탄생했다. 비상계엄을 통해 독재 영구 집권을 하려한 것이다. 그들의 뿌리를 끊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 발언은 이지현 비상행동 공동위원장이 맡았다. 그는 "윤석열 비상계엄 이후 두 달하고도 보름이 지났다"며 "최근 노상원 수첩이 공개돼 광범위한 수거 살상 명단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고, 윤석열의 장기 집권까지 알려졌다. 이런 생각을 품었다는 것만으로도 천인공노할 일인데, 이미 많은 증언이 일치한 것으로 보면 실행을 위한 준비가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공동위원장은 "총칼로 주권자를 위협한 이들을 용서하면 안 된다"며 "새로운 독재를 꿈꾸며 헌재를 흔들고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폭력 선동까지 서슴치 않는 이들을 어떻게 용인할 수 있을까. 윤석열은 단 한 순간도 대통령직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 발언은 6시 20분에 마쳤고, 곧바로 시민 행진이 시작됐다. 시민들은 "재판 지연 시도 어림없다. 헌재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 "시민의힘으로 윤석열을 파면하고 민주주의 지켜내자!"는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에 참여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9. 연합뉴스.
명태균 씨가 더불어민주당에 '공익제보자' 로 보호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취재를 종합하면, 명태균 씨는 변호사를 통해 민주당에 공익제보자로서 보호를 받고 싶다고 제안했고, 민주당은 명 씨를 공익제보자로 선정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명 씨가 민주당과 협업 관계가 되면, 이른바 '명태균 황금폰 포렌식' 자료도 함께 공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공익제보자보호위원회 관계자는 <워치독>과의 통화에서 "명태균 씨가 민주당에 공익 제보를 더 하겠다며 자신을 공익제보자로 지정해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은 명 씨가 공익제보자로서 법적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또 당 차원에서 그를 도와 공익제보자로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신중한 분위기에 대해 이 관계자는 "명태균 씨 자체가 범죄자일 수 있고 만일 그가 추가적인 증거를 제대로 내놓지도 못한다면 공익제보자로서 공익성이 없어지게 되기에 당내에선 신중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명태균 씨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지난 11일 민주당 주도의 '명태균 특검법' 발의를 환영한다고 입장문을 낸 바 있다. 그는 입장문에서 "명태균 특검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라며 "공천개입, 불법 조작 여론조사, 검사의 '황금폰' 증거인멸 교사 등 모든 의혹을 특검에 포함시켜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홍준표 시장이 고소한 사건까지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이 특검 내용에 들어가야 한다"며 "시간도 얼마 안 걸리니 반쪽짜리 특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정치인을 향한 분노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국민의힘이 4·15 총선 이후 연전연승한 것은 누구 덕택인가, 오세훈·홍준표 시장은 누구 덕에 시장이 됐냐"면서 두 사람을 직접 겨냥했다. 또한 "감옥 가기 전에는 아무 말 못 하다가 구속되니 이때다 싶어 이야기하는 거냐"면서 "은혜를 원수로 갚는 금수만도 못한 자들, 내가 지난 대선과 관련해 그자들의 민낯을 드러나게 하겠다"며 "껍질을 벗겨주겠다"고 노골적으로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향해 적대적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명 씨가 공익제보자로 선정될 경우 민주당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조력을 할 수 있다. 현재 명태균 게이트 관련 인사 중 공익제보자로 선정된 사람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와 미래한국연구소 김태열 소장 등 2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5.02.13.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헌법재판소(헌재) 재판부는 오는 18일과 20일 변론기일을 열고 국회와 윤 대통령 측의 주장과 입장을 정리한 뒤, 추가 채택된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간 8차례 진행된 변론 과정에서 사실상 핵심 쟁점들은 모두 다뤄진 상황이다. 윤 대통령 역시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해 자신을 변호하는 여러 주장을 폈는데, 당시 객관적인 상황과 비상계엄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과도 배치된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집중하는 또 다른 변론 전략은 ‘책임 떠넘기기’다. 실제 윤 대통령이 지시하지 않았거나, 윤 대통령의 지시와 달리 군과 경찰이 움직였다는 논리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고 있다. 2024.12.04. ⓒ뉴시스
핵심 쟁점인 계엄군의 국회 투입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질서유지” 차원이었다고 말한다.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게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이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 자기가 의원으로 이해했다는 것이지, 제가 의원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특전사령관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말을 잘못 이해하고선, 현장 지휘관과 테이저건과 공포탄, 국회 단전 등의 조치를 논의했다는 말이 된다. 이는 윤 대통령이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했다고 주장하는 지침인 ‘국민 안전 최우선’이라는 방침과도 어긋나는데, 4성 장군이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의 지시와는 전혀 다른 지침을 현장에 하달하며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경찰의 국회 봉쇄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 지시가 아닌 경찰 지휘부의 자체 판단’이라는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질문을 집요하게 했다.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증인 신문 과정에서 “1, 2차 통제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은 게 있나”, “대통령이 국회 출입 차단하라는 말은 안 했고 증인과 경찰청장이 국회 질서 유지 차원에서 통제한 건가”, “2차 통제도 경찰청장이 지시했나”는 식의 질문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일 저녁 삼청동 안가에서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에게 “질서유지”를 강조했는데,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와 충돌을 우려한 경찰 지휘부가 국회를 봉쇄했다는 게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내부 CCTV를 6일 공개했다.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2024.12.6 ⓒ뉴스1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입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내라고 한 건 제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얘기를 한 것”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불법적인 선관위 서버 압수 및 직원 체포 의혹에 대해 계엄군들이 자신의 지시와는 다른 준비를 했을 수 있다고 했다. “선관위 전산 시스템이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가동되고 있는지 스크린하라”는 게 윤 대통령의 지시였지만, “각자 정해진 매뉴얼대로 하다 보니, 저(대통령)나 장관이 생각한 것 이상의 조치를 준비했을 수도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항변이다.
심지어 ‘국회와 선관위에만 계엄군을 투입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도, 국방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당사와 여론조사 꽃에도 계엄군 출동을 지시했다. 이 두 곳은 윤 대통령이 계엄 전날 사전 보고를 받고 “절대 하지 마라”고 했는데도, 국방부 장관은 이를 뒤늦게 알았다고 윤 대통령은 주장한다.
‘주요 인사 체포’ 역시 “대통령은 지시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김용현 전 장관이 대통령 지시 없이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대상자에 대한 동정 파악”에 나섰고, 이 지시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경찰청장과 국정원1차장에게 위치 파악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MBC뉴스가 공개한 윤석열에게 최상목 부총리가 받았다는 쪽지 사본. 내용엔 국가비상입법기구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MBC캡쳐
‘정치활동 금지’ 내용을 담은 위헌성이 다분한 포고령과 국회 해산 시도로 의심받고 있는 일명 ‘최상목 쪽지’는 전적으로 김용현 전 장관의 책임으로 돌렸다.
포고령 초안은 김 전 장관이 작성하고 윤 대통령은 초안에 있던 야간통행 금지만 삭제했다고 한다. 포고령과 최상목 쪽지의 ‘국회 관련 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윤 대통령이 국회 해산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는 김용현 전 장관의 “실수”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주장한다.
김 전 장관은 기획재정부 장관 외에도 행정안전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에게 비상계엄 당시 각 부처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쪽지를 전달했다. 이 역시 “대통령이 관여한 사항이 아니”고,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는데, “관련 부처에 필요한 협조 사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대통령 지침에 따라, 김 전 장관이 자발적으로 작성해 건넸다는 게 김 전 장관의 증이 신문에서 나온 주장들이었다.
종합해 보면, 비상계엄 당시 위헌·위법성이 다분한 조치들은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거나, 실제 현장에 투입된 이들의 오해 또는 왜곡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논리다. 결국 자신의 책임을 전면 부인해 ‘파면’이라는 결과를 피해 보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본질은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로 더 이상 국정을 맡길 수 없는 대통령을 파면해 헌법을 수호한다는 데 있다. 윤 대통령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다고 해도, 대통령의 지시가 현장에서 정반대로 실행돼 위헌·위법적인 일들이 벌어진 상황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 책임을 피해 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심지어 헌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대통령이 아닌 청와대 홍보수석이 한 발언에 대해서도 ‘헌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현재로선 최소한 2차례의 변론이 남은 상황이지만, 윤 대통령 파면을 점치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판사 출신이자, 탄핵소추위원단에 소속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파면을 면할 정도의 전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8대0으로 조심스럽게 예측을 한다”고 말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도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장원 전1차장,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조성현 수방사 경비단장의 증언이 “위헌의 중대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파면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전망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최민희 더불어민주당(경기 남양주시갑)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전광훈 목사는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목사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전광훈 목사를 두둔하고 나섰다. 14일 오후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 사회의 극우화를 경계하며 관련 질의를 이어갔는데, 김문수 장관은 민 의원의 질문에 거세게 반발하며 본색을 드러냈다.
김문수 "나는 자유 민주 정치인...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 동의 못해"
김 장관은 우선 '우리 사회가 극우화하고 있다'라는 민형배 의원의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는 "권영세 국민의힘 대표가 극우인가? 우리 사회의 40% 이상이 극우인가?"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에 동조하는 이들을 '극우'로 규정하는 데 반발했다.
또한, 본인이 보수 정치인인지 아니면 극우 정치인인지 묻는 말에도 "저는 자유 민주 정치인"이라며 "자유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서 매우 진보적인 정치"라고 주장했다. "친북, 반기업, 반미 이런 것은 극좌지 자유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도 날을 세웠다.
민 의원이 "대한민국에 반미가 어디 있느냐?"라며 "아주 극소수"라고 반박했지만, 김 장관은 "지금 미 대사관 앞에 가 보시라. 극소수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그는 "우리 의원께서 말씀하시는 여러 가지 내용에 대해서 제가 경험을 다 하고 있다"라면서도 "짧은 시간 내에 답변을 드리면 자칫 오해가 일어나고, 불필요한 대립·갈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을 이유로 구체적인 답을 하지는 않았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전광훈 한기총 회장이 2019년 8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하야 국민대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민 의원은 그러자 "전광훈씨는 보수인가?"라고 질문을 바꿨다. 김 장관은 "전광훈 목사는 목사이다. 우리 대한민국의"라며 "전광훈 목사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목사"라고 평가했다.
민 의원이 "전광훈, 김문수 이런 분들은 다 자유 민주주의 수호자들인가?"라고 묻자, 김 장관은 "그렇다"라고 못을 박았다. 민 의원은 "그런 분들이 민주공화국의 헌정 질서를 부정하느냐? 그런 분들이 내란을 옹호하느냐? 그런 분들이 친위 쿠데타를 정당하다고 하느냐? 그런 분들이 내란 수괴를 구출해 내야 한다고 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김 장관은 "누구의 내란인가? 저는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수괴라는 그런 말씀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기소됐다고 해서 그러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것인가?"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가 기소가 많이 됐다고 해서 그 죄가 확정됐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라며 윤 대통령 역시 내란죄가 형사재판에서 확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을 하고 있는데 지금 어떻게 보시냐고 제가 물었다. 눈이 안 보이시느냐?"라고 민 의원이 꼬집자, 김 장관은 "볼 수가 없다"라며 "네"라고 답했다. 민 의원은 "잘 보이시지 않는 것으로 알겠다"라며 그와의 공방을 끝냈다.
"김구 선생, 중국 국적 가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경기 남양주시갑)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 유성호
김 장관은 기존에 '일제 강점기 당시 우리 국민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했던 주장을 이날도 되풀이하기도 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일제시대 김구 선생,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국적이 뭔가?"라고 묻자 "안중근 의사께서는 일제시대 되기 전이다. 조선 국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김구 선생 국적은 뭐 여러 가지 있지만, 중국에서 중국 국적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있고, 여러 가지 있다"라며 "그 부분은 이제 국사학자들이 다 연구해 놓은 게 있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어 놓았다. 김구 선생이 중국 국적을 가진 적이 있다는 취지인데,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을 하며 중국에서 위장 신분을 활용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중국 국적을 취득한 바는 없다.
최 의원은 "비겁하다 생각한다"라고 꼬집으며 "일제시대 우리 선조들의 국적은 뭔가?"라고 재차 물었다. 김 장관은 "이 부분은 국사학계에서도 연구가 다 돼 있고 전부 학계에서도 연구 다 돼 있다"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이미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다"라고 말했다. "일본 식민지는, 다 일본 국적을 강제한 것이다. 그걸 우리가 취득한 것이 아니고"라며 "그것을 바로 식민지라고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 의원은 "공부 좀 더 하고 오시라"라며 "그거 아니다. 틀렸다. 국적 안 줬다"라고 지적했다.
전국비상시국회의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내란과 탄핵정국, 민주개혁진보세력의 과제'를 주제로 정세토론회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무위로 돌아간 후 파면을 전제로한 탄핵심판, 그리고 사형 및 무기징역 외 다른 판결이 있을 수 없는 내란혐의 형사재판의 결론이 가까이 닥쳐오고 있다.
내란 범죄에 대한 국민적 단죄 의지가 분명한 가운데 윤석열 개인의 일탈이 아닌 극우 파시즘의 대두 징후가 일부 드러나는 위태로운 상황에 대한 정세토론회가 14일 진행됐다.
전국비상시국회의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내란과 탄핵정국, 민주개혁진보세력의 과제'를 주제로 정세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서는 발제를 한 윤영상 기획위원장과 지정 토론자로 나선 정성희 소통과혁신 연구소장, 박종근 조직위원장, 최성우 서울대 민주동문회 부회장이 조금씩 다른 인식을 드러냈다.
정해랑 조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 앞서 김용주 상임공동대표는 여는 말을 통해 "우리는 내란 극복을 위한 엄중한 시기를 보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기득권의 조직적인 반격에 직면하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는 승리감에 도취해서는 안된다. 더욱 긴장하고 시대의 과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엄중한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또 이 시대를 책임지는 지도자로 누구를 지도자로 세울 것인가라는 동시에 풀어야 될 과제를 안고 있다"고 시대적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정치일정에 묻혀 우리 사회 구조변화를 간과해서는 안 되고, 그렇다고 해서 원칙에 집착하여 집착한 나머지 민주 세력의 통합을 놓쳐서도 안 될 일"이라고 경계했다.
문국주 6월항쟁계승사업회 이사장은 "다른 생각도 있지만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을 중심으로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 좋겠다는 취지로 자리를 마련했다"고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윤영상 전국비상시국회의 기획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영상 기획위원장은 기조발제에서 "가장 큰 문제의식은 지금은 우리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요소들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를 뚫고 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전제하고는 2024년 12월 3일의 '실패한 친위 쿠데타'와 그를 2시간 반만에 무산시킨 '시민의 힘'을 현 상황을 구성하고 공존하는 핵심 요소로 제기했다.
매우 위험스러운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할 수도 있고, 그걸 저지할 수 있는 힘에 주목하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동력이 여전히 있다는 두가지 상황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
그렇지만 현실은 이 두가지 상황이 교착상태를 이루고 있다는 것 자체가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최초의 상황이라고 짚었다.
윤석열의 쿠데타를 가능케 한 힘들이 공공연히 움직이고 있으며, 그것을 진압하는 힘은 아직 성고하지 못했다는 것. 윤석열은 탄핵소추되고 내란죄로 구속되었으나 대통령 윤석열이 임명한 정부 요직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정치세력인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행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은 국회를 구성하는 제1당으로 계엄해제를 의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은 했지만, 행정부는 윤석열과 여당의 손아귀에 있는 교착상태, 일종의 이중권력 상태이라는 것이다.
탄핵 인용결정이 나면 그 이후에는 매우 치열한 대선경쟁 구도가 시작될 것이지만, 탄핵이 기각되어 '끔찍한 상황'을 마주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냉정한 가능성의 세계도 열어두어야 한다고 했다.
내란 주도세력이 소수로 고립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점차 세를 확대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한 까닭이다.
윤 기획위원장은 "대선국면이 진행되더라도 윤석열을 지지하는 그룹들은 수그러들지 않고 사람들의 시선을 교란시킬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친윤 세력과 극우세력의 결집과 확대 양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 대다수는 탄핵에 찬성하고 내란에 비판적"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윤석열을 지지하는 보수세력의 응집력은 생각했던 이상으로 높으며, 완벽하게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에는 우리가 부족한 게 너무 많다"고 하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미래 계획을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효과적으로 힘을 모으고 많은 동력을 끌어모을 수 있다면 보수세력의 집결을 저지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판단으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과 극우세력이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래본 적 없는, 기득권 강화를 위한 '친위 쿠데타'가 막상 실패한 상황에서 자칫 기득권의 붕괴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지르고 있는 몸부림에 대해 과장해서도 안되지만 과소평가해서도 안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의 주류가 극우세력에 포획되어 있는지, 아니면 거꾸로 국힘이 극우세력을 이용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힘 주류세력이 공개적으로 '윤석열이 잘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재명이나 민주당이 잘한 것은 아니다.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는 사기 탄핵'이라는 양비론을 줄기차게 제기하는 것은 "윤석열이 물러나더라도 이재명이 권력을 잡지못하게 하는 것을 자신들의 역할, 전략으로 생각한다"는 지적했다.
그들은 민주화 이후에도 다섯번이나 대선에서 권력을 쥐었던 집단이라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이른바 '반파시즘 연합전선'을 거론하면서, 가장 중요한 구도는 '내란세력을 포위고립'시키는 것이었으나 민주당이 한동훈, 안철수, 이준석, 이승민 등 보수세력 내 반 윤석열파와의 연대를 적극 추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또 민주정부 수립이라는 방향에서 광장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진보정당과 진보적 시민사회세력은 현실적 영향력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통해 민주당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 소장은 독자후보를 통한 민주당과의 연합정권은 어렵더라도 연합정치를 실현하는 힘은 오로지 주권자 시민에게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비판적 지지' 수준에 머물지 않는 '전국적인 유권자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근 전국비상시국회의 조직위원장은 "내란진압은 이미 끝났다"며 "철저히 광장의 힘을 키워나가고 진보적 의제를 모아 통일적인 행동에 더욱 집중하자"고 말했다.
최성우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 부회장은 "윤석열 같은 수준의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수구 기득권세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역설적 평가와 함께 진보진영의 역량을 과소, 과대 평가할 것도 없이 향후 정권 교체에 기여하면서도 민주당을 어떻게 견인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2.3계엄 사태는 친위쿠데타다. 쿠데타란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는 행위다. 박정희의 5.16쿠데타, 전두환의 12.12쿠데타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친위(親衛. 국가 원수의 신변 호위)가 붙으면 정권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최고 권력자가 스스로 계엄을 선포하고 예비검속 등을 단행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쿠데타는 시쳇말로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 된다. 하지만 친위쿠데타는 실패한다고 곧바로 반역자로 처단되지 않는다. 아직 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친위쿠데타는 일반 쿠데타에 비해 실패 확률이 낮다. 드물게 실패한 경우라도 가진 권력을 총동원해 마지막 순간까지 판 뒤집기를 시도한다.
친위쿠데타는 그만큼 내란 종식이 쉽지 않다. 마지막 한 놈까지 모조리 처단해야 내란이 종식된다. 그래서 내란 종식 투쟁은 매우 까다롭고 장기적이며 복잡한 양상을 띤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국회에서 탄핵하고 구속까지시켰지만, 정국이 여전히 불안하고 답답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친위쿠데타에 실패한 이후 다시 쿠데타를 시도, 결국 장기집권에 성공한 예가 있다. 바로 나치 독일의 히틀러가 그 장본인이다.
1921년 나치당 대표로 선출된 히틀러는 극우세력들의 연합체 ‘독일투쟁동맹’을 결성하고 지도자로 추대된다. “공산주의는 유대인의 음모”라며 ‘반공·반유대인’ 정책을 펼치던 히틀러는 1923년 ‘뮌헨 맥주홀 쿠데타’를 일으킨다. 하지만 쿠데타의 성패를 가를 주요 인물 3인방을 석방하는 실수를 저질러, 친위쿠데타는 실패로 끝난다.
히틀러는 5년 형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1년 만에 사면돼 출소한다. 교도소 수감 중에 히틀러는 나치당 와해를 막고 낙심한 당원들과 지지자에게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나의 투쟁’을 집필한다.
1933년 히틀러는 나치 독일 총통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쿠데타가 실패할 당시 ‘반공·반유대인’을 주창한 히틀러의 나치 선동은 설득력이 없었다. 하지만, “거짓말도 백번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는 괴벨스의 이론을 받아들여 유대인과 공산주의자를 혐오하는 거짓 선동을 지속한 결과 “유대인은 죽여도 된다”는 파시즘 체제 구축에 성공한다.
내란수괴 윤석열이 부정선거 여론을 부추기고, 헌재 재판관 자격을 시비하고, 종북 간첩을 운운하고, 중국혐오를 조장하고, 내란혐의를 왜곡하고, 국민의힘과 지지자들을 향해 폭동을 선동하는 이유는 나치 독일의 총통 히틀러처럼 파시즘을 부활하고 싶어서다.
윤석열의 목표는 분명하다. 헌재에서 파면이 결정되면 판결을 부정하고, 지지자들에게 서부지법처럼 헌재 난입을 추동한다. 조기 대선 과정에 야당 대선 후보에 테러를 가하는 등 폭도를 동원해 선거를 방해한다. 만약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내란범을 모두 사면하고 윤석열은 영웅으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야당이 당선되면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곧바로 탄핵을 추진한다. 폭도의 준동으로 사회는 대혼란에 빠진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45년 만에 계엄을 부활시킨 자들이다. 판을 뒤집지 못하면 사형에 처하거나 평생 감옥에 처박혀야 한다. 그러니 무슨 짓인들 못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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