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 팬클럽 카페 등에서 “참사 후속대책에 사용될 예비비가 대폭 삭감되면서 예산집행도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라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예비비를 삭감한 탓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후속대책 지원이 어렵게 됐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다.
허영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중 행안부, 농림부 등 각 부처 예산으로 편성되어 있는 재난재해대책비는 9270억원”이라며 ‘정부 원안’을 삭감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또 “이 예산으로 부족하면 예비비를 사용하게 되는데, 재난재해대책에 사용할 수 있는 목적예비비는 1조6천억원”이고 “이것으로도 부족하면 국가채무부담행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가채무부담 한도는 “1조5천억원”이라고 덧붙였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좀 더 자세한 설명이 담긴 서면브리핑 자료를 내며 “예비비 삭감으로 항공 참사 대책에 난한을 겪을 것이라는 주장은 가짜뉴스”라고 밝혔다.
윤 원내대변인은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예산을 통해 참사에 대해 충분히 조사할 수 있고, 정부 책임이 확인되면 국토부와 공항공사 예산을 편성하여 배·보상이 가능하다”면서 “조사 기간이 통상 최하 6개월에서 2년 정도 소요되어 예산으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안전부 재난대책비 3600억원이 편성돼 있어 이 예산을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재난대책비가 부족한 경우 예비비를 편성하면 되기 때문에 재원이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이번 항공참사는 사회재난이므로 재난대책비로 피해를 보전할 수 있다”면서 “다만 자연재난과 달리 과실유무를 판단해야 하며, 비용은 원인 제공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짚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부 예비비는 일반예비비 8천억원, 목적예비비 1조6천억원 등 총 2조4천억원이 있어 참사 대응에 재정적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자연재난에 의한 참사로 결론이 나오면 ①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 예산’ ② ‘각 부처 예산으로 편성된 재난재해대책비 9270억원 중 행안부 재난재해대책비 3600억원’ ③ ‘2조4천억원의 정부 예비비 중 1조6천억원에 이르는 목적예비비’ 등을 사용할 수 있다. 그것도 부족하면 ④ ‘국가채무부담행위’를 활용할 수 있기에, 예산이 없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라는 게 허 의원과 윤 원내대변인의 설명이다.
한편, 민주당 때문에 후속대책 지원이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은 한 인터넷매체 기사로 공유되고 있다. 해당 기사는 지난 12일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인용하기도 했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윤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이 매체는 최근에도 지난 27일 검찰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발표한 내란사건 일부 수사결과 내용 대부분에 대해 “의심스럽다”는 취지의 기사를 냈다.
▲지난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파손된 기체 후미 수색 등 수색견을 동반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연합뉴스
"아들 내일 오지"
"왜 전화가 안 돼"
29일 제주항공 7C2216편에 탔던 승객들에게 가족들이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입니다. 메시지 옆의 1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한순간에 잃은 가족의 심정은 헤아리기조차 어려웠고, 애도의 말 또한 쉽사리 남길 수 없던 비통한 하루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윤석열의 등장과 국가애도기간
그런 와중에 윤석열의 등장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직무 정지 상태인 그가 돌연 페이스북에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라며 "이 어려운 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저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라고 쓴 것입니다. 참사 상황을 틈타 대통령 직무에 복귀한 듯 행동한 것이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오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한 애도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윤석열 페이스북
대통령실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회의를 소집하고,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24시간 비상 대응 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참사가 '정치적 기회'인 모양입니다.
윤석열의 페이스북 글이 올라온 지 얼마 안 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 4일 24시까지 7일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국가애도기간을 정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어딘가 서늘한 기분이 듭니다. 이태원 참사 때의 기억 때문일 겁니다.
정훈님,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어땠는지 기억하시나요? 당시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국가애도기간을 일종의 정치적 방어 수단으로 이용했습니다.윤석열은 애도기간에 '출근길 문답'을 하지 않는다며 민감한 질문을 피했습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금은 슬픔을 나누고 기도해야 할 시간으로 추궁의 시간이 아니고 추모의 시간"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는 추모 기간을 선포하고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라며 "추모를 정쟁으로 변질시켜서도 안 된다"라고 썼습니다.
심지어 이채익(국민의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애도기간이라는 이유로 행안위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부처 업무보고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 과정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지금은 추모와 애도의 기간이기 때문에 사고의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는 정부의 사고 수습이 이루어지고 난 후 충분히 실시하고자 한다"라고 말해서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 31일 서울시청앞 서울광장과 이태원 참사현장 부근에 정부가 설치한 이태원 압사 참사 합동분향소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라고 표기되어 있다.이희훈/권우성
이렇듯 정부·여당은 국가애도기간을 통해 '정부 책임론'을 막아내고, 사건 축소에 열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국가애도기간 중 '이태원 참사'의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합동 분향소 명칭에 '참사 희생자'가 아니라 '사고 사망자'라고 쓰기까지 했으니까요.
갑자기 튀어나온 윤석열과 2년 전 국가애도기간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적 있는 국민의힘을 보면서, 그들이 제주공항 여객기 참사를 '정국 전환'의 기회로 삼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황당한 '줄탄핵' 타령, '정쟁 중단'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
실제로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은 참사를 '역공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줄탄핵' 운운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어려운 시기에 국정 공백을 만들었다는 식으로 압박에 나섰습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줄탄핵의 후과'라는 글을 통해 "더불당(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으로 우리 정부에는 국무총리도 행안부도 없는 상황이다(...) 국정 공백이 정말 걱정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모두 '내란죄 피의자'라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입니다.
보수 언론도 '줄탄핵'을 언급하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정치적 책임을 민주당에 돌립니다. 30일 <조선일보>는 "국가 재난 앞에... 정부는 비정상, 국회는 4시간 후에야 회의"라는 기사에서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총리,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로 국가 시스템의 공백 상태를 만들어 놓고 국가적 참사가 발생하자 정부에 최선을 다하라는 게 정상이냐'는 비판이 제기됐다"라는 문장을 말미에 넣었습니다.
29일 <중앙일보>는 "무안으로 달려간 이재명… 줄탄핵 책임론에 숨죽인 민주당" 기사에서 전직 민주당 의원의 말을 인용해 "사고 수습과 희생자 애도가 끝나고 나면 여권을 중심으로 연쇄 탄핵 책임론이 커질 수 있다 (...) 호남 지지층 여론도 급변할 수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대통령·총리·장관 모두 '대행'…여권 '줄탄핵에 재난 컨트롤타워 붕괴'" 기사에선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잇따라 탄핵당하고 행정안전부 장관마저 공석인 상태라 재난 컨트롤타워가 직무대행 체제로 부실 운영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라고 썼습니다.
정훈님, 위의 기사들은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왜 탄핵을 당했는지, 탄핵을 앞둔 행정안전부 장관이 왜 사진 사퇴했는지는 쏙 빼놓고 있습니다. 바로 '12.3 내란'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대통령과 그를 감싼 국무총리가 문제일까요, 아니면 국민의 열망을 받들어 그들을 탄핵한 민주당이 문제일까요? 더 생각할 필요도 없는 질문 아니겠습니까.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운데)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전남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수습방안 등 논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참사를 이용한 '민주당 책임론'보다 더 교묘한 것은 '정쟁을 멈추라'라는 주장입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말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정치권은 사고가 완전히 수습될 때까지 모든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습니다.
'정쟁을 멈추라'라는 말은 가치중립적인 표현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있는, 공격당할 거리가 많은 세력일수록 정쟁을 피하고 싶어 합니다. 지금 그 세력이 누구일까요? 윤석열이 탄핵 심판·내란 수사에 관해서 '지연 전략'을 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참사를 정치적 공세를 막아주는 도구로 사용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30일 <국민일보>는 사설 "권력 공백에 대형 사고까지… 당장 모든 정쟁 중단하라"를 통해 "우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주장대로 정치권은 무안 사고가 완전히 수습될 때까지 최 대행 탄핵 시도 등 모든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민주당을 다그쳤습니다. '정쟁 중단'이라는 수사가 실제로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애도와 탄핵은 함께 갈 수 있다
▲12.3 윤석열 내란사태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 소속 학생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유성호
정훈님, 저는 우리 사회에서 애도가 상시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날마다 슬픔 속에 살아가자는 말이 아니라, 잊지 않고 애도를 이어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생명을 경시하는 자본과 권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비극을 더 오랜 시간 기억하고, 더 넓고 깊은 연대가 이뤄져야 하니까요.
애도는 단순히 슬퍼하고 기도하는 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요구 등을 포함하는 감정이자 행위입니다. 지금껏 국가 폭력과 사회적 참사의 유가족이 해왔던 것처럼요. 물론 그건 정부가 원하는 애도는 아닐 겁니다.
그래서 애도는 불온하고, 반사회적이며, 무지몽매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참사라고 해서 유가족을 고립시키고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이들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여객기 참사 조사 기간이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3년씩 걸린다"라고 밝혔습니다. 하루아침에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한 애도가 쉽게 끝나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동시에 탄핵 심판과 내란 수사를 촉구할 수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희생자들을 향해 묵념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윤석열 구속'을 외치는 것이 왜 대립되는 행위란 말입니까? 오히려 '애도기간'이라며 애도의 형태를 침묵이나 중립에 가두는 일이, 참사를 가장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일 것입니다.
국회를 통과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 법정 시한은 1월 1일입니다.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3인 임명은 한시가 시급합니다. 최상목 대행이 '국가애도기간'을 이유로, 내란 수사와 탄핵 심판 절차에 필요한 일을 회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야당 주도로 통과된 ‘쌍특검법’(내란 특검·김건희 특검)에 대해 “‘위헌적 조항’을 삭제하는 쪽으로 야당과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수석은 30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그동안의 국정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을까 싶다”며 “만약에 거부권이 행사돼서 국회로 되돌아온다면 저희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야당과 위헌적인 조항을 삭제하는 방법으로 해서 충분히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 12일 본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사태의 위헌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야당만 특검 추천권을 갖는다는 점, 특검법의 수사대상이 모호하고 광범위하다는 점 등이 ‘위헌 요소’라며 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그는 쌍특검법을 현재 3인이 공석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문제와 연계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의원들이 개인적인 의견 차원에서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당내에서 공식 논의한 적 없다”라며 “최 대행에게 그런 식으로 요청한 사실도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원내수석은 또 최 대행이 ‘법률안 거부권’은 행사할 수 있지만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임명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국가원수의 지위에서 나오는 이 권한은 가능하면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라며 “논리적인 이유, 관행 이런 걸 따져봤을 때 지금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는 것이 우리 국민의힘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원내수석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공수처와 대통령실이 조율해서 자진 출석을 하는 방향으로 정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3차까지 소환 요구를 했기 때문에 아마 공수처에서는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며 “만약에 체포 영장이 발부돼서 (공수처가) 집행하려고 하고, 경호실에서는 집행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실제 충돌 가능성도 문제지만 이 부분도 국격 추락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2024년 12월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착륙 후 화재가 발생해 탑승객 179명이 사망했다. 1997년 미국 괌 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200여 명이 숨진 뒤 27년 만에 벌어진 최악의 항공기 참사다. 30일 아침신문에선 신속한 참사 원인 규명과 유가족 지원에 대한 당부가 나왔다. 일부 광주·전남 지역신문은 호외를 발행하거나 추모글을 통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국토교통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태국 방콕공항에서 이륙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무안으로 입국하던 중 랜딩기어(착륙장치)를 내리지 못하고 동체가 활주로에 닿은 채 착륙하다가 활주로 끝에 설치된 공항 울타리 외벽과 충돌해 폭발했다.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태국인 2명 포함)과 승무원 6명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당국은 구조자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규명되지 못한 상태다. 다수 신문들의 참사 원인 분석에 따르면, 비행기와 새 떼가 충돌(버드 스트라이크)하면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조류와 충돌했더라도 다른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점에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조류 충돌 위험을 인지한 후 공항 관제탑과 기장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도 향후 교신 기록 등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형 참사 원인을 풀 핵심 열쇠는 새 떼 충돌이 가져온 엔진 파손 수준과 새 떼 충돌과 랜딩기어 미작동 간의 인과관계”라며 “1차 착륙 시도 실패 뒤 곧바로 방향만 바꿔 재착륙을 감행한 이유도 규명돼야 할 쟁점”이라고 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신문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1차 착륙을 시도하다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복행한 원인도 랜딩기어 미작동 때문인지, 엔진 이상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비행기와 조류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 경고 2분 후에 조종사가 조난신호인 ‘메이데이’ 선언을 했지만, 조류 충돌만으로 랜딩기어 조작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전문가들 지적도 있다. 미국 보잉사의 ‘737-800’ 기종인 사고기는 국제적으로 많이 판매됐고 사고 소식이 잦았던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조류 충돌이 랜딩기어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인지, 기체 정비에 결함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등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며 “동체 착륙을 할 경우 공항당국이 미리 화재에 대비해야 하는데 이번엔 그런 과정이 없었던 점도 의문이다. 또 무안공항은 인근에 겨울 철새가 자주 찾는 갯벌 등이 있어 조류 충돌 위험성이 큰데도 이에 대응할 전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도 따져볼 대목”이라고 했다.
이날 당국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대응에 나섰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또 이날부터 내년 1월4일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고 무안공항 현장과 전국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무안사고 대응·지원 TF팀’을 즉시 가동해 특별재난지역 선포 때 이뤄질 예산 투입 등 후속 절차 준비에 착수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최 부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됐지만 재난 대응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석이다. 정국이 심한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재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할지 우려된다”며 “우리 사회는 2022년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생생히 기억한다. 정부의 부실 대응이 덧나게 한 참사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런 재난 앞에서만큼은 여야가 힘을 모으고, 정부도 행정 공백이 없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사고 수습 과정에서 조그마한 실책·실언 하나가 유족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 없도록 유념해야 한다”며 “피해자 수습과 장례 준비, 유가족 대책, 사고 조사, 무안공항 이용객 불편 해소 등 시급을 요하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대통령 윤석열의 내란과 탄핵으로 국정이 혼란스러우나 정부는 책임 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제주항공 역시 원인 규명과 피해자·유족 보살핌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유가족 지원과 부상자 치료, 원인 규명 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국내 다른 공항에서도 유사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운항 중인 여객기 정비에도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최 대행의 어깨가 무겁지만, 국정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안보와 치안, 행정을 담당하는 이들이 안이하게 대처하면 작은 사건이나 불씨가 자칫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 불안이 가중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탄핵 절차와 내란 혐의 수사는 엄정하게 진행하되, 이번 사고 수습엔 한마음이 돼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참사에도 조선일보 “무안공항 정치 논리로 건설”
한편 조선일보는 이번 참사에 무안공항이 정치 논리로 건설된 영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무안공항을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지역 비하 표현으로 비판해왔는데, 조선일보는 이번 참사에 대해서도 “‘고추 말리는 공항’ ‘한화갑 공항’으로 불리며 정치 공항으로 설계된 무안공항의 태생과 맞물려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고추 말리는 공항’은 지방공항 건설이 논란될 때마다 이용객이 없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의 근거로 등장하는 지역 비하 표현이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시절부터 정치권에서 시작된 해당 발언은 언론에서 사실없이 인용됐다. 하지만 다수 언론사의 팩트체크 코너를 보면, 무안공항에서 고추를 말리는 사진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한국공항공사에서도 해당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공항 시설에 일반인이 출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기사 <정치 논리로 건설…조류 서식지 4곳 둘러싸여 초기부터 논란>에서 “2007년 개항한 무안공항은 서남권 거점 국제공항으로 설계됐지만, 활주로는 약 2.8km로 다른 주요 국제공항보다 짧은 편이다. 이에 전남도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활주로 길이를 3.126㎞로 늘리는 연장 공사를 진행 중이었고, 이 공사 탓에 무안공항 활주로는 300m가량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며 “활주로는 비행기가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 추진력을 얻는 공간으로, 대형 항공기 이용이 잦은 국제공항 대부분은 활주로 길이가 3㎞를 넘는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과거에도 무안공항에 대해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조선일보는 무안국제공항은 2022년 활주로 이용률이 0.1%로, 전국 공항 15곳 가운데 최하위였다며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리는 공항’이라는 오명”에도 “지난해부터 약 500억원을 투입해 2800m 길이 활주로를 3160m짜리로 연장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은 75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21일 국회에서 가결된 예산안 최종안에선 100억원으로 늘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30일 조선일보는 “무안공항은 서해안 철새 도래지와 가까운 곳이어서 공항 건설 초기부터 관련 문제가 제기돼 왔다. 무안공항 인근의 전남 무안군 현경면·운남면에선 1만2000여 마리의 겨울 철새가 관찰됐다”며 “무안국제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때도 ‘기체가 조류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2020년 당시 보고서는) 폭음기나 경보기를 설치하고, 레이저나 깃발, LED 조명 등을 이용해 조류 충돌을 최소화하라는 구체적 대응책까지 제시했지만, 활주로 확장 사업이 완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또한 “무안공항 관제탑 등 항공 관계자들의 경험 부족이 사고를 키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며 “지난 2007년 문을 연 무안공항은 이달 전까지 국제선 정규 노선을 운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29일 사고가 발생한 무안~방콕 노선은 제주항공이 이달 8일 운항을 시작한 신규 노선”이라고 했다. 이어 “무안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4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사장이 뒤늦게 사표를 낸 이후, 8개월째 공석”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남도일보 디지털 호외 발행, 전남일보 1면 하단에 추모글 실어
이날 사고가 난 항공기 탑승객 대부분은 광주·전남 지역민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남 지역일간지 남도일보는 사고 발생 4시간여 만에 디지털 호외를 발행했다. 남도일보는 29일 호외 발행 소식을 전하며 “본보는 전 취재인력을 무안공항과 사고대책본부, 소방기관 등에 급파와 동시에 뉴미디어국과 편집부를 중심으로 사상 처음으로 디지털 형식의 호외 제작에 나섰다”며 “본보의 디지털 호외는 매일 발송하는 ‘미리보는 조간뉴스’ 구독자와 인터넷 남도일보 회원, 본사 임직원 인적 네트워크 등을 통해 전달됐다”고 밝혔다.
남도일보는 사설에서 “180명에 가까운 희생자 중 상당수가 지역민들인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슬픔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남도일보는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뜻을 전하며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유사 사고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전남일보는 1면 하단에 ‘전남일보 임직원 일동’의 추모글을 실었다. 이들은 해당 추모글에서 “전남일보는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희생자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삶을 기리며 이번 참사가 남긴 상처를 함께 공감하고 어려운 시간을 견뎌내시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전남일보는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통해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지역사회가 함께 이 슬픔을 나누고 치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과 지원이 신속히 전달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전남일보는 사설에서 “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유가족의 슬픔도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또 다시 후진적 사고가 재발해서는 안된다. 유가족과의 소통체계도 최대한 마련해야 한다”며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 등 정부가 제대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치권의 적극 협력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지난 주말 광화문에는 다시 수십만의 시민들이 모였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탄핵소추안 가결은 시작일 뿐’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오직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외침만이 뒷걸음질치는 것만 같은 세상을 뒤흔들고, 윤석열‘들’을 몰아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광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여성이, 청소년이, 성소수자가, 투쟁하는 노동자와 농민이 비상계엄 이전부터 이미 ‘계엄 상태’에 놓여 있던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했고, 이런 모순들이 사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농민들이 끌고 온 트랙터가 경찰에 의해 가로 막힌 상황을 알리면서 “갑오년 동학농민군이 끝내 넘지 못한 그 우금치가 바로 남태령”이라면서 시민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그러자 그날 밤, 1만여 명의 시민들이 남태령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농민들과 시민들은 오래도록 기억될 밤을 보냈다. 집회 현장과 온라인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튿날, 더 많은 시민들이 남태령으로 모이고 야당 정치인들이 조력하자, 경찰은 트랙터에 길을 터줄 수밖에 없었다. ‘연대’가 만든 승리였다.
거꾸로 가는 정치
광장의 시민들은 서로를 가로지르며 앞으로 가고 있는데, 윤석열 잔당은 뒤로 가고 있다. 지난 25일 윤석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검찰 출석 요구 불응까지 합하면 벌써 네 번째 조사 거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총리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을 임명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민주당은 좌고우면하며 판단을 미루다가 잔당들이 제멋대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지역 가면 욕도 먹겠지만 각오하고 얼굴을 두껍게 다녀야 한다”고 결기를 다졌다. 윤석열 잔당들이 다같이 뻔뻔해지기로 작심한 셈이다.
국힘이 이처럼 시간을 끄는 이유는 명백하다. 이 당의 다선 의원 윤상현이 말했듯, 이들은 “국민들이 1년쯤 지나면 다 까먹는다”고 본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총을 겨눴고,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파괴될 뻔 했음에도 이를 전혀 중요하게 사고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국힘 소속 의원들 다수는 시간을 끌다보면 정국 주도권을 다시 빼앗아 올 수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3년 뒤 치러질 총선에서 의원직을 이어가려면 경선에서 투표권을 가진 핵심 당원 여론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이다.
26일 오후, 내란 방조자 한덕수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다”는 내용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했고, 민주당은 예고한대로 한덕수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정족수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서 불복 여론을 조직하고, 상황을 혼돈으로 빠뜨리려 하고 있다. 결국 광장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더 많은 동료와 함께 거리로 나서야 한다.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가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지자 민주당은 ‘내란극복 국정안정’을 기치로 내걸었다. 차기 정권을 수권할 수 있는 세력으로서의 면모를 뽐내려 했던 듯하다. 하지만 상황은 민주당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한덕수는 ‘윤석열 없는 윤석열 체제’의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제는 김건희 특검과 내란 특검에 대한 거부권 행사도 점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정안정’은 고사하고 혼돈은 연말까지 지속되고 있다.
공은 용산에도, 국회나 헌법재판소에도 있지 않다. 여전히 광장에 있다. 시민들이 ‘어떻게’, ‘무엇을 향해’ 투쟁하느냐가 이후 정세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 변화의 향배를 가늠지을 것이다.
남태령 투쟁은 우리에게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를 보여주었다. 첫째, 농민들과 조선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연대를 통해 우리 모두를 억압하고 차별하는 사회를 바꾸는 운동으로 진전시켰다. 둘째, ‘퇴진’ 구호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순들에 함께 맞서야 한다는 점을 드러냈다. 셋째, 윤석열을 퇴진시킬 수 있는 힘이 국회나 헌재가 아니라 여전히 거리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점은 지난 12월 17일 부산 탄핵 집회에서 자신을 ‘노래방 도우미’라고 소개한 여성의 발언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이 여성은 비상계엄 이전에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짓누르던 억압과 착취에 대해 이야기했다. 과로로 죽어가는 쿠팡 택배노동자들, 강제철거에 의해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는 파주 용주골의 성노동자들, 일방적 공학 전환 추진으로 대학 민주주의의 파괴를 겪고 있는 동덕여대 학생들, 일상적으로 이동권을 제약받는 장애인들, 데이트 폭력에 의해 고통받는 여성들,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는 이주노동자와 자녀들 등을 호명하면서, “이 모든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은 빠르게 퇴진시켜야 마땅하지만, 그것을 해낼 힘은 국회나 헌재가 아니라 광장에 있다. 더구나 대통령 하나 몰아내는 것에서 그쳐서도 안 된다. 이제 우리는 윤석열은 같은 자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일상에서는 끊임없이 불평등과 착취, 혐오를 강화하는 우리 사회를 바꾸는 운동들을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색깔로 만들어야 한다. 이번주 내내 전국 주요 도시들에서 열린 크고 작은 집회들은 이를 잘 보여줬다. 한국 최초 여성 용접공이자 노동운동가 김진숙이 항상 외치듯, 웃으며-끝까지-함께 나아가자.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
(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이하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에서 발행하는 <윤석열 퇴진 시키고 평등으로>에 실렸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에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에 함께 하는 다양한 사회운동단체들, 노동운동단체들, 노동당·녹색당·정의당 등 진보정당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2024년에는 우리의 관심인 남북대화나 북미대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싸고 굵직한 사건이 몇 개나 발생해 향후 한반도 정세에 우려와 기대를 갖게 만들고 있습니다. 새해 벽두에 터져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선언은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은 향후 남한과 북한의 상황과 관련 은연중에 희비의 쌍곡선을 긋게 만들었으며, 그리고 윤석열의 12.3내란과 탄핵안 통과, 특히 ‘내란 우두머리’ 혐의 구속 후 전개될 향후 정치 일정에서 남측의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진행 중에 있는 2024년에 발생한 몇 개의 굵직한 사안들이 2025년 새해에는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하면서 통일뉴스가 선정한 ‘2024년 한반도 10대뉴스’를 발표합니다. / 편집자 주
1. 윤석열, 12.3비상계엄 선포 (12월 3일) 및 탄핵안 통과 (12월 14일)
12월 1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추위 속에서도 200만명이 운집했다. 이날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안이 통과됐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우여곡절 속에서도 민주주의가 진행되고 있는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초현실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사실 이는 친위 쿠데타나 내란에 가까웠다. 내란은 국회 현장에 미리 도착해 방어를 친 시민들의 저항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미적거림 등으로 실패했다. 이후 국민적 저항이 거세게 일어나 12월 14일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특히 내란세력은 오물풍선 원점타격과 드론 평양 상공 침투 등을 통해 북측을 인계철선화해 계엄령 발동의 명분으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윤석열 탄핵안은 통과됐지만 광범한 내란세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정부와 여당은 내란을 방조하는 일조차 서슴지 않고 있다. 내란은 진행 중에 있고 윤석열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하기 위한 국민적 저항도 진행 중에 있다.
2.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 당선 (11월 5일)
7월 18일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트럼프는 이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당선 후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Fox 유튜브 갈무리]
‘트럼프-312표, 해리스-226표’. 유세 기간 중 두 차례의 암살 미수 사건을 겪은 트럼프가 박빙일 것이라는 예측을 일축하고 승부처인 경합주 7곳에서 모두 승리하며 압도적인 표 차이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제적 인물’ 트럼프의 귀환은 세계 정세와 한반도 정세에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전망이다. 남한에는 경각심을, 북한에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남한을 현금인출기란 뜻의 ‘머니머신(Money Machine)’으로 지칭하며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 지불을 요구할 정도다.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의향을 비치면서 대북 라인에 북미 대화론자들을 중용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1월 20일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3. 김정은, ‘적대적 두 국가’ 선언 (1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니며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고 선언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연말연시 당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니며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고 선언했다. 이는 북측이 80년간 주장해온 ‘하나의 민족’과 ‘하나의 국가’를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남측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졌다. 나아가 전쟁 발발시 ‘대한민국 점령, 평정, 수복, 편입’을 주장했고 ‘대한민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했다. 이어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철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 해체,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표현 삭제, ‘통일’·‘화해’·‘동족’ 개념 제거, 북쪽 경의선 구간 폭파 등이 이뤄졌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남쪽 국경선과 관련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언명했으나 그 실행 진위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남북관계가 원상태로의 복귀가 아닌 전혀 새로운 차원, ‘암흑의 시기’로 들어섰다.
4. 북-러 사실상 ‘동맹관계’ 수립 (6월 19일)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월 19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2023년 9월 러시아 극동지역 소재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의 정상회담 이후 올해 6월 평양에서 다시 만났다. 결과는 놀라웠다.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제4조가 ‘유사시 자동군사개입조항’으로 해석되어 사실상 ‘북러 동맹관계’로 평가됐다. 이후 두 나라는 정치·군사·경제를 비롯해 다방면에서 왕성한 교류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두 나라는 11월 들어 위 조약을 상호 비준했으며 12월 초에 비준서를 교환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했다. 북러 조약 비준에 따라 러-우크라 전쟁에서 북한군의 러시아전선 파병설과 우크라군과의 교전설 등이 두서없이 유포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몇 년째 경색되면서 간헐적으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든 적은 있었지만 2024년에는 갈등을 넘어 충돌 위기로까지 나아갔다. 남측이 2018년 이후 그나마 남북관계 유지의 실낱같은 안전핀인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자 남과 북은 남측의 대북 전단 살포를 기점으로 끝모를 충돌 분위기를 향해 질주했다. 여기에 윤석열의 8.15경축사에서 ‘자유의 북진’을 통한 ‘자유통일’, 사실상 ‘흡수통일’ 주장이 기름을 부었다. 이후 북측의 대남 오물풍선 부양-상호 확성기 방송-평양 상공 ‘적 무인기’ 침투로 상승했다. 특히 북측은 평양 무인기 침범의 주범이 남측이라며 지목했으나, 남측 합참은 “사실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며 NCND를 취했다. 그러나 ‘윤석열 내란 사건’이 터지면서 무인기를 내란세력이 조종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6. 북, 최종 완결판 ICBM ‘화성포-19’형 시험발사 (10월 31일)
북한이 10월 31일 시험 발사한 최종 완결판 ICBM ‘화성포-19’형. 북한은 성공 후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못박았다.
북측은 ‘국방력 발전 5개년계획’의 4년차인 2024년에도 핵무력 강화를 계속 추진해,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과제로 제시한 △대남 공격을 위한 전술핵무기,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명중률 제고,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극초음속 미사일, △기습공격이 가능한 고체연료 ICBM, △핵잠수함과 물속에서 발사할 수 있는 핵무기, △상대 진영을 살피기 위한 정찰위성 등의 전략무기 개발이 마무리됐다고 선언했다. 그 결정판은 ‘화성포-19’형. 북측은 10월 31일 ‘새로운 초강력 공격수단’, ‘최종 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로 호칭한 ‘화성포-19’형의 시험발사 성공 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못박았다.
7. 남측 통일운동단체들 명칭 변경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6월 15일 총회(임시공동대표회의)를 통해 ‘자주통일평화연대’로의 명칭 변경과 함께 조직을 전환하고 출범식을 개최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북측이 올해 초 ‘남북관계는 적대적인 두 개 국가관계’라고 선언한 후 대남기구와 남북공동기구 등을 변경·해체하자 대북 파트너가 없어진 해당 남측 단체들도 변화를 모색했다. 북측은 통일전선부를 노동당 ’중앙위 10국’으로 개편했으며, 6.15북측위원회와 범민련 북측본부,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을 해산했다. 이에 남측에서는 6.15남측위원회가 자주통일평화연대로 범민련 남측본부가 자주연합(준)으로 각각 단체명을 바꿨다. 해외에서는 6.15해외측위원회 해산, 재미 통일학연구소의 정세연구소로 개편, 재일 평화통일협회 해체 등이 진행됐다. 남북해외 민간단체들이 정체성과 역할에서 새로운 좌표를 모색하고 있다.
8. 윤석열, '뉴라이트' 성향 인물 대거 발탁.. 8.15행사 두쪽 (8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주요 정부 기관들에 ‘뉴라이트’ 성향 인물들을 대거 발탁했다. 이에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12월 17일 ‘뉴라이트 기관장 자진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뉴라이트 인사들의 공직 사퇴를 요구했다. [통일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은 내각과 주요 정부 기관들에 일제 강점기를 미화하고 항일독립운동을 폄훼하는 ‘뉴라이트’ 성향 인물들을 수장으로 대거 발탁했다. 민족연구소는 구체적으로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허동현 국사편찬위원장, 김주성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그리고 ‘12.3내란’ 이후 임명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 등을 지목했다. 특히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싸고 사상 처음으로 광복절에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단체 기념식이 따로 열리는 ‘진귀한’(?) 일까지 발생했다.
9. 임종석, ‘통일 버리고 평화 선택하자’ 주장 (9월 19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통일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자’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사진은 임 전 비서실장이 2021년 6월 ‘다시 시작하는 남북합의 이행’ 주제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통일뉴스 자료사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통일, 하지 말자”로 시작하는 파격적인 발언과 함께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나아가 그는 ‘두 개 국가론’을 위해 영토조항을 규정한 헌법 3조의 삭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및 통일부 정리도 주장했다. 이는 남측의 현재 통일 분위기를 감안하고 특히 연초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진보성향 전문가들은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임종석을 겨냥해 “통일이 인생목표라더니 급선회했다”고 비난했다. 임종석의 주장은 ‘통일을 버리고 평화를 선택하자’는 간단명료한 문제제기였지만 역으로 ‘통일이 안 된다면 평화는 왜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한반도에서 ‘평화문제’와 ‘통일문제’의 상호관계와 선차성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10. 북 여자축구, ‘20세 이하’와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우승
북한 여자축구가 ‘2024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누르고 우승했다. 사진은 시상대에서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북한 선수들. [사진-FIFA 홈페이지 갈무리]
북측 여자축구는 강했다. 지난 9월 ‘2024 FIFA U-20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1-0으로 제압한 북측 여자축구는 11월 ‘2024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는 스페인을 누르고 각각 우승했다. 두 월드컵 모두 역대 세 번째 우승이다. 이에 앞서 북한 여자축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0 아시안컵’과 ‘AFC U-17 아시안컵’에서도 각각 1위를 한 바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국제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북측 여자축구는 올해 아시아와 세계 무대에 등장해 ‘흙 속에서 진주 찾듯’ 세계 최강 수준의 독보적 실력을 발휘했다. 이와 관련 재일 [조선신보]는 17세 이하에서 우승하자 “조선 여자축구의 승승장구하는 전진행로는 이제 시작”이라며 미래를 낙관했다.
북한이 내각 총리를 김덕훈에서 박태성으로 교체하는 등 중요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23∼27일 열린 노동당 제8기 중앙위원회 제11차 전원회의에서 총리 교체를 비롯한 내각 당·조직 인사가 이뤄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새 총리가 된 박태성은 지난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러 정상회담에 배석하는 등 김 위원장의 주요 활동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 온 최측근 중 한명이다. 그는 2014∼2017년 평안남도 당위원회 책임비서를 맡았고 2019년 4월부터 의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의장으로 활동했다. 이어 2021년 1월 8기 1차 전원회의에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당 중앙위 선전선동부장이 되었고, 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번에 총리에 임명되는 동시에 당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했다. 2020년 8월 비교적 젊은 나이인 59세에 총리에 올라 경제를 총괄했던 김덕훈은 4년4개월만에 물러나게 됐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내각 부총리에 김정관, 자원개발상에 권성환, 상업상에 김영식을 각각 임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처럼 경제 부문을 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한 것은 ‘지방발전 20×10'을 비롯해 경제 발전 정책에 강조점을 둔 조치로 보인다.
최선희 외무상과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은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에 선출되었다. 최선희는 올해 급속도로 진행된 북러 관계 격상 작업을 진두지휘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이며, 리영길은 러시아에 북한군을 파병하는 작업과 관련한 인사 조처로 해석된다.
▲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이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응원봉 불빛을 밝히며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권우성
▲ 화난 시민들의 행진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이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응원봉 불빛을 밝히며 명동입구까지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형형색색 50만 개 응원봉 물결이 세밑 서울 밤거리를 수놓았다.
28일 서울 광화문 앞 동십자각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이하 범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참여인원은 주최 측 추산 50만 명. 이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한목소리로 "윤석열 퇴진"과 "윤석열 체포"를 외쳤다.
현장에는 파란 모자를 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참여했다. 이 대표는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응원봉을 흔들며 힘을 보탰다. 이 대표는 따로 연설을 하거나 메시지를 남기진 않았다.
시민들은 집회 후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열린송현녹지광장~조계사~청계천~을지로를 거쳐 명동까지 행진했다. 행진 참여자가 많아 행렬은 길게 이어졌다. 이들의 행진을 지켜본 버스와 택시, 거리를 걷는 시민들도 손을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오후 5시 10분 기준 비공식 추산으로 3만5000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 '윤석열 퇴진' 집회 참석한 이재명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 집회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 ⓒ 남소연
분노한 시민들 "왜 범죄자에게 한없이 너그럽나?"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전날(27일)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하며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직접 전화해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즉각적인 윤석열 탄핵과 체포, 국민의힘 해체를 외쳤다.
김은정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쿠데타 일어난 지 한 달이 되어가는데도 증거인멸이 명백해 보이는 수괴와 일당의 체포, 구속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검찰과 경찰은 어째서 중대하고 엄한 범죄자에 대해선 한없이 너그럽고 신중한가"라고 규탄했다. 김 합동사무처장은 새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향해 "주권자의 준엄한 명령 아래 한낱 관료의 선택권은 없다"며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내란특검법을 공포해 이들의 범죄를 낱낱이 드러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발언을 위해 무대에 오른 이가은씨는 "윤석열이 총을 쏴서라도 국회의원들 끌어내라고 했다. 역사로만 알던 군부독재가 재연될뻔했다. 다시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이 돋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민주주의를 파괴했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국민의 생명과 한반도 평화를 놓고 도박을 했다. 이런 자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살다가는 국민 모두가 피가 말라죽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언제까지 불안 속에 살아야 하냐"며 "윤석열 파면시키고 구속시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28시간 동안 이어진 소위 '남태령대첩'을 소셜미디어에 적극 알린 여성농민 김우주(트위터리안 '향연')씨도 시민들의 뜨거운 환영 속에 무대에 올랐다. 김씨는 남태령대첩은 "'국민의힘 장례식에서 상여를 하면 좋겠다'는 트윗에서 시작됐다"며 그날의 승리 후 벌어진 뒷이야기를 전했다.
"우리는 긴긴 동짓날 밤을 지나서 역사의 한 장면을 남긴 남태령 대첩 승자가 됐다. 우금티에서 쓰러진 동학농민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냈다. 이번만큼은 산자들이 죽은자를 돕고 위로해 드렸다. 물론 익일특급으로 (농민들은) 방배경찰서의 집시법 위반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윤석열은 내란 이후 25일이 넘도록 따뜻한 방에서 먹고 자는데, 농민들은 로켓배송으로 출석요구서를 받고 뒷목을 잡고 있다. 이게 나라냐. 내란동조범들의 적반하장도 너무하지 않나."
김씨는 "농민 선배들은 지금 천군만마를 얻은 거 같다고 한다"며 "피 흘리고 목숨 바친 농사 아스팔트 농사가 헛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남태령 불꽃이 전장연으로 동덕여대로 곳곳에 농성현장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남태령의 승리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치 "우리는 독재의 망령과 싸워서 져본 일이 없다"
▲ 광화문에서 뭉친 이날치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이날치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 집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 남소연
▲ 광화문에서 뭉친 이날치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이날치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 집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 남소연
한국 판소리와 춤을 재해석한 곡 '범 내려온다'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이날치&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도 이날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응원봉을 흔드는 50만 명 시민들과 함께 3곡을 불렀다.
이날치 멤버 안이호씨는 내란 세력을 향해 "호랑이도 호랑이 나름이다"면서 "내란'범'은 씨를 말려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런 말이 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우리는 독재의 망령들과 싸워서 져본 일이 없다. 3.1절이 그랬고, 4.19혁명과 부마항쟁, 5.18도 그랬다. 가까이로는 촛불혁명이 그랬다. 그런데 그때는 우리가 급했나 보다. 얘네들이 그렇게 질긴 고기인 줄 모르고 적당히 육즙만 빼먹었다. 이번에는 턱이 아프고 젓가락질 하나 손이 아프지만 남김없이 잘근잘근 씹어 삼키자. 그렇게 꼭꼭 씹어 삼키면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의 피와 살이 되고 뼈대가 되어줄 거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응원봉을 흔들며 명동으로 행진했다. 이들이 걸음을 잇는 동안 로제 '아파트', 김연자 '아모르파티',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 부석순 '거침없이'와 같은 대중가요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민중가요 '헌법 제1조' 등이 흘러나왔다. 시민들은 중간중간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31일 오후 8시 광화문에서 '아듀 윤석열 송년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한편 이날 비슷한 시각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인근에선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와 자유통일당 주관으로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흔들며 "계엄 합법, 탄핵 무효" 등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300만 명이 참가했다 밝혔지만, 경찰은 비공식 추산 3만 5000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이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응원봉 불빛을 밝히며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 권우성
▲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이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윤석열퇴진 비상행동 주최로 열렸다. 한 시민이 직접 제작한 '단두대'(작동하지 않음)를 광화문앞에 설치했다. ⓒ 권우성
올해 마지막 주말 광화문서 50만 시민, 4차 시민행진...'윤석열은 어떤 세계를 망상했나?'
기자명 이승현 기자
입력 2024.12.28 22:15
수정 2024.12.2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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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윤석열퇴진행동)은 28일 오후 4시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024년 12월 마지막 토요일인 28일 오후 50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이 광화문에 모여 대통령 윤석열의 즉각 체포를 촉구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25일, 12.14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로부터 2주일이 지나도록 내란죄 수사와 탄핵심판에 응하지 않고 한남동 관저에서 꼼짝하지 않던 대통령 윤석열이 전날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 마지못해 나선 터에 '총을 쏴서라도 끌어내라', '계엄이 해제되었다 하더라도 내가 두번 세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거니까 계속 진행하라'고 직접 지휘한 사실이 알려진 탓에 즉각 체포와 구속을 외치는 분노는 더욱 커졌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윤석열퇴진행동)은 28일 오후 4시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을 진행한 뒤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동 사거리를 거쳐 명동까지 도심행진을 이어갔다.
영하로 내려간 날씨에도 불구하고 5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응원봉을 들고 서로에 대한 연대를 확인하면서 노래와 구호를 따라 부르며 '윤석열 파면'을 외쳤다.
김은정 기후정의행동 공동 운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은정 기후정의행동 공동 운영위원장은 전날 검찰이 공소장을 통해 공개한 피의자 윤석열의 발언에 대해 "위험하고 난폭한 범죄자일 뿐 이 자에게 도둑질당한 우리의 삶과 일상, 민주주의를 어떻게 회복하고 굳건하게 세울까 생각이 많았던 날"이라며 충격을 토로했다.
△국민을 향해 발포 명령을 한 윤석열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부역자의 길을 택한 한덕수 △대행이 되자마자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를 내비치는 최상목 △계엄의 정당성을 위한 알리바이로 동원된 국무위원들 그리고 △윤석열을 대변해야 하는지, 국민을 대의해야 하는지 조차 분간못하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모두 '중대 범죄자'라며, 이들 모두를 절대 용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거의 매일 새로운 정황이 터져나오는 내란범죄 사실은 윤석열 체포가 당장 실행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하고 넘친다"며, '윤석열 즉각 체포'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최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북한 도발과 안보 위협 운운하며 낡아빠진 북한 핑계 그만두고 탄핵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주어진 책임을 충실히 하라"며, 하루 빨리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내란특검법을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중3학생, 남태령 대치시 밤샘 지원에 나선 청년 여성, 농성중인 노동자, 직장인 등 시민들은 광장에서 경험한 소수자들의 연대에 깊은 감동을 표시하면서 '윤석열 탄핵'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한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왜 국민이 져야 하나', '그토록 부르짖는 절차는 사실 본인들의 정치적 명분과 시간을 보장받기 위한 것 아닌가?'라는 상식적 질문과 '비상 계엄에 대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똑바로 져라. 국민들의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다. 헌재는 윤석열을 탄핵하라' 주장이 이어졌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활동가는 '총을 쏴서라도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한 윤석열의 지시, 그리고 북의 공격을 유도하고 북한군으로 위장한 특수부대가 테러를 일으켜 전쟁으로 확대시키려 했다는 비상계엄 계획 등을 거론하며 "윤석열은 오로지 자신의 권력을 위해 비상 계엄과 내란을 정당화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파괴를 합리화하기 위해 국민의 생명과 한반도 평화를 걸고 도박을 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지금껏 그래도 계엄이나, 전쟁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착각이었다"며 "권력자가 자기 필요에 따라 전쟁을 부추겨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사회가 한국사회이다. 우리가 다시 만든 세계는 어떤 세력도 어떤 권력도 마음대로 국민 생명을 좌지우지하지 못하고 대결과 전쟁을 부추길 수 없는, 흔들리지 않는 평화의 한반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획책한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석열퇴진행동 공동대표인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내란 수괴인 윤석열과 그 주도자인 김용현, 여인형, 노상원 등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의 요건을 만들고 정당화하기 위해 전쟁유도를 획책하는 외환죄마저 저질렀다"고 직격했다.
또 윤석열과 주도자들은 △연평도와 백령도에서 대규모 포사격 △평양에 무인기 침투 △오물풍선 원점 타격 지시 등 북의 군사적 대응을 유도해 이를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활용하려 한 '외환죄'는 물론이고 △비상계엄을 앞두고 정보사령부에서 조선인민군 군복 600벌을 긴급 구매 △계엄군을 접경지역 강원도 고성군과 양구군 군청에 진입 △비상계엄 해제 이후에도 북풍공작임무를 맡은 블랙요원들의 미복귀 등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지키는 군인이라고 믿기 어려운 일들을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우려는 있었지만 설마했던 '비상계엄'과 대북 '전쟁도발'이 구체적 현실로 확인되고 있으니 12.3 사태의 본질에 대한 재검토, 재인식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읽힌다.
뒤늦게 확인된 상황이 보여주는 건 과대망상에 빠진 한 광인이 저지른 '실수'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동족상잔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 끔찍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내란 수괴 윤석열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비상계엄 역사를 이어받으면서 그려낸 대한민국의 얼굴은 '교전중인 두 국가' 상황에서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냉전의 얼굴이고, 비상계엄과 내란으로 깨어진 전쟁 정치의 얼굴"이라고 규정했다.
한국군의 전시작전지휘권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계에 걸쳐 촘촘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동의없이 군인 4,749명이 동원되는 비상계엄 계획의 수립은 과연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최근 제기되고 있다.
또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윤 정부가 3년 가까운 임기 내내 사대·굴종외교라는 안팎의 비판을 '반국가세력'의 선동쯤으로 치부하며 한미동맹과 한미일동맹에 올인한 걸 생각하면 이들이 과연 어떤 세계를 망상했는지에 대해서도 따져볼 일이다.
이 의장은 "대한민국의 평화 주권자이며 광장의 주인공인 여러분이 내란 수괴 윤석열과 분단·냉전 적폐 세력을 물리치고 한반도에 강요된 식민과 분단·냉전의 철가면을 벗어버리고 항구적인 평화의 얼굴을 그리기 위해 어둠을 이기는 빛의 대장정을 끊임없이 계속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대회를 마친 시민들은 내란 혐의를 부정하려는 피의자들과 탄핵절차 지연을 노리는 국힘, 국무위원 등의 잔꾀를 꿰뚫고 있다는 듯 흥겨운 음악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고 '탄핵, 퇴진'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계속했다.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30여명을 포승줄로 묶고 얼굴에 복면을 씌운 후 구금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그런데 당시 선관위 직원 체포를 담당한 국군정보사령부 요원들이 준비한 체포·구금용 장비 중에는 포승줄과 안대뿐만 아니라 야구방망이와 망치, 송곳 등 고문 또는 위협용으로 보이는 도구도 확인됐다.
검찰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은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일부 수사내용과 확보한 증거물 사진을 공개했다.
특별수사본부가 공개한 증거물품 사진을 보면, ‘선관위 직원 체포조’는 ▲ 송곳 ▲ 가위 ▲ 니퍼 ▲ 십자·일자 드라이버 ▲ 안대 ▲ 포승줄 ▲ 케이블타이 ▲ 야구방망이 ▲ 망치 등을 준비했다.
이 중에서 포승줄, 안대 등은 직원들을 포박하기 위한 도구로 추정된다. 그리고 야구방망이와 망치, 송곳 등은 고문도구 또는 위협용으로 추정된다.
‘선관위 점검·서버 반출 및 직원 체포 시도’와 관련한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김용현 전 장관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에게 선관위 장악 및 전산자료 확보를 지시했다. 이에, 문상호 사령관은 11월경 A 정보사 대령과 B 정보사 대령에게 정보사 요원 30여 명을 선발하도록 했다. 그리고 정보사령관 출신 민간인인 노상원은 이들 정보사 요원들에게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감금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12.20 ⓒ뉴스1 이후 문상호 사령관과 민간인 노상원은 12월 1일 안산 롯데리아에서 A·B 대령을 만나 비상계엄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알렸다. 문상호 사령관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려주고,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의 지시임을 밝혔다. 그리고 노상원은 “부정선거 의혹이 크다”면서 “너희가 중앙선관위 전산 서버실로 가면 된다”고 지시했다.
비상계엄 당일인 12월 3일, 문상호 사령관은 C 정보사 계획처장에게 중앙선관위 서버실 확보를 위해 침투할 1개 팀(10명)을 무장하도록 지시했다. 또 A·B 대령에게 “저번에 추천한 요원을 2개 팀으로 꾸려 8시까지 소집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안산 롯데리아를 다시 찾은 민간인 노상원은 D 2기갑여단장, E 전시작전통제권전환TF팀장,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 등을 만나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이 구성되는데 D 장군이 단장, E 장군이 부단장을 맡으면 되고, 상황을 종합해서 장관께 보고하는 임무를 수행하면 된다”고 했다.
문상호 사령관은 비상계엄 전 C 계획처장에게 미리 중앙선관위로 출동하라고 한 뒤, C 처장이 보내온 중앙선관위 조직도를 보고 붙잡아 감금할 직원 30여 명을 최종적으로 정했다. 이후 B 정보사 대령은 36명의 정보사 요원에게 감금할 선관위 직원 명단을 불러주면서, 포승줄 등으로 묶은 뒤 얼굴에 복면을 씌워 수도방위사령부 B1벙커 구금시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박상혁 기자 | 기사입력 2024.12.28. 05:08:11 최종수정 2024.12.28. 08:39:36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린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이 계획된 내란이었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지금도 수사에 응하지 않으며 관저에 머무르는 행태를 규탄하기 위해 시민들이 용산으로 결집했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는 30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이 하루빨리 방을 빼야 우리가 발을 뻗고 잘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이은정 전국여성연대 집행위원장은 "윤석열은 지금도 대통령 관저에 앉아 내란 정당화를 위해 버티고 있다. 공수처의 출석요구서도 받지 않으면서 수사보다 탄핵 절차를 먼저 밟아야 한다는 등 가당찮은 짓들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새벽 총 든 군인에게 맞서 저항한 시민들이 있고,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순간까지 여의도를 메운 수백만 시민이 있고 일 년 중 가장 길다는 동짓날 농민들의 트랙터가 남태령에 막혀있을 때 밤 세운 청년들이 있고 매일 광장을 지키는 우리들이 있다"며 "우리는 윤석열 체포·구속·처벌, 내란동조 세력들이 사라지고 국민의힘이 해체되는 그날까지 광장에 있겠다"고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이 나라의 반역자가 지금 대통령 관저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마시고 편히 잠자고 있다. 이걸 그대로 둬야 하느냐"며 "경찰은 피의자 윤석열의 수사 거부를 도와주며 내란범 친위대를 자처하고 있다. 여전히 이 나라의 권력이 내란수괴 주머니에 들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 시민들이 관저 앞에 갈 수 있게 된 것도, 남태령을 뚫은 것도, 윤석열과 한덕수를 탄핵한 것도 결국 우리 힘으로 해낸 것"이라며 "12·3 내란을 끝내는 그날까지 계속 밀고 가자. 내란수괴 윤석열을 지금 당장 체포하라"고 역설했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는 3000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이 하루빨리 방을 빼야 우리가 발을 뻗고 잘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프레시안(박상혁)
이날 집회에는 서울로 올라오는 농민들을 막아선 경찰들을 뚫어낸 '남태령 대첩' 당시 현장을 지켰던 청년 여성들은 발언대에 올라와 탄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국 노란색 오소리 기숙사 학생 모임'이라는 깃발을 들고 온 A 씨는 "당시 남태령은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시간이었다. 무고한 시민들을 탄압하는 경찰, 나아가 검찰과 군대와 언론을 사사로이 사용하는 배후에 윤석열이 있음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며 "매일 내란죄를 입증할 증거가 쏟아지는데 아직 윤석열이 철창 뒤가 아니란 게 말이 되나. 국민이 명한다. 윤석열 내란수괴와 공범들을 지금 당장 구속하라"고 소리 높였다.
A 씨처럼 남태령 현장을 지켰던 B 씨도 "1997년생인 나는 2014년 4월 16일 친구를, 지난해 4월엔 할머니를 잃었다. 내 인생에 4월은 샛노란 후회와 그리움의 달"이라며 "이제 어떤 버스도 탱크도 우리 행진을 막을 수 없고, 기꺼이 비켜줄 수 있는 건 윤석열 체포 후송버스 뿐이다. 4월이 오기 전에 윤석열과 공범들을 모두 후송버스에 태워버리자"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어진 탄핵 집회의 주역이 돼온 청년 여성들은 이날 집회에서도 가장 큰 목소리를 냈다. 그들이 손에 쥔 '아이돌 응원봉'은 늦은 밤 시작한 이번 집회를 더욱 빛냈다. 현장에서 응원봉 모양의 LED 봉을 판매한 상인은 "윤석열이 응원봉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절대 꺼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문구를 팻말에 적어둬 그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
1시간 30여 분간 진행된 집회를 마치고 시민들은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내란대행 한덕수도 즉각 체포하라', '내란공범 국민의힘 즉각 해체하라'를 외치며 대통령 관저 일대를 행진한 뒤 해산했다. 집회를 주최한 비상행동은 오는 28일 오후 4시 광화문에서 윤 대통령의 즉각 체포를 촉구하는 행진을 열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TV=연합뉴스
▲국회로 진입 시도하는 계엄군 ⓒ 뉴스타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총 쏴서라도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발언했다고 검찰이 밝혔다. 또한 지난 3월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둔 발언을 반복적으로 해왔다고 설명했다.
27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12·3 윤석열 내란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기소했다. 내란 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김용현의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사건 수사결과'라는 제목으로 참고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는 윤 대통령이 내란 과정에서 어떤 지시와 역할을 했는지 나와있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경찰의 국회 봉쇄 및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시도' 과정에서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에게 전화해 "'조지호에게 포고령에 대해 알려줘라'고 지시했고, 김 전 장관은 박 전 사령관을 통해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국회에 경찰을 증원하고,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차단해 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대통령이 포고령 발령 무렵부터 국회의 계엄해제요구안 가결 전까지 조 전 경찰청장에게 수회 전화하여 '조 청장,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불법이야,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 체포해'라고 지시했다"라고 강조했다.
수방사 병력의 국회 진입 및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대통령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직접 전화해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수방사령관에게 전화...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니까 계속 진행 지시"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은 또 "대통령이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01:03경 이후에도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하여 '국회의원이 190명 들어왔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도 안 되는 거고', '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서',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검찰은 특전사 병력의 국회 진입 및 비상계엄 해제 의결 방해 시도에 관해서도 "대통령이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게 '국회로 이동 중인 헬기가 어디쯤 가고 있냐'고 묻고, 병력을 서둘러 국회로 출동시킬 것을 지시하고, 재차 곽종근에게 '아직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김용현 등과 오래전부터 계엄 논의"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장관과 함께 오래전부터 계엄에 관해 논의해 온 것으로 확인했다"라며 "적어도 지난 3월경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김 전 장관과 여러 차례 논의했고 2024년 11월경부터는 실질적인 준비가 진행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윤 대통령의 관련 발언을 따로 정리해 강조했다.
시국이 걱정된다고 하면서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발언 / 2024년 3월 말에서 4월 초 삼청동 안가에서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는가'라고 발언 / 2024년 5월에서 6월 삼청동 안가에서
(정치인과 민주노총 관련자들을 언급하면서) '현재 사법체계 하에서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비상조치권을 사용하여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 / 2024년 8월초경 대통령 관저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발언 / 2024년 11월 9일 국방부 장관 공관
'이게 나라냐, 바로 잡아야 한다. 미래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겠다', '국회가 패악질을 하고 있다'고 발언 / 2024년 11월 24일 대통령 관저
검찰은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대통령 관저에서 김 전 장관에게 "'지금 만약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냐, 계엄을 하게 되면 필요한 것은 무엇이냐'라고 물어봤다"며 이에 김 전 장관은 "'소수만 출동한다면 특전사 및 수방사 3000~5000명 정도가 가능하다'라고 대답하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계엄 선포문,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보고했다. 대통령이 포고령 중 '야간 통행금지' 부분만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김용현에게 이재명·우원식·한동훈 3명부터 잡아라"
▲긴급 의원총회 참석하는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4일 새벽 국회에서 긴급 비공개 의원총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검찰은 김 전 장관 공소장에 크게 세 가지 공소사실을 적시했다. ▲국회 봉쇄와 의결 방해 ▲주요 인사 체포조 편성 및 운영 ▲선관위 점거·서버 반출 및 주요 직원 체포 시도 등이다. 특히 검찰은 김 전 장관 등 내란 가담자들의 행위가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며 형법상 내란죄 구성 요건인 '폭동'도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 10여 명에 대한 체포·구금을 지시하고, 여 전 사령관이 경찰과 군사경찰을 동원해 이들을 체포하려 했다는 사실도 김 전 장관 공소장에 담았다. 이를 바탕으로 여 전 사령관은 조 청장에게 안보수사요원 100명 지원과 체포 대상자들에 대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고,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 본부장에게도 수사관 100명 지원을 요청했다고 적시했다.
여 전 사령관은 "이재명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대표 등 14명을 신속하게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 구금시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지만 김 전 장관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이 임박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여 전 사령관에게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3명부터 잡아라"고 새 지시를 내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에 수방사는 기존 구금 인원을 전면 취소하고 포승줄과 수갑을 동원해 세 명의 신병을 확보하라고 지침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여 전 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에게 선관위 장악과 전산자료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김 전 장관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비상계엄에 동원된 군경 출동 인원은 총 4749명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방첩사 군인들이 선관위 직원을 체포하기 위해 송곳과 안대, 포승줄, 케이블타이, 야구방망이, 망치 등을 준비했다고 사진과 함께 설명했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윤석열퇴진행동)은 27일 저녁 7시 한남동 관저 인근 한강진역 2번출구 앞에서 3,000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시민대회를 진행하고 관저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이 열렸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가 가결됐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24일이 지난 27일 오후의 일이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12.14) 이후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에 대한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직접 그를 체포하겠다며 27일 저녁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윤석열퇴진행동)은 27일 저녁 7시 한남동 관저 인근 한강진역 2번출구 앞에서 3,000여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시민대회를 진행하고 관저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이은정 전국여성연대 집행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주최측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이은정 전국여성연대 집행위원장은 "윤석열은 수사보다 탄핵절차를 먼저 밟아야 한다며 공수처의 출두요구서를 의도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비상계엄 선포후 이날까지 24일간 관저에 버티고 앉아 자신의 내란행위를 정당화하는 가당치 않은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또 한 대행이 '윤석열의 아바타'를 자처하며 거부권행사와 국회추천 헌법재판관 임명거부 등 국정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더니 결국 이날 낮 탄핵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고는 이는 "내란연장에 동조한 자의 당연한 말로"라고 비판했다.
이어 "1년만 지나면 다시 찍어주더라는 국민의힘,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시위에 대해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난동세력이라며 몽둥이가 답이라고 지껄이는 오만방자한 국민의힘이야말로 몽둥이로 다스려야 한다"고 하면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는데만 온 힘을 쓰고 있는 국힘은 주권자의 명령으로 해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검찰이 '총을 쏴서라도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 계엄이 해제되었다 하더라도 내가 두번 세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거니까 계속 진행하라'고 한 윤대통령의 전화지시 내용을 공개한 일을 거론하며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 이걸 그대로 둬야 되느냐"고 개탄했다.
내란에 가담했던 경찰은 관저 앞에서 내란수괴를 지켜주느라 지나는 시민을 검문하고 정당한 1인시위도 막아서고 있으며, 관저앞 집회금지처분에 대한 법원의 효력정치처분 이후에도 평일 저녁 시간 집회제한 통보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탄핵을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한 대행의 모습이나 얼마전까지 북파공작원(HID)들이 폭탄을 들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는 제보 등을 보면, "내란은 현재진행형이며, 우리는 여전히 위험한 시기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오늘 관저앞으로 갈 수 있게 된 것도, 남태령을 뚫은 것도, 윤석열과 한덕수를 탄핵한 것도 모두 우리의 힘으로 해낸 일"이라며, "12.3 내란을 끝내는 그날까지 계속 밀고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시민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올바름을 추구하는 호플포터 기숙사 학생 20대 여성
지난 21일(토) 밤 남태령에서 자유발언을 하고 혹시 모를 경찰의 2차 무력진압으로부터 농민들을 지키기 위해 가장 추웠던 그 새벽을 길바닥에서 지새웠던 1천여명 시민 중 한 사람이다.
더 많은 분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일념으로 버티다 일요일 오전 11시 경이 되어서야 안심하며 집으로 갈 수 있었다. 남태령에서 많은 시민들의 연대의 힘을 체감했고 동시에 이 나라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경찰이 농민들에게 했던 것처럼 윤석열에게 공권력을 사용했다면, 또 언론이 동덕여대 학생들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를 쓸 시간에 윤석열의 범죄에 대해 사실대로 보도했다면, 그리고 검찰이 오로지 법치의 잣대만 적용했어도 윤석열은 진즉에 체포되었을 것이다.
무속을 좋아하는 윤석열을 위해 해리포터 세계관에 등장하는 주문을 외쳐보겠다. 모두 윤석열이 체포되는 행복한 생각을 하면서 패트로노스가 주인을 지키기 위해 어둠의 생물인 디멘터를 쫓아내는 주문이다. '익스펙토 패트로눔 Expecto Patronum'
남태령에서 밤샘 농성하고 아침에 귀가한 것이 부끄러운, 1997년생 세월호 희생자들이 친구인 동갑 청년
저는 12월 21일 토요일 명동에서 행진을 마치고 국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남태령 소식을 들었다.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 그곳으로 달려갔다. 남태령에선 아침까지 있다가, 부끄럽지만 더 못 버티고 집으로 돌아갔다.
자고 일어나보니 남태령에선 여전히 농민과 트랙터와 시민들이 고립되어 있었다. 또 마음이 너무 불안했다. 다시 나갈 채비를 하는데 드디어 경찰자가 빠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서 이곳 한강진으로 나왔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어디에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세대가 있다.가만히 있을수록 마음이 불안한 세대가 있다. 저와 제 세대는 그럴 때마다 밖으로 뛰쳐나와 그곳이 어디든 광장으로 만들 것이다.
저는 1997년에 태어났다. 4월은 언니의 생일이 있는 설레는 달이었다. 그런데 2014년 4월 16일 저는 친구들을 잃었고, 작년 4월 16일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4월이 되면 버스를 놓쳤다고 짜증내는 일조차 너무 부끄러워지는데, 스마트폰으로 시민들을 가로막는 경찰 버스를 보고만 있자니 너무 부끄러워서 더는 가만히 있지 못했다. 이제 어떤 버스도 탱크도 저희의 행진을 막을 수 없다.
제가 기꺼이 비켜줄 수 있는 버스는 단 하나 뿐이다. 바로 윤석열을 태운 호송버스이다. 이제 제가 잃고 싶은 건 내란 우두머리와 그의 쫄병들이다. 4월이 오기 전에 그놈들 모두 호송버스에 태워 버리자.
국민연금공단 직장인
윤석열 탄핵안이 가결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아직 변한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특히 윤석열이 임기 내에 꼭 개혁하겠다던 연금, 노동, 교육, 의료는 모두 박살난 상태이다.
지난 4월 정부와 국회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와중에 시민들이 모인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을 통해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으로 우리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그리고 국가의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결정도 했다. 윤석열정부는 이런 시민들의 합의를 대놓고 무시했다.
총연금액을 20%나 깎고 세대별로 보험료율도 다르게 적용하겠다는 기대 이하의 연금개혁안을 내놓았다. 국민의 노후를 걱정하기는커녕, 각자 노후 준비를 알아서 하라며 연금 민영화 의도를 드러냈다.
우리가 다시 만들 세계는 지금의 우리들과 미래 청년 세대가 공적 연금, 특히 국민연금만으로도 행복하고 존엄한 노후를 누릴 수 있는 세계가 되길 바란다. 비상계엄과 연금 쿠데타를 일으킨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고 구속해서 우리 사회를 망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만들어야 한다.
전남 고흥 농부의 손녀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란 성소수자 여대생
저는 전남 고흥에서 논밭을 일구는 한 농부의 손녀로 태어났다. 할아버지의 경운기를 타고 밭에서 놀던 저는 농민들이 헐값을 받는 작물이 시장에서 왜 이리 비싸게 팔리고 있는지 항상 궁금했다.
저는 5.18 민주화 운동이 있었던 광주 출신이기도 하다. 광주 출신이란 걸 밝히면 '광주 사람들은 뒤통수를 잘 친다'는 말부터, '빨갱이'라는 말까지 항상 제 고향을 폄하하는 말을 듣곤 했다.
이렇게 자란 저는 여대에 입학해 '여자라서 안된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고 여대를 남녀공학으로 바꾸려는 시도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
저는 정신질환자이자 성 소수자이기도 하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직장이나 학교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항상 노심초사하며 밖에서는 약을 편하게 먹을 수도 없었다.
그 밖에도 저는 청년이고 노동자이다. 저는 이 모든 내가 자랑스럽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다. 너무나 다른 우리를 포용하고 공감하고 연대하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연대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혐오를 권력 획득의 수단으로 삼는 현 정부를 규탄한다. 우리가 서 있는 이 광장이 차별을 기반으로 한 정치는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증거가 되길 바란다.
인천에서 온 19살 학생
청소년으로서 마지막 순간을 자랑스러운 민주시민의 모습으로 남기고 싶어 나왔다.
오늘로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 지 24일이 지났다. 24일이나 지났는데 저 윤석열이라는 자가 아직도 멀쩡히 살아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윤석열은 삶의 기본인 복지부터 없애며 우리의 삶을 차근차근 망가뜨려 왔다. 종국에는 무장 군인을 투입하고 국민을 상대로 총구를 겨눴다. 이런 작자가 아직도 구속은커녕 따뜻한 침대에서 잠들 수 있다는 게 말이나 되나? 지금 당장 체포해야 하지 않겠나?
여기 모인 분들께 감히 부탁드리고 싶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그밖의 모든 투쟁하는 사람들과 함께해 달라. 삶이 곧 투쟁인 사람들을 위해 여러분 삶의 투쟁을 조금만 끼워 달라. 당사자가 아니어도 그저 같은 시민이라는, 인간이라는 이유로 연대할 이유는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무협 소설의 구절 중 함께 외치면 좋을 것 같은 짧은 구절 하나 들고 와 봤다. 이 부당한 세상,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미친 세력에 맞서 함께 외치자. "이제 세상을 뒤엎을 시간이다."
한남동 관저 도로 건너편에서 마무리 집회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시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윤석열 체포·구속'을 외치며 관저 앞 대로까지 1시간여를 행진하고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편, 윤석열퇴진행동은 28일 오전 11시에는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남태령 대첩을 합께 한 우리들의 집담회'를, 오후 4시부터는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을 진행한다.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이 26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는 27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한 대행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하자 즉시 탄핵안을 발의한 데 따른 것이다.
탄핵안에 명시된 소추 사유는 △‘김건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거부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5가지다. 앞 세가지는 국무총리 직무 집행 중에, 나머지 두가지는 대통령 직무집행 중에 발생한 탄핵 사유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한 권한대행의 직무는 정지되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한다.
민주당 쪽에선 국무총리인 한 권한대행의 탄핵안 가결 기준이 다른 국무위원과 마찬가지로 ‘과반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151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쪽에선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은 ‘대통령 탄핵’(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앞서 24일 기자회견에서 의결정족수와 관련된 질문에 “일차적 판단은 의장이 한다”며 “입법조사처 의견 등을 참고해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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